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의 이대혁을 보고 동혁은 진짜 자신을 본 것 같았다. 정신병원에 처음 입원할 그 해에 그의 상태는 지금의 이대혁과 똑같았다. 하지만 동혁은 대역인 이대혁보다 더 괴로웠었다. 이대혁의 모습은 그저 꾸며낸 것일 뿐이었다. 하루 24시간, 매 1분 1초마다 감시 카메라 앞에서 바보인 척해야 했다. 그때, 동혁은 평생을 잊지 못할 민심을 가슴에 새겼다. 동혁은 감정을 추스르고 항남을 보았다. 항남은 계속 인내심 있게 이대혁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얘기하면서 게임을 하고……. “언제 적 일입니까?” 동혁이 물었다. 황지강이 대답했다. “바로 2년 전, 백항남에게 교통사고가 나기 전입니다.” 그날 항남은 정신병원에서 수속을 밟고 동혁을 데려가 최고의 의사를 찾은 다음 치료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혁은 이씨 가문의 감시하에 있었고, 이씨 가문은 다른 사람이 동혁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게 두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 후 항남은 정신병원에 다시 오지 않았다. 병원입구에서 교통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항난그룹에 사고가 발생하는 등 일련의 일들이 발생하며 투신 사망했다. 동혁이 물었다. “여기 동영상이 있다면, 그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의 CCTV는 있습니까?” 동혁은 여기에서부터 조사하려고 했다. 황지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회장님, 이 CCTV는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건 제가 몰래 복사한 것입니다.” “그럼 계속 조사해 보세요.” 동혁은 손을 내저으며 그 태블릿을 들고 갔다. H시 외곽에는 7만 평의 면적을 차지하는 호화로운 저택이 있었다. 여기가 바로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의 집이다.오늘 이씨 가문에는 등불을 장식하고 기쁨이 넘쳤다. 이씨 가문의 가주 이연이 가장 사랑받는 딸 이천홍의 생일을 맞아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두 축하하고 있었다. 몇몇 다른 도시의 명문가와 큰 가문의 구성원들도 많이 참석했다. 이연은 단상에 서서 마당의 가득한 사람들
웅성! 저택 마당 안이 갑자기 술렁였다. ‘이천홍의 생일잔치, 이씨 가문의 식구들이 모두가 축하하는 날, 누가 감히 관을 선물로 주었지?’ 심지어 사람들은 자기 귀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다음 순간, 두 남자의 인솔하에 네 남자가 거대한 녹나무 관 한쪽 구석을 하나씩 들고 성큼성큼 들어왔다. 이 여섯 명은 박용구 휘하의 국외 전장에서 돌아온 그 노병들이었다. 갑자기 마당 전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씨 저택 안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잠시 당황해 서 있던 이천기가 나서서 화를 내며 말했다. “누구냐? 누가 너희에게 관을 이씨네 집으로 보내라 했어?” “못 들었나? 이씨 가문에 관을 보낸 사람은 H시 이동혁이다!” 선두에 선 국외 전장에서 돌아온 노병은 차갑게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놔!” 쾅! 녹나무 관이 쿵 하고 마당에 떨어져 바닥을 세게 내리치자 마치 마당 전체가 떨리는 것 같았다. 관의 덮개는 아직 못이 박히지 않아서 그대로 미끄러져 땅에 떨어졌다. 강렬한 피비린내가 갑자기 나면서 이씨 가문의 기쁨이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아…… 안에 시체가 있어요!” 이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단상에 서서 관 속의 시체를 보고는 눈꺼풀을 떨었다. 이 말을 듣고 생일잔치를 찾은 사람들의 얼굴빛이 크게 변했다. “이연 가주님, 오늘 이씨 가문에 일이 있는 것 같으니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모두들 작자 작별 인사를 하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떠났다. “이씨 가문의 가주님, 이동혁 선생께서 이씨 가문에게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이씨 가문에 준 한 달의 기한으로부터 이미 일주일이 지났으니 이씨 가문 전체가 가능한 한 빨리 진씨 가문에 가서 무릎을 꿇고 참회하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미리 경고는 충분히 했습니다.” 국외 전장의 노병 6명이 돌아서 떠났다.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아직 당황해 가만히 있었는데 경호원들조차도 이들을 저지하는 것을 잊은 채 멍하니 있었다.잠시 후, 이
