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예나는 본능적으로 손일명을 꾸짖으려고 했지만, 진루안 자신이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바로 자조적인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진루안도 화를 내지 않는데. 내가 또 무슨 자격으로 그를 위해 말을 할 수 있겠어?’지예나는 계속 침묵하고 있었고, 마음은 유난히 무거웠다.그러나 룸 안의 분위기는 그녀의 무거운 마음 때문에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때때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자, 우리 포운티 한 잔씩 하자.”원경태는 자연히 이 술 분배의 사회자가 되었다. 그는 이 술을 지위의 높고 낮음에 따라 시작해서 먼저 안명섭에게 반 잔을 따랐다.와인은 보통 한 잔이면 반 잔이다. 와인을 마실 때는 가득 채울 수 없다. 이것은 규칙으로, 결국 백주를 마시는 것이 아니다.소주를 반 잔 따르는 것은 사람을 무시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와인을 한 잔 가득 따르면 상대방을 조롱하는 의미가 있다.원경태는 안명섭을 위해 술을 따르고 나서도, 이윤희에게는 술을 따르지 않았다. 이윤희를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지금 임신 중이라 당연히 술을 마시면 안 되기 때문이다.원경태는 장근수의 술잔도 술을 따랐고 뒤이어 이태호, 그후 손일명, 마찬서, 마지막에는 조현경이었다.지예나가 있는 곳에 이르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술을 거절했다. 원경태도 강요하기 어려워서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이 한 병의 술은 거의 비슷하게 다 나누었다. 그리고 붉은 술병을 강신철 앞에 놓고 그에게 말했다.“나머지는 너하고 루안이 나누어, 너희들 스스로 천천히 마셔!”“자, 우리 모두 건배합시다. 우선 우리 양원그룹의 양서빈 사장님의, 우리에 대한 배려와 애호에 감사드립니다.”“두 번째는 안명섭과 이윤희, 그리고 장근수, 손일명, 마찬서, 이태호, 조현경과 지예나, 오늘의 동창 모임을 환영하는 것이다. 나 원경태는 아주 만족한다.”“자, cheers!” 원경태는 영어 한 마디를 뽐내고 술을 한 모금 마셨는데, 온몸이 편안할 뿐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부자가 살아야 살아
“장근수, 너 어떻게 된 거야?” 원경태는 눈살을 찌푸리고 의아하게 장근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머릿속은 온통 의문투성이였다.손일명도 눈살을 찌푸린 채, 다소 불쾌하게 장근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장근수, 너 혹시 정신이 얼떨떨하니? 쟤는 진루안이야, 데릴사위일 뿐인데, 너는 쟤를…… 진 선생님이라고 부르니?”이태호도 불가사의한 얼굴로 장근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장근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 녀석은 바로 줏대가 없는 사람이야. 누가 대단하면 누구를 두려워해.’그러나 이 순간, 우물쭈물하면서 정확하게 보지 못했고, 단지 장근수가 술을 많이 마신 것으로 여겼다.장근수는 쓴웃음을 지었지만, 어떻게 이 몇 명의 오랜 동창생들에게 똑똑히 설명해야 할지 몰랐고, 설명하기도 귀찮았다.진루안은 이때 또 안명섭을 보고 담담하게 물었다.“안명섭?”“진 선생님, 저도 여기 있습니다!” 안명섭은 바로 매미처럼 조용히 일어서서 더 이상 앉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와인잔에 든 와인도 그는 조금도 마시지 못했다.안명섭이 진 선생님이라고 하자, 그 충격은 장근수보다 훨씬 컸다.안명섭이 어떤 신분인지 알아야 한다. 당초에 오랜 학우들 가운데서도 안명섭의 배경이 가장 깊었다.지금 안명섭의 진 선생님이라는 이 한 마디는 바로 그들의 뇌를 겉바속촉하게 만들었고, 속으로는 모두 머리가 좀 모자랐다.조현경은 더욱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는 듯 진루안을 바라보았고, 또 일어선 안명섭과 장근수를 바라보았다.“안명섭, 이 술은 양서빈이 누구를 초대한다고 했어?” 진루안은 여전히 이 문제로 안명섭을 바라보았다.안명섭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당신 진 선생님의 것입니다.”진루안은 다시 이윤희를 바라보며 약간 튀어나온 아랫배 위에 시선을 두고 웃으며 물었다.이윤희는 다소 긴장하여 일어섰고, 또한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 그래요, 진, 진 선생님.”“안명섭, 잘했어. 내가 한 말을 다 지켰나 봐.” 진루안은 웃음기 가득한 얼
