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는 당연히 유화였다.그녀는 온몸에 이불을 감은 채 머리만 내밀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긴 생머리를 침대에 늘어뜨린 채,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임건우를 바라보고 있었다.임건우는 어머니 방 인기척을 살핀 뒤, 재빨리 방 문을 닫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유화가 야릇한 미소로 답했다.“일하는 중이지!”임건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일?”“침대를 따뜻하게 덥히고 있어. 나 오빠의 노예잖아.”순간 임건우는 심장박동이 빨라지다가 머리가 지끈거렸다.외출하기 전에 어머니한테 유화와 가까이 있는 모습을 들켜버린 뒤로 어떻게 해명할지 아직 생각도 못 했는데 이런 자세로 그의 방 침대에 누워 있다니! 이걸 어머니가 보면 또 무슨 오해를 하실까!“장난치지 말고 얼른 돌아가서 잠이나 자!”임건우는 다가가서 이불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유화는 이불을 꽉 잡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이불 가져가지 마. 나 알몸이란 말이야.”“뭐라고?”임건우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귓가에 악마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다.“이불 벗겨버리고 덮쳐! 여자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게 남자야?”유화도 눈을 깜빡이며 어서 달려들지 않고 뭐하냐고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임건우는 바짝 타는 입술을 깨물며 애써 충동을 억제했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선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당장 나가. 안 나가면 정말 화낼 거야. 날씨도 더운데 침대 데우는 작업이 왜 필요해?”“그래, 알았어.”유화는 새침하게 말하고는 이불을 던져버렸다.“아!”임건우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머리는 당장 고개를 돌리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유화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그녀를 감쌌던 이불이 젖혀지고 그의 눈빛에 살짝 실망감이 감돌았다.‘이런 사기꾼!’유화는 옷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그것도 아주 단정한 스타일로!“옷 안 입었다면서?”“오빠, 왠지 실망한 것처럼 보인다? 장난 좀 친
임건우가 버럭 화를 내려 했지만 유화는 이미 방 문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약재들 준비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니까 일단 돌아갈게. 내일 봐.”유화가 떠난 뒤, 임건우는 거친 한숨을 몰아쉬었다.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기분도 들었다.“요망한 여자네!”사실 나이로 따지면 유화는 임건우보다 조금 연상이었다. 게다가 지하 세계 보스의 양녀에 그녀 자신도 뛰어난 무예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행동이나 말투가 거침이 없었다.한편, 임건우의 방을 나선 유화는 빨갛게 상기된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한 번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남자에게 대시해 본 적 없었다.조금 전 그녀가 이불을 젖힐 때 임건우가 보인 반응을 생각하면 재밌어서 웃음이 나왔다.“그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으면 옷을 벗고 들어가는 거였는데.”유화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프라이빗 클럽으로 돌아간 그녀는 수련의 경지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연습장으로 달려갔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대련을 하고 있었다.그중에는 천우도 있었다.연습장 중심에서 천우는 홀로 세 명을 상대해 주고 있었다.툭! 툭! 툭!만리상맹의 세 부하직원은 얼마 되지 않아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역시 천우 도련님이십니다!”“도련님, 저희는 도련님 상대가 안 되니 이만 놓아주세요.”부하 직원들은 간절한 표정으로 천우에게 애원했다.하지만 천우는 단호하게 딱 잘랐다.“안 돼! 내가 연습 게을리하지 말라고 했지? 거기 다섯, 뭐 해? 빨리 안 올라오고!”부하직원들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상황을 구경하던 유화는 가볍게 링에 뛰어오르며 말했다.“오빠, 애송이들 괴롭혀서 뭐 해? 상대가 필요하면 나랑 해!”“유화 너 언제 돌아왔어?”천우가 오밤중에 갑자기 부하들을 불러 모아 대련을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유화가 임건우의 거처에 간 것을 알게 된 뒤로 가슴이 답답해서 스트레스를 애먼 부하들에게 풀고 있었던 것이다.돌아온 유화의 모습을 보자 잔뜩 굳었던 천우의 표정도 활짝 풀어졌다.“그래
