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반석이 말하자 천용훈은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혁이 접대하는 것에 동의했다. 예지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직접 그들을 룸으로 안내했다. “반석아, 너 그 데릴사위 별로 탐탁지 않아 했잖아. 그런데 갑자기 왜 그놈에게 접대하라고 했어? 차라리 그놈 아내 보고 와서 접대하라는 게 낫지 않아?” 룸으로 이동하면서 천용훈이 오반석에게 물었다. 그는 머릿속에는 이미 동혁을 그저 접대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했다. “그놈 아내는 생각하지 마. 사실 그 여자는 명문가 도련님의 눈에 들어 혜성그룹의 회장이 된 거야.” 오반석이 언급한 명문가 도련님은 바로 최원우였다. 오반석은 오한민에게 최원우가 세화에게 반해서 혜성그룹을 낙찰받아 맡겼다는 말을 들었다. ‘이동혁은 역시 쓸모없는 놈이야. 자기 아내가 바람을 피워도 가만히 있다니.’ “그럼 좀 힘들겠네.” 천용훈은 씁쓸해했다. ‘명문가 도련님이라면 내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야. 지금 괜히 생떼를 써서 진 회장을 건드리면 안 되겠어.’ “그리고 내가 이동혁 보고 접대하라고 한 건, 사실 담배꽁초를 내 얼굴에 던진 게 바로 그 개X식이라서야.” 오반석은 얼굴에 담뱃불에 덴 물집을 만지고 고통스러워하며 이를 악물었다. “형이 그 자식보고 우리를 접대하도록 하면 그거만큼 좋은 복수가 어디 있겠어? 그놈이 굽실거리며 우리에게 비위를 맞추면 단순히 그놈을 혼내 주는 것보다 더 통쾌할 거야.” “하하하, 이제야 네 생각을 알겠어. 그래, 좀 있다가 우리 형제가 아주 호되게 혼내주자.” 천용훈과 오반석이 서로 마주 보며 크게 웃었다. “용훈 씨, 예 총지배인께서 접대 연회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장소는 태백산장 연회장입니다. 우리 쪽에 언제 오 실 건지 물었습니다.” 그때 천용훈 팀의 한 사람이 들어와서 물었다. 천용훈은 자신의 튀어나온 배를 툭툭 두드렸다. “무슨 연회? 그 사람들한테 전해. 나는 술이 마시고 싶다고. 이 산장에 괜찮은 클럽이 있을 거 아니야?
천용훈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동혁의 아픈 곳을 찌를 줄은 아무도 몰랐다. 방금 전까지 떠들썩하던 룸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천용훈의 팀원이나 오반석과 그의 친구들 모두 애매한 표정을 짓고 동혁을 주시했다. 대부분 조롱과 멸시의 눈빛이었다. 예지원은 동혁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 약간의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말했다. “천용훈 씨, 이 선생님은 저희 회장님이십니다. 존중 좀 해주시죠.” “흥!” 천용훈은 콧방귀를 뀌며 냉소했다. “회장님이요? 당신 회장님께서 사실을 숨기라고 지시하셨나 보죠? 여기 계신 회장님이 데릴사위라는 건 여기 H시 사람들도 다 아는 일 아닌가요? 제가 잘못 말했습니까?” ‘모두가 알고 있어도 너처럼 직접 본인 앞에서 흉을 보지는 않아.’ 예지원은 마음속에 천용훈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생겼다. 그녀는 자선활동으로 유명하고 대중 앞에서 겸손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인플루언서가 사석에서 이렇게 거만할 줄 몰랐다. “천용훈 씨, 이 선생님은 혜성그룹을 대표해 여기 오신 겁니다.” 예지원은 일부러 톤을 조금 더 높여 천용훈에게 쌍방이 대등한 협력 관계임을 상기시키며 말했다. ‘혜성그룹을 대표해 오신 이 선생님은 천용훈이 마음대로 모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그런데 뜻밖에도 이 말이 천용훈의 성미를 건드렸다. “지금 혜성그룹의 이름으로 날 위협하는 겁니까?” 천용훈이 벌떡 일어나 앞쪽 테이블 위의 병과 유리잔을 쓸어버리자 룸에서 와장창 큰 소리가 났다. 현소와 친구들은 그 모습에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표정 변화가 없던 동혁조차 눈살을 찌푸렸다. 천용훈은 마치 꼬리에 불이 붙은 개처럼 펄쩍펄쩍 뛰며 소리쳤다. “잊으셨나 본데, 당신네 혜성그룹이 먼저 몇 번 부탁을 해서 내가 특별히 승낙해 여길 온 거야. 나 천용훈과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예지원은 천용훈이 이렇게 과격하게 반응할 줄 몰랐다. ‘태백산장을 재건하는 건 세화의 중요한 프로젝트야. 나 때문에 이 일을 망
