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리를 듣고 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살기 가득한 동혁이 문 앞에 나타나 그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이, 이동혁? 네가 살아서 돌아오다니! 이럴 수가!”진태휘와 진화란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무의식적으로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세화는 가냘픈 몸을 부르르 떨었다.세화는 땅바닥에 앉아 고개를 돌려 동혁의 얼굴을 똑똑히 보자, 갑자기 얼굴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그리고는 전보다 더 심하게 울었다.세화는 땅에서 일어나 바로 동혁의 품으로 달려들었다.“동혁 씨, 미안해, 나 대신 가라고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세화는 동혁을 껴안고 계속 사과했다.“여보, 나한테 미안할 거 없어. 내가 말했잖아, 난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동혁은 세화를 꼭 껴안고 위로했다.한참 후에야 세화의 슬픈 기분이 가라앉았다.세화는 동혁의 온몸을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았고, 동혁이 온전하다는 것을 발견한 후에야 비로소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동혁은 진태휘, 진화란 남매에게 다가가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당장 내 아내에게 사과해!”“이동혁, 네가 뭔데 우리한테 사과를 시켜?”진화란은 욕을 하면서 뒤로 물러서려 했다.하지만 진화란은 동혁의 손바닥보다 빠르지 못했다.찰싹!동혁은 진화란의 뺨을 때려 그녀를 땅에 꿇렸다.찰싹!진태휘도 바로 뺨을 한 대 맞았다.분명히 얼굴을 맞았는데, 두 다리가 걷잡을 수 없이 떨리며 자연히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방금 내 아내를 모함하고도 무릎만 꿇게 한 것은, 너희가 모두 진씨 가문 사람이기 때문이야.”동혁은 차갑게 말했다.‘이 남매는 입이 너무 악독해.’‘세화가 다시 시집을 가려고 했다고 모욕하고, 일부러 내가 죽었다고 모함하다니!’분명히 동혁이 자발적으로 세화를 대신해서 간 것이다.그럼에도 세화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2억 원을 빌려서, 김대이와 박용구에게 동혁을 대신해서 체면을 세워달라고 부탁했다. 동혁의 마음속에서 아내인 세화는
“동혁 씨, 거짓말하지 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세화는 동혁을 쏘아보았다. 동혁이 건강하게 돌아온 것만으로도 세화는 만족했다. 다른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이동혁, 네가 정말 주씨 가문을 파멸시켰어? 어떻게 된 일이야? 방금 건축자재협회가 무너지고 주원풍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때 진한영 등이 쫓아 나오더니 마침 동혁의 말을 듣고 얼른 물었다. 세화는 갑자기 놀라 동혁을 쳐다보았다. 동혁은 진한영 등은 쳐다보지도 않고 세화에게 설명했다. “난 거짓말한 게 아니라니까! 주원풍이 나에게 복수하려고 해서 그래서 내가 주씨 가문을 파멸시켰어. 내일 여보가 주성그룹을 인수하기만 하면 돼.” 진한영은 순간적으로 기뻐했다. “이동혁, 네가 건축자재협회를 신고한 거야? 주성그룹을 진씨 가문에게 돌려주는 것이 바로 네가 신고한 보상이고!” 진한영이 생각했을 때, 동혁은 확실히 악질조직원을 제거해 건축자재협회를 무너뜨릴 힘이 없었다. ‘기껏해야 신고한 공로로 얻은 것이겠지.’ 동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혁은 그저 진한영을 상대하기 싫었다. 진한영은 그저 동혁이 그냥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생각했다. 동혁에게 가까이 와서 어깨를 툭툭 치며 늙은 얼굴을 내밀며 웃기 시작했다. “훌륭한 손녀사위, 이번엔 아주 잘했어.” “세화야, 내일 우리가 함께 주성그룹을 인수하러 갈게. 그 당시 주씨 가문이 진성그룹을 나눠 가졌는데, 지금 그 죄의 업보를 받았으니, 이제 물건도 원주인에게 돌려줄 때가 되었어. 하하…….” 다른 진씨 가문의 사람들도 기뻐했다. ‘주원그룹을 되찾는다면, 우리 진씨 가문은 상위 1% 명문가가 될 거야!’ 동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들도 따라올 수 있지만, 주원그룹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우리 집의 공로이자 세화의 공로야. 그러니 주원그룹은 세화의 말대로 해야 해!” 동혁은 세화를 데리고 훌쩍 떠났다.진태휘와 진화란은 동혁이 완전히 떠날 때까지 감히 일어서지 못하다, 이제야 걸어 나왔다. 진
