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하의 사무실로 들어온 임건우는 핸드폰에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자 혹시나 나중에 유가연에게 연락을 못할가봐 이청하한테 부탁하여 충전을 하였다.충전한지 3분도 안 되어, 간호사 한 명이 급하게 달려왔다.“이 주임님, 중해에서 초청한 전문가팀이 도착하였습니다. 류 부원장님께서 주임님더러 회의를 열라고 하시네요.”“알겠어.” 대답을 마친 이청하는 임건우에게 말했다. “저랑 같이 가서 함께 들으시죠.”임건우도 이에 반박하지 않았다. 이청하는 그에게 흰 가운도 입혀주면서 그를 자신의 조수처럼 보이게 하였다. 혹시나 누군가가 먼저 선수 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그렇게 회의실에 도착했다.10여명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도착하여 앉아있었다. 속삭이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고 열심히 듣는 사람도 있었다. 임건우는 이청하의 뒤쪽에 서있어서 사람들이 그닥 신경 쓰지를 않았다. 이때 임건우는 이청하의 서류를 꺼내들더니 훑어보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불룩한 배를 지닌 한 중년이 들어오더니 기침을 한번 하고는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기 시작하자 바로 입을 뗐다. “여러분, 저희 병원의 회전을 돕기 위해 중해시에서 전문가팀이 와주셨습니다. 뜨거운 박수로 맞이해주시죠.”“짝짝짝!”그러고는 가장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임건우는 어리둥절했다. 중해에서 왔다는 그 전문가팀은 아직 본적도 없는데 대뜸 박수를 치라니. 이때 이청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이 바로 강주제1병원 부원장, 류명성이에요.”그렇게 3초가 흐른 후에야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오기 시작했다.총 일곱 명이었는데, 가장 처음으로 들어온 사람은 키 큰 젊은이로 나이가 서른살도 안 돼보였다. 검정색 테두리의 안경과 수트를 장착한 그는 또각또각하는 구두소리와 함께 걸어 들어왔다. 심지어 외모마저 수려한게 연예인의 느낌도 조금 났다.“짝짝짝!”임건우와 이청하도 따라서 박수를 쳤지만 이미 머릿속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그들의 오로지 서류속에 적힌 환자들의 상황에만
스으윽-순간 회의실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이청하와 임건우를 향했다. 이청하는 이 병원의 의사이고 입원부의 주임이라 다들 익숙하긴 하지만, 임건우는 낯선 존재라 사람들이 수군댔다.“저 의사는 진짜 낯선데? 나 왜 한번도 본 적이 없지? 넌 본 적 있어?”“나도 못 봤는데. 우리 병원에 이런 사람이 있었나?”“설마 새로 온 분이신가?”하도 많은 사람들이 수군대다보니 이청하도 그들의 얘기가 들렸다. 그녀는 순간당황하였다.하지만 그녀는 강주 명의의 손녀로서 특별한 존재라 임건우의 정체가 드러나는게 두렵지는 않았다.한편 방명철은 이들의 얘기를 듣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임건우를 보더니 물었다. “선생님, 듣자하니 선생님께서 꽤 진료를 잘하신다고요? 저희들한테 좀 얘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이 기회에 자기소개도 한번 해주시죠.”임건우는 고개를 젓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전 아직 환자를 본 적이 없는데요. 딱히 할 얘기는 없습니다.”방명철은 놀란 척 말했다. "환자를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여기 회의실로 들어오신거죠? 저희는 지금 환자들을 위한 긴급회의를 하고있는데 선생님께선 환자들을 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회전을 하신다는거죠?”그러자 류명성 부원장이 저벅저벅 다가오더니 임건우에게 물었다. “당신 누구야? 우리 병원 의사도 아니잖아.” 임건우가 대답했다. "맞아요. 이 병원 의사 아닙니다.”류명성은 깜짝 놀랐다. "뭐라고? 당신 그럼 어떻게 들어왔어? 아, 알겠네. 우리 이 주임이 이뻐가지고 맘에 들어서 같이 잘해보려고 접근한거야? 요즘 젊은이들은 겁도 없네? 못 하는게 없어. 당장 나가!”회의실의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경멸하는 눈빛으로 임건우를 쳐다봤다. 이를 듣고 있던 이청하는 당황하여 얼굴이 빨개지더니 벌떡 일어나 말했다. “부원장님, 이 사람 제가 데리고 온겁니다. 제가 직접 요청해서 데려온 사람이라고요. 같이 상황 체크해줄겁니다.”“뭐?”류명성은 놀랐다. 하지만 이청하의 배후에는 명의 이흥방이 있었고 나중에 그의 도움을 받기 위
