“시체도 아직 못 찾았는데, 당신들은 아들딸이 이미 죽었다고 확신하는 거예요? 이것만 알려드릴게요. 경찰 측은 이미 일부 정보를 찾아냈는데 안 죽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신고에 의하면 왕수진과 장해파를 중해 부두에서 본 사람이 있대요. 지금 두 가지 가능성을 두고 있는데, 하나는 그들 둘이 몰래 도망쳐 해외로 밀입국한 것이고 또 다른 가능성은 그들이 일부 불법 인원에게 협박을 받고 다단계판매 같은 조직에 들어갔다는 거예요. 다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우리가 빨리 사건을 해결하도록 할게요.”임건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동이 거짓말할 리 없다. 그렇다면 천우는 무슨 짓을 한 게 분명하다.하지만 이런 것보다 오히려 그 익명의 문자가 더 궁금했던 그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도대체 누가 이런 이상한 짓을 한 거지?”이동이 나서서 실증하자 왕수진과 장해파 두 가족의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결국 유가연이 나서서 책임을 추궁하고 감옥 가고 싶지 않으면 그만 돌아가라는 말에 조용히 자리를 떴다.......“지연아, 너 괜찮아? 형부를 안고 뭐 하는 거야?”유가연은 도저히 봐줄 수 없었다. 사람이 다 갔는데 아직도 안고 뭐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두 사람이 스킨십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아,네!”정신을 차린 유지연은 얼굴이 붉어졌다.“저기, 난... 무서워서.”임건우는 방금 누가 뒤에서 왕수진의 아버지에게 밀고했는지 생각 중이었기 때문에 유지연이 자신을 안고 있다는 걸 미처 주의하지 못했다. 그는 황급히 그녀를 밀어내고 세 여자의 부상을 검사했다. 다행히 특별히 심하진 않았지만... 유지연이 가장 심하게 맞아 코피가 나고 몸에 약간 멍이 들었다. 하지만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이동은 일이 바빠서 진남아와 몇 마디 나누고 팀원들과 함께 떠났고 유가연은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조금 걱정되었다. 진남아의 신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몸매나 용모로 봤을 때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여보, 이분은...”
잠시 후 임건우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마침내 뭔가 떠오른 듯했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이런 표식이 있는 상자를 본 적이 있다. 그때는 단지 모 브랜드의 로고라고만 알았을 뿐 특별한 관심도 없었고 딱 한 번 본 후로 다시 본 적이 없었다.‘그럼 아빠와 이 야나기타 조직이 무슨 사이란 말이지? 설마, 우리 아빠가 야나기타 조직의 사람이란 말은 아니겠지?’임건우는 이 추측에 깜짝 놀랐다. 그럼 자신이 동도 사람이란 말인가? 하지만 곧 그는 이런 추측을 부인했다. 그의 아버지는 어릴 때 임원중에게 입양되었기에 야나기타 조직의 사람일 수 없다.어쨌거나 임 씨네 별장에 다녀와야 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 아버지의 서재에 아직 그 상자가 있는지 찾아봐야 했다.“혹시 생각나는 거 있어요?”임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 이 표식을 본 적이 있어요.”자세한 건 말하지 않았다.“야나기타 조직의 사람들은 허리춤에 이런 표식의 문신이 있어요. 그러니 어디서 봤던 게 맞아요... 됐어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그녀는 무슨 일이 생각난 것 같았지만 말을 하려다 말았다. 임건우도 개의치 않고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집에 돌아온 임건우는 베란다에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리다가 어둠 속으로 숨는 것을 보았다. 눈썰미가 좋은 임건우는 그 사람이 유지연이라는 알아차렸다. 그녀는 자신이 잘 숨었다고 생각했지만, 임건우가 이미 발견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수옥은 유지연을 불러 한바탕 물었다. 유지연은 자신이 약을 탄 일은 감히 말하지 못하고 왕수진 등과 팬 활동하러 갔다가 밥을 먹고 돌아왔다고 말하며 왕수진과 장해파가 실종된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심수옥에게 호되게 욕을 먹었다.“팬 활동은 무슨 팬 활동이야. 머리가 있으면 생각 좀 해. 이게 뭐야. 집까지 찾아오게 만들면 어떻게 해.”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녀는 다시 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허리를 부여잡은 채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아이고
