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친 사람은 오피스룩을 입은 젊은 여자였다. 바로 세화의 옛 동창 예지원. 오피스룩으로 매끈한 각선미를 뽐낸 그녀는 세화처럼 청초하고 아름다운 얼굴은 아니지만 남자들을 설레게 할 만한 미녀였다. 그녀는 한 무리의 매니저들에게 에워싸인 채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총지배인님.” 유강식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는 예지원이 고객들 앞에서 큰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체면을 깎자 속으로 그녀를 원망했다. 유강식이 태백산장에 온 지 이틀밖에 안 되었지만 그는 이미 예지원의 총지배인 자리를 노려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 오반석뿐만 아니라 오늘 밤 태백산장에 오기로 한 회장에게도 더 잘해서 환심을 사려고 했다. 그가 얼른 예지원에게 다가가 웃으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그게 총지배인님, 누군가 사람들 앞에서 저뿐 아니라 반석 도련님과 친구들을 때렸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경호원을 호출하라고 했는데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때린 게 누군데요?” 예지원은 냉담한 표정으로 유강식의 말을 끊었다. 유강식은 예지원이 오반석을 때렸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났다고 생각했고 속으로 기뻐하며 얼른 고개를 돌려 동혁을 가리켰다. “예, 저기 사람들을 때린 사람이 바로 저놈인데...” 유강식은 과장하며 동혁을 유난히 잔인하게 묘사하며 설명했다. 그의 말만 들어서는 동혁이 아주 극악무도해 보였다. 예지원은 약간의 미소를 짓는 동혁을 보고 그가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매니저님도 맞았다고요?” 예지원이 유강식에게 물었다. 유강식은 얼른 코를 막은 휴지 뭉치를 떼어내고 억울한 듯이 말했다. “예, 맞아요. 총지배인님. 저 자식이 아주 건방지게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막 사람을 때렸어요. 전 맞아서 코에서 피가 난나고요.” “하, 잘 맞았네요.” 예지원이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말했다. “예?” 유강식은 멍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총지배인님, 그게 무슨 뜻이죠?” “무슨 뜻이라니? 그걸 몰라서 물어요? 당신이 방
유강식의 눈에는. 동혁은 외모나 분위기에서 부자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 그때 예지원의 뒤에 있는 한 매니저가 말했다. “유강식 씨, 당신은 너무 사람을 보는 눈이 없군요. 이런 일이 전에도 있었죠. 전 총지배인인 도성환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이분을 회장님이라고 믿지 않고 모함하다 결국 감옥살이를 하고 있어요.” 다른 매니저들도 덩달아 맞장구를 치며 동혁의 편을 들었다. “전, 그저...” 난감해진 유강식은 완전히 멍해져서 안색이 잿빛이 되었다. ‘내가 그렇게 잘 보이려고 했던 회장님이 뜻밖에도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이었다니. 근데 난 오히려 오반석의 비위를 맞추려고 회장님을 무시해 버렸어.’ 유강식은 너무 절망해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몸서리가 쳐졌다. ‘내가 이 재벌에게 이렇게 심한 무례를 범했는데 만약 이분이 내게 복수를 하려 한다면...’ 이 생각에 유강식은 동혁을 향해 바로 몸을 돌려 스스로 자신의 뺨을 몇 대 세게 때렸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보는 눈이 없어서 함부로 사람을 얕잡아 봤습니다. 회장님이신 줄도 모르다니. 제발 관대하게 저의 무지를 용서해 주세요.” 방금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던 유강식이 이제는 동혁 앞에서 울부짖었다. 동혁은 유강식 같은 보잘것없는 인간에게 복수할 마음도 없었다. “월급이나 청산해 줘요.” 예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강식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떠났다. “형부, 태백산장의 주인이었어요?” 놀란 현소가 작은 입을 크게 벌리고 앞에 있는 동혁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주현영, 서진솔 등 현소의 친구들도 믿을 수 없어했다. 그들의 표정이 모두 매우 복잡하게 바뀌었다. 태백산장에 도착하기 전 그들은 동혁을 불쌍하고 안쓰럽게 보며 못마땅해했고, 심지어 물과 담배 심부름까지 시켰다.동혁은 줄곧 생글생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평범하고 조용한 데릴사위가 태백산장의 주인이었다니.’ 동혁은 현소의 예쁜 코를 툭하고 건드리며 말했다. “엄밀히 말
