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냄새?임건우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가 미치지 않는 이상,그 향의 주인이 유화라고 말할 리가 없다.그는 말을 더듬거렸다. “향수? 내가 여자 향수를 뿌릴 리가…아, 생각났다. 오늘 홍미 누나가 우리 집에 놀러 왔는데…반가운 마음에 안았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가연은 놀라서 소리쳤다. “양홍미를 안았다고?”임건우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돼. 누나가 어린 딸도 같이 데리고 왔는데, 누나 딸을 잠시 안고 있었어. 그때 누나 향수가 몸에 배었나 봐.”“그래?”“당연하지. 못 믿겠으면, 누나한테 물어봐도 돼!”“됐어. 뭘 전화까지 해. 그럴 필요까진 없어.”임건우는 유가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가연아, 날 이렇게까지 신경 쓰다니. 나 지금 너무 기뻐. 사실 한동안 난 가연이 네가 날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오늘에서야 깨달았어. 아직도 넌 날 좋아하고 있다는걸…”유가연은 임건우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는 부부야. 설령 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갈 순 있어도, 난 그럴 수 없어.”임건우는 천천히 유가연에게 다가가, 살며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물론, 그들에게 있어서, 이 키스가 첫 키스 일리는 없다. 단지,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라, 입술이 닿는 순간 둘은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이때, 유가연의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귀신같이 심수옥이 유가연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두 사람은 이제 정말 헤어질 수밖에 없다.전화벨은 더욱 크게 울렸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차에 시동을 걸고, 유씨 집안 저택으로 향했다. 방금 10개월만의 그 키스는 매우 달콤했다. 그는 이 순간만큼은 심수옥이 두렵지 않았다.기껏해야 자신에게 욕을 퍼붓고 말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그의 큰 오산이었다. “짝!”심수옥이 자신에게 따귀를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하였다.임건우는 신발장 앞에서 유가연이 구두를 벗는 걸 도와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그 틈을 타 심수옥이 그에게 따귀를 때린 것이다.
심수옥은 콧방귀를 뀌며 임건우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게 뭐 어때서? 지금 가연아 네가 가지고 있는 감정은 일회용품 같은 거야. 다 쓰면 사라지게 되어있어. 그리고 문성 부동산 일도 참 이상하단 말이야…틀림없이 주 사장님이 네가 마음에 들어서, 한 번 더 보고싶어서 너한테 접근한 거 아니야?”“엄마 진짜…”심수옥은 정말 말이 안 통한다!유가연은 더 이상 심수옥과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임건우를 잡아끌며 말했다. ”건우야, 그냥 내 방으로 가자.”“안 돼. 저 자식이 무슨 자격으로 지금 네 방에 들어가?” 심수옥은 매섭게 노려보았다.“법적으로 내 남편인 사람이야.”“아니, 그래도 안 돼. 난 절대 저 자식을 내 사위로 받아준 적 없어. 네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천우그룹 정인 한 명뿐이야. 나는 정인이만 내 사위로 인정할 수 있어.”“허허…”임건우는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자신이 유씨 가문을 크게 도왔으니, 장모 심수옥의 태도도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모진 말들로 자신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줄은 생각지도 못하였다! 그가 아무리 노력하여도, 심수옥은 자신을 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그가 또 이들을 도울 필요가 있을까?유가연은 얼굴이 화끈거려서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자신의 엄마라는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남편한테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단 말인가?“그래 좋아!”유가연은 임건우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난 앞으로 저 방에 들어갈 일 없을 거야, 됐지? 오늘부터 난 나가서 살 거야. 앞으로 건우랑 같은 방, 같은 침대에서 밤을 보낼 거야. 10개월 동안 하지 못했던 거 다하며 살 거야.”유가연, 그녀도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다.오죽하면 결혼식 날 스스로 나이프와 포크로 가슴을 찌를 수 있단 말인가?“너….유가연!”“어떻게 네가?”이때 차 한 대가 집 앞으로 다가와서 멈췄다.차에서 내린 남자는 다름아닌 정인이었다. 그는 깔끔한 양복에 가죽구두를 신고 있었다.정인을 보자마