이 말을 들은 양서빈은 갑자기 안색이 가라앉아서, 바로 손일명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지금의 손일명은 이미 놀라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정말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장근수는 진루안을 존경하고 안명섭도 진루안을 존경했다. 지금 그들 양원그룹의 사장이자, 양씨 가문의 큰도련님 양서빈조차도 진루안을 이렇게 중시하자, 그는 더욱 겁에 질렸다.특히 이전에 그들이 진루안을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하니, 온몸이 추워지면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양서빈은 손일명의 이렇게 긴장한 기색을 본 양서빈은 눈살을 더욱 찌푸렸다. 그의 경험상, 바로 손일명의 이런 반응이 틀림없이 정상이 아닐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갑자기 그는, 진루안이 앉은 자리가 뜻밖에도 가장 외진 구석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만약 술자리가 있는 연회에 참석했다면, 중요한 손님은 절대 여기에 앉을 수 없었을 것이다.그는 또 원경태 이 사람들을 보았다. 그는 이 사람들이 뜻밖에도 모두 중요한 위치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고, 그리고 모든 사람의 잔에 아직 다 마시지 않은 포운티 와인이 들어 있는 것을 본 후에, 여기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철저히 알게 되었다.아니면 그 말, 매우 현실적인 문제가 진루안 앞에 놓여 있다. 그것은 바로 진루안이라는 이른바 동창 모임이다. 결국 이미 맛이 변했다. 더 이상 예전의 그런 순수한 동창의 정은 없다. 단지 사회의 경솔함과 각자의 자랑만 가득 남았다.양서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손일명을 바라보며 말했다.“손일명, 30년 동안 간직해 온 이 두 병의 술은 내가 진 선생님에게 드린 것인데, 너희들이 왜 먼저 마셨어? 진 선생님의 동의를 구했어?”“성실하게 대답해!”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피하려는 손일명을 본 양서빈은, 화가 나서 바로 큰 소리로 외쳤다.“다시 대답하지 않으면, 여기서 꺼져!”갑자스런 소리에 놀란 손일명은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방금 전 남보다 훨씬 뛰어난 듯이 기고만장하면서 날뛰던 모습이 어디에 있겠
그래서 지금 강신철의 마음은 이미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지예나는 한쪽에 앉아서 시종 조용하게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진루안과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묵묵히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그녀는 진루안이 단지 찰나에 이전에 받은 수모와 난처함을 모두 이 옛 학우들에게 돌려준 것을 본 후, 그녀의 마음도 내려놓았다.그녀는 아무런 의도하는 바도 없었다. 그녀는 단지 본능으로, 또는 예전의 그 감정에 집착해서 진루안에게 관심을 표현했을 뿐이다.그러나 눈앞에서 발생한 장면을 본 후, 그녀도 점점 진루안이 이미 몇 년 전의 그 가난한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의 그는 데릴사위가 되었고, 지위도 많이 높아진 것 같다.만약 그의 이 모든 지위가 그의 그 약혼녀에게서 왔다면, 지예나는 좀 아쉬워했을 것이다.그러나 만약 진루안의 이 지위와 위엄이 모두 그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라면, 지예나는 진정으로 진루안을 위해 기뻐할 것이다.“제가 배웅하겠습니다!”진루안이 가려는 걸 본 양서빈은 당연히 만류할 수 없었기에, 가장 먼저 일어나서 진루안을 배웅하면서 룸에서 나왔다.“루안아, 아니, 진 선생님, 전화 좀 남겨 주시겠어요?”진루안이 떠나려는 모습을 본 원경태는 갑자기 달려가서 진루안을 불렀다.그는 지금 이 모든 것을 눈에 담아두었다. 어리석어도 모두 진루안의 신분이 필연적으로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당당한 양씨 가문의 도련님이 이렇게 아첨하거나 심지어 경외하는 태도를 취할 할 수 없다.그렇다면 그가 오랜 동창인 이상 어떻게 이런 기회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그는 허벅지를 안을 수 있는 이런 기회를 절대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반드시 철면피가 되어서, 연락할 수 있는 수단도 가져야 한다.“모두 다 동창이야. 모두 동창이고, 감정이 깊어.” 정말 뻔뻔스럽게 말한 원경태는 진루안을 바라보며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진루안은 눈살을 찌푸리고 원경태가 이렇게 말하는