오늘 밤 묵을 룸에 다다랐을 때 동혁 일행은 트렁크 바지에 샌들을 신은 청년을 스치고 지나갔다. “오반석과 함께 있던 사람 아니야? 근데 아직 여기 있네.” 주현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들은 아까 전에 오반석이라는 악당을 건드렸기 때문에 상대방이 복수할까 봐 무서웠다. 그러나 서진솔은 전혀 겁먹은 기색도 없이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뭐가 무서워서 그래? 현소 형부가 이 산장의 주인이야. 그놈은 우리를 쫓아낼 수도 없다고.” 이 말을 듣고 다른 친구들은 안심했다. “반석아, 현소 일행과 그 형부라는 사람이 모두 가장 호화로운 룸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그 예씨 성의 총지배인이 직접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줬고.” 근처의 룸에 동혁 일행이 스쳐 지나갔던 오반석의 친구가 급하게 들어와 오반석에게 보고했다. “젠장, 태백산장이 지금 뭐 하는 짓이지? 우리 반석이를 이런 식으로 대접하다니.” 오반석의 다른 친구들은 이 말을 듣고 즉시 화가 나서 책상을 발로 걷어찼다. 오반석의 안색도 그리 좋지 않았다. 그는 떠나면서 특별히 유강식에게 동혁을 체크인시키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체크인했을 뿐만 아니라 태백산장의 총지배인 예지원이 시중까지 들었다. ‘이건 완전 날 무시하는 거 아니야?’ 오반석은 휴대폰을 꺼내 유강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 매니저, 이게 무슨 일이야? 내 말을 귓등으로 들었어? 정말 죽고 싶어서 이래?” 전화 맞은편에 있는 유강식은 억울해 미칠 지경이었다. 해고 처분은 단시간에 다 처리되어 태백산장에서 한밤에 쫓겨나게 되었고 그는 지금 차를 몰고 산을 내려가는 중이었다. [도련님, 제가 도련님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전 이미 현소의 형부라는 사람에게 해고당해서 이렇게 한밤중에 그 개X식에게 쫓겨났어요.]유강식은 동혁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조금의 반성도 없었고 오히려 동혁이 인정사정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울면서 용서
오반석은 태백산장에 대해 오한민에게서 우연히 들은 적이 있었다.그는 동혁을 무시하고 이를 갈며 말했다. “그 개X식, 우리 아버지도 나를 때리지는 않았는데 감히 날 때려? 마침 네놈을 만난 김에 태백산에서 아주 밟아 죽여주마. 이 기회에 원화투자회사도 뺐어야겠어.” 오반석은 오한민의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동혁 같은 쓸모없는 인간 하나를 치우는데 뭘 그리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반석아, 용훈이 형 일행이 태백산장에 도착했데.” 오반석이 동혁을 어떻게 혼내 줄지 궁리하던 중 친구 하나가 갑자기 말했다. “그래? 그럼 가서 용훈이 형부터 보자.” 오반석은 즉시 일어나서 그의 친구들을 데리고 천용훈을 만나러 갔다. 오반석과 천용훈은 구면이었다. 그는 예전에 일이 없을 때 느긋하게 천용운의 인터넷 생방송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천용훈은 그때 막 인터넷 생방송을 시작해서 아직 무명에 가까운 사회자였다. 하지만 일을 워낙 잘해서 오반석은 방송을 보고 즐거워하며 몇 억의 선물을 보냈고 천용훈의 생방송 빅팬이 되었다. 그 후 두 사람은 현실에서 만나 몇 번 어울렸는데 악취 역시 서로 맞아 더욱 친숙해졌다. 이번에 태백산장에 온 것도 천용훈이 오반석과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태백산장 주차장. 예지원은 동혁의 체크인을 돕고 나서 천용훈의 도착 소식을 듣고 여기로 마중 나왔다. 천용훈의 팀원이 적지 않아서 혜성그룹은 여러 대의 차를 준비해 그들을 데려왔는데 길게 늘어 선 차들이 웅장하고 기세등등했다. “천용훈 씨, 어서 오...” 천용훈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예지원이 인사하며 다가갔다. 그 순간 갑자기 다가온 오반석을 보고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리 꺼져.” 그 소리에 예지원은 조금 화가 났다. 오반석은 그녀를 무시하고 천용훈에게로 향했고 두 사람은 즐겁게 주먹을 주고받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천용훈은 겨우 30살에 키와 체격이 컸다.분홍색으로 염색한 짧은 머리에 귀걸이를 착용했고 문신이