심수옥은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이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정인은 1조원을 가진 재벌 2세이고, 장차 천우그룹을 물려받아 회장이 될 몸이다. 저 앞에 서 있는 저 짐승만도 못한 놈은 자신의 딸한테 기생하며 살아가는 놈이다. 하지만, 지금 재벌2세가 저 짐승만도 못한 놈 앞에 무릎을 꿇다니, 이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일이란 말인가? 임건우, 이 자식.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유지연도 놀라서 황급히 달려와 물었다. ”형부, 왜 이 자식한테 무릎을 꿇는 거예요? 이 자식이 무슨 자격으로 형부를 무릎 꿇게 만든 거예요? 어서 일어나요, 빨리 일어나요! 혹시 저 자식이 형부한테 협박이라도 한 거예요? 저 자식은 두려워할 필요도 없는 인간이에요. 걱정 마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와 저는 형부 편이에요.”정인은 너무 당황해서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유지연 저 여자의 형부라는 소리에 당장이라도 오줌이 터질 것만 같았다.정인은 이전에 정양진과 함께 그에게로부터 도망친 적이 있다.집에 도착해서야 정양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정양진은 정인에게 임건우가 어떤 사람인지, 또 마팔재와 무슨 관계인지 자신이 아는 선에서 다 말해주었다.그 말을 들은 정인은 공포에 휩싸였다.그 말은 즉, 임건우가 입만 열면, 당장이라도 마팔재가 만리상맹의 모든 힘을 모아, 천우 그룹을 파산시킬 수 있다는 소리이다. 그렇게 된다면, 천우그룹 뿐만 아니라, 정씨 가문이 모두 멸하게 될 것이다.이건 정말 과장이 아니다.정인은 임건우에 대한 두려움이 극에 달하였다.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두려워지고, 더 불안해졌다. 그렇게 그는 어쩔 수없이 오늘 임건우에게 사죄를 하러 오게 된 것이었다.그는 임건우의 눈에서 유지연을 향한 혐오와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그는 즉시 벌떡 일어나, 유지연의 뺨을 세게 때렸다. “닥쳐, 난 네 형부가 아니야. 여기 지금 네 앞에 서 있는 임 선생님이 바로 네 형부이지. 지금 네가 하고 있는 모든 짓들은 임 선생님뿐만 아니라 네 언니한테도
”퍽, 퍽!”임건우는 나뭇가지를 정인의 등을 향해 세게 휘둘렀다. 정인의 등은 벌겋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또 어떤 곳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임건우는 나뭇가지를 내던지며 말했다. “일어나, 넌 오늘 네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될 거야.” 정인은 매를 맞은 뒤, 벌떡 일어나 절을 하였다. 그런 뒤, 가지고 왔던 선물상자를 꺼내 임건우에게 건네 주었다. “선생님, 저에게 새로운 삶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정인은 오늘 선생님의 가르침을 명심하고 또 명심할 것입니다! 이건 오늘 선생님의 가르침에 대한 작은 선물입니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가연아, 그동안 고마웠어. 선생님과의 백년해로를 기원할게.”그렇게 그는 서둘러 그 자릴 떠났다.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본 임건우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자식은 총명한 놈이구나!’‘됐다, 정씨 집안과의 원한은 여기서 풀어버리자!’하지만, 정인이 떠난 후, 심수옥과 유지연은 여전히 충격에 빠져있었다. 아니, 사실 옆에 있던 유가연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건우야,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나만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가?”임건우는 웃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야. 그저 예전에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 그때, 인생의 교훈, 도덕적 품행 뭐 이런 거에 대해서 말했었지. 그때 나눴던 이야기가 인상 깊었나 봐. 이렇게 잘못을 깨닫고 자기 발로 사과하러 왔네?”유가연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아니, 이 말에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유지연은 여전히 임건우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저 망할 놈이 뒤에서 우리 형부에게 협박한 게 틀림없어…”형부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임건우는 유지연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유지연은 그의 살기가 가득한 눈빛을 보자, 금세 조용해졌다.임건우는 유지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지연, 얼굴이 덜 아픈가 봐?”유지연은 아까 맞았던 따귀가 떠올랐다. 그의 기세에 밀려, 그녀는 재빨리 방으로 뛰어 들어가서 더는 나오지 않았다.심수옥은 털썩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성민