사람들의 시선은 임건우의 손목으로 향했고 그것은 역시나 백달페리였다.하지만 이와 어울리지 않게 그가 입고 있는 옷은 싸구려여서 가운을 겉에 걸쳐도 여전히 초라해보였다.사람들은 다들 뭔가 깨달은 듯 했다.임건우는 의사가 아니라 누군가의 이름을 빌려 살아가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서 여태 이청하를 속인것이라고. 이청하는 이 병원에서도 미인으로 꼽혀 그녀를 안 좋아하는 남자 의사는 거의 없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지금 이 상황이 어이 없었다.“정말 오래 살고도 볼 일이네. 이젠 사기꾼들이 하다하다 사람을 속여서 병원 회전실까지 들어오는거야? 정말 대단하다. 당장 꺼져. 여긴 위급한 환자들을 살려내야 하는 엄숙한 장소야. 당신이 껴서 사기 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그래! 옷은 4만원도 안되는 싸구려를 입고는 4억짜리 백달페리 시계를 찬다고?참 열심히도 생각해냈네. 이 선생님, 남자를 볼 때 좀 신중하셔야 돼요.”“남자친구든 아니든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닌데, 의료진도 아닌 사람을 들여보내는건 좀 너무한거 아닌가요? 여기가 영화관도 아니고, 연애하실거면 밖에 나가서 하시던지요.”이청하에게 주임 직을 뺏겼던 한 남자 의사는 기회를 잡고 거침없이 그녀에게 막말을 하였다.임건우는 자신의 시계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고리문에게서 선물 받은 이 백달페리 시계 하나 때문에 이렇게 공격을 받을줄은 생각도 못했다.“이 시계는 진품입니다.”그는 담담히 말했다. 주위의 사람들을 한번 쓰윽 훑어보고는 이청하에게 말했다. “됐어요. 여기 있어봤자 시간만 낭비해요. 전 그냥 가서 환자들을 확인해볼게요.”그러고는 바로 자리를 떴다.그는 정말로 이 곳에서 더이상 회의를 듣고 싶지 않았다. 빨리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해서 도울 수 있으면 도우고 안되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는 얼른 레디슨 호텔로 향해 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었다.“당신이 환자들을 봐? 이봐,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이젠 당신 정체도 다 들통 났는데 아직까지도 뻔뻔하게 우기는거야?” 방명철은 이
“뭐야?”“왕이지 선생님께서 글쎄 저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고작 어린 나이인데...도대체 쟤가 뭐길래?”“이 사기꾼아, 사람 속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청하도 속이더니 감히 왕이지 선생님까지 속여? 내가 니 놈의 가면을 제대로 벗겨줄테야.”방명철은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는 너무 열 받은 나머지 얼굴에는 경련을 일으켰다.이 상황을 그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한편, 이청하도 이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왕이지는 그녀의 할어버지보다도 명성이 뛰어난 분이시고 심지어 두 분은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셨다. 이흥방은 전부터 항상 자신은 왕이지만큼 훌륭하지는 못하다고, 왕이지야말로 최고의 명의라고 몇번이나 극찬하였다.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명의마저 임건우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니, 도대체 그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크게 놀란 이청하는 임건우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병원 원장인 원량평은 멍한 표정을 하고는 급히 달려와 물었다. "왕 선생님, 이 분은...”왕이지가 말했다. “임 선생님의 의술은 아주 뛰어납니다. 저보다 몇배나 대단하신 분이시죠. 임 선생님께서 여기에 계신다니 저는 안심하고 저의 자리를 그에게 넘겨줄 것입니다.”“뭐라고요?”“이게 뭔 일이래.”사람들은 놀란 나머지 큰 소리로 웅성댔다. 진짜 꿈만 같았다.분명 왕이지 그 분은 진정한 명의인데 말이다.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과거에 왕이지는 여 씨네한테서 크게 한번 당했었다. 여윤건의 실수로 인해 왕이지가 목숨을 잃을뻔 했었다. 그때 임건우가 뛰어난 의술로 그를 구해준 것이었다. 그로부터 왕이지는 임건우를 모시게 된 것이었다.임건우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여윤건은 인차 죽었을 것이다. 트라우마를 지니게 될 왕건우는 더이상 의사를 믿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눈치를 챈 원량평이 입을 떼려는 순간, 방명철이 다가왔다. “왕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전 중해병원의 방명철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중해에서 파견한 전문가 팀의 팀장이기도 하고요.
