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몸을 낮춰 임건우의 귀에 속삭였다.“이 남자가 자꾸 나를 쫓아다니는데, 난 그 사람을 전혀 좋아하지 않아. 근데 우리 부모님은 너무 좋아해서 우리를 억지로 엮으려 하거든. 어쩌지? 네가 좀 도와줘, 이번에 나를 한 번만 막아주면 동도에 가서 내가 밥 사줄게.”임건우는 황정은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장원희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황정은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임건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냥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저 남자 꽤 무섭게 생겼잖아. 너 이거 나한테 괜히 문제 생기게 하려는 거 아니야?”장원희는 입을 내밀며 투덜거렸다.“아이고, 건우야, 네가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네? 내가 네 친구 아니야? 우리 동창이잖아? 너랑 황수영이 사귈 때 누가 늘 너희를 도와서 숨겨줬고 기회를 만들어줬는데? 바로 나야! 너 같은 당당한 남자가 이렇게 겁이 많으면 안 되지. 나 좀 도와줘, 제발! 안 그러면... 내가 승무원들한테 네가 몰래 탄 승객이라고 말해버릴 거야. 그럼 벌금 물어야 할걸?”장원희는 임건우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이런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장원희는 임씨 가문의 일에 대해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었고 임씨 가문이 대지진을 겪고 임건우가 부잣집 아들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전락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이상은 알지 못했다.왜냐하면 고등학교 졸업 후 장원희네 가족은 동도로 이사했기 때문이다.대학과 직장 생활도 동도에서 계속되었다.임건우는 머리가 지끈거렸다.어떻게 이런 뜻밖의 재회를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임건우가 난감해하고 있을 때, 그 남자는 더는 참지 못했다.그 남자는 마음속에서 장원희가 자신의 약혼녀이며, 미래의 아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지금 한 고등학교 남자 동창과 이렇게 가까이 붙어 귓속말을 주고받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밀었다.자신의 자존심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남자의 눈에는 순간적으로 살기가 번뜩였다.결국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 장원희의 팔을 잡아당기며 힘껏
임건우는 굳이 보지 않아도 황진후의 얼굴이 어떤 색깔로 변했을지 알 수 있었다. 분명 시커먼 솥보다도 더 검게 변했을 것이다.그 이후, 황진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으며 이따금 눈을 돌려 임건우와 장원희를 힐끗거렸다.이 사이, 장원희는 다시 임건우와 대화를 나누었고 일부러 황진후의 마음을 완전히 접게 하려는 듯, 임건우에게 몸을 바짝 붙여 앉았다.심지어 엉덩이를 좌석의 팔걸이에 걸치기까지 했다.일등석 좌석은 모두 소파형이라 팔걸이도 부드럽고 넓어서 앉아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대화 중에 임건우는 장원희가 고등학교 졸업 후 줄곧 동도국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장원희는 아주 드물게만 연호로 돌아왔고 최근 몇 년 동안 돌아온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거의 동도국으로 이민을 한 셈이었다.장원희의 아버지는 동도국의 어느 기업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었고 장원희 본인도 현재 동도국의 식품 회사에서 영업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국내 채널과의 협력을 위해 출장으로 온 것이었다.이러저러한 이유로 설날 전야가 되어서야 돌아가게 된 것이다.임건우는 다소 감탄하며 말했다.“네가 동도국 사람이 되었을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네.”장원희는 대답했다.“제발 비난하는 눈빛으로 보지 말아줄래?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어디 국적을 갖는지가 나라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저 생존과 편리함 때문이야. 비록 내가 지금은 동도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라는 여전히 연호야. 이건 충돌하지 않잖아.”“그래, 네 말이 맞긴 해.”“그럼 넌? 넌 이 시간에 동도국에 무슨 일로 가는 거야?”“난... 사람을 찾으러 가는 거야.”“사람을 찾으러? 그럼 네가 딱 맞는 사람을 만났네. 내가 동도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연호 사람들의 여러 동호회에도 가입해서 각종 분야 사람들을 많이 알아. 네가 누구를 찾고 싶은지 말해주면 내 인맥을 통해 알아봐 줄 수 있어. 아마도 찾을 수 있을 거야.”임건우는 장원희를 잠시 쳐다봤지