“주소를 알아?” 동혁은 차에 타서 바로 물었다. 예전에 항남의 전 부인 수소야가 동혁에게 주소를 알려줬었다. 하지만 선우설리의 일처리 능력으로 동혁이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주소는 이미 다 알아냈다. “구시가지로 가요.” 선우설리는 운전기사에게 지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H시의 구시가지에 도착했다. 이 지역에 들어서자 동혁은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선우설리가 괜히 항남의 부모님께서 잘 지내지 못하신다고 말한 게 아니었어.’ 이곳의 환경을 보고 동혁은 두 노인이 잘 지내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생활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울퉁불퉁한 길 양쪽으로 모두 낮으면서 낡은 집들이 이어졌다. 어젯밤에 큰비가 내린 탓으로 온 땅이 구정물에 진흙탕이 되어 지대가 낮은 집으로 흘러들어 갔다. 어디 하수도가 막혔는지 모르겠다. 공기 중에는 사라지지 않는 악취가 가득했다. 각종 엉망진창으로 하얗게 이끼가 낀 광고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어디서나 충격적인 마약 금지 표어와 만화를 볼 수 있다. 거리에서 여러 개의 구식 댄스장을 볼 수 있었는데, 삼삼오오 무리를 이룬 노란 털의 깡패들이 담배를 물고 댄스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꽃단장을 한 여인들이 들락날락했다. H시에는 이런 유료 댄스장이 유행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단속 피하기였다. 어두컴컴한 댄스장은 사람들로 붐벼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어떤 행위도 다 할 수 있었다. 부류가 다른 사람들이 뒤섞인 곳에서는 충돌도 자주 발생했다. 싸움이나 구타 심지어 죽은 사람도 흔히 있는 일이다. 동혁이 한눈에 보기에도 이 구시가지는 혼란스럽고 진부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바깥에 있는 신도시와는 완전히 별개의 세계였다. “이런 환경에서 사니 그날 마리가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된 것이 우연이 아니지.” 동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창밖을 보았다. 항남의 가족은 세화의 가족 상황과 매우 유사했다. 모두 변고를 당해 가세가 기울었다. 하지만 세화 가족은 어쨌든 중소 가문이라도 진씨 가문에
박두식의 손바닥이 백문수의 얼굴에서 몇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박두식은 사납게 고개를 돌려 갑자기 단독주택 입구에 나타난 동혁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내가 누군지 알아? 감히 나를 위협하다니? 조용히 말할 때 그냥 꺼져라.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두 노부부는 내 형제의 부모야. 그러니 이 일은 내가 참견해야겠어.” 동혁은 마당으로 들어서자 안이 온통 난장판인 것을 발견했다. 마리의 자전거까지 산산조각이 났다. 동혁이 오기 전에, 이미 박두식이 부하들과 함께 항남의 집을 한 차례 때려 부쉈다. “네가 항남, 그 죽은 귀신의 형제라고?” 박두식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사악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이 일은 네가 참견할 수 있지. 어쨌든 이 두 늙은이는 돈을 갚을 수 없으니, 그럼 4000만 원은 네가 그들을 대신해서 갚던가!” 박두식이 항남을 욕하는 것을 듣고 동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내 형제를 욕하면, 그 대가는 맞는 것밖에 없지.” 동혁은 박두식의 앞으로 가서, 손바닥으로 뺨을 때려 박두식의 뺨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이 개X식이, 너 죽고 싶냐?” 박두식은 자신의 몇 명의 동생이 옆에 있는데도 동혁이 감히 자신의 뺨을 때릴 줄은 몰랐다. 박두식은 버럭 화를 내며 모래주머니만 한 주먹을 들어 동혁을 세게 내리쳤다. 동혁도 자신의 주먹으로 박두식의 주먹을 쳤다. 두 주먹이 서로 부딪히자 박두식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박두식은 벽에 기대어 팔을 힘없이 늘어뜨렸다. ‘부러졌어!’ 박두식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동혁을 바라보았지만, 동혁은 아무 손상이 없었다. “뭘 멍하니 있어, 이놈의 버릇을 고쳐 놔라!” 박두식은 부러진 팔을 감싸며 살기등등한 소리로 외쳤다. 멍하니 있던 부하들이 정신을 차리고 동혁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들이 동혁 앞으로 오기도 전에 선우설리의 뒤에 있던 운전기사가 이미 손을 쓰기 시작했다.마치 늑대가 양 무리에 들어가 휘젓는 것처럼 이 깡패들을
