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구는 일어서서 먼저 진태휘를 노려보았다. “당장 사장님을 괴롭히는 놈을 쫓아내!” 진태휘는 약삭빠르게 용서를 빌다가 공사장 밖에 버려졌다. 진한영도 놀랐다. 세화가 박용구에게 자신들을 쫓아낼까 두려워, 눈치 있게 자리를 떠났다. 박용구는 200명 이상의 부하들을 데리고 공사장으로 들어갔고, 이전의 최삼식 등 50명과 합류했다. 300명의 불량배들이 공사장에서 열심히 벽돌을 옮겼다. 세화는 이 장면을 보면서 정말 별일이 다 있다고 생각했다. ‘천미 언니가 생각해 준 덕분에 박용구 같은 두목이 공사장에 벽돌을 나르러 왔어.’ ‘하지만 이것이 알려지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암흑가의 여자 주인 줄 알 거야.’ H시 제일병원, 고급 병동. “아버지, 제가 고자가 돼서 이제 평생 여자랑 못 자나요?” 주태진은 두 눈으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마치 죽은 사람처럼 서늘한 말투로 말했다. 절망적인 사실을 알게 되자 그는 사흘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었다. 생기가 하나도 없는, 마치 죽은 사람 같은 아들을 보며 주원풍은 가슴이 아팠다. “아들아, 아버지가 너를 보호하지 못했으니. 걱정 마라. 내가 반드시 복수해 주마!” “복수하겠어! 꼭 복수할 테다!” 주태진은 원한 있는 귀신처럼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갑자기 주태진은 고함을 뚝 그치더니 물었다. “아버지, 벌써 3일이나 지났는데, 왜 아무 소식이 없어요? 지금 저를 속이는 거죠? 아버지는 저를 대신해서 복수를 하고 싶지 않아요!” “아들, 그렇지 않아! 이제 너 대신 복수하는 것이 이 아버지의 소원이야!” 주원풍은 얼른 그를 안심시키려 했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네가 사고를 당했을 때 아버지는 김대이를 시켜 복수를 하려 했어. 이동혁의 가족을 강제로 하늘 거울 저택에서 쫓아내 천천히 그들을 괴롭히려고 했는데, 마침 설 대도독이 옆집에 집을 사는 바람에 김대이가 오히려 쫓겨났어.” “하지만 그때 운이 좋았을 뿐이야. 난 이미 이씨 가문의 지원을 받아서 암흑가 두목들을
주원풍은 서경하를 보고 눈에서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다. 그가 이 여자를 아직 살려둔 것은 아들이 고자가 되기 전에 이 여자와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만약 서경하가 주씨 가문의 씨를 임신했다면, 그는 이 여자를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살려둘 것이다. 하지만 만약 아무것도 없다면, 그녀는 두 달도 못 살 것이다. 이 때문에 주원풍은 서경하를 건축자재협회에 고용하여 그녀를 건축자재협회의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지금의 서경하는 매우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주태진의 씨만 임신하면 나중에 주씨 가문의 큰 어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주씨 가문에서 그녀의 지위는 비할 데 없이 확고할 것이다. 서경하는 주원풍의 눈에는 그녀 자신이 이미 죽은 사람과 같다는 것을 몰랐다. “무슨 일이야?” 주원풍은 차가운 눈빛을 거두고 평소와 같이 물었다. “사장님, 박용구가 배신했습니다. 방금 들은 소식에 의하면, 그는 뜻밖에도 모든 부하들을 데리고 세화의 공사장에 벽돌을 나르러 갔다고 합니다!” 서경하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꿈에서도 세화와 동혁을 저주했지만, 박용구처럼 호방하고 횡포한 암흑가 두목이 이렇게 쉽게 승복할 줄은 몰랐다. 주원풍도 지금 마음속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박용구 그 놈도 김대이와 마찬가지로 줏대가 없어요. 정말 놀라워요! 호아병단은 호아병단이고, 진성은 진성이지. 그가 이렇게 쉽게 자기 체면을 버릴 줄이야!” 서경하가 계속 몇 마디 화를 내자 주원풍은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변절하고 싶음 변절하라고 해. 이동혁과 진세화는 이틀만 더 그대로 편하게 놔두고. 어차피 이틀 후면 새 건축자재협회의 임시총회야. 난 그때 그 놈들을 완전히 절망하게 할 거니까!” 그는 박용구의 반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박용구 하나로는 대세를 바꿀 수 없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받아들인 다른 십여 명의 암흑가 두목들은 현재 순조롭게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많은 건설 현장이 고개를 숙이고 굴복
