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야, 그 선글라스 벗어라.” 천대길은 무섭게 웃는 얼굴로 설전룡 앞으로 걸어가 말했다. 그는 칼을 들고 설전룡의 얼굴 앞에서 흔들었다. “네가 직접 벗겨보던지.” 설전룡이 씩 웃으며 말했다. 천대길은 설전룡이 전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자 화가 나 크게 소리쳤다. “내가 네놈의 선글라스를 벗기고 네 눈알을 파서 개에게 먹이로 던져주마.” 천대길은 말과 동시에 손을 뻗어 설전룡의 선글라스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반쯤 손을 뻗었을 때 설전룡에게 손목을 잡혔다. “이거 못 놔? 으아!” 천대길이 설전룡의 펜치 같은 큰 손에 손을 잡혀 비명을 질렀다. “이봐? 좋은 말 할 때 가만히 놔라.” 천대호는 안색하나 바꾸지 않고 조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보다 더 심한 장면을 수없이 보아왔다. 그래서 조카인 천대길이 붙잡혀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어쨌든 천대호가 있는 곳은 그의 안방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래 봤자, 이동혁과 저놈은 여기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호, 늙은 개 주제에 침착하네.” 설전룡이 빙그레 웃으며 가만히 손을 자신의 품속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손을 꺼냈다. 그의 손에는 이미 반짝이는 총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설전룡은 바로 천대길의 이마에 총부리를 겨누었다. “너, 너 지금 무슨 짓이야? 함부로 나대지 마.” 조금 전까지 오만했던 천대길이 금방이라도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이동혁의 친구에게 저런 물건이 다 있다니.” 천대호 안색이 마침내 변했다. 그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설전룡이 총까지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총은 천대호조차도 함부로 가지고 있을 수 없었다.해외가 아닌 이상. 일단 국내에서 총기와 관련된 사건은 아주 중대한 사건으로 비쳤다. “야, 당장 그거 못 내려놔? 지금 그딴 걸로 누굴 겁주냐?” 홀의 양쪽. 많은 사내들이 벌떡 일어나 설전룡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설전룡은 아무 말 없이 방아쇠에 집게손가락을 걸었다. 그는 단순한 동작으로 주변 사내
마치 사람들이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았다. 사람들은 한 무리의 특전사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아무런 기척도 듣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이 대동사채 H시 지부로 돌진해 들어왔다. 순간 천대호와 도망자들은 어리둥절해했다. “모두 꼼짝 마!” “손에 든 거 다 버려!” 특전사의 호통 소리에 한 무리의 도망자들이 완전히 온순한 양으로 변했다. 천대호는 특전사들의 리더가 뜻밖에도 젊은 대장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고동성이었다. 그는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와 설전룡 앞에 서서 차렷 자세를 취했다. “대도독께 보고합니다. 백야특수부대가 명을 받고 도착했습니다.” 그는 설전룡에게 경례를 하고는 다시 동혁에게 경례를 했다. “뭐? 대도독? 당신이?” 천대호은 놀라서 휘둥그레 뜬 눈으로 설전룡을 쳐다보았다. “너희 대동사채가 우리 형수 가족에게 나와 이웃이라 해도 죽여버릴 거라고 말했었지?” “그래, 내 앞에서도 어디 그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 설전룡이 선글라스를 벗었다. “설전룡!” 얼굴을 확인한 천대호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사람이 H시 군부 설 대도독이었다니.’ 설전룡은 인상을 쓰고 살기등등하게 말했다. “늙은 개, 네놈이 우리 형님을 네 앞에 무릎을 꿇게 하겠다고? 정말 죽고 싶어?” “뭐? 형님?” 천대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동혁을 쳐다보았고, 그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설마? 이 전신?’ ‘아니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천대호는 죽어도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교관님, 앉으십시오.” 고동성이 직접 동혁에게 의자를 가져다주었다. 동혁은 기세 좋게 앉으며 약간의 미소와 함께 천대호를 바라보았다. “넌 내가 대동사채의 2조를 자선사업에 쓴 것에 꽤나 불만이 많은 것 같던데, 지금 네게 기회를 줄 테니 내게 돌려달고 한번 해봐.” “네가 말만 하면 내가 한 푼도 빠짐없이 갚아주지
