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하의 사무실로 들어온 임건우는 핸드폰에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자 혹시나 나중에 유가연에게 연락을 못할가봐 이청하한테 부탁하여 충전을 하였다.충전한지 3분도 안 되어, 간호사 한 명이 급하게 달려왔다.“이 주임님, 중해에서 초청한 전문가팀이 도착하였습니다. 류 부원장님께서 주임님더러 회의를 열라고 하시네요.”“알겠어.” 대답을 마친 이청하는 임건우에게 말했다. “저랑 같이 가서 함께 들으시죠.”임건우도 이에 반박하지 않았다. 이청하는 그에게 흰 가운도 입혀주면서 그를 자신의 조수처럼 보이게 하였다. 혹시나 누군가가 먼저 선수 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그렇게 회의실에 도착했다.10여명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도착하여 앉아있었다. 속삭이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고 열심히 듣는 사람도 있었다. 임건우는 이청하의 뒤쪽에 서있어서 사람들이 그닥 신경 쓰지를 않았다. 이때 임건우는 이청하의 서류를 꺼내들더니 훑어보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불룩한 배를 지닌 한 중년이 들어오더니 기침을 한번 하고는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기 시작하자 바로 입을 뗐다. “여러분, 저희 병원의 회전을 돕기 위해 중해시에서 전문가팀이 와주셨습니다. 뜨거운 박수로 맞이해주시죠.”“짝짝짝!”그러고는 가장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임건우는 어리둥절했다. 중해에서 왔다는 그 전문가팀은 아직 본적도 없는데 대뜸 박수를 치라니. 이때 이청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이 바로 강주제1병원 부원장, 류명성이에요.”그렇게 3초가 흐른 후에야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오기 시작했다.총 일곱 명이었는데, 가장 처음으로 들어온 사람은 키 큰 젊은이로 나이가 서른살도 안 돼보였다. 검정색 테두리의 안경과 수트를 장착한 그는 또각또각하는 구두소리와 함께 걸어 들어왔다. 심지어 외모마저 수려한게 연예인의 느낌도 조금 났다.“짝짝짝!”임건우와 이청하도 따라서 박수를 쳤지만 이미 머릿속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그들의 오로지 서류속에 적힌 환자들의 상황에만
스으윽-순간 회의실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이청하와 임건우를 향했다. 이청하는 이 병원의 의사이고 입원부의 주임이라 다들 익숙하긴 하지만, 임건우는 낯선 존재라 사람들이 수군댔다.“저 의사는 진짜 낯선데? 나 왜 한번도 본 적이 없지? 넌 본 적 있어?”“나도 못 봤는데. 우리 병원에 이런 사람이 있었나?”“설마 새로 온 분이신가?”하도 많은 사람들이 수군대다보니 이청하도 그들의 얘기가 들렸다. 그녀는 순간당황하였다.하지만 그녀는 강주 명의의 손녀로서 특별한 존재라 임건우의 정체가 드러나는게 두렵지는 않았다.한편 방명철은 이들의 얘기를 듣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임건우를 보더니 물었다. “선생님, 듣자하니 선생님께서 꽤 진료를 잘하신다고요? 저희들한테 좀 얘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이 기회에 자기소개도 한번 해주시죠.”임건우는 고개를 젓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전 아직 환자를 본 적이 없는데요. 딱히 할 얘기는 없습니다.”방명철은 놀란 척 말했다. "환자를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여기 회의실로 들어오신거죠? 저희는 지금 환자들을 위한 긴급회의를 하고있는데 선생님께선 환자들을 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회전을 하신다는거죠?”그러자 류명성 부원장이 저벅저벅 다가오더니 임건우에게 물었다. “당신 누구야? 우리 병원 의사도 아니잖아.” 임건우가 대답했다. "맞아요. 이 병원 의사 아닙니다.”류명성은 깜짝 놀랐다. "뭐라고? 당신 그럼 어떻게 들어왔어? 아, 알겠네. 우리 이 주임이 이뻐가지고 맘에 들어서 같이 잘해보려고 접근한거야? 요즘 젊은이들은 겁도 없네? 못 하는게 없어. 당장 나가!”회의실의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경멸하는 눈빛으로 임건우를 쳐다봤다. 이를 듣고 있던 이청하는 당황하여 얼굴이 빨개지더니 벌떡 일어나 말했다. “부원장님, 이 사람 제가 데리고 온겁니다. 제가 직접 요청해서 데려온 사람이라고요. 같이 상황 체크해줄겁니다.”“뭐?”류명성은 놀랐다. 하지만 이청하의 배후에는 명의 이흥방이 있었고 나중에 그의 도움을 받기 위