“호오, 좋아요. 우리 이 회장님 아주 남자다워요.” 천용훈은 웃으면서 동혁을 칭찬하는 듯 박수를 쳤지만 사실 눈빛 깊숙한 곳에는 상대에 대한 무시가 가득했다. ‘흥, 난 또 저 데릴사위 놈이 갑자기 나서길래 쫄았잖아.’ ‘근데 저렇게 찌질한 놈일 줄이야. 벌주를 마시라고 하니까 말도 잘 듣네.’ 룸 안에서 한바탕 가벼운 웃음소리가 울렸다. 천용훈과 그의 팀, 그리고 오반석과 그 친구들 많은 사람들이 이 순간 경멸의 웃음을 터뜨렸다. 오반석은 천용훈을 따라 박수를 치며 조롱했다. “쯧쯧, 현소 형부라는 사람이 아까 전에는 그렇게 뻣뻣하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물렁물렁해졌지?” “그 술을 그렇게 마시니까 꼭 물인 줄 알겠어.” ‘아까는 자기가 태백산장 주인 행세를 하며 그렇게 당당하고 매섭게 날 때리더니.’ ‘알고 보니 저놈 아내가 뒤에 있으니까 그런 거였군.’ ‘그래서 아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용훈이 형을 만나니까 저렇게 찌질해진거야.’ “오반석, 닥쳐, 지금 네가 왜 나서?” 현소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반은 오반석에 대한 화로, 다른 반은 형부인 동혁을 아끼는 마음에서였다. 그녀는 가만히 동혁을 잡아당겼다. “형부, 그만 마셔요. 그렇게 많은 술은 형부도 버틸 수 없을 거예요.” 주현영, 서진솔, 하지성 등도 현소와 함께 설득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아까 전 동혁에 대한 이미지가 또다시 반전되었다. 주현영 등은 오반석처럼 동혁이 결국 데릴사위라는 신분 때문에 자신의 아내의 중요한 협력 상대를 어찌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약해.’ “이 선생님, 그만 마시세요.” 예지원은 두 눈이 빨개져며 자책했다. ‘내가 말을 잘못하지만 않았다면 이 선생님이 이런 모욕을 당하지 않았을 거야.’ ‘이렇게 많은 술을 단숨에 마시다 위에 구멍이라도 나면 큰일인데.’꿀꺽! 꿀꺽! 동혁은 XO코냑 한 병을 모두 비우고서 술병을 던지며 오반석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이 정도 술은 확실히 물 마시는 것처럼 쉽지.
“이 회장님, 왜 멍하니 계세요? 여자 데려오라니까요.” 동혁이 가만히 있자 천용훈은 정말 동혁을 뚜쟁이 취급하면서 짜증 내며 재촉했다. 천용훈의 행동은 이제 단순한 모욕을 넘어섰다. ‘이 선생님이 만약 저놈 말대로 한다면 이후 계속 비난을 받게 될 거야.’ ‘이마에 클럽 종업원이라는 딱지가 붙어 영원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겠지.’ 예지원이 재빨리 동혁 대신 말했다. “용훈 씨 죄송해요. 저희 태백산장에는 용훈 씨가 원하는 그런 여자는 없...” “흥!” 조롱 섞인 콧방귀가 예지원의 말을 끊었다. H시 출신인 오반석의 친구 중 한 명이 냉소하며 말했다. “예 총지배인님, 지금 누구를 바보로 알아요? 예전 태백산장이 아주 유명한 성접대 장소인 거 H시 사람이면 다 알아요.” “외부에서 H시로 놀러 오면 태반이 태백산장으로 달려와요. 듣자 하니 우크라이나에서 온 접대녀도 있다던데, 지금 일부러 우리 용훈이 형을 홀대하고 무시하는 겁니까?” 이 말은 사실이었다. 태백산장에 묵는 사람들은 모두 부유했다. 어떤 사장은 놀러 오면서 직접 여자를 데리고 함께 오는데 사실 모두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또한 태백산장은 접대하는 여자들의 연락처를 많이 알고 있어서 손님과 연결시켜주기도 했었다. 동혁은 지난번 태휘가 지원 자금 평가위원회 전문가들에게 여자를 소개해줬을 때에도 태백산장 쪽에 연락을 도왔다고 들었다. 정말로 태백산장에 우크라이나 여자들이 있어서 인기를 끌기도 했었다. H시에 퍼진 태백산장에 대한 소문은 헛소문이 아닌 것이다. 예지원은 방금 말한 오반석의 친구에게 조금의 미안한 기색도 없이 냉정하게 말했다. “말씀하셨듯이 모두 예전 태백산장의 일이에요. 예전 이곳은 3대 가문이 관리했고 도성환이 총지배인이었어요. 그런 지저분한 일들은 모두 그 사람들이 저지른 겁니다.” “현재 혜성그룹은 태백산장을 인수해 유명 힐링명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예전의 그 지저분한 것들은 이미 치워버렸고요.” ‘만약 태
당황한 예지원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천용훈은 예지원의 성접대를 받지 않으면 혜성그룹과의 협업을 취소하겠다고 협박했다. 태백산장을 재건하는 건 혜성그룹의 주요 프로젝트였다. 예지원은 자신을 태백산장의 총지배인으로 만들어준 동창 세화가 고마웠고 중요한 협업이 자신 때문에 물거품이 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에게 천용훈의 성접대를 시킨다면 그건 따를 수 없었다. 예지원은 동혁의 뜻을 알고 싶어서 불쌍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천용훈도 동혁을 압박하며 말했다. “이 회장님, 잘 생각하세요. 참고로 난 두 번은 말 안 해요.” “용훈 씨, 이미 그런 요구는 들어드리지 못한다고 했잖아요. 일단 냉수로 세수 좀 하시고 진정하시죠. 안 되는 요구는 그만하시고요.” 화가 난 동혁의 눈빛이 이미 차갑게 가라앉았다. “허!” 천용훈이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용훈이 형, 너무하는 거 아니야? 혼자만 즐기려고 하다니. 이런 일에 어떻게 이 동생을 잊을 수 있어?” 오반석이 일어서며 말했다. 그는 천용훈의 기발한 생각에 감탄하며 참지 못하고 박수를 쳤다. ‘주변 사람이 성접대를 하도록 이동혁을 협박하다니. 일단 저놈 아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바로 끝이겠군. 밖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욕설을 듣고 조롱을 당할 거야.’ 오반석이 갑자기 음흉하게 웃으며 현소를 가리켰다. “이동혁, 네 처제에게 오늘 밤 내게 성접대를 하게 해. 그렇지 않으면 나도 용훈이 형이 혜성그룹과의 협업을 취소하도록 할 거야. 나와 형은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니까.” 천용훈이 크게 웃었다. “그래요. 나와 반석이는 아주 가까운 사이예요. 그러니 우리 반석이 요구도 꼭 들어줘야 합니다.” “오반석, 저 개X식.” 현소는 두 눈에서 불을 뿜으며 분노로 가득해져서 오반석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뒤로 몇 걸음 물러섰고 이내 그녀의 작은 얼굴이 두려움으로 새하얗게 질렸다.오늘 밤 현소는 사회생활의 어두운 면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천용훈은 동혁의