성세그룹이 출범한 날, 이씨 가문은 그 젊은 회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누군지 알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주원풍에게 건축자재협회를 재건해서 젊은 회장의 능력을 시험해 보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었고, 이씨 가문에서도 주씨 가문이라는 충견을 잃었다. 그나마 동혁과 관계가 없다고 하니, 이씨 집안사람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당시 그들은 동혁에게 너무 잔인하게 굴었다. 만약 동혁이 정말 이렇게 큰 세력을 가졌다면 그들은 지금 안절부절못했을 것이다. 이심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 이동혁이 성세그룹에 기대고 있으니, 우리 이씨 가문에도 아무튼 좋지 않습니다. 형님, 이제 어떡할까요?” 모두들 다시 그 녹나무 관을 보았다. 그리고 모두 크게 분노했다. 이씨 가문은 호족이 된 이래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도발당한 적이 없었다. 지금 이 일은 틀림없이 H시 호족계에도 널리 퍼졌을 것이다. “성세그룹의 손을 빌려 관을 보내면 우리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너무 건방지군.”이연은 잠시 궁리하다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허씨, 천씨, 조씨 세 가문에 연락해 그놈을 혼내 주라고 해! 주원그룹을 진성그룹에게 돌려주라고 하지 않았나? 진씨 가문이 다시 일어설 기회를 잡으면 장 먼저 바늘방석에 앉은 것은 그들이지. 주원그룹은 그들에게 주는 보수로 생각하라고 하고.” 그 당시 그들은 몇 개의 세력과 함께 진성그룹을 나눠 가졌었다. 3대 가문은 절대 진씨 가문의 재기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우리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의 힘이면 손가락 하나로 이동혁을 죽일 수 있는데, 왜 굳이 3대 가문에 손을 빌리는 겁니까?” 이천홍이 불만스럽게 물었다. 동혁이 관을 보내 자신의 생일잔치를 망쳤다. 이천홍은 지금 당장 동혁을 죽이고 싶어 했다. 다른 이씨 가문의 가족들도 고개를 끄덕였다.주씨 가문은 줄곧 이씨 가문의 명령만을 따랐는데, 지금은 동혁 하나 때문에 주원그룹을 잃게
그 소리를 듣고 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살기 가득한 동혁이 문 앞에 나타나 그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이, 이동혁? 네가 살아서 돌아오다니! 이럴 수가!”진태휘와 진화란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무의식적으로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세화는 가냘픈 몸을 부르르 떨었다.세화는 땅바닥에 앉아 고개를 돌려 동혁의 얼굴을 똑똑히 보자, 갑자기 얼굴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그리고는 전보다 더 심하게 울었다.세화는 땅에서 일어나 바로 동혁의 품으로 달려들었다.“동혁 씨, 미안해, 나 대신 가라고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세화는 동혁을 껴안고 계속 사과했다.“여보, 나한테 미안할 거 없어. 내가 말했잖아, 난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동혁은 세화를 꼭 껴안고 위로했다.한참 후에야 세화의 슬픈 기분이 가라앉았다.세화는 동혁의 온몸을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았고, 동혁이 온전하다는 것을 발견한 후에야 비로소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동혁은 진태휘, 진화란 남매에게 다가가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당장 내 아내에게 사과해!”“이동혁, 네가 뭔데 우리한테 사과를 시켜?”진화란은 욕을 하면서 뒤로 물러서려 했다.하지만 진화란은 동혁의 손바닥보다 빠르지 못했다.찰싹!동혁은 진화란의 뺨을 때려 그녀를 땅에 꿇렸다.찰싹!