사람들의 시선은 임건우의 손목으로 향했고 그것은 역시나 백달페리였다.하지만 이와 어울리지 않게 그가 입고 있는 옷은 싸구려여서 가운을 겉에 걸쳐도 여전히 초라해보였다.사람들은 다들 뭔가 깨달은 듯 했다.임건우는 의사가 아니라 누군가의 이름을 빌려 살아가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서 여태 이청하를 속인것이라고. 이청하는 이 병원에서도 미인으로 꼽혀 그녀를 안 좋아하는 남자 의사는 거의 없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지금 이 상황이 어이 없었다.“정말 오래 살고도 볼 일이네. 이젠 사기꾼들이 하다하다 사람을 속여서 병원 회전실까지 들어오는거야? 정말 대단하다. 당장 꺼져. 여긴 위급한 환자들을 살려내야 하는 엄숙한 장소야. 당신이 껴서 사기 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그래! 옷은 4만원도 안되는 싸구려를 입고는 4억짜리 백달페리 시계를 찬다고?참 열심히도 생각해냈네. 이 선생님, 남자를 볼 때 좀 신중하셔야 돼요.”“남자친구든 아니든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닌데, 의료진도 아닌 사람을 들여보내는건 좀 너무한거 아닌가요? 여기가 영화관도 아니고, 연애하실거면 밖에 나가서 하시던지요.”이청하에게 주임 직을 뺏겼던 한 남자 의사는 기회를 잡고 거침없이 그녀에게 막말을 하였다.임건우는 자신의 시계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고리문에게서 선물 받은 이 백달페리 시계 하나 때문에 이렇게 공격을 받을줄은 생각도 못했다.“이 시계는 진품입니다.”그는 담담히 말했다. 주위의 사람들을 한번 쓰윽 훑어보고는 이청하에게 말했다. “됐어요. 여기 있어봤자 시간만 낭비해요. 전 그냥 가서 환자들을 확인해볼게요.”그러고는 바로 자리를 떴다.그는 정말로 이 곳에서 더이상 회의를 듣고 싶지 않았다. 빨리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해서 도울 수 있으면 도우고 안되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는 얼른 레디슨 호텔로 향해 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었다.“당신이 환자들을 봐? 이봐,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이젠 당신 정체도 다 들통 났는데 아직까지도 뻔뻔하게 우기는거야?” 방명철은 이
“뭐야?”“왕이지 선생님께서 글쎄 저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고작 어린 나이인데...도대체 쟤가 뭐길래?”“이 사기꾼아, 사람 속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청하도 속이더니 감히 왕이지 선생님까지 속여? 내가 니 놈의 가면을 제대로 벗겨줄테야.”방명철은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는 너무 열 받은 나머지 얼굴에는 경련을 일으켰다.이 상황을 그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한편, 이청하도 이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왕이지는 그녀의 할어버지보다도 명성이 뛰어난 분이시고 심지어 두 분은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셨다. 이흥방은 전부터 항상 자신은 왕이지만큼 훌륭하지는 못하다고, 왕이지야말로 최고의 명의라고 몇번이나 극찬하였다.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명의마저 임건우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니, 도대체 그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크게 놀란 이청하는 임건우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병원 원장인 원량평은 멍한 표정을 하고는 급히 달려와 물었다. "왕 선생님, 이 분은...”왕이지가 말했다. “임 선생님의 의술은 아주 뛰어납니다. 저보다 몇배나 대단하신 분이시죠. 임 선생님께서 여기에 계신다니 저는 안심하고 저의 자리를 그에게 넘겨줄 것입니다.”“뭐라고요?”“이게 뭔 일이래.”사람들은 놀란 나머지 큰 소리로 웅성댔다. 진짜 꿈만 같았다.분명 왕이지 그 분은 진정한 명의인데 말이다.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과거에 왕이지는 여 씨네한테서 크게 한번 당했었다. 여윤건의 실수로 인해 왕이지가 목숨을 잃을뻔 했었다. 그때 임건우가 뛰어난 의술로 그를 구해준 것이었다. 그로부터 왕이지는 임건우를 모시게 된 것이었다.임건우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여윤건은 인차 죽었을 것이다. 트라우마를 지니게 될 왕건우는 더이상 의사를 믿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눈치를 챈 원량평이 입을 떼려는 순간, 방명철이 다가왔다. “왕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전 중해병원의 방명철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중해에서 파견한 전문가 팀의 팀장이기도 하고요.
