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에 대한 백천기의 연모의 마음을 동혁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아내가 이렇게 훌륭하니, 많은 구애자가 있는 것도 당연해.’ ‘뭐, 백천기 같은 놈들이 한둘도 아니고.’ 동혁이 매번 세화에게 찝쩍거리는 사람들을 일일이 다 처리할 수는 없었다. 주태진이나 허명신처럼 비열한 수단을 쓰지 않는 한 동혁은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해 막을 생각도 없었다. 동혁은 백천기가 새롭게 등장한다고 해서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백천기가 아직 동혁이 경계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창하 삼촌, 혜진 이모, 이번에 제가 H시 온 김에 두 분께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이때 백천기가 가서 상자 몇 개를 들고 왔다. 류혜진은 연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이고, 처음 보는 사이에 천기 씨는 뭘 이런 걸 다 준비했어요? 저흰 괜찮아요.” 그들은 모두 세화에 대한 백천기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세화는 이미 동혁과 결혼했다. 백천기는 훌륭한 젊은이지만 세화와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진창하 부부는 백천기의 선물을 받기가 매우 꺼려졌다. 백천기는 그런 걱정을 눈치챈 듯 살짝 웃었다. “작은 선물 몇 개이고,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니 삼촌, 이모님도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세요. 어린 제가 어른 두 분을 처음 뵙는 자리인데 당연히 작은 성의라도 보여야죠.” “언니, 그냥 받아요. 원래 우리가 선물을 사야 했는데, 천기가 말을 듣고는 먼저 준비했어요. 그냥 천기의 마음이라고 생각하세요. 별로 비싼 물건도 아니라잖아요.” 류혜연도 권했다. 류혜진은 어쩔 수 없이 상자 두 개를 가져갔다. 백천기가 진창하를 위해 준비한 것은 다리 마사지기이다. 진창하는 하루 종일 휠체어를 타서 다리 기능이 심하게 퇴화되었다. 그래서 동혁은 자주 그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혈액이 잘 순환하도록 다리를 안마했다. 류혜진의 것은 화장품 한 세트이다.확실히 비싸지 않은 작은 선물이었다. 특히 어린 나이에 이미 수백억 원의 재
작은 상자를 여는 순간, 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백천기의 손에서 한 송이의 활짝 핀 장미꽃이 눈길을 사로잡는 분홍빛을 발산했다. 그 순간 모든 사람이 장미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저건 진짜 장미가 아니라 다이아몬드야!’ 이 다이아몬드는 그 자체로 눈부신 분홍빛을 내뿜고 있으며, 여기에 최고급 다이아몬드 컷팅 공법이 더해져 있었다. 그래서 모두 첫눈에 보았을 때 분홍 장미로 착각한 것이다. 지금 룸 안에 있는 몇 명의 여자들은 이미 이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에 모두 취한 것 같았다. 그만큼 너무 예뻐서 여자의 마음을 단번에 자극했다. “현소야, 저 분홍 장미는 뭐야?” 류혜연은 흥분하며 딸에게 물었다. 장현소도 감탄하며 대답했다. “저건 핑크로즈라는 다이아몬드 목걸이예요. 며칠 전, 한 인기 여자 연예인이 경매에서 이 핑크로즈를 놓쳐서 인스타 검색어에 올랐었어요.” “그때 핑크로즈 특별 경매에서 한 정체 모를 젊은 부자가 20억 원에 낙찰받았다고 했는데, 그 젊은 부자가 바로 천기 오빠일 줄은 몰랐어요!” 이번에는 룸 안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백천기를 바라보았다. ‘천기가 20억 원의 돈을 써, 저 핑크로즈를 낙찰받아서 세화에게 선물한다고?’ 이번에는 세화도 약간 놀란 눈으로 백천기를 보았다. ‘천기가 날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 “세화야, 며칠 전 H시에 너를 만나러 간다는 것을 알고 이 핑크로즈를 선물하려고 준비했어. 왜냐하면 이 목걸이가 그 여자 스타보다는 너에게 더 잘 어울릴 수 있는 물건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야.”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핑크로즈는 오직 너에게만 어울릴 거야. 어때 마음에 들어?” 백천기가 웃으며 물었다. “너무 귀해서 난 받지 못하겠어.” 세화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가치로 따지면 내 눈에는 이 핑크로즈가 네 부모님께 드린 몇 십만 원짜리 선물과 별다를 바 없어. 단지 옛 친구에게 내 작은 마음을 표하는 것뿐이야.”