언짢기도 하면서 난감하기도 했다. 임건우는 유부남인데 말이다.임건우는 웃으며 말했다. "농담도 참, 전 이미 결혼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왕이지가 말했다. "결혼했든 말든 뭔 상관이에요? 언제든지 이혼해도 되는거고. 정 안되면 아랍 국적이라도 따시죠. 제가 그쪽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임건우는 말문이 막혔다. "...” 이청하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감은 그야말로 장난기가 가득했다.곧이어, 그들은 병실에 도착하였다.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의 상황은 비교적 특수하여 다들 한 병구에 배치하여 쉽게 살펴볼 수가 있었다.처음 만나본 환자는 마른 체형의 젊은 여성이었다.옆에서는 어머니가 간호하고 계셨는데 눈은 벌겋게 부었고 멘탈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부모님들한텐 자식이 가장 소중한 존재인데 이런 비극을 맞이하었으니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이 환자의 성함은 차매홍이고, 강주공상학원의 학생으로서 반에서는 학습위원을 맡고있대요. 가장 먼저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이고 현재 상황은 좀 심각합니다.”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의사 선생님, 우리 딸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설마 얼마전에 죽은 그 두 여자애들처럼...”어머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매홍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두 눈은 뒤집어졌고 입에는 거품을 물고 있었다.“아악! 선생님, 선생님. 제발 살려주세요. 얼른요!” 이청하는 급히 환자의 상황을 체크하였고 화면의 심박수 수치를 확인해보니 이미 한줄의 직선이 그려져있었다.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왕이지 또한 속수무책이었다.임건우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영혼이 완전히 빠져나간 한껏 허약해진 여자 아이를 바라봤다.그때, 그가 갑자기 나섰다.한 손으로 인결을 누르더니 단번에 그녀의 영혼을 잡고는 다시 육체로 돌려보내려 했다.“다시 몸으로 들어가라!”바로 이때, 임건우는 소녀의 원음이 이미 사라질대로 다 사라지고 육체는 거의 무너지기 직전인 것을 발견하였다. 육체
“살았어. 정말 다시 살아났어!”“대체 어떻게 한거지? 저 의사 진짜 대단하네. 난 당연히 죽은 줄 알았어.”이를 지켜보던 다른 환자들의 가족들은 차매홍의 심장이 다시 뛰는 것을 보고는 일일이 몰려들어서 수군수군댔다. 이때 이청하가 막아섰다. “다들 조용히 하시고 뒤로 물러서주세요.”한편 임건우는 망기를 통해 차매홍의 몸을 파괴한 주원인을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소녀를 둘러싼 괴상하고도 어두운 죽음의 기운이었다.바로 이 죽음의 기운이 소녀의 몸을 서서히 파고들어 원음을 잃고 몸을 허약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소녀가 점점 죽음으로 향했던 것이다. 이청하는 임건우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보고는 물었다. “왜 그래요? 혹시 뭔가를 발견하신거예요? 이 아이, 살릴 수 있는건가요?”임건우는 대답은 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을 하였다. "경찰들은 사건의 진범을 찾았나요?” 이청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인 것 같아요.”한편에서 듣고 있던 왕이지가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범인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웬만해선 잡을 수가 없다고 하던데요. 아, 맞다. 진남아가 이번 사건 담당 형사라고 하던데 제가 가서 물어볼가요?”임건우가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번 사건 쉽지는 않을거예요.” 이청하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진남아가 누군데요?”임건우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눈이 정수리에 달린 한 여자가 있어. 그 여자에 대해서 신경 쓸 필요는 없고, 난 먼저 가서 다른 환자들 좀 볼게. 다 보고 나서 어떻게 치료할지 생각해보지 뭐.”환자들이 모두 한 곳에 몰려있어서 진찰하기도 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모든 피해자들의 몸 속에 다 아까와 같은 죽음의 기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기운은 심맥의 부근에서 맴돌며 환자들의 생기를 점점 삼키는 듯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피해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바로 다들 젊은이라는 것이다. 외모는 다 다른걸 보니 얼굴은 딱히 따지지를 않은 것 같았다.