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루안 씨, 당신이 명화 고모를 때렸으니 앞으로 저희는 서씨 가문과 완전히 척을 지게 됐어요."서경아와 진루안은 어두워진 거리를 느긋하게 걷다 이내 나란히 공원 샛길로 들어갔다.서경아의 얼굴에 근심이 어려있었지만 진루안의 행동을 비난하지는 않았다.그녀도 진루안이 자신을 위해 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만약 진루안이 나서지 않았다면 자신은 서씨 가문에게 뜯어 먹혀 가루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설령 제가 때리지 않았다고 해도, 우리가 그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진루안은 상관없다는 눈빛으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그는 단 한 번도 서씨 가문 같은 건 신경 써본 적이 없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그가 신경 쓰는 건 오직 서경아 한 사람뿐이었다."진루안 씨, 이러는 건, 너무…" 서경아는 서씨 가문과 완전히 틀어지게 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조금 걱정이었다."당신은 겉보기엔 차가워 보이지만 마음이 너무 약해요. 당신은 그 사람들 이렇게 생각해 주지만 그 사람들은 조금도 고마워 안 할 걸요? 오히려 어떻게든 괴롭히려고 하겠지.""사람이 너무 얌전해서는 안 돼요. 그러면 괴롭힘만 당해요. 설령 가족을 마주한다고 해도 절대로 만만하게 굴어서는 안 돼요. 알겠어요?" 진루안은 서경아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그런 뒤 서경아의 두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진지하게 경고했다.서경아는 심장이 왠지 모르게 술렁거렸다. 특히 진루안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드러났다.진루안도 순간 멈칫했다. 이내 서경아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자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진짜 예뻐요.""뭐야, 몰라요." 잔뜩 부끄러워하며 진루안을 밀어낸 서경아는 빠른 걸음으로 앞에 있는 긴 벤치에 앉아 밤하늘을 가득 메운 뭇별들을 바라봤다. 이렇게 쾌적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그녀는 문득 이런 분위기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녀에게 귀찮은 일이 없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내일이면… 당신과 이동근의 대겨리넨요. 한준서는 절대로 당신을
그녀는 진루안에 관해 아는 것들을 떠올렸다. 다 아주 조금 밖에 없었다.그녀는 진루안이 예전에는 할아버지와 함께 지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녀와 상황이 비슷했다. 다만 진루안의 부모는 일찍이 사망한 것이 아니라 실종되었다.그에게는 이윤희를 전여자친구가 있었다. 아니면 첫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아주 예전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헤어졌다.진루안은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길거리를 떠돌며 구걸하며 지냈고 그 뒤로 몇 년간은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칠 전, 그는 동강시로 돌아와서는 또 이윤희의 결혼식에 참석했다."당신 그동안…" 서경아는 드디어 이야기의 포인트를 찾았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진루안의 사라진 6년을 잊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6년 동안 도대체 뭘 하러 갔는지 아무도 몰랐다.다만 한 가지, 진루안은 돌아온 뒤 조금 출세한 듯했다. 이윤희와 안명섭의 결혼식 축의금도 포대 자루에 담아서 줄 정도였다."이거 보여줄게요!" 진루안은 온화하게 웃으며 바지 주머니에서 증명서 하나를 꺼내 서경아에게 건넸다.서경아는 이 증명서를 두 번째로 보는 사람이었다.첫 번째는 바로 잔뜩 겁을 먹었던 동강시의 위생 대신이었다.의아한 얼굴의 서경아는 증명서 위의 금색 휘장을 보자 순간 얼굴이 굳었다. 천천히 증명서를 열자 진루안의 증명사진과 그 안의 내용이 보였다."당신…" 서경아는 넋을 놓은 채 멍한 눈으로 진루안을 쳐다봤다.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이 증명서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그와 동시에 그녀의 모든 의문을 풀어주었다."그동안 전 임페리얼에서 군인으로 지냈어요. 수많은 공적과 명예를 쌓았고 용국에서는 이걸 저에게 주었죠. 이 증명서만 있으면 동강시는 물론 건성에서도 전 두려울 것 하나 없어요!""전에 위생 대신이 생각과 태도를 바꿨을 때, 전 별말 없이 그저 이걸 보여줬을 뿐이에요.""그리고 여섯 가문에서 보내온 선물도 제가 전광림을 구해줘서 은혜를 갚겠다는 그런 이유
서경아는 콧방귀를 뀌며 진루안을 밀쳐냈다. 진루안이 신분을 드러냈다고 해서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은 없었다.이게 바로 서경아였다. 누구를 마주하든 비굴하지 않는 것이 바로 서경아였다."이제 보니 당신을 향한 제 편견이 보통 깊었던 게 아닌가 봐요." 서경아는 자조적으로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며 늘 진루안에 대해 걱정했지만, 만약 진루안이 없었다면 진작에 서화 그룹 대표이사 자리에서 밀려났을 거라는 걸 이제는 완전히 깨달았다.알고 보니 진루안은 늘 묵묵히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돕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엇을 했던가?사사건건 트집 잡고, 차갑게 대하고 무시했었다.아마, 상처받았겠지?옆에 있는 진루안을 몰래 흘깃 쳐다본 서경아는 마음이 불편해졌다."그렇게 대단한 사람인데 왜 서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려는 거예요?" 서경아는 아직 궁금한 것이 남아있어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진루안같은 신분과 저력이 있는 사람에게 그녀는 닿을 자격도 없을 것 같은데 그는 기꺼이 서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오겠다고 말했다."스승님 부탁이었어요.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서경아의 질문에 진루안도 체념한 얼굴로 말했다.그도 데릴사위가 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알게 되면 명성이 얼마나 나쁘던가하지만 스승님은 그의 성격을 시험하려고 했고 그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당신 스승님? 그러면 그동안 계속 스승님이랑 있었던 거예요?" 서경아의 두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그녀는 진루안의 과거에 몹시 큰 흥미가 있었다.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는 서경아의 모습에 진루안은 아예 지난 6년간의 일들을 국가 기밀 외에 다 알려줬다.족히 30분 동안 진루안은 자신이 가장 위험했을 때, 가장 힘들었을 때 또 가장 보람찼을 때의 일을 서경아에게 알려주었다.진루안의 과거를 들은 서경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듣고 있자니 심장이 다 튀어나올 것 같았다.특히 진루안이 3년 전의 해외 임무에서 총알이 심장과의 거리가 1cm 채 안 되는 왼쪽 늑골을 뚫고