“문수 아저씨, 수아 이모, 비록 항남이 없지만, 앞으로 제가 두 분의 아들이 될게요. 제가 항남이 대신 효도하겠습니다. 항난그룹도 다시 찾아오고요.” 동혁은 서둘러 두 노인을 위로했다. 아들의 좋은 형제가 집에 찾아와 두 노인은 이미 매우 기뻤다. 항난그룹을 되찾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고, 동혁이 그런 능력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백문수 부부는 항남에게 죄를 지은 사람들의 세력이 하늘을 찌를 듯이 대단해서 절대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동혁이 이렇게 자신들의 일에 끼어들자, 두 노인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혁아, 빨리 여길 떠나. 그 박두식의 첫째 형님은 박형식이야. 박형식이 반드시 부하들을 데리고 와서 복수할 거야!” 그러자 백문수는 초조하게 말했다. 아까 대머리 박두식이 떠날 때 박형식을 찾아 복수를 하겠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 박형식은 구시가지에 오랫동안 숨어 있던 깡패였다. 수하에 수십 명의 깡패 패거리를 키웠는데, 근처에 있는 불법 댄스장은 바로 박형식이 관리하고 있었다. 박형식은 고리대금 회사도 차렸다. 듣자니 몇몇 불법 도박장도 박형식의 것이라고 했다. 도박에 미친 도박꾼이 박형식에게 돈을 빌려 쓰고, 도박으로 다 잃자 집과 차까지 박형식이 빼앗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여기 구시가지 무법천지에서, 아무도 감히 박형식과 그 부하들의 미움을 살 수 없었다. 한 술집을 차린 사장이 박형식의 돈을 빌려서 갚지 못했다. 박형식은 부하 수십 명의 깡패들을 직접 불러 빚을 독촉했다. 이들은 손으로 사람을 때리지도 않고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지만, 그저 새까만 옷을 입고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러니 누가 감히 들어가서 음식을 먹을까? 장사가 당연히 되지 않았다. 단순한 사업 분쟁이기 때문에 경찰서 사람들이 와도 그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박형식은 이렇게 억지로 사장에게 돈을 갚으라고 강요했다.돈 많은 사장도 역시 박형식을 어쩌지 못했다. 만약 백씨
인상이 험한 한 남자가 태평스러운 걸음으로 단독주택에 들어섰다. 박형식은 왼쪽 볼에 흉터가 있는데 관자놀이에서 턱까지 이어져 있었다. 살갗이 뒤집힌 흉터는 마치 지네처럼 그의 얼굴을 더 흉악하게 보이게 했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 놈이 바로 구시가지에서 악명 높은 깡패, 박형식?’ 박형식이 담배를 물고 음흉한 두 눈을 부릅뜨고서, 인기척을 듣고 방에서 뛰쳐나온 백문수 부부를 노려보았다. “백문수, 내 동생을 때린 그놈 어디 있어? 나오라고 해!” 노부부는 박형식의 고함 소리에 놀라서 온몸을 떨었다. 방금 전에 동혁이 자신이 회장이고 두 명의 암흑가 형님을 불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시가지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박형식을 보면서 여전히 마음속에 생기는 두려움은 어쩔 수 없었다. “형식 형님, 동혁이는 제 아들의 동창입니다. 우리를 보러 왔다가 동생 분이 저희를 괴롭히는 줄 알고 때려서 다치게 한 겁니다. 형식 형님이 이번엔 관대하게 봐주시죠. 동혁이를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 동생 분의 병원비는 저희가 배상하겠습니다!” 백문수는 사정했다. “병원비? 내가 2억 원을 가져오라고 하면, 너희 두 늙은 가난뱅이가 내놓을 수 있어?” 박형식은 시큰둥한 콧방귀를 뀌며 무섭게 말했다. “그 녀석보고 당장 나오라고 해. 그가 누구이든 내 형제를 때린 이상, 오늘 구시가지에서 나갈 수 없어!” 박형식은 구시가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깡패였다. 그래서 아무도 감히 박형식의 부하를 건드리지 못했다. ‘오늘 하찮은 것들에게 제대로 경고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른 것들도 내 앞에서 건방을 떨 거야.’ “어떻게 구시가지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는지 두고 봐야겠는데?” 동혁은 방에서 나와 무표정한 얼굴로 박형식을 보았다.박형식이 웃었다. “이 녀석 배짱이 꽤 두둑한데? 내 형제의 팔을 부러뜨릴 만해. 보아하니 솜씨는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봐야 네 밑천이 이게 다겠지!” “다들 들어와!” 우르르…….박형