“유강식이라는 매니저가 형에게 가장 좋은 룸을 마련해 줘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했는데 그러자마자 바로 해고당했어.” 오반석은 천용훈을 계속 자극했다. “젠장, 그러니까 이것들이 날 정말 무시했다는 거잖아.” 천용훈이 화가 나 바로 막말을 내뱉었다. 그는 자신의 체면을 중요하게 여겨서 어딜 가든 겉치레가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태백산장이 자신을 홀대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천용훈 씨 안녕하세요. 저는 태백산장의 총지배인 예지원입니다. 태백산장의 전 직원을 대표하여 용훈 씨와 팀원분들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예지원이 이때 직원들과 함께 천용훈을 맞이했다. 그녀는 천용훈이 도착해 오반석과 대화하면서 이미 태백산장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예, 총지배인님, 태백산장이 저를 이렇게 대우해 주실 줄 몰랐습니다.” 천용훈이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여 말했다. 예지원은 그의 모습에 놀랐다. ‘용훈 씨가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지?’ 그녀가 재빨리 물었다. “용훈 씨, 혹시 저희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요?” 천용훈이 콧방귀를 뀌며 냉소했다. “듣자 하니 태백산장에서 최고로 호화로운 룸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저에게는 그보다 못한 룸을 배정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이게 무슨 뜻이죠? 태백산장은 저 같은 인플루언서 따위는 무시한다 이겁니까?” 천용훈은 내심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일부 대기업의 사람들이 인플루언서를 무시하고 있었고 단지 인기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기업들이 자신을 그저 돈을 벌기 위한 도구로 여길 뿐이라고 여겼다. “용훈 씨, 그게 무슨 소리예요. 용훈 씨와 저희는 모두 서비스업을 하며 고객을 상대하는 사람들인데 저희가 어떻게 용훈 씨를 무시할 수 있어요?” ‘오반석, 저 인간이 용훈 씨에게 쓸데없는 말로 충동질을 했나 보네.’ 예지원이 잘 해명했다. “용훈 씨 잘 모르셔서 그러시는데 태백산장의 최고급 룸은 한 곳이 아니에요
오반석이 말하자 천용훈은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혁이 접대하는 것에 동의했다. 예지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직접 그들을 룸으로 안내했다. “반석아, 너 그 데릴사위 별로 탐탁지 않아 했잖아. 그런데 갑자기 왜 그놈에게 접대하라고 했어? 차라리 그놈 아내 보고 와서 접대하라는 게 낫지 않아?” 룸으로 이동하면서 천용훈이 오반석에게 물었다. 그는 머릿속에는 이미 동혁을 그저 접대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했다. “그놈 아내는 생각하지 마. 사실 그 여자는 명문가 도련님의 눈에 들어 혜성그룹의 회장이 된 거야.” 오반석이 언급한 명문가 도련님은 바로 최원우였다. 오반석은 오한민에게 최원우가 세화에게 반해서 혜성그룹을 낙찰받아 맡겼다는 말을 들었다. ‘이동혁은 역시 쓸모없는 놈이야. 자기 아내가 바람을 피워도 가만히 있다니.’ “그럼 좀 힘들겠네.” 천용훈은 씁쓸해했다. ‘명문가 도련님이라면 내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야. 지금 괜히 생떼를 써서 진 회장을 건드리면 안 되겠어.’ “그리고 내가 이동혁 보고 접대하라고 한 건, 사실 담배꽁초를 내 얼굴에 던진 게 바로 그 개X식이라서야.” 오반석은 얼굴에 담뱃불에 덴 물집을 만지고 고통스러워하며 이를 악물었다. “형이 그 자식보고 우리를 접대하도록 하면 그거만큼 좋은 복수가 어디 있겠어? 그놈이 굽실거리며 우리에게 비위를 맞추면 단순히 그놈을 혼내 주는 것보다 더 통쾌할 거야.” “하하하, 이제야 네 생각을 알겠어. 그래, 좀 있다가 우리 형제가 아주 호되게 혼내주자.” 천용훈과 오반석이 서로 마주 보며 크게 웃었다. “용훈 씨, 예 총지배인께서 접대 연회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장소는 태백산장 연회장입니다. 우리 쪽에 언제 오 실 건지 물었습니다.” 그때 천용훈 팀의 한 사람이 들어와서 물었다. 천용훈은 자신의 튀어나온 배를 툭툭 두드렸다. “무슨 연회? 그 사람들한테 전해. 나는 술이 마시고 싶다고. 이 산장에 괜찮은 클럽이 있을 거 아니야?