왕이지는 당대 최고의 명의로 불리는 사람으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떤 이들은 여전히 임건우가 나락하는 모습을 기다렸다.왕이지에게 제대로 뺨을 맞은 방명철은 특히나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 임 씨, 무조건 사기꾼이라니까. 사람 속이는거에 아주 교활한 사람이야. 대체 어떻게 왕 선생님까지 속인거지?” 씩씩 대며 말하고는 왕이지와 함께 왔던 두 중년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두 분도 임건우에 대해서 잘 아시나요?”이 두 중년은 왕이지의 제자였는데 그들 또한 어리둥절했고 임건우를 한번도 보지를 못했었다. 평소에 스승을 모시는 것에 익숙했던 그들 역시 갑자기 자신들보다 어린 사람을 모시려니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그 중 한명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희도 처음 봬요. 국내에 저렇게 대단한 젊은 의사가 있었단걸 저희도 몰랐어요.”방명철은 말했다. "그럼 틀림없는거죠. 저 놈은 분명 수를 써서 왕 선생님을 속이는거예요. 최면같은 괴이한 방법이라도 썼을 수도 있어요.”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방명철의 주장은 좀 과하다 싶었다.하지만 임건우의 어린 나이에, 왕이지가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게 더욱 믿기지 않은 일이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다 병원의 엘리트들이라 이 상황이 더더욱 믿기지 않았다.이때 이청하가 나오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갑자기 몰려들었다.“이 주임, 상황은 어때? 왕 선생님이랑 그 임 선생님, 방법 찾았어?” 원장인 원량평이 물었다. 이청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린 처방전을 내밀었다. “임건우가 방금 처방전을 써냈어요. 지금 얼른 가서 컴퓨터로 처방하고 바로 약을 달이려고요. 빨리 할 수록 좋거든요.”“봐봐!”방명철은 급히 이청하의 손에 들린 처방전을 뺏어냈다.그의 이런 행동에 이청하는 매우 불쾌했다.그 순간, 방명철은 비웃기 시작했다: "이게 어딜 봐서 임건우가 쓴 처방전이야? 누가 봐도 왕 선생님이 쓰신거잖아. 다들 봐봐요, 아래에 왕 선생님 싸인도 있잖아요. 청하야, 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왜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들을 혼란시키려고
순간, 유가연은 온몸의 힘이 빠지는 듯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이 차가워났고 속상해서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다.그녀는 단단히 마음 먹고 오늘 밤 제대로 덮치려고 그동안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은 예상치도 못했다. 내 남자가 자신을 속이고 다른 여자한테 가있다니.그녀는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고 그를 차단하고 싶었다.그 후로 둘은 서로 멀리 떨어져지내며 만나지를 않았다.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유가연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그녀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그 사람이 거길 뭐 하러 갔어?" 유가연은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말을 내뱉고나니 자신이 너무 어리석어보였다. 그래도, 이렇게 늦은 시간에 핸드폰이 다른 여자한테 있다는데 뭘 망설여? 그냥 끝장 보는거지.이청하는 대답했다. “건우씨는 지금 환자들 상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없으시다면 끊겠습니다. 나중에 건우씨더러 다시 연락 드리라고 할게요. 지금은 다들 너무 바빠서요.”유가연은 어이 없고 기가 막혀 눈물을 머금고는 실소하였다. “이청하, 넌 내가 바보인줄 알아? 임건우가 어떤 사람인지 너보다 내가 만 배는 더 잘 알아. 그 사람이 지금 진단을 하고있다고? 그럴거면 차라리 산부인과에 있다고 말하지 그러니? 너 너무 뻔뻔한거 아니야?” 키보드를 두드리던 이청하의 손은 순간 굳었고 당황하여 어쩔 바를 몰랐다. “유가연씨, 기어코 그렇게 믿고 싶으시면 저도 더이상 할 말은 없네요. 하지만 제가 명확히 하고싶은건 당신은 건우씨랑 어울리지도 않아요.”말이 끝나자마자 이청하는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던지고는 다시 컴퓨터로 돌아와 계속하여 처방전을 써내렸다. 처방전이 다 내려진 후 곧바로 약방으로 달려가 재촉하였다. 피해자들의 몸이 이미 많이 허약해져 몸의 정기가 계속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1분이라도 빨리 하면 그 피해자들에게 1분이라도 더 살 수 있는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사무실을 떠나려는 순간, 그녀는 임건우에게 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