다행히 룸의 벽 표면은 방음용 스펀지로 되어 있어서 천용훈의 뼈가 부러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너무 고통스러웠다. “으웩.” 오장육부가 엉망이 된 천용훈은 소파 밑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그동안 먹고 마신 것들을 모두 다 토해냈다. 하지만 지금 천용훈을 더 힘들게 하는 건 고통스러운 몸보다 너무 놀라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동혁, 저 데릴사위 놈이 감히 날 쳐?’ ‘이게 밖에 알려지면 창피해서 내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거야.’ “뭐 해? 저 자식, 죽여버려!” 천용훈은 웅크린 채로 분노하여 소리쳤다. 그는 이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오로지 동혁을 죽여서 마음속 화를 풀고만 싶었다. “으아아!” 그러나 다음 순간 동혁에게 달려들던 경호원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지며 고통에 이리저리 뒹굴었다. 체격이 건장하고 힘이 센 프로 경호원들을 동혁은 마치 세 살배기 다루듯 했다. “저 개X식이 감히 우리 용훈이 형을 쳐? 형이 인터넷에 얼마나 많은 팬들이 있는지 알아?” 오반석이 제자리에서 소리쳤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분노보다 오히려 흥분이 가득했다. 동혁이 천용훈을 때리는 것을 보고 그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며 있는 힘을 다해 천용훈의 화를 돋웠다. 동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오반석을 힐끗 쳐다보더니 갑자기 다가가 그의 멱살을 덥석 움켜쥐다. 짝! 짝! 오반석의 뺨을 몇 대 갈기자 비명소리와 함께 입과 코에서 피가 흘렀다. 동혁이 오반석을 바닥에 던졌을 때 오반석은 이미 반죽음이 되었다. “이게 어딜? 화를 돋우려면 사람을 가려서 해야지.” 동혁은 한 발로 오반석을 걷어찼다. “이 개X식, 너희 뭐 하고 있어? 빨리 경찰에 신고해. 경찰에 신고해서 이 개X식 잡아가라고 해.” 오반석이 바닥에 엎드려 울부짖었다. 그는 동혁을 증오하면서 한편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진작에 동혁이 냉정하고 무자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런 때에 다시 동혁의 화를 돋운 것을 후회했다. “그래, 맞아, 빨리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이 한 말 꼭 지키길 바랄게요.” 동혁은 천용훈 앞에서 원본 녹음을 삭제했다. 동혁은 천용훈의 말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별 상관이 없었다. 천용훈이 이후에 정말 보복하려 한다면 동혁은 녹음 파일이 없이도 쉽게 천용훈을 죽일 수 있었다. 지금 천용훈에게 녹음 파일을 듣게 한 건 단지 간단히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동혁이 원본 녹음을 삭제하는 것을 보고 천용훈은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신에게 열광하는 팬들에게 홍보로 먹고살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명성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당연히 녹음 파일이 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용훈 씨, 방금 전의 작은 오해로 우리 둘의 좋은 관계가 깨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같이 술 한잔하고 서로 잘해봅시다. 어때요?” 동혁은 천용훈을 소파에 끌어 앉히고 웃으며 술을 따라 그에게 잔을 건넸다. “자, 술 한 잔 하시죠.” 천용훈의 마음속의 화는 아직 가시지도 않았다. ‘날 이렇게 폭행해 놓고 지금 나하고 화기애애하게 술을 마시자고?’ 하지만 천용훈은 감히 동혁의 말을 거절하지 못했다. ‘권하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가 또 트집을 잡힐 수 있어.’ 천용훈은 아프지만 이를 악물고 억지로 웃으며 잔을 들었다. “어찌 이 형님에 제게 술을 권하십니까? 당연히 동생인 제가 먼저 형님에게 술을 따라 드려야죠. ” 두 사람은 생글생글 웃으며 술잔을 부딪혔고 술을 마시며 그간의 원한을 털어버리는 듯 보였다.동혁이 이렇게 주도적으로 천용훈에게 술을 권하며 얌전히 굴자 예지원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이 이렇게 잘 마무리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 그녀는 동혁이 화를 내자 일이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협업을 망치기라도 할까 봐 걱정했다. 그런데 다행히 천용훈은 눈치가 빨라 동혁은 더 이상 그를 괴롭히지 않았다. 소동이 일어나고 끝난 터라 계속 마음껏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곧 모두 각자 흩어졌다. 동혁 역시 현소와 몇 명의 친구들을 데리고 룸으로 돌아갔다. 도