이렇게 뛰어난 솜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숨기고 말하지 않고, 기꺼이 장모님 집에서 손해나 보고 욕이나 먹으니, 그야말로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다.이때 그녀의 카카오톡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마스크 사내가 나타났어! 당자현이 오늘 밤 한 상업 행사에 참석했는데 옆에 있는 여자 경호원이 마스크 사내를 데리고 등장했어.”유지연은 콩닥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마스크 사내가 당자현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니 임건우는 마스크 사내가 아니다.‘잘못 알고 있었나?’방금 그를 오랫동안 안고 있었고, 일부러 짧은 핫팬츠를 입고 그의 앞에서 왔다 갔다 했던 걸 생각하면 그녀는... 구역질이 났다.“임건우,당신 도대체 마스크 사내가 맞아, 아니야?”그녀는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따져 물었다.“뭐? 나는 당연히 마스크 사내가 아니지, 내가 언제 마스크 사내라고 했어?”“너, 이 나쁜 자식, 이 사기꾼아!”유지연은 잔뜩 화를 내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발을 들어 임건우의 엉덩이를 찼다.“악!”심수옥이 소리를 질렀다.임건우가 휘청거리다가 그녀와 충돌한 것이다.“유지연,너 왜 그래? 왜 좋았다 화냈다 하는 거야?”“몰라도 돼, 징그러워!”임건우는 어리둥절해졌다.10분 후, 임건우는 진원으로 심수옥의 뼈가 갈라진 상처를 복원했다. 복원에 필요한 영력은 그녀의 몸 곳곳에 흘렀고 그녀는 매우 편안하게 느껴졌다. 따끔거리던 통증은 신기하게도 빠르게 사라졌고 이에 심수옥은 혀를 내둘렀다.……유 씨 펜션을 떠난 후 임건우는 곧바로 태운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임 씨네 별장으로 향했다.그는 아버지의 예전 서재에 몰래 들어가, 불구름이 새겨진 그 기억 속의 상자를 찾았다. 지금의 임 씨네 별장은 하얀 천이 나부끼고 음산하기 그지없었다.그는 아주 쉽게 안으로 잠입했다. 서재가 아직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구석구석을 뒤져도 쓸만한 물건을 찾지 못하고 결국 그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태운 별장으로 돌아오니 벌써 11시가
임시로 이곳에서 사는 여윤아였다. 며칠 동안 임건우의 끊임없는 치료를 거쳐, 그녀의 부러진 갈비뼈는 이미 조금씩 좋아져 걷거나 뛰는 데 문제없었다. 다만 배원단을 제련하기 전에는 단전이 복구될 수 없을 뿐이었다.임건우는 내일 그녀를 여 씨네 집으로 돌려보낼 계획이었는데 하루 차이로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어찌 알았겠는가.“여윤아?!”임건우는 황급히 여윤아를 관에서 끌어내고 살펴본 후 눈시울이 붉어졌다.여윤아의 두 손과 두 발이 모두 부러졌다. 완벽하고 깨끗하던 그녀의 얼굴에 추악하기 그지없는 글자가 피로 물든 채 새겨져 있었다.“비천한 년!”그와 동시에 관 안에는 편지가 한 통 더 있었는데 위에는 ‘전서’ 라는 두 글자가 쓰여 있다. 열어보니 안에는 한 구절밖에 없었다.“여 씨네로 와서 생사전을 치르도록 하자.”육 씨네 가문 사람들이 다 와있는 것이 틀림없다.“생사전? 좋아, 그럼 소원대로 해주지!”임건우는 여윤아를 여동생으로 간주했다. 이렇게 활발하고 귀여운 여자애가 이런 꼴이 됐으니 활활 타오르는 가슴속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하지만 지금은 사람을 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축유무 의술로 장장 30분을 치료하고서야 여윤아는 겨우 정신이 들었다. 천국의 문 앞까지 간 그녀를 임건우가 다시 끌어온 것이다.눈을 뜬 여윤아가 입을 삐죽하고 울어댔다.“임건우,왜 이제야 돌아온 거야? 이번에 정말 죽는 줄 알았잖아. 나 너무 억울해. 난 남자 친구도 사귀지 못했단 말이야. 건우 씨가 내 남자친구 해주면 안 돼? 그럼 죽어도 여한이 없을 텐데.”임건우가 그녀를 흘겨봤다.“뭐라는 거야, 너는 죽지 않을 거야.”여윤아는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치다가 팔이 너무 아프다고 느꼈다. 부러진 손과 발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나는 관에 들어갈 때 맹세했어. 건우 씨가 제때 도착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내가 숨 막혀 죽기 전에 나를 구해 준다면, 나는 건우 씨한테 아내가 있든 없든 건우 씨 여자 친구가
임건우의 집에 있는 것과 똑같은 관이었다. 이걸 지켜보고 있는 임 씨 가문의 사람들은 눈에 불이 붙을 지경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묶여 있는 노릇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 녀석, 도대체 오긴 할까요?”“설마 겁먹은 건 아니겠죠?”“듣자 하니 그 자식 겨우 스무 살 넘었는데 바보 사위래요. 여자한테 빌붙어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그런 놈이라고 하던데 현자급 중기인 육운성을 이길 수 있다는 걸 믿어요? 하하, 어쨌거나 나는 못 믿겠네요.”젊은이들이 귓속말로 의논하고 있었다. 여윤아 못지 않게 아리따운 얼굴을 한 20대의 한 여자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수작을 부리든지 이번엔 꼭 저 사람을 산 채로 잡아 오빠 제물로 바칠 거예요. 