그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는 당연히 유화였다.그녀는 온몸에 이불을 감은 채 머리만 내밀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긴 생머리를 침대에 늘어뜨린 채,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임건우를 바라보고 있었다.임건우는 어머니 방 인기척을 살핀 뒤, 재빨리 방 문을 닫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유화가 야릇한 미소로 답했다.“일하는 중이지!”임건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일?”“침대를 따뜻하게 덥히고 있어. 나 오빠의 노예잖아.”순간 임건우는 심장박동이 빨라지다가 머리가 지끈거렸다.외출하기 전에 어머니한테 유화와 가까이 있는 모습을 들켜버린 뒤로 어떻게 해명할지 아직 생각도 못 했는데 이런 자세로 그의 방 침대에 누워 있다니! 이걸 어머니가 보면 또 무슨 오해를 하실까!“장난치지 말고 얼른 돌아가서 잠이나 자!”임건우는 다가가서 이불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유화는 이불을 꽉 잡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이불 가져가지 마. 나 알몸이란 말이야.”“뭐라고?”임건우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귓가에 악마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다.“이불 벗겨버리고 덮쳐! 여자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게 남자야?”유화도 눈을 깜빡이며 어서 달려들지 않고 뭐하냐고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임건우는 바짝 타는 입술을 깨물며 애써 충동을 억제했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선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당장 나가. 안 나가면 정말 화낼 거야. 날씨도 더운데 침대 데우는 작업이 왜 필요해?”“그래, 알았어.”유화는 새침하게 말하고는 이불을 던져버렸다.“아!”임건우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머리는 당장 고개를 돌리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유화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그녀를 감쌌던 이불이 젖혀지고 그의 눈빛에 살짝 실망감이 감돌았다.‘이런 사기꾼!’유화는 옷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그것도 아주 단정한 스타일로!“옷 안 입었다면서?”“오빠, 왠지 실망한 것처럼 보인다? 장난 좀 친
임건우가 버럭 화를 내려 했지만 유화는 이미 방 문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약재들 준비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니까 일단 돌아갈게. 내일 봐.”유화가 떠난 뒤, 임건우는 거친 한숨을 몰아쉬었다.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기분도 들었다.“요망한 여자네!”사실 나이로 따지면 유화는 임건우보다 조금 연상이었다. 게다가 지하 세계 보스의 양녀에 그녀 자신도 뛰어난 무예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행동이나 말투가 거침이 없었다.한편, 임건우의 방을 나선 유화는 빨갛게 상기된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한 번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남자에게 대시해 본 적 없었다.조금 전 그녀가 이불을 젖힐 때 임건우가 보인 반응을 생각하면 재밌어서 웃음이 나왔다.“그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으면 옷을 벗고 들어가는 거였는데.”유화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프라이빗 클럽으로 돌아간 그녀는 수련의 경지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연습장으로 달려갔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대련을 하고 있었다.그중에는 천우도 있었다.연습장 중심에서 천우는 홀로 세 명을 상대해 주고 있었다.툭! 툭! 툭!만리상맹의 세 부하직원은 얼마 되지 않아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역시 천우 도련님이십니다!”“도련님, 저희는 도련님 상대가 안 되니 이만 놓아주세요.”부하 직원들은 간절한 표정으로 천우에게 애원했다.하지만 천우는 단호하게 딱 잘랐다.“안 돼! 내가 연습 게을리하지 말라고 했지? 거기 다섯, 뭐 해? 빨리 안 올라오고!”부하직원들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상황을 구경하던 유화는 가볍게 링에 뛰어오르며 말했다.“오빠, 애송이들 괴롭혀서 뭐 해? 상대가 필요하면 나랑 해!”“유화 너 언제 돌아왔어?”천우가 오밤중에 갑자기 부하들을 불러 모아 대련을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유화가 임건우의 거처에 간 것을 알게 된 뒤로 가슴이 답답해서 스트레스를 애먼 부하들에게 풀고 있었던 것이다.돌아온 유화의 모습을 보자 잔뜩 굳었던 천우의 표정도 활짝 풀어졌다.“그래
