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이 험한 한 남자가 태평스러운 걸음으로 단독주택에 들어섰다. 박형식은 왼쪽 볼에 흉터가 있는데 관자놀이에서 턱까지 이어져 있었다. 살갗이 뒤집힌 흉터는 마치 지네처럼 그의 얼굴을 더 흉악하게 보이게 했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 놈이 바로 구시가지에서 악명 높은 깡패, 박형식?’ 박형식이 담배를 물고 음흉한 두 눈을 부릅뜨고서, 인기척을 듣고 방에서 뛰쳐나온 백문수 부부를 노려보았다. “백문수, 내 동생을 때린 그놈 어디 있어? 나오라고 해!” 노부부는 박형식의 고함 소리에 놀라서 온몸을 떨었다. 방금 전에 동혁이 자신이 회장이고 두 명의 암흑가 형님을 불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시가지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박형식을 보면서 여전히 마음속에 생기는 두려움은 어쩔 수 없었다. “형식 형님, 동혁이는 제 아들의 동창입니다. 우리를 보러 왔다가 동생 분이 저희를 괴롭히는 줄 알고 때려서 다치게 한 겁니다. 형식 형님이 이번엔 관대하게 봐주시죠. 동혁이를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 동생 분의 병원비는 저희가 배상하겠습니다!” 백문수는 사정했다. “병원비? 내가 2억 원을 가져오라고 하면, 너희 두 늙은 가난뱅이가 내놓을 수 있어?” 박형식은 시큰둥한 콧방귀를 뀌며 무섭게 말했다. “그 녀석보고 당장 나오라고 해. 그가 누구이든 내 형제를 때린 이상, 오늘 구시가지에서 나갈 수 없어!” 박형식은 구시가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깡패였다. 그래서 아무도 감히 박형식의 부하를 건드리지 못했다. ‘오늘 하찮은 것들에게 제대로 경고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른 것들도 내 앞에서 건방을 떨 거야.’ “어떻게 구시가지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는지 두고 봐야겠는데?” 동혁은 방에서 나와 무표정한 얼굴로 박형식을 보았다.박형식이 웃었다. “이 녀석 배짱이 꽤 두둑한데? 내 형제의 팔을 부러뜨릴 만해. 보아하니 솜씨는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봐야 네 밑천이 이게 다겠지!” “다들 들어와!” 우르르…….박형
골목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백문수 집 앞에서 골목 입구까지 막혔다.사람들이 적어도 몇 백 명은 되어 보였다.박형식과 그의 부하들은 모두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많은 사람들이 이미 두 다리를 떨며 놀라서 오줌을 지리려 했다.“세상에나!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설마 모두 나 때문에 온 거야?”박형식은 이마를 닦았지만 연신 식은땀이 흘렀다.이때 골목의 사람들이 저절로 갈라지면서 길을 비웠다.그 사이로 두 사람이 다급한 걸음으로 걸어왔다.그 두 사람을 보자 박형식은 갑자기 심장이 떨렸다.박형식은 얼른 마중하며 허리를 굽혔다.“대이 형님, 용구 형님을 뵙습니다. 두 분이 어떻게 구시가지까지 다 오셨습니까?”박형식은 일찍이 암흑가 두목들이 조직한 모임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다행히 그때 이 둘을 만난 적이 있었다.어제 15명의 암흑가 두목들이 잡혔을 때, 이 두 사람이 바로 암흑가 두목들 중 유일하게 남은 사람들이었다.게다가 박형식은 이 두 두목이 어제부터 이미 15명의 암흑가 두목들이 남긴 세력 공백을 가로챘다고 들었다.지금 김대이와 박용구의 지위는 더더욱 아무도 흔들 수 없다.“넌 누군데? 꺼져!”박용구는 박형식의 뺨을 때리고, 한편으로 자신의 부하에게 물었다.“여기가 바로 형님이 지시한 곳이야?”“네, 형님. 바로 여기 단독주택입니다.”박용구와 김대이는 눈을 마주치고는 서둘러 단독주택으로 들어갔다.박형식의 부하들은 감히 막을 수 없었고, 당황해서 바로 길을 양보했다.박형식은 영문도 모른 채 뺨을 한 대 맞았고,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김대이와 박용구 두 사람은 바로 동혁의 앞으로 달려가 허리를 굽혀 끊임없이 머리를 숙이며 죄송한 듯 말했다. “형님, 저희가 형님이 당부하신 일을 잘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잘못했어요!” ‘형님?’ ‘또 무슨 거물이?’ ‘왜 김대이와 박용구 같은 큰손도 그를 상대하는 것조차 이렇게 두려워하지?’ 박형식과 수십 명의 부하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부