진태휘도 바로 뺨을 한 대 맞았다.분명히 얼굴을 맞았는데, 두 다리가 걷잡을 수 없이 떨리며 자연히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방금 내 아내를 모함하고도 무릎만 꿇게 한 것은, 너희가 모두 진씨 가문 사람이기 때문이야.”동혁은 차갑게 말했다.‘이 남매는 입이 너무 악독해.’‘세화가 다시 시집을 가려고 했다고 모욕하고, 일부러 내가 죽었다고 모함하다니!’분명히 동혁이 자발적으로 세화를 대신해서 간 것이다.그럼에도 세화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2억 원을 빌려서, 김대이와 박용구에게 동혁을 대신해서 체면을 세워달라고 부탁했다. 동혁의 마음속에서 아내인 세화는
“동혁 씨, 거짓말하지 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세화는 동혁을 쏘아보았다. 동혁이 건강하게 돌아온 것만으로도 세화는 만족했다. 다른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이동혁, 네가 정말 주씨 가문을 파멸시켰어? 어떻게 된 일이야? 방금 건축자재협회가 무너지고 주원풍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때 진한영 등이 쫓아 나오더니 마침 동혁의 말을 듣고 얼른 물었다. 세화는 갑자기 놀라 동혁을 쳐다보았다. 동혁은 진한영 등은 쳐다보지도 않고 세화에게 설명했다. “난 거짓말한 게 아니라니까! 주원풍이 나에게 복수하려고 해서 그래서 내가 주씨 가문을 파멸시켰어. 내일 여보가 주성그룹을 인수하기만 하면 돼.” 진한영은 순간적으로 기뻐했다. “이동혁, 네가 건축자재협회를 신고한 거야? 주성그룹을 진씨 가문에게 돌려주는 것이 바로 네가 신고한 보상이고!” 진한영이 생각했을 때, 동혁은 확실히 악질조직원을 제거해 건축자재협회를 무너뜨릴 힘이 없었다. ‘기껏해야 신고한 공로로 얻은 것이겠지.’ 동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혁은 그저 진한영을 상대하기 싫었다. 진한영은 그저 동혁이 그냥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생각했다. 동혁에게 가까이 와서 어깨를 툭툭 치며 늙은 얼굴을 내밀며 웃기 시작했다. “훌륭한 손녀사위, 이번엔 아주 잘했어.” “세화야, 내일 우리가 함께 주성그룹을 인수하러 갈게. 그 당시 주씨 가문이 진성그룹을 나눠 가졌는데, 지금 그 죄의 업보를 받았으니, 이제 물건도 원주인에게 돌려줄 때가 되었어. 하하…….” 다른 진씨 가문의 사람들도 기뻐했다. ‘주원그룹을 되찾는다면, 우리 진씨 가문은 상위 1% 명문가가 될 거야!’ 동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들도 따라올 수 있지만, 주원그룹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우리 집의 공로이자 세화의 공로야. 그러니 주원그룹은 세화의 말대로 해야 해!” 동혁은 세화를 데리고 훌쩍 떠났다.진태휘와 진화란은 동혁이 완전히 떠날 때까지 감히 일어서지 못하다, 이제야 걸어 나왔다. 진
“주소를 알아?” 동혁은 차에 타서 바로 물었다. 예전에 항남의 전 부인 수소야가 동혁에게 주소를 알려줬었다. 하지만 선우설리의 일처리 능력으로 동혁이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주소는 이미 다 알아냈다. “구시가지로 가요.” 선우설리는 운전기사에게 지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H시의 구시가지에 도착했다. 이 지역에 들어서자 동혁은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선우설리가 괜히 항남의 부모님께서 잘 지내지 못하신다고 말한 게 아니었어.’ 이곳의 환경을 보고 동혁은 두 노인이 잘 지내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생활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울퉁불퉁한 길 양쪽으로 모두 낮으면서 낡은 집들이 이어졌다. 어젯밤에 큰비가 내린 탓으로 온 땅이 구정물에 진흙탕이 되어 지대가 낮은 집으로 흘러들어 갔다. 어디 하수도가 막혔는지 모르겠다. 공기 중에는 사라지지 않는 악취가 가득했다. 각종 엉망진창으로 하얗게 이끼가 낀 광고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어디서나 충격적인 마약 금지 표어와 만화를 볼 수 있다. 거리에서 여러 개의 구식 댄스장을 볼 수 있었는데, 삼삼오오 무리를 이룬 노란 털의 깡패들이 담배를 물고 댄스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꽃단장을 한 여인들이 들락날락했다. H시에는 이런 유료 댄스장이 유행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단속 피하기였다. 