언짢기도 하면서 난감하기도 했다. 임건우는 유부남인데 말이다.임건우는 웃으며 말했다. "농담도 참, 전 이미 결혼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왕이지가 말했다. "결혼했든 말든 뭔 상관이에요? 언제든지 이혼해도 되는거고. 정 안되면 아랍 국적이라도 따시죠. 제가 그쪽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임건우는 말문이 막혔다. "...” 이청하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감은 그야말로 장난기가 가득했다.곧이어, 그들은 병실에 도착하였다.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의 상황은 비교적 특수하여 다들 한 병구에 배치하여 쉽게 살펴볼 수가 있었다.처음 만나본 환자는 마른 체형의 젊은 여성이었다.옆에서는 어머니가 간호하고 계셨는데 눈은 벌겋게 부었고 멘탈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부모님들한텐 자식이 가장 소중한 존재인데 이런 비극을 맞이하었으니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이 환자의 성함은 차매홍이고, 강주공상학원의 학생으로서 반에서는 학습위원을 맡고있대요. 가장 먼저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이고 현재 상황은 좀 심각합니다.”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의사 선생님, 우리 딸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설마 얼마전에 죽은 그 두 여자애들처럼...”어머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매홍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두 눈은 뒤집어졌고 입에는 거품을 물고 있었다.“아악! 선생님, 선생님. 제발 살려주세요. 얼른요!” 이청하는 급히 환자의 상황을 체크하였고 화면의 심박수 수치를 확인해보니 이미 한줄의 직선이 그려져있었다.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왕이지 또한 속수무책이었다.임건우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영혼이 완전히 빠져나간 한껏 허약해진 여자 아이를 바라봤다.그때, 그가 갑자기 나섰다.한 손으로 인결을 누르더니 단번에 그녀의 영혼을 잡고는 다시 육체로 돌려보내려 했다.“다시 몸으로 들어가라!”바로 이때, 임건우는 소녀의 원음이 이미 사라질대로 다 사라지고 육체는 거의 무너지기 직전인 것을 발견하였다. 육체
“살았어. 정말 다시 살아났어!”“대체 어떻게 한거지? 저 의사 진짜 대단하네. 난 당연히 죽은 줄 알았어.”이를 지켜보던 다른 환자들의 가족들은 차매홍의 심장이 다시 뛰는 것을 보고는 일일이 몰려들어서 수군수군댔다. 이때 이청하가 막아섰다. “다들 조용히 하시고 뒤로 물러서주세요.”한편 임건우는 망기를 통해 차매홍의 몸을 파괴한 주원인을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소녀를 둘러싼 괴상하고도 어두운 죽음의 기운이었다.바로 이 죽음의 기운이 소녀의 몸을 서서히 파고들어 원음을 잃고 몸을 허약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소녀가 점점 죽음으로 향했던 것이다. 이청하는 임건우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보고는 물었다. “왜 그래요? 혹시 뭔가를 발견하신거예요? 이 아이, 살릴 수 있는건가요?”임건우는 대답은 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을 하였다. "경찰들은 사건의 진범을 찾았나요?” 이청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인 것 같아요.”한편에서 듣고 있던 왕이지가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범인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웬만해선 잡을 수가 없다고 하던데요. 아, 맞다. 진남아가 이번 사건 담당 형사라고 하던데 제가 가서 물어볼가요?”임건우가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번 사건 쉽지는 않을거예요.” 이청하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진남아가 누군데요?”임건우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눈이 정수리에 달린 한 여자가 있어. 그 여자에 대해서 신경 쓸 필요는 없고, 난 먼저 가서 다른 환자들 좀 볼게. 다 보고 나서 어떻게 치료할지 생각해보지 뭐.”환자들이 모두 한 곳에 몰려있어서 진찰하기도 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모든 피해자들의 몸 속에 다 아까와 같은 죽음의 기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기운은 심맥의 부근에서 맴돌며 환자들의 생기를 점점 삼키는 듯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피해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바로 다들 젊은이라는 것이다. 외모는 다 다른걸 보니 얼굴은 딱히 따지지를 않은 것 같았다.왕이지는 당대 최고의 명의로 불리는 사람으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떤 이들은 여전히 임건우가 나락하는 모습을 기다렸다.왕이지에게 제대로 뺨을 맞은 방명철은 특히나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 임 씨, 무조건 사기꾼이라니까. 사람 속이는거에 아주 교활한 사람이야. 대체 어떻게 왕 선생님까지 속인거지?” 