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외부에서는 곽 도지사가 지금 하세량을 매우 아껴서 앞으로 위로 올라갈 수 있게 고급 연수기회를 줬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하 시장의 기세가 아주 강해서 지금 우리가 그에게 보복하려 한다면 그건 도지사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도 있어. 방법이 너무 없군.” 이씨 가문 본가 거실, 이연이 골치 아픈 듯이 말했다. ‘이씨 가문의 사람의 영향력으로 하동해가 시장이 되었고 하마터면 하세량을 죽일 뻔까지 했어.’ ‘그러니 지금 그의 복수는 명분이 있어.’ ‘게다가 천성이가 도지사에게 선물을 준 것도 사실인 데다 바로 현행범으로 잡혔으니 더더욱 문제고.’ “형님,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하세량이 이동혁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지 않았습니까? 그럼 이동혁, 그 개X식에게 직접 구치소에 가서 천성이를 풀어주라고 시키는 겁니다. 그러면 하 시장이 천성이를 놓아주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이심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래, 하 시장을 어찌할 수 없다면, 이동혁을 이용하면 되는 거야.” 이연은 웃으며 노현식을 바라보았다. “오 이사를 시켜서 이동혁에게 말을 전하라고 해. 3일의 시간을 줄 테니 직접 가서 천성이를 데려와 공손히 이씨 가문으로 돌려보내라고. 그렇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거라고 말이야.” 오한민은 리성투자회사의 최고 경영자로 부사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이씨 가문을 위해 다년간 일하며 이연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오한민은 N도 재계에서 아주 유명한 투자자이다. 리성투자회사는 이천기, 이천성 형제가 차례로 사장을 맡았지만 이들은 계약서에 사인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투자회사의 다른 구체적인 업무는 모두 우한민이 책임지고 있었다. “천성이를 이씨 가문으로 돌려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천성이가 도지사에게 선물을 준 것도 모두 이동혁 때문이니 그놈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 이심이 한마디 꺼냈다. 그는 자연스럽게 이천성이 지금 겪는 나쁜 일들을 모두 동혁의 탓으로 돌렸다.그러자 이연 역시 분노하며 맞장구를 쳤다.
리성투자회사. 부사장실. 정장 차림의 오한민이 가죽 소파에 앉아 고급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오반석이 들어왔다. 오반석은 20대 초반으로 얼굴에는 거만함이 가득했다. “아버지,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에게 왜 사흘이나 주셨어요?” 오반석이 오한민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아 고급 담배를 뽑아 물자 오한민의 여비서가 알아서 다가와 불을 붙여주었다. “제가 보기엔 하루면 충분해요. 제가 직접 몇 사람 데리고 가서 조금 겁만 줘도 될걸요? 불복하면 면전에서 그놈의 아내를 좀 괴롭혀주면 저항을 포기하겠죠.” 오한민이 말을 듣고 표정을 굳혔다. “괜히 일 키우지 마.” “제가 틀렸어요?” 오반석이 다시 말했다. “이씨 가문에서 사흘의 시간을 허락했어요. 그럼 우리는 이씨 가문을 도와 되도록 일을 빨리 끝내는 게 좋잖아요.” 오반석이 철이 들 때부터 오한민은 이씨 가문의 일을 했다. 그 덕분에 오반석은 자연스레 어릴 때부터 이천성의 뒤를 따라다니며 그의 심부름을 해왔다. “네놈이 뭘 아는데?” 오한민은 오반석을 향해 담배 연기를 뿜으며 냉정하게 말했다. “이씨 가문이 준 사흘을 활용해서 이참에 해야 할 일이 있어. 만약 이천성이 지금 풀려난다면 그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단 말이야.” 대화 도중 오한민은 바로 조금 전에 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소식이 생각났다. 동혁이 곧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을 맡게 된다는 것이었다. 오한민은 이 소식을 접하는 순간 원화투자회사를 손에 넣을 필요성을 느꼈다. “아버지, 천성 도련님이 구치소에서 화장실 바닥을 닦고 있어요. 빨리 꺼내주지 않고 뭐 하려고요?”오반석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맙소사, 설마 아버지 이씨 가문을 떠나 독립하려고 하시는 건가요?” 오반석의 눈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아버지가 원래 이렇게 배짱이 있었나?’ “아버지, 미쳤어요?” 오한민은 오반석을 노려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이씨 가문을 위해 난 오랫동안 많은 일을 했어.