한편, 샤워를 마친 임건우는 침대에 걸터앉았다.그의 손에는 정인이 떠나기 전 주고 간 박스가 들려 있었다. 여태 뜯어보지 않아서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몰랐다.“설마 시계 같은 건 아니겠지?”임건우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는 여느 재벌 2세와는 다르게 신분을 상징하는 시계 같은 장신구를 선호하지 않았다. 스마트폰도 있는데 귀찮다는 이유에서였다.박스를 열어 보니 안에는 뜻밖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그것은 초록색 빛을 띤 비취옥 조각상이었다.어린아이 주먹 정도 되는 사자 조각상이었는데 한눈에 봐도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조각상을 손에 들자 무언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그 순간 그는 충격에 눈을 부릅떴다.조각상 안에서 일렁이는 에너지 덩어리가 보였다.“이게 뭐지? 설마… 영기?”천의도법은 의술과 무예를 합친 수련법으로, 무예와 의술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무명공법의 수련은 천지 사이에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하는 영기 에너지를 흡수하여 수련자의 경지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예전에 임건우는 조상님의 신비한 힘을 전수받았기에 영기를 딱히 필요로 하지 않고도 빠르게 수련에 입문할 수 있었지만 만약 영기의 에너지까지 얻게 된다면 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임건우는 큰 충격에 빠졌다.그는 천천히 사자 조각상을 만지며 기를 운용해서 조각상에서 스며 나오는 영기를 흡수했다. 순간 체내의 진원이 물 만난 고기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온몸이 편안해졌다.“영기야! 역시 영기였어! 편안해! 다시 흡입해 볼까?”임건우는 침대에 앉아 계속해서 비취옥 조각상의 영기를 흡수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조각상 안에 있던 영기가 전부 그의 체내로 흡수되었다.그리고 이때, 그의 몸 안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무명공법이 또다시 돌파하여 세 번째 단계까지 돌파한 것이다.“영기는 역시 대단하네. 많을수록 좋겠어!”그는 다시 조각상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맑은 초록빛을 뿜던 조각상은 영기를 잃은 뒤, 빛을 잃고 평범한 조각상
왕 여사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여자는 남편을 잘 만나야 한다니까. 이게 다 팔자지 뭐. 우리 딸은 황후로 살 운명을 타고난 거야. 가연이가 안타깝지. 그 미모에 무능력한 남편을 만났으니… 가연이가 순진해서 남자 보는 눈이 없어서 그랬나 봐. 가연이는 이제 가망이 없으니 자기는 지연이한테 신경 좀 써야겠어. 남자 만날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대로 된 놈 만나라고 잘 가르쳐.”심수옥은 상대의 귀뺨을 날려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도 임건우를 혐오하고 둘이 당장이라도 이혼하기를 바라는 사람이었지만 다른 사람의 입에서 저런 말을 들으니 자존심이 상했다.심수옥은 40억짜리 수표를 흔들며 말했다.“팔자 좋아하네. 4억이 그렇게 대단해? 이거 봐. 우리 사위가 준 거거든? 40억이야! 자기는 평생 40억이라는 돈을 구경이나 해봤어? 황후? 용돈으로 고작 4억 받으면서 황후야? 나는 그럼 태후 마마인가?”수표에 적힌 액수를 확인한 왕 여사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기분이 좋아진 심수옥은 처음으로 임건우도 꽤 괜찮은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 생각은 은행 창구에 도착하자마자 무참히 깨져버렸다.구겨진 수표를 확인한 은행 직원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여사님, 수표가 너무 구겨져서 사인과 날짜가 지워졌네요. 이건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뭐라고요? 사용할 수 없다니요?”심수옥은 피라도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왜 사용할 수 없다는 거죠? 조금 구겨진 것뿐이잖아요? 그게 무슨 문제가 된다고 고객을 이렇게 푸대접해요? 당장 현금화해 줘요. 안 그러면 민원 넣을 거예요.”직원은 여전히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이 수표는 무효에요. 저도 어떻게 해드릴 수 없네요.”옆에서 지켜보던 왕 여사가 비웃음을 터뜨렸다.“자기 사위가 용돈이라고 준 40억 수표라고? 금액이 좀 지나치긴 했어. 그렇지? 그냥 가짜 수표 아니야? 자기도 참… 자기 나한테 자격지심이라도 느꼈나 봐? 그 무능한 사위한테서 용돈을 받았다는 거짓말까지 하는 걸 보면!”심수옥은
“엄마, 긴장 풀고 천천히 말해요. 사고가 났다고요? 엄마는 어때요? 다친 곳은 없어요?”심수옥의 연락을 받은 유가연이 걱정스럽게 안부를 물었다.심수옥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나는… 괜찮은데 하필 사고 상대가 여씨 가문 차라… 롤스로이스래… 어떡하지?”“롤스로이스요? 세상에나!”유가연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심수옥은 조급한 목소리로 애원했다.“딸, 빨리 이쪽으로 와줘. 어차피 너 지금 돈 많잖아. 임건우 그 자식도 데려와! 상대가 만만치 않아.”임건우는 유씨 가문의 유일한 남자였다. 심수옥은 이런 사건은 당연히 남자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유가연의 연락을 받은 임건우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30분 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현장에 도착했다.