천용훈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동혁의 아픈 곳을 찌를 줄은 아무도 몰랐다. 방금 전까지 떠들썩하던 룸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천용훈의 팀원이나 오반석과 그의 친구들 모두 애매한 표정을 짓고 동혁을 주시했다. 대부분 조롱과 멸시의 눈빛이었다. 예지원은 동혁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 약간의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말했다. “천용훈 씨, 이 선생님은 저희 회장님이십니다. 존중 좀 해주시죠.” “흥!” 천용훈은 콧방귀를 뀌며 냉소했다. “회장님이요? 당신 회장님께서 사실을 숨기라고 지시하셨나 보죠? 여기 계신 회장님이 데릴사위라는 건 여기 H시 사람들도 다 아는 일 아닌가요? 제가 잘못 말했습니까?” ‘모두가 알고 있어도 너처럼 직접 본인 앞에서 흉을 보지는 않아.’ 예지원은 마음속에 천용훈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생겼다. 그녀는 자선활동으로 유명하고 대중 앞에서 겸손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인플루언서가 사석에서 이렇게 거만할 줄 몰랐다. “천용훈 씨, 이 선생님은 혜성그룹을 대표해 여기 오신 겁니다.” 예지원은 일부러 톤을 조금 더 높여 천용훈에게 쌍방이 대등한 협력 관계임을 상기시키며 말했다. ‘혜성그룹을 대표해 오신 이 선생님은 천용훈이 마음대로 모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그런데 뜻밖에도 이 말이 천용훈의 성미를 건드렸다. “지금 혜성그룹의 이름으로 날 위협하는 겁니까?” 천용훈이 벌떡 일어나 앞쪽 테이블 위의 병과 유리잔을 쓸어버리자 룸에서 와장창 큰 소리가 났다. 현소와 친구들은 그 모습에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표정 변화가 없던 동혁조차 눈살을 찌푸렸다. 천용훈은 마치 꼬리에 불이 붙은 개처럼 펄쩍펄쩍 뛰며 소리쳤다. “잊으셨나 본데, 당신네 혜성그룹이 먼저 몇 번 부탁을 해서 내가 특별히 승낙해 여길 온 거야. 나 천용훈과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예지원은 천용훈이 이렇게 과격하게 반응할 줄 몰랐다. ‘태백산장을 재건하는 건 세화의 중요한 프로젝트야. 나 때문에 이 일을 망
“호오, 좋아요. 우리 이 회장님 아주 남자다워요.” 천용훈은 웃으면서 동혁을 칭찬하는 듯 박수를 쳤지만 사실 눈빛 깊숙한 곳에는 상대에 대한 무시가 가득했다. ‘흥, 난 또 저 데릴사위 놈이 갑자기 나서길래 쫄았잖아.’ ‘근데 저렇게 찌질한 놈일 줄이야. 벌주를 마시라고 하니까 말도 잘 듣네.’ 룸 안에서 한바탕 가벼운 웃음소리가 울렸다. 천용훈과 그의 팀, 그리고 오반석과 그 친구들 많은 사람들이 이 순간 경멸의 웃음을 터뜨렸다. 오반석은 천용훈을 따라 박수를 치며 조롱했다. “쯧쯧, 현소 형부라는 사람이 아까 전에는 그렇게 뻣뻣하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물렁물렁해졌지?” “그 술을 그렇게 마시니까 꼭 물인 줄 알겠어.” ‘아까는 자기가 태백산장 주인 행세를 하며 그렇게 당당하고 매섭게 날 때리더니.’ ‘알고 보니 저놈 아내가 뒤에 있으니까 그런 거였군.’ ‘그래서 아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용훈이 형을 만나니까 저렇게 찌질해진거야.’ “오반석, 닥쳐, 지금 네가 왜 나서?” 현소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반은 오반석에 대한 화로, 다른 반은 형부인 동혁을 아끼는 마음에서였다. 그녀는 가만히 동혁을 잡아당겼다. “형부, 그만 마셔요. 그렇게 많은 술은 형부도 버틸 수 없을 거예요.” 주현영, 서진솔, 하지성 등도 현소와 함께 설득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아까 전 동혁에 대한 이미지가 또다시 반전되었다. 주현영 등은 오반석처럼 동혁이 결국 데릴사위라는 신분 때문에 자신의 아내의 중요한 협력 상대를 어찌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약해.’ “이 선생님, 그만 마시세요.” 예지원은 두 눈이 빨개져며 자책했다. ‘내가 말을 잘못하지만 않았다면 이 선생님이 이런 모욕을 당하지 않았을 거야.’ ‘이렇게 많은 술을 단숨에 마시다 위에 구멍이라도 나면 큰일인데.’꿀꺽! 꿀꺽! 동혁은 XO코냑 한 병을 모두 비우고서 술병을 던지며 오반석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이 정도 술은 확실히 물 마시는 것처럼 쉽지.