“싫은데요.” 동혁은 류혜연의 태도를 보고 너무 기가 막혔다. ‘우리 집에 눌러사는 손님이면서 뭐 이리 당당하지?’ ‘이리저리 내 트집이나 잡고, 마치 내가 무슨 자기 하인인 줄 알아?’ “동혁이, 너 그게 무슨 태도야?” 그러자 류혜연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아직 투자회사 사장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위세 부리는 거야?” “능력이 없으면 성격이라도 좋아야지?” “세화의 절친이 아니었다면 넌 여전히 항난그룹에서 운전기사로 일했을 거야.” 동혁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자신은 한마디만 말했는데 류혜연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아냥거렸다. 동혁이 류혜연을 보고 말했다. “이모님, 항난그룹에서 운전을 하면 월급이라도 있죠. 가족들에게 운전을 해준다고 저에게 무슨 이득이 있죠?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죄송해요.” 동혁은 자신이 항난그룹의 회장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람의 선입견은 무서운 법이다. ‘어차피 내가 말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류혜연은 화가 나서 표정을 찡그리며 동혁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그럼 동혁이, 너 지금 가족을 위해 운전을 해줄 때에도 돈을 달라는 거야? 아주 돈귀신이 들었구나!” “친형제라도 계산은 분명히 해야죠. 이모님 가족들이 우리 집에 살면서 집세는 말할 것도 없고, 전기, 가스, 식비도 내지 않잖아요.” 동혁은 류혜연이 어떻게 생각하던지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류혜연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며 발을 구르더니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언니, 언니가 아주 훌륭한 사위를 뒀네. 우리한테 전기, 가스 값을 달래. 좀 있으면 우리를 쫓아내겠어!” 류혜진은 자초지종을 듣자마자 동혁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동혁이 너 아주 간이 부었구나? 네가 집에서 놀고먹을 때 내가 언제 너한테 돈 달라고 한 적 있어? 감히 내 여동생 가족에게 생활비를 요구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 너 아주 길바닥에 쫓겨나봐야 정신을 차릴래?” 류혜진이 동혁에게 욕설을 퍼붓자 류혜연은 득의양양하게 팔
“운전 경력이 수십 년 된 베테랑 운전기사라고?” 류혜연은 얼떨떨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집안에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디 밖에서 기사라도 불렀나?’ 류혜연은 뭔가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렇구만. 이 집에서 우리 가족이 지내니까, 돈이 아까워 내게 생활비를 달라고 하던 사람이, 지금은 돈 낭비를 해서 대리운전기사를 불렀어?” 류혜연이 생각하기에 동혁은 자기 체면을 차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 차라리 돈을 주고 대리운전기사를 부를지언정 딸의 운전기사 노릇은 하고 싶지 않다는 거잖아.’ “대리운전기사요? 뭐, 이모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런 거 같기도 하네요.” 동혁은 재미있어하는 표정이었다. 류혜연이 또다시 류혜진에게 고자질했다. “언니, 잘난 사위 좀 봐. 자기도 생활비는 안 내면서 체면 좀 세우겠다고 돈을 헤프게 쓰네.” 류혜연은 동혁에게 화가 너무 났다. 그녀는 오늘 동혁에게 현소의 운전기사를 꼭 시키겠다고 결심했다. “동혁아, 빨리 대리기사 부른 거 취소해.” 류혜진이 동혁을 꼬집었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돈은 안 썼어요. 이 대리운전기사는 돈이 필요 없거든요.” “돈이 필요 없다고? 지금 누굴 속이려고 그래?” 류혜연은 투덜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문 앞에서 헐떡이며 뛰어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 “여보, 집에는 또 왜 왔어? 오늘 근무하는 날이잖아. 또 괜히 사법부 사람들에게 붙잡혀 가서 반성문을 쓰려고 그래?”바로 세화의 이모부인 장영도였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했고 땀을 닦으면서 숨을 헐떡였다. “내가 사법부의 그 개X식들에게 붙잡혀서 이틀 동안 운전병으로 일하는 징계를 받았어. 그런데 갑자기 나보고 여기로 와서 VIP를 태백산까지 차로 모셔다 드리라고 하는 거야.” “그런데 VIP는? 우리 집에 오셨어?” “VIP라고? 우리 집에 VIP는 안 왔는데?” 류혜연이 류혜진 등에게 물어보니 그런 사실이