퍽! 동혁의 손에서 폭음이 들렸다. 모두들 동혁의 손을 보며 펴질 때까지 기다렸다. 온전했던 10캐럿의 핑크 다이아몬드가 이미 무수한 미세한 결정체로 변해버렸다. 동혁이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자 부서진 다이아몬드 가루가 부스스 땅에 떨어졌다. 룸 안의 모든 사람들은 놀라 동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지금 다이아몬드를 부쉈다고?’ ‘어떻게 그게 가능해?’ 다이아몬드는 자연계에서 가장 단단한 재료로 알려져 있다. 만약 진짜라면 상식적으로 사람의 힘으로 부술 수 없다. 그러나 이 다이아몬드가 부서졌다는 것은 정말 동혁이 말한 대로 가짜 다이아몬드라는 증거였다. 당황한 백천기는 입꼬리를 떨었고, 한참 동안 동혁을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핑크로즈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백천기는 당연히 잘 알았다. ‘전문 감정서가 집에 있는데 저건 절대 가짜가 아니야!’ 그런데 동혁은 핑크로즈를 억지로 부쉈다. 이렇게 되면 설령 다이아몬드가 진짜일지라도 모두 가짜가 된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펄쩍 뛰며 벼락같이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러나 백천기는 냉정을 유지하며 동혁에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경솔했어요. 이 가짜 핑크로즈를 처음 볼 당시 세화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에 감정사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동혁 씨에게 감사해야겠군요. 만약 동혁 씨가 가짜 다이아몬드임을 눈치채지 못했다면, 세화의 목에 걸고 다녔을 때 언젠가 다른 사람이 알아봤을 것입니다. 그때는 정말 웃음거리가 될 뻔했어요.” 그러면서 세화에게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사과할 필요 없어. 가짜라고 해도 난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동혁 씨가 아무 말 없이 깨뜨려버려서 너무 아까워.” 세화는 동혁을 노려보며 재빨리 말했다. 그녀에게 그 핑크로즈가 진짜든 가짜든 20억 원의 가치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그저 딱 봐서 예쁘면 충분했다.동혁은 세화에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백천기를 흘끗 쳐다보았다. ‘허, 이 사람 생각보다 까다로운 상대인데?’ 본래 동혁은 다이아몬드를 부수면
장현소는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아까 전에 핑크로즈를 본 것보다 더 놀라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와, 말도 안 돼! 이, 이게 설마 여신의 마음?” “현소야, 여신의 마음이 유명해?” 장현소의 감탄이 류혜연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신의 마음이 S시의 한 대형 보석 전시회에 등장했을 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그때 모두가 여신의 마음을 보고 얼마나 감탄했는데요!” “디자이너가 업계 최고라고 평가받는 로란 선생님이에요. 로란 디자이너 선생님은 앞으로 이렇게 좋은 작품은 다시 디자인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 후 여신의 마음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H시 홀리데이 주얼리 그룹 회장이자 보석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향군 회장 집에 소장하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어요. 누가 수십억 원을 제시해도 이 회장은 팔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장현소는 너무 흥분해서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설마 세화 언니 목에 있는 게 정말 그거 아니겠지?” 장현소의 말이 끝나자, 룸 안의 모든 사람들이 모두 놀라서 동혁을 쳐다보았다. ‘수십억 원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그걸 동혁이 세화에게 선물했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이동혁은 도대체 정체가 뭐야?’ 특히 류혜진은 입이 안 닫힐 정도로 크게 놀랐다. “세화 언니, 좀 보여주시겠어요?” 장현소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 “그래.” 세화는 목걸이를 빼서 장현소에게 건네주었다. 류혜연은 긴장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 “현소야, 넌 진짜 여신의 마음을 본 적이 있어? 그럼 그게 진짜야?” 백천기도 지금 여신의 마음을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장현소는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내려놓았다.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그때 여신의 마음이 전시장에 있기는 했지만, 자세히 관찰할 기회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세화 언니 목걸이에 달린 이 다이아몬드는 소재나 커팅 솜씨 모두 최고라 진짜 여신의 마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거 같아요.” “그렇다면 네가 말한 그 여신의 마음일 가