어두컴컴한 댄스장은 사람들로 붐벼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어떤 행위도 다 할 수 있었다. 부류가 다른 사람들이 뒤섞인 곳에서는 충돌도 자주 발생했다. 싸움이나 구타 심지어 죽은 사람도 흔히 있는 일이다. 동혁이 한눈에 보기에도 이 구시가지는 혼란스럽고 진부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바깥에 있는 신도시와는 완전히 별개의 세계였다. “이런 환경에서 사니 그날 마리가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된 것이 우연이 아니지.” 동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창밖을 보았다. 항남의 가족은 세화의 가족 상황과 매우 유사했다. 모두 변고를 당해 가세가 기울었다. 하지만 세화 가족은 어쨌든 중소 가문이라도 진씨 가문에
박두식의 손바닥이 백문수의 얼굴에서 몇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박두식은 사납게 고개를 돌려 갑자기 단독주택 입구에 나타난 동혁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내가 누군지 알아? 감히 나를 위협하다니? 조용히 말할 때 그냥 꺼져라.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두 노부부는 내 형제의 부모야. 그러니 이 일은 내가 참견해야겠어.” 동혁은 마당으로 들어서자 안이 온통 난장판인 것을 발견했다. 마리의 자전거까지 산산조각이 났다. 동혁이 오기 전에, 이미 박두식이 부하들과 함께 항남의 집을 한 차례 때려 부쉈다. “네가 항남, 그 죽은 귀신의 형제라고?” 박두식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사악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이 일은 네가 참견할 수 있지. 어쨌든 이 두 늙은이는 돈을 갚을 수 없으니, 그럼 4000만 원은 네가 그들을 대신해서 갚던가!” 박두식이 항남을 욕하는 것을 듣고 동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내 형제를 욕하면, 그 대가는 맞는 것밖에 없지.” 동혁은 박두식의 앞으로 가서, 손바닥으로 뺨을 때려 박두식의 뺨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이 개X식이, 너 죽고 싶냐?” 박두식은 자신의 몇 명의 동생이 옆에 있는데도 동혁이 감히 자신의 뺨을 때릴 줄은 몰랐다. 박두식은 버럭 화를 내며 모래주머니만 한 주먹을 들어 동혁을 세게 내리쳤다. 동혁도 자신의 주먹으로 박두식의 주먹을 쳤다. 두 주먹이 서로 부딪히자 박두식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박두식은 벽에 기대어 팔을 힘없이 늘어뜨렸다. ‘부러졌어!’ 박두식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동혁을 바라보았지만, 동혁은 아무 손상이 없었다. “뭘 멍하니 있어, 이놈의 버릇을 고쳐 놔라!” 박두식은 부러진 팔을 감싸며 살기등등한 소리로 외쳤다. 멍하니 있던 부하들이 정신을 차리고 동혁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들이 동혁 앞으로 오기도 전에 선우설리의 뒤에 있던 운전기사가 이미 손을 쓰기 시작했다.마치 늑대가 양 무리에 들어가 휘젓는 것처럼 이 깡패들을
“문수 아저씨, 수아 이모, 비록 항남이 없지만, 앞으로 제가 두 분의 아들이 될게요. 제가 항남이 대신 효도하겠습니다. 항난그룹도 다시 찾아오고요.” 동혁은 서둘러 두 노인을 위로했다. 아들의 좋은 형제가 집에 찾아와 두 노인은 이미 매우 기뻤다. 항난그룹을 되찾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고, 동혁이 그런 능력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백문수 부부는 항남에게 죄를 지은 사람들의 세력이 하늘을 찌를 듯이 대단해서 절대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동혁이 이렇게 자신들의 일에 끼어들자, 두 노인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혁아, 빨리 여길 떠나. 그 박두식의 첫째 형님은 박형식이야. 박형식이 반드시 부하들을 데리고 와서 복수할 거야!” 그러자 백문수는 초조하게 말했다. 아까 대머리 박두식이 떠날 때 박형식을 찾아 복수를 하겠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 박형식은 구시가지에 오랫동안 숨어 있던 깡패였다. 수하에 수십 명의 깡패 패거리를 키웠는데, 근처에 있는 불법 댄스장은 바로 박형식이 관리하고 있었다. 