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불량배들은 마치 사람들의 중심에 선 듯, 다른 불량배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모두 세 명의 불량배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하하, 피부가 정말 부드럽더라. 손을 대면 물이 나올 것만 같아. 너희가 트위치에서 본 그 미모의 여자들처럼, 세화도 그런 모습이었지!” “목소리도 정말 좋고, 아주 매혹적이었어!” “정말 대단했어.” 세 명의 불량배는 수제 맥주를 마시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젠장, 난 왜 너희처럼 운이 좋지 못했을까? 혜성그룹의 회장이라니!” “맞아, 한 번만 놀아봐도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 다른 불량배들은 질투로 가득 찼다. “그럼 그냥 죽어!”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원우가 동혁을 데리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왔다. 마침 그 불량배들이 세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동혁은 분노가 치밀었다. “어느 놈이야? 누구야? 죽고 싶냐?” 그 불량배는 벌떡 일어나 맥주병을 집어 들고 테이블 가장자리에 부딪혔다. 쾅-맥주병이 산산조각 났다. 그 불량배는 깨진 병을 휘두르며 최원우에게 다가갔다. “이 자식아, 다시 한번 더 떠들어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한 정장 차림의 거한이 번개처럼 튀어나왔다. “으악!” 불량배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또한, 손에 들고 있던 깨진 유리병이 이젠 불량배의 얼굴에 꽂혀 있었다. 이윽고 피가 얼굴을 뒤덮였다. 불량배는 고통에 바닥을 구르며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와!” 주위의 불량배들은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그 정장 차림의 거한을 두려움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감히 우리 원우 도련님을 건드리다니, 죽고 싶은 거야!” 그 정장 거한은 불량배의 머리를 발로 차서 기절시키며 말했다. 이 폭력적인 장면은 모두를 압도했다. 모두 겁에 질려 최원우를 바라보았다. 한편, 동혁은 이 광경을 보고 조용히 빈 자리에 앉았다. 이런 하찮은 불량배들을 상대해 봤자 자기 손만 더럽힐 뿐이었다. “너
“원우 도련님, 도련님이 어떻게!” 김대이는 얼굴을 감싸 쥐고 놀라움과 분노가 교차한 채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그 목소리는 김대이에게도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졌다. “다시 한 대 때려.” 어둠 속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쾅- 김대이에게는 이 말이 청천벽력과 같았다. 김대이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윽고 최원우의 손바닥이 얼굴에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이는 더 이상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김대이는 즉시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김대이는 마침내 소파에 앉아 있는 젊은이를 알아보았다. 철퍼덕-김대이는 즉시 무릎을 꿇고, 두 무릎으로 기어가며 동혁 앞까지 갔다. 그러고는 서럽게 말했다. “이동혁 도련님, 저예요, 김대이예요. 못 뵌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저를 잊으신 건가요!” 쾅-술집 전체가 폭발하듯 소란해졌다. 김대이라는 큰 인물이 젊은이 앞에 무릎을 꿇은 것도 모자라 스스로를 대이라 부르며 상대방을 도련님이라고 부르다니! 김대이는 정말로 억울했다. 얼마 전, 박용구와 함께 블루산장에 가서 염동철을 찾았지만, 동혁이 맡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죽을 뻔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동혁은 다시는 김대이에게나 박용구에게 일을 맡기지 않았다. 한편, 김대이는 최근 동혁이 어떤 조직 문제를 처리해야 할 때, 직접 장해조라는 암흑가 대부에게 지시를 내린다는 소문을 이미 들었었다. 장해조의 양녀이자 강오그룹의 새 회장인 심천미가 동혁의 전담 타격수가 된 것이다. 김대이는 그때 기회를 잡지 못해 암흑가 대부가 되지 못한 것이다. 김대이는 이제 동혁의 개로서의 자격조차 잃은 것이다. 그러나 동혁은 동요 없이 김대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 세 명의 불량배가 네 부하니?” 김대이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상황을 파악하려고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이를 악물며 속으로 원망했다.‘이