[회장님, 백항남이 죽은 일은 아직 조사 중입니다만, 제가 우연히 그해 학교에서 쫓겨난 일을 알아냈고, 그 배후에 이씨 가문과 주씨 가문이 있었습니다.] 백항남이 해고된 일을 동혁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백항남은 석사 대학원 졸업 직전이었다. 갑자기 그의 논문이 표절로 신고되어 학교에서 바로 제적되었다. 백항남은 원래 과학 연구에 뜻을 두었는데, 이 일로 그의 과학 연구 진로를 완전히 차단당하여 큰 타격을 입었고 오랫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동혁은 백항남의 사람됨을 잘 알고 있었다. 절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분명 누명을 쓴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그를 도와 다시 일을 바로잡고 싶었다. 그러나 항남은 이 일을 숨겼고, 동혁에게 상관하지 말라고 한 후, 스스로 남쪽으로 내려갔다. 선우설리는 동혁에게 백항남이 부정행위를 했다고 신고한 사람이 하지혜라는 여학생이라고 말했다. 또한 육해진, 곽상원, 천전, 차신우 등 몇몇 사람들이 위증을 했다고 보고했다. 그들은 모두 당시 이씨 가문의 지시를 받았다. 동혁은 갑자기 항남이 자신의 일과 연루된 것임을 깨달았다. 항남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앞으로 동혁의 오른팔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때 이씨 가문은 이미 동혁을 상대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은밀히 손을 써서 향남의 진로를 망친 것이다. 항남은 배후가 이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이씨 가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고, 동혁과 이씨 가문의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동혁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회장님, 하지혜는 현재 한 교육그룹의 책임자이고, 육해진, 곽상원 몇 명도 모두 주원풍에 의해 건축자재협회에 초빙된 상태입니다.][주원풍은 그들을 매우 신임해서, 비서로 고용한 다음 그 깡패들을 감시하게 했습니다.] 선우설리는 동혁에게 자세히 소식을 전했다. “그 몇 사람이 당시에 양심도 없는 일을 했는데, 그럼 그 일에 대한 보복도 받아야겠지?”동혁의 눈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처음에 이 무리들
“맞아요!” 진한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세그룹은 이미 저항할 수 없어요. 건축자재협회가 다시 힘을 찾을 거예요.” “그리고 세화가 원자재 구매를 거부했고, 박용구가 공사장에서 벽돌을 옮긴다는 것도 널리 알려져 건축자재협회의 체면을 구겼으니, 이번 조직임시총회에서 우리 진씨 가문이 도마에 오를 것이 분명해요!” 이 말을 듣고 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당황했다. 심지어 대가문들도 건축자재협회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그들 가문만 세화가 프로젝트를 맡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이번에 진씨 가문이 조직임시총회에 참석하게 되면, 분명 기세가 오른 주원풍에게 표적이 되어 위협당할 것이다. “아버지, 이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에요. 만약 참석하지 않는다면, 주원풍에게 우리를 정리할 핑계를 하나 더 주는 것밖에 안 돼요. 참석을 피하는 것보다, 지금은 누구를 참석시킬 것인가가 문제예요.” 진한강이 말하더니 이내 아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진태휘가 말했다. “할아버지, 어차피 저희 가족에는 안 갈 거니까. 대신 향방주택을 책임지는 사람이 가야지요.” “맞아요, 세화를 보내야죠. 어차피 세화는 고집불통이니, 가서 그대로 하게 하면 되겠어요!” 진화란도 말했다. 과거에 이런 큰 행사가 있다면, 그들은 모두 앞을 다투어 참석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 조직임시총회는 분명히 자신들이 위협받는 일이었고, 그래서 그들은 두말없이 세화에게 이 일을 떠넘겼다. 마침 그때 세화의 가족이 도착했다. “세화야, 내일 건축자재협회의 조직임시총회에 네가 우리 가문을 대표해서 참석해.” 진한영은 두말없이 그녀에게 초청장을 주었다. “할아버지, 다른 사람이 가면 안 돼요?” 자신을 조직임시총회에 참석하게 한다는 말을 듣고 세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요 며칠 동안 그녀는 꿈에서 환관 옷을 입은 고자가 된 주태진이 갑자기 나타나 그녀에게 복수하려는 것을 보았다. ‘내가 어떻게 조직임시총회에 참석하겠어?’ ‘주원풍은 틀림없이 나를 증오하고 있을 거야
