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가 이렇게 잘 준비했다니 그럼 난 안심해도 되겠어. 너희들 안전에 주의하고 아저씨는 먼저 갈게. 동혁이 넌 현소하고 친구들을 잘 돌봐.” 장영도는 마지막으로 동혁을 노려보고는 동혁이 뭐라 하기 전에 재빨리 차를 몰고 떠났다. ‘군부로 복귀하면 바로 윗분들을 찾아 사법부 사람에게 말 좀 잘해달라고 해야겠어. 앞으로 저 이동혁 같은 나쁜 놈은 상대하지도 말아야지.’ 날이 저물자 하지성이 말했다. “우리 먼저 체크인하고 짐 풀고서 밥 먹자.” “어, 이게 누구야? 우리 현소 후배도 태백산장에 놀러 온 거야?” 일행이 로비 밖으로 나오자마자 맞은편에서 젊은이 몇 명이 다가왔다. 모두 허세 가득한 모습으로 태백산장 직원이 뒤에서 그들의 짐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들 중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현소에게 말을 걸어왔다. 거만으로 가득한 얼굴의 그는 뜨거운 눈빛으로 현소를 주시했다. “아, 반석 선배님.” 당황한 현소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녀의 시선은 의식적으로 동혁을 찾았는데 그가 중간에 화장실에 갔다는 것이 기억났다. 현소에게 말을 건 젊은이는 바로 오한민의 아들인 오반석이었다. 그는 예전에 현소와 같은 학교였는데 한 학년이 더 높았고 현소에게 구애한 적이 있었다. 현소는 예쁘고 노래와 춤에 능해서 학교에서 개최하는 문예종합공연에 자주 참가했었고 학교를 대표하여 대회에 나간 적도 있었다. 그녀는 학교에서 유명해져서 오반석의 주의를 끌었다. 오반석은 이씨 가문을 위해 일하는 자신의 아버지 오한민을 믿고 평소에 학교에서 엄청 위세를 부리고 다녔다. 항상 뒤로 사람들을 거느리며 다녔고 게다가 외부의 깡패들과 호형호제하며 지내서 아무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오반석은 항상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학교 앞에서 현소를 막아섰다. 그래서 힘없는 현소는 그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다행히 오반석이 대학에 간 후로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다. “현소야, 체크인하고 저녁에 같이 놀자. 우리는 야외에서 바비큐를 먹을 거야. 네 친구들 다 와도
하지성이 서슴없이 말했다. 그는 현소 앞에서 오반석이 뻔뻔스럽다며 직접적으로 욕했다. 체면을 구기게 된 오반석의 얼굴에서 표정이 점점 사라지더니 방금까지 싱글벙글 웃던 얼굴이 순식간에 불만으로 가득해졌다. “이 자식이,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끼어들어?” 짝! 오반석은 두말없이 손을 들어 하지성의 뺨을 때렸다. 하지성은 오반석이 정말로 자신의 뺨을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맞아서 바닥에 쓰러졌다. “지성아!” “선배님, 왜 사람을 때리고 그래요?” 현소와 친구들은 아연실색하여 얼른 하지성을 일으켜 세웠다. “이거 놔봐.” 하지성도 자존심이 강해 힘껏 친구들의 손을 뿌리치고 출혈된 눈으로 화를 내며 소리쳤다. “오반석, 이 자식이 감히 나를 때려?” “어쭈, 지금 덤비는 거냐? 또 맞으려고?” 오반석은 다시 손을 들어 때리려고 했다. 하지성은 놀라며 얼른 피했다. “하하, 바보 같은 놈. 우리 반석이가 못 때릴 줄 알았나 봐? 그렇게 반석이에게 대들다가 더 크게 혼쭐난다.” “이놈도 우리 형수님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거 알아? 저번에 반석이에게 여자를 뺏으려다 가 다리가 부러진 놈이 있는데 아직도 병원에 누워 있어.” 오반석 주변의 친구들이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이런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 있자니 하지성은 부끄러우면서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고,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상대가 무서웠다. “야, 넌 저리 꺼져.” 오반석은 하지성을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하며 현소에게 다가갔다. “현소야, 룸이 어디야? 내가 데려다줄게. 이따가 같이 밥도 먹자.” 오반석이 또다시 현소의 짐을 들어주려고 했다.화가 난 현소의 작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오반석의 말을 듣고 캐리어를 몸 뒤로 가져가 피하며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선배님, 지성이를 저렇게 때리다니 너무 지나치신 거 아니에요? 선배님이 저를 데려다 주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선배님과 밥도 먹지 않을 거고요.” 오반석은 무서운 표정으로 하지성을 노려보더니 다시 싱글벙글 웃으