골목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백문수 집 앞에서 골목 입구까지 막혔다.사람들이 적어도 몇 백 명은 되어 보였다.박형식과 그의 부하들은 모두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많은 사람들이 이미 두 다리를 떨며 놀라서 오줌을 지리려 했다.“세상에나!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설마 모두 나 때문에 온 거야?”박형식은 이마를 닦았지만 연신 식은땀이 흘렀다.이때 골목의 사람들이 저절로 갈라지면서 길을 비웠다.그 사이로 두 사람이 다급한 걸음으로 걸어왔다.그 두 사람을 보자 박형식은 갑자기 심장이 떨렸다.박형식은 얼른 마중하며 허리를 굽혔다.“대이 형님, 용구 형님을 뵙습니다. 두 분이 어떻게 구시가지까지 다 오셨습니까?”박형식은 일찍이 암흑가 두목들이 조직한 모임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다행히 그때 이 둘을 만난 적이 있었다.어제 15명의 암흑가 두목들이 잡혔을 때, 이 두 사람이 바로 암흑가 두목들 중 유일하게 남은 사람들이었다.게다가 박형식은 이 두 두목이 어제부터 이미 15명의 암흑가 두목들이 남긴 세력 공백을 가로챘다고 들었다.지금 김대이와 박용구의 지위는 더더욱 아무도 흔들 수 없다.“넌 누군데? 꺼져!”박용구는 박형식의 뺨을 때리고, 한편으로 자신의 부하에게 물었다.“여기가 바로 형님이 지시한 곳이야?”“네, 형님. 바로 여기 단독주택입니다.”박용구와 김대이는 눈을 마주치고는 서둘러 단독주택으로 들어갔다.박형식의 부하들은 감히 막을 수 없었고, 당황해서 바로 길을 양보했다.박형식은 영문도 모른 채 뺨을 한 대 맞았고,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김대이와 박용구 두 사람은 바로 동혁의 앞으로 달려가 허리를 굽혀 끊임없이 머리를 숙이며 죄송한 듯 말했다. “형님, 저희가 형님이 당부하신 일을 잘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잘못했어요!” ‘형님?’ ‘또 무슨 거물이?’ ‘왜 김대이와 박용구 같은 큰손도 그를 상대하는 것조차 이렇게 두려워하지?’ 박형식과 수십 명의 부하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부
“수아 이모, 걱정 마세요. 저는 암흑가 두목이 아니에요.” 동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그러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항남의 부모님에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김대이가 영리하게 얼른 나서서 공손히 말했다. “이모님, 어제 그 깡패 수천 명을 잡은 사람이 바로 저희 형님입니다!” “맞아요, 어제 그 특별 작전의 총지휘관이 바로 저희 형님입니다!” 박용구도 얼른 말했다. 백문수 부부는 문뜩 깨달았는데, 왜 김대이와 박용구가 동혁을 두려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 ‘말 안 들으면 자기들도 잡힐까 봐 무서웠던 거야.’ 그리고 박형식과 그의 부하들은 더욱 놀라 쓰러질 뻔했다. ‘지금 밖에 소문이 다 퍼졌는데.’ ‘어제 체포된 그 15명의 암흑가 두목들은 틀림없이 총을 맞을 거야. 한 명도 도망갈 수 없을 걸!’ 그러자 동혁은 박형식을 바라보았다. “내 형제가 항남이 네게 4000만 원을 빚졌다고?” “아닙니다, 아닙니다, 형님. 제가 잘못 기억했습니다. 백 회장님은 저에게 빚진 것이 없습니다. 오해했어요. 오해!” 박형식이 박두식에게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원래 공갈 협박이었다. 항남이 박형식에게 돈을 빚졌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2년 전, 항남이 항난그룹의 회장이었을 때. 항남의 배짱이 아무리 두둑했어도 그는 감히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 빚진 게 없군. 그럼 계산은 깨끗이 정리가 된 거군.” 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형식이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할 때, 동혁의 안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럼, 지금, 네가 항남의 가족에게 진 빚을 말해봐.” 동혁은 방금 방 안에서 백문수 부부에게 들었다.박형식이 사람을 보내 그들을 협박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매번 올 때마다 집을 부수고, 손에 잡히는 대로 다 때려 부쉈다. 거기에 노부부도 몇 차례 맞은 적이 있었다. 심지어 마리의 뺨을 때리고, 돈을 주지 않으면 마리를 인신매매범에게 팔아 손발을 부러뜨려 구걸하게 하겠다고 협박도 했다. 아직
갑자기 나타난 중년 남자의 관상을 보니, 충후하고 의리가 있으면서도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지금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천용훈의 촬영팀을 향해 말했다.“쳇, 원래 쇼를 강제로 차지하고서 구조 작업을 지체되게 만드는 거야!”중년남자의 말을 들은 주위의 자원봉사자와 병사들은, 일제히 경멸하는 야유를 보냈다.‘이 고무보트는 천용훈 촬영팀이 직접 가져온 줄 알았는데, 원래 구호물자인 줄은 몰랐네.’이제는 모두들 더욱 화가 나서, 잇달아 즉시 촬영을 멈추고 고무보트를 양보하라고 고함쳤다.사람들이 일제히 핍박하자, 천용훈 촬영팀은 난처해졌다.울그락불그락하던 그 스태프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너희 가난뱅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어!”“우리 천용훈 씨의 일은 하늘보다 더 대단해. 