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고리문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녀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리문은 다급히 물었다."임 도련님, 이걸 빼주실수 있어요?”몸 속에 고충이 있다고하니 누가 들어도 무서울 일이었다.임건우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가능해요. 하지만 오늘은 안돼요. 제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조금 있어서 준비가 끝나면 바로 와서 빼드리죠. 하지만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알리지는 마세요. 왜냐면 도대체 누가 형수님에게 이런 고충을 심었는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만약 그 사람이 주변의 누군가라면 눈치 채고 형수님의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어요.”이 말을 듣고 난 부부의 안색은 크게 변했다.다행히 임건우는 그들을 위로하며 이렇게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고충의 크기를 봐서는 아마 뱃속에 일이년은 있었던 것 같아요. 하루 이틀 미뤄도 큰 문제는 없을겁니다. 안심하세요.”그 순간,그는 불현듯 여윤아의 마녀영에 있던 한 여자가 떠올랐다. 바로 한비연이었다.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구양영맥이었다. 그녀의 혈액은 태생적으로 고충을 없앨수가 있어서 피 한방울만 넣어도 혈영단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혈영단 한 알만 먹으면 고리문 몸 속의 고충은 인차 사라질 수 있었다. 고리문은 옷을 잡아당겼다.그녀는 여전히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임 도련님, 그럼 잘 좀 부탁할게요.” 말을 건네고는 미리 준비해둔 선물을 꺼내들었다.그것은 바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보유한 백다페리의 시계였다. 이 브랜드는 임건우도 전에 본 적이 있었는데 시가는 4억이 넘었었다. 그 가격은 BMW M8와 비슷하였다.임건우는 사양하고 싶었지만 계속 밀어붙이는 탓에 어쩔 수 없이 받았다.사실 그의 현재 상황으로는 4억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지긴 했다. 고리문은 직접 나서더니 웃으면서 그를 도와 시계를 채웠다. "임 도련님, 도련님이 이 시계를 차고있으니 정말 딱이군요. 저희 남편보다 훨씬 잘 어울리십니다.”동건은 웃으며 말했다. "여보, 설마 마음이 바뀐건 아니겠지?”고
스위트룸, 하룻밤, 보상...이 단어 몇 개만을 조합해보면 누가 봐도 이건... 잠자리를 가지자는거잖아?두달 후면 결혼한 지 벌써 1년이 되는데 안타깝게도 그는 아직 첫 경험을 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와이프랑 한 침대를 쓰지 못하는 남자로 자주 놀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도 남자인데 모르는 척을 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아예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 않은가?“좋아!”“내... 내가 먼저 가 있을게. 주소 바로 보낼테니까 얼른 와. 나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 사... 사랑해.” 유가연은 이 세글자를 내뱉고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대학시절부터 그녀는 한번도 이 말을 꺼낸적이 없었다.그 말을 들은 임건우는 기뻐서 하마터면 소리 지를뻔 했다.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곧장 레디슨 호텔로 향했다.하지만 순간 병원에 가서 환자들을 만나기로 했던 이청하와의 약속이 떠올랐다. “여보, 조금만 기다려줘. 나 지금... 음, 집에 일이 좀 생겼어. 늦어서 9시 반전에는 도착할게.”“알겠어!”유가연은 전화를 끊고는 뜨겁게 달아오른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고 가슴도 토닥였다.그리고는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녁에 입을 이쁜 잠옷이라든지...그렇게 30분이 흘렀다.어느새 임건우는 제1병원에 도착하였고 바로 이청하를 만났다.그녀의 모습은 조금 초췌하긴 했지만 아름다운 미모는 감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입구에서 임건우를 만나자마자 그를 데리고 중환자실로 향하면서 얘기를나눴다. “약 두시간 전, 저희 병원에 또 세명의 비슷한 증상을 지닌 환자가 들어왔어요. 상황이 좋지가 않아요. 오늘 오후 세시에 이미 두명의 환자는 숨을 멎었고 의식이 없으세요.”임건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이청하의 뒤를 따랐다.그때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다들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바로 강주 각 곳에서 온 기자들이었다. 그중에는 전문기자들도 있었고 유튜버들도 있었다. 이 사건은 폭로된 후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어 관련 뉴스들은 다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