한편, 샤워를 마친 임건우는 침대에 걸터앉았다.그의 손에는 정인이 떠나기 전 주고 간 박스가 들려 있었다. 여태 뜯어보지 않아서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몰랐다.“설마 시계 같은 건 아니겠지?”임건우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는 여느 재벌 2세와는 다르게 신분을 상징하는 시계 같은 장신구를 선호하지 않았다. 스마트폰도 있는데 귀찮다는 이유에서였다.박스를 열어 보니 안에는 뜻밖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그것은 초록색 빛을 띤 비취옥 조각상이었다.어린아이 주먹 정도 되는 사자 조각상이었는데 한눈에 봐도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조각상을 손에 들자 무언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그 순간 그는 충격에 눈을 부릅떴다.조각상 안에서 일렁이는 에너지 덩어리가 보였다.“이게 뭐지? 설마… 영기?”천의도법은 의술과 무예를 합친 수련법으로, 무예와 의술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무명공법의 수련은 천지 사이에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하는 영기 에너지를 흡수하여 수련자의 경지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예전에 임건우는 조상님의 신비한 힘을 전수받았기에 영기를 딱히 필요로 하지 않고도 빠르게 수련에 입문할 수 있었지만 만약 영기의 에너지까지 얻게 된다면 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임건우는 큰 충격에 빠졌다.그는 천천히 사자 조각상을 만지며 기를 운용해서 조각상에서 스며 나오는 영기를 흡수했다. 순간 체내의 진원이 물 만난 고기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온몸이 편안해졌다.“영기야! 역시 영기였어! 편안해! 다시 흡입해 볼까?”임건우는 침대에 앉아 계속해서 비취옥 조각상의 영기를 흡수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조각상 안에 있던 영기가 전부 그의 체내로 흡수되었다.그리고 이때, 그의 몸 안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무명공법이 또다시 돌파하여 세 번째 단계까지 돌파한 것이다.“영기는 역시 대단하네. 많을수록 좋겠어!”그는 다시 조각상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맑은 초록빛을 뿜던 조각상은 영기를 잃은 뒤, 빛을 잃고 평범한 조각상
왕 여사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여자는 남편을 잘 만나야 한다니까. 이게 다 팔자지 뭐. 우리 딸은 황후로 살 운명을 타고난 거야. 가연이가 안타깝지. 그 미모에 무능력한 남편을 만났으니… 가연이가 순진해서 남자 보는 눈이 없어서 그랬나 봐. 가연이는 이제 가망이 없으니 자기는 지연이한테 신경 좀 써야겠어. 남자 만날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대로 된 놈 만나라고 잘 가르쳐.”심수옥은 상대의 귀뺨을 날려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도 임건우를 혐오하고 둘이 당장이라도 이혼하기를 바라는 사람이었지만 다른 사람의 입에서 저런 말을 들으니 자존심이 상했다.심수옥은 40억짜리 수표를 흔들며 말했다.“팔자 좋아하네. 4억이 그렇게 대단해? 이거 봐. 우리 사위가 준 거거든? 40억이야! 자기는 평생 40억이라는 돈을 구경이나 해봤어? 황후? 용돈으로 고작 4억 받으면서 황후야? 나는 그럼 태후 마마인가?”수표에 적힌 액수를 확인한 왕 여사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기분이 좋아진 심수옥은 처음으로 임건우도 꽤 괜찮은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 생각은 은행 창구에 도착하자마자 무참히 깨져버렸다.구겨진 수표를 확인한 은행 직원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여사님, 수표가 너무 구겨져서 사인과 날짜가 지워졌네요. 이건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뭐라고요? 사용할 수 없다니요?”심수옥은 피라도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왜 사용할 수 없다는 거죠? 조금 구겨진 것뿐이잖아요? 그게 무슨 문제가 된다고 고객을 이렇게 푸대접해요? 당장 현금화해 줘요. 안 그러면 민원 넣을 거예요.”직원은 여전히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이 수표는 무효에요. 저도 어떻게 해드릴 수 없네요.”옆에서 지켜보던 왕 여사가 비웃음을 터뜨렸다.“자기 사위가 용돈이라고 준 40억 수표라고? 금액이 좀 지나치긴 했어. 그렇지? 그냥 가짜 수표 아니야? 자기도 참… 자기 나한테 자격지심이라도 느꼈나 봐? 그 무능한 사위한테서 용돈을 받았다는 거짓말까지 하는 걸 보면!”심수옥은
임건우는 그 문서를 살펴보며 월야파의 수련법인 청련귀수결을 발견했다.이 법문은 분명히 여성들이 수련하는 법문처럼 보였다.그 뒤에는 전송문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문서에는 오직 청련귀수결을 수련한 사람만이 그 전송문을 찾고 열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이와 더불어, 하나의 열쇠도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었다.마지막으로 임건우는 황파의 문양을 봤다.불사조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불사조의 절반 형태와는 조금 달랐다.그 문양을 본 순간, 임건우는 깜짝 놀랐다.이 문양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월야파의 오장로의 반지에서 본 적이 있었다.그 반지 안에 들어 있는 옥패에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임건우는 반지를 꺼내 들었다.“맞아, 내가 그 오장로의 반지와 소유한 본명법보인 조롱박도 가져왔었지.”그 조롱박을 빼앗았기 때문에 월야파 사람들은 그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이걸 보세요!”