“네!” 세 명의 불량배는 즉시 진화란과 연락했다. 그러자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모두 자기 일 봐라. 각자 할 일을 하도록 해.” 술집은 곧바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여전히 여러 호기심 어린 시선들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주시하고 있었다. 곧 화란이 도착했다. 술집 안에 어떤 이상한 기운도 감지하지 못한 채, 세 명의 불량배 앞에 도착한 화란은 바로 수표를 건넸다. “휴대전화 내놔.” “자기야, 서두를 필요 없잖아.” 세 명의 불량배는 그 수표를 받지 않았다. “돈을 받았으면 당장 꺼져. 뭘 더 바라는 거야!” 화란은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한 불량배가 웃으며 말했다. “그날 이후로, 우리 셋은 자기 생각이 자꾸 나서 말이야.” “맞아, 우리 셋이 함께 한 번 더 대결하고 싶네.” 다른 두 불량배는 일어나 화란을 잡으려 했다. “꺼져!” 화란은 불량배들의 손을 쳐내며 두 눈에서 불꽃을 내뿜었다. “너희 세 놈의 구강악취와 겨드랑이 냄새는 내가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지금도 구역질이 날 정도라고!” “하하하, 우리 몸 냄새가 자기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라니. 이거 영광이네.” “우리는 자기가 백 리에서 골라낸 남자들이잖아. 그런데 왜 구역질이 나겠어?” 세 명의 불량배는 크게 웃었다. 그러자 화란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내가 너희를 선택한 이유는 세화를 해치라는 거였어. 그런데 너희 세 남자가 약에 취한 동혁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다니, 너희들은 정말 무능한 놈들이야!” 이 말을 들은 세 명의 불량배는 즉시 얼굴이 어두워졌다. “네가 우리와 자는 걸 원치 않는다면, 다른 방식으로 보상해야 해.” “그래, 돈을 더 줘야 해!” 화란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20억 원도 부족하다고? 너희 세 명의 하층 불량배들이 평생 20억 원을 벌 수 있을 것 같아?” “우리는 아무 상관없어. 네 영상을 인터넷에서 보고 싶지 않으면 우리에
동혁을 본 순간, 화란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곧바로 이해했다. 화란은 세 명의 불량배를 향해 분노에 찬 눈빛을 보냈다. “이 무능한 놈들, 그날 밤 너희를 때려눕힌 게 바로 저 남자야. 그런데도 저 놈의 말을 듣는 거야!” “진화란, 내가 너희를 때려눕히지 않았더라면, 너희가 그 향기로운 몸을 즐길 수 있었겠냐? 그러니 너희 셋, 나한테 감사해야지, 안 그래?”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세 명의 불량배는 울상을 지었지만 이내 억지로 웃어 보였다. “저기, 휴대폰을 좀 보자!” 화란은 김대이를 향해 말했다. “말 안 들으면, 당장 사람을 보내 너를 없애버리겠어! 지금의 진씨 가문은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그러나 김대이는 말없이 휴대폰을 동혁에게 건넸다. 이에 화란은 화가 나서 발을 굴렀다. “잘 찍혔네.” 동혁은 휴대폰을 가볍게 던져 김대이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은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힘 써봐. 이 영상을 너의 부하들에게 보내 트위치, KK오톡, 게시판 등에 퍼뜨리도록 해.” “동혁, 감히 그런 짓을 시켜? 너 정말 죽고 싶구나!” 화란은 비명을 질렀다. “서두르지 마, 더 재미있는 게 아직 뒤에 남아있으니까.” 동혁은 세 명의 불량배를 향해 말했다. “그날 밤 블루산장에서 찍은 영상을 너희 셋이 인터넷에 올려. 성인만 로그인할 수 있는 포럼 같은 곳에 올려. 영상이 너무 역겨우니 청소년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해.” “그런데 동혁 도련님, 이런 영상을 퍼뜨리는 건 불법이에요.” 세 명의 불량배는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맞아, 불법이지. 그래서 너희들보고 퍼뜨리라고 하는 거야. 어차피 강간죄로 기소될 거니까, 죄목 하나 더 늘어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이 세 명의 불량배를 동혁은 절대로 가볍게 넘기지 않을 것이다. 동혁은 계속 말했다. “영상을 퍼뜨린 후, 너희 셋은 경찰서로 가서 자수해. 진씨 가문이 사건 조사를 막았으니, 너희가 다시 사건 조
“뭐가 고마워, 당신이 내 아내잖아.” 동혁은 세화를 꽉 끌어안았다. 그때 선우설리의 전화가 걸려 왔다. “회장님, 시작되었습니다.” [응, 천천히 해.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 터뜨려서 천천히 저들을 괴롭혀.] 동혁의 눈에는 냉소가 서려 있었다. 동혁이 말한 대로, 진씨 가문의 재앙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이때 진씨 가문의 저택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경찰서의 경찰들이 방금 이곳에 와서, 모든 사람 앞에서 다시 진화란을 데려갔다. 세 명의 불량배가 자수하러 가면서 경찰이 다시 사건을 열었다. 게다가 이 사건은 매우 기이했다. 주범이 진화란이지만 피해자도 진화란인 사건이었다. 어떻게 심리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화란의 명성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것이다. 화란이 명문가 집안에 시집가는 꿈은 영원히 깨졌다. 어느 명문가 집안이 눈이 멀고 귀가 먹지 않은 한 화란을 받아들이겠는가?한편, 화란의 입을 통해, 진씨 가문 사람들은 엘리트 라운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무능한 놈이 교활한 술수를 부려, 진씨 가문을 완전히 망신시키고 말았다고 생각했다. [형님, 지금 화란의 두 가지 영상이 KK오톡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어요. 