“이번에 저희 사해상공회의소에서 진 회장님에게 높은 문턱을 두지 않은 이유는, 진 회장님에게 광고를 부탁하기 위해서입니다.” “진 회장님이 이런 작은 도움도 주시지 않을 리는 없겠지요...”강경영의 말에는 약간의 자극 요법이 섞여 있었고, 마음속으로도 비웃고 있었다.지금 하는 말끝마다 세화를 사해상공회의소의 회원으로 생각하는 듯했다.‘이 여자를 좀 띄워줄 뿐이야.’일단 세화가 강경영의 함정에 빠지게 되면, 누드 사진이 온 H시에 다 퍼지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강경영은 정당한 이유를 내세워서 세화의 입회를 거부할 수 있다. 사해상공회의소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이 수법은 정말 독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세화가 기꺼이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거라서, 결국 벙어리가 냉가슴 앓듯이 괴로워도 말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세화는 강경영이 꿍꿍이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강경영의 말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니, 상대방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사해상공회의소는 재계의 사람에게는 확실히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어.’‘일단 회원이 되면 새로운 단계로 올라가는 셈이기 때문이야.’‘사해상공회의소가 보유한 인맥과 자신의 자원도 모두 빌릴 수가 있어.’‘이 역시 사해상공회의소의 진입 문턱이 높은 이유야.’세화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홍보영상 촬영에 관해서도, 세화는 정말로 짧은 영상만 찍으면 된다고 생각했다.‘어차피 사업이 갈수록 커질 것이기에, 앞으로 방송에 출연해서 얼굴을 드러낼 기회도 상당히 많을 거야.’ ‘심지어 인터넷에서도 앞장서서 내 뉴스를 발굴하겠지.’‘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앞으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사는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야 할 거야.’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강 대표님, 제가...”“잠깐만요.”이때 줄곧 한쪽에 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동혁이 갑자기 세화의 말을 끊었다.“이 선생님은 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강경영은 눈살을 찌푸리고서 동혁을
사세준의 말을 듣자, 강경영은 자신의 뺨이라도 때리고 싶었다.머리가 어지러워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물며 이동혁은 그저 어중이떠중이는 아니야.’ ‘이씨 가문에서 버렸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씨 가문의 사람이야.’‘하지만 사씨 가문과 이씨 가문은 사업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상이지.’‘설사 사정우가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사씨 가문에서는 그 요구를 받쳐줘야 해.’이 모든 걸 깨닫자 강경영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곧바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주위의 부하들에게 물었다.“진세화와 남편은 아직도 명문 호텔에 있어?”“호텔에 남아 있는 직원의 보고에 따르면, 줄곧 그곳에서 기다렸다고 합니다.”수하가 보고하자 강경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가자, 명성호텔로 돌아가자!”명성호텔.세화와 동혁은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내면서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바로 그때 강경영이 일행을 데리고 불쑥 호텔 안으로 들어왔다.세화가 강경영을 맞으면서 말했다.“강 대표님 오셨어요. 일은 다 처리하셨습니까?”세화와 동혁은 강경영이 방금 직접 사정우를 구하러 갔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잘 처리했습니다. 진 회장님을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강경영이 정중하게 예를 갖추었다.그 태도를 본 세화는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이번에 강경영의 태도가 이렇게 좋은 걸 보니까, 괴롭힘을 당할 염려는 없겠어.’세화가 강경영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강 대표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안 하셨다면 호텔 2층의 아너 홀에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만...”“식사는 괜찮습니다. 진 회장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강경영이 손짓하며 말했다.“진 회장님, 자 이쪽으로요.”강경영은 세화와 동혁을 옆에 있는 커피숍으로 데리고 갔다.“진 회장님, 우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죠.”“회장님이 가지고 계신 두 회사의 상황에 대해서 저희 사해상공회의소에서는 이미 세밀한 평가를 진행했습니다.”“회장님이 사해상공회의소에 가입할 자격은 이미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회의에