저자가 죽지 않으면 우리 육 씨 가문은 절대 상경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육운성의 사촌 여동생, 육운서였는데 그녀가 바로 여윤아의 얼굴에 ‘비천한 년!’ 이라고 새긴 장본인이었다.“육운서 씨, 걱정하지 말아요. 그자가 감히 오기만 한다면 육 씨 가문이 손을 쓸 필요도 없어요. 제가 반드시 잡아서 사지를 부러뜨린 후 육운서 씨에게 데려와 화풀이하게 할 것입니다.”이현이라고 하는 짧은 머리의 청년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는 상경성의 고대 무술 세가로서 이 씨 가문 젊은 세대의 고수이며, 육운서의 충실한 팬이기도 했다.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육 씨 가문을 응원한다고 입을 모았다.상경성에 사는 이런 고대 무술 세가의 자제들은 눈이 아주 높았는데 강주 같은 작은 곳은 고수가 나타날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임건우의 실력으로 육운성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하물며 그 사람은 강주에서 유명한 폐인이니 말이다.바로 이때 여 씨 가문의 대문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두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무술 연습장 관 뒤에 있던 중년 한 명이 귀를 살짝 움직이더니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떴다. 그의 두 눈에는 살의가 교차했는데 그가 바로 육운성의 아버지 육
임건우는 여윤아의 손을 잡고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시큰둥하게 대머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런 그의 모습이 육씨 가문의 사람들에겐 잘난 척하는 거로만 느껴졌다.무술을 하는 사람은 폭발적인 기력과 넘치는 내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레벨이 높은 무자는 더 그러했는데 일거수일투족 모두 무도의 힘이 엿보였다.하지만 임건우에겐 이러한 특징이 하나도 없이 문약한 선비 같았고 하얀 피부까지 갖고 있어 기생오라비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하! 웃겨 죽겠어,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자식이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예전엔 네가 정말 육운성을 죽였다고 확신하지 못했는데 이젠 알겠어. 넌 분명 비열한 수단으로 그를 죽인 게 틀림없어. 너의 실력으로 아마 그의 손가락 하나도 건드릴 수 없을걸.”임건우가 쌀쌀한 눈빛으로 물었다.“다 구시렁거렸어?”대머리 남자는 크게 화를 냈다."너 바보야?"옆에 있던 이현이 대머리를 발로 걷어찼다.“뭘 구시렁거리는 거야? 그냥 붙어, 붙어서 안 되면 그냥 꺼져!”말이 막 끝나기 바쁘게 임건우가 손을 들어 따귀를 날렸고 대머리는 이마에 벼락이 내려친 것 같았다.“짝!”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사람들의 귀에 전해왔다. 대머리는 곧 멍해지더니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고. 고속열차에 부딪힌 것처럼 몸 전체가 붕 뜨더니 옆에 있는 이현의 몸에 떨어졌다.대머리가 이현의 콧대를 향해 날아가 폭발적인 충돌을 일으켰다.“빠직!”이현의 코뼈는 부딪치는 순간 그대로 부러졌고 코피가 샘물처럼 뿜어 나왔으며 그는 비참하게 비명을 질러댔다.한순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고 육씨 가문의 사람들은 눈빛이 움찔했다. 임건우를 노려보는 육운서의 아름다운 두 눈에 차가움과 증오로 가득 찼는데 그 순간 얼굴에 놀란 표정이 떠올랐다.대머리는 상경의 고대 무술계에서도 꽤 알아주는 사람이었다. 그의 특기가 바로 대머리를 쓰는 것이었는데 모두가 인정하는 철두공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임건우의 손바닥 하나도 견디지 못하고 따귀를 맞고 멍해지다니!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운서 동생, 내가 동생을 도와 이 자를 장애인이 되도록 때려줄 순 있지만 동생도 내 조건을 하나 들어줘야겠어. 내일 나랑 같이 둘이서만 영화 한 편 보는데 어때?”육운서가 대답했다.“그래요.”“약속한 거야?”부채 남은 기뻐하며 임건우에게 다가가더니 입꼬리를 씩 올리고 말했다.“자기소개하자면 나는 상경에서 온...”임건우가 말을 가로챘다.“자기소개 필요 없어. 난 쓰레기에 관심 없거든.”“뭐라고? 죽고 싶어?”부채 남은 임건우의 손바닥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봤기에 큰소리치지 않고 부채를 접어 병기 삼아 임건우를 향해 힘껏 날렸다. 이 한 방이 임건우를 내리찍었다면 임건우가 죽음을 면한다고 해도 아마 식물인간이 됐을 것이다.“임건우,조심해!”여윤아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아연실색했다. 일촉즉발의 순간 임건우가 손을 들어서 막았고 뭐든 다 부술 수 있다는 한철 부채는 임건우의 팔에 떨어졌다.