모든 KK오톡을 탈퇴해도 소용이 없네요.][누군가가 저한테 직접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이 짧은 시간에만 벌써 수십 명의 친구를 차단했어요.][이 자식들이 진화란을 욕하고, 우리 진씨 가문을 욕하고 있어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진씨 가문의 한 사람이 핸드폰을 흔들며 진한강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듯했다. “괜찮아, 나도 받았어. 그런 비열한 인간들은 무시해. 그들은 우리 진씨 가문이 최상위 가문이 된 것을 질투하는 것뿐이야.” 진한강은 얼굴을 찌푸리고는 손을 흔들었다. “우리가 진씨 가문 사람인 이상, 저들은 우리에게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해.” 진한강은 이번에 체면을 버릴 결심을 했다
새로 인수한 회사가 사기를 당해 수천억 원의 부채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진씨 가문은 세화의 회사에 가서 소란을 일으키는 것은 잊어버린 채, 급히 ‘스피드론’이라는 대출 회사로 달려갔다.이전에 P2P 플랫폼이 크게 유행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3대 가문도 이익을 얻기 위해 따라나섰다. 그래서 ‘스피드론’이라는 소액 대출 플랫폼을 만들어 H 시에서 수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이 자금을 전부 대출해 주며 이자 수익을 기대했었다.그러나 이자 수익은커녕, 대출해 준 원금조차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 소문은 막기도 전에 이미 사방팔방으로 퍼졌고, 투자자들의 불안을 초래했다. 3대 가문이 몰락하기 전부터 ‘스피드론’은 이미 위태로웠다. 그러나 3대 가문이 H 시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영향력 덕분에, 겨우 투자자들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하지만 3대 가문이 몰락한 후, 눈이 멀었던 진씨 가문이 ‘스피드론’을 인수해 버렸다. 그 바람에 동혁이 가볍게 찌르자마자 이 거대한 구멍이 폭발해 버린 것이다.“돈을 갚아라! 우리의 피 같은 돈을 돌려줘라!” “진씨 가문 사람들은 나와서 설명해라!” 진한강과 일행이 ‘스피드론’ 회사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이런 광경을 보게 되었다. 수천 명의 투자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회사 문을 막으며 돈을 돌려달라고 외쳤다.“진씨 가문 사람들이 왔다.” 진씨 가문 사람들이 도착하자, 투자자들은 몰려들어 그들을 둘러싸고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진한강은 이러한 광경에 당황했다. “이게 진씨 가문과 무슨 상관이죠? 3대 가문을 찾아가세요!” 그때 진태휘가 나서며 건방지게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모두 흩어지세요, 각자 할 일을 하도록 하세요! 여기서 더 소란을 피우면, 경찰에 신고해 다 잡아넣을 거예요. 업무 방해죄, 퇴거 불응죄로 고소하고 다 감옥에 넣을 거예요!” 찰싹-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진태휘는 뺨을 얻어맞았다. “X랄하고 있네!” “누구야, 누가 나를
“진씨 가문은 최상위 가문이예요. 하세량조차 우리 말을 들어야 하죠. 조 서장,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싶다면 정신 차려요!” 진씨 가문 사람들은 조동래를 가로막고, 거만하게 왜 사람들을 체포하지 않는지 따졌다. 그러나 조동래는 속으로 냉소했다. ‘이 진씨 가문 멍청이들은 자신들이 예전의 3대 가문이라도 되는 줄 아는구나.’ “돈을 빌린 건 진씨 가문인데, 우리 쪽은 사람들을 체포할 이유가 뮙니까? 만약 이에 따라 분노한 사람들이 뛰어내리거나 수면제를 삼키는 사건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조동래의 말을 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투자자들의 돈을 갚아 저들이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진짜 돈이야말로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동래는 앞에 있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그대로 떠났다. 이에 진씨 가문 사람들은 이를 갈았다. ‘조동래 이 자식, 진씨 가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군. 나중에 반드시 저놈의 자리를 빼앗아야겠군.’“조 서장이 말한 것도 일리가 있어요. 지금은 돈을 갚아서 투자자들을 진정시키는 게 급선무예요.” “말은 쉽지, 수천억을 어떻게 갚아요? 말로 갚을 거예요?” “한꺼번에 갚을 필요는 없어요. 일부만 갚아서 진씨 가문이 돈을 갚을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저들을 안정시키면 돼요. 그다음에는 시간을 끌면 되고요.” 모두 이 방법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씨 가문에서 이 돈을 내놓으려 하지는 않았다. 결국 진씨 가문은 옛날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빈손으로 큰돈을 벌려는 수작으로,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이다. 이윽고 진씨 가문 사람들은 곧바로 각 은행의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진씨 가문이 또 대출해달라고 하는 겁니까? 이전에 우리 H 시 은행에서 빌린 4천억 원도 아직 갚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먼저 그 돈을 갚고 나서 얘기합시다.] 이전에는 대출을 쉽게