이연홍은 B시 최씨 가문의 전문 경영인이다. 능력이 아주 뛰어난 여자로 세화가 부재시 그녀 혼자서 혜성그룹을 질서 정연하게 경영했다. 평소에 그녀는 노련하고 신중한 사람이었기에 지금처럼 깜짝 놀라 동요하는 모습은 매우 보기 드문 일이었다. 세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재빨리 물었다. “이 사장님, 무슨 일이죠?” “천용운의 회사에서 방금 이메일로 저희 혜성그룹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모든 종류의 협업을 중지하겠다는 내용의 계약 해지서를 보내왔어요.” 이연홍의 말에 회의실이 술렁이며 임원들이 혼란스러워했다. 최근 혜성그룹은 천용훈과 5년 간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천용훈에게 태백산 관광 홍보대사를 5년 동안 맡기는 조건으로 혜성그룹은 천용훈에게 400억의 비용을 나눠서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천용훈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인플루언서였다. 혜성그룹은 그를 통해 H시에 국한되었던 영향력을 더 키우려고 했다. 혜성그룹은 이 계약에 대한 충분한 성의를 보이기 위해 천용훈이 서명하는 동시에 20억을 지불했다. 그런데 지금 천용훈이 갑자기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다. 그로 인해 이미 지급된 돈의 손해는 둘째치고 태백산 프로젝트도가 모두 엉망이 될 수 있었다. ‘대체 갑자기 무슨 일이 일이지?’ ‘왜 천용훈은 사전에 아무 말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거야? 어떻게 협상의 여지도 없이 단번에 결정을 내려?’ 임원들은 약간 패닉 상태에 빠졌다. 세화가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천용훈 씨 매니저에게 연락해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확실히 알아봐야겠어요.” [진 회장님? 무슨 일이시죠?] 천용훈의 매니저는 양석영으로 유명 인플루언서를 많이 만들었다. 그는 세화의 전화를 매우 짜증 나는 말투로 받았다.세화가 차분히 물었다. “양 매니저님, 방금 이 사장님에게 전달받았는데 회사에서 왜 갑자기 계약을 해지하려고 하는 거죠? 저희 양쪽 모두 계약 과정에서 어떤 마찰도 없었잖아요?” [진 회장님, 일부러 모르는 척하시는 건가요? 아님 정말
이연홍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문 실장은 차 사장의 비서이니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어.’ ‘그렇다면 이런 문 실장의 태도는 분명 차 사장의 생각을 반영하는 거야.’ ‘설마 차 사장이 하 선생님께서 우리 혜성그룹과 협업하는 것을 방해하는 건가?’ 세화 역시 마음속에서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문 실장님, 말 조심해 주세요. 제 남편은 하 선생님의 환심을 사려고 아부나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두 사람은 원래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입니다.” 세화가 앞으로 나서며 계속 말했다. “그리고 우리 혜성그룹이 왜 하 선생님을 홍보대사로 모실 자격이 없다는 거죠?” “그걸 제가 일일이 설명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H시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회사의 회장이 얼마나 대단한 신분이길래 이렇게 무례한 거죠?” 문채원은 딱딱한 태도로 세화를 대했고 눈빛에는 세화에 대한 무시가 가득했다. “진세화 회장님,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죠. 하 선생님을 홍보모델로 모실 계획이라면 포기하세요. 리성투자회사가 이미 하 선생님을 전속홍보모델로 모시기로 했거든요.” 문채원은 냉소적으로 이 말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 다시 룸으로 들어갔다. “뭐? 하 선생님의 전속홍보모델권을 오한민이 가져갔다고?” 세화와 이연홍은 모두 놀라서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리성투자회사가 하원종을 홍보모델로 삼았다면 그리 당황할 필요가 없었다. 잘 나가는 스타들은 여러 브랜드들을 동시에 홍보했고 자신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전속홍보모델은 달랐다. 한 업계 안에서 기본적으로 한 브랜드만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실장 말대로 리성투자회사가 하 선생님의 전속홍보모델권을 샀다는 건.’ ‘우리 혜성그룹이 하 선생님을 홍보대사로 위촉해 태백산 프로젝트를 살리려는 희망을 접어야 한다는 뜻이잖아.’ “회장님, 오한민은 역시 제가 말한 대로 우리 혜성그룹을 겨냥해 고의로 이러는 거 같아요.” 이연홍이 분노하며 말했다. 세화의 안색 역시 불쾌함으로 좋지