“현소야, 오늘 밤 나하고 함께 식사하지 않겠다면 네 친구들 누구도 태백산장에 묵을 생각 하지 마.” 현소가 계속 거절하자 오반석은 연기를 그만두고 아예 본색을 드러냈다. 현소와 친구들의 분노는 이미 한계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 ‘오반석, 이 사람 너무 거만하고 무례한 거 아니야?’ ‘지가 현소를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현소가 받아주지 않는다고 이런 식으로 성질을 부리다니.’ 현소는 더욱 분노했다. “선배님은 역시 넌 무서운 사람이에요. 선배가 날 좋아한다고 했을 때 안 받아줘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오반석의 표정이 가라앉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이제 날도 어두워졌는데 태백산 정상에는 잘 곳이 태백산장 하나밖에 없어. 한번 어디 다른 곳에 가서 묵을 곳이 있는지 찾아보든가.” “그러지 말고 현소가 오늘 밤 나랑 같이 자는 건 어때? 하하하.” 오반석의 친구들도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좋은 생각인데? 이번 기회에 형수님이 반석이에게 아이도 하나 낳아주면 되겠어요.” “흐흐, 형수님은 아직 학교 다니시니까 어렵지 않을까? 나중에 애 데리고 대학을 다니는 게 좀 이상해 보이지 않겠어?” 온갖 지저분한 언사가 난무했다. 현소는 수치스럽고 분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주현영 등도 현소와 마찬가지로 화가 많이 났지만 오반석과 그의 친구들이 워낙 무뢰한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하지성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이렇게 다른 남자에게 놀림을 받는 것을 보자 더욱 분노했다. “오반석, 태백산장이 무슨 너희 집인 줄 알아? 우린 이미 방을 예약했어, 그것도 태백산장의 최고급 룸으로.” 하지성은 울화통을 터뜨리며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예약서를 보여주었다. 그는 현소를 기쁘게 해 주려고 특별히 자신의 지인에게 부탁해 태백산장에서 가장 좋은 룸을 예약하게 했다.오반석이 그의 휴대폰을 힐끗 쳐다보고 냉소했다. “하하, 최고급이라고? 이거 어쩌지? 그럼 체크인이 안 되겠네.” 말을 마친 오반석이 고개를 돌려 캐리어를 들어주는 직원들에게 손
하지성이 눈치 없이 굴자 유강식의 표정이 굳어졌다. “얘들아,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해서는 안 되지.” 유강식이 냉랭하게 말했다. “우리 회장님은 4000억을 주고 이 태백산장을 사셨으니 이곳에 묵을 자격이 충분해.” “그리고 다른 귀한 손님은 온라인에 천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인플루언서야. 어디를 가든 주목을 받는 분으로 너희 같은 학생들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분이 아니야.” “그러니 눈치껏 알아서 예약을 취소해죠.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이 태백산장에 묵을 수 없게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어.” 유강식은 어린 학생들에 대한 인내심을 이미 완전히 잃어서 자세가 차갑고 강경했다. “태백산장이 이렇게 고객을 막 무시해도 되나요? 저희가 이번일을 다 폭로할 거예요.” 현소는 울컥할 정도로 화가 많이 났다. 한밤중에 쫓겨나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폭로하겠다고?” 유강식이 냉소했다. “학생 몇 명의 말이 무슨 영향력이나 있겠어? 그 인플루언서가 도착하게 되면 우리를 위해 사람들에게 태백산장 홍보를 할 텐데. 너희들이 폭로를 해봤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걸?” 현소와 친구들은 더 이상 대꾸할 수 없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학생일 뿐 역시 사회 경험은 부족했다. “유 매니저님, 고객인 학생들을 막 산장에서 쫓아내다니 아주 위세가 대단하네요. 잠깐 저 좀 보시죠!” 바로 그때 노기충천한 큰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모두 고개를 돌려보니 캐주얼한 차림으로 기세가 범상치 않은 중년 한 명이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삼촌!” 하지성은 깜짝 놀라며 우효광을 불렀다. ‘내가 왜 효광 삼촌을 잊었었지? 분명 삼촌도 태백산장에서 피서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중년 남자의 이름은 우효광, 하지성의 아버지 친구였다. “아, 우 선생님.” 유강식은 낯빛이 변해 하지성을 보면서 물었다. “선생님께서 이 학생을 아시나요?” “내 조카요.” 우효광이 차갑게 말했다. “유 매니저님, 몇 명의 아이들이 여름
당황한 우효광의 안색이 울그락붉그락 일정하지 않았다. ‘저 어린놈이 지금 내게 대체 무슨 소리를? 아주 뺨이라도 때려주고 싶네.’ 우효광은 마음처럼 행동할 수 없었다. 오한민이 자신을 아들을 총애한다는 걸 그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오반석은 대학에서 여학생을 강강했는데 오한민의 조처에 의해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 N도 투자계의 사람들은 모두 오한민이라는 사람이 악랄하고 냉혹하며 무자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찍이 오한민과 친했던 동업자들 모두 그 때문에 가문이 패가망신했다. 거기다 오한민은 N도 이씨 가문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우효광이 아무리 그린그룹의 사장이라고 해도 우한민의 눈밖에 날 행동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우효광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구, 반석 도련님. 오늘 제 조카가 철이 없게 굴어서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옆에 있던 하지성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삼촌이 왜 저 인간에게 사과를?’ 