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성이 서슴없이 말했다. 그는 현소 앞에서 오반석이 뻔뻔스럽다며 직접적으로 욕했다. 체면을 구기게 된 오반석의 얼굴에서 표정이 점점 사라지더니 방금까지 싱글벙글 웃던 얼굴이 순식간에 불만으로 가득해졌다. “이 자식이,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끼어들어?” 짝! 오반석은 두말없이 손을 들어 하지성의 뺨을 때렸다. 하지성은 오반석이 정말로 자신의 뺨을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맞아서 바닥에 쓰러졌다. “지성아!” “선배님, 왜 사람을 때리고 그래요?” 현소와 친구들은 아연실색하여 얼른 하지성을 일으켜 세웠다. “이거 놔봐.” 하지성도 자존심이 강해 힘껏 친구들의 손을 뿌리치고 출혈된 눈으로 화를 내며 소리쳤다. “오반석, 이 자식이 감히 나를 때려?” “어쭈, 지금 덤비는 거냐? 또 맞으려고?” 오반석은 다시 손을 들어 때리려고 했다. 하지성은 놀라며 얼른 피했다. “하하, 바보 같은 놈. 우리 반석이가 못 때릴 줄 알았나 봐? 그렇게 반석이에게 대들다가 더 크게 혼쭐난다.” “이놈도 우리 형수님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거 알아? 저번에 반석이에게 여자를 뺏으려다 가 다리가 부러진 놈이 있는데 아직도 병원에 누워 있어.” 오반석 주변의 친구들이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이런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 있자니 하지성은 부끄러우면서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고,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상대가 무서웠다. “야, 넌 저리 꺼져.” 오반석은 하지성을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하며 현소에게 다가갔다. “현소야, 룸이 어디야? 내가 데려다줄게. 이따가 같이 밥도 먹자.” 오반석이 또다시 현소의 짐을 들어주려고 했다.화가 난 현소의 작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오반석의 말을 듣고 캐리어를 몸 뒤로 가져가 피하며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선배님, 지성이를 저렇게 때리다니 너무 지나치신 거 아니에요? 선배님이 저를 데려다 주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선배님과 밥도 먹지 않을 거고요.” 오반석은 무서운 표정으로 하지성을 노려보더니 다시 싱글벙글 웃으
“현소야, 오늘 밤 나하고 함께 식사하지 않겠다면 네 친구들 누구도 태백산장에 묵을 생각 하지 마.” 현소가 계속 거절하자 오반석은 연기를 그만두고 아예 본색을 드러냈다. 현소와 친구들의 분노는 이미 한계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 ‘오반석, 이 사람 너무 거만하고 무례한 거 아니야?’ ‘지가 현소를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현소가 받아주지 않는다고 이런 식으로 성질을 부리다니.’ 현소는 더욱 분노했다. “선배님은 역시 넌 무서운 사람이에요. 선배가 날 좋아한다고 했을 때 안 받아줘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오반석의 표정이 가라앉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이제 날도 어두워졌는데 태백산 정상에는 잘 곳이 태백산장 하나밖에 없어. 한번 어디 다른 곳에 가서 묵을 곳이 있는지 찾아보든가.” “그러지 말고 현소가 오늘 밤 나랑 같이 자는 건 어때? 하하하.” 오반석의 친구들도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좋은 생각인데? 이번 기회에 형수님이 반석이에게 아이도 하나 낳아주면 되겠어요.” “흐흐, 형수님은 아직 학교 다니시니까 어렵지 않을까? 나중에 애 데리고 대학을 다니는 게 좀 이상해 보이지 않겠어?” 온갖 지저분한 언사가 난무했다. 현소는 수치스럽고 분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주현영 등도 현소와 마찬가지로 화가 많이 났지만 오반석과 그의 친구들이 워낙 무뢰한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하지성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이렇게 다른 남자에게 놀림을 받는 것을 보자 더욱 분노했다. “오반석, 태백산장이 무슨 너희 집인 줄 알아? 우린 이미 방을 예약했어, 그것도 태백산장의 최고급 룸으로.” 하지성은 울화통을 터뜨리며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예약서를 보여주었다. 그는 현소를 기쁘게 해 주려고 특별히 자신의 지인에게 부탁해 태백산장에서 가장 좋은 룸을 예약하게 했다.오반석이 그의 휴대폰을 힐끗 쳐다보고 냉소했다. “하하, 최고급이라고? 이거 어쩌지? 그럼 체크인이 안 되겠네.” 말을 마친 오반석이 고개를 돌려 캐리어를 들어주는 직원들에게 손