여기서 성가시게 개소리 하지 마!”사람들이 소리치자, 그는 또 고무보트의 주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가 고무보트를 빌려서 쓰겠다는데 어쩔 거야! 당신 돈을 원하는 거 아니야? X발, 뭘 그렇게 정의롭게 말하는 척하고 있어!”“자, 내가 바로 돈을 보내주겠어. 20만원이면 충분해?”“부족하면 내가 2백만 원 줄게. 됐지! 빌어먹을 거지들. 우리 천용훈 씨 돈으로 당신을 때려 죽일 수도 있어!”오만함이 극에 달한 그 스태프는 정말 핸드폰을 꺼내서 바로 돈을 이체하려고 했다.화가 난 중년 남자가 귀밑까지 새빨개지면서 소리쳤다.“누가 네 더러운 돈이 좋다고 했어!”“나는 단지 사람을 구하고 싶을 뿐이야. 이 고무보트는 내 것이야. 빨리 노인과 아이를 보트에서 내리게 하고 보트를 돌려줘!”중년남자는 말하면서 고무보트 안의 아이를 안으려고 했다.짝!갑자기 그 스태프가 중년남자의 따귀를 때리면서 소리쳤다.“잘 대해 주니까 고마운 줄을 몰라! 꺼져!”“왜 사람을 때려!”분노한 중년 남자가 뺨을 가린 채 소리쳤다.주위의 자원봉사자들도 천용훈의 사람들이 이 정도까지 날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너를 때렸는데 어쩔 거야? 천용훈 씨에게 미움을 샀
“됐어요, 됐어. 성가시게 굴지 말아요.” “이 영감님이 왜 이렇게 쓸데없는 말이 많아? 우리가 돈을 안 준 것도 아닌데!”“얼른 찍어!”스태프들도 더워서 견디기 힘들었다. 게다가 더럽고 냄새나는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기분이 좋다면 이상할 것이다.얼른 노인의 말을 끊었고, 입만 열면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노인은 임시로 구한 판자촌 주민이다. 원래 사회의 맨 밑바닥 계층의 사람이라 이런 사람들에게 감히 대들지 못하고 그저 서글픈 미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천용훈만 주변의 스태프들이 줄곧 자신의 시중을 드는 걸 즐기는 모습이었다.가끔씩 물을 마셔서 갈증을 해소했다. 또 수시로 화장도 고치면서, 수분을 보충해서 피부의 윤기도 지켜야 했다.이 촬영팀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주요 출구를 막는 바람에, 구조 작업을 하러 오고 가던 고무보트들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불만을 사게 되었다.그러나 천용훈의 주변에는 탄탄한 체구의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어서, 감히 따지러 오는 사람도 없었다.“여기, 여기 고무보트 좀 빨리 보내줘!”“한 노인이 집안에 갇혀 있어. 집안의 물이 이미 가슴까지 차올랐어, 빨리 구출하지 않으면 죽게 될 거야!”바로 그때 판자촌 골목에서 자원봉사자가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도 따라서 긴장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긴장해도 소용이 없었다.지금 모든 고무보트가 긴급 구조에 투입된 상태였다. 모두 갇혀 있는 주민들을 태우고 있어서 빈 보트는 하나도 없었다. 여분의 고무보트가 있을 수 있겠는가!“이봐요, 당신들 그 고무보트는 광고를 찍고 있잖아요. 우선 좀 빌려 씁시다!”구조에 참여했던 한 병사가 재빨리 다가가서 천용훈 일행에게 말했다.천용훈 주변에 있던 촬영 스태프가 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치켜뜨고 소리쳤다.“당신이 빌리겠다고 하면 빌려줘야 되는 거야? 우리 천용훈 씨도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걸 보지 못했어? 저리 꺼져!”오만이 극에 달해서 병사에게도 욕설을 퍼부었다
“문제가 없으면 그럼 즉시 출발하세요!”장가연은 바로 동혁에게 자원봉사자용 레드 재킷을 던졌다.‘이미 준비도 다 해놓은 걸 보면, 내가 승낙하지 않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모양이야.’래드 재킷을 입은 동혁은 회사의 자원봉사자 10여 명과 함께 출발했다.“여러분은 구시가지 쪽으로 가세요. 그곳에는 판자촌이 많은데, 이번에 큰 피해를 입어서 많은 시민들이 갇혀 있어요.”“에휴, 새 시장이 취임하면 구시가지를 재개발할 거라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언제 시작될지도 모르지...”H시상공회의소에서 설립한 한 사회복지단체에서, 동혁과 이런 자원봉사자들의 지휘와 조정을 맡고 있었다.자원봉사자 등록을 마치고 이들은 구시가지로 향했다.“구시가지 그쪽은 더럽고 지저분해. 물이 차면 틀림없이 오수가 범람할 텐데, 어떻게 우리를 저쪽으로 보낸 거야.”“이 사장님, 어쨌든 우리 회사 사장님이잖아요. 영향력을 발휘해서 좀 쉬운 일을 맡아서 하게 해주지 않으셨어요!”“용어에 주의하세요. 저는 전 사장이고, 지금은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입니다...”“됐어, 원망하지 마, 뭘 기대한 거야? 어차피 쇼를 하는 거야. 천천히 늑장을 부리면 돼.”구시가지에 배정되었다는 말을 듣자, 원화투자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불만을 내비쳤다.