임건우는 그 옥패를 꺼내며 말했다.백의설도 그 문양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이게 바로 그 열쇠가 아닐까?”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있어요.”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자, 누나가 청련귀수결을 빨리 수련해야 해요. 그 후에 전송문을 찾아보죠. 고대 황파에 들어가면 반드시 큰 성과가 있을 거예요.”“알았어!”백의설은 대답하며 바로 수련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몇 분이 지나자, 임건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백의설의 뒤에서 혈통의 이상한 모습이 떠오르더니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형상이 떠올랐다.백의설이 수련할 때마다 그 형상도 함께 떠오르며 점점 강해져 갔다.“이 혈통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이상하네, 청련귀수결이 아홉 꼬리 혈통에 맞춰져 있는 건가?”임건우는 놀라워하며 생각했다.그가 몰랐던 사실은 바로 그가 추측한 대로였다.월야파의 첫 종주인 송초한은 신수인 아홉 꼬리 여우 혈통을 가진 왕족이었다.그녀
“황파는 고대의 문파야. 나도 옛날에 어떤 노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문파의 창설 배경은 한 절세의 여인 때문이라고 하더군. 그 여인의 이름은 바로 황이야.”“사실 이건 하나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전설에 따르면 황은 고대 신황족 출신으로 신황의 지위를 가진 여성이었어. 하지만 원수의 계략 때문에 육체는 소멸하고, 신혼은 일곱 빛깔의 여와석에 봉인되어 인간 세상에 떠돌게 되었지. 그러던 중 한 소년에게 발견되었어. 그때부터 소년과 황은 뗄 수 없는 인연으로 묶였다고 해.”“황의 도움을 받은 소년은 점차 성장하여 마침내 대제의 자리에 올랐고 황을 위해 문파를 창설했지. 그 문파가 바로 황파야... 그리고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그 대제는 이후 삼천세계의 공주이자 연호의 왕이 되었다고 해.”임건우는 백의설이 말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두근거렸다.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가지가 있었다.그는 뚱냥이를 떠올렸다.그리고 영산 비밀의 경지에서 만났던 그 신녀, 정미현.또 지장왕에 대한 기억도 스쳤다.그들이 남긴 역사 속에는 지울 수 없고, 동시에 아주 중요한 한 인물이 항상 등장했다.바로 연호의 주재자이자 인간 연맹의 맹주였다.여러 증거를 종합해 보면 백의설이 들었던 이야기 속의 대제는 바로 정미현이 애타게 그리워하던 그 맹주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고대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라니!”“고대 시절로 돌아가서 그 대제와 황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그는 알았다.그건 불가능한 일이다.그들은 이제 아마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불사족의 침략으로 수많은 영웅과 호걸들이 목숨을 잃었고 성산과 성지 또한 파괴되었다.심지어 불문의 마지막 정토조차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다.백의설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건우야, 월야파 종주가 석벽에 남긴 유서에 따르면 월야파의 가장 큰 비밀은 바로 황파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뭐라고요?”임건우는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떴다.이건 너무도
각각의 혈구 안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했다.금빛 대호수, 금술 부문, 혼돈 원기가 마치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구성하듯이 펼쳐졌다.그러나 일곱 번째 혈구에 도달했을 때 에너지가 고갈되며 문자의 연쇄적 촉진을 위한 에너지가 부족해졌고 자연히 과정이 멈추었다.임건우는 눈을 뜨며 마주한 백의설의 걱정 어린 눈빛을 보았다.“건우야...”“건우야, 깨어났네. 어때? 단계는 안정됐어?”눈이 마주치자마자 백의설은 다급히 물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안정된 것 같아요.”“건우야, 지금 단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태네. 수련법도 너무 기묘해 보이고.”“결국 돌고 돌아 여전히 금단 같아요.”“금단...”백의설은 그를 유심히 보더니 갑자기 그를 안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괜찮아. 그날의 도전 자체가 기이했잖아. 실패했는데도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야. 너무 낙담하지 마. 다음번엔 좀 더 철저히 준비하면 기회가 더 클 거야.”임건우는 매혹적인 미모를 가진 그녀가 자신을 안는 바람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오랜만에 여성과의 신체 접촉이 주는 묘한 감각에 마음이 요동쳤지만, 그는 태연한 척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며 주변을 살폈다.그는 한쪽에 깔린 모포 위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임하나를 보며 물었다.“내가 얼마나 수련했어요?”“별로 길지 않았어. 이틀 정도?”“이틀이라니!”임건우는 백리 가문의 사람들이 떠올랐다.“어르신이랑 가족들은 괜찮겠죠?”“걱정하지 마. 우리 아버지는 노련한 분이라 잘 대처하실 거야. 이 안개 늪지 같은 곳에서 깊이 들어가진 않으실 거야. 조금만 버티면 월야파 사람들이 떠날 거고 우린 늪지를 빠져나가 다른 길을 찾으면 돼.”백의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천성성은 월야파의 땅이라 돌아갈 수 없겠지만, 다른 문파의 보호 아래 있는 도시로 가면 돼.”“그나저나 대박인 걸 발견했어!”백의설은 그를 이끌고 동굴의 반대편으로 데려갔다.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글자들