하지성이 눈치 없이 굴자 유강식의 표정이 굳어졌다. “얘들아,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해서는 안 되지.” 유강식이 냉랭하게 말했다. “우리 회장님은 4000억을 주고 이 태백산장을 사셨으니 이곳에 묵을 자격이 충분해.” “그리고 다른 귀한 손님은 온라인에 천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인플루언서야. 어디를 가든 주목을 받는 분으로 너희 같은 학생들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분이 아니야.” “그러니 눈치껏 알아서 예약을 취소해죠.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이 태백산장에 묵을 수 없게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어.” 유강식은 어린 학생들에 대한 인내심을 이미 완전히 잃어서 자세가 차갑고 강경했다. “태백산장이 이렇게 고객을 막 무시해도 되나요? 저희가 이번일을 다 폭로할 거예요.” 현소는 울컥할 정도로 화가 많이 났다. 한밤중에 쫓겨나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폭로하겠다고?” 유강식이 냉소했다. “학생 몇 명의 말이 무슨 영향력이나 있겠어? 그 인플루언서가 도착하게 되면 우리를 위해 사람들에게 태백산장 홍보를 할 텐데. 너희들이 폭로를 해봤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걸?” 현소와 친구들은 더 이상 대꾸할 수 없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학생일 뿐 역시 사회 경험은 부족했다. “유 매니저님, 고객인 학생들을 막 산장에서 쫓아내다니 아주 위세가 대단하네요. 잠깐 저 좀 보시죠!” 바로 그때 노기충천한 큰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모두 고개를 돌려보니 캐주얼한 차림으로 기세가 범상치 않은 중년 한 명이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삼촌!” 하지성은 깜짝 놀라며 우효광을 불렀다. ‘내가 왜 효광 삼촌을 잊었었지? 분명 삼촌도 태백산장에서 피서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중년 남자의 이름은 우효광, 하지성의 아버지 친구였다. “아, 우 선생님.” 유강식은 낯빛이 변해 하지성을 보면서 물었다. “선생님께서 이 학생을 아시나요?” “내 조카요.” 우효광이 차갑게 말했다. “유 매니저님, 몇 명의 아이들이 여름
당황한 우효광의 안색이 울그락붉그락 일정하지 않았다. ‘저 어린놈이 지금 내게 대체 무슨 소리를? 아주 뺨이라도 때려주고 싶네.’ 우효광은 마음처럼 행동할 수 없었다. 오한민이 자신을 아들을 총애한다는 걸 그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오반석은 대학에서 여학생을 강강했는데 오한민의 조처에 의해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 N도 투자계의 사람들은 모두 오한민이라는 사람이 악랄하고 냉혹하며 무자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찍이 오한민과 친했던 동업자들 모두 그 때문에 가문이 패가망신했다. 거기다 오한민은 N도 이씨 가문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우효광이 아무리 그린그룹의 사장이라고 해도 우한민의 눈밖에 날 행동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우효광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구, 반석 도련님. 오늘 제 조카가 철이 없게 굴어서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옆에 있던 하지성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삼촌이 왜 저 인간에게 사과를?’ 화가 난 하지성이 바로 소리쳤다. “삼촌, 분명 아무 이유 없이 저 사람이 제 뺨을 때렸어요. 근데 왜 사과를 하세요?” 오반석이 갑자기 바라보더니 두 눈을 부릅뜨고 사나운 빛을 내뿜었다. 이 모습을 본 우효광이 고개를 돌려 하지성의 뺨을 때렸다. 짝! 하지성은 멍하니 뺨을 감싸고 억울해하며 두 눈을 붉혔다. “저분 아버지가 리성투자회자 오한민 부사장님이야. 네 아버지도 눈밖에 나면 큰일 난다고. 괜히 너희 집에 사고 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있어.” 우효광은 고개를 돌려 나지막이 꾸짖었다. 하지성의 얼굴이 창백해며 어지러워 쓰러졌다. ‘삼촌이 이렇게 엄하게 말씀하는 걸 보니 정말일 텐데.’ “빨리 도련님께 사과하지 않고 뭐 해?” 우효관이 또 하지성을 노려보았다. 하지성은 억울했지만 꾹 참고 오반석에게 사과하며 울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흥, 방금까지 미쳐 날뛰던 놈이 왜 이리 찌질할까?” 오반석은 득의양양해하며 하지성에게 빈정거렸다. 하지만 가만히 하지성을 놓아주었고 우효광은 그제야