장영도는 잠시 화를 참기로 하고 얌전히 차를 몰고 가기로 결정했다. 그때 세화가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동혁과 현소가 짐을 싸서 외출하려는 것을 보고 그녀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동혁 씨, 현소하고 어디 가?” “현소의 친구들 몇 명이 왔는데 나보고 태백산에 같이 놀러 가자고 해서.” 동혁은 아이들 몇 명과 노는 것에 흥미가 없었고 그래서 세화를 초대했다. “여보도 같이 가자. 우리 지난번에 그곳에서 지낼 때 못다 한 일도 있잖아.” 동혁이 윙크를 하며 말하자 세화의 예쁜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지난번에 세화는 태백산장에 갔을 때 화란이 약을 먹여서 밤새도록 혼수상태에 빠졌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 서둘러 태백산을 내려왔다. 세화는 비록 하룻밤 동혁과 호텔에서 묵은 적은 있었지만 항상 태백산장 같은 분위기 있는 곳이 그리웠다. “난 못 가.” 세화는 동혁을 노려보더니 둘만 알아듣게 조용히 말했다. “밤에 푹 쉬어야 해. 내일 중요한 파트너와 회의가 있거든.” “할 수 없지.” 동혁은 쑥스러운 듯 코를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번에 그는 세화와 호텔에 묵었었다. 그는 계속 참아오다 드디어 기회를 만나 세화와 한밤중까지 침대에서 불타는 밤을 보냈다. 그 결과 다음날 세화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동혁은 세화가 그일 때문에 자신과 태백산에 가기 싫어하는 거 같아서 조금 머쓱해졌다. 세화가 말했다. “잘됐어. 마침 중요한 협력업체가 오늘 밤 태백산장에 묵을 예정이니 동혁 씨가 신경 좀 써줘.” “알았어. 그쪽 대표가 누구야?” 동혁은 놀면서 세화의 일을 도울 수 있었기에 매우 행복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화가 대답했다. “천용훈이라는 인플루언서야. 이번에 태백산장 홍보대사를 맡아달라고 부탁했어. 그러니 당연히 그전에 태백산장이 어떤지 알아야 하잖아.” 예전 태백산장은 3대 가문의 손에 있을 때는 무관심으로 거의 황폐화에 가까웠었다. 각종 부대시설이 부족해 오는 손님 또한 턱없이 적었다. 세화와 최원우를 돕는 전문
“형부, 안녕하세요.” “매형, 안녕하세요.” 주현영 등은 모두 현소를 따라 동혁을 형부나 매형이라고 불렀는데 태도가 아주 자유분방하면서 건성이었다. 심지어 이상한 눈빛으로 동혁을 훑어보기도 했다. 전에 현소이가 막 H시에 왔을 때 이들은 현소가 데릴사위인 자기의 형부에 대해 불평하는 소리를 들었었다. 이후 몇 차례 연락을 하면서 동혁에 대한 현소의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는 걸 알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처음 동혁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동혁을 좀 얕잡아 봤다. 서진솔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형부가 운전기사로 오셨나 봐요. 감사해요. 잘 좀 부탁할게요.” “매형, 차비와 유류비는 저희가 내겠습니다.” 남학생인 하지성이 말했다. ‘저 사람이 그 데릴사위지? 현소의 사촌 언니 집에서 무시를 당하며 산다고 하던데? 장모님은 툭하면 욕설을 퍼붓고 말이야.’ 예전에 주현영은 현소와 영상 통화를 할 때 뒤쪽에서 갑자기 류혜진이 동혁을 집에서 놀고먹는다며 쫓아내겠다고 욕하는 소리를 들었다. 주현영은 이 일을 친구들에게 말했고 온라인에서 크게 떠들썩했었다. 친구들의 결론은 하나였다. 데릴사위는 정말 비참하다. 하지성이 동혁에게 차비와 기름값을 지불하겠다고 한 것에 악의는 전혀 없었다. 그는 단지 동혁을 동정했고, 그건 다른 세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게 동혁에게는 더 상처였다. 이 세상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것보다 동정하는 게 더 큰 상처일 때가 있다. 동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너희들은 모두 현소의 좋은 친구들이면서 내 동생 같은 얘들인데 어떻게 너희에게 돈을 받아?” 이 말에 주현영 등은 동혁에게 약간의 호감을 느꼈다. 하지성이 말했다. “태백산에 72번 길이 아주 험하다고 들었어요. 피곤하실 텐데 거기다 저희 때문에 일도 못하시잖아요. 그러니 비용은 저희가 부담해야죠.” 나머지 셋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 정말 괜찮다니까.”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운전하는 것도
하지성은 매우 예의 있게 말했다. 그러나 말투에서 동혁에 대한 무시가 느껴졌다. 장영도에게 담배 두 갑을 사다 주라고 하면서도 심부름을 하는 동혁을 위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지성이 너 지금 뭐하는거야? 집에서 대우받더니 밖에서도 도련님 노릇을 하는 거야? 네가 그렇게 더운데 우리 형부는 덥지 않겠어? 음료수 마시고 싶으면 직접 사와.” 현소는 불쾌해하며 가장 먼저 동혁 편을 들었다. 하지성은 재벌 2세였고 집안이 꽤 부자라서 현소는 그가 도련님 노릇을 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성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고 안색이 좀 안 좋아졌다. 그는 현소를 좋아했는데 이번에 H시에 와서 현소와 함께 태백산장에 놀러 가자고 한 것도 그가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 그런데 현소가 동혁을 감싸며 하지성에게 가차 없이 화를 내자 하지성의 마음속에는 동혁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졌다. 다소 긴장된 분위기에 서진솔이 재빨리 말했다. “아이, 현소야 왜 그래? 지성이는 우리를 생각해서 그런 건데 너무 뭐라 하지 마.” “그래 맞아. 우리는 이미 모두 차에 탔고 매형이 아직 타지 않아서 지성이가 그냥 편하게 매형에게 사 오라고 한 거야.” 주현영과 나호영도 모두 하지성을 거들며 어색해진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했다. 현소는 툴툴거리며 하지성을 노려보았지만 더 이상 뭐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괜찮아, 마침 나도 담배 사러 가야 했는데, 가는 김에 물도 사 올게.” 