이청하의 사무실로 들어온 임건우는 핸드폰에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자 혹시나 나중에 유가연에게 연락을 못할가봐 이청하한테 부탁하여 충전을 하였다.충전한지 3분도 안 되어, 간호사 한 명이 급하게 달려왔다.“이 주임님, 중해에서 초청한 전문가팀이 도착하였습니다. 류 부원장님께서 주임님더러 회의를 열라고 하시네요.”“알겠어.” 대답을 마친 이청하는 임건우에게 말했다. “저랑 같이 가서 함께 들으시죠.”임건우도 이에 반박하지 않았다. 이청하는 그에게 흰 가운도 입혀주면서 그를 자신의 조수처럼 보이게 하였다. 혹시나 누군가가 먼저 선수 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그렇게 회의실에 도착했다.10여명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도착하여 앉아있었다. 속삭이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고 열심히 듣는 사람도 있었다. 임건우는 이청하의 뒤쪽에 서있어서 사람들이 그닥 신경 쓰지를 않았다. 이때 임건우는 이청하의 서류를 꺼내들더니 훑어보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불룩한 배를 지닌 한 중년이 들어오더니 기침을 한번 하고는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기 시작하자 바로 입을 뗐다. “여러분, 저희 병원의 회전을 돕기 위해 중해시에서 전문가팀이 와주셨습니다. 뜨거운 박수로 맞이해주시죠.”“짝짝짝!”그러고는 가장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임건우는 어리둥절했다. 중해에서 왔다는 그 전문가팀은 아직 본적도 없는데 대뜸 박수를 치라니. 이때 이청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이 바로 강주제1병원 부원장, 류명성이에요.”그렇게 3초가 흐른 후에야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오기 시작했다.총 일곱 명이었는데, 가장 처음으로 들어온 사람은 키 큰 젊은이로 나이가 서른살도 안 돼보였다. 검정색 테두리의 안경과 수트를 장착한 그는 또각또각하는 구두소리와 함께 걸어 들어왔다. 심지어 외모마저 수려한게 연예인의 느낌도 조금 났다.“짝짝짝!”임건우와 이청하도 따라서 박수를 쳤지만 이미 머릿속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그들의 오로지 서류속에 적힌 환자들의 상황에만
스으윽-순간 회의실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이청하와 임건우를 향했다. 이청하는 이 병원의 의사이고 입원부의 주임이라 다들 익숙하긴 하지만, 임건우는 낯선 존재라 사람들이 수군댔다.“저 의사는 진짜 낯선데? 나 왜 한번도 본 적이 없지? 넌 본 적 있어?”“나도 못 봤는데. 우리 병원에 이런 사람이 있었나?”“설마 새로 온 분이신가?”하도 많은 사람들이 수군대다보니 이청하도 그들의 얘기가 들렸다. 그녀는 순간당황하였다.하지만 그녀는 강주 명의의 손녀로서 특별한 존재라 임건우의 정체가 드러나는게 두렵지는 않았다.한편 방명철은 이들의 얘기를 듣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임건우를 보더니 물었다. “선생님, 듣자하니 선생님께서 꽤 진료를 잘하신다고요? 저희들한테 좀 얘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이 기회에 자기소개도 한번 해주시죠.”임건우는 고개를 젓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전 아직 환자를 본 적이 없는데요. 딱히 할 얘기는 없습니다.”방명철은 놀란 척 말했다. "환자를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여기 회의실로 들어오신거죠? 저희는 지금 환자들을 위한 긴급회의를 하고있는데 선생님께선 환자들을 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회전을 하신다는거죠?”그러자 류명성 부원장이 저벅저벅 다가오더니 임건우에게 물었다. “당신 누구야? 우리 병원 의사도 아니잖아.” 임건우가 대답했다. "맞아요. 이 병원 의사 아닙니다.”류명성은 깜짝 놀랐다. "뭐라고? 당신 그럼 어떻게 들어왔어? 아, 알겠네. 우리 이 주임이 이뻐가지고 맘에 들어서 같이 잘해보려고 접근한거야? 요즘 젊은이들은 겁도 없네? 못 하는게 없어. 당장 나가!”회의실의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경멸하는 눈빛으로 임건우를 쳐다봤다. 이를 듣고 있던 이청하는 당황하여 얼굴이 빨개지더니 벌떡 일어나 말했다. “부원장님, 이 사람 제가 데리고 온겁니다. 제가 직접 요청해서 데려온 사람이라고요. 같이 상황 체크해줄겁니다.”“뭐?”류명성은 놀랐다. 하지만 이청하의 배후에는 명의 이흥방이 있었고 나중에 그의 도움을 받기 위