분명, 두 사람에게는 차가 한 대뿐이었다.황진후의 표정은 다소 묘했다.하지만 황진후는 거절하지 않았다.곧바로 황진후는 차를 몰고 사람들을 태워 일몰신사로 향했다.그러나 가는 도중, 황진후는 차를 한 숲 옆에 세우고 멈췄다.황진후는 키를 뽑고 차에서 내려 말했다.“모두 내려.” 임건우와 황정은은 눈을 마주쳤다.이건 딱 그들이 원하던 상황 아닌가?아까 공항에서는 손 쓸 기회가 마땅치 않았는데 이런 외진 곳이라면...달도 없고 바람이 부는 이 밤, 나쁜 짓을 벌이기에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었다.장원희는 화가 나서 차에서 내리더니 황진후에게 소리쳤다.“황진후, 이게 무슨 뜻이야? 도중에 차를 세우고 뭐 하자는 거야? 설마 사람이라도 때리겠다는 거야? 싸우고 싶으면 언제든지 상대해 줄게!”황진후는 담담하게 말했다.“원희야, 너도 알다시피 넌 내 스승님의 명목상 제자일 뿐이야. 난 정식 제자고. 네가 배운 그 정도의 실력으로는 내 옷깃도 건드리지 못할걸.”잠시 멈추더니 이어서 말했다.“이 사람들, 정체가 불분명하잖아. 황천신사를 찾겠다고 하고 한밤중에 일몰신사까지 가겠다니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원희야, 연극은 그만해. 너랑 네 고등학교 동창이 했던 속닥거림, 전부 다 들었어. 임건우는 네 남자친구가 아니라 그냥 네 연극에 맞춰준 거잖아.”장원희는 순간 당황했다.바로 그때, 황정은이 마침내 입을 열고 황진후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황천신사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겠네? 정확한 위치를 말해.”황진후는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알려줄 리 없지. 근데 너희를 묶어서 일몰신사로 보내는 건 가능해.”말이 끝나자마자 황진후는 발을 굴렀고, 임건우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황진후는 임건우를 정말로 잡아내고 싶었고 동시에 마음속에 쌓인 분노를 풀어주고 싶었다.단순한 연극이라도, 장원희와 임건우가 그렇게 가까이 있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장원희는 소리치며 황진후를 말렸다.장원희는 황진후가 강한 것을 알고 있었고, 임건우가
황진후의 복부에 꽂힌 칼이 땅에 박혀 고정했다.황진후는 극심한 고통에 휘말렸고 많은 피가 그 아래로 흘러내렸다.생명력이 급격히 소진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황진후는 미칠 지경이었다.‘대체 이 사람들은 뭐지? 특히 저 여자는 날 죽일 때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어.’“말할게, 말할게...”황진후는 상처를 꼭 붙잡고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난 내 스승님께 황천신사에 대해 들었을 뿐이야. 최근에 생긴 신사라고 했어. 아주 강력하고 신비롭지. 한 번 우리 일몰신사에 방문한 적이 있어... 난 아는 게 이것뿐이야. 살려줘, 제발 살려줘!”장원희도 긴장한 채 말했다.“건우야, 황진후가 죽으면 너희도 큰 문제가 생길 거야!”“황진후는 죽지 않아.”임건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때, 황정은이 칼을 뽑아들었다.황진후가 비명을 지르며 복부에서 피가 쏫아졌다.하지만 황정은은 곧바로 황진후에게 영력을 주입해 출혈을 멈추고 상처를 회복시켰다.그리고 약을 하나 먹였다.황진후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장원희는 멍해져서 그 장면을 바라봤다.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장원희로서는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고 머릿속이 완전히 텅 비어버렸다.눈앞에 펼쳐진 극도로 잔혹한 장면에 잠시 기절할 것만 같았다.“건우야, 너... 너 정말 임건우 맞아?”“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지?”임건우는 장원희를 바라보며 말했다.“놀라게 해서 미안해. 근데 우리가 오랜만에 만났으니 많은 변화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나? 원희야, 이제 밤도 깊었으니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약속할게, 이 녀석이 다시는 널 괴롭히지 않을 거야.”장원희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너희 황진후를... 죽일 거야?”임건우는 황진후를 바라보며 말했다.“그건 황진후의 협조 여부에 달렸지. 그리고 네가 말한 2000만 원은 필요 없어. 난 돈이 부족하지 않아. 그래도 고마워.”황정은은 그때 황진후를 잡아 일으켰다.황진후의 상처는 이미 완전히 회복된 상태였다.