휠체어에 앉아 있는 진창하는 진한영의 욕설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다른 사람들도 듣자마자 진창하에게 화살을 돌렸다.“작은 아버지! 만약 작은 아버지가 그 당시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이 조카도 지금 최고 가문 심지어 상위 1% 명문가의 도련님이었을 겁니다. 삼촌 때문에 정말 저희가 손해가 너무 커요!”진태휘는 어린 시절 가장 존경했던 작은 아버지를 보며 거리낌 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진화란도 말했다.“작은 아버지, 지금 작은 아버지 딸도 작은 아버지와 똑같은 성격이고, 거기다 고집불통이에요. 세화가 또 진씨 가문을 해칠 것 같다고요!”“이 가족이 바로 진씨 가문의 화근이야!”진한강의 가족은 온갖 신랄하고 각박한 말을 계속하며 마음속의 답답함을 토로했다.진창하, 류혜진, 세화 모두 창백한 얼굴로 서서 온갖 조롱을 들었다.이것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늘 하는 일이었다.“누가 당시에 진씨 가문이 진성그룹을 망치게 했어?”동혁은 아내와 장인 장모가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동혁의 마음이 아파왔다.그러자 갑자기 동혁이 말했다. “그건 바로 주원그룹 아닙니까? 내일 조직임시총회가 끝나면 주원풍에게 주원그룹을 돌려달라고 하겠습니다!”동혁의 놀라운 이 말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홀 안이 잠시 조용해지더니 이내 모든 사람들이 시큰둥하게 웃기 시작했다.“바보 주제 그럴 자격이 있어?”“바보야, 너 또 로또 당첨됐어? 그래서 이번에 몇 천억이라도 생겼어? 그래서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거야?”“몇 천억으로는 부족하지, 주씨 가문이 상위 1% 명문가가 되어 재력을 손에 넣었어. 2조 원이 없으면 주원 그룹을 살 수 없다고.”“농담이지? 정말 이 바보 말을 믿는 거야? 2조 원? 만약 이 바보가 꺼낸 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가짜돈이야!”동혁의 이 한 마디가 또 많은 사람들에게 조롱의 표적이 되었다.진한영은 복권 이야기를 듣고 짜증이 나서 바로 세화의 가족을 쫓아냈다. “세화야, 집으로 가자, 이
천미는 어제 동혁에 대한 태도와는 확연히 다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제가 한턱낼게요.” 동혁도 밥을 먹으러 가야 하는데, 지금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가면, 류혜진은 아직 화가 안 풀리셨을 것이다. 밥은 둘째 치고, 저택에도 못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 동혁이 주소를 말했고, 천미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천미는 4억 원짜리 벤츠 G를 몰고 왔는데,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애교가 넘치는 여자가 이런 값비싼 고급 차를 몰고 다니니, 분위기와 취향이 매우 대조적이었다. 동혁이 다가가 차 문을 열자 행인들이 부러워하거나 질투하는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가요!” 천미는 동혁에게 목적지도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출발했다. 한편, 주원 그룹 사장실. “내일 총회 준비는 잘 되고 있어?” 주원풍은 의자에 앉아 맞은편에 서 있는 서경하에게 물었다. “모든 준비가 정상입니다. 내일 있을 임시총회를 위해 거금을 주고 최고의 스타인 김전과 소진용을 초청했는데, 이미 H시에 도착했습니다.” 서경하는 약간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임시총회를 잘 준비하면 서경하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주씨 가문의 아이를 낳고, 지위가 안정되면, 서경하가 주원그룹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다른 가문들 반응은 어때?” 주원풍이 또 물었다. “비교적 중소 가문들은 모두 반드시 와서 참석하겠다고 했지만, 허씨, 천씨, 조씨 등 세 개의 상위 1% 명문가, 그리고 강오그룹은 모두 저희가 보낸 초청장을 받지 않았습니다.” “강오그룹 장해조 회장은 심지어 사장님이 황지강 사장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성세그룹을 도발하는 것이 주제넘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원풍은 콧방귀를 뀌었다. 주원풍의 표정이 갑자기 험악해졌다. “장해조 한물간 암흑가 두목이 감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다니! 그깟 놈 상대할 거 없어!” 지금 주원풍은 이미 암흑가의 두목들을 굴복시키고 H시의 암흑가