사람들의 시선은 임건우의 손목으로 향했고 그것은 역시나 백달페리였다.하지만 이와 어울리지 않게 그가 입고 있는 옷은 싸구려여서 가운을 겉에 걸쳐도 여전히 초라해보였다.사람들은 다들 뭔가 깨달은 듯 했다.임건우는 의사가 아니라 누군가의 이름을 빌려 살아가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서 여태 이청하를 속인것이라고. 이청하는 이 병원에서도 미인으로 꼽혀 그녀를 안 좋아하는 남자 의사는 거의 없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지금 이 상황이 어이 없었다.“정말 오래 살고도 볼 일이네. 이젠 사기꾼들이 하다하다 사람을 속여서 병원 회전실까지 들어오는거야? 정말 대단하다. 당장 꺼져. 여긴 위급한 환자들을 살려내야 하는 엄숙한 장소야. 당신이 껴서 사기 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그래! 옷은 4만원도 안되는 싸구려를 입고는 4억짜리 백달페리 시계를 찬다고?참 열심히도 생각해냈네. 이 선생님, 남자를 볼 때 좀 신중하셔야 돼요.”“남자친구든 아니든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닌데, 의료진도 아닌 사람을 들여보내는건 좀 너무한거 아닌가요? 여기가 영화관도 아니고, 연애하실거면 밖에 나가서 하시던지요.”이청하에게 주임 직을 뺏겼던 한 남자 의사는 기회를 잡고 거침없이 그녀에게 막말을 하였다.임건우는 자신의 시계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고리문에게서 선물 받은 이 백달페리 시계 하나 때문에 이렇게 공격을 받을줄은 생각도 못했다.“이 시계는 진품입니다.”그는 담담히 말했다. 주위의 사람들을 한번 쓰윽 훑어보고는 이청하에게 말했다. “됐어요. 여기 있어봤자 시간만 낭비해요. 전 그냥 가서 환자들을 확인해볼게요.”그러고는 바로 자리를 떴다.그는 정말로 이 곳에서 더이상 회의를 듣고 싶지 않았다. 빨리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해서 도울 수 있으면 도우고 안되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는 얼른 레디슨 호텔로 향해 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었다.“당신이 환자들을 봐? 이봐,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이젠 당신 정체도 다 들통 났는데 아직까지도 뻔뻔하게 우기는거야?” 방명철은 이
“뭐야?”“왕이지 선생님께서 글쎄 저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고작 어린 나이인데...도대체 쟤가 뭐길래?”“이 사기꾼아, 사람 속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청하도 속이더니 감히 왕이지 선생님까지 속여? 내가 니 놈의 가면을 제대로 벗겨줄테야.”방명철은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는 너무 열 받은 나머지 얼굴에는 경련을 일으켰다.이 상황을 그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한편, 이청하도 이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왕이지는 그녀의 할어버지보다도 명성이 뛰어난 분이시고 심지어 두 분은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셨다. 이흥방은 전부터 항상 자신은 왕이지만큼 훌륭하지는 못하다고, 왕이지야말로 최고의 명의라고 몇번이나 극찬하였다.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명의마저 임건우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니, 도대체 그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크게 놀란 이청하는 임건우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병원 원장인 원량평은 멍한 표정을 하고는 급히 달려와 물었다. "왕 선생님, 이 분은...”왕이지가 말했다. “임 선생님의 의술은 아주 뛰어납니다. 저보다 몇배나 대단하신 분이시죠. 임 선생님께서 여기에 계신다니 저는 안심하고 저의 자리를 그에게 넘겨줄 것입니다.”“뭐라고요?”“이게 뭔 일이래.”사람들은 놀란 나머지 큰 소리로 웅성댔다. 진짜 꿈만 같았다.분명 왕이지 그 분은 진정한 명의인데 말이다.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과거에 왕이지는 여 씨네한테서 크게 한번 당했었다. 여윤건의 실수로 인해 왕이지가 목숨을 잃을뻔 했었다. 그때 임건우가 뛰어난 의술로 그를 구해준 것이었다. 그로부터 왕이지는 임건우를 모시게 된 것이었다.임건우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여윤건은 인차 죽었을 것이다. 트라우마를 지니게 될 왕건우는 더이상 의사를 믿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눈치를 챈 원량평이 입을 떼려는 순간, 방명철이 다가왔다. “왕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전 중해병원의 방명철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중해에서 파견한 전문가 팀의 팀장이기도 하고요.