하드디스크 하나와 비밀번호가 천대호로부터 전달되었다. 동혁은 하드디스크를 받아서 설전룡에게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그는 웃으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천대호에게 물었다. “그래, 지금도 제원화에게 고마워?” “아니요, 산 채로 찢어버리고 싶습니다.” 천대호가 인상을 구겼다. ‘만약 내가 제원화의 말만 듣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전신이 여기까지 와서, 내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비위를 맞추며 살길을 찾을 필요도 없었을 텐데.’ ‘우리 대길이도 죽지 않았을 거고.’ “그럼 네 형님께 제원화에게 조카의 복수를 해 달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게 어때?” 동혁이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 저희 형님한테 복수를 부탁하겠습니다.” 천대호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큰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전송한 전대호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사색이 된 얼굴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 선생님, 저, 저를 죽이실 생각이신가요?” 천대호는 순간 드는 생각으로 뒷골이 오싹해졌다. ‘왜 전신은 내게 형님에게 특별히 제원화를 찾아 복수해 달라고 메시지를 보내게 했을까?’ ‘만약 나를 살려줄 생각이었다면 굳이 이렇게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 없었을 텐데.’ ‘내가 제원화에게 바로 복수하면 되니까.’ “넌 아주 똑똑하지만, 아쉽네. 누가 전에 우리 가족을 몰살하겠다고 협박했는지 잊었어?” 동혁은 웃으며 일어섰다. 몸을 돌린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몰살시켜.” 냉혹하고 무정한 목소리가 마치 사신의 선고처럼 들렸다. “안 됩니다.” “제 잘못을 용서해 주세요.” 처량하게 울부짖으며 용서를 비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천대호는 자신의 현실을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 발포 소리가 들렸다. 곧 진한 피비린내가 대동사채 H시 지점 전체에 진동했다. 동혁이 지부의 계단을 내려가자 많은 수의 인영이 갑자기 사방에서 조용히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러더니 곧바로 대동사채 H시 지부의 모든 출구를 막았다.
“꺼져!” 천미는 못마땅하게 눈을 부릅뜨고 밤에도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설전룡을 쳐다보았다. ‘동혁이와 늘 붙어 다니던 놈 아니야?’ ‘건들건들하기는.’ ‘딱 봐도 별로 좋은 인간은 아니야.’ “이 계집애가? 형님 앞에서 괜히 시비 걸지 마라. 형님 체면 봐서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확 그 주둥이를 어떻게 하는 수가 있어.” 설전룡이 동혁에게 손짓을 했다. “형님, 차에 타요.” “내가 보니까 너하고 꽤 잘 어울리는데? 네가 천미 씨 버릇을 한번 고쳐보든지.” “됐어요. 저런 성질 더럽고, 안하무인으로 잘난 체하는 여자는 딱 질색이에요.” 차가 출발하기 전 동혁과 설전룡의 대화가 들려왔다. 천미는 그것을 듣고 화가 나서 하마터면 부하들에게 차로 박아버리라고 지시할 뻔했다. H시 정형외과병원. 제원화는 그날 밤 다리가 부러진 양정석을 찾아왔다. “이동혁, 그 개X식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 얼굴을 때리고 제 다리를 걷어차서 부러뜨릴 줄 몰랐습니다. 제가 나이가 많다고 이렇게 무시를 당하네요.” “막내 회장님, 부디 제 이 억울함을 갚아주세요.” 제원화를 보자마자 양정석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제원화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양 집사, 걱정 마. 양 집사는 수십 년 동안 우리 제씨 가문에서 일하면서 아버지와 내게 충성을 다했지. 난 양 집사의 억울함을 절대 모른척하지 않을 거야.” 양정석은 제원화의 말에 크게 기뻐했다. 그는 제원화가 시킨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거기다 하원종을 놓쳤다. 그래서 그 속을 알 수 없는 제원화가 자신을 벌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야 안심하며 한숨을 돌렸다. “막내 회장님, 이동혁, 그놈이 얼마나 건방을 떨었는지 아십니까?” “제씨 가문은 별거 아니라며, H시에 와서 정당하게 사업을 하겠다면 환영하겠지만, 또다시 진세화를 노리고 H시에서 위세를 부리면 3대 가문처럼 될 거라고 했습니다.” 양정석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동혁의 말을 전했다. 심