동혁은 아이들과 따지기 귀찮아서 4만 원을 받아 들고 돌아섰다. “왜 다 물이지? 난 콜라라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동혁이 생수 한통을 사가지고 돌아왔을 때 서진솔이 작은 소리로 불평했다. 현소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았다. “진솔이, 너 콜라 마시고 싶으면 직접 사 와서 마셔.” 서진솔 등 몇 사람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동혁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졌다. ‘이런 사소한 심부름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니, 그러니 집에서 매일 장모님께 야단맞지.’ 동혁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성이가 이렇게 잘 준비했다니 그럼 난 안심해도 되겠어. 너희들 안전에 주의하고 아저씨는 먼저 갈게. 동혁이 넌 현소하고 친구들을 잘 돌봐.” 장영도는 마지막으로 동혁을 노려보고는 동혁이 뭐라 하기 전에 재빨리 차를 몰고 떠났다. ‘군부로 복귀하면 바로 윗분들을 찾아 사법부 사람에게 말 좀 잘해달라고 해야겠어. 앞으로 저 이동혁 같은 나쁜 놈은 상대하지도 말아야지.’ 날이 저물자 하지성이 말했다. “우리 먼저 체크인하고 짐 풀고서 밥 먹자.” “어, 이게 누구야? 우리 현소 후배도 태백산장에 놀러 온 거야?” 일행이 로비 밖으로 나오자마자 맞은편에서 젊은이 몇 명이 다가왔다. 모두 허세 가득한 모습으로 태백산장 직원이 뒤에서 그들의 짐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들 중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현소에게 말을 걸어왔다. 거만으로 가득한 얼굴의 그는 뜨거운 눈빛으로 현소를 주시했다. “아, 반석 선배님.” 당황한 현소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녀의 시선은 의식적으로 동혁을 찾았는데 그가 중간에 화장실에 갔다는 것이 기억났다. 현소에게 말을 건 젊은이는 바로 오한민의 아들인 오반석이었다. 그는 예전에 현소와 같은 학교였는데 한 학년이 더 높았고 현소에게 구애한 적이 있었다. 현소는 예쁘고 노래와 춤에 능해서 학교에서 개최하는 문예종합공연에 자주 참가했었고 학교를 대표하여 대회에 나간 적도 있었다. 그녀는 학교에서 유명해져서 오반석의 주의를 끌었다. 오반석은 이씨 가문을 위해 일하는 자신의 아버지 오한민을 믿고 평소에 학교에서 엄청 위세를 부리고 다녔다. 항상 뒤로 사람들을 거느리며 다녔고 게다가 외부의 깡패들과 호형호제하며 지내서 아무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오반석은 항상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학교 앞에서 현소를 막아섰다. 그래서 힘없는 현소는 그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다행히 오반석이 대학에 간 후로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다. “현소야, 체크인하고 저녁에 같이 놀자. 우리는 야외에서 바비큐를 먹을 거야. 네 친구들 다 와도
“물론 잘 알다마다요.” 대니얼은 말을 하며 자신의 뺨을 만졌다. 동혁에게 두 번씩이나 뺨을 맞은 굴욕적인 일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뼈에 사무치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그가 동혁의 눈과 마주쳤을 때 그의 마음속 원한이 하마터면 분출될 뻔했다. 대니얼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 “난 저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원화투자회사의 사장 자리조차도 모두 아내의 친한 친구 덕분에 얻게 된 거죠.”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데릴사위 주제에 뜻밖에도 이렇게 제가 참석하는 연회에 나오다니, 기가 막히군요.” 대니얼은 류성중을 바라보며 화를 내며 말했다. “부이사장님, 정말 실망스럽군요. 이건 우리 골스 가문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이 화가 난 목소리에 류성중의 볼이 다 떨렸다. 류성중이 동혁을 다시 바라볼 때 그의 안색은 극도로 나빠져 있었다. “세화야, 이 쓸모없는 놈이 네 덕분에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 된 거였어? 근데 왜 그 일은 내게 말하지 않은 거야?” 류성중의 마음은 후회가 가득했다. ‘세화가 동혁이를 데리고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괜히 대니얼 씨가 화만 났잖아.’ 류성중 외에 연회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동혁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이 다시 경외에서 경멸로 바뀌었다. “어쩐지 데릴사위 주제에 어떻게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으로 2조의 자금을 관리하는지 했어. 모두 진 회장 때문에 그 자리에 앉은 거였군.” “정말 웃기지도 않아서, 그러고도 아까 전에 저 인간이 자기 신분을 성신제약의 양 사장과 비교하며 큰소리친 거야? 아주 가소롭구먼.” “진 회장님은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의 체면을 생각해서 앞에서는 이 사실을 숨겼겠네.” “역시 쓸모없는 인간은 어딜 가나 똑같아. 어떤 자리에 않아도 자신이 쓸모없는 데릴사위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니까.” 이런저런 조롱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모두 아까 전에 동혁에게 “꺼지세요.”라는