동혁은 조금 어이가 없었는데, 세화가 어리석게도 그가 성세그룹의 회장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그 이유를 직접 설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남들 생각은 신경 안 쓰니까, 세화만 괜찮으면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성세그룹의 회장이든 아니든, 나와 세화의 사이가 영향을 받지는 않으니까.’ 세화는 동혁을 싫어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세화의 말을 듣는 다른 사람들은 동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신병원?’ ‘환자라고?’ 백천기가 동혁의 눈빛을 보고 갑자기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모님, 대체 무슨 일이길래, 동혁 씨가 여태 정신병원에 있었어요?” “동혁이가 가족과 갈등이 있어서 정신병원에 강제로 끌려가 몇 년 동안 갇혀있었던 거야. 사실 동혁이는 병이 없었는데, H시의 사람들은 여전히 동혁이가 바보인 줄 알고 아직도 우리를 비웃고 있어.” 동혁은 이제 전도유망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 류혜진은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같은 질문에 늘 고개를 들지 못했던 예전의 그 류혜진이 더 이상 아니었다. 그녀는 웃으며 류혜연에게 말했다. “혜연아, 동혁이가 환자라면 강오그룹에 출근할 수 있겠어?” “게다가 동혁이는 첫 출근에 장해조 회장의 눈에 들어 보안부 부장으로 파격 발탁되어 경영진에 들어갔다고.” “아마 너희들은 강오그룹을 모르시겠지만, 우리 H시에서는 쟁쟁한 큰 그룹이야!” 원래 류혜연은 만약 동혁에게 정말 정신병이 있다면, 류혜진 등을 설득해 세화를 백천기와 이어주어서 조카인 세화가 불구덩이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 했다. 하지만 류혜진의 말을 듣고 그녀는 여전히 백천기에게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저 이동혁에게 병이 없고, 세화도 저 사람을 저렇게 좋아하니 목걸이가 가짜인지 진짜인지도 상관없어하는 거 아니겠어?’ ‘게다가 언니도 이동혁에게 만족하는 거 같네.’ ‘이러면 이제 기회란 전혀 없지.’ 백천기는 약간 실망했지만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이 예전처럼 좌절감으로 가득하지는 않았다.
천미의 뒤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따라왔다.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온몸이 다부지고 건장했다 얼굴 역시 단단해 보이는 것이 딱 봐도 고수들이었다. 문에 들어선 후 모두 살기등등하게 동혁을 노려보았다. 분위기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룸 안 공기는 마치 납처럼 무거웠다. 세화 등은 질식할 것처럼 숨이 턱턱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천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사람들을 더 숨 막히게 했다. “언니,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해. 동혁 씨가 어떻게 장 회장님을 죽일 수 있어?” 세화는 반사적으로 불쑥 말이 튀어나왔다. ‘동혁 씨가 장 회장님을 살해해?’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동혁 씨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어디 있어?’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의아해하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탁! 천미가 손을 휘둘러 탁자 위에 사진들을 던졌다. 세화가 그 사진들을 들고 살폈지만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사진들은 강오빌딩 CCTV에서 추출한 거야.” 천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전 10시 반에 보안부 사람들이 함께 강오빌딩의 안전에 대한 일상적인 조사를 실시한 일이 있었어. 그런데 도중에 이동혁이 혼자 아버지의 개별 사무실 층으로 이동한 거야. 아버지는 그때 평소처럼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 그곳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계셨어.” “그렇게 얼마 후 이동혁이 당황한 채 계단을 뛰어내려와 강오빌딩 밖으로 나갔어!” “그리고 다시 얼마 후 아버지의 비서가 올라가 오후 일정을 보고하는데 아버지가 등나무 의자에 누워서 몇 번을 불러도 안 일어나시는 거야. 바로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 사람들을 불러서 살펴보니까...” 천미는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눈빛만은 오히려 동혁을 차갑게 째려봤다. 손에 쥔 칼이 자꾸 떨려왔다. 지금 천미는 언제라도 동혁의 머리를 단칼에 베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 아버지가 이미 숨을 거두셨어!”헉! 세화의 가족들이 이 말을 듣는 순간 놀라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장