씩씩 대며 말하고는 왕이지와 함께 왔던 두 중년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두 분도 임건우에 대해서 잘 아시나요?”이 두 중년은 왕이지의 제자였는데 그들 또한 어리둥절했고 임건우를 한번도 보지를 못했었다. 평소에 스승을 모시는 것에 익숙했던 그들 역시 갑자기 자신들보다 어린 사람을 모시려니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그 중 한명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희도 처음 봬요. 국내에 저렇게 대단한 젊은 의사가 있었단걸 저희도 몰랐어요.”방명철은 말했다. "그럼 틀림없는거죠. 저 놈은 분명 수를 써서 왕 선생님을 속이는거예요. 최면같은 괴이한 방법이라도 썼을 수도 있어요.”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방명철의 주장은 좀 과하다 싶었다.하지만 임건우의 어린 나이에, 왕이지가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게 더욱 믿기지 않은 일이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다 병원의 엘리트들이라 이 상황이 더더욱 믿기지 않았다.이때 이청하가 나오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갑자기 몰려들었다.“이 주임, 상황은 어때? 왕 선생님이랑 그 임 선생님, 방법 찾았어?” 원장인 원량평이 물었다. 이청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린 처방전을 내밀었다. “임건우가 방금 처방전을 써냈어요. 지금 얼른 가서 컴퓨터로 처방하고 바로 약을 달이려고요. 빨리 할 수록 좋거든요.”“봐봐!”방명철은 급히 이청하의 손에 들린 처방전을 뺏어냈다.그의 이런 행동에 이청하는 매우 불쾌했다.그 순간, 방명철은 비웃기 시작했다: "이게 어딜 봐서 임건우가 쓴 처방전이야? 누가 봐도 왕 선생님이 쓰신거잖아. 다들 봐봐요, 아래에 왕 선생님 싸인도 있잖아요. 청하야, 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왜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들을 혼란시키려고
순간, 유가연은 온몸의 힘이 빠지는 듯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이 차가워났고 속상해서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다.그녀는 단단히 마음 먹고 오늘 밤 제대로 덮치려고 그동안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은 예상치도 못했다. 내 남자가 자신을 속이고 다른 여자한테 가있다니.그녀는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고 그를 차단하고 싶었다.그 후로 둘은 서로 멀리 떨어져지내며 만나지를 않았다.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유가연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그녀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그 사람이 거길 뭐 하러 갔어?" 유가연은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말을 내뱉고나니 자신이 너무 어리석어보였다. 그래도, 이렇게 늦은 시간에 핸드폰이 다른 여자한테 있다는데 뭘 망설여? 그냥 끝장 보는거지.이청하는 대답했다. “건우씨는 지금 환자들 상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없으시다면 끊겠습니다. 나중에 건우씨더러 다시 연락 드리라고 할게요. 지금은 다들 너무 바빠서요.”유가연은 어이 없고 기가 막혀 눈물을 머금고는 실소하였다. “이청하, 넌 내가 바보인줄 알아? 임건우가 어떤 사람인지 너보다 내가 만 배는 더 잘 알아. 그 사람이 지금 진단을 하고있다고? 그럴거면 차라리 산부인과에 있다고 말하지 그러니? 너 너무 뻔뻔한거 아니야?” 키보드를 두드리던 이청하의 손은 순간 굳었고 당황하여 어쩔 바를 몰랐다. “유가연씨, 기어코 그렇게 믿고 싶으시면 저도 더이상 할 말은 없네요. 하지만 제가 명확히 하고싶은건 당신은 건우씨랑 어울리지도 않아요.”말이 끝나자마자 이청하는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던지고는 다시 컴퓨터로 돌아와 계속하여 처방전을 써내렸다. 처방전이 다 내려진 후 곧바로 약방으로 달려가 재촉하였다. 피해자들의 몸이 이미 많이 허약해져 몸의 정기가 계속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1분이라도 빨리 하면 그 피해자들에게 1분이라도 더 살 수 있는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사무실을 떠나려는 순간, 그녀는 임건우에게 유가
“아이가 태어났다고?”임건우는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순간적으로 강하게 혈육의 연결을 느꼈다. 마음속에서 감동이 밀려왔다.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마치 새로운 자신이 태어난 것 같았고 생명이 이어지는 느낌이랄까.임건우는 자신이 겪고 있는 금단의 변화에 신경을 쓸 겨를도 없이 급히 앞을 향해 달려갔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약해 보이는 당자현을 발견했다.당자현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얼굴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당자현은 갓 태어난 새하얀 아기를 품에 안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울고 있었다.임건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처음 아버지가 된 사람처럼 당황한 표정으로 서서히 한 발 한 발 다가갔다.