일몰신사의 고참 일원으로서 연호의 언어는 필수 과목이었다.“황천신사를 찾는 이유는 뭐야?”“그냥 어디에 있는지만 말해.”“알려줄 수 없어!”용승철은 이미 더는 참을 수 없었다.용승철의 용주 마정희의 생사가 불확실했고 방금 길에서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혹시 늦게 도착해 마정희가 죽기라도 하면 용승철은 용족의 수호자로서 죄를 면치 못할 것이었다.쿵!용승철은 단숨에 손을 내뻗어 문재혁을 날려버렸다.“멍청한 놈!”다른 두 명의 일몰신사 일원은 이 모습을 보자마자 분노에 차서 용승철에게 덤벼들었지만, 결과는 뻔했다.두 사람은 포탄처럼 날아가 버렸다.다음 순간, 용승철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폭발했다.한없이 강력한 영혼의 압박이 일몰신사 전체를 덮쳤다.용승철은 마치 늙은 용처럼 신사 상공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문재혁! 오랜 친구가 널 만나러 왔으니 빨리 나와!”나와라는 두 글자의 음절이 오랫동안 흩어지지 않았다.순식간에 일몰신사의 고수들이 이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자고 있던 신사의 고수들, 폐관에 들어 명상 중이던 옛 검객들, 신사 안에 숨어 지내던 인물들 모두 눈을 떴다.날려진 문재혁은 바로 눈을 부릅뜨며 깜짝 놀랐다.사실 그는 문재혁이 아니라 문현학이었고 문재혁의 손자였다.문현학은 찾아온 사람이 이렇게 대담하게 자기 할아버지의 이름을 외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문재혁은 수십 년 전부터 일몰신사의 최고 고수였고 동도 제일 검객이라 불렸다.수많은 사람이 문재혁의 검에 죽어갔는데 이들은 죽으러 온 것이 틀림없었다.쉭!한 사람의 그림자가 신사 내부에서 날아왔고 공중에서 매서운 목소리로 외쳤다.“어디서 굴러먹던 쥐새끼이야! 일몰신사의 신주의 이름을 감히 함부로 부르다니!”용승철은 두 손을 뒤로 한 채 차갑게 코웃음 쳤다.“난 문재혁을 찾으러 왔는데 넌 뭐야? 꺼져!”한 줄기의 음파가 산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용승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은 훨씬 더 빠르게 튕
쏴!일몰신사 안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뛰쳐나왔다.신사 내부는 환하게 불이 켜졌고 심지어 종까지 울렸다.쿵쿵쿵! 쿵쿵쿵! 쿵쿵쿵!연달아 아홉 번이나 울렸다.일몰신사의 위치는 동도국 주택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이 아홉 번의 종소리는 아주 크게 울려 퍼졌고 즉시 아래의 주민을 놀라게 했다.수많은 사람이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으나 종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아마도 일몰신산에서 울린 종소리인 것 같아. 한밤중에 종소리가 아홉 번 울렸다니 큰일이 난 거야!”“빨리 가보자, 도와줘야 하는지 확인하자!”“일단 신고부터 해!”순식간에 주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일몰신사의 산 아래에 사는 주민들은 대부분 일몰신사의 열렬한 신도들이었다. 일몰 신사에서 큰일이 났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한밤중에 산으로 뛰어 올라갔다.하지만 곧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예전에는 쉽게 올라갈 수 있었던 일몰신사가 이제는 굉장히 오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마치 몸 전체가 거대한 바위로 눌린 듯 올라갈수록 점점 더 큰 압박이 느껴졌다.특히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첫 계단에 발을 딛자마자 발걸음이 무거워져 겨우 50미터를 걸었을 뿐인데도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숨이 차고 두 다리는 마치 납덩이를 단 것처럼 무거웠다.심지어 심장이 버티지 못할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그래서 많은 노인이 도중에 물러났고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노인들은 산을 오르는 젊은이들을 보며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일몰신사가 왜 이렇게 오르기 힘들지?”“혹시 신적이 나타난 건가? 들으니 전신주가 폐관한 지 벌써 20년이라던데 혹시 전신주가 드디어 나오는 건가?”“뭐라고? 그럼 정말 큰 경사로군. 전신주는 이미 우리 동도의 제일 검객인데, 이제 출관하면 신이 된 거 아니야? 내 생각엔 동아시아 제일 검객, 아니 세계 제일 검객, 더 나아가 세계 제일 고수라고 불러도 될걸?”이곳의 노인들은 문재혁에