얼굴이 퉁퉁 부어서 코피까지 쏟으며 바닥에 쓰러진 엄마를 보자 유가연은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엄마! 괜찮아요?”임건우도 미간을 찌푸렸다.물론 그는 심수옥에게는 일말의 연민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처참하게 맞은 엄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유가연을 보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게다가 아무리 그래도 심수옥은 그의 장모였다. 그녀를 싫어하는 감정은 여전해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가족을 건드린 건 용납할 수 없었다.그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롤스로이스 차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임건우를 불쾌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당신들이 이 아줌마 가족이야? 잘됐네! 그래서 수리비 8억은 어떻게 배상할 거야?”“뭐? 8억? 아까는 4억이라고 했잖아요!”심수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따지듯 말했다.하지만 남자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냉랭하게 대꾸했다.“그건 조금 전 얘기고.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아줌마 때문에 여기서 30분이나 지체했잖아. 시간이 금이라는 거 몰라? 내가 누군지는 알 테고, 감히 돈을 안 갚고 발뺌할 생각은 아니지?”그 말에 심수옥은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주변에 있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유가연, 임건우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임건우는 가볍게 왼손을 들어 남자의 발목을 잡았다.그리고 몸을 비틀어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당황한 남자가 놀라서 중얼거렸다.“엄청난 속도야! 어떻게 한 거지?”그 순간 임건우의 오른손이 남자의 얼굴을 뭉개면서 뒤로 밀쳤다.쾅!요란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머리가 롤스로이스 차창에 부딪혔다.구경하던 사람들은 가슴이 철렁해서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좋은 마음으로 임건우를 말렸던 노인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임건우는 남자의 머리를 다시 잡아서 뭉개버렸다.일방적인 구타였다.쾅!쾅쾅!롤스로이스 차창이 깨지면서 남자의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그제야 임건우는 동작을 멈추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이 여자는 내 와이프야. 감히 내 와이프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해? 당신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들을 지켜보았다.중년의 나이에 남자에게 개처럼 맞은 장모 때문이 아니라 와이프의 눈에서 눈물을 뺐다는 이유라니!도대체 얼마나 와이프를 사랑하면 저런 말이 나올까?유가연도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여씨 가문의 악명은 그녀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말 한마디로 유씨 가문을 소리 소리소문없이 강주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여씨 가문 사람을 상대로 임건우가 폭행을 저질렀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하지만 유가연은 엄마의 참혹한 모습을 그래도 임건우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사람은 자존심이 있다. 벌레도 밟으면 꿈틀한다.하지만 심수옥은 생각이 달랐다. ‘여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데 임건우 저 무식한 놈이 감히!’그녀는 바닥에서 일어서서 임건우에게 다가가서 귀뺨을 쳤다.임건우는 이 허세로 가득 찬 사내를 어떻게 혼내줄지 골똘히 생각하느라 심수옥의 돌발행동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비록 손이 날아오는 순간에 급하게 몸을 피했지만 심수옥의 손은 그의 얼굴을 스쳐서 지나갔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가 장모에게 맞은 것처럼 보였다.심수옥이 씩씩거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임건우는 가족을 가지고 협박하는 인간을 가장 혐오했다. 그래서 귀뺨을 날리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확 들어갔다.“쿨럭!”순식간에 사내의 입에서 피가 흐르더니 이빨 두 대가 부러졌고 머리는 차 문에 부딪혀 눈앞에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지켜보던 관중들은 미친놈을 보는 눈빛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누군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권고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임건우를 애도했다. 물론 지금 당장에야 분이 풀리겠지만 배후에 여씨 가문을 등에 업은 사람을 이렇게 개 패듯 팼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었다.