“아아, 뜨거워.” 오반석은 얼굴을 비비며 아파서 계속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러운 변고로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해졌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저 사람 왜 저러지?’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오반석이 갑자기 발작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오직 오반석만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살펴보다가 곧 꺼질 듯한 담배꽁초를 찾아냈다. 갑자기 그의 두 눈이 매섭게 빛나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누구야? 어떤 놈이 담배꽁초를 내게 던진 거야?” 오반석은 우레와 같이 소리치며 사람들 사이에서 범인을 찾았다. ‘아 저 사람이 방금 담배꽁초를 얼굴에 맞았구나. 어쩐지 그렇게 아파하며 뛴다 했어.’ 다들 고개를 돌려 누가 대담하게 담배꽁초를 오반석의 얼굴에 던졌는지 확인했다. 방금 오반석에게 키스를 당할 뻔했던 현소는 이 틈을 타 서둘러 그에게서 떨어졌고 고개를 들어보니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형부!” 현소가 환호성을 지르더니 곧 억울한 듯 작은 입을 오므리고 촉촉한 큰 눈망울로 말했다. “형부, 오반석, 저 사람이 저를 괴롭혔어요.” 동혁은 사람들 사이로 걸어 들어와 그녀의 머리를 문지르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 봤어. 걱정 마. 이 형부가 있으니 이제 괴롭힐 수 없을 거야” ‘현소의 형부?’ 오반석은 잠시 멍하게 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분노로 타오르는 두 눈으로 동혁을 노려보고 이를 갈며 말했다. “개X식, 방금 네놈이 담배꽁초를 내 얼굴에 던졌지?” 동혁은 방금 전 화장실을 다녀와서 전에 있었던 일을 몰랐다. 그저 오반석이 현소를 껴안고 강제로 키스하려는 것을 보고서 손에 든 담배꽁초를 오반석의 얼굴에 던져 그를 쫓아냈다. 동혁은 현장에 있던 어른들, 특히 태백산장 직원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화가 난 눈빛으로 훑어보았다. “당신들 여기 직원 맞아요? 깡패 같은 놈이 여자들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도 나서서 말릴 생각조차 하지 않다니.” 동혁은 차갑게 소리쳤다. “태백산장이 직원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안 봐도 알
“형부!” 오반석의 흉악한 모습을 보고 현소는 겁을 먹고 동혁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녀는 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동혁이 현소의 등을 두드리며 안심시켰다. “무서워할 거 없어. 저런 깡패 놈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저 개X식이 감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오반석은 화가 나서 뛰고는 자신의 일행들을 향해 손짓하며 소리쳤다. “얘들아, 우선 저 개X식부터 손 좀 봐주자.” 오반석을 뒤따르는 친구들이 한 네다섯 명쯤 되었는데 저마다 표정이 험하게 바뀌었다. 곧 폭력 충돌이 발생하려는 것을 보고 현소와 친구들은 무서워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현소야, 빨리 도망가. 네 형부는 이렇게 많은 사람을 당해낼 수 없어.” 주현영이 재빨리 현소에게 말했다. “아니야, 우리 형부 엄청 세.”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있었지만 현소는 동혁의 곁에 굳건히 서 있었다. “덤벼.” 오반석의 친구들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동혁에게 달려들었다. “이 자식, 감히 우리 반석이를 도발해? 네놈 한번 죽어봐라.” 선두에 선 한 친구가 사납게 웃으며 주먹을 들어 동혁의 얼굴을 향해 악랄하게 내질렀다. 동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현소를 뒤로 감싸며 그의 명치를 세게 걷어찼다. “으아.” 맞은 오반석의 친구는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온몸의 뼈가 부서지며 심한 고통을 느꼈다. “죽고 싶어... 으아!” “반석아, 살려줘.” 곧이어 여기저기서 울부짖는 소리가 이어졌다.10초도 안 돼서 오반석의 친구들이 모두 날아가 바닥 이리저리를 구르며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이 건장하고 험상궂은 얼굴의 청년들은 모두 오반석이 다니는 대학 체육특기생이었다. 그들이 평소에 오반석의 뒤를 따라다니면 아무도 감히 일행을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동혁을 만난 그들은 마치 세 살배기 아이처럼 한없이 연약해 보였다. 온 장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모두 동혁이 보여준 과격함에 충격을 받았다. “이, 이...” 오반석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