화가 난 하지성이 바로 소리쳤다. “삼촌, 분명 아무 이유 없이 저 사람이 제 뺨을 때렸어요. 근데 왜 사과를 하세요?” 오반석이 갑자기 바라보더니 두 눈을 부릅뜨고 사나운 빛을 내뿜었다. 이 모습을 본 우효광이 고개를 돌려 하지성의 뺨을 때렸다. 짝! 하지성은 멍하니 뺨을 감싸고 억울해하며 두 눈을 붉혔다. “저분 아버지가 리성투자회자 오한민 부사장님이야. 네 아버지도 눈밖에 나면 큰일 난다고. 괜히 너희 집에 사고 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있어.” 우효광은 고개를 돌려 나지막이 꾸짖었다. 하지성의 얼굴이 창백해며 어지러워 쓰러졌다. ‘삼촌이 이렇게 엄하게 말씀하는 걸 보니 정말일 텐데.’ “빨리 도련님께 사과하지 않고 뭐 해?” 우효관이 또 하지성을 노려보았다. 하지성은 억울했지만 꾹 참고 오반석에게 사과하며 울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흥, 방금까지 미쳐 날뛰던 놈이 왜 이리 찌질할까?” 오반석은 득의양양해하며 하지성에게 빈정거렸다. 하지만 가만히 하지성을 놓아주었고 우효광은 그제야
“아아, 뜨거워.” 오반석은 얼굴을 비비며 아파서 계속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러운 변고로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해졌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저 사람 왜 저러지?’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오반석이 갑자기 발작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오직 오반석만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살펴보다가 곧 꺼질 듯한 담배꽁초를 찾아냈다. 갑자기 그의 두 눈이 매섭게 빛나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누구야? 어떤 놈이 담배꽁초를 내게 던진 거야?” 오반석은 우레와 같이 소리치며 사람들 사이에서 범인을 찾았다. ‘아 저 사람이 방금 담배꽁초를 얼굴에 맞았구나. 어쩐지 그렇게 아파하며 뛴다 했어.’ 다들 고개를 돌려 누가 대담하게 담배꽁초를 오반석의 얼굴에 던졌는지 확인했다. 방금 오반석에게 키스를 당할 뻔했던 현소는 이 틈을 타 서둘러 그에게서 떨어졌고 고개를 들어보니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형부!” 현소가 환호성을 지르더니 곧 억울한 듯 작은 입을 오므리고 촉촉한 큰 눈망울로 말했다. “형부, 오반석, 저 사람이 저를 괴롭혔어요.” 동혁은 사람들 사이로 걸어 들어와 그녀의 머리를 문지르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 봤어. 걱정 마. 이 형부가 있으니 이제 괴롭힐 수 없을 거야” ‘현소의 형부?’ 오반석은 잠시 멍하게 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분노로 타오르는 두 눈으로 동혁을 노려보고 이를 갈며 말했다. “개X식, 방금 네놈이 담배꽁초를 내 얼굴에 던졌지?” 동혁은 방금 전 화장실을 다녀와서 전에 있었던 일을 몰랐다. 그저 오반석이 현소를 껴안고 강제로 키스하려는 것을 보고서 손에 든 담배꽁초를 오반석의 얼굴에 던져 그를 쫓아냈다. 동혁은 현장에 있던 어른들, 특히 태백산장 직원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화가 난 눈빛으로 훑어보았다. “당신들 여기 직원 맞아요? 깡패 같은 놈이 여자들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도 나서서 말릴 생각조차 하지 않다니.” 동혁은 차갑게 소리쳤다. “태백산장이 직원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안 봐도 알
“형부!” 오반석의 흉악한 모습을 보고 현소는 겁을 먹고 동혁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녀는 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동혁이 현소의 등을 두드리며 안심시켰다. “무서워할 거 없어. 저런 깡패 놈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저 개X식이 감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오반석은 화가 나서 뛰고는 자신의 일행들을 향해 손짓하며 소리쳤다. “얘들아, 우선 저 개X식부터 손 좀 봐주자.” 오반석을 뒤따르는 친구들이 한 네다섯 명쯤 되었는데 저마다 표정이 험하게 바뀌었다. 곧 폭력 충돌이 발생하려는 것을 보고 현소와 친구들은 무서워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현소야, 빨리 도망가. 네 형부는 이렇게 많은 사람을 당해낼 수 없어.” 주현영이 재빨리 현소에게 말했다. “아니야, 우리 형부 엄청 세.”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있었지만 현소는 동혁의 곁에 굳건히 서 있었다. “덤벼.” 오반석의 친구들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동혁에게 달려들었다. “이 자식, 감히 우리 반석이를 도발해? 네놈 한번 죽어봐라.” 선두에 선 한 친구가 사납게 웃으며 주먹을 들어 동혁의 얼굴을 향해 악랄하게 내질렀다. 동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현소를 뒤로 감싸며 그의 명치를 세게 걷어찼다. “으아.” 맞은 오반석의 친구는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온몸의 뼈가 부서지며 심한 고통을 느꼈다. “죽고 싶어... 으아!” “반석아, 살려줘.” 곧이어 여기저기서 울부짖는 소리가 이어졌다.10초도 안 돼서 오반석의 친구들이 모두 날아가 바닥 이리저리를 구르며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이 건장하고 험상궂은 얼굴의 청년들은 모두 오반석이 다니는 대학 체육특기생이었다. 그들이 평소에 오반석의 뒤를 따라다니면 아무도 감히 일행을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동혁을 만난 그들은 마치 세 살배기 아이처럼 한없이 연약해 보였다. 온 장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모두 동혁이 보여준 과격함에 충격을 받았다. “이, 이...” 오반석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