“이것은?” 차인표가 서류를 받았다. 오한민이 웃으며 말했다. “차 사장, 일단 일만 잘 성사되면 하 선생님의 모델료 외에도 차 사장의 회사가 100억의 투자를 받을 수 있어요. 차 사장이 여기에 서명하는 즉시 자금이 회사 계좌로 들어갈 겁니다.” 차인표는 흥분하여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는 조금 만족스럽지 못했다. ‘투자 금액이 크긴 하지만 이건 하나의 거래일뿐이야.’ ‘오한민은 이 거래로 내 회사에서 상응하는 주식을 가져갈 테니까.’ 차인표는 하원종의 영향력이라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사장님, 절 어떻게 보시고? 좀 섭섭합니다. 투자라니요? 부사장님이 예전에 절 어떻게 도와주셨는데...” 허세를 부리는 차인표의 모습에 오한민의 눈빛이 조금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는 웃으며 말했다. “차 사장이 잘 모르겠지만, N도 이씨 가문도 우리의 이번 협업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어요.” “이씨 가문의 천기 도련님이 두 다리가 부러져 예전에 하 선생님께 치료를 부탁했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이씨 가문에 무슨 오해가 있으신지 이씨 가문에서 여러 번 연락을 취해도 모두 거절당했지 몹니까?” “이씨 가문은 이번 협업으로 양측의 앙금이 풀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차 사장은 하 선생님의 제자로 이씨 가문과 연을 맺게 될 겁니다.” ‘N도 이씨 가문과 연이 생긴다고?’ 차인표는 더 크게 흥분하여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고, 그의 두 눈이 빛났다. ‘이건 많은 사람들이 꿈에서라도 바라는 일이야.’ “좋습니다. 제가 반드시 최선을 다해 선생님을 설득해 이번 협업을 성사시켜 보겠습니다.” 차인표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 없이 오한민의 제안을 승낙했고 주저하지 않고 하원종을 팔았다. “역시 우리 차 사장이 아주 시원시원해서 좋다니까. 하하.” 오한민은 일어서서 차인표와 악수를 하고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쳐다보며 웃었다. “밥 먹을 시간이네요. 차 사장에게 제가 식사를 대접하죠. 우
“차 사장님이 왜 오한민을 만나는 거죠?” 세화가 궁금해했다. ‘오한민이라면 N도 이씨 가문 사람이잖아. 전에 제원화와 함께 내 회사를 차지하려고 했던 그 사람 맞지?’ 차인표의 여비서가 공손히 상대방을 위층으로 모시는 것을 보고 세화는 예감이 별로 좋지 않았다. “회장님, 오한민이 H시에서 인수한 종합병원들을 활성화시키고 싶어 한다고 들었어요. 아마 저쪽도 하 선생님을 모셔서 병원 홍보를 맡기고 싶은 거 아닐까요?” 이연홍은 약간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같은 전문 경영인인 만큼 그녀는 오한민이 분명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화는 얼굴에 약간의 반감을 드러냈다. “그럴 리가요? 그 몇몇 종합병원은 보험 사기와 허위 선전으로 H시에서 이미 평판이 안 좋잖아요.” 세화는 하원종의 사람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분명 오한민의 병원들을 홍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연홍은 하원종이 오한민의 병원을 홍보할지 여부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의 걱정은 오직 하원종과 혜성그룹의 협업이 오한민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회장님, 리성투자회사가 우리 혜성그룹이 하 선생님과 협업하는 것을 암암리에 방해할까 봐 걱정돼요.” “제가 이미 N도의 한 친구를 통해 들었는데 천용훈 사건이 인터넷에서 퍼지자마자 N도 방송국에서 저희와의 계약을 취소한 것도 오한민의 개입이 있었던 거 같더라고요.” 이연홍은 천용훈의 영향력이 절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즉시 N도 방송국과 관련한 조사를 지시했었다. 그 결과 오한민이 뒤에서 꾸민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한민이 왜 우리에게 이러는 거죠?” 세화가 놀라며 물었다. “지난밤 태백산장에서 이 선생님께 맞은 사람 중에 천용훈 외에 오한민의 아들 오반석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연홍이 계속 말했다. “그리고 전에 오한민이 이미 이 선생님께 3일 안에 이천성을 돌려보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회장님께서 이번에 이 선생님을 설득하시면 어떨까요