박형식은 고리대금 회사도 차렸다. 듣자니 몇몇 불법 도박장도 박형식의 것이라고 했다. 도박에 미친 도박꾼이 박형식에게 돈을 빌려 쓰고, 도박으로 다 잃자 집과 차까지 박형식이 빼앗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여기 구시가지 무법천지에서, 아무도 감히 박형식과 그 부하들의 미움을 살 수 없었다. 한 술집을 차린 사장이 박형식의 돈을 빌려서 갚지 못했다. 박형식은 부하 수십 명의 깡패들을 직접 불러 빚을 독촉했다. 이들은 손으로 사람을 때리지도 않고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지만, 그저 새까만 옷을 입고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러니 누가 감히 들어가서 음식을 먹을까? 장사가 당연히 되지 않았다. 단순한 사업 분쟁이기 때문에 경찰서 사람들이 와도 그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박형식은 이렇게 억지로 사장에게 돈을 갚으라고 강요했다.돈 많은 사장도 역시 박형식을 어쩌지 못했다. 만약 백씨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
동혁의 말은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빅토리아병원의 주주인 부태서 앞에서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리겠다고 큰소리쳤어.’ ‘게다가 상대방에게 의견을 묻다니!’‘이건 면전에서 따귀를 때리는 것하고 무슨 차이가 있어?’오태강은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이 자식, 그 일을 부태서에게 왜 물어? 네가 부른 7개 부문의 수장들에게 물어야지.”“저 사람들에게 물어봐, 부태서 앞에서 저들이 감히 빅토리아병원을 봉쇄할 수 있겠어?”오태강은 비꼬는 말로 조롱하면서 동혁을 보고 비웃었다.“하하, 당연히 감히 할 수 없겠지. 부태서가 누군데 말이야!”“부태서는 우리 H시 전전 시장님의 친손자야. H시 넘버원 청년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지!”“H시에서 부 전전 시장님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데.” “저 7개 부문 수장들이 감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을 건드릴 수 있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저 사람들을 아버지로 모시겠어!”“이동혁, 넌 웃음거리가 됐지만 그래도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오늘 부태서 씨가 있으니까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나연지, 소태란 등도 큰 소리로 비웃었다.‘전전 시장의 손자도 우리 병원 주주인데 뭐가 무서워.’‘7 개 부처가 연합해서 법을 집행해도 상관없어.’‘오늘 70개 부서가 오더라도 못 해!’사람들의 조롱에 7개 부서의 수장들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지금 황성민 같은 사람들조차도 동혁이 너무 서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새 시장인 이동혁이 지위와 권력이 대단하다 해도.’‘부태서와 비교하면 확실히 평범한 수준이야.’‘부태서의 할아버지가 H시를 20년 동안 장악했던 전 시장 부천정이라는 걸 기억해야 해.’‘새로 부임한 시장이 부임하자마자, 현지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전 시장의 미움을 샀어.’‘정말 현명하지 못한 처사 아니야?’“나는 저 사람들에게 묻지 않았어.”차가운 눈빛으로 황성민 등을 힐끗 쳐다본 뒤, 동혁은 다시 부태서를
거들먹거리며 걸어오는 청년의 말투는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모두들 자기도 모르게 이 청년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오만하게 날뛰면서 걸핏하면 죽여버리겠다니, 도대체 누구야?’“부태서!”청년을 보자마자 황성민 등의 표정은 크게 변했다.온 청년은 뜻밖에도 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 부태서!부천정은 H시에서 지 20년이나 시장을 지냈기에, 그의 손자가 누구인지 사람들은 당연히 잘 알고 있다.사람들의 반응을 본 오태강이 씩 웃었다.“보아하니 당신들 모두 부태서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모양이네.” “그래, 부태서도 여전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의 주주야!”