“젠장!” 진한강은 미칠 노릇이었다. 자신이 마치 까마득한 구덩이에 빠진 것 같았다. ‘지원자금을 신청할 때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생각도 못했어.’ ‘내가 욕심에 눈이 멀어 미친 듯이 물건을 쓸어 담기만 했지.’ ‘그 결과가 버릴 수도 없는 애물단지를 사 온 것일 줄이야.’ [회장님, 전신님의 자금을 그렇게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금을 받으신 이상 일을 제대로 처리해야 할 겁니다. 진 씨 가문은 H시 시민들을 위해 힘써 노력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세량이 전화를 끊었다. “형님, 건국은행 사람들이 가란은행이 대출을 안 해준다면 자신들도 대출을 안 해준다고 합니다.” “외환은행도 그렇게 말했어요.” “상업은행도 똑같습니다.” 그때 다른 은행들에서도 대출 문의에 대한 답변이 왔다. 진씨 가문에 대출을 해주려는 하는 은행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진씨 가문에서 기존 대출을 언제 갚을 건지 재촉했다. 그 말들을 들은 진한강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검게 변했다. ‘시장은 신경 쓰지도 않아.’ ‘은행도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고 하고.’ ‘그렇다고 우리가 감히 이 일에 손을 뗄 수도 없고.’ 진한강은 그제야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 전신의 돈은 쉽지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어!’ ‘정말 뜨거운 감자야!’ “이제 어쩔 수 없어. 전에 대출받은 돈이 좀 남아 있지? 우선 계좌에서 200억을 꺼내서 먼저 보내.” “조금은 남겨둬야 해. 분명 많은 투자자들이 소식을 듣고 우리에게 돈을 갚으라고 할 테니까 말이야.” 진한강은 풀이 죽어 말했다. ‘원래 20억만 찾으려고 했는데.’ ‘하지만 현장에서 소란을 피우는 투자자만 천 명 이상.’ ‘나누면 한 사람이 200만 원도 받을 수 없을 거야.’ ‘그걸 이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어?’ 진씨 가문은 즉시 200억을 내놓아 투자자의 돈을 갚았다. 200억은 수천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돈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진씨
해리슨은 결국 Y국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런 창피한 일이 퍼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게다가 해리슨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이곳에서 아무도 동혁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는 동혁이 나서는 걸 싫어하는 것을 눈치챘고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을 개의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입을 꼭 다물며 감히 밖에서 발설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대단한 위세의 Y국 영사를 무릎 꿇게 해 사과시킬 수 있는 동혁과 같은 능력이 없었다. 해리슨이 떠난 후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은 복잡했다. 그들이 데릴사위라고 조롱했던 동혁에게 오늘 밤 모두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다. “이 선생님, 진 회장님, 죄송합니다. 두 분에게 무례하게 굴어 사과드려요.” 동혁과 세화를 비꼬며 조롱했던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다가와 사과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조롱이 심했다고 생각한 이들은 홀로 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Y국 영사가 무릎 꿇는 것을 본 이상 그들 자신이 무릎을 꿇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류성중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도 동혁에게 다가가 사과하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휴대폰을 꺼내 먼 구석으로 가서 이씨 가문의 가주 이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저 류성중입니다.” 이연의 목소리가 반대편에서 들렸다. [어, 성중아, 어떻게 됐어? 이동혁 그 쓸모없는 놈이 우리 천성이를 풀어주겠다고 했어?] 이번에 류성중이 H시에 간다고 했을 때, 이씨 가문은 그와 세화 가족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동혁에게 이천성을 돌려보내게 하라고 부탁했었다. 그리고 하원종을 이씨 가문으로 보내 이천기의 다리를 치료해 줄 수 있는지도 알아보게 했다. 물론 이씨 가문에서는 부탁을 하며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류성중은 명문가인 이씨 가문이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단번에 승낙했다. “그게...” 류