“진 선생님, 진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손일명은 바로 돌진해 갔다. 지금은 체면이고 뭐고 상관이 없었다. 그가 만약 이 일을 잃는다면, 순식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 일단 그가 양원그룹의 이 깃발을 빌릴 수 없다면, 앞으로 누가 그에게 아부할 수 있겠는가?진루안의 한마디는 그의 운명을 바로 바꿨고, 심지어 그의 미래마저 망쳤다. 이는 그의 마음을 몹시 불안하고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 앞서 진루안에 대한 모든 경멸이, 지금 모두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변했다.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진루안에게 빌었고, 진루안에게 그를 방귀처럼 여겨 달라고 빌었다.진루안은 쫓아온 손일명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한마디도 더 하지 않았다. ‘기회는 이미 그들 모두에게 주었지만, 그들이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야. 그래도 내 마음이 모질다고 탓할 수는 없어.’오랜 학우들의 우정도 이 순간에는 각별한 조롱과 쓸데없는 모습으로 보였다. 진루안은 더욱 그런 성인이 아니다. 이 손일명의 소행은 진루안이 그를 놓아줄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진루안은 계속 몸을 돌려 떠나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일명의 말을 상대하지 않았고, 양서빈과 강신철이 그의 뒤를 따랐다.진루안이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자, 손일명의 마음속 두려움은 순식간에 분노로 변했고, 참지 못하고 진루안을 향해 포효했다.“진가야, 너는 단지 데릴사위인 주제에 위세를 부리는 것에 불과해.”“여자 기둥서방 노릇이나 하는 잡종 새X, 정말 네가 평생 의기양양할 수 있다고 생각해?”“너는 조만간 재수가 없을 거야, 너는 조만간 재수가 없을 거야!”으르렁거리며 울부짖는 손일명은 유난히 광적으로 보였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이미 이성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포자기하는 모습도 있었다.뒤에서 들려오는 강렬한 모욕적인 말을 들은 진루안은 발걸음을 멈추었다.그가 몸을 돌려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먼저 돌아선 양서빈이 빠른 걸음으로 손일명의 앞으로 걸어가서, 손일명의 옷깃을 붙잡고
그리고 시종일관 진루안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철저하게 몸을 돌린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발밑에 있는 손일명을 차갑게 쳐다보던 양서빈은 단호하고 차갑게 말했다.“손일명, 오늘부터 너는 더 이상 통주시 블루베이 호텔의 총지배인이 아니야. 내가 경비원을 출동시키기 전에 즉시 꺼져. 안 그러면, 너에겐 그나마 약간의 존엄도 없을 거야!”“그리고 너희 원경태, 이태호, 마찬서, 나는 당신들이 모두 약간의 자본을 가진 작은 사업가라는 것을 알고 있어. 그러나 진 선생님은, 당신들을 상대할 마음조차 없어.”“감히 여기서 진 선생님에게 잔꾀를 부리다니, 개자식들, 너희들은 아직 깜이 아니야!”“진 선생님에게 불복하는 게 있으면, 이윤희와 안명섭에게 직접 물어봐. 그들의 답은 당신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양서빈은 차갑게 사람들을 노려보며 말했다.그후 그는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진루안을 쫓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오늘의 일이 뜻밖에도 이렇게 나쁜 지경으로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과연 옛 동창의 우정은 이미 얼마 남지 않았어.’‘그러나 이런 일이 발생할 확률도 그들 각자의 발전과 관계가 있어. 만약 발전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모두의 우정은 변하지 않을 거야.’‘어떤 사람이 진정으로 발전하거나 군계일학이 그렇게 많을까 봐 두려워. 그러면 동창회 전체는 아첨하는 곳으로 변하고, 더 이상 지난 일을 이야기하는 장소가 아니야.’진루안은 들어온 후 한 마디도 더 하지 않았고, 조금도 고조된 모습도 없었다. 다만 진정으로 술을 몇 잔 마시고 한때를 추억하려고 했다.다만 아쉽게도 원경태 이들은 그에게 이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루안도 호의를 무시당한 채로 있을 수는 없었다.[스스로 알아서 잘 해.] 바로 진루안이 그들 모두에게 보낸 권고였다.진루안은 이미 강신철과 한발 앞서서 블루베이호텔의 홀로 걸어갔고, 뒤에서 양서빈이 쫓아왔다.홀 안의 블루베이 호텔 직원들은 양서빈의 무서운 신분을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 양서빈이 뜻밖에도