“그거 믿을 만한 정보야?” 오한민은 천송이에게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 하원종이 지금까지 그 어떤 기업의 모델 제의도 수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아는 일이었다. 그래서 오한민은 흥분했지만 의심을 버리지는 못했다. “믿을 만한 정보인 게, 차 사장님이 직접 소식을 전한 겁니다.” 천송이가 말했다. 오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 사장은 어느 자리에서나 자기가 하 선생님의 제자라고 자랑하고 다녔지. 그것으로 회사의 판로를 열고 나에게 도와달라고도 했었어. 차 사장이 소식을 전했다면 분명 사실일 거야.” 오한민은 차인표와 오랜 지인이어서 차인표의 성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차인표는 곳곳에서 자신을 하원종의 제자로 소개하며 하원종의 명성을 이용해 불과 몇 년 만에 N도 재계에 자리를 잡았다. “부사장님, 우리 종합병원 몇 곳을 홍보할 모델을 찾고 계셨잖아요. 하 선생님을 모셔오면 앞으로의 사업이 성공할 겁니다.” 천송이가 말했다. 오한민이 흥분하여 말했다. “그래, 정형외과 최고 의사시잖아. 우리 종합병원들을 모두 정형외과 전문 병원으로 바꾸는 는 거야. ” “그리고 하 선생님의 명성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전국으로 확장시키는 거지.” ‘하 선생님의 명성에 더해 막대한 자본력이 있다면 정형외과 병원을 세포처럼 증식하고 확장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우리 리성투자회사에서 가장 풍족한 것이 자본이니까.’ ‘N도 이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우리 뒤에 있으니 자금 조달은 아무것도 아니지.’ 오한민은 흥분 가득한 눈빛으로 손바닥을 마주치며 말했다. “하 선생님을 반드시 우리 병원의 모델로 만들어야 해.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병원들이 대박이 날 거야.” “천 실장, 차 사장의 행방을 주시하고 그가 H시에 도착하면 즉시 내게 알려죠.” 오한민은 자신의 예쁜 여비서 천송이에게 지시했다. “예, 부사장님.” ... 한편 차인표는 H시에 도착해 다이너스티호텔에 예약한 스위트룸에 짐을 풀었다. 그는 하원종의
하원종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혜성그룹 진 회장의 남편이 이동혁인데 나와는 특별한 사이라서 말이야.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데 당연히 도와야지. 환자가 있어서 이만 끊을게. 부탁하마.” 차인표는 질투가 좀 났다. 그는 예전에 하원종한테 자신의 회사 광고에 출연해 달라고 했을 때 욕을 많이 먹었었다. ‘진 회장의 남편인 그 이동혁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그는 서둘러 비서를 시켜 동혁의 정체를 조사하게 했다. “이동혁은 처갓집에 얹혀사는 데릴사위입니다. H시에서 소문난 쓸모없는 인간이지요. 음, 물론 그의 아내가 두 그룹의 회장이지만 그저 H시라는 작은 지역에서만 유명할 뿐입니다.” “선생님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정재계 인물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신 분인데 어떻게 이런 쓸모없는 인간과 특별한 사이라는 거지?” 차인표는 너무 궁금했다. 그는 동혁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장님, 또 몇 가지 정보가 있습니다. 하 선생님께서 이동혁 장인어른의 부러진 다리를 치료하고 계십니다. 또한 얼마 전 사람을 때린 일로 온 인터넷이 혜성그룹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한데 사람을 때린 범인이 바로 그 이동혁이라는 사람입니다. ” 비서가 계속 보고했다. “아, 그러니까 선생님의 동정심을 이용했고만. 선생님의 명성을 빌려 혜성그룹의 추락한 명성을 되살려 보겠다 이거지?” 차인표는 냉소를 금치 못했고, 마음속으로 혜성그룹에 대해 혐오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스승인 하원종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H시로 출발했다. ‘선생님께서 기업 홍보를 하시겠다고 하는데, 굳이 혜성그룹의 것을 받아서 스스로 창피당하실 필요가 없잖아?’ ‘차라리 선생님께서 기업 홍보를 받겠다는 소식을 흘려 다른 경쟁력 있는 회사와 경쟁을 시켜 혜성그룹을 제거하는 것이 낫겠어.’ 차인표는 골돌이 궁리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하는 건 내게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대기업들에게 엄청난 인정을 베풀어 내게 필요한 인맥을 쌓을 수 있으니까.’...한편, 리성투자회사. 얼굴에