황성민 등의 표정은 안절부절 종잡을 수가 없었다.모두 부태서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라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실제로 H시의 많은 회사들은 부태서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다. 그의 표면상의 신분은 한 투자회사의 사장으로, 여러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사실상 부태서의 투자회사가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할아버지 부천정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이 선생님.”골치아프게 됐다는 걸 깨달은 황성민이 재빨리 고개를 돌려 동혁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오늘 이 빅토리아병원의 간판을 내리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저 부태서는 부천정 전전 시장의 손자입니다. 저희도 그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일 줄은 몰랐습니다.”황성민은 동혁에게 빅토리아병원 때문에 전전 시장 부천정과 충돌하지 말라고 일깨워준 것이다.이들은 부천정이 H시에서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훤히 알고 있었다.신구 시장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면, 누가 이기고 질지 정말 말하기 어렵다.“퇴직한 늙은이의 손자가 아주 대단하군요. 당신들 일도 그만두게 할 수 있겠어요?”동혁은 일곱 부서의 수장들을 향해서 싸늘하게 말했다.모두 동혁의 차가운 눈빛에 고개를 숙인 채 감히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고통을 호소할 뿐!오태강과 어깨동무를 한 채 얘기를 나누던 부태서가 이
“엉엉, 태강 씨, 저 자식한테 또 맞았어!”나연지는 울며불며 오태강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지금 그 녀석이 얼마나 날뛰는지 직접 봤지?”“당신 앞에서도 감히 나를 때렸어!”“저 자식은 내 얼굴을 때린 게 아니라, 분명히 태강 씨 얼굴을 때린 거야. 흑흑...”동혁에 대한 원한에 사무친 나연지는 끊임없이 오태강을 선동했다. 분노한 오태강이 손을 써서 동혁을 완전히 죽여버리도록!“됐어!”나연지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난 오태강이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동혁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새끼, 내가 방금 너한테 말했지. 나연지는 내 여자라고.”“감히 내 앞에서 내 여자를 때리다니, 나 오태강은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오태강의 말투는 극도로 음산했다.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동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나는 너처럼 머리도 안 돌아가면서 시치미를 떼는 사람을 가장 싫어해. 나를 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수로 너를 눈에 넣는 걸 본다는 거야?”“네 면전에서 네 여자를 때렸는데도, 너는 여전히 이걸 물어보네.”“내가 티를 안 내서 그런 건가?”“그럼 내가 다시 네 면전에서 네 병원 간판을 내리게 해서 증명해 주겠어.”동혁의 이 말을 듣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숨을 들이마셨다.‘오태강이 아주 기고만장해서 날뛰는 건 자신이 여러 사립병원의 소유주이기 때문이야.’‘게다가 리성투자회사 사장 오한민의 친조카라서 밑천이 두둑하기 때문이자.’‘그러나 이동혁은 오히려 그보다 더 날뛰고 있어!’‘대놓고 오태강에게 나는 정말로 너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고 말했어!’‘이걸 오태강이 참을 수 있겠어?’과연 동혁의 말이 떨어지자, 오태강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이를 악물고 있던 오태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자 헛웃음을 터뜨렸다.“좋아, 좋아, 좋아! 네가 내 병원을 어떻게 문을 닫게 할 건지 내가 한번 보겠어!”“네가 7개 부서의 이 폐물들에게 시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