심수옥도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이 무능한 놈이 싸움 좀 한다고 안하무인이네? 지금 우리 가문까지 피똥이 튀게 생겼잖아!’그녀가 달려가서 임건우에게 매를 들려던 순간.고개를 돌린 임건우가 냉랭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당신은 장모님 데리고 병원으로 가. 어서!”유가연은 걱정스러웠지만 처음 보는 그의 무시무시한 표정에 고개를 끄덕이고 심수옥을 잡아끌었다.심수옥은 끌려가면서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다들 보셨죠? 이 임가에서 버림받은 무식한 놈이 우리 딸이랑 결혼하고 우리 딸 덕을 보며 여태 살았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에 둘이 이혼했어요. 그러니 이놈이 오늘 한 짓은 우리 가문과 전혀 상관이 없단 말이에요!”순간 유가연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어졌다. 그녀는 재빨리 심수옥을 끌고 차에 올랐다. 계속 여기 있다가 엄마 입에서 더 험한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사람들의 시선이 미묘해졌다.누군가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누군가는 가소로운 표정, 또 누군가는 동정 어린 시선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장모를 대신해서 나섰다가 장모에게 오히려 매를 맞고 사람들 앞에서 망신까지 당한 상황.“임우진이 사고로 사망한 뒤로 임건우는 완전히 폐인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장모 집에서 가정부처럼 살면서 장모에게 온갖 욕을 다 들으면서도 대꾸 한번 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소문이 사실인가 봐요.”구경꾼들 중의 누군가가 작게 말했다. 소리는 작았지
임건우는 이 여자도 무예를 수련한 자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게다가 사내보다 한 등급 더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이었다.“당신은 누구지?”임건우가 담담하게 물었다.여자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여자를 알아본 노인이 입을 열었다.“나 저 여자 알아. 여씨 가문 가주 여윤건이 가장 총애하는 손녀잖아! 이름이 여윤아라고 했었나?”“아 그분이네요!”“임가 놈 이번에는 제대로 걸렸네요. 하필이면 여씨 가문의 마녀라고 불리는 여자한테 걸려서….”“쉿! 조용히 해요. 듣겠어요!”사람들은 소리를 낮춰 수군거렸지만 임건우는 그들이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 임건우도 강주 출신에다가 한때 재벌 2세였기에 상위 세계의 소문을 들은 바 있었다. 여씨 가문의 여윤아에 관한 소문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다!여윤아는 이름과 성격이 정반대인 여자였다.중학교 때부터 학교 일진으로 활동하면서 고등부 선배와 맞짱을 뜬 이력이 있었다. 더 기가 차는 건 그녀가 싸움을 아주 잘한다는 사실이었다. 가민조도 그녀에게 맞아서 운 전적이 있었다.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실물을 만나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그녀 역시 무예 수련자였기 때문이었다.하지만…“감히 우리 가문 사람을 건드려? 간도 크네! 나랑 한판 붙어!”여윤아가 얼굴을 반쯤 가린 선글라스를 벗어 던지자 순정만화 주인공을 닮은 앳된 얼굴이 드러났다. 여윤아라는 이름과 무척이나 어울리는 얼굴이었다.임건우는 그녀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난 환자랑은 안 싸워.”“뭐라고? 이 미친놈이 누구를 욕하는 거야!”“넌 환자 맞아.”“악! 이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가! 네가 누군지 모르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넌 죽어!”화가 머리끝까지 난 여윤아가 맹렬한 기세로 임건우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무시무시한 속도야! 저건 못 피하겠어!”지켜보던 행인이 감탄하듯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임건우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여윤아의 주먹이 코앞에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왼손으로 가볍게 그녀의 주먹을 받아냈다.여윤아가 아무리
임건우는 당연히 당자현을 탓하지 않았다.오히려 끝없는 마음의 아픔만이 느껴졌다.임건우는 천천히 다가가 당자현을 부드럽게 품에 안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넌 왜 이렇게 바보 같아? 임신한 걸 알면서도 이런 곳에 오다니... 많이 힘들었지? 다행히 지금은 무사하지만, 만약 네가 사라지면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당자현은 임건우의 얼굴을 감싸며 손끝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당자현의 눈은 임건우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가득 채우며 마치 세상에 그저 둘만 있는 것처럼 깊은 눈길을 보냈다.당자현은 감정을 담아 속삭였다.“난 이 삶이 이렇게 끝날 줄 알았어. 우리의 인연은 아마 다음 생에서야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이렇게 찾아와주니까... 이제는 내가 죽어도 아쉬움이 없어.”임건우는 당자현의 엉덩이를 가볍게 쳤다.“그런 말 하지 마. 