육운서는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조롱 섞인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철 부채의 위력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부채는 나사강이라 하더라도 굽은 갈고리로 만들 수 있었는데 그런 물건을 육신으로 막았으니 어리석기 짝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육천수도 냉소를 지었다.“쨍그랑.”임건우의 팔이 강철로 주조된 것처럼 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진원의 반진으로 인해 부채 남의 손아귀가 찢어졌고 그렇게 놓친 부채는 손에서 날아올라 자신의 귀를 거세게 내리쳤다. 곧 한쪽 귀가 떨어졌고 남자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임건우가 그의 손목을 잡고 힘을 꽉 주자 손목이 부서지더니 두 동강이 날 뻔했다.“악...”남자는 고통스럽게 땅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임건우가 감히 그의 손을 부러뜨렸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이 손은 그가 무도계에 발을 붙일 수 있는 근원인데 지금 이렇게 부서졌으니 그의 무도 인생도 이젠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임건우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발로 차버리고는 관 뒤에 있는 육천
임건우가 순간 여윤아를 밀치자 현무 방패술이 발동되더니 은은한 금색이 띄는 보호막이 그의 주위를 감쌌고 육신에는 철 막대기를 메고 있었다.그가 왜 먼저 육 씨 일가와 육 씨 일가를 도우러 온 수행자들을 응혈침으로 쏜 것일까? 바로 이 사람들이 자신과 육천수의 생명에 위험이 생길 때 여윤아에게 위협을 줄까봐 두려웠던 것이다.“웅!”육천수의 철 막대기는 현자 최고 레벨로 수련된 에너지를 내뿜었고 그 기운으로 인해 공기마저 기괴한 파동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그 속도는 마치 천둥을 치는 것처럼 미친 듯이 다가왔다.여 씨네 사람들은 이 한방에 가슴이 떨리고 힘이 빠졌다.한편 바닥에 누워 있는 육 씨네 수행자들은 더 이상 울부짖지 않고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며 눈조차 깜박이지 않았다.현자 최고 레벨 수행자가 나서는 것은 흔치 않기에 그 누구도 멋진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하물며 그들은 지금 임건우를 사무치게 증오하고 있으니 그가 육천수에게 맞아 죽는 장면을 직접 보고 싶었다.“쾅!”굉음이 울리더니 그 기세가 파도처럼 용솟음쳤다.여윤아는 감히 고개를 돌리고 볼 수도 없었으며 눈물이 얼굴을 적시더니 너무 두려워 비명을 질렀다.모든 사람들이 임건우가 반드시 육천수의 부하에게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그때, 그가 고함을 지르더니 현무 방갑술이 더욱 단단해졌다.그가 결국 육신으로 막았다. 단단한 바닥은 그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더니 움푹 파여 큰 구덩이가 생겼다.“뭐야?”많은 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자신의 눈을 믿지 않은 채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의심하며 얼른 손으로 눈을 비볐다. 여 씨네 식구들도 문지르려 했지만 아쉽게도 손발이 묶여 문지르지 못했다.육천수는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너무 이상한 일이다. 그의 한방은 에너지가 아주 강하여 지급고수라도 자신에게 제대로 맞으면 온몸의 뼈가 부러질 것인데 이 녀석은 레벨이 높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를 막은 것일까?“이 정도 힘밖에 안 돼?”임건우는 구덩이에서 뛰어
“서산파, 그렇게 대단한가?”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옆에서 울려 퍼졌다.중년 남자는 놀라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한 청년이 느릿느릿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걸음은 더딘 것처럼 보였지만, 순식간에 그 청년은 바로 눈앞에 서 있었다.그 청년은 다름 아닌 임건우였다.강아연이 당한 일을 떠올릴 때마다 그의 마음속엔 울화가 치밀었다.이미 산산조각이 난 심정에 불이 붙은 격이었다.임건우는 이미 서산파의 새 장문인을 마음속 필살 목록에 올려두었다.감히 강아연의 영근을 파낸 데는 분명 그 장문인의 묵인이 있었을 것이다.어쩌면 영근을 직접 파낸 것이 그 자신일지도 몰랐다.그런데 지금 여기서 그 장문인의 조카를 만나게 될 줄이야.“건우야!”황정은은 임건우를 보자마자 눈이 번쩍 뜨이며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중년 남자는 임건우를 훑어보더니 헛웃음을 터뜨렸다.“누군가 했더니 소문으로만 듣던 그 임건우군. 세상이 떠들썩하게 떠받드는 요존이란 놈이 바로 너로구나. 요수와 한통속이 돼서 인간의 적이 된 배신자가 말이지. 너 같은 주제에 감히 우리 서산파를 모독하다니. 기회를 줄게.