그들은 원래 동혁과 함께 쇼를 하러 온 건데, 전 사장인 동혁을 제외하면 회사 경영진은 한 명도 없었다.직원들은 모두 투자에 정통한 엘리트들이라서, 일반 직원들과 달리 마음속에 오만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앉아서 커피나 마시고 있으면 얼마나 좋아?’‘지금은 되려 궂은 일을 하거나 가장 더럽고 나쁜 곳에 가야 하니.’당연히 원성이 가득했다.동혁은 이 직원들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비록 이런 불평이 해고할 정도는 아니라 해도, 이 사람들의 이미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앞으로 사람을 쓸 때, 틀림없이 반영될 거야.’판자촌에 와 보니 역시 이곳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원래 저지대라서 물이 허리까지 차서 계속 차
말이 마친 동혁은 곧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어서 H시 군부에서 병력을 보내 지원하도록 했다.동혁은 밤새 시장실에서 구조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다.시의 직원들도 모두 동원되어 홍수 방지와 긴급 구조에 투입되었다.“시장님, 밤을 새우셨는데 먼저 들어가셔서 좀 쉬시지요.”임창호가 핏발선 눈으로 동혁을 보면서 말했다. 임창호도 사실 밤을 꼬박 새웠다.“그래요, 임 부시장님과 원 부시장님 두 분도 교대로 좀 쉬세요.”동혁은 일어서면서 임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이 두 사람 모두 훌륭하게 대처했어. 비록 노회한 행정가들이라 해도, 정말 일을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어.’시청을 떠난 동혁은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잠도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화를 한 통 받았다.[이 회장님, 이틀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회사로 한 번 회사로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원화투자회사 부사장 장가연의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은 장가연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동혁은 더 이상 원화투자회사에 가 본 적이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결정에 불복한다고 여길 것이다.“내가 곧 갈게요.”동혁은 다시 원화투자회사를 향해 출발했다.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일부 물이 고여 있는 곳은 시민들이 줄을 묶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한번 보세요!”장가연을 보자마자 동혁에게 한 무더기의 신문을 주었다.“이게 뭔가요?”동혁은 호기심에 신문을 뒤져 보았다.[H시, 100년 만에 큰 폭우! 스나이더국제병원 등 5개 병원은 가장 먼저 의료진을 조직해서 긴급구조에 나섰다. 그 뒤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눈물을...][스나이더국제병원 홍보대사인 인를루언서 천용훈, 구조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하늘은 무정해도 인정은 살아 있어! 오늘 사람들은 리성투자회사 자원봉사자 팀에 감사를 표해...]...10여 개의 신문 기
“안전을 위해서 부사장님께서 바로 S시로 돌아가실 것을 건의합니다...”비서가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S시로 돌아가? 왜 돌아가야 해? '오한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멀지 않은 곳의 한 빌딩 옥상의 광고판이 강풍에 거리로 떨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한민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나 오한민을 위해서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닥쳤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야!!”“이번에, 바로 그 어린 시장이 직접 와도, 이 오한민의 손에서 다섯 개의 병원을 내놓게 하지는 못해!”오한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이 순간, 오한민은 새 시장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반대편.동혁은 빅토리아병원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길에서 갑자기 폭우가 들이닥치자, 귀가할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동혁은 바로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달려갔다.