[그리고 이씨 가문의 이천성도 이동혁이 자기 입으로 두 다리를 부러뜨렸다고 했지.][그 이동혁은 완전히 꼴통이야. 그놈은 네가 명문가의 도련님인지 아닌지 가리지 않아...]”오한민의 말투는 더없이 진지했다.진심으로 사정우를 걱정해서 일깨워준 건지, 일부러 열받게 만들려고 한 말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아무튼 이 말은 단번에 사정우의 승부욕을 뼛속까지 자극했다.“이천성 그 기생오라비 같은 병신을 저하고 비교할 수 있나요?”코웃음을 친 사정우가 오싹한 말투로 말했다.“그럼 이번에는 제가 그 이가 놈에게 진짜 명문가의 도련님이 뭔지 알게 해 줄게요.”“그놈을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보다 더 간단하지요!”사씨 가문이라는 명문 가문을 등에 업고 있기에, 사정우는 이런 배짱을 가지고 있었다.오한민은 계속해서 권유했다.[정우야, 그래도 너무 방심하지 마. 그놈은 H시의 전 시장인 하세량과 한통속이야.][지금 하세량이 물러났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어. H시경찰국 국장인 조동래가 바로 하세량의 심복이지...]“원래 그놈의 뒷배경이 하세량이군요. 알겠어요.”사정우는 입가에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다.리성투자회사 사무실에서도 전화를 끊고 난 오한민의 입가는 냉소가 흘렀다.‘이씨 가문에서는 하세량에게 도지사 곽원산이라는 백이 있는 걸 꺼렸지. 경솔하게 이동혁에게는 손을 대지 못한 채 거듭 내게 이동혁을 손을 손보라고 했어.’‘마침 잘 됐어. 사정우를 앞세워서 이동혁에게 또 어떤 카드가 있는지 시험해 보는 거야.’‘물론 이동혁이 곧바로 사정우의 손에 죽게 된다면,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아직 병원에 누워 있는 아들 오반석을 생각하자 눈빛에서는 뼈에 사무치는 원한이 드러났다. 곧 오한민은 비서를 불러서 지시했다.“이동혁의 동향을 시시각각 주시하도록 해. 일단 그놈이 벗어날 수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면, 우리가 그들의 재산을 뺏을 수단을 쓸 수 있어...”지금 오한민의 욕심은 아주 거대했다.세화가 장악하고 있는 두 그룹과
“정우 도련님, 괜찮으세요?”사정우를 부축하고 그의 상태에 신경을 쓰면서, 강경영은 남경찰서에서 나왔다.“내가 괜찮은 사람처럼 보여?”사정우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음흉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남경찰서의 간판을 바라보았다.“여기 있는 놈들의 신상 자료를 바로 찾아서 가져와.”“나 사정우는 아무 놈이나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이번에 내가 H시의 이 촌것들에게 나 사정우를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 주겠어!”명문 사씨 가문 출신인 사정우는 여태까지 자신이 사람을 짓밟기만 했다.‘거대한 S시에서조차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어.’‘코딱지만 한 H시에 와서 보잘것없는 데릴사위의 손에 의해서 무고한 죄를 뒤집어쓸 줄 누가 알았겠어! 게다가 남경찰서의 놈들에게 한바탕 두드려 맞기도 했어.’‘이 일이 S시에 알려지면, 사씨 가문의 장남인 내가 앞으로 무슨 낯으로 사람들을 대한단 말이야?’“정우 도련님, 안심하세요. 도련님의 일이 바로 제 일입니다. 도련님이 말하지 않더라도 제가 그 놈들을 틀어쥐고 도련님에게 해명하게 하겠습니다...”강경영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사정우는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방금 말한 놈들은 모두 잔챙이들이야. 하지만 두 년놈은 내가 어떻게든 가만두지 않겠어.”“마침 그 두 사람은 강 대표가 이번에 H시에 온 일과도 관련이 있어.”“아... 저하고 관련이 있다니요?”강경영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사정우가 큰 소리로 말했다.“바로 당신이 입회를 고찰하기로 한 그 진세화하고 그 여자의 X밥인 데릴사위 남편이야.”“강 대표,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사정우가 강경영을 힐끗 보자, 강경영은 몸을 움찔하면서 곧바로 태도를 표명했다.“정우 도련님, 안심하세요. 그 여자가 도련님에게 미움을 샀다면, 절대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짝!강경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뺨에서 불이 났다.“내가 그 X을 사해상공회의