모두가 대니얼을 둘러싸고 아부했지만 세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니얼은 이것에 불만을 품었지만 동시에 첫눈에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미인인 세화에게서 강한 소유욕을 느끼게 되었다. 대니얼 곁에 있던 주다정은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세화를 바라보는 눈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하하하, 이쪽은 제 친조카인 진세화라고 합니다. 세방그룹과 혜성그룹의 회장으로 있지요. 마침 대니얼 씨에게 소개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류성중은 대니얼이 세화에게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기뻤다. 그는 고개를 돌려 명령조로 세화에게 말했다. “세화야 뭐 하고 있어? 대니얼 씨가 너와 인사를 하고 싶어 하시잖아. 빨리 이리 와서 인사해라.” 대니얼은 약간 놀라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세화를 다시 쳐다보았다. ‘저렇게 예쁘게 생긴 여자가 두 그룹의 회장일 줄이야.’ 그 순간 대니얼은 마음속에서 결심했다. ‘저 여자든, 저 여자의 회사든.’ ‘모두 내가 차지해야겠어.’ “진 회장님, 좋겠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대니얼 씨의 눈에 띄었잖아요. 저희는 대니얼 씨를 쫓아다니며 말을 걸었는데 모두 무시하더라고요.” “진 회장님, 뭐 하고 계세요? 빨리 가서 인사하세요. 다니엘 씨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이건 좋은 기회예요. Y국 귀족과 연결되는...” 세화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여자들이 입을 열어 부추겼다. 그녀들은 세화처럼 대니얼의 눈에 띄고 싶었다. 세화는 대니얼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내키지 않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상대가 자신과 돈을 모두 챙기겠다는 흑심을 품은 지는 몰랐지만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인사 한 마디를 하지 않으면 대니얼의 눈밖에 날 수밖에 없었다. 세화는 이유 없이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특히 배경에 힘이 있고 H국에서 특별한 신분을 가진 외국인이라면 더욱 그러했다.그래서 세화가 앞으로 나서려 하자, 줄곧 그녀의 뒤에 서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두 걸음 나와 그녀를
사실 주다정은 H시에서 큰 스타라고도 할 수 없었다. 세화와 동혁은 주다정에 대해 전혀 몰랐고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를 알아본 H시 사람들 몇 명이 이렇게 까지 말한 건 대니얼 앞에서 그녀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남자들이 부러움의 표정을 지었다. 주다정은 미인이었는데 경제채널 사회자로 활약하는 만큼 고학력을 가진 지적인 이미지도 있었다. 이런 여자는 일반적으로 성공한 보통 남자는 눈에 차지도 않았다. 그래서 연회장에 있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주다정에게는 별로 관심 없는 존재였다. ‘지금 저 주다정이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기혼남인 대니얼을 따라 여길 왔다고?’ ‘남자로서 저 대니얼이라는 사람이 너무 부럽구먼.’ 쏟아지는 아부에도 주다정은 차분하면서 도도한 여신의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녀는 그저 사람들에게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약간의 거리감을 유지했다. 만약 그녀가 대니얼의 팔짱을 끼고 있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정말로 그녀를 시크한 여신으로 여겼을 것이다. “대니엘 씨, 여기 다른 분들 몇 명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류성중은 옆에 있는 왕근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H시 의료공단의 왕근식 부장입니다. 오늘 연회도 바로 이분이 준비한 거지요.” “안녕하세요, 대니얼 씨.” 왕근식은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대니얼 씨가 있는 골스재단의 프로젝트가 투자 유치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의약 쪽인가요?” “그렇다면 저희 H시를 제대로 찾아오신 겁니다. 이곳에서 정책상의 문제가 생겨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대니얼 씨께서 언제든지 저희들에게 연락하세요.” “저희 모두가 반드시 성심성의껏 대니얼 씨를 돕겠습니다. 연락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왕근식이 적극적으로 말했다. 그는 비록 대니얼의 이미지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이후 그가 자신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 어쨌든 골스재단은 Y국에서 10위 안에 드는 큰 재단이었다.