월야파의 종주와 윤보라, 대장로 등이 황금 비행차 타고 거대한 비행 요수와 함께 안개 늪지를 향해 임건우를 찾으러 가는 동안, 임건우는 한 언덕에 있는 돌동굴에서 전념해 수련에 몰두하며 자신의 단계를 안정시키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몸속에서 도도히 흘러나오는 찬란한 빛줄기들을 느낄 수 있었다.이 빛줄기들은 금단이 깨진 후 내부에서 흘러나온 진원들이었다.그 안에는 지장왕에게서 이어받은 대위신력이 있었고 천의도법으로 생성된 뇌지의 에너지, 혼돈 나무와 혼돈 구슬로부터 흘러나온 원기의 이상현상, 그리고 고대의 12문자 금술의 조화까지 존재했다.이 모든 것들이 지금 그의 몸속을 돌며 피부와 뼈 사이를 넘나들며 흐르고 있었고, 이 때문에 그의 몸은 내부에서 빛나는 듯 환하게 빛났다.심지어 백의설조차 그의 몸에서 흐르는 무수한 빛줄기의 이상 현상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건우는 도대체 어떤 수련법을 익힌 거야? 어떻게 몸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마치 몸 안에 등이 켜진 것 같아.”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그녀는 감히 손을 뻗어 임건우를 건드리지 못했다.이 순간은 아주 중요한 때였고, 그녀가 부주의하게 손을 댔다가 그가 주화입마에 빠지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기 때문이다.후우... 후우...에너지가 들끓으며 진원이 변모하고 있었다.도도히 흐르는 황금빛 아래, 고대의 수많은 문자가 빼곡히 나타났다.이것이 바로 고대 12문자 금술의 변화였다.원래 금단 내부에 12개의 문자만이 새겨져 있었고, 금단을 둘러싸고 있던 문자들이 지금은 금단이 깨지면서 복제되듯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문자들은 경락을 흐르며 새로운 혈구를 열어갔다.혈구 안에서 문자들이 생성되고 금술이 생성되며 그 안에서 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듯한 변화가 일어나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즉, 지금 임건우의 몸속은 혈구를 금단처럼 사용하고 있는 셈이었다.그리고 몸속의 모든 혈구가 각각 하나의 금단이 된 것이었다.‘몸 안에 혈구가 몇 개나 있다고?’그는 이 숫자를 생각
“오장로라고?”소주민은 눈앞의 시신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형체가 망가져 있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네, 맞습니다.”윤보라는 오장로의 제자로서 스승의 모습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금방 시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스승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앞두고도 별다른 슬픔을 보이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집안, 즉 윤씨 가문의 사람들이 뇌겁에 휩쓸려 사망한 모습을 봤다.그들 중에는 그녀의 할아버지, 부모님, 여동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하지만 윤보라는 단 한 방울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마치 그들이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인 것처럼 보였다.실제로도 그랬다.윤보라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고, 보잘것없는 한 권의 초라한 무공서로도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그 때문에 월야파의 눈에 들어 문파에 입문하게 되었고, 그 후 그녀의 성격도 변화하기 시작했다.자신을 고귀하다고 느끼며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가 생겼고 가문을 향한 불만도 커졌다.윤씨 가문의 낮은 출신과 보잘것없는 배경은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다른 명문가 출신 제자들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이번에 신녀의 전승을 얻게 된 이후, 그녀의 성격은 더욱 변화했다.이제 그녀에게 월야파 종주조차 비위를 맞추려 했으니 월야파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었다.윤씨 가문의 가족들은 더더욱 그녀의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죽었으면 죽은 거지.”“하지만 감히 우리 윤씨 가문을 멸문하다니 이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이때, 월야파 종주 소주민은 체면도 없이 오장로의 시신을 뒤지기 시작했다.그가 찾는 것은 장검박과 저장 반지였다.특히 저장 반지였다.방금 윤보라에게 들은 바로는 신녀가 그녀에게 전승을 줄 때 하나의 옥패도 함께 건네주었다고 했다.그 옥패는 오래된 문파의 거대한 비밀과 관련되어 있었으며 윤보라는 페관 수련에 들어가면서 임시로 스승에게 그 옥패를 맡겼다고 했다.하지만 이제 오장로가 갑