언짢기도 하면서 난감하기도 했다. 임건우는 유부남인데 말이다.임건우는 웃으며 말했다. "농담도 참, 전 이미 결혼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왕이지가 말했다. "결혼했든 말든 뭔 상관이에요? 언제든지 이혼해도 되는거고. 정 안되면 아랍 국적이라도 따시죠. 제가 그쪽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임건우는 말문이 막혔다. "...” 이청하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감은 그야말로 장난기가 가득했다.곧이어, 그들은 병실에 도착하였다.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의 상황은 비교적 특수하여 다들 한 병구에 배치하여 쉽게 살펴볼 수가 있었다.처음 만나본 환자는 마른 체형의 젊은 여성이었다.옆에서는 어머니가 간호하고 계셨는데 눈은 벌겋게 부었고 멘탈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부모님들한텐 자식이 가장 소중한 존재인데 이런 비극을 맞이하었으니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이 환자의 성함은 차매홍이고, 강주공상학원의 학생으로서 반에서는 학습위원을 맡고있대요. 가장 먼저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이고 현재 상황은 좀 심각합니다.”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의사 선생님, 우리 딸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설마 얼마전에 죽은 그 두 여자애들처럼...”어머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매홍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두 눈은 뒤집어졌고 입에는 거품을 물고 있었다.“아악! 선생님, 선생님. 제발 살려주세요. 얼른요!” 이청하는 급히 환자의 상황을 체크하였고 화면의 심박수 수치를 확인해보니 이미 한줄의 직선이 그려져있었다.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왕이지 또한 속수무책이었다.임건우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영혼이 완전히 빠져나간 한껏 허약해진 여자 아이를 바라봤다.그때, 그가 갑자기 나섰다.한 손으로 인결을 누르더니 단번에 그녀의 영혼을 잡고는 다시 육체로 돌려보내려 했다.“다시 몸으로 들어가라!”바로 이때, 임건우는 소녀의 원음이 이미 사라질대로 다 사라지고 육체는 거의 무너지기 직전인 것을 발견하였다. 육체
“살았어. 정말 다시 살아났어!”“대체 어떻게 한거지? 저 의사 진짜 대단하네. 난 당연히 죽은 줄 알았어.”이를 지켜보던 다른 환자들의 가족들은 차매홍의 심장이 다시 뛰는 것을 보고는 일일이 몰려들어서 수군수군댔다. 이때 이청하가 막아섰다. “다들 조용히 하시고 뒤로 물러서주세요.”한편 임건우는 망기를 통해 차매홍의 몸을 파괴한 주원인을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소녀를 둘러싼 괴상하고도 어두운 죽음의 기운이었다.바로 이 죽음의 기운이 소녀의 몸을 서서히 파고들어 원음을 잃고 몸을 허약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소녀가 점점 죽음으로 향했던 것이다. 이청하는 임건우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보고는 물었다. “왜 그래요? 혹시 뭔가를 발견하신거예요? 이 아이, 살릴 수 있는건가요?”임건우는 대답은 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을 하였다. "경찰들은 사건의 진범을 찾았나요?” 이청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인 것 같아요.”한편에서 듣고 있던 왕이지가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범인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웬만해선 잡을 수가 없다고 하던데요. 아, 맞다. 진남아가 이번 사건 담당 형사라고 하던데 제가 가서 물어볼가요?”임건우가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번 사건 쉽지는 않을거예요.” 이청하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진남아가 누군데요?”임건우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눈이 정수리에 달린 한 여자가 있어. 그 여자에 대해서 신경 쓸 필요는 없고, 난 먼저 가서 다른 환자들 좀 볼게. 다 보고 나서 어떻게 치료할지 생각해보지 뭐.”환자들이 모두 한 곳에 몰려있어서 진찰하기도 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모든 피해자들의 몸 속에 다 아까와 같은 죽음의 기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기운은 심맥의 부근에서 맴돌며 환자들의 생기를 점점 삼키는 듯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피해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바로 다들 젊은이라는 것이다. 외모는 다 다른걸 보니 얼굴은 딱히 따지지를 않은 것 같았다.왕이지는 당대 최고의 명의로 불리는 사람으