‘류 부이사장님이 저렇게 나서서 이야기하시는 걸 보니 도착한 손님이 대단한 사람이나 보네.’ 연회장에 있던 손님들은 모두 협조적으로 류성중의 뒤를 따라 함께 연회장 입구로 향했다. 류성중은 의료공단의 부이사장이었지만 그 Y국에서 온 사람과 사실 그 어떤 관계도 없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세화를 끌어들여, 미모와 재력을 겸비한 세화가 상대방과 교류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을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분명 자신도 약간의 친분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류성중은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살폈는데 여전히 가만히 서있는 세화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찡그렸다. “세화야,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하고 있어? 넌 함께 가서 Y국 귀족 분과 인사하고 싶지 않아?” 세화는 원래 Y국 귀족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류성중의 모습을 보고 억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동혁 역시 어찌하든 상관없었다. 그는 단지 대니얼이 오늘 밤에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세화를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곧 연회장 입구 밖의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동혁, 세화 등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살피면서 오고 있는 귀족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노력했다. 류성중은 오늘 밤 연회의 주인공으로서 당연히 사람들 선두에 나서서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곧바로 금발에 푸른 눈을 한 체격이 큰 백인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동혁의 예상대로 이미 두 번이나 만났던 대니얼이었다. 대니얼은 언제나처럼 날씬하고 정장을 입고서 자신이 귀족임을 드러냈다. 그의 곁에는 명품 정장을 입은 젊은 H국 여자가 따라왔는데 세련된 화장에 기품이 있는 모습이었다. 대니얼의 팔짱을 낀 채 긴 목을 높이 치켜든 그녀는 연회장 안에 있는 사람들을 거만하게 쳐다보았다.곧 그녀의 시선이 세화에게 고정되었고, 아주 날카로운 눈빛으로 세화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세화는 그녀의 눈빛에 불쾌함을 느꼈지만 그저 공손한 미소
“우와.” 류성중의 말에 사람들이 놀라며 감탄했다. ‘Y국의 전통 있는 귀족 출신에 10위권 내의 다국적 재단을 등에 업고 있다고?’ ‘이런 배경이라면 단연 거물급 손님이잖아.’ 많은 사람들이 류성중이 언급한 손님과 사귀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반대로 동혁의 얼굴에는 이상한 기색이 역력했다. 류성중의 말을 듣고 가장 먼저 그의 머릿속에 대니얼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류성중은 동혁의 이런 생각을 모른 채 과시하는 말투로 계속 말했다. “이 귀족분이 이번에 아주 대단한 프로젝트를 할 예정이야. 국내 많은 회사들이 이 프로젝트 투자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 마침 내가 그와 사이가 좋아.” “동혁이, 네가 이제 막 원화투자회사에 사장으로 부임했으니 분명 좋은 프로젝트에 투자해서 뭔가 성과를 내고 싶을 거야.” “어때? 내가 이따가 그분을 소개해 줄까?” 류성중은 말을 마치고 가만히 서서 동혁의 대답을 기다렸다. 사실 류성중은 원화투자회사 사장이라는 동혁의 신분이 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해서 마음속에서 동혁에 대한 우월감을 유지하려 했다. “호의에 감사해요. 하지만 그러실 거 없어요. 전 괜찮아요.” 동혁은 웃으며 부드럽게 거절했다. 류성중은 동혁이 이렇게 단번에 거절할 줄은 몰랐고 순간 의아해하면서 짜증이 났다. 그는 고개를 돌려 세화에게 말했다. “세화야, 내가 아까 도형이 편을 들며 몇 마디 했다고, 동혁이가 아직도 이 외삼촌에게 좀 삐진 거 같구나. 난 그래도 결국 가족 편인데 말이야.” “그래, 동혁 씨, 외삼촌한테 너무 그러지 마.” 세화가 동혁을 잡아당기며 눈치를 주었다. 동혁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난 원래 뒤끝이 없어. 단지 그 대단한 프로젝트에 별로 관심이 없을 뿐이야.” 이 말을 듣고 류성중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동혁이 사리분간을 잘 못한다고 생각했다. “네가 그 사람을 잘 몰라서 그래. 일단 조금 있다가 한번 보면 생각이 바뀔 거야.” 말이 통하지 않자 류성중은 그렇