임건우는 주변 상황에 개의치 않았다.그는 자신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몸속의 진원이 사방으로 흩어져 전신에 퍼져있었고 하나로 모아지 않았다.금단은 아주 커다란 호수처럼 변해 있었다.사실, 뇌겁을 넘을 때 이미 그의 금단은 산산이 부서졌다.그는 천의도법에 기록된 내용을 떠올렸다.금단을 깬 뒤에는 원영이여야 하며 뇌겁을 넘는 과정이 바로 금단이 깨지고 원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적혀 있었다.하지만 그는 금단이 깨졌을 때 원영이 형성되지 않았고, 정말로 금단이 깨진 달걀처럼 내부 내용물이 흘러나와 호수처럼 퍼져버린 것이다.그래서 진원을 모아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누나, 이걸 드릴게요.”임건우는 당장이라도 페관 수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사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는 반드시 페관 수련에 들어가야만 했다.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백의설에게 임하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백의설은 젖이 나지 않았기에 임건우는 생명 원천을 꺼내 임하나의 일상적인 젖으로 사용하게 했다.그리고 그를 끝까지 따라와 준 백의설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그녀의 헌신이 없었다면 임건우가 페관 수련을 오래 해야 할 경우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게 되어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모든 것을 정리하고 맡긴 뒤, 임건우는 곧바로 다리를 교차시키고 앉아 진원을 운용하기 시작했다.천성성 안에서 황금 비행차가 백리 가문의 옛 저택에 착륙했다.월야파 제자들은 안에서 마구잡이로 재산을 약탈하고 있었다.천성성 최고 명문가로 손꼽히는 백리 가문은 그야말로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내부에서 대형 상자째로 옮겨지는 영석과 희귀 약재들은 대장로를 흡족하게 만들었다.그는 태사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이번에 온 보람이 있군!”“천성성의 작은 세가문 정도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재산을 쌓을 줄이야.”“그런데...”“잠깐!”대장로는 갑자기 몸을 곧추세우며 눈빛을 번뜩였다.백리 가문 집안에 이렇게 많은 보물이
백의설은 복수심에 불타오르며 나서는 가문 사람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감정적으로 용서하기 어려웠다.앞으로 나아갈수록 안개는 점점 짙어졌다.백의설은 수련 경지가 임건우보다 높았지만, 길을 찾는 데는 아주 무작정 헤매는 수준이었다.그녀는 늪지의 지형을 따라 아무렇게나 걷다가 곧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그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독에 중독된 것이다.반면 임건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심지어 그의 딸 임하나도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중독의 흔적조차 없었다.이는 임건우가 본래 천의도법의 계승자로서 몸에 고대 금술인 12 부적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혼돈 나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기 때문이었다.일반적인 독소는 그를 전혀 해칠 수 없었다.게다가 임하나는 자연 신격으로 보호받고 있었기에 더욱 안전했다.“건우야, 나 독에 중독된 것 같아!”“누나는 아기만 데리고 뒤로 물러나세요. 저는 신경 쓰지 말고요.”백의설은 진원을 돌리며 독소에 맞섰지만, 진원을 돌릴수록 중독 증상이 점점 더 심해졌다.곧 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흐릿해져 걸음조차 제대로 뗄 수 없었다.임건우는 서둘러 대해장단 한 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백의설은 대해장단을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이... 이게 대해장단이야? 건우야, 네가 이런 고급 단약을 어디서 구했어? 이거 하나 얻으려고 우리 백리 가문이 한때 재산 절반을 쏟아부었었는데.”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어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이 단약은 그렇게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마 약신궁에서 바가지를 씌운 거겠죠. 제게는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전부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너, 설마 연단사야?”백의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임건우는 단약을 그녀의 입에 직접 넣어주었다.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닿았지만, 임건우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들어가자고?”