임건우는 그 문서를 살펴보며 월야파의 수련법인 청련귀수결을 발견했다.이 법문은 분명히 여성들이 수련하는 법문처럼 보였다.그 뒤에는 전송문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문서에는 오직 청련귀수결을 수련한 사람만이 그 전송문을 찾고 열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이와 더불어, 하나의 열쇠도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었다.마지막으로 임건우는 황파의 문양을 봤다.불사조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불사조의 절반 형태와는 조금 달랐다.그 문양을 본 순간, 임건우는 깜짝 놀랐다.이 문양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월야파의 오장로의 반지에서 본 적이 있었다.그 반지 안에 들어 있는 옥패에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임건우는 반지를 꺼내 들었다.“맞아, 내가 그 오장로의 반지와 소유한 본명법보인 조롱박도 가져왔었지.”그 조롱박을 빼앗았기 때문에 월야파 사람들은 그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이걸 보세요!”임건우는 그 옥패를 꺼내며 말했다.백의설도 그 문양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이게 바로 그 열쇠가 아닐까?”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있어요.”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자, 누나가 청련귀수결을 빨리 수련해야 해요. 그 후에 전송문을 찾아보죠. 고대 황파에 들어가면 반드시 큰 성과가 있을 거예요.”“알았어!”백의설은 대답하며 바로 수련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몇 분이 지나자, 임건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백의설의 뒤에서 혈통의 이상한 모습이 떠오르더니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형상이 떠올랐다.백의설이 수련할 때마다 그 형상도 함께 떠오르며 점점 강해져 갔다.“이 혈통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이상하네, 청련귀수결이 아홉 꼬리 혈통에 맞춰져 있는 건가?”임건우는 놀라워하며 생각했다.그가 몰랐던 사실은 바로 그가 추측한 대로였다.월야파의 첫 종주인 송초한은 신수인 아홉 꼬리 여우 혈통을 가진 왕족이었다.그녀
“황파는 고대의 문파야. 나도 옛날에 어떤 노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문파의 창설 배경은 한 절세의 여인 때문이라고 하더군. 그 여인의 이름은 바로 황이야.”“사실 이건 하나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전설에 따르면 황은 고대 신황족 출신으로 신황의 지위를 가진 여성이었어. 하지만 원수의 계략 때문에 육체는 소멸하고, 신혼은 일곱 빛깔의 여와석에 봉인되어 인간 세상에 떠돌게 되었지. 그러던 중 한 소년에게 발견되었어. 그때부터 소년과 황은 뗄 수 없는 인연으로 묶였다고 해.”“황의 도움을 받은 소년은 점차 성장하여 마침내 대제의 자리에 올랐고 황을 위해 문파를 창설했지. 그 문파가 바로 황파야... 그리고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그 대제는 이후 삼천세계의 공주이자 연호의 왕이 되었다고 해.”임건우는 백의설이 말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두근거렸다.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가지가 있었다.그는 뚱냥이를 떠올렸다.그리고 영산 비밀의 경지에서 만났던 그 신녀, 정미현.또 지장왕에 대한 기억도 스쳤다.그들이 남긴 역사 속에는 지울 수 없고, 동시에 아주 중요한 한 인물이 항상 등장했다.바로 연호의 주재자이자 인간 연맹의 맹주였다.여러 증거를 종합해 보면 백의설이 들었던 이야기 속의 대제는 바로 정미현이 애타게 그리워하던 그 맹주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고대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라니!”“고대 시절로 돌아가서 그 대제와 황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그는 알았다.그건 불가능한 일이다.그들은 이제 아마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불사족의 침략으로 수많은 영웅과 호걸들이 목숨을 잃었고 성산과 성지 또한 파괴되었다.심지어 불문의 마지막 정토조차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다.백의설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건우야, 월야파 종주가 석벽에 남긴 유서에 따르면 월야파의 가장 큰 비밀은 바로 황파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뭐라고요?”임건우는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떴다.이건 너무도
각각의 혈구 안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했다.금빛 대호수, 금술 부문, 혼돈 원기가 마치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구성하듯이 펼쳐졌다.그러나 일곱 번째 혈구에 도달했을 때 에너지가 고갈되며 문자의 연쇄적 촉진을 위한 에너지가 부족해졌고 자연히 과정이 멈추었다.임건우는 눈을 뜨며 마주한 백의설의 걱정 어린 눈빛을 보았다.“건우야...”“건우야, 깨어났네. 어때? 단계는 안정됐어?”눈이 마주치자마자 백의설은 다급히 물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안정된 것 같아요.”“건우야, 지금 단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태네. 수련법도 너무 기묘해 보이고.”“결국 돌고 돌아 여전히 금단 같아요.”“금단...”백의설은 그를 유심히 보더니 갑자기 그를 안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괜찮아. 그날의 도전 자체가 기이했잖아. 실패했는데도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야. 너무 낙담하지 마. 