“윽! 악!” 대니얼은 온갖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 광경을 보고도 연회장에 있던 H국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해리슨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대니얼이 Y국에서 살지 못해 H국에 와서 허세를 부리는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었다. 사람들은 동혁이 대니얼을 외국 놈이라고 욕할 때 대니얼 편을 들었다는 생각에 창피하여 얼굴이 화끈거렸다. 류성중은 특히 더 마음이 불편했다. 그는 이전에 대니얼에게 엄청 아부했었기 때문이다. 짝! 퍽! 해리슨은 한바탕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며 대니얼을 반쯤 죽인 후에야 마침내 동작을 멈추었다. 대니얼은 공기 빠진 풍선처럼 흐물거리며 반쯤 죽은 채로 바닥에 드러누워 소리 지를 힘조차 없었다. 오로지 그의 두 눈만이 동혁을 달갑지 않게 노려보았다. 그는 동혁을 대하는 해리슨의 태도가 아직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건 대니얼뿐만 아니라 연회장의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이동혁, 도대체 감추고 있는 무서운 신분이 뭐지?’ 하지만 해리슨 Y국 영사가 Y국 여왕과 동일하게 동혁을 여긴다는 사실에 연회장의 사람들은 동혁의 신분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선생님,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만족하시나요? 아니면 제가 이놈을 다시는 Y국에 돌아갈 수 없게 끝장을 낼 수도 있습니다.” 해리슨은 다시 동혁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을 긋는 손짓을 했다. 아무도 해리슨의 이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저 영사는 전쟁터에 나갔었고 저 손에 의해 사람들이 죽었어. 그냥 풍채가 좋은 일반 외교관은 아니지.’ ‘저 사람이라면 정말 암암리에 어떤 수단을 써서 감쪽같이 대니얼을 죽일 수도 있을 거야.’ “아, 안 돼요.”대니얼의 눈에서 두려움이 짙게 피어났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동혁에게 달려들어 무릎을 꿇었다. “이 선생님, 제발 절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이렇게 사과드립니다.” “또 진 회장님에게 사과드립니다.” 대니얼은 동혁과 세화를 향해 미친 듯이 머리를
풀썩- 해리슨이 무릎을 꿇자 뒤따라오던 부하 10여 명도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럴 수가!” 동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해리슨 등을 보는 연회장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사실이야?’ ‘그 위풍당당한 Y국 해리슨 영사가 이동혁을 찾아와 결판을 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다니.’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눈을 비비며 잘못 본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그, 그럴 리가 없어.” 대니얼은 갈라진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는데 그 안에 절망감이 가득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 인생의 암울한 미래가 그려졌다. ‘해리슨 영사님은 우리 Y국의 국민적 영웅이야. 영사로서 Y국을 대표하는 분인데.’ ‘저분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다니.’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당신 정체가 대체 뭐야?” 주다정도 놀라서 미칠 것 같았다. Y국은 그녀의 희망이었다. 그녀의 가장 큰 꿈이 Y국 영주권을 얻어 이민을 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H국 남자를 무시하고 마음속으로 경멸해 왔다. 비록 그녀가 평소에 몇몇 H국 남자들과 어울리기는 했지만 그건 모두 뭔가를 얻기 위한 도구로 그들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대니얼은 동혁에게 머리를 맞고 유린당했고 해리슨 같은 Y국 영사도 동혁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그간 자신이 가지고 있던 Y국에 대한 환상이 무너졌다고 느꼈다. 충격을 받은 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류성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해리슨과 여러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사석에서 늘 오만함이 넘쳐흐르는 해리슨에게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었다. 그런데 눈앞의 장면은 류성중의 마음을 너무도 복잡하게 만들었다.세화 역시 동혁을 복잡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동혁을 보며 대체 무슨 영문인지 의아해했다. 그 순간 정신이 멍해진 채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해리슨이 마침내 약간의 이성을 회복했다. 그는 용기를 내어 동혁을 올려다보았다.