갑자기 길을 막은 세화를 보자 강경영의 눈이 번쩍 뜨였다.강경영의 눈빛 속에 드러났던 탐욕의 기색은 곧 사라졌다. 마음을 진정시킨 강경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진 회장이라... 그렇지, 잠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나요?”이미 아래층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기에, 지금 강경영의 짜증을 내는 표정을 보자 세화의 마음속 불만은 더 커졌다.‘비록 내가 조사를 받는 입장이지만, 모두 동등한 관계야.’‘왜 이 강 대표는 내가 마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여기는 거야?’그래도 세화는 여전히 아주 정중하게 말했다.“강 대표님, 앞서 저희가 식사를 약속했는데, 지금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보세요...”그러나 세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경영이 짜증을 내면서 말을 끊었다.“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계속 기다리세요!”‘지금 가장 빨리 사정우를 빼내야 하는데, 진세화와 밥을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이 말을 마친 강영경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훌쩍 떠났다.그 자리에 선 채 이를 악물고 있는 세화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차갑게 강경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여보, 상대가 우리를 곱게 대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돌아가자.”“됐어,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세화는 고개를 저었다.‘사해상공회의소는 N도 재계의 거대 단체야. 직원의 태도가 좀 거만한 건 이해할 수 있어.’‘내 밑의 두 그룹의 향후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화도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반대편.강경영은 곧 변호사를 데리고 남경찰서로 달려갔다.교통사고가 남경찰서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했기에, 사정우는 이곳으로 끌려가서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동혁이 이미 임창호를 통해서 조동래에게 손을 썼기 때문에, 남경찰서 쪽에서는 기꺼이 사람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배상금액을 본 강경영은 화가 치밀었다.“배상금이 20억 원? 마세라티에 부딪쳤다더니 금액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의 가격이 2억에서 4억 원 정도이기 때문에 사해상공
오한민은 강경영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다.결국 명령을 내린 사람은 H시경찰국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국장이다. 강경영이 입으로는 아무리 상대방을 업신여긴다 해도, 아무나 찾아서는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곧바로 H시의 시장을 찾으려고 했다.그러나 지금 H시는 시장이 새로 바뀐 상태였다. 신임 시장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라서, 강경영이 찾으려고 해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곧 오한민과 연락이 닿았다.[경영 아우님, 조동래 그자는 내가 알지. H시에서는 차가운 염라대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강골로 통하지.][이번에 사정우가 조동래의 손에 넘어갔으니, 확실히 처리하기가 쉽지 않겠어...]전화기 맞은편의 오한민은 난감한 말투였다.강경영은 식은땀을 닦으며 아부했다.“오 사장님, 사장님의 수단이라면 강골은 말할 것도 없고, 제 아무리 노회한 인간이라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겠지요.”“오 사장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사정우만 빼낼 수 있다면 저뿐만 아니라 사씨 가문도 은혜를 입게 되는 겁니다.”오한민은 다시 딴청을 부리면서 망설이는 척하다가 비로소 말했다.[알았어, 그럼 조동래의 직속 상관을 찾아야 제압할 수 있어.][내가 H시의 새 시장과 연락해서 사정우를 구할 수 있는지 한번 볼게.]강경영은 오한민이 또 허세를 부리면서, 자신이 더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여기게 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한민이 정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결국 오한민 자신도 새 시장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새 시장이 부임한 지 고작 2, 3일 만에 이미 두 개의 큰 사건을 터뜨렸고, 많은 사람들을 처리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척 보기만 해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오한민 자신은 새 시장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기에, 2인자인 임창호 부시장에게만 연락할 수 있었다.명성호텔 1층 로비에서 동혁은 임창호의 전화를 받았다. [시장님, 리성투자회사의 오한민이 전화를 걸어서 사씨 가문의 사정우를 도와달