“수아 이모, 걱정 마세요. 저는 암흑가 두목이 아니에요.” 동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그러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항남의 부모님에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김대이가 영리하게 얼른 나서서 공손히 말했다. “이모님, 어제 그 깡패 수천 명을 잡은 사람이 바로 저희 형님입니다!” “맞아요, 어제 그 특별 작전의 총지휘관이 바로 저희 형님입니다!” 박용구도 얼른 말했다. 백문수 부부는 문뜩 깨달았는데, 왜 김대이와 박용구가 동혁을 두려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 ‘말 안 들으면 자기들도 잡힐까 봐 무서웠던 거야.’ 그리고 박형식과 그의 부하들은 더욱 놀라 쓰러질 뻔했다. ‘지금 밖에 소문이 다 퍼졌는데.’ ‘어제 체포된 그 15명의 암흑가 두목들은 틀림없이 총을 맞을 거야. 한 명도 도망갈 수 없을 걸!’ 그러자 동혁은 박형식을 바라보았다. “내 형제가 항남이 네게 4000만 원을 빚졌다고?” “아닙니다, 아닙니다, 형님. 제가 잘못 기억했습니다. 백 회장님은 저에게 빚진 것이 없습니다. 오해했어요. 오해!” 박형식이 박두식에게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원래 공갈 협박이었다. 항남이 박형식에게 돈을 빚졌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2년 전, 항남이 항난그룹의 회장이었을 때. 항남의 배짱이 아무리 두둑했어도 그는 감히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 빚진 게 없군. 그럼 계산은 깨끗이 정리가 된 거군.” 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형식이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할 때, 동혁의 안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럼, 지금, 네가 항남의 가족에게 진 빚을 말해봐.” 동혁은 방금 방 안에서 백문수 부부에게 들었다.박형식이 사람을 보내 그들을 협박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매번 올 때마다 집을 부수고, 손에 잡히는 대로 다 때려 부쉈다. 거기에 노부부도 몇 차례 맞은 적이 있었다. 심지어 마리의 뺨을 때리고, 돈을 주지 않으면 마리를 인신매매범에게 팔아 손발을 부러뜨려 구걸하게 하겠다고 협박도 했다. 아직
“아저씨, 이모, 별말씀을 다하세요.” 동혁이 그들을 부축하여 방으로 들어갔다. “앞으로는 항남을 대신해 제가 효도하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제가 이제 아저씨와 이모의 아들이에요.” 백문수과 육수아는 그 말에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들을 잃은 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노부부가 진심으로 기뻐했다. 동혁은 이어서 말했다. “구시가지 환경이 너무 열악하니, 앞으로 마리의 성장을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더 이상 살 수 없어요. 나중에 제가 큰 집을 사드릴 테니, 두 분과 마리가 이사 가시면 도우미를 고용해 가족을 잘 돌보라고 할게요. 수아 이모도 이제 추운 날씨에 손빨래를 하지 않으셔도 돼요.” “동혁아, 그렇게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잖아. 누리는 여기도 살기에 아주 좋아. 아니면 네가 마리라도 데려가면 돼. 우리 두 노인은 정말 괜찮아.” 육수아는 약간 떨리는 듯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 동혁은 육수아의 손 피부가 온통 갈라진 것을 보고 마음이 더욱 아팠다. “돈은 저에게 있어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두 분의 건강이 지금 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그러니 이건 제게 맡기세요.” “동혁아, 우리 항남이 너를 형제로 둔 것이 정말 그 아이 일생의 복이야!” ‘동혁이 돈을 갚는 것도 해결해 주고, 집을 사는 것도 도와주겠다니.’ 노부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동혁은 오히려 이 일을 당연하게 여겼다. 동혁은 가문에서 쫓겨난 후 온갖 모욕을 당했습니다. 세화를 제외하고, 항남이 동혁에게 가장 잘 대해준 친구였다. 동혁의 마음에는 항남을 위해 진심을 다해 잘해주고, 아무리 보답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동혁은 항남의 부모님 집에 잠시 더 앉아 항남의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항남의 그 시절 경험을 들었다. “동혁아, 마리 유치원이 곧 끝나서 데리러 가야 해.” 백문수는 오후 3시가 다 되어가자 서둘러 일어섰다. “아저씨, 같이 가요.” 동혁은 지금 이미 마리를 자신의 딸로 여겼다. 