독설 몇 마디를 내던지고서 화가 난 오반석은 떠났다. “지금 감히 나를 협박하는 건가?” 동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오반석의 뒷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현소에게 물었다. “저 인간이 널 어떻게 아는 거야?” 현소는 예전에 오반석이 학교에서 그녀를 쫓아다니던 일을 설명했다. 그녀는 동혁의 옷을 잡아당기고 걱정하며 말했다. “형부, 저 오반석 아버지 쪽 세력이 큰 거 같던데 괜히 형부를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니겠죠?” 현소가 이렇게 자신을 배려하는 것을 보고 동혁은 마음이 따뜻했다. 그는 현소의 머리를 톡톡 치며 웃었다. “괜찮아. 그놈 아버지가 감히 나를 귀찮게 하면 내가 혼내주면 되니까.” “예.” 현소는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 형부 방금 완전 멋졌어요.” 이때 현소의 친구들이 동혁을 에워쌌고 주현영과 서진솔은 두 눈을 반짝이며 동혁을 쳐다보았다. 방금 전 동혁이 오반석 일당들을 단숨에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고 두 여학생은 동혁에게 단숨에 반했고 매우 남자답다고 느꼈다. “매형, 고마워요.” 하지성도 어색하게 동혁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는 현소를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방금 오반석이 현소에게 강제로 키스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픔을 느끼며 자신의 무능함을 원망했다. 동혁의 방금 전 싸움은 현소의 친구들 마음속에 있는 동혁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었다. 우효광이 걱정하며 말했다. “선생님,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그 오반석은 오한민의 아들이에요. 오한민 뒤에는 N도 이씨 가문도 있고요.” “N도 이씨 가문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요.” 동혁은 우효광에 대해서 전혀 호감이 없어서 건성으로 대답했다. ‘저 사람도 현소가 괴롭힘을 당할 때 모른척하던 사람들 중 하나지?’ 우효광은 동혁이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약간 기분 나쁜 듯이 말했다. “원래 무식하면 무서울 게 없지.” 그는 동혁이 N도 이씨 가문 대해 모른다고 생각했다. 동혁은 우효광과 더 이상 대화하지 않고 현소의 캐리어를 들었다. “가자. 체크
동혁은 현수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자신을 보자 현수가 여전히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 “하하, 그러다 정말로 죽을 수 도 있어요.” 현수는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거들먹거렸다. “우리 스승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요? 그분은 그냥 깡패가 아니에요. H시 전체에서도 적수를 몇 명 찾을 수 없다고요.” “내가 장담하는데 가면 얻어맞을 수 도 있어요. 그런데도 정말 갈 거예요?” 현수는 도발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동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더더욱 그 고수님의 실력을 보고 싶네.” “좋아요. 그럼 같이 가요.” 현수는 이를 갈며 독기 가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스승님께 수업을 받게 해 드리죠. 그러면 어른을 공경하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게 될 거예요.” 동혁은 여러 차례 현수의 아버지인 장영도를 벌주게 했고, 며칠 전 태백산장에 갈 때에는 운전기사로 삼았다. 그 일로 현수는 마음속에서 동혁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었고 줄곧 그를 혼내주고 싶어 했다. 현소는 현수가 나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현수, 너 내가 경고하는데, 네가 감히 형부를 함부로 대하면, 그때 가서도 내가 너를 가만히 두는지 잘 봐.” 현수가 자기 스승을 고수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현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녀는 동혁의 실력을 믿었고 동생인 현수가 허풍을 떨고 있다고 느꼈다. ‘아직 어린 녀석이니 다 고수처럼 보이겠지.’ “난 그저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거야. 그리고 내가 아빠 대신 화풀이를 하려는 게 뭐가 잘못됐어?” 현수가 중얼거렸다. “내가 며칠 열심히 수련해서 직접 천화를 흠씬 두들겨 팰 거야. 그리고서 그놈이 내게 용서를 구하게 만들 거야.” 천화가 설전룡을 따라 무술을 익힌 후로 현수는 매번 말다툼이 있을 때마다 천화를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스승을 모