불안한 마음으로 아기에게 시선을 두었다.손을 내밀었지만, 어떻게 안아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그 손은 결국 당자현의 얼굴에 닿았고 그의 이마에 부드럽게 이마를 맞대며 애틋하게 키스한 후 가슴 깊이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이렇게 빨리 낳았어? 너무 힘들었지?”당자현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조금 힘들긴 했지만, 그보다 더 기쁘고 행복해. 지난 생, 그 전생, 우리는 아이를 낳지 못했잖아. 지금 드디어 꿈을 이룬 거야.”“자기야, 이제 나를 기억할 수 있겠어?”임건우는 당자현을 바라보며 눈을 맞췄다.그 순간, 두 사람의 정신력은 공중에서 교차하며 강렬한 자기장을 형성했다.임건우의 정신력이 강하지만, 당자현의 정신력은 그보다 훨씬 강력했다.두 사람은 마치 텔레파시처럼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색색의 정신력이 교차해 아름다운 빛의 물결처럼 흐르며 거대한 정신의 거미줄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그 속에서 둘이 아닌 셋이 함께 감싸져 있었다.그 순간, 임건우는 갑자기 하나의 장면을 보았다.산 중턱에 우뚝 솟은 궁전과 건물들이 선기가 흐르는 듯한 아름다움 속에 별들이 둘러싼 모습이 펼쳐졌다.그곳에서는 성대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다.새 신부는 붉은 혼례복을 입고 화려하고 아름다웠으며 그 모습이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하객들은 모두
부영록은 강하게 튕겨져나가며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부영록은 움직이지 않았다.백옥은 무표정한 얼굴로 부영록을 살펴보며 다가갔다.몇 초 후, 부영록이 천천히 눈을 떴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였다.그녀는 백옥과 그 앞에 있는 청동 고전, 그리고 펼쳐진 상황에 충격을 받으며 물었다.“백... 백 통령, 여기는 어디죠? 세상에, 이렇게 큰 청동 고전이 있다니 이건 상상도 못했어요!”백옥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세상에, 혹시 일체의 두 영혼을 가진 건가?’쿵!청동 거대한 문이 마침내 닫혔다.임건우는 여전히 자연의 힘을 흡수하고 있었다.수많은 규칙이 담긴 에너지가 임건우의 자복궁에 흘러들어 가 혼돈 나무에 의해 흡수되었고 동시에 혼돈 기운이 나무에서 퍼져 나와 자복궁 속 혼돈 기운의 농도가 열 배로 증가했다.그리고 혼돈 나무는 이제 50미터 높이로 자라났다.임건우 옆에 있던 금강마원은 그를 노려보며 이빨을 드러냈고 손을 들고는 마치 임건우를 쳐 죽일 듯이 보였다.당자현은 그것을 보고 급히 막아섰다.“그건 내 가장 중요한 사람, 우리 아이의 아버지야. 나를 존중하듯 건우를 존중해야 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함부로 해치면 안 돼. 알겠지? 그렇지 않으면 난 너를 두고 떠날 거야.”금강마원은 마치 이해한 듯 고개를 숙여 사죄하며 귀여운 소리를 내며 사정했다.하지만 이 모든 일은 임건우에겐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임건우는 마치 정신을 집중한 듯 눈을 감고 오랫동안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당자현은 조용히 말했다.“자연의 힘이 건우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그러니 건우가 여기서 조용히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두자.”당자현은 손을 뻗어 자연 신전에 깊숙이 있는 곳을 향해 손짓하며 입에서 고대하고 신비로운 음절을 발음했다.그 순간, 자연 신전 깊은 곳에서 더 많은 자연의 힘이 흘러나왔다.만약 임건우가 이 장면을 봤다면 분명 깜짝 놀랐을 것이다.당자현은 자연의 힘에 영향을 받는 대신, 마치 그 힘을 다루고 있는 듯 보였고
혼돈 나무, 정말 신령한 나무였다.단순히 다른 이들의 무기를 흡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외부에서 오는 부정적인 힘까지도 흡수할 수 있었다...아니, 혼돈 나무는 단순히 피해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힘을 대량으로 흡수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바꿔버렸다.임건우의 앞에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수많은 자연의 힘이 그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고 혼돈 나무는 끊임없이 그것을 흡수하며 임건우는 투시를 통해 혼돈 나무가 대량의 자연 에너지를 흡수한 후 나무가 급격히 자라나는 것을 보았다.처음에는 겨우 5미터였던 작은 나무가 금세 6미터, 7미터, 10미터, 15미터로 자라기 시작했다!그리고 여전히 자라고 있었다!임건우는 그 광경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곳의 자연 에너지가 이렇게 강력하다니 혼돈 나무가 임건우의 자복궁 안에 들어온 지 오라지만 그동안 크게 자라지 않았었는데 지금처럼 기세 좋게 자라날 줄이야.혼돈 나무의 가지에 달려 있던 혼돈 구슬도 서서히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마치 혼돈 나무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슛!엽지원은 귀왕의 몸이어서 육체가 없기에 상대적으로 더 강한 내성을 가졌지만, 시간이 흐르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급히 임건우의 항마추로 다시 들어갔다.그런데 당자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다.당자현은 임건우를 힐끗 보며 눈 속에서 애틋한 감정과 함께 약간의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밖으로 튕겨 나간 부영록은 이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이게 뭐야, 만 년 전에 존재했던 자연 신전이라고? 나도 들어가서 내 기회를 찾아야 하는데 이렇게 문도 못 들어가다니! 내가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잖아! 어떻게 이렇게까지 당해야 하는 거지? 나도 할 수 있잖아! 당자현보다 못할 리 없잖아!”부영록은 이를 악물고 다시 고전을 향해 돌진했다.하지만 그 순간 강력한 자연의 기운이 부영록을 압도하며 다시 밖으로 튕겨 나갔다.부영록은 공중에서 피를 토하며 땅에 떨어졌다.“어떻게... 가능하지?”부영록은 입을 떡 벌리고 자신이