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하며 머리를 백 번 박아. 그리고 스스로 단전을 파괴해. 그렇지 않으면 너는 물론 네 가족들까지도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다.”임건우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임건우는 자신의 가족을 위협하는 자들을 가장 증오했다.이 서산 장문인의 조카란 놈도 예외가 아니었다.주변을 둘러보니 다행히 이쪽을 주목하는 이는 없었지만, 약 500미터 떨어진 곳에서 몇몇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여기서 싸움을 벌이면 분명 눈에 띌 것이다.임건우는 황정은에게 물었다.“옥침대, 이 멍청이가 가져간 거예요?”황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황정은 역시 옥침대가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희귀한 보물급 법보인데 설령 상대가 서산파라고 해도 함부로 넘겨줄 수는 없었다.“나를 뭐라고 부른 거야?”중년 남자는 말뜻
“만약 이 일을 하려면 분명 네 개의 수련 성지보다 더 강력한 존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전화를 끊은 후, 임건우는 가족들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혼자 독수리 학원으로 향했다.“형부!”유지연이 뒤에서 그를 불렀다.“무슨 일이야?”“아이들, 아직 주민등록도 안 돼 있고 출생증명서도 없잖아요. 이름도 빨리 지어야 해요.”“아... 이건 좀 골치 아프네.”임건우는 아이뿐 아니라 첫째 딸의 이름조차 아직 정하지 못했다.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내가 돌아오면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자. 그때 너희도 생각을 해보고 그냥... 추첨이라도 하자!”유지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럴 수가! 아이의 이름은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그렇게 대충 지을 수 없죠!”임건우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정말 작은 가정사에까지 신경 쓰는 네가 마치 작은 가정부 같군.”임건우가 발을 내디디자 이미 수리 밖의 거리가 훨씬 멀어져 있었다.임건우는 일부러 강주의 번화가를 거닐며 예전에 일어난 요족의 침략 사건이 이 도시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사람들은 여전히 평범하게 일하고 있었고 거리엔 차량이 오가며 행인들이 북적였다.시간은 상처를 치유하는 최고의 약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한 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그 치명적인 전투와 대변혁은 마치 오래 전 일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사람들의 대화 중에 그 사건을 가끔 언급하는 모습도 있었다.그럼에도 대부분에게는 이미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여겨졌다.슥.임건우는 한걸음에 농구장이 있는 학교 옆으로 나타났다.여러 명의 여학생이 농구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몇몇이 임건우를 발견했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그다음 순간, 임건우는 또 한 발짝 내디디자 땅에 도장이 번쩍이며 허공에 사라졌다.“어, 방금 여기 사람 하나 나타났던 거 아니야? 순간적으로 사라졌어.” 한 안경을 쓴 여학생이 소리쳤다.“잘못 본 거 아니야? 아무도 없었잖아.”“진짜야, 젊고 키 큰
강아연의 상태는 여전히 심각했다.현재 강아연의 영맥은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었고 몸은 마치 바닥이 새는 물통처럼 원기가 끊임없이 새어 나가고 있었다.임건우가 아무리 많은 진기를 강아연에게 주입해도 잠시 후면 전부 소멸해버렸다.“태운 별장으로 가자!”임건우는 단호하게 결정했다.예전에 임건우는 임씨 사람들로부터 아버지가 사들였던 임씨 저택을 되찾았고 이후 태운 별장에서 이곳 저택으로 이사했었다.하지만 지금 저택은 이미 폐허가 된 지 오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값나가는 물건은 거의 다 사라진 상태였다.결국 다시 태운 별장으로 돌아가 임시로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아연이의 몸은 지금 진기와 영력을 저장할 수 없지만, 손상된 영맥은 끊임없이 영기를 공급받아야 해. 그래서 내가 아연이를 위해 어떤 물건을 빌려올 필요가 있어.”임건우가 말했다.“어떤 물건인데요?”유화가 물었다.“침대 하나.”임건우가 말한 것은 바로 황정은이 쓰던 침대였다.그 침대는 고대 고수들이 남긴 취령진이 새겨져 있어 영기를 모아 비처럼 내리는 기능이 있었다.현재로선 가장 이상적인 물건이었다.임건우는 황정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결국 임건우는 백옥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백옥은 전화를 받자마자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드디어 네놈이 나타나는구나! 