“이 개X식, 우리 회사 투자 유치를 망치다니. ” 현재 연회장에서 가장 괴로운 사람은 양도형이었다. 그는 휴대폰을 꽉 쥐고 분노와 증오에 찬 눈으로 동혁을 노려보며 달려들어 욕을 했다. “투자를 망친 건 내가 아니라 당신 자신이에요.” “단지 서류상으로만 신청한 투자에다 아직 심사 시작도 안 했는데 마치 2000억 투자를 받은 것처럼 허풍을 떨었잖아요.” “게다가 더 우스운 건 이걸 여자에게 어필할 자신의 능력이라고 떠들어대면서, 내 아내와 자신이 어울린다고 착각하는 거죠.” 동혁은 몸을 숙여 아까 전 양도형이 자신에게 건넸던 카드를 집어 들었다. 주워서 묻은 먼지를 털고 다시 양도형의 얼굴에 던졌다. “자, 이거 도로 가져가요. 당신은 내 아내와 어울리지 않아요.” 짝! 은행 카드가 양도형의 뺨에 부딪혀 소리를 냈다. 비록 아프지는 않았지만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굴욕감이 양도형을 폭발시켜 버렸다. “이 개X식, 내가 죽여버릴 거야.” 양도형은 미친 듯이 소리치며 주먹을 쥐고 동혁을 때리려고 했다. “그만해.” 그 순간 류성중이 갑자기 호통을 치자 양도형은 다시 이성을 되찾았다. “도형아, 바로 N도로 돌아가. 괜히 여기서 더 망신당하지 말고.” 류성중의 분노한 표정을 본 양도형은 마침내 오늘 밤 자신이 동혁에게 패배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동혁을 원망스럽게 쳐다보고는 아무 말없이 그대로 돌아섰다.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탄성을 내뱉었다. 특히 동혁에 대해 양도형과 같은 생각을 품었던 사람들은 더 두려움을 느꼈다. ‘저 이동혁이 그저 쓸모없는 데릴사위인 줄 알고 비아냥거렸으니, 큰일이야.’ 그들이 아까는 동혁을 비웃었지만 이제는 반대로 그들 자신이 비웃음을 사게 생겼다. 하지만 동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자신을 조롱했던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류성중은 그런 동혁을 보고 머리가 아파왔다. ‘방금 전까지 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혁을 무시하고 도형이를 높이 치켜세웠는데.’ ‘동
여비서가 보고한 소식은 양도형을 혼란에 빠뜨렸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까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특히 동혁이 정신병이 있다고 비꼬던 사람들은 창피하여 땅 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들은 방금 전까지도 동혁에게 계속 빈정거렸었다. 하지만 갑자기 성신제약에 대한 2000억의 투자 유치가 물거품이 되었다. 이 소식은 동혁을 빈정거리던 사람들에게 마치 얼굴에 따귀 한 대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주었다. 세화 역시 약간 놀란 눈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그녀마저도 지금 들은 소식이 믿기지 않았다. ‘동혁 씨가 출근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잖아? 그냥 이름뿐인 사장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거액의 투자 결정을 지시할 수 있는 거지?’ ‘원화투자회사의 사람들은 모두 투자시장 쪽의 전문가들인데, 동혁 씨의 말을 그대로 듣는다고?’ “비켜.” 양도형은 갑자기 자신의 여비서를 뿌리치며 동혁 앞으로 다가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말해보시죠. 투자 거절은 쓸모없는 데릴사위인 당신과 아무 상관없지요? 모든 건 그냥 우연의 일치일 뿐. 안 그런가요?” 양도형의 마음은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무려 2000억의 투자야.’ ‘그게 이렇게 한 순간 거절이 되다니.’ 양도형은 이번 투자 건을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투자만 받으면 그의 회사는 더 빠르게 고속 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희망이 완전히 허사가 되고 말았다. 특히 양도형이 받아들일 수 없는 건, 이 모든 것이 그가 여태껏 쓸모없는 인간이라며 우습게 여기던 동혁이 그저 쉽게 전화 한 통으로 벌인 일이라는 것이었다. 무시하던 쓸모없는 데릴사위에게 반대로 진흙탕에 밟히는 기분이 든 양도형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 일이 동혁과 무관하다는 것을 어떻게든 증명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동혁은 다음 말로 그에게 다시 한번 강한 일격을 가했다.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군요. 투자