네가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우리 딸을 위해서라도 잘 살아야지.”“맞아, 네 말이 맞아! 자기야...”당자현은 망설임 없이 임건우에게 입맞춤했다.둘의 입술이 닿자 점점 숨이 가빠지고 감정이 고조되었다.백옥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땅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부영록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임건우와 나지선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기에 이 상황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그 당시 자신도 그들과 함께 있었고 임건우가 그녀를 안을 때 그 어떤 감정을 느꼈든 기억이 떠올랐다.부영록은 잠시 그 장면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런 감정은 이제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부영록은 잠시 후 고개를 돌려 다른 일을 했다.“이 무기들, 품질이 꽤 괜찮군.”백옥은 시체에 꽂혀 있던 여러 개의 비검을 뽑아들고 세심히 살펴보았다.각각의 검은 마치 정수를 담고 있는 듯한 기운을 발산하며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검 위에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그것이 마치 작은 진법처럼 보였다.그뿐만이 아니었다.모든 무기에는 천병각이라고 새겨진 세 글
푹!피가 하늘을 찌르며 쏟아지고 시체가 널브러졌다.신풍곡의 200명 넘는 고수들, 그중에서도 그 최고 지도자인 장문까지 한 방에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신풍곡 장문의 목에는 긴 칼이 꽂혀 있었다.그의 눈은 크게 뜨였고 고통스럽게 한마디를 남겼다.“어떻게... 이런 일이... 안에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냐?”하지만 그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순간적으로 생명의 기운이 사라지고 눈을 영원히 감았다.그때 임건우와 일행의 마음속에는 큰 충격이 일었다.자연 신전 안에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니 그리고 그 사람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심지어 부영록까지 눈이 휘둥그레져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그 안의 여자가 그들을 죽이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이렇게 한 번의 손짓으로 200명이 넘는 고수들을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면 그들이 죽는 것은 단 한 번의 손동작으로 해결될 것이다.임건우가 당자현에게 물었다.“자현아, 그 안에 있는 사람, 대체 누구야?”당자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도 몰라. 난 이곳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어. 백호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지.”그들이 말하는 사이 청동 고전의 대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쿵!끽!금속이 마찰되는 소리가 들리며 그 소리만으로도 문이 얼마나 오랫동안 닫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청동문에 낀 청록색과 먼지들이 그 문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마치 이 문이 1만 년을 넘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것처럼 그 무게감과 고대의 느낌이 났다.딸각딸각...발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임건우 일행은 모두 뒤로 물러서며 긴장했다.그리고 그들 앞에 등장한 것은 백발에 깊은 주름이 새겨진 할머니였다.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녀의 머리는 엉망이었고 얼굴의 절반은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었다.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이 시대의 것이 아니었고 전혀 다른 시대의 옷처럼 보였다. 그녀의 전신에서
“흑흑흑, 흑흑흑.”울음소리가 청동 고전의 전당에서 퍼져 나왔다.그 울음소리는 간헐적이고 때로는 높은 음으로 때로는 낮은 음으로 이어졌지만, 강력한 정신적 영향을 주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마치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울음처럼 세상 모든 것들이 함께 슬퍼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그 울음소리는 모든 생명에게 슬픔을 강하게 전파했다.그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즉시 그 감정에 휘말려 깊은 슬픔에 빠져들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흐르며 심지어 정신력이 약한 이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울며 통곡하다가 마음속에서 뭔가가 터져 나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통스러웠다!엄청난 고통이었다!임건우는 자신의 정신력으로 고전의 전당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를 막으려 애썼다.