“임 부시장님, 원 부시장님, 이번 폭우는 좀 갑작스럽네요. 우리 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임창호와 원성배를 불러서 동혁이 직접 물었다.이번 폭우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규모도 너무나 거대했다. 이전에 H시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동혁은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느꼈다.“시장님, 기상예보에서 이번 H시에 닥친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배수 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임창호와 원성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견딜 수 없다니요? H시 수백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한 일인데, 그저 견딜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까?”동혁의 앞에 있던 두 부시장은 곧 허리를 굽히고 대답했다.임창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시장님, H시는 기초 건설공사가 원래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수 시스템은 더욱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았아서, 많은 하수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예년에도 매번 큰비가 내릴 때마다 H시는 이틀 정도 침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대 가문을 타파한 후, H시의 경영 환경은 가까스로 다소 호전되었다.동혁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시 사람들의 선동에 이용되면서, H시 민영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동혁, 너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오한민은 화가 나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당연히 동혁의 좋은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알량한 생각으로 판단하면서, 동혁이 성공을 시기한다고 생각했다. 리성투자회사의 수중에서 이 사립병원들을 빼앗아서, 동혁이 꿀꺽 삼키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오한민은 동혁의 뒤에 있는 7개 부서의 수장들을 힐끗 보고는 냉소했다.[말해봐, 이건 너 자신의 뜻이야, 아니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의 뜻이야?]오한민은 비록 여러 차례 자신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혁이 7개 부서를 부르고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게 만든 건, 결코 동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막후에 숨은 거물이 나와 이동혁의 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동혁을 무기로 삼았을 거야.’동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무심코 말했다.“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말은 이미 너에게 전했어. 듣든 안 듣든 그건 네 일이야.”동혁이 말을 마치자,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오한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봉인을 붙여!”황성민 등에게 지시한 뒤 동혁은 곧장 빅토리아병원을 떠났다.곧 빅토리아의 병원의 현관에 봉인이 붙었다.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문제는 모두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빅토리아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이 사람들도 처리해야 했다.일반 직원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동혁도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빅토리아병원이 곧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문을 열 것이니, 직원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보증했다.시장 자리를 대신 맡은 뒤에는 동혁이 고려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처럼 일만 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