그 중 한 자루의 검은 이미 녹슬어 버렸다.검에 새겨진 부적과 문양은 사라지고 검에서 뿜어져 나오던 영력이 모두 사라졌으며 재료마저 변질되어 더는 빛을 발하지 않았다.마치 평범한 쇠덩어리처럼 보였다.다른 하나는 혈색 긴 검이었다.상태는 조금 더 나았지만, 그 검의 영력과 에너지는 서서히 혼돈 나무로 흡수되고 있었다.두 자루의 검에서 나온 에너지는 혼돈 나무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혼돈 나무의 가지에 달린 열여섯 개의 잎은 번쩍이며 초록빛 광채를 내뿜었다.마치 그 자체로 생명을 얻은 것처럼 작은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임건우는 손을 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없어요.”부영록은 불만스러운 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칫, 아깝다고 생각해? 내가 네 거 뺏어가겠어?”임건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진짜 없어요.”“흥, 어차피 난 별로 관심 없으니까.”임건우는 말없이 웃어 보였다.그러곤 백옥에게 물었다.“스승님, 우리 연호에 신풍곡이라는 문파가 있나요?”백옥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들어본 적 없다.”“그럼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죠? 아, 그나저나 갑자기 생각났는데 비유궁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영혼이 하나 있어요. 혹시 들어본 적 있나요?”백옥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그때 부영록이 갑자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비유궁이라... 나는 알고 있어.”모두 부영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부영록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건 삼국 시대부터 존재한 수련 문파로 당시엔 오대 선문 중 하나로 꼽히며 고수들이 넘쳐났어. 그런데 지금도 존재하는지는 모르겠네.”잠시 생각에 잠긴 부영록은 자연 신전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중요한 건 바로 이 자연 신전이야. 지금 우리가 눈앞에서 기회를 맞이했으니 이 신전이 사라지길 지켜볼 건지, 아니면 안으로 들어가 한 번 싸워볼 건지 선택해야 해.”모두가 그 절세의 노인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임건우는 입을 열었다.“저 노인은 때때로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고 행동도 이상해
임건우는 당연히 당자현을 탓하지 않았다.오히려 끝없는 마음의 아픔만이 느껴졌다.임건우는 천천히 다가가 당자현을 부드럽게 품에 안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넌 왜 이렇게 바보 같아? 임신한 걸 알면서도 이런 곳에 오다니... 많이 힘들었지? 다행히 지금은 무사하지만, 만약 네가 사라지면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당자현은 임건우의 얼굴을 감싸며 손끝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당자현의 눈은 임건우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가득 채우며 마치 세상에 그저 둘만 있는 것처럼 깊은 눈길을 보냈다.당자현은 감정을 담아 속삭였다.“난 이 삶이 이렇게 끝날 줄 알았어. 우리의 인연은 아마 다음 생에서야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이렇게 찾아와주니까... 이제는 내가 죽어도 아쉬움이 없어.”임건우는 당자현의 엉덩이를 가볍게 쳤다.“그런 말 하지 마. 네가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우리 딸을 위해서라도 잘 살아야지.”“맞아, 네 말이 맞아! 자기야...”당자현은 망설임 없이 임건우에게 입맞춤했다.둘의 입술이 닿자 점점 숨이 가빠지고 감정이 고조되었다.백옥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땅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부영록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임건우와 나지선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기에 이 상황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그 당시 자신도 그들과 함께 있었고 임건우가 그녀를 안을 때 그 어떤 감정을 느꼈든 기억이 떠올랐다.부영록은 잠시 그 장면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런 감정은 이제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부영록은 잠시 후 고개를 돌려 다른 일을 했다.“이 무기들, 품질이 꽤 괜찮군.”백옥은 시체에 꽂혀 있던 여러 개의 비검을 뽑아들고 세심히 살펴보았다.각각의 검은 마치 정수를 담고 있는 듯한 기운을 발산하며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검 위에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그것이 마치 작은 진법처럼 보였다.그뿐만이 아니었다.모든 무기에는 천병각이라고 새겨진 세 글