임건우가 가진 정신력은 이미 엄청나게 강력했지만, 한때 취혼관에서 얻었던 힘 덕분에 한층 더 강해졌음에도 그 울음소리는 여전히 임건우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부영록은 그나마 괜찮았다.백옥은 오히려 더 힘들어 보였다.백옥은 육체적으로 강했지만, 정신력은 임건우보다 약했기에 울음소리에 즉시 영향을 받았다.눈물은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급기야 백옥은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렸다.현장에서는 울음소리가 가득했다.그때, 당자현이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그 손가락에서 하얀빛이 번쩍였고 그 빛 속에서 기이한 문양들이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그 하얀 빛은 실처럼 길게 퍼져 나가며 반구 형태의 보호막을 형성했다.그 보호막은 임건우와 백옥, 부영록을 감쌌다.이것은 정신력으로 만들어진 방어막이었다.울음소리가 그 방어막에 부딪히자, 보호막의 문양들이 떨며 황금빛 기운을 발산했고 그 울음소리의 대부분을 막아냈다.“저 울음소리는 대체 누구의 울음소리인가?”“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아파요... 흑흑흑... 못 참겠어요... 울고 싶어요...”문파 사람들은 무작정 울기 시작했다.그들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 울음소리에 휘말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때, 갑자기 울음소리가
공 장로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외쳤다.“흩어져라! 모두 흩어져!”공 장로는 크게 외치며 가장 먼저 옆으로 물러섰다.임건우를 한눈에 보고 절대 고수로 착각한 것이다.자신의 희귀한 영보를 그렇게 쉽게 빼앗아 갈 수 있다면 임건우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이 틈을 타, 임건우는 쉽게 당자현에게 다가갔다.이 순간의 당자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마치 천계에서 내려온 신선 같은 모습이었지만, 온몸은 피투성이였고 머리칼은 흐트러져 있었다.임건우는 천천히 걸어 당자현 앞으로 나섰다.그리고 손을 들어 당자현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자현아, 내가 왔어.”“자기야!”당자현은 고개를 살짝 들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임건우를 올려다보았다.당자현은 바로 임건우의 품에 뛰어들었다.“크악!”이때, 금강마원이 상황을 알아차렸다.한 인간이 당자현 곁으로 다가갔다는 사실에 그의 눈에서 핏빛 살기가 번쩍이며 천지를 울리는 포효를 내질렀다.그의 몸이 갑자기 두 배로 불어나더니 발을 세게 구르며 중력 영역을 다시 펼쳤다.순식간에 적들을 반쯤 쓰러뜨리고 바람처럼 임건우를 향해 돌진했다.“건우야! 조심해!”백옥이 외치며 금색 대검을 들고 달려왔다.그 대검은 그녀 몸집보다 두 배는 커 보였고 무게는 상상조차 어려웠지만, 그녀는 그것을 손쉽게 다루며 화살처럼 빠르게 다가왔다.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날린 비검이 백옥을 향해 날아왔지만, 백옥은 가볍게 그 비검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갔다.백옥이 들고 있는 대검 역시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뒤이어 부영록도 달려왔다.임건우는 커다란 비밀을 품고 있었기에 부영록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임건우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그런데 바로 이때 당자현이 갑자기 눈부신 하얀 손을 들어 올리며 금강마원을 향해 소리쳤다.“백호야, 안 돼! 멈춰!”쿵!쾅!금강마원은 당자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거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이 될 뻔했던 돌진을 멈추며 갑자기 방향을 바꿔 옆에 있는 거대한 청동 기둥
“누구냐!”임건우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문파 사람들에게 발각되었다.한 노인이 크게 외치며 오색 찬란한 빛을 띤 검을 휘둘렀다.날아든 검은 임건우를 허리부터 반으로 베려는 기세였다.그 순간, 임건우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압도적인 위기감이 몰려왔다.지금껏 겪어온 어떤 위험보다도 강렬한 공포였다.임건우는 본능에 따라 최강의 방어술인 현무방갑술을 발동하며 자신의 몸을 감쌌다.온몸에 무수한 주술 문양이 떠오르더니 하나로 모여 거대한 방패를 형성했다.임건우는 이 방패로 검격을 막아내려 했다.그 장면을 지켜보던 백옥은 겁에 질려 얼굴을 돌렸다.“안 돼...”부영록도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멍청하네. 이렇게 무모하게 덤비다니... 이 정도 실력으로 문파 고수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으려 하다니 그건 스스로 죽으러 가는 거잖아.”푹!임건우가 힘겹게 형성한 현무방갑술은 단 한 번의 공격만 막아냈다.방패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고 날카로운 검날이 임건우의 몸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었다.하지만 바로 그때였다.임건우의 몸속에 있던 혼돈 나무가 살며시 가지를 흔들었다.회색빛 혼돈 원기가 검날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슛!