천미는 이미 서진만이 직원을 시켜 수십억을 빼돌리도록 지시한 일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녀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이런 큰 일을 강오그룹이 있는 직원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화투자회사는 지금껏 천미에게 아무것도 보고한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사장이고 이런 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없다면 일찌감치 해고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장은 천미가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해고할 수 도 없는 동혁이었다. ‘처음부터 일을 잘 처리할 능력이 있다고 믿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을 숨기고 내게 보고조차 하지 않다니.’ 천미는 너무나 화가 났다. “심 사장님 오셨어요? 이 사장님께서는 나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송소빈이 말했다. “회사 일을 처리하러 갔나요?” 천미의 말투가 좋지 않아 송소빈은 이상하게 여겼지만 차분히 대답했다. “사장님께서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러 간다고 하셨어요.” “이런!” 예쁜 천미의 얼굴이 분노로 순식간에 검붉게 변했다. “이런 놈에게 어떻게 회사를 맡겨서 경영을 해? 첫 출근 날부터 큰일이 생겼는데 개인일을 보러 나갔다고? 그러고도 회사 사장을 맡을 면목이 있어?” ... 동혁은 이미 회사를 떠나서 회사 내의 일은 모르고 있었다. 그는 회사를 떠나 바로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왔다. “형부, 빨리 오셨네요.” 현소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동혁을 발견하고 반가워하며 뛰어왔다. 동혁은 현소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좋아 보였다. 동혁이 물었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저도 몰라요. 현수가 저하고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했거든요.” 현소가 앙증맞은 작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 “그 녀석이 요즘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천화를 이기겠다고 난리법석을 떨지 모예요.” “밖에서 대단한 스승을 만나 하루 종일 무술을 수련한다나?”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괜히 나쁜 사람이라도 만나서 이상한 걸 잘못 배웠을까 봐요. 마침 현수의 그 스승이 저를 보고
“알겠어요. 아빠. 좋은 소식 들려드릴게요.” 오반석은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사무실에서 나가려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참, 아빠, 그 천용훈도 제 친한 형이에요. 일전에 이동혁과 부딪혔을 때 잘만됐어도 그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었어요.” “그때 갑자기 하 선생이라는 인간이 튀어나오지만 않았어도 성공했을 거예요.” “나중에 형 소속사가 혜성그룹과 화해하려고 형을 쫓아냈는데 아빠가 절 봐서 형 좀 도와주세요.” 오한민은 이번 실패가 여간 달갑지 않았다. 아까부터 어떻게 원화투자회사의 그 2조 자금을 자기 소유로 삼을지 계속 궁리하고 있었다. 오반석의 말을 들은 그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최근 한 연예기획사에 투자했는데 연예인이 부족하니 그 사람 보고 계약하라고 해.” ... 서진만을 감옥에 보내 동혁은 단번에 원화투자회사에서 자신의 최고 입지를 굳혔다. “송 이사, 직원들과 잘 살펴보고 투자할 만한 좋은 프로젝트를 알아봐요.” 사장실에서 동혁이 송소빈을 불러 분부했다. ‘투자회사에 이렇게 많은 자금이 있는데 그냥 썩게 둘 수 없지.’ 동혁은 좋은 프로젝트를 골라 투자해 성과를 내서 나름 세화의 기대에 부응할 계획이었다. 이어서 일부 회사 임원들이 와서 업무 보고를 했다. 동혁은 회사 업무의 방향성만 신경 쓰고 임원들이 보고하는 사소한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동혁이 임원에게 요구하는 건 간단했다. “제 밑에서 일하면서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전 당신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결과만 볼 겁니다.” “둘째, 절대 서진만처럼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만하지 마세요.” 임원들을 가볍게 격려한 후 동혁은 그들을 돌려보냈다. 바로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그는 휴대폰 화면에서 뜻밖에도 현소의 이름을 보고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그래 현소야, 무슨 일이야?” [형부, 저하고 함께 어디 좀 같이 가주시겠어요?]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현소의 부드럽고 애교 가득한 목소리가 동혁의 마음에