“지난번 하 선생님께서 자신의 팀과 함께 국외 전장에서 돌아와 국가적 영웅 대접을 받을 때에도 곧 여러 거대 기업들이 찾아가 광고 모델 권유를 했지만 선생님은 그것을 가차 없이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연홍도 당연히 하원종을 홍보대사로 임명하면 좋았지만 그녀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 선생님은 아주 순수한 의사 선생님이야.’ ‘돈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활비도 모두 국가가 부담하고 있지. 의사 생활의 집중을 방해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실 거야.’ 세화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혁 씨, 제발 이상한 생각 좀 하지 마. 아무리 하 선생님이 우리 집과 친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을 공적인 일에 쓸 수는 없어. 게다가 혜성그룹이 지금 이 상황인데 내가 어떻게 체면을 깎을 수도 있는 일을 그분께 부탁해?” 이연홍 등은 세화의 가족이 하원종과 가까울 줄은 몰랐다. 순간 마음속의 세화에 대한 존경과 두려움이 더 커졌고 세화의 배경이 정말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회장님이 말했듯이.’ ‘사적인 친분은 사적인 것이고 공적인 것은 별개의 문제야.’ ‘하 선생님을 홍보대사로 모시는 건 불가능해.’ “걱정 마. 내가 하 선생님에게 부탁하면 문제없으니까.” 동혁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하원종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화가 말리려 해도 이미 늦었다. 동혁이 하원종에게 태백산장의 홍보대사 일을 맡기고 싶다고 하자 뜻밖에도 상대방이 단번에 승낙했다. [하하, 태백산을 돌아보고 싶어도 줄곧 시간이 없었는데, 홍보대사가 되면 앞으로 태백산 여행을 가도 내게 입장료는 받지 않을 거 아니야?] 사무실 안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서로 얼굴을 마주 쳐다보았다. ‘하 선생이 이런 식으로 흔쾌히 말씀을 하시다니.’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분명 돈을 받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제가 직접 선생님을 모시고 꼬박꼬박 맛있는 것도 대접하겠습니다.” [네가 직접 날 모시고 대접하겠다고? 그럼 나야 영광이지.] 그러자 하원종이
[제가 진 회장님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너무 미인이라 심쿵했거든요.] 스피커폰 기능이 켜진 전화에서 들려오는 천용훈의 미친 웃음소리가 귀를 거슬리게 했다. “천용훈 씨, 헛소리 말고 꿈 깨시죠.” 세화는 너무 화가 나 울고 싶은 심정이었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었다. 천용훈이 냉소했다. [진 회장님이 이 조건도 들어주지 않겠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저 같은 홍보대사가 아니면 다른 어느 누가 와도 태백산 프로젝트를 되살릴 수 없어요. 진 회장이 그걸 깨닫고 울면서 나에게 와서 부탁하면 그때 봅시다.] 세화는 분노로 이를 꽉 깨물었다. 그녀는 태백산 프로젝트에 대해 더 이상 아무 희망도 품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동혁이 전화 앞으로 다가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용훈,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 내가 마음먹고 사람을 찾으면 태백산장을 살릴 수 있으니까.” “나도 그때 네놈이 울면서 애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천용훈이 세화를 모욕하는 것을 듣고 동혁은 정말 화가 많이 났다.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또 이 선생이 나서서 천용훈과 부딪히다니.’ [이동혁?] 맞은편에서 천용훈 이를 악물고 성난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래, 그럼 두고 봐.] 그는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천용훈은 동혁의 말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뿐만 아니라 사무실 안의 이연홍 등도 동혁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이연홍이 세화에게 말했다. “회장님, 전 우리가 여전히 가능한 한 천용훈 씨와 협상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방금 회장님을 모욕하며 한 말도 단지 화가 나서 그런 것일 뿐에요.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연홍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무리 천용훈이 개인의 감정으로 일을 처리하려 해도 그가 소속되어 있는 기획사에서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천용훈이 저렇게 적극적으로 우리를 압박하는 건 단지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꼼수야.’ 그러나 동혁은 세화가 이 억울한