순식간에 혼돈 원기가 검날을 휘감더니 그 검을 통째로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빨아들였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임건우 자신도 어리둥절했다.임건우는 죽기는커녕 혼돈 원기가 그 검마저 흡수해버린 것이다.이건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임건우는 급히 자신의 몸속을 내시했다.그리고 자복궁 안에서 한 가지 광경을 발견했다.그 검은 지금 혼돈 나무의 가지에 걸려 있었다.검은 온통 피처럼 붉었고 검신에는 세밀한 문양과 부적 같은 각인이 번쩍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그제야 깨달았다.이 검은 조금 전 금강마원에게 큰 상처를 입혔던 바로 그 신검이었다.어마어마하게 날카롭고 법력이 강했던 검이 이런 처지로 전락하다니.그러자 임건우는 혼돈 나무가 얼마나 기적 같은 존재인지를 문득 깨달았다.그동안 임건우는
‘이건 무슨 개념이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임건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만약 독수리 부대에 이런 전력이 있었다면 고대 결계 저편에서 벌써 승리하지 않았겠어?’부영록이 말했다.“너 아직 못 알아챘어? 저 사람들 옷이 전부 같은 디자인이잖아. 이건 같은 문파 소속이라는 증거야. 아마도 문파 내에서 누군가 자연 신전을 발견하고 이를 문파 고위층에 보고했을 거야. 그래서 문파의 전력을 총동원해 자연 신전을 탐색하러 온 거지.”부영록의 말에 임건우와 백옥은 그제야 그 사실을 눈치챘다.“저 흰 털 원숭이가 설마 금강마원이야?”“그런데 체형이 우리가 발견한 발자국과 전혀 맞지 않잖아. 혹시 이건 새끼고 진짜 큰 게 따로 있는 건가?”부영록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금강마원은 체형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만약 천 장 크기로 변신했다면 인간의 이런 연합 공격 앞에 커다란 표적이 되는 셈이잖아. 그러면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 테니까. 이 정도 크기라도 여전히 너무 큰 거고.”그들은 금강마원의 몸을 둘러싼 청색 강기를 발견했다.마치 방어막처럼 보였고 인간들의 법보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하지만,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고수로 보이는 노인 몇 명의 무기는 심상치 않았다.먼저 은빛 채찍이 하나 있었다.길이가 무려 백 미터는 되어 보였는데 채찍이 금강마원의 몸에 닿을 때마다 공간이 뒤흔들렸고 금강마원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비록 청색 강기가 뚫리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었다.또 하나는 새빨간 영검이었다.그 칼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고 금강마원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무기였다. 칼이 닿을 때마다 금강마원의 몸에 피구멍이 뚫렸고 땅에는 피가 흥건히 고였다.“으악!”그 순간, 하늘을 찢을 듯한 고음이 전장을 뒤덮었다.갑자기 전장에 난입한 한 여성이 전투가의 노랫소리를 터뜨렸다.그 소리는 강력한 관통력을 지니고 있었고 최고 수준의 정신력을 담고 있었다.마치 아홉 하늘의 천둥과 끝없는
눈앞에 펼쳐진 청동 고전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거대한 고전은 원시 숲 깊은 곳에 우뚝 서 있었고 그 끝이 구름 속에 닿을 정도로 높았다.마치 하늘 위의 신성한 도시처럼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고전은 고풍스럽고 단아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표면에는 푸른 녹이 내려앉아 있었다.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은 고대의 아득한 세월을 넘어온 듯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세 사람은 눈앞의 광경에 완전히 압도당했다.임건우와 백옥은 이 고전이 뿜어내는 웅장한 기세에 깊은 충격을 받았고 부영록은 놀란 눈으로 말문을 열었다.“이거... 설마 자연 신전인가? 너무 말도 안 되는걸.”임건우와 백옥은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뭐라고요? 자연 신전이라고요?”“그게 뭔데? 신들이 사는 곳인가?”부영록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자연 신전은 자연의 규칙을 담고 있는 장소야.전설에 따르면, 자연 여신이 도를 깨우치며 규칙을 응집시켰던 곳이지. 삼국 시대, 자연 여신이 신이 되기 전에는 그저 평범한 인간 여자였다고 해.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기회를 잡아 자연의 힘을 깨닫게 되었고 이 신전에서 도를 깨우치며 3천 년을 수련했대. 그렇게 신성에 도달한 그녀는 전무후무한 자연 여신이 되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자연 신전도 자취를 감췄지. 그 후로 만 년 동안 수많은 선역과 태고 성지에서 이 자연 신전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어. 그런데 여기에 있다니... 믿을 수가 없네.”부영록의 눈빛이 열정으로 타올랐다.“크아!”그때 갑작스럽게 금강마원의 거대한 포효가 들려왔다.이번에는 더 강렬한 소리와 함께 대지를 울리는 진동이 전해졌다.숲은 땅이 흔들리며 흔들렸고 나무가 휘청였으며 바위들이 굴러내렸다.그뿐만 아니라 하늘 위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검광이 솟구쳤고 찬란한 빛 무리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갔다.분명 앞쪽에서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백 리나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세 사람조차도