지금 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동혁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세화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았다. “동혁 씨, 왜 도망가려고 했는지 말해봐? 무언가 본 게 있는 거야?” “난 장 회장님 사무실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계속 말했다. “여보의 구조 문자를 받고, 바로 여보를 도우러 내셔널센터로 간 거야.” 말을 들은 천미가 세화를 바라보았다. “구조문자라고? 세화 너 위험했던 적이 있었어? 아니면 동혁이가 또 우릴 속이는 거야?” “난 동혁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는데, 동혁 씨가 그런 문자를 받았다고 해서 그때 우리는 누군가 장난을 한 거라고 의심했었어.” 세화는 동혁을 주시하며 사실대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것도 다 동혁이의 일방적인 얘기잖아?” 천미는 죽일 듯이 동혁을 노려보면서 단칼에 동혁을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있었다. 세화는 자신이 동혁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동혁은 세화가 주저하는 것을 눈치채고 말했다. “여보, 나를 믿어. 내가 하지 않았다고 하면 하지 않은 거야.” “변명은 그만둬!” 천미는 소리를 지르더니 갑자기 사진 몇 장을 더 동혁의 몸에 던졌다. 그 사진에 뜻밖에도 동혁이 백세종과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천미가 이를 갈며 말했다. “이동혁, 이건 천일이 나에게 준 사진이야. 염동철의 부하가 얼마 전에 너를 찾아가서 너에게 슈퍼카 두 대, 벤츠 7인승 미니밴 한 대를 선물했어. 맞지?” “염동철은 우리 아버지의 오랜 앙숙이었으니, 분명 그들이 너를 사주했을 거야.” ‘뭐라고!’ 세화의 가족은 모두 자리에서 멍해졌다. 제시된 각각의 증거들이 동혁이 장해조를 죽일 충분한 동기가 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세화조차도 마음속으로 사진 속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을 정도였다. 류혜진이 분노하여 말했다. “동혁이 네가 태휘, 화란이 우리 집을 판 돈으
조동래의 말이 끝났다. 그러자 뒤에 있던 경찰들이 방으로 뛰어들어 동혁을 데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천미가 데려온 사람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경찰관들이 잇달아 화를 냈다. 천미가 데려온 부하들은 모두 오랜 세월 동안 칼에 피를 묻혀온 사람 들인 만큼 이 정도쯤으로 놀라지 않았고 전혀 물러섬 없이 경찰과 맞섰다. “선 부사장님, 이게 무슨 뜻인가요?” 조동래는 안 좋은 표정으로 천미를 바라보았다. “조 경감님, 이 사람은 저희가 강오그룹으로 데려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천미가 차가운 음조로 대답했다. 조동래가 콧방귀를 뀌었다. “심 부사장님, 분명히 말하는데 여긴 엄연히 법치 사회입니다.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시 경찰서에 입건되었으니, 이 일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조동래가 다시 손을 흔들었다. 철컥! 경찰관들이 잇달아 총을 꺼내 들었다. 이번엔 강오그룹의 사람들의 안색이 잇달아 크게 변했다. 천미는 심호흡을 하더니 동혁을 차갑게 한번 쳐다보았다. “우린 가자!”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고,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세화의 표정마저 못 본 척했다. 강오그룹의 사람들이 떠나고 동혁도 경찰에게 끌려갔다. 룸 안의 팽팽했던 공기가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벋어 난 류혜연의 가족은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이동혁의 인품이 그렇게 비열하다니. 죽은 장 회장이 호의로 자신을 발탁해 줬는데, 세화의 그 친구에게 몇 마디 훈계를 들은 것을 가지고 사람을 죽일 줄은 정말 몰랐어!” “세상에 별 나쁜 놈들이 천지라니까요!” “그러니까 이동혁은 세화 누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제가 진작에 말했잖아요!” 류혜연의 가족들의 의견이 분분했다.세화의 가족들은 이 말들을 듣고 가슴 찔리듯이 아팠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세화와 류혜진도 동혁이 이런 미친 짓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언니와 세화도 너무 열내지마. 이동혁이 잡힌 건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