“세화야, 이게 다 네가 이 바보를 그냥 둬서 이런 거야. 이제 너와 네 온 가족이 동혁이와 연루되게 생겼어.” “내가 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동혁이, 저놈과 관계를 끊을 거야.” 류성중이 세화에게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화는 얼굴이 종잇장처럼 창백해져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혁 씨, 우리 그냥 빨리 돌아가자. 하늘 거울 저택으로 가자고.” 집으로 피하는 게 지금 세화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리 집은 설 대도독의 경호원들이 있어서 해리슨 영사라도 감히 들이닥치지 못해.’ ‘임시방편일 뿐이지만 일단 시간을 벌고서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자.’ “여보, 겁낼 거 없어. 우린 아무 데도 안 가도 돼. 해리슨이 와서 사과할 때까지 기다리자.” 동혁은 세화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 세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이렇게 큰 일을 벌이고도 동혁 씨는 웃음이 나와?’ 세화는 할 수 없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동혁과 함께 기다렸다. ‘그래, 난 두 그룹의 회장이고, 동혁 씨는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야. 다른 사람이 와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잖아. 기껏해야 뭔가 대가를 치르면 그만이야.’ 세화는 동혁과 관계를 끊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부라면 무슨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 직면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외교관 통행증을 단 고급 차 몇 대가 명성호텔에 들어섰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신분을 묻는 호텔 경호원을 거칠게 밀치고 돌진했다. “다다다.” 바깥 복도에서 급하고 어수선한 발자국 소리가 나자 연회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하, 해리슨 영사님이 오셨나 보군.” 무릎을 꿇은 대니얼이 광기가 가득 담긴 표정으로 소리쳤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뛰어들어왔다. 그 가운데에는 외국인과 H국 사람이 있었는데 대부분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하 시장님, 스탠슨은 우리 영광스러운 Y국을 위해 피를 흘려 큰 공을 세운 공신이에요.” “당신들은 반드시 스탠슨을 때린 그 범인을 내놓아야 할 겁니다. 우리가 그놈을 처리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Y국의 공식적인 항의를 받을 거예요.” H시 시청 시장실. 금발에 구레나룻이 긴 한 백인 남자가 하세량에게 거만한 표정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바로 N도 주재 Y국 영사관의 영사 해리슨이었다. 바로 그대 대니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에서 상대방의 말을 들은 해리슨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이어서 버럭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죽일 놈, 대니얼, 네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게 분명 귀찮은 일이 생긴 거지? 그래서 일부러 나를 열받게 하는 거 아니야?” “하찮은 H국 인간 놈이 감히 어떻게 내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해? 어디서 그런 거짓말이야? 네놈이 죽고 싶어?” 해리슨은 대니얼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대니얼이 언급한 일은 근본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해리슨, 왜 믿지 못하겠어? 당신은 H국에서 순직한 Y국 초대 영사가 되는 거야.] 그런데 그때 다른 목소리가 전화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뜻밖에도 누군가 자신의 죽음 언급하자 성격이 불같기로 유명한 해리슨은 다시 벌컥 화를 냈다. “이 개X식이, 너 누구야? 감히 나한테 그런 막말을 하다니.” [내가 누군지, 못 알아듣겠어?] “10분의 시간을 줄 테니 튀어와서 내 앞에 무릎 꿇어. 그렇지 아니면 어디 가서 자살이라도 해야 할 거야.” 해리슨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동혁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연회장 안의 사람들이 모두 놀라 완전히 멍해졌다. ‘대니얼 씨를 무릎 꿇게 하더니, 이제는 Y국 영사를 무릎 꿇게 하겠다고?’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일을 모두 이미 직접 한번 본 상황이었다. 그래서 동혁이 해리슨 영사를 협박해 자살하게 하는 것도 아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설사 동혁이 지금 전화를 걸어 Y국 여왕을 무릎 꿇게 한다