“뭐라고요?”장원희는 깜짝 놀랐다.장원희는 즉시 임건우 일행이 황진후를 데리고 일몰신사로 달려간 것을 떠올렸다.“설마 임건우가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건가?”“저... 저도 가고 싶어요. 저도 신의 기운을 좀 받고 싶어요.”결국 이 가족 셋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몰신산의 산기슭에 도착했지만, 한 발짝도 오르지 못하고 계단을 몇 개 올라갔다가 내려왔다.한편 신사에서 뛰쳐나온 신사, 신관, 무녀들이 하늘에 떠 있는 여인을 보고 무릎을 꿇고 외쳤다.“신녀님을 환영합니다!”이 순간, 임건우는 두 번 깜빡이며 그 신녀를 바라보았다.임건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에게서 흐르는 강렬한 혈기가 보였다.바로 배혈 마공의 기운이었다.“누나, 봤어요?”“이 신녀는 배혈교의 일원이에요.”임건우가 황정은에게 말했다.황정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도 봤어. 이상하네, 배혈교가 일몰신사에 침투한 건가?”임건우는 턱으로 황진후를 가리키며 말했다.“황진후가 방금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요? 황천신사의 사람들은 신비롭고 일몰신사에 왔던 적이 있다고 했어요... 내 추측이 맞다면 그들이 바로 배혈교의 사람들일 거예요. 그래서 지금 용주와 그 일행이 배혈교의 손에 떨어진 거죠.”갑자기 용승철이 고함쳤다.그것은 진정한 용의 포효였다.영력이 응집되어 거대한 용의 형체가 세 마리 나타나, 일몰신사 안에서 난동을 부리며 날아다녔다.그 순간 일몰신사의 건물들이 망가졌다.쿵!대전당은 바로 구멍이 뚫리고 많은 벽체가 무너져 내려 신사 사람들 몇이 피해를 보았다.순식간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산기슭에 있던 사람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용의 포효 소리를 듣고 신주가 권능을 펼치고 있다는 생각에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신주님의 출현을 환영합니다! 신주님이 나오셨습니다!”이 상황은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러웠다.한 사람이 이렇게 하자 주변 사람들도 영향을 받아 즉시 무릎을 꿇고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몇 초 후 산기슭에 있던 동도 신자들이 무릎을 꿇었다.장
신녀가 한마디 명령을 내리자 신사 사람들이 임건우 일행을 향해 돌진해왔다.용승철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완전히 인내심을 잃은 듯 말했다.“너희는 저 하찮은 놈들을 상대해. 이 멍청한 여자는 내가 직접 처리하지!”아래쪽의 전투는 거의 예상된 결과였다.임건우는 손 하나 쓰지 않았다.황정은이 올라오는 사람들을 모조리 날려버렸기 때문이다.황정은은 독수리 학원에서 순위 3위를 차지한 고수다.동도국의 조잡한 신사 제자들 몇 명도 처리하지 못한다면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 없을 일이었다.조용했다.죽은 듯한 정적이 신사 주변을 감쌌다.신사 사람들에게 이 순간은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다.그들은 어떻게 해도 상대가 이렇게나 강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저 나타난 한 명의 여자가 신사의 모든 사람을 한 방에 무너뜨렸기 때문이다.그러나 하늘 위에서는 전투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신녀의 수위 수준이 뜻밖에 아주 강해서 용승철과 대등하게 싸우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일몰신사 사람들은 하늘 위의 신녀를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서서히 공포가 스며드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신녀가 여전히 신녀인 걸까?신녀의 온몸에서 피의 기운이 솟구치고 두 눈은 핏빛으로 물들었다.평소 고고한 신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마치 피의 악마처럼 변해버렸다.신사에서 가장 사악한 음양사들도 이 정도의 마기는 내뿜지 못했을 것이다.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문현학은 충격에 휩싸여 말했다.“이게 무슨 일이야? 신녀가 어떻게 이 꼴이 된 거지? 혹시 수위 중에 심마에 빠진 건가?”일몰신사는 검도를 중시하는 곳이다.검술을 수련하는 곳이지 야생 신사들처럼 마신을 모시며 마도를 수련하는 곳이 아니다.황정은은 군중 속에서 당당히 서 있다가 문현학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한 번 쓱 쳐다보았다.황정은은 동도국어에 깊은 조예가 있었기에 문현학의 말을 듣고 차갑게 말했다.“혹시 눈치 못 챘어? 신녀가 수련하는 건 배혈마공이야.”“배혈... 배혈교?”문현학은 경악하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