다음번엔 좀 더 철저히 준비하면 기회가 더 클 거야.”임건우는 매혹적인 미모를 가진 그녀가 자신을 안는 바람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오랜만에 여성과의 신체 접촉이 주는 묘한 감각에 마음이 요동쳤지만, 그는 태연한 척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며 주변을 살폈다.그는 한쪽에 깔린 모포 위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임하나를 보며 물었다.“내가 얼마나 수련했어요?”“별로 길지 않았어. 이틀 정도?”“이틀이라니!”임건우는 백리 가문의 사람들이 떠올랐다.“어르신이랑 가족들은 괜찮겠죠?”“걱정하지 마. 우리 아버지는 노련한 분이라 잘 대처하실 거야. 이 안개 늪지 같은 곳에서 깊이 들어가진 않으실 거야. 조금만 버티면 월야파 사람들이 떠날 거고 우린 늪지를 빠져나가 다른 길을 찾으면 돼.”백의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천성성은 월야파의 땅이라 돌아갈 수 없겠지만, 다른 문파의 보호 아래 있는 도시로 가면 돼.”“그나저나 대박인 걸 발견했어!”백의설은 그를 이끌고 동굴의 반대편으로 데려갔다.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글자들
월야파의 종주와 윤보라, 대장로 등이 황금 비행차 타고 거대한 비행 요수와 함께 안개 늪지를 향해 임건우를 찾으러 가는 동안, 임건우는 한 언덕에 있는 돌동굴에서 전념해 수련에 몰두하며 자신의 단계를 안정시키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몸속에서 도도히 흘러나오는 찬란한 빛줄기들을 느낄 수 있었다.이 빛줄기들은 금단이 깨진 후 내부에서 흘러나온 진원들이었다.그 안에는 지장왕에게서 이어받은 대위신력이 있었고 천의도법으로 생성된 뇌지의 에너지, 혼돈 나무와 혼돈 구슬로부터 흘러나온 원기의 이상현상, 그리고 고대의 12문자 금술의 조화까지 존재했다.이 모든 것들이 지금 그의 몸속을 돌며 피부와 뼈 사이를 넘나들며 흐르고 있었고, 이 때문에 그의 몸은 내부에서 빛나는 듯 환하게 빛났다.심지어 백의설조차 그의 몸에서 흐르는 무수한 빛줄기의 이상 현상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건우는 도대체 어떤 수련법을 익힌 거야? 어떻게 몸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마치 몸 안에 등이 켜진 것 같아.”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그녀는 감히 손을 뻗어 임건우를 건드리지 못했다.이 순간은 아주 중요한 때였고, 그녀가 부주의하게 손을 댔다가 그가 주화입마에 빠지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기 때문이다.후우... 후우...에너지가 들끓으며 진원이 변모하고 있었다.도도히 흐르는 황금빛 아래, 고대의 수많은 문자가 빼곡히 나타났다.이것이 바로 고대 12문자 금술의 변화였다.원래 금단 내부에 12개의 문자만이 새겨져 있었고, 금단을 둘러싸고 있던 문자들이 지금은 금단이 깨지면서 복제되듯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문자들은 경락을 흐르며 새로운 혈구를 열어갔다.혈구 안에서 문자들이 생성되고 금술이 생성되며 그 안에서 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듯한 변화가 일어나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즉, 지금 임건우의 몸속은 혈구를 금단처럼 사용하고 있는 셈이었다.그리고 몸속의 모든 혈구가 각각 하나의 금단이 된 것이었다.‘몸 안에 혈구가 몇 개나 있다고?’그는 이 숫자를 생각
“오장로라고?”소주민은 눈앞의 시신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형체가 망가져 있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네, 맞습니다.”윤보라는 오장로의 제자로서 스승의 모습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금방 시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스승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앞두고도 별다른 슬픔을 보이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집안, 즉 윤씨 가문의 사람들이 뇌겁에 휩쓸려 사망한 모습을 봤다.그들 중에는 그녀의 할아버지, 부모님, 여동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하지만 윤보라는 단 한 방울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마치 그들이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인 것처럼 보였다.실제로도 그랬다.윤보라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고, 보잘것없는 한 권의 초라한 무공서로도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그 때문에 월야파의 눈에 들어 문파에 입문하게 되었고, 그 후 그녀의 성격도 변화하기 시작했다.자신을 고귀하다고 느끼며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가 생겼고 가문을 향한 불만도 커졌다.윤씨 가문의 낮은 출신과 보잘것없는 배경은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다른 명문가 출신 제자들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이번에 신녀의 전승을 얻게 된 이후, 그녀의 성격은 더욱 변화했다.이제 그녀에게 월야파 종주조차 비위를 맞추려 했으니 월야파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었다.윤씨 가문의 가족들은 더더욱 그녀의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죽었으면 죽은 거지.”“하지만 감히 우리 윤씨 가문을 멸문하다니 이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이때, 월야파 종주 소주민은 체면도 없이 오장로의 시신을 뒤지기 시작했다.그가 찾는 것은 장검박과 저장 반지였다.특히 저장 반지였다.방금 윤보라에게 들은 바로는 신녀가 그녀에게 전승을 줄 때 하나의 옥패도 함께 건네주었다고 했다.그 옥패는 오래된 문파의 거대한 비밀과 관련되어 있었으며 윤보라는 페관 수련에 들어가면서 임시로 스승에게 그 옥패를 맡겼다고 했다.하지만 이제 오장로가 갑