털썩! 대니얼은 동혁에게 뺨을 세게 맞아 바닥에 쓰러졌다. 뺨 한대에 온몸이 저려오고 얼굴에는 감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동혁은 대니얼을 그대로 두지 않고 다시 다가와 그의 멱살 잡고 강하게 걷어차 다리종아리를 부러뜨렸다. “으아.” 대니얼은 가슴이 터져나갈 듯한 비명을 지르며 동혁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옆에 있던 주다정은 동혁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놀라서 얼굴빛이 하얗게 변했다. “너, 너 지금 뭐 하려고... 아!” 동혁은 주다정을 붙잡아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한 다음 발을 내밀었다. “아까 전에 말했잖아. 막돼먹은 개는 무릎을 꿇게 해서 내 신발을 깨끗이 핥게 해야 한다고.”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네놈이 뭔데 내게 그딴 걸 하라고 해?” “아, 네놈 아내가 시킨 거야?” 주다정은 화가 나 소리치며 동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동혁에게 또다시 뺨을 맞고 바로 얌전하게 굴었고, 눈물을 흘리며 동혁의 발밑에 머리를 내밀었다. Y국 귀족인 대니얼은 데릴사위인 동혁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주다정이라는 경제채널의 미녀 진행자는 동혁의 신발 밑창을 핥았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예상이 모두 틀렸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지금 이 상황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동혁이,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아? 네놈이 감히 대니얼 씨와 그의 파트너를 이렇게 대하다니. 아주 인생 끝장을 보려고 이러는 거야?” 정신을 차린 류성중은 눈앞이 캄캄했다. 그는 동혁이 미쳐 날뛴다고 생각하고 자신까지 때릴까 봐 겁이 나 멀찌감치 서 있다가 화를 내며 다가와 동혁을 꾸짖었다. “이 사장님, 골스 재단과 완전히 적이 되려고 이러십니까?” “어서 빨리 대니얼 씨를 일으켜 세우지 않고 뭐 하고 계세요?” 오늘 밤 연회를 계획한 의료공단의 왕근식 등도 모두 이번 사태에 휘말린 것을 후회하며 잇달아 동혁에게 한 마디씩 했다. “시끄러워요.” 동혁은 잔소리하는 사람들을 쳐다보지
“진 회장, 아무래도 당신 남편 장례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네.” 주다정은 동혁이 비명에 죽는 순간을 마치 본 것처럼 말했다. 세화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변했고, 손발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만해!” 대니얼은 날카로운 음성으로 주다정이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막으며 차가운 두 눈으로 동혁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이 미천한 H국 인간 놈, 네놈이 해리슨 영사님을 모욕한 것만으로도 넌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범한 거야.” “이 일이 해리슨 영사님에게 전해지기 전에 내가 그를 위해 먼저 나서야겠군.” 말을 하며 대니얼은 자신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강하게 손짓을 했다. “저 미천한 H국 인간 놈이 우리 영사님과 Y국을 모욕했어. 먼저 저놈의 팔다리를 부러뜨려 본떼를 좀 보여줘.” 10명의 경호원이 동혁을 노려보았다. 아까 전에 동혁이 경호원들에게 전해준 두려움은 동혁이 한 무례한 말과 함께 이미 완전히 사라졌고 오히려 그들에게 끝없는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해리슨 영사님은 전쟁터에 있을 때 우리의 오랜 상사였어. 동시에 우리 Y국의 희망이신 분이지. 어느 누구도 그분을 모욕할 수는 없어.” “이 H국 인간 놈, 죽여주마.” 한 경호원의 분노 가득한 음성과 함께 다른 9명의 경호원이 주저하지 않고 동혁에게 달려들었다. “동혁 씨, 도망가.” 세화는 비명을 지르며 동혁을 잡아당겼지만 동혁은 이미 몸을 돌려 세화의 앞을 가로막았다. 10명의 늑대 같은 경호원들을 상대로 동혁은 뜻밖에도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턱!” 그는 번개같이 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 다가온 경호원이 휘두른 주먹을 움켜쥐고는 조금 힘을 주었다. 전쟁터에 나갔을 때 팔이 통나무처럼 굵고 힘이 강했던 에이스 경호원도 동혁의 손에서는 병아리처럼 허약하기만 했다. “으아.” 팔의 뼈가 부러지며 처절한 비명 소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고통에 몸이 굳어버린 순간 동혁의 발길질에 맞아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퍽!