“J시 교도소로 가서 쌍살을 데려와.” 제원화가 무표정한 얼굴로 현병운에게 지시했다. 양정석과 뒤에 있던 부하들이 그의 말에 모두 어리둥절해했다. “네? 회장님. 쌍살을 쓰시려고 그러십니까? 쌍살이 나서면 그게 어디든 걷잡을 수 없이 피바람이 불것입니다.” 양정석이 놀라며 외쳤다. 그의 두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고, 이마의 핏줄은 마구 뛰었다. 마치 이미 끔찍한 일을 본 것만 같았다. “내 호의를 무시하고, 강오그룹이 나와 맞서 세화 가족을 지키겠다고 한다면 피바람이 좀 불어도 상관없지 않겠어?” 제원화는 뒷짐을 지고 서서 뒤에 있는 현병운에게 손짓을 했다. “출발해.” “예, 회장님.” 현병운은 몸을 굽혀 인사를 하고서 즉시 병실을 떠나 J시로 떠났다. J시 교도소. 따로 떨어진 감방 안에 두 명의 범죄자가 수감되어 있었다. 감방 안 사방 벽. 겉벽이 부서져내려 쑥대밭이 되었다. 어떤 부분에는 움푹 파인 구멍이 가득했다. 누군가 주먹으로 빠르게 두드린 것 같았다. 작은 구멍들도 여럿 있었는데 여러 개의 구멍이 한 번에 뚫린 듯 보였다. 이것은 누군가 다섯 손가락으로 단번에 지른 것 같았다. 벽에는 핏자국도 가득했다. 일부는 오래된 듯 검게 변했고 일부는 방금 만들어진 듯 새빨갛다. 지금 두 명의 범죄자는 모두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고, 감방 입구에 나타난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바로 제원화가 보낸 현병운이었다. “아시지요? 회장님께서 요 몇 년 동안 특별히 보살펴주시지 않았다면 두 분은 암흑가의 원수들에게 이미 죽임을 당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회장님께서 두 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십니다.”현병운이 철문 밖에 서서 안을 향해 말했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르다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암흑가의 쓸모없는 놈들이 우리를 죽이러 사람들을 보냈어도 그놈들은 모두 죽었어.”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모두 회장님께서 손을 쓰지 않았다면 두 분이 안에 있는 동안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밖에 있는
제원화의 지시가 떨어졌다. 초대장이 한 장 한 장 밤새 각 사람에게 보내졌다. 곧 H시 각계각층의 모든 거물들이 그 초대장을 받았다. “제원화가 내일 오전 청운각에서 차를 마시자고 우리를 초대한다는데? 이게 무슨 속셈일까?” 지존유원지. 김대이와 박용구는 손에 든 초대장을 들고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은 예전에 동혁을 위해 일했을 때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일 처리가 좋지 않아 동혁이 천미를 사용한 후. 두 사람은 깊은 실의에 빠졌다. 거기다 김대이는 동혁의 말 한마디에 은퇴해야 했다. 그는 모처럼 자신의 본거지에서 박용구와 술을 마시며 울적한 기분을 달래던 참이었다. “그의 속셈이 무엇이든 명문가이니 체면을 봐서라도 참석해야 하지 않을까?” 박용구가 고민하며 말했다. “우리 3대 가문이 망한 지가 언제인데 제원화가 차를 대접하겠다니.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초라해진 3대 가문의 가주들도 초대장을 받고 즉시 작은 카페에 모였다. 그들은 얼마 전 동혁에게 호되게 혼난 터라 행동이 매우 조심스러웠다. 같은 시간. 소씨, 오씨, 정씨 등 일류 가문의 가주들도 초대장을 받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제원화의 딸이 이 선생에게 채찍질을 당해 죽을 지경인데 지금 차를 대접할 여유가 어디 있지?” 시청, 하세량 역시 초대장을 받아 골치가 아팠다. ‘이제 막 위세를 부리던 3대 가문이 무너졌는데, 이씨와 제씨 같은 명문가가 또 H시에 오다니.’ 하세량은 시장으로서 여전히 곤란을 겪었다. 그는 제원화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밤. H시의 많은 명망 있는 거물들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모두 어찌할 바를 몰라 불안에 떨었다. ‘유서 깊은 명문가 제씨 가문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초대를 한다는 것은 반드시 뭔가 큰일이 있다는 뜻이야.’ 초대장을 받은 사람은 도저히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막내 회장님, 가볍게 다과회를 열어서 H시의 모든 세력들을 압박해 이동혁 그 잡종 놈을 견제하게 할