임건우는 주변 상황에 개의치 않았다.그는 자신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몸속의 진원이 사방으로 흩어져 전신에 퍼져있었고 하나로 모아지 않았다.금단은 아주 커다란 호수처럼 변해 있었다.사실, 뇌겁을 넘을 때 이미 그의 금단은 산산이 부서졌다.그는 천의도법에 기록된 내용을 떠올렸다.금단을 깬 뒤에는 원영이여야 하며 뇌겁을 넘는 과정이 바로 금단이 깨지고 원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적혀 있었다.하지만 그는 금단이 깨졌을 때 원영이 형성되지 않았고, 정말로 금단이 깨진 달걀처럼 내부 내용물이 흘러나와 호수처럼 퍼져버린 것이다.그래서 진원을 모아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누나, 이걸 드릴게요.”임건우는 당장이라도 페관 수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사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는 반드시 페관 수련에 들어가야만 했다.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백의설에게 임하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백의설은 젖이 나지 않았기에 임건우는 생명 원천을 꺼내 임하나의 일상적인 젖으로 사용하게 했다.그리고 그를 끝까지 따라와 준 백의설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그녀의 헌신이 없었다면 임건우가 페관 수련을 오래 해야 할 경우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게 되어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모든 것을 정리하고 맡긴 뒤, 임건우는 곧바로 다리를 교차시키고 앉아 진원을 운용하기 시작했다.천성성 안에서 황금 비행차가 백리 가문의 옛 저택에 착륙했다.월야파 제자들은 안에서 마구잡이로 재산을 약탈하고 있었다.천성성 최고 명문가로 손꼽히는 백리 가문은 그야말로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내부에서 대형 상자째로 옮겨지는 영석과 희귀 약재들은 대장로를 흡족하게 만들었다.그는 태사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이번에 온 보람이 있군!”“천성성의 작은 세가문 정도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재산을 쌓을 줄이야.”“그런데...”“잠깐!”대장로는 갑자기 몸을 곧추세우며 눈빛을 번뜩였다.백리 가문 집안에 이렇게 많은 보물이
백의설은 복수심에 불타오르며 나서는 가문 사람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감정적으로 용서하기 어려웠다.앞으로 나아갈수록 안개는 점점 짙어졌다.백의설은 수련 경지가 임건우보다 높았지만, 길을 찾는 데는 아주 무작정 헤매는 수준이었다.그녀는 늪지의 지형을 따라 아무렇게나 걷다가 곧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그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독에 중독된 것이다.반면 임건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심지어 그의 딸 임하나도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중독의 흔적조차 없었다.이는 임건우가 본래 천의도법의 계승자로서 몸에 고대 금술인 12 부적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혼돈 나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기 때문이었다.일반적인 독소는 그를 전혀 해칠 수 없었다.게다가 임하나는 자연 신격으로 보호받고 있었기에 더욱 안전했다.“건우야, 나 독에 중독된 것 같아!”“누나는 아기만 데리고 뒤로 물러나세요. 저는 신경 쓰지 말고요.”백의설은 진원을 돌리며 독소에 맞섰지만, 진원을 돌릴수록 중독 증상이 점점 더 심해졌다.곧 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흐릿해져 걸음조차 제대로 뗄 수 없었다.임건우는 서둘러 대해장단 한 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백의설은 대해장단을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이... 이게 대해장단이야? 건우야, 네가 이런 고급 단약을 어디서 구했어? 이거 하나 얻으려고 우리 백리 가문이 한때 재산 절반을 쏟아부었었는데.”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어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이 단약은 그렇게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마 약신궁에서 바가지를 씌운 거겠죠. 제게는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전부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너, 설마 연단사야?”백의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임건우는 단약을 그녀의 입에 직접 넣어주었다.