푹!피가 하늘을 찌르며 쏟아지고 시체가 널브러졌다.신풍곡의 200명 넘는 고수들, 그중에서도 그 최고 지도자인 장문까지 한 방에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신풍곡 장문의 목에는 긴 칼이 꽂혀 있었다.그의 눈은 크게 뜨였고 고통스럽게 한마디를 남겼다.“어떻게... 이런 일이... 안에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냐?”하지만 그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순간적으로 생명의 기운이 사라지고 눈을 영원히 감았다.그때 임건우와 일행의 마음속에는 큰 충격이 일었다.자연 신전 안에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니 그리고 그 사람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심지어 부영록까지 눈이 휘둥그레져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그 안의 여자가 그들을 죽이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이렇게 한 번의 손짓으로 200명이 넘는 고수들을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면 그들이 죽는 것은 단 한 번의 손동작으로 해결될 것이다.임건우가 당자현에게 물었다.“자현아, 그 안에 있는 사람, 대체 누구야?”당자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도 몰라. 난 이곳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어. 백호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지.”그들이 말하는 사이 청동 고전의 대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쿵!끽!금속이 마찰되는 소리가 들리며 그 소리만으로도 문이 얼마나 오랫동안 닫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청동문에 낀 청록색과 먼지들이 그 문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마치 이 문이 1만 년을 넘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것처럼 그 무게감과 고대의 느낌이 났다.딸각딸각...발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임건우 일행은 모두 뒤로 물러서며 긴장했다.그리고 그들 앞에 등장한 것은 백발에 깊은 주름이 새겨진 할머니였다.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녀의 머리는 엉망이었고 얼굴의 절반은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었다.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이 시대의 것이 아니었고 전혀 다른 시대의 옷처럼 보였다. 그녀의 전신에서
“흑흑흑, 흑흑흑.”울음소리가 청동 고전의 전당에서 퍼져 나왔다.그 울음소리는 간헐적이고 때로는 높은 음으로 때로는 낮은 음으로 이어졌지만, 강력한 정신적 영향을 주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마치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울음처럼 세상 모든 것들이 함께 슬퍼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그 울음소리는 모든 생명에게 슬픔을 강하게 전파했다.그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즉시 그 감정에 휘말려 깊은 슬픔에 빠져들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흐르며 심지어 정신력이 약한 이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울며 통곡하다가 마음속에서 뭔가가 터져 나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통스러웠다!엄청난 고통이었다!임건우는 자신의 정신력으로 고전의 전당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를 막으려 애썼다.임건우가 가진 정신력은 이미 엄청나게 강력했지만, 한때 취혼관에서 얻었던 힘 덕분에 한층 더 강해졌음에도 그 울음소리는 여전히 임건우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부영록은 그나마 괜찮았다.백옥은 오히려 더 힘들어 보였다.백옥은 육체적으로 강했지만, 정신력은 임건우보다 약했기에 울음소리에 즉시 영향을 받았다.눈물은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급기야 백옥은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렸다.현장에서는 울음소리가 가득했다.그때, 당자현이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그 손가락에서 하얀빛이 번쩍였고 그 빛 속에서 기이한 문양들이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그 하얀 빛은 실처럼 길게 퍼져 나가며 반구 형태의 보호막을 형성했다.그 보호막은 임건우와 백옥, 부영록을 감쌌다.이것은 정신력으로 만들어진 방어막이었다.울음소리가 그 방어막에 부딪히자, 보호막의 문양들이 떨며 황금빛 기운을 발산했고 그 울음소리의 대부분을 막아냈다.“저 울음소리는 대체 누구의 울음소리인가?”“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아파요... 흑흑흑... 못 참겠어요... 울고 싶어요...”문파 사람들은 무작정 울기 시작했다.그들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 울음소리에 휘말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때, 갑자기 울음소리가