H국에 있는 Y국의 주재기관 중 최고위급 대사관 밑으로 영사관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다. H국에는 Y국 영사관이 모두 몇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N도에 있었다. ‘영사관 하나하나가 바로 Y국 전체를 대표해.’ ‘그런데 이동혁이 지금 그런 영사에게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이게 정말 미친 소리가 아니면 뭐야?’ “이런 쓸모없는 놈, 지금 현직 Y국 영사가 어떤 분인지 알고 하는 소리야? Y국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외교관으로 국외전장에도 가본 적이 있는 분이야.” “그런 분에게 네놈이 감히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네놈이 정말 죽는 게 뭔지 알고 싶어서 그래?” 류성중이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는 동혁 때문에 미칠 것은 심정이었다. ‘이 자식이 이 정도로 생각이 없는 놈인 줄 알았다면,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오늘 연회에 이놈을 참석시키지 않았을 거야.’ ‘지금 동혁이, 이놈이 한 말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해리슨 영사 귀에 들어가 가라도 하는 날에는 어떤 풍파가 일어날지 불 보듯 뻔한 일이야.’ ‘만약 이 일이 외교 갈등으로라도 번지면 오늘 밤 연회에서 공무원으로서 가장 직급이 높은 난 상상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될 거야.’ ‘해리슨 영사에게 해명하기 위해 내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몰라.’ “너 정신병 있는 거 맞지? 그래서 사실 넌 Y국 영사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 류성중은 최대한 이 일을 대충 얼버무리려고 화를 내고 다그치며 동혁을 얌전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동혁의 다음 말은 그의 두 눈에서 불을 뿜게 만들며 동혁을 산채로 찢어 죽이고 싶게 만들었다. “아뇨, 알고 있는데요. 현 Y국 영사는 해리슨이라는 사람으로 겉으로는 강한척하지만 실제로는 연약한 쓸모없는 인간이잖아요.” 동혁은 차분하게 계속 말했다. “전 그 해리슨이 지금 H시에 있는 줄은 알고 있어요. 이렇게 공교롭게 그 사람에게 와서 내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할 줄은 몰랐지만요.” 연회장에 오는 길에
한겨울의 서릿발처럼 이가 덜덜 떨릴 정도의 차가운 목소리로 대니얼이 이를 갈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온몸이 오싹하다고 느꼈다. ‘대니얼 씨가 이번에 정말 화가 단단히 났나 보네.’ “쫙!” 주다정이 갑자기 와인 한 병을 집어 들어 나오더니 동혁에게 세게 퍼부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게 만들었다.. “이 미천한 데릴사위 놈. 대니얼 씨가 살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데 감히 헛소리를 지껄여?”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대니얼 씨에게 아주 크게 혼날 테니까.” 주다정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다정 씨,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우리 남편이 언제 다정 씨에게 뭐라 한적 있어요?” 세화는 화가 난 채로 재빨리 냅킨을 동혁에게 건네주었다. 주다정은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으로 세화를 바라보았다. “사리분간도 못하는 여자 같으니라고, 뜻밖에 저런 쓸모없는 인간에게 자기 몸을 버리고 싶어 하다니. 이런 사람이 대니얼 씨의 침대에서 잠자리를 해도 그건 대니얼 씨의 고귀한 신분에 누가 될 뿐이야.” “당신은 지금 저 쓸모없는 인간을 신경 쓸 게 아니라 대니얼 씨의 화를 어떻게 풀지나 걱정해.” 주다정은 어떻게든 대니얼이 세화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려고 계속적으로 세화를 비하했다. “당신 말이면 다인 줄 알아요?” 세화는 주다정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 세화의 성품과 교양은 그녀 자신을 추잡하고 더러운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주다정처럼 굴 수 없게 했다. “여보, 흥분하지 마.” 동혁은 담담히 냅킨으로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기다려봐. 저 막돼먹은 X같은 여자를 내 앞에 무릎 꿇려서 내 발에 뿌린 술을 조금씩 핥게 할 테니까.” 세화는 동혁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그가 이미 주다정에게 화가 아주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 ‘동혁 씨는 원래 상대가 아무리 싫어도 그저 손바닥으로 뺨을 때려서 혼냈었는데?’ ‘뜻밖에 지금 그런 식으로 저 여자를 혼낸다고?’ “너 같은 쓸모없는 인간이, 나를?” 주다정은 시큰둥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