N도 방송국의 시청률은 매우 높았다. 전국의 TV 채널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었다. 이번에 태백산을 홍보하기 위해 혜성그룹은 N도 방송국과 계약해 매일 황금 시간대에 광고를 방송하기로 했다. 15초짜리 광고 1회 방송 가격은 2억에 달했다. 그런데 동혁이 사람을 때린 사건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자 N도 방송국은 원래 방송하려던 광고 계약을 가장 먼저 철회했다. “진 회장님, N도 방송국 사람들은 계약을 체결할 때 만약 우리 측 책임으로 광고를 송출할 수 없게 되면 방송국에서 그 어떠한 배상 책임도 지지 않겠다고 명시했었습니다.” 이연홍이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혜성그룹은 N도 방송국과 직접 몇 백억의 광고 계약에 서명했지만 이렇게 계약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대중들은 혜성그룹에 대한 나쁜 소식에 흔들렸다. 이연홍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트위치 첫 화면 추천 태백산 홍보영상 차단...” “인스타 쪽에서는 수십 개의 1인 미디어 홍보 기사를 제한...” “페이스북에서는 태백산장이라는 표제어 검색을 모두 막아버렸습니다.” ... 나쁜 소식이 하나둘씩 들려왔다. 주요 플랫폼들과 계약한 혜성그룹의 홍보 및 협업이 바로 중단되었다. 그 외 나머지 홍보 채널들도 모두 닫혔다. 이번에 혜성그룹은 천용훈 외에도 다른 스타들과 인플루언서들도 초대할 예정이었다. 태백산장에 대한 홍보는 장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미 계약을 체결한 일부 중개사와 언론사 등이 직접 계약을 해지하겠다거나 일단 계약을 보류하겠다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어 태백산 홍보는 계속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심지어 태백산장과 협력하는 일부 브랜드 공급업체에서도 인스타에 계약 해지 성명을 발표했다.이번 일로 혜성그룹이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손실은 일회성이 아니라 그룹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태백산장은 악랄한 깡패세력과 연루되어 명성이 완전히 추락했다. 앞으로 누구도 감히 산장에 놀러 올
[혜성그룹?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는 회사인데? 대단한 회사인가요? 용훈 씨는 예전에 생방송으로 물건을 판매했을 때 몇십억을 기부하면서 자신은 한 푼도 챙기지 않은 훌륭한 분이에요. 전 용훈 씨를 믿어요.] [감히 우리 용훈 오빠를 때리다니 정말 세상이 무법천지군요. 이런 깡패 세력에 대한 단속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인터넷 댓글에는 유사한 발언들이 가득했다. 천용훈은 자선 인플루언서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심지어 누군가 천용훈과 그의 팀이 태백산장에 도착했을 때 산장 직원들이 접대를 위해 먼저 접대녀들을 불렀다고 말했다. 천용훈은 정의감이 있어서 그런 행동을 부끄러워했고 그래서 이런 나쁜 풍조를 신고하려다가 맞아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고까지 했다. 이러한 폭로 글을 보고 세화는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 ‘분명 접대녀를 데려오지 않은 일로 천용훈이 화가 나서 지원이에게 성접대를 강요했잖아. 그래서 동혁 씨가 손을 쓴 거고. 그런데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된 거지?’ “지금 인터넷에서 떠들어 대는 사람은 천용훈의 홍보팀일 겁니다. 그들은 자기들 잘못이 드러날까 봐 미리 우리 쪽에 책임전가를 해서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 겁니다. 그래야 우리 쪽에서 나중에 진실을 밝혀도 아무도 믿지 않을 테니까요.” 이연홍은 폭로자의 음흉한 속셈을 즉시 알아차렸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 폭로를 믿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천용훈 본인이 시종일관 아무런 반응이 없기 때문이다. 여론은 천용훈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았고 천용훈이 이상한 다툼에 휘말렸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세화가 걱정하며 말했다. “인터넷에서 천용훈 씨의 영향력이 큰 만큼, 생방송을 해서 자신이 맞은 사실을 알리게 된다면 여론의 방향이 우리 혜성그룹에 더 불리하게 바뀔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연홍은 전문 경영인으로서 언론 홍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천용훈은 그저 우리를 압박해서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이게 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