제원화가 보낸 초대장이 곧바로 항난그룹에 도착했다. 이 초대장은 매우 특이했다. 그 안에 단 한마디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튀어와서 사죄해라!” 초대장을 보낸 사람은 동혁이 직접 초대장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수소야는 이 초대장을 받고서 놀라서 낯빛이 어두워졌다. ‘동혁 씨와 제씨 가문 사이에 벌어진 최근의 충돌들은 모두 나와 마리 때문에 일어난 거야.’ ‘지금 제원화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걸 보니 내일 분명 동혁 씨를 겨냥해 뭔가를 하려는 게 틀림없어.’ “수 사장님, 초대장을 회장님께 전달할까요?” 항난그룹 수소야 사장의 비서인 송소빈이 물었다. “아뇨, 내가 대신 갈 거예요. 이런 사소한 일까지 회장님께 전할 필요 없어요.” 수소야는 이를 악물며 마음속으로 이미 결심을 했다. 하늘 거울 저택. 세화는 전화를 받고 걱정스러워하며 동혁에게 말했다. “동혁 씨, 내 친구가 방금 전화를 해서 알려줬어. 제씨 가문에서 H시의 유력 인사들에게 초대장을 보냈대. 청운각에서 차를 대접하겠다고 하던데 어쩐지 우리를 상대하려고 일을 꾸미는 것 같아.” 동혁은 제설희를 반죽을 정도로 때렸다. 세화는 그 때문에 제원화가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마음속으로 줄곧 걱정을 했다. 동혁은 자신에게도 제원화가 초대장을 보낸 지 모르고 태연하게 말했다. “여보 걱정 마. 제원화가 뭘 어쩌겠어?” 세화는 여전히 걱정이 많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지금 하늘 거울 저택 밖으로도 감히 나가지 못했다. “천미 언니도 방금 전 나한테 소식을 전했는데 R시에 일이 생겼대. 전에 하 선생님을 납치한 그 이정산 부자가 죽었다는데? 그래서 밤새 그곳으로 달려갔어.” 동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정산 부자가 죽었다고?’ ‘암흑가의 원수에게 당했나?’.동혁은 그렇게 추측했다. 그는 이정산 부자의 처지를 전혀 동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정산의 일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H강변의 청운각. 거물들이 많이
“오늘 여러분들에게 가볍게 차 한잔 대접하려고 마련한 자리입니다. 모두들 격식 차릴 필요 없이 편하게 즐기세요.” 제원화가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그는 두 손을 들어 아래로 내리며 편하게 앉을 것을 권했다. “회장님, 어젯밤에 R시의 최고 고수 이정산 부자가 죽었는데 J시 쌍살이라는 형제의 소행이라고 합니다. 그 두 사람이 제씨 가문과 관련이 있나요?” 일류 가문의 한 가주가 물었다.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매우 당돌하게 보일 순 있지만 그는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여서 호기심을 잔뜩 가지고 제원화의 대답을 주시했다. 제원화가 웃으며 차분히 대답했다. “아는 사이긴 합니다.” 그의 대답은 의미심장했다. 순간 그 자리에 있던 거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제 회장도 자기 패를 완전히 드러내고 싶지는 않겠지. 그래서 자기가 시킨 일이라고 직접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 ‘하지만 아는 사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뭐가 있긴 있는 모양이야.’ 금세 두려움에 표정이 어두워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강오그룹이 대동사채 사람들을 몰살시키자마자 제 회장이 R시 최고 고수 이정산의 사람들을 몰살시키다니.’ ‘그 이정산은 은퇴한 후에 천미가 R시를 장악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잖아?’ ‘강오그룹이 R시에서 자리를 잡자마자 이런 일이 벌어졌어.’ ‘목표가 너무 뚜렷하고 기세가 아주 강해.’ ‘거기다 일을 벌인 사람은 단 두 명, J시 쌍살.’ ‘제 회장이 만약 그 두 명의 살인기계를 H시로 보낸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안돼.’ 모인 사람들 중 특히 암흑가에서 온 거물들이 제원화를 바라보는 눈빛에 경외심이 짙게 배어 있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H시 친구들 아닙니까? R시의 일을 얘기해서 뭐 합니까?” 제원화는 모두에게 의미 가득한 미소를 날렸다. 그러면서 물었다. “아, 항난그룹에서는 어느 분이 오셨나요?” 물 한 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청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