난 네가 스승은 필요 없다는 건 줄 알았어!”백옥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그녀가 이미 예순이 가까운 나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기 어렵게 했다.만약 백옥이 연예계에 있었다면 분명 노익장을 자랑하는 괴물 같은 존재로 모두를 놀라게 했을 것이다.“스승님, 제가 누구를 잊어도 스승님만큼은 잊을 수 없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승님인데!”임건우는 조금 비위를 맞추며 말을 꺼냈다.“스승님, 하나 여쭤볼 게 있어요. 혹시 정은 선생님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쳇, 첫 마디부터 정은 선생님이 어디 있는지 묻다니 날 잊지 않았다는 말도 다 거짓말이네. 네 마음은 이미 정은 선생님한테 가 있구나.”“아니에요,
그래서 강아연이 서산의 장문인 딸이라는 소식을 들은 모든 이들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당자현이 말했다.“서산... 기억이 좀 나...”임건우는 당자현을 보고, 그녀가 말하는 기억이 이번 생의 것이 아니라 전생, 혹은 그 전생의 기억임을 직감했다.당자현을 보면 자연스럽게 유가연이 떠오른다.두 사람 모두 환생한 존재들이라 당자현은 예전의 기억을 떠올릴 뿐인데 유가연은 전생의 영향으로 성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유화가 물었다.“그럼 강아연의 아버지는 지금 어떻게 된 거지?”남자는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다.“장문 부인께서는 이미 돌아가셨고 장문인은... 실종되었습니다.”모두의 마음이 한층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때 임건우는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강아연의 몸에 진기를 흘려보냈다.임건우의 진기에는 혼돈의 원기, 고대 문자의 힘, 그리고 불교의 원력까지 더해져 회복력이 극도로 강했다.잠시 후, 강아연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기 시작했다.강아연이 눈을 떴다.“오빠...”“아가씨!”“아연아!”강아연은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임건우는 그녀를 손으로 눌렀다.“움직이지 마!”강아연은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자, 그동안 아무리 영혼을 뽑아갈 때에도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던 그녀가 지금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우나영은 임건우를 옆으로 데려가며 물었다.“건우야, 아연이는 괜찮을까? 회복될 수 있을까?”임건우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조금 힘들어요. 영근이 꺼내진 것이 너무 큰 상처를 남겼어요. 그놈이 너무나 잔인하고 거칠어서 아연이의 내부의 영맥까지 손상을 입혔습니다. 이건 정말 다루기 어려운 일이에요.”“그게 힘든 일이라는 거겠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첫째, 아연이의 영맥을 회복시킬 수 있는 물건을 찾아야 합니다. 둘째, 꺼내진 영근을 찾아서 다시 심어줘야 해요.”이 일은 말은 쉬워도 실제로는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서산의 장로의 손녀가 지금 그 장로의 자리를 차지하며 장문인이 되었고
임건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자신이 이 남자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접니다. 나를 왜 찾은 거죠?”그러자 그 남자는 달려오더니 무릎을 꿇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외쳤다.“임 도련님! 우리 아가씨를 구해주세요!”임건우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아가씨가 누구죠?”남자가 대답했다.“우리 아가씨의 이름은 강아연입니다.”“뭐라고?”“아연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도대체 무슨 일인데요?”우나영을 비롯한 사람들도 깜짝 놀라며 물었다.강아연은 우나영을 의붓엄마처럼 따랐고 어리지만 말 잘 듣고 예의 바른 아이로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그랬기에 모두가 긴장한 눈빛으로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아가씨가 동문에게 해를 입었습니다. 지금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입니다.”임건우는 다급히 물었다.“지금 어디에 있죠?”“근처 민가에 있습니다.”임건우는 곧 강아연을 만날 수 있었다.임건우가 예전에 독수리 학원을 찾아갔던 주된 이유도 강아연 때문이었지만, 당시 학원은 이미 완전히 점령된 상태였고 단 한 명의 수강생도 찾을 수 없었다.그때 요수들에게 들은 바로는 독수리 학원을 점령할 때 이미 그곳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했다.