“지선도 들어갔다가 미쳐서 나온 곳인데 네가 들어간다고?”대장로는 그 제자를 향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 안에선 기본 실력도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죽으러 가는 거야. 어차피 백리 가문 사람들은 죽든 살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 돌아가서 윤씨 가문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라. 그리고 백리 가문의 재산은 몰수하도록 해라.”월야파 제자들은 이 지옥 같은 곳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대장로의 말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뻐하는 얼굴로 떠나갔다.다만 대장로는 몇몇 제자들을 길목에 남겨 일주일간 이곳을 지키도록 명령했다.“월야파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았어.”백의설은 뒤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 황금 비행차가 멀리 날아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월야파가 데리고 온 사람들의 실력은 너무 강대했다.백리 가문으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다.짧은 충돌에도 백리 가문은 이미 10여 명의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는 훨씬 많았다.“여보, 여보, 제발 버텨요. 당신 없으면 나랑 아이는 어떡하라고요...”“엄마, 정신 차려요. 가주님, 제발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뭐든 다 바치겠습니다!”“아기 아빠, 다리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이대로는 다리를 못 쓰게 될지도 몰라요!”주변에서 울부짖고 신음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백리 가문은 이번 전투로 심각한 피해를 보았고 직계 가족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특히 암위는 가장 먼저 희생당했다.원래 3000명이 넘었던 암위는 이제 300명도 채 남지 않았다.잃어버린 백리 가문의 재산은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임건우는 이 광경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그는 자신의 공간 반지에서 몇 병의 치유 성약을 꺼내 백의설에게 건넸다.“누나, 이건 대회춘단입니다. 상처 입은 가족들에게 이걸 먹이세요. 아직 숨이 붙어 있다면 모두 살릴 수 있을 겁니다.”그러나 곧 불협화음이 들려왔다.한 사람이 대회춘단을 받자마자 그것을 늪지대에
월야파의 대장로는 단연 선봉에서 백리 가문의 사람들을 학살했다.그들은 백리 가문에게 말 한마디 나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엄청난 힘이야!”“이 자, 천성성의 대공양보다 더 강하군!”임건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지금 나설 수 없었다.방금 뇌겁을 넘긴 그는 혼돈 나무가 천기를 차단한 덕분에 뇌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그 결과, 그는 뇌겁을 통과했다고는 하나, 뇌겁 금광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현재 그의 수련 상태는 원래의 원영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아주 기묘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지금 당장 그는 자신의 수련 상태를 안정시키는 시간이 절실했다.그렇지 않으면 단계가 오르기는커녕 다시 금단 단계로 퇴보할 위험이 있었다.그는 임하나를 안고 있었다.움직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백리 가문의 사람들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그들은 이미 마음속에 쌓여 있던 원망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 임 도련님! 당신 그렇게 강하다고 하지 않았어? 천성성의 대공양까지 죽일 정도의 절세 고수라면서! 그런데 지금 멍하니 서 있기만 하고 뭐 하는 거야? 빨리 움직이지 않고!”임건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백의설마저도 조급해졌다.“건우야! 무슨 일이지?”임건우는 무력하게 대답했다.“방금 뇌겁을 치르며 약간의 상처를 입었어요. 지금 진원이 흩어져 움직일 수 없어요.”“아...”백의설은 그제야 깨달았다.임건우가 뇌겁을 치른 후 뇌겁 금광 속에서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리고 뇌겁 금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뇌겁이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더 이상한 점은 뇌겁이 실패하면 보통 즉시 재가 되어 사라져야 하는데 임건우는 어떻게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백의설은 더욱 초조해졌다.그녀는 이전에 임건우가 대공양을 쉽게 죽인 모습을 보고 월야파의 사람들과 어느 정도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안개 늪지로 들어가요! 빨리!”임건우가 크게 외쳤다.“안개 늪지로 들어가라고? 거기 들어가 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