전에 다른 H국 사람들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날뛰던 대니얼이 오한민에게 꾸중을 듣더니 뜻밖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니얼은 정말로 가만히 입을 닫았다. 그가 골스 가문의 구성원이기는 했지만 가문의 핵심 구성원은 아니었다. 게다가 H국에 오기 전에 잘못을 저질러 가문에서 쫓겨나 Y국에서는 더 이상 지낼 수 없었다. 때문에 골스 가문 사람이라는 신분은 그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가 영사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고 스탠슨 같은 사람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는 건 사실 모두 오한민의 지원 덕분이었다. N도 이씨 가문의 돈세탁 조력자로서 오한민은 N도에서 상류층에 속했다. 그래서 H국 사람이든 외국인이든 모두 그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 “부사장님, 그 이동혁이 골스 재단을 무시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겁니다. 그러니 내게 시간을 줘요.” 대니얼은 오한민의 지원이 없다면 아무도 자신을 상대하려 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서둘러 오한민의 비위를 맞추며 약속했다. “나중에 얘기해요.” 오한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대니얼에게 계속 뭐라 하는 건 무의미해.’ 오한민은 가죽 소파에 다시 앉아 골치 아픈 표정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N도 이씨 가문은 오한민을 통해 동혁에게 3일 이내에 이천성을 돌려보내라고 경고했었다. 오한민은 원래 이 3일의 시간을 활용해 원화투자회사의 2조 자금을 손에 넣고 그것을 이씨 가문 몰래 챙기려고 했다. 그는 대니얼이라는 이름을 빌려 자금이 들어오면 해외에서 돌리다가 감쪽같이 자신의 해외 계좌로 입금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겸사겸사 동혁도 붙잡아서 순순히 이천성을 N도로 돌려보내게 하려 했다.. ‘계획대로라면 모두 만족할 수 있었는데.’ ‘계획은 이제 물 건너갔고 이씨 가문에서 준 3일의 시간도 곧 끝나.’ 오한민은 자신이 동혁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걸 인정했다. ‘아무래도 이씨 가문에 뭔가 상황 설명을 해야 할
“이런 쳐 죽일 H국 인간 놈, 네놈이 감히 우리 골스 가문을 모욕하다니.” 대니얼은 동혁의 말에 완전히 격노하여 얼굴이 울그락붉으락 했다. “골스재단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Y국 10대 재단 중 하나야.” “2조의 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 거만 떨 수 있을 거 같아?” “네놈 같은 졸부는 우리 골스재단의 말단 직원보다도 못해.” 대니얼은 마치 꼬리를 밟힌 강아지처럼 동혁을 향해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그러나 그의 과민반응은 동혁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그래 봤자 무릎을 꿇고 투자해 달라고 빌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동혁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대니얼은 안색이 변하며 다시 뭔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혁은 더 이상 말할 틈을 주지 않고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죠.” “당신 때문에 내 인내심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당장 내 회사에서 나가요.” 대니얼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그는 H국에 온 이후로 지금까지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 오늘까지 동혁에게 체면을 구기는 수모를 당한 게 두 번이었다. 대니얼이 펄쩍 뛰며 소리쳤다. “H국 인간 놈, 골스재단과의 계약은 서 이사님이 너희 회사를 대표해 우리와 협의한 거야. 그런데 지금 와서 너 때문에 번복된다면 재계에서 회사 신용이 영향을 받을까 두렵지 않나 보...” 짝! 대니얼이 뺨을 세게 한 대 맞았다. 그는 소리를 질렀고 뺨을 가린 채 동혁을 노려보았다. “개X식, 감히 나를 때려?” “뭐, 이게 처음도 아니잖아요.” 동혁은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회사 신용, 내가 그런 걸 신경 쓸 것 같나요?” ‘돈 있는 사람이 갑이야.’ ‘내가 2조의 자금을 쥐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가 있는 기업들에서 찾아와 내게 투자를 청할 수밖에 없지.’ ‘서진만처럼 무릎을 꿇고 투자해 달라고 하는 비굴한 무리는 어떻게 해도 결국 비굴하게 나올 수밖에 없어.’ 동혁은 달려오는 회사 경호원을 힐끗 쳐다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참회는 감옥에 가서 천천히 하세요.” 