명성호텔에 온 동혁과 세화는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지난번 동혁이 이곳에서 Y국 영사 해리슨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 일은 직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안녕하세요, 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에게 통보해 주세요. 세방그룹 회장 진세화 씨가 회견을 요청한다고요...”세화는 친절하게 직접 접대하러 온 매니저에게 말했다.이번에 온 사해상공회의소는 대표단은 모두 명성호텔에 묵고 있다. 그리고 호텔 한 층의 객실을 전부 사용하는데 이는 그들의 재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럼 진 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는 곧바로 통보했다.현재 9층의 회의실.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였다.“무슨 소리야, 사정우가 체포되다니?”“H시 경찰국 사람들이 뭘 잘못 먹은 거야? 감히 사정우를 잡아넣다니!”비쩍 마른 남자가 펄쩍 뛰면서 화를 냈다.이 사람은 바로 이번 사해상공회의소가 세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H시에 파견한 대표단의 강경영 대표였다.지금 강경영은 섬뜩할 정도로 굳은 표정이었다.사정우는 이번에 대표단의 일원으로, 자신과 함께 H시로 관광 겸해서 왔다.이런 명문가의 도련님은 당연히 대표단에 얌전하게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H시에 도착하자마자 불량배 친구 한 패거리를 불러서 나가서 한밤중까지 쏘다녔다.강경영은 관여하지 않았고 감히 관여할 수도 없었다.사정우의 부친 사세준은 명문 사씨 가문의 중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자 강경영의 자신의 은인이기 때문이다.강경영 자신은 기껏해야 사세준이 기르는 애완견에 불과할 뿐이다.그래서 사정우가 H시에서 누군가와 추돌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반면에 오히려 사정우가 잡혀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강경영은 당연히 크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누가 사정우 도련님을 잡아넣으라고 명령했는지 당장 조사하고 손을 써!”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명령을
“너, 너 공직자가 감히 나를 때려! 너 이건 폭력적인 법 집행이야. 너 죽고 싶어?”나태성은 얼굴을 감싼 채 뒤로 물러선 나태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조동래를 바라보았다.“네 따귀를 때린 건 그나마 가벼운 거야.”무표정한 표정의 조동래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이 사람은 법 집행에 저항하면서 공직자를 위협했기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가 계속 행패를 부렸기에 체포합니다.”구경하던 시민들이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아무도 조동래가 뺨을 때린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저 나태성이란 놈은 정말 사람을 열받게 만들었는데. 조 국장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때린 거야.’‘졸졸 따라다니면서 앞잡이 노릇이나 하는 졸개 놈이 감히 노골적으로 한 시의 경찰국장을 위협했지.’ ‘만약 저 놈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면, H시정부의 위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어?’‘조동래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명문 사씨 가문을 앞세운 나태성의 따귀를 때렸어.’사정우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그는 마침내 상대방이 명문 사씨 가문을 들먹여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더 이상 눈치 없이 굴다가는, 조동래의 성질대로라면 나도 뺨을 맞게 될 거야.’이렇게 생각한 사정우는 계속 상대방과 다투려는 생각을 접었다.그러나 두 명의 경찰관에게 끌려가게 되자, 사정우는 참지 못하고 동혁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이동혁, 맞지, 오늘 이 일은 내가 기억해 두겠어.”“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허허, 나는 곧바로 나와.”“그렇게 되면 너와 네 마누라에게 하나씩 천천히 이 빚을 계산하겠어...”사정우가 소란을 부리는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더니 맥라렌의 차문을 맹렬하게 걷어찼다.쾅!큰 소리와 함께 차문 전체가 납작해졌다.“이 이가 놈, 너 지금 죽고 싶다는 거지!”분노가 극에 달한 사정우는 핏줄이 솟을 정도로 분노의 고함을 쳤다.‘내가 이 부서진 차를 다시 운전할 생각은 없다 해도, 이동혁은 모든 사람들의 면전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