독설 몇 마디를 내던지고서 화가 난 오반석은 떠났다. “지금 감히 나를 협박하는 건가?” 동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오반석의 뒷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현소에게 물었다. “저 인간이 널 어떻게 아는 거야?” 현소는 예전에 오반석이 학교에서 그녀를 쫓아다니던 일을 설명했다. 그녀는 동혁의 옷을 잡아당기고 걱정하며 말했다. “형부, 저 오반석 아버지 쪽 세력이 큰 거 같던데 괜히 형부를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니겠죠?” 현소가 이렇게 자신을 배려하는 것을 보고 동혁은 마음이 따뜻했다. 그는 현소의 머리를 톡톡 치며 웃었다. “괜찮아. 그놈 아버지가 감히 나를 귀찮게 하면 내가 혼내주면 되니까.” “예.” 현소는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 형부 방금 완전 멋졌어요.” 이때 현소의 친구들이 동혁을 에워쌌고 주현영과 서진솔은 두 눈을 반짝이며 동혁을 쳐다보았다. 방금 전 동혁이 오반석 일당들을 단숨에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고 두 여학생은 동혁에게 단숨에 반했고 매우 남자답다고 느꼈다. “매형, 고마워요.” 하지성도 어색하게 동혁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는 현소를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방금 오반석이 현소에게 강제로 키스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픔을 느끼며 자신의 무능함을 원망했다. 동혁의 방금 전 싸움은 현소의 친구들 마음속에 있는 동혁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었다. 우효광이 걱정하며 말했다. “선생님,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그 오반석은 오한민의 아들이에요. 오한민 뒤에는 N도 이씨 가문도 있고요.” “N도 이씨 가문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요.” 동혁은 우효광에 대해서 전혀 호감이 없어서 건성으로 대답했다. ‘저 사람도 현소가 괴롭힘을 당할 때 모른척하던 사람들 중 하나지?’ 우효광은 동혁이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약간 기분 나쁜 듯이 말했다. “원래 무식하면 무서울 게 없지.” 그는 동혁이 N도 이씨 가문 대해 모른다고 생각했다. 동혁은 우효광과 더 이상 대화하지 않고 현소의 캐리어를 들었다. “가자. 체크
소리친 사람은 오피스룩을 입은 젊은 여자였다. 바로 세화의 옛 동창 예지원. 오피스룩으로 매끈한 각선미를 뽐낸 그녀는 세화처럼 청초하고 아름다운 얼굴은 아니지만 남자들을 설레게 할 만한 미녀였다. 그녀는 한 무리의 매니저들에게 에워싸인 채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총지배인님.” 유강식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는 예지원이 고객들 앞에서 큰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체면을 깎자 속으로 그녀를 원망했다. 유강식이 태백산장에 온 지 이틀밖에 안 되었지만 그는 이미 예지원의 총지배인 자리를 노려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 오반석뿐만 아니라 오늘 밤 태백산장에 오기로 한 회장에게도 더 잘해서 환심을 사려고 했다. 그가 얼른 예지원에게 다가가 웃으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그게 총지배인님, 누군가 사람들 앞에서 저뿐 아니라 반석 도련님과 친구들을 때렸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경호원을 호출하라고 했는데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때린 게 누군데요?” 예지원은 냉담한 표정으로 유강식의 말을 끊었다. 유강식은 예지원이 오반석을 때렸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났다고 생각했고 속으로 기뻐하며 얼른 고개를 돌려 동혁을 가리켰다. “예, 저기 사람들을 때린 사람이 바로 저놈인데...” 유강식은 과장하며 동혁을 유난히 잔인하게 묘사하며 설명했다. 그의 말만 들어서는 동혁이 아주 극악무도해 보였다. 예지원은 약간의 미소를 짓는 동혁을 보고 그가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매니저님도 맞았다고요?” 예지원이 유강식에게 물었다. 유강식은 얼른 코를 막은 휴지 뭉치를 떼어내고 억울한 듯이 말했다. “예, 맞아요. 총지배인님. 저 자식이 아주 건방지게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막 사람을 때렸어요. 전 맞아서 코에서 피가 난나고요.” “하, 잘 맞았네요.” 예지원이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말했다. “예?” 유강식은 멍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총지배인님, 그게 무슨 뜻이죠?” “무슨 뜻이라니? 그걸 몰라서 물어요? 당신이 방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