주변의 천지 영기가 말도 안 되게 진했다.임건우가 공법을 전환하자마자 그의 몸 주변에 수많은 영기 소용돌이가 생겨났고 끝도 없는 영력이 마치 물고기 떼처럼 그의 몸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그것도 아주 순수한 영력이었다.임건우는 숨 한 번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꼈다.그때 부영록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뭔가 이상한데?”부영록은 주변 환경을 살피며 말했다.“이 발자국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자연 속성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이건 꽤 비정상적이야.”백옥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앞에 있는 숲을 봐봐. 울창하게 우거진 원시림이잖아. 이런 곳에 자연의 기운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아?”그러나 부영록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넌 모르는 거야. 내가 말하는 자연 속성은 자연 규칙이 담긴 속성을 말하는 거야. 영기와는 아주 다른 개념이지.”임건우가 부영록을 보며 물었다.“그러니까 뭘 의미하는 거죠?”부영록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자연 속성의 규칙은 일종의 신의 힘이야. 그걸 자연선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런 게 그냥 생기는 게 아니야. 그리고 금강마원 같은 존재가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이 말은 어쩌면 이 안에...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야.”“신이라고?”임건우와 백옥은 깜짝 놀랐다.특히 백옥은 더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 세계의 규칙이 불완전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로서는 신의 존재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삼천 년이라는 기록된 역사를 통틀어 지구에서는 단 한 명의 신도 나타난 적이 없었다.그것은 완전히 깨진 허공 너머에 있는 손에 닿을 수 없는 꿈 같은 존재였다.백옥이 입을 열었다.“삼국 시대부터 지금까지, 삼천 년 동안 이 땅에 신이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어.”부영록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그건 확실히 알 수 없지.”그렇지만 이곳에서 느껴지는 자연 속성의 규칙의 힘은 그들에게 있어 나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기회였다
임건우는 몹시 걱정스러웠다.이렇게 거대한 금강마원을 당자현이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는가?생각 끝에 고대 결계에서 요수와 수십 년간 싸워온 백옥이 이 원시의 거대 요괴에 대해 알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즉시 가나절의 문을 열고 백옥을 불러냈다.“금강마원이란 게 대체 뭔가요?”하지만 의외로 백옥은 그 이름을 듣고는 영문을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금강마원? 처음 듣는데?”백옥은 하늘로 날아올라 거대한 발자국의 전모를 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큰 발자국이 있을 수 있어? 그렇다면 이 고릴라는 대체 얼마나 크다는 거야?”옥 목걸이를 매고 있던 부영록이 입을 열었다.“금강마원은 고대 태고 시대에서 기원한 존재로 원시의 이형종이야. 태고 요계에서도 가장 정점에 서 있는 존재 중 하나로 금강마원 중 최강자는 심지어 신체를 이룰 수 있고 한 주먹으로 행성을 부수고 한 발로 허공을 찢어 놓을 수 있다네.”임건우와 백옥은 부영록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그때 백옥은 부영록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 깜짝 놀라 말했다.”응? 너 중해의 치안 관리관이었던 나문천의 딸 아니야? 그런데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어? 너의 수련 수준은...”부영록은 백옥을 무심하게 쳐다보며 대꾸도 하지 않았다.비록 지금의 백옥이 부영록보다 높은 수련 단계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부영록의 눈에는 여전히 발끝으로 밟아 죽일 수 있는 하찮은 존재로 보였을 뿐이었다.부영록은 백옥의 질문에 답하기도 귀찮다는 듯 대신 임건우에게 말했다.“만약 네 여자가 정말 금강마원을 만난 거라면 미안하지만 결과는 뻔해. 그건 십중팔구 생존 가능성이 없는 결말이야. 금강마원은 몹시 흉포하고 잔인해서 네 여자는 아마 단번에 한입에 삼켜졌을 거야.”임건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임건우는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난 그녀의 시신을 찾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아. 난 믿을 수 없어.”세 사람은 그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30분 동안 반경 50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