그 말을 듣고 강아연은 무사하리라 믿었지만, 지금 그녀를 보니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강아연은 허름한 침대에 누워 있었다.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머리카락은 생기를 잃고 바싹 말라 있었다.피가 통하지 않는 듯 강아연의 얼굴은 완전히 쇠약해 보였고 몸의 기운은 이미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게다가 온몸은 피로 얼룩져 있었고 심각한 부상으로 고통받고 있었다.“이게 누가 한 짓이야?”“아연아, 아연아...”반하나는 강아연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반하나와 강아연은 중해에서 창업하던 시절부터 가까웠고 특히 강아연이 반하나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체향이 특별한 효과를 지닌 것을 알고 난 뒤로는 늘 그녀와 같은 방에서 자곤 했다.남자가 입을 열었다.“그 일을
“형부, 형부! 이러지 마세요!”“죽으면 안 돼요!”유지연은 임건우에게 달려들어 그의 몸을 흔들었다.임건우가 힘겹게 말했다.“아직 안 죽었어. 그런데 네가 계속 이렇게 흔들면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아! 형부,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괜찮아. 조금 쉬면 나아질 거야.”“우리 언니... 그 여자는요?”“가버렸어.”“가버렸다니요? 어디로요?”“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래.”유지연의 얼굴에 슬픔이 드리웠다.“역시 언니가 말한 대로 됐네요. 이걸 어쩌죠?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엄마 없이 크다니 너무 불쌍해요.”임건우는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데려올 거야. 그런데... 그러려면 내가 더 강해져야 해!”인과를 끊는 게 뭐 대수랴.기억을 완전히 잃게 된다고 해도 반드시 유가연을 다시 찾아오리라.유지연은 유가연이 진짜 죽은 게 아니라 여전히 한 가닥 희망이 있다는 걸 알자 안심하며 한층 밝아진 얼굴로 임건우를 가볍게 안았다.“형부, 이제부턴 제가 아이들의 엄마가 될게요. 언니 대신 제가 잘 돌볼게요.”하지만 임건우에게는 지금 그런 로맨틱한 분위기에 휩쓸릴 여유가 없었다.임건우는 서둘러 다시 가나절로 돌아갔다.유가연은 아이를 낳기 전부터 본래의 인격이 돌아오면 다른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까 두려워 자신을 불탑에 가둔 상태였다.심지어 우나영과 심수옥 등 다른 사람들 모두를 가나절의 다른 구역에 격리시켜 두었고 그들 사이를 진법으로 막아두었다.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던 사람은 유지연 혼자뿐이었다.임건우는 진법을 다시 열어 안에 있던 사람들을 하나둘씩 풀어주었다.임건우를 보자마자 심수옥이 달려왔다.“건우야! 빨리! 가연이가 애 낳겠대! 정말 속 터져 죽겠어. 몇 달이나 됐다고 애를 낳겠다니. 조산 기간도 안 됐는데 제정신인가?”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지연이 두 아이를 안고 나타났다.“엄마, 이미 낳았어요.”“뭐라고?”유가연이 전생의 대능자라는 것, 그리고 아이를 낳고 기억을 되찾아
당가은은 임건우를 바라보며 갑자기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위험하다!임건우는 그 순간, 당가은의 기운 변화에 즉시 반응했다.그는 본능에 따라 몸을 피하려 했지만, 한 걸음 내딛기도 전에 당가은의 손길에 의해 그대로 제어당했다.형체 없는 결계가 그의 몸을 꽁꽁 묶어버렸다.“너 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지?”임건우는 분노와 혼란 속에서 소리쳤다.당가은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너는 내게 그냥 벌레와 같아. 금단이 무슨 쓸모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너 같은 존재가 몇백 년 뒤에는 결국 황토로 변할 거야. 내 긴 생애 속에서 너의 존재는 반짝이는 유성처럼 지나가는 시간보다도 짧을 뿐이야. 그런데 너와 내가 다시 태어난 몸에서 네가 낳은 아이들이 나와 얽혀버렸어. 나는 그저 우리 사이의 인연을 끊으려는 것뿐이야.”말을 마친 그녀는 손끝으로 날카로운 칼날처럼 된 에너지의 실체를 만들어 냈다.그 칼날 위에는 수많은 규칙의 힘이 얽혀 있었다.임건우는 급히 외쳤다.“잠깐만! 제발!”하지만 당가은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그녀에게 있어 임건우는 아마도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그런 존재가 무슨 말을 하든 그녀는 그저 지나치게 여겼을 뿐이었다.그의 신체를 억제한 상태에서 당가은은 규칙의 신검을 내리쳤다.“으악!”임건우는 고통에 몸을 떨며 비명을 질렀다.그 고통은 너무나도 강렬했다.마치 영혼이 찢겨 나가는 것처럼 몸을 움켜잡고 떨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당가은은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조금만 참아. 곧 지나갈 거야. 끝나고 나면 보상을 줄게.”그녀의 얼굴은 유가연의 모습이었다.하지만 그 성격은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고 사람의 생명을 전혀 소중히 여기지 않는 듯했다.임건우의 금단 안에서 숨겨졌던 12개의 문자가 하나씩 빛을 발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흘려보냈다.그것이 그의 내부의 이상을 숨기고 있었다.결국, 어느 순간 임건우는 느꼈다.그의 신장 안에 무언가가 깨지는 느낌이 왔다.무언가가 끊어지며