동혁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오늘 난정호텔이 유난히 성대하게 꾸며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무슨 축제를 벌이려는 듯 불그스름한 카펫이 입구에서부터 길가까지 깔려 있었다. 동혁도 개의치 않고 그냥 그 위를 걸어갔다. 그 뒤로 천미가 긴 다리로 따라왔다. 호텔 지배인인 유진태는 문 앞에 서서 동혁을 등지고 직원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유 지배인님, 사장님이 오셨습니다, 강오그룹의 심천미 사장님도 함께 오신 것 같습니다.” 이때 한 직원이 동혁을 보고 재빨리 유진태에게 알려 주었다. 천미는 자주 난정호텔에 와서 밥을 먹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동혁을 여기로 데리고 오지 않았을 것이다. 직원들은 모두 이 예쁘고 돈 많은 여자인 천미를 기억하고 있었다. 유지태는 동혁이 왔다는 말을 듣고 바로 몸을 돌려 직원들과 함께 인사를 했다. “환영합니다, 이 선생님! 환영합니다, 심 사장님!” 천미는 당황했다. 천미가 난정호텔에 와서 그렇게 여러 번 식사를 했지만, 모든 직원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환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단지 천미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는데, 직원들은 그녀를 알 뿐만 아니라 그녀가 이런 곳에 와서 밥을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동혁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두 분이 식사하러 오셨나요, 아니면 숙박이십니까?” 유진태가 동혁을 쳐다보았다. ‘사장님이 심 사장님 같은 미녀를 데리고 온 것은 분명 우리 일을 시찰하러 온 것은 아닐 거야.’ ‘사실 지금 시찰하러 오는 것도 너무 이상하지.’ 유진태의 물음이 오히려 천미를 화나게 해서, 그녀는 유진태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말을 좀 가려서 해! 누가 이 사람과 숙박을 해? 나와 어울려 보여?” 유진태는 재빨리 사과했다. ‘사장님이 아직 심 사장님의 얻지 못한 것 같네.’ 그리고 유진태는 천미의 마지막 말은 바로 무시했다. ‘심 사장님이 비록 돈이 많지만, 우리 사장님도 나쁘지 않아. 심지어 더 부자인데!’ ‘정경래 도련님이 사장님에게 잘못을 범했지.’ ‘나
천미는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며 흥얼거렸다. 주차하는 직원에게 차 열쇠를 던져주고 바로 호텔로 들어갔다. 동혁은 천미의 무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며 따라갔다. 1층 로비로 들어가 왼편에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조용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천미는 메뉴판을 집어 들고 주문했다. 2천만 원 이상의 고급 레드와인이 먼저 도착했고, 북유럽에서 공수해 온 캐비어 두 접시와 다른 여러 음식도 주문했다. 딱 봐도 4천만 원은 넘게 주문한 것 같았다. “이 정도로 하지.” 천미는 메뉴판을 덮으며 동혁의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았다. “왜, 너무 비싸서 놀랐어?” 천미는 동혁이 고급 와인과 캐비어의 가격을 알고서 놀랐다고 생각했다. 천미는 마음속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천미 씨, 너무 저에 대한 예의가 없는 거 아니에요? 그까짓 것 가지고 제가 배불리 먹을 수 있겠어요?” 동혁이 불만인 것은 이것 때문이었다. 그는 말하면서 메뉴판을 다시 펼쳐보았다. “그 무슨 캐비어인가 하는 음식 몇 접시 더 주세요, 그리고 이거, 이거, 이거 두 개 다…….” 동혁은 이런 양식이 사람들의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 정교해 보이지만 양은 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혁처럼 전쟁터에서 생활했던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적은 음식으로 분위기를 낸다는 것은 동혁에게 다 헛소리일 뿐이었다. ‘밥 먹는 목적은 오직 하나, 배불리 먹는 것.’ ‘배불리 먹어야 힘이 나서 전쟁을 하지!’ 동혁은 이 요리가 얼마인지는 상관하지 않고 사진에 양이 많아 보이는 요리들과 몇 천만 원의 고급 와인을 더 주문했다. ‘방금 4천만 원의 주문이 단숨에 거의 2억이 되었어.’ 천미는 처음에는 놀랐지만, 그다음에는 속으로 동혁을 비웃었다. 천미는 동혁이 자기 앞에서 부자 행세를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이 바보는 이 술과 요리가 얼마인지도 모르겠지?’ ‘이 촌뜨기, 이따가 계산할 때, 울지나 마라!’ 곧 음식이 나오자 두 사람은 먹기 시작했다. “동혁아, 정말 세화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