양서빈은 놀라서 강신철을 쳐다보았다. 진루안의 눈에 다른 기색이 없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강신철을 깊이 바라보았다. ‘이 사람과 루안 형님의 관계는 역시 룸에 있던 다른 동창들과 달라.’“앉아라, 서빈아. 여기는 아무도 없어.” 진루안은 양서빈이 옆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이 말을 들은 양서빈은, 강신철이 진루안의 마음속에 있고 지위도 틀림없이 보통이 아닐 것이라고 더욱 확신했다.그래서 그는 투덜대지 않고 다른 쪽의 긴 의자에 앉았다.“루안 형님, 오늘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제가 조급해서 분명하게 말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름을 바로 말하고 직원들에게 와인 두 병이 바로 형님을 위해 준비한 것임을 말했어야 했어요. 그럼 형님이 모욕당하지 않았을 겁니다.”양서빈은 얼른 사과를 하면서 다소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그는 방금 너무 조급하게 블루베이 호텔로 달려왔기 때문에, 직원에게 지시할 때도 간략하게 말했지만, 진루안의 그 옛 동창들이 이렇게 우둔할 줄은 몰랐다.그렇다, 그의 눈에는 그 사람들은 그야말로 수박을 버리고 참깨를 줍는 경우에 속했다. ‘진루안에게 미움을 샀는데, 설령 그 몇 명의 작은 사장에게 아부한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어?’‘엄청난 기회를 그들이 놓쳤어, 영원히 놓친 거야.’‘특히 손일명은 동창회 때문에 더군다나 자신의 직장까지 잃었어.’‘앞으로 손일명이 무엇을 하든, 상대방 회사에서 오늘 이 일을 알게 되면, 아마도 그의 지원을 거절하겠지.’‘인품이 없는 사람, 이런 사람은 회사 고위층의 중용을 거의 얻을 수 없어. 만약 회사에서 중용한다면, 그 회사도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해.’“나에게 사과할 필요 없어. 오늘의 일은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내가 사람의 마음이 복잡다단할 줄 생각지도 못 했어.” 진루안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는 여태까지 양서빈을 탓한 적이 없었다. ‘오늘 일의 원인을 계속 파고 들어가면, 역시 사람의 마음이 변한 거야.’‘어수룩하고 성실
“어떻게 생각해?” 양서빈의 말을 들은 진루안은, 거꾸로 강신철을 바라보고 웃으면서 물었다.의아한 표정을 지은 강신철은 얼른 고개를 저었고, 양서빈을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양서빈 도련님의 호의는 정말 고맙습니다. 하지만 나는 정말 갈 수가 없어요.”“나는 내 몸값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어요. 블루베이 호텔은 통주시에서 가장 좋은 5성급 호텔 중의 하나인데, 내가 가서 망칠 수는 없지요.”“내가 진루안과의 우정 때문에, 양서빈 도련님의 사업을 망칠 수는 없어요. 사람답게 행동하려면 그렇게 하면 안 되겠지요.”강신철은 엄숙한 표정으로 그의 마음을 말했다.양서빈은 이 말을 듣자마자 더욱 의아하게 강신철을 쳐다보았지만, 마음속으로는 강신철을 더 중시하게 되었다.‘강신철이 이렇게 분명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강신철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해. 역시 루안 형님의 가장 친한 친구답네. 만약 정말 아니라면, 루안 형님도 이렇게 중시할 수 없어.’양서빈은 진루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진루안의 뜻을 들어야만 감히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결국 이 문제는 진루안이 입을 열어야 했다. 그가 만약 강신철에게 승낙한다면, 진루안의 체면을 구기게 될 것이다.진루안은 아주 진지하게 강신철을 바라보면서 나지막한 소리로 다시 물었다.“잘 생각했어? 이건 좋은 기회야, 너는 아버님을 좀 더 잘 모시고 싶지 않아?”“루안아, 우리 아버지가 원하는 건 결코 물질적인 게 아니야. 아버지는 내가 잘 되기를 바라시고 그걸로 충분해.”“너 설마 아직도 나를 몰라? 나는 큰 뜻이 없어,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살면 돼.”살짝 웃은 강신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강신철의 말을 들은 진루안도 한숨을 쉬었고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강신철 자신이 알고 있으면 된 거야. 신철이 자신은 자신만의 생각이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신철이를 존중해 주는 거야.’‘아니면 신철이를 억지로 블루베이 호텔에 가게 하는 건, 오히려 좋지 않아.’“그럼 됐어. 강신철은 너희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