이때 유지연이 허겁지겁 달려왔다.앞에 앉아 울고 있는 유가연을 보며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언니, 왜 울고 있어?”유가연은 무릎을 껴안고 턱을 괸 채 울어서 벌게진 눈으로 그녀를 한 번 쓱 쳐다보며 말했다.“너 누구야? 내가 너를 알아?”유지연은 순간 당황하며 얼어붙었다.“나... 나 언니 동생이잖아. 친동생...”뒤쪽 몇 마디는 그녀 자신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했다.유지연은 임건우와 눈을 마주치더니 얼른 바닥을 기어 다니는 두 아이를 안아 올렸다.“애들이 왜 이렇게 계속 울어요?”그녀가 물었다.“네 언니가 바닥에 던져놨어.”“뭐라고요? 아니, 혹시 어디 다친 거 아니에요?”유가연은 뒤를 힐끗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저 애들 내가 윤회석에 숨겨놨던 신력을 얻었어. 거기다 내 신격까지 두어 번 물어뜯은 애들인데 던졌다고 부서지겠어? 망치로 두드려도 멀쩡할걸.”“아... 뭐라고요?”임건우와 유지연은 동시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그녀가 말한 게 정말 신격인가?임건우는 떠올렸다.자신이 계승한 선조의 기억 속에 따르면 신격은 오직 신적 존재만이 응집하는 힘이었다.그렇다면 윤회석 속에서 깨어난 이 여인, 당가은이라 불리는 그녀는 과거에 정말로 신이었단 말인가?당가은이 지장왕 같은 존재라니 그럴 법했다.게다가 지금 그녀의 모습이 그리 무섭지도 않았다.다만 조금 제정신이 아닌 것 같고 울고불고 정신없는 게 문제였다.“애들이 배고픈 것 같은데요?”유지연이 말했다.“이거... 젖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임건우는 유가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저 애들, 아무리 그래도 당신 애들이니까... 젖이라도 좀 먹여 줄 수 없어요?”“아아아!”유가연... 아니, 이제 그녀는 유가연이 아니라 당가은이었다.당가은은 갑자기 고함을 치며 피로 얼룩진 두 다리를 앞으로 쭉 뻗더니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없어! 너희들 내가 지금 이 꼴로 젖이 있을 것 같아?”유지연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언니, 왜 이렇게 된 거예요
임건우와 유지연은 가나절의 거대한 문 아래서 마주 서 있었다.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얼굴에 울상 같은 표정을 지었다.“언니... 죽었어요?”“내가 확인해볼게!”임건우는 유지연을 뒤에 남겨두고 곧바로 가나절로 달려갔다.임건우의 발걸음은 빠르고 신속해 금세 불탑 앞에 도달했다.그때 불탑의 문이 안에서부터 거세게 차여 열리며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문은 부서지지 않았지만, 강한 진동을 일으켰다.그런데 그 문을 통과해 나오는 사람은 상상 이상이었다.임건우는 그 모습을 보고 숨을 멈췄다.피로 물든 유가연이 불탑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예전의 유가연과는 아주 달랐다.몸은 너무 쇠약해져 거의 뼈만 남은 듯했고 얼굴에는 살이 거의 없어서 마치 40대 후반의 중년 여성처럼 보였다.그녀의 머리카락도 말라서 황갈색으로 변하고 마치 낡은 풀 더미 같았다.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고 빛났다.마치 하늘의 별처럼, 바닷속의 달처럼, 그 어떤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졌다.유가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고대 신녀처럼 강력했다.마치 아주 오래전 잊힌 시대에서 걸어 나온 존재 같았다.임건우는 유가연과 시선을 마주친 순간 직감적으로 알았다.그녀는 더는 유가연이 아니었다.그녀는 윤회석에서 나온 또 다른 존재였다.그리고 그 뒤에서 네 명의 아기들이 공중에서 천천히 떠 있었다.두 남자, 두 여자가 각각 높낮이를 달리며 회전하고 있었다.마치 보이지 않는 끈에 의해 이끌려가는 듯했다.네 명의 쌍둥이.임건우는 그들을 보며 알았다.이 아이들은 그와 유가연의 사랑의 결실이었다.유가연은 자신의 피와 수명을 희생해 그들이 미리 자라서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했다.그러나 유가연은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유가연은 임건우를 바라보며 극도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아이들의 아빠라고? 이런... 수련이 부족한 벌레 같은 놈이? 네가 얼마나 특별한지 봐야겠어.”그녀는 손을 뻗어 임건우의 이마에 얹었다.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