동혁의 말을 듣고 연회장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그러나 사람들은 동혁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그저 우습게 생각했다. “저게 무슨 헛소리야? 설마 자기가 2000억 투자 건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저 쓸모없는 인간이 원래 정신병원에서 나왔잖아요. 아마 또 정신병이 도진 거겠죠.” “진 회장님, 이럴게 아니라 남편분을 치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늘 이곳에 많은 병원 원장님들이 와 계시니 분명 아는 정신과 전문의사가 있을 거예요.” 모두 비웃으며 경멸의 눈빛으로 동혁과 세화를 바라보았다. 세화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불쾌함을 느꼈다. “동혁 씨, 괜히 헛소리 좀 하지 마.” 세화는 동혁을 잡아당겨서 약간 화가 난 작은 목소리로 훈계했다. “당신 겨우 회사에 이제 첫 출근을 했을 뿐이야. 그런데 누가 당신 지시를 바로 따르겠어?” 세화는 동혁이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방금 전 동혁이 전화로 한 말에 대해 전혀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에 그녀는 절친인 천미에게서 동혁은 그저 명목상 투자회사의 사장이며 실권이 없다고 분명히 들었다. 그래서 2000억의 투자처럼 큰일을 동혁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라고 생각했다. ‘동혁 씨는 왜 갑자기 전화로 투자를 하지 마라고 해서 사람들에게 괜한 모욕을 자초하고 그러지?’ “여보, 나 장난하는 거 아니야. 원화투자회사는 내 지시에 따르게 되어있어.” 동혁은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 하지만 세화는 동혁의 말을 믿을 수 없었고 그저 퉁명스럽게 그를 노려보았다. 세화가 동혁에게 핀잔하는 모습을 보고 계속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던 양도형이 웃음을 터뜨렸다. “진 회장님, 당신 남편은 아무 쓸모없는 사람일 뿐 아니라 허세를 부리는 걸 아주 좋아하네요. 어떻게 회장님의 체면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죠?” 세화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고 마음이 좀 불편했다. “세화야, 동혁이를 그냥 돌려보내. 괜히 여기서 더 망신당하지 말고.”
동혁의 말투에는 상대에 대한 무시가 가득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가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 양 사장을 무시하는 거지?’ 하지만 사람들은 동혁의 말을 조금은 이해했다. ‘하긴 진 회장은 자산 수 천억 규모의 두 그룹을 소유하고 있지.’ ‘그런 진 회장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확실히 별로 없기는 해.’ “하하하, 난 또 무슨 저 쓸모없는 데릴사위가 무슨 특출 난 점이라도 있어서 저리 양 사장님을 무시하나 했더니만, 역시 자기 아내가 대단한 것을 믿고 까부는 거였어.” 한 사람의 말에 연회장에는 다시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동혁은 그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고 양도형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진지하게 물었다. “어디 말해 보시죠. 당신은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자신이 제 아내처럼 훌륭한 여자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죠?” 양도형은 동혁의 말투에 담긴 무시에 분노했다. 그는 콧방귀를 뀌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나도 진 회장님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해요. 하지만 비교하자면 제 능력도 그리 나쁘지 않아요.” “제가 이번에 왜 H시에 왔는지 아나요? 회사 이름으로 H시에 사업투자를 하기 위함도 있지만 곧 원화투자회사로부터 2000억 규모의 투자를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에요.” 양도형은 세화를 바라보며 자신감 가득 말했다. “이 투자를 받으면 우리 회사는 더 빠르게 성장할 거고 머지않아 자산 규모가 진 회장님의 두 그룹을 능가할 겁니다.” 그의 말을 듣고 놀란 연회장의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정말? 2000억 투자라고? 이거 완전 빅뉴스 아니야?” “그 정도 큰 규모의 투자라면 웬만한 중소기업도 고성장을 할 텐데, 하물며 성신제약처럼 새롭게 부상하는 기업이라면 더 할 거야.” 많은 사람들이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으로 양도형을 쳐다보았다. 그중에는 이미 수년간 사업을 해온 선배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2000억 투자면, 역대 투자 유치 기록에서도 상위권이야.’ “양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