두 사람이 선우설리의 안내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 무리의 경호원들이 좌우에서 뛰쳐나왔다. “노강현 이 배신자, 네가 지금 간이 부었구나! 주원그룹은 이미 우리 진씨 가문의 것인데 감히 경호원에게 우리를 쫓아내라고 하다니!”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해하며 노발대발했다. 노강현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씨 가문은 여전히 아무것도 아니야! 누가 너희들에게 주원그룹이 진씨 가문에 반환되었다고 말했어?” “내 손녀사위 동혁이 말했지. 어제도 임시총회에 참석했는데, 주씨 가문이 무너지는 것을 직접 보았다고 했어!” 진한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노강현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너희 집 그 쓸모없는 사위 말인가? 지금 이동혁이 한 말을 믿는다고? 만약 이동혁이 H시가 자기 것이라고 한다면, 진한영 당신은 하세량에게 가서 시장의 자리를 당신에게 양보하라고 하겠군?” 노강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귀찮은 듯 외쳤다. “뭘 멍하니 있어요! 모두 쫓아내세요!” 곧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쫓겨났다. “빨리 꺼져! 주원그룹은 이미 허씨, 천씨, 조씨의 3대 상위 1% 명문가사 인수했어. 당신네 진씨 집안도 와서 그룹을 인수하겠다고? 감히 능력도 안 되는 것들이 꿈도 야무지군!” 노강현은 임원들을 데리고 나와 한바탕 비웃은 후에 의기양양하게 돌아갔다. 진씨 가족은 3대 상위 1% 명문가가 주원그룹을 인수했다는 소식에 분노하며 한편으로 몸에 힘이 빠졌다. 진씨 가문은 이전에 주씨 가문 같은 일류 가문도 건드리지 못했는데, 3대 상위 1% 명문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과거 당시, 진성그룹은 바로 이 세 가문의 연합에 의해 분할되었다. “천벌을 받아도 시원치 않을 이동혁이 또 우리를 속이고, 우리를 사람들 앞에서 쫓겨나게 해서 체면을 구겼어!” “이동혁! 죽여버리고 싶어!” 많은 사람들이 분해하며 동혁에게 화를 냈다. 세화도 매우 괴로웠다. 어젯밤 세화가 부모님께 소식을 전한 후, 부모님도 매우 기뻐했다. 그런데 뜻밖에 가짜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 따위에게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에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 놈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허명신은 콧방귀를 뀌었다. 허명신이 사실 불만인 것은 같은 4대 가문이었는데, 지금은 자신들 세 가문이 이씨 가문에 굽실거린다는 것이다. 허명신은 야심이 큰 사람이 있고, 허씨 가문을 호족 가문으로 승격시키고 싶어 했다. 천우민이 말했다. “어제 주원풍이 성세그룹에 의해 죽었잖아? 그 바보 사위가 성세그룹에 아부해서 주원풍을 관에 담아 이씨 가문으로 보냈다고 하더군. 그리고 이씨 가문에게 3주 후에 H시에 와서 진씨 가문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큰소리쳤다는데?” “당시 이씨 가문은 이천홍 아가씨의 생일잔치를 하고 있었는데, 가문에서 버림받은 놈에게 그렇게 모욕을 당하니 우리 세 가문에게 대신 혼을 내주라고 하는 거야.” 이씨 가문의 조건을 3대 가문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저 조그마한 데릴사위 한 명만 상대하면 주원그룹을 얻을 수 있고, 거기다 사업은 매우 수익성이 있었다. 사실 이씨 가문이 아니더라도, 3대 가문은 진씨 가문이 주원그룹을 인수하여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허명신은 웃으며 말했다. “그 개미 같이 아무것도 아닌 놈은 언제든지 죽일 수 있어. 우선 그 놈이 좀 더 살게 두고 상황을 보자고. 이번에 주원그룹을 우리가 너무 쉽게 얻는 것 같잖아?” 다른 두 사람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들은 모두 동혁을 신경 쓰지 않았다. 허명신은 천천히 떠나는 진씨 가문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쓸모없는 인간들뿐인데, 그 진세화만 예쁘고 능력도 나쁘지 않은 미인이더군. 그녀를 얻으면 정말 통쾌할 것 같아.” 천우민은 갑자기 잔을 꽉 움켜쥐었는데, 눈에서 차가운 빛이 스쳤다. 천우민은 허명신과 줄곧 암투를 벌였다.이번에도 허명신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세화라는 여자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천우민은 약간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진세화