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닿았지만, 임건우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들어가자고?”“지선도 들어갔다가 미쳐서 나온 곳인데 네가 들어간다고?”대장로는 그 제자를 향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 안에선 기본 실력도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죽으러 가는 거야. 어차피 백리 가문 사람들은 죽든 살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 돌아가서 윤씨 가문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라. 그리고 백리 가문의 재산은 몰수하도록 해라.”월야파 제자들은 이 지옥 같은 곳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대장로의 말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뻐하는 얼굴로 떠나갔다.다만 대장로는 몇몇 제자들을 길목에 남겨 일주일간 이곳을 지키도록 명령했다.“월야파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았어.”백의설은 뒤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 황금 비행차가 멀리 날아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월야파가 데리고 온 사람들의 실력은 너무 강대했다.백리 가문으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다.짧은 충돌에도 백리 가문은 이미 10여 명의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는 훨씬 많았다.“여보, 여보, 제발 버텨요. 당신 없으면 나랑 아이는 어떡하라고요...”“엄마, 정신 차려요. 가주님, 제발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뭐든 다 바치겠습니다!”“아기 아빠, 다리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이대로는 다리를 못 쓰게 될지도 몰라요!”주변에서 울부짖고 신음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백리 가문은 이번 전투로 심각한 피해를 보았고 직계 가족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특히 암위는 가장 먼저 희생당했다.원래 3000명이 넘었던 암위는 이제 300명도 채 남지 않았다.잃어버린 백리 가문의 재산은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임건우는 이 광경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그는 자신의 공간 반지에서 몇 병의 치유 성약을 꺼내 백의설에게 건넸다.“누나, 이건 대회춘단입니다. 상처 입은 가족들에게 이걸 먹이세요. 아직 숨이 붙어 있다면 모두 살릴 수 있을 겁니다.”그러나 곧 불협화음이 들려왔다.한 사람이 대회춘단을 받자마자 그것을 늪지대에
월야파의 대장로는 단연 선봉에서 백리 가문의 사람들을 학살했다.그들은 백리 가문에게 말 한마디 나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엄청난 힘이야!”“이 자, 천성성의 대공양보다 더 강하군!”임건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지금 나설 수 없었다.방금 뇌겁을 넘긴 그는 혼돈 나무가 천기를 차단한 덕분에 뇌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그 결과, 그는 뇌겁을 통과했다고는 하나, 뇌겁 금광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현재 그의 수련 상태는 원래의 원영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아주 기묘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지금 당장 그는 자신의 수련 상태를 안정시키는 시간이 절실했다.그렇지 않으면 단계가 오르기는커녕 다시 금단 단계로 퇴보할 위험이 있었다.그는 임하나를 안고 있었다.움직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백리 가문의 사람들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그들은 이미 마음속에 쌓여 있던 원망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 임 도련님! 당신 그렇게 강하다고 하지 않았어? 천성성의 대공양까지 죽일 정도의 절세 고수라면서! 그런데 지금 멍하니 서 있기만 하고 뭐 하는 거야? 빨리 움직이지 않고!”임건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백의설마저도 조급해졌다.“건우야! 무슨 일이지?”임건우는 무력하게 대답했다.“방금 뇌겁을 치르며 약간의 상처를 입었어요. 지금 진원이 흩어져 움직일 수 없어요.”“아...”백의설은 그제야 깨달았다.임건우가 뇌겁을 치른 후 뇌겁 금광 속에서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리고 뇌겁 금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뇌겁이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더 이상한 점은 뇌겁이 실패하면 보통 즉시 재가 되어 사라져야 하는데 임건우는 어떻게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백의설은 더욱 초조해졌다.그녀는 이전에 임건우가 대공양을 쉽게 죽인 모습을 보고 월야파의 사람들과 어느 정도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안개 늪지로 들어가요! 빨리!”임건우가 크게 외쳤다.“안개 늪지로 들어가라고? 거기 들어가 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