동혁은 서진만을 발로 걷어차며 경찰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이미 밝혀진 문제 외에도 또 다른 문제가 있으면 그게 무엇이든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 저희 원화투자회는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 “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이런 인간쓰레기를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서진만은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 땅에 주저앉았고 눈에서는 생기를 잃었다. 그는 자신의 이번 인생이 이제 완전히 망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껏 자만한 자신이 너무나 미웠다. 사실 이번 일에 그가 구체적으로 개입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완전히 동혁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고 그래서 퇴로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덕분에 동혁은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을 붙잡아 경찰에 신고하면서 쉽게 서진만을 잡아가게 할 수 있었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서진만은 원통했지만 결국 수갑이 채워져 울면서 끌려갔다. ‘방금 전까지 거들먹거리던 서 이사가 이 사장님께 완전히 제압당했어.’ 원화투자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연신 감탄하며 동혁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서진만 씨가 비운 자리는 송 실장에게 맡겨요. 이번 일을 잘 처리하려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서진만이 끌려가자마자 동혁은 인사이동을 발표했다. 일방적인 지시로 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이사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던 몇몇 임원들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실망감이 가득했다. 송소빈이 이번 사건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 눈치 빠른 사람들은 모두 다 보고 있었고 그녀가 서진만에게 농락당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동혁은 빈 이사 자리에 송소빈을 앉히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이것으로 회사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대신했다. 전에 동혁이 서진만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그들 중 아무도 나서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동혁의 지시에 아무도 감히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이번 일을 통해 동혁은 투자회사를 성공적으로 장악하게
서진만은 동혁이 자신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취임 첫날임에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비서를 강제로 경찰에 넘긴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일을 모든 직원들이 다 지켜봤어.’ ‘중요한 순간에 자기 사람을 팔아먹는 상사를 누가 의지하려 하겠어?’ 동혁이 어떤 결정을 하든 이번에 서진만이 보기에 자신이 모두 이긴 것과 같았다. ‘이렇게 허세를 부리다간 결국 조만간 순순히 내게 무릎을 굻을 거야.’ “이번엔 내가 너무 성급했어.” 서진만은 가만히 생각하다 일어나 대니얼과 악수를 했다. “대니얼 씨, 그럼 제가 식사 대접 하겠습니다. H시에 있는 가장 전통 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을 알고 있거든요.” “하하, 제가 또 스테이크를 아주 좋아합니다.” 대니얼은 크게 웃었다. 두 사람은 동혁을 무시한 채 어깨동무를 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의자에 앉아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보지도 않고 말했다. “잠깐만요. 제가 가도 좋다고 했나요?” “왜요? 이 사장님께서 저희와 함께 가서 밥을 얻어먹으려고 그러십니까?” 서진만이 고개를 돌려 냉소했다. 동혁은 웃으며 말했다. “전 단지 서 이사님께 운이 좋으면 아마 10년이나 8년 후에야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알려주려고요.” “이 사장님, 그게 무슨 뜻이죠? 사장님에게 정신병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제게 헛소리를 하는 건가요?” 화가 난 서진만의 얼굴이 붉어졌다. “타닥타닥...” 바로 그때 회의실 밖 복도에서 갑자기 어수선하고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문이 “쾅”하고 열리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서진만 씨가 누군가요?” 선두에 있는 대장이 물었다.서진만은 놀랐지만 침착하게 물었다. “저는 서진만인데요. 무슨 일이죠?” “당신이라고요?” 대장이 그를 보고 손뼉을 쳤다. “데려와!” “지명박 씨야.” “나영배 씨도 있어.”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 회의실 직원들 사이에서 놀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진만 씨, 이 사람들