“엉엉, 선생님, 저는 재현이를 때리지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재현이가 제 장난감을 빼앗아 도망갈 때 넘어졌어요!” 사무실에서는 마리가 작은 손을 뒤로 한 채 벽 구석에 서서 펑펑 울며 자신을 변명했다. 장재현이라는 남자아이를 마리 맞은편에 앉혔는데, 코밑에 핏기가 조금 돌았다. 장재현도 울고 있었다. 탁! 장재현의 아버지 장재문은 손바닥으로 탁자를 쳤다. “말괄량이 계집애가 아직도 변명만 하네. 우리 재현이가 얼마나 착한데. 재현이가 장난감이 얼마나 많은데, 없는 것이 없어. 네 낡은 장난감을 빼앗을 이유가 전혀 없어!”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남을 모함하다니, 역시 엄마 아빠가 없으니 아이가 교양이 부족해!” 장재현의 어머니 정설희도 차갑게 말했다. “박서희 선생님, 백 마리와 같은 품행이 불량한 아이가 우리 재현이와 같은 반이라니. 저는 우리 재현이가 잘못될까 봐 걱정돼요. 그러니 유치원에서 저 계집애를 내보낼 것을 건의합니다!” 마리는 자신을 유치원에서 내보낸다는 말을 듣고 또 놀라서 펑펑 울었다. “흑흑, 전 나가지 않을 거예요, 선생님! 전 착한 아이예요, 전 재현이 때리지 않았어요!” 박서희는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젊은이였다. 마리가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을 바라보자, 박석한은 마음이 불편해져서 말했다. “재현이 어머님, 아버님, 마리는 평소 유치원에서 말 잘 듣고 친구들을 잘 도와줍니다. 결코 거짓말을 할 아이가 아니에요…….” “박 선생님,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정설희는 박서희의 말을 끊었다. “엄마 아빠도 없는 이 사생아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니, 그건 우리 재현이 거짓말을 했다는 거예요?” “재현 어머님, 아이에게 부모의 본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니 그런 차별적인 호칭을 쓰지 말아 주시죠? 재현이에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박서희는 가능한 한 좋게 돌려 말했다.누가 소문을 냈는지 모르겠지만, 유치원의 많은 어린이들은 마리에게 엄마 아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다수의 어린이들은 여전히 매
곧 안경을 쓴 40대 중년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태양유치원의 고정환 원장이었다. 고정환이 물었다. “박 선생, 어떻게 된 겁니까?” 박서희는 다시 일의 경과를 설명했다. “고 원장님, 마리가 저희 재현이를 때리고, 재현이가 자기 장난감을 빼앗았다고 거짓말까지 합니다. 이렇게 품행이 불량한 아이와 우리 재현이가 함께 유치원에 있다는 게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 그러니 원장님이 알아서 처리 좀 해주세요!” 장재문은 콧방귀를 뀌었다. 동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CCTV를 돌려서 어떻게 된 건지 보자고 했는데, 사람말도 못 알아듣겠나요?” 고정환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동혁을 쳐다보았고, 그 앞에서 삿대질하는 장재문을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양쪽 부모님 모두 한가닥 하겠는데?’ ‘골치 아프군!’ 고정환의 입장에서는 오로지 공적일만 공평하게 처리하면 되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이미 사람을 보내서 CCTV 녹화영상을 다시 보라고 했습니다.” 곧 한 유치원 직원이 왔다. 고정환은 밖으로 나가 직원이 휴대폰으로 녹화한 CCTV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영상에서 마리는 다른 아이들과 게임을 하고 있었다. 장재현은 늘 모여있는 아이들 주위에서 까불며 말썽을 부렸다. 그리고 갑자기 마리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그녀의 장난감을 빼앗았다. 마리가 일어나서 장재현을 쫓아갔는데, 장재현이 너무 급하게 뛰어 문 앞에서 넘어졌다. ‘일이 이렇게 된 거군.’ ‘재현이가 스스로 넘어졌고, 마리가 속인 게 아니었어.’ ‘이 정도는 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있는 있는데. 별거 아니야!’ 고정환은 그냥 양가 부모님에게 잘 말씀드려 이 사소한 일을 해결하려고 결정했다. 고정환이 사무실로 돌아왔다. “재현이 부모님, 영상을 제가 방금 확인했어요. 그저 어린이들 사이에 흔히 있는 장난입니다. 재현이가 마리에게 사과하고 이 일은 간단히 끝내면 될 거 같아요.” “뭐라고요? 우리 재현이에게 사과를 하라고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하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