공 장로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외쳤다.“흩어져라! 모두 흩어져!”공 장로는 크게 외치며 가장 먼저 옆으로 물러섰다.임건우를 한눈에 보고 절대 고수로 착각한 것이다.자신의 희귀한 영보를 그렇게 쉽게 빼앗아 갈 수 있다면 임건우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이 틈을 타, 임건우는 쉽게 당자현에게 다가갔다.이 순간의 당자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마치 천계에서 내려온 신선 같은 모습이었지만, 온몸은 피투성이였고 머리칼은 흐트러져 있었다.임건우는 천천히 걸어 당자현 앞으로 나섰다.그리고 손을 들어 당자현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자현아, 내가 왔어.”“자기야!”당자현은 고개를 살짝 들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임건우를 올려다보았다.당자현은 바로 임건우의 품에 뛰어들었다.“크악!”이때, 금강마원이 상황을 알아차렸다.한 인간이 당자현 곁으로 다가갔다는 사실에 그의 눈에서 핏빛 살기가 번쩍이며 천지를 울리는 포효를 내질렀다.그의 몸이 갑자기 두 배로 불어나더니 발을 세게 구르며 중력 영역을 다시 펼쳤다.순식간에 적들을 반쯤 쓰러뜨리고 바람처럼 임건우를 향해 돌진했다.“건우야! 조심해!”백옥이 외치며 금색 대검을 들고 달려왔다.그 대검은 그녀 몸집보다 두 배는 커 보였고 무게는 상상조차 어려웠지만, 그녀는 그것을 손쉽게 다루며 화살처럼 빠르게 다가왔다.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날린 비검이 백옥을 향해 날아왔지만, 백옥은 가볍게 그 비검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갔다.백옥이 들고 있는 대검 역시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뒤이어 부영록도 달려왔다.임건우는 커다란 비밀을 품고 있었기에 부영록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임건우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그런데 바로 이때 당자현이 갑자기 눈부신 하얀 손을 들어 올리며 금강마원을 향해 소리쳤다.“백호야, 안 돼! 멈춰!”쿵!쾅!금강마원은 당자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거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이 될 뻔했던 돌진을 멈추며 갑자기 방향을 바꿔 옆에 있는 거대한 청동 기둥
“누구냐!”임건우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문파 사람들에게 발각되었다.한 노인이 크게 외치며 오색 찬란한 빛을 띤 검을 휘둘렀다.날아든 검은 임건우를 허리부터 반으로 베려는 기세였다.그 순간, 임건우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압도적인 위기감이 몰려왔다.지금껏 겪어온 어떤 위험보다도 강렬한 공포였다.임건우는 본능에 따라 최강의 방어술인 현무방갑술을 발동하며 자신의 몸을 감쌌다.온몸에 무수한 주술 문양이 떠오르더니 하나로 모여 거대한 방패를 형성했다.임건우는 이 방패로 검격을 막아내려 했다.그 장면을 지켜보던 백옥은 겁에 질려 얼굴을 돌렸다.“안 돼...”부영록도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멍청하네. 이렇게 무모하게 덤비다니... 이 정도 실력으로 문파 고수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으려 하다니 그건 스스로 죽으러 가는 거잖아.”푹!임건우가 힘겹게 형성한 현무방갑술은 단 한 번의 공격만 막아냈다.방패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고 날카로운 검날이 임건우의 몸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었다.하지만 바로 그때였다.임건우의 몸속에 있던 혼돈 나무가 살며시 가지를 흔들었다.회색빛 혼돈 원기가 검날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슛!순식간에 혼돈 원기가 검날을 휘감더니 그 검을 통째로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빨아들였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임건우 자신도 어리둥절했다.임건우는 죽기는커녕 혼돈 원기가 그 검마저 흡수해버린 것이다.이건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임건우는 급히 자신의 몸속을 내시했다.그리고 자복궁 안에서 한 가지 광경을 발견했다.그 검은 지금 혼돈 나무의 가지에 걸려 있었다.검은 온통 피처럼 붉었고 검신에는 세밀한 문양과 부적 같은 각인이 번쩍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그제야 깨달았다.이 검은 조금 전 금강마원에게 큰 상처를 입혔던 바로 그 신검이었다.어마어마하게 날카롭고 법력이 강했던 검이 이런 처지로 전락하다니.그러자 임건우는 혼돈 나무가 얼마나 기적 같은 존재인지를 문득 깨달았다.그동안 임건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