서진만은 펜을 들고 동혁에게 다가가 계약서들을 밀면서 서명하라고 했다. 동혁이 서진만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사장입니까? 아니면 제가 사장입니까?” 이미 본색을 드러낸 이상 서진만도 더 이상 자신을 숨기지 않았다. “저희 회사 사장님은 당연히 이 사장님이시죠. 그렇지 않다면 제가 왜 사장님께 서명하라고 하겠어요.” 서진만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탁자 위에 올려 꼬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송 실장님의 뇌물 수수 혐의는 어떻게 할지 결정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찰에 신고해 일을 키울까요? 아니면 회사 내에서 적당히 사건을 마무리하고 사적으로 처리할까요?” 동혁도 앉아 다리를 꼬고 서진만을 바라보았다. “제가 보니 서 이사님이 회사의 일에 대해 결정 내리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거 같네요. 그럼 한 수 가르쳐 주시죠. 제가 어떻게 결정하면 좋을까요?” “허허.” 서진만이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그건 일단 이 사장님이 여기에 서명하실지 안 하실지에 달려 있어요.” “만약 서명한다면 문제 처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하지만 서명을 안 한다면 아무래도 경찰에 신고해 일을 공정하게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회사의 진짜 주인인 심 사장님이 이 사장님 사모님의 친한 친구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곳 사장을 이 사장님께 맡긴 거고요.” “만약 이 사장님이 취임 첫날에 회사에서 수십억의 손실을 입혔다는 것을 심 사장님께서 알기라도 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서진만은 천천히 말하며 동혁을 압박했다. ‘이동혁, 이 쓸모없는 인간은 이번 일을 심 사장이나 진 회장이 알길 원하지 않겠지? 그러니 반드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어떻게든 숨기려고 할 거야.’ “그러게요 저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번 보고 싶군요.”동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직원들에게 말했다. “누가 저 대신 경찰에 신고 좀 해 주세요.” 동혁의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 다르자 서진만은 조금 당황했다. 그가 동혁을 노려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송 실장이 늑대 같은 놈들에게 간 것을 서 이사님이 잘 알고 계시다니? 이사님이 알고 있는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동혁은 약간의 미소와 함께 서진만을 힐끗 쳐다보았다. 서진만은 동혁의 시선에서 약간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이 느낌은? 또 저놈이 뭔가 할거 같은데?’ 서진만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냉소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미 서로 상대를 파악한 만큼 서진만은 뒤에서 꾸민 일들을 동혁이 알까 봐 전혀 두렵지 않았다. “제가 이렇게 말해도 믿질 않으니 할 수 없이 직접 보여드릴 수밖에 없을 거 같군요.”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건네주었다. “유 비서님, 제 휴대폰에 있는 이 동영상 좀 틀어주세요.” 두 눈을 부릅뜬 유연수가 소리쳤다. “당신이 뭔데요? 내가 당신이 시키면 해야 하나요?” “자기 비서도 하나 못 챙기는 쓸모없는 인간 주제에. 당신은 자기 비서가 지금 발가벗겨져 겁탈당하고 있는 걸 모릅니까?” 짝! 동혁은 유연서의 뺨을 한 대 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은 송 실장님이 오늘 다른 사람에게 겁탈당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당신을 그 사람들에게 던져주고 당신이 죽을 때까지 데리고 놀게 했을 테니까요.” 동혁이 가볍게 던진 말이 유연수를 뼛속까지 오싹하게 만들었다. 유연수는 자신의 뺨을 만지며 동혁을 한번 보더니 뜻밖에도 순순히 휴대폰을 대형 스크린에 연결해 영상을 재생했다. “지금 이게 또 무슨 허튼수작인가요? 좋아요, 한번 봅시다. 대체 뭘 가지고 이러는지.” 서진만은 비웃으며 대니얼과 함께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곧 그들은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이 선생님, 저는 쓰레기입니다...] 얼굴이 피범벅이 된 스탠슨이 화면에 나와 동혁의 발에 짓밟혀서 굴욕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저건?”서진만의 표정이 굳었다. 놀란 대니얼의 입이 주먹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벌어졌다. 서진만이 물었다. “대니얼 씨, 저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