진루안은 여전히 서경아에게 자신의 모든 신분을 털어놓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임페리얼의 궐주라는 신분을 알린다면 그녀는 아마 놀라 까무러칠지도 몰랐다.용국에서 국왕 폐하는 가장 존귀하며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군부에서는 궐주가 최고 존엄이었ㄷ.진루안의 신분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서경아는 더는 한준서에게 용서를 구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진루안의 실력을 믿기로 했다.밤의 장막이 드리워진 거리는 몹시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한준서의 별장 안, 한준서는 이 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소파에 앉아있었다. 맞은편에는 까까머리를 한 평범한 외모의 20대 청년이 앉아있었다.길거리를 다니면 아무도 주의하지 못할 만큼 평범한 외모의 청년은 이번에 한준서가 가장 믿는 사람이었다. 이 청년은 바로 동강시 최고의 젊은 권술사, 이동근이었다.이동근은 한씨 가문과 꽤 교류가 있는 편이었다. 이번에도 한준서는 이동근을 대결에 초대하기 위해 갖은 심혈을 기울였다.이를 위해 그는 6억 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했다. 그저 이동근이 진루안의 양팔만 망가트리면 그만이었다."이동근 권술사, 제에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자식의 두 팔만 망가트려 주십시오.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요!" 한준서의 두 눈은 음험하게 가라앉았고 말투에는 악랄함이 담겨 있었다.그 말을 들은 이동근마저도 저도 모르게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두 팔을 망가트리는 데에 치료를 받아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라니? 그 말인즉슨 앞으로 진루안은 팔이 없는 장애인으로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닌가?이 한준서는 도대체 그 사람과 무슨 원한을 졌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하지만 이동근도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받았으니 한준서를 위해 고민을 해결해 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이동근도 사고가 생기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그저 한씨 가문의 실력이라면 이 일을 잘 처리해 줄 거라고 생각해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걱정하지
별장문을 연 진루안은 밖에 서서 쭈뼛거리고 있는 정도헌을 흘깃 쳐다봤다. 그런 뒤 등을 돌려 무심하게 그에게 말했다.얼른 쫓아들어온 정도헌의 얼굴에는 아직도 긴장감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은 기쁨이었다. 그는 이번에 드디어 궐주님을 만나게 되었다."궐…""필요한 거 있어?" 진루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가 호칭을 다 부르기 전에 끼어들어 말을 잘랐다. 이내 위협하듯 그를 노려봤다.정도헌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알아챘다. 지금 이런 곳에서 궐주님이라고 불러서는 안 됐다.이런 신분은 드러내서는 안 됐다. 잘못하면 엄청난 사건으로 이어졌다.만약 동강시에서 궐주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정사당의 사람들은 놀라 까무러칠게 뻔했다.건성의 정사당도 다들 깜짝 놀랐었다.심지어 그도 오늘 전화로 진루안이 동강시에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놀라 심장박동이 다 빨라졌었다.별장의 거실은 황금빛의 불이 비춰지고 있었다."경아 씨, 내려와요.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요."진루안은 2층을 향해 외친 뒤 정도헌을 보며 앉으라고 소파를 가리켰다.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은 정도헌은 진루안이 직접 물을 따라주자 다시 긴장하며 벌떡 딜어섰다. "아닙니다, 아닙니다.""앉아!" 진루안은 정도헌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그는 앞뒤가 다른 가식적인 사람이 싫었다. 어쩌면 지금 속으로 자신을 욕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정도헌은 안절부절못하며 자리에 앉았다. 마흔이 넘은 나이지만 진루안을 마주하니 여전히 긴장을 주체하지 못했다.어쩔 수 없었다. 진루안은 신분도 고귀했고 지위도 엄청났으며 실력은 출중해 그는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작 6년 만에 수백 번의 크고 작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용국을 위해 1급 국제 명예를 백 개가 넘게 쟁취했으며 2등 명예는 3백 개가 넘었다. 심지어 전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자리인 군신의 왕 자리도 연속 4년이나 독점하고 있었다.용국 안에서 스승인 백 군신의 도움과 수많은 인맥은 진루안의 궐주 지위를 점점 더 높여주
소파에 앉아 있는 정도현의 모습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 건성의 언론 대신인 그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자 서경아는 무척 의아했다.‘설마 진루안의 신분 때문에 이렇게 조심스러워졌나?’“진…… 진…….”정도헌은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싶었지만 진루안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다른 사람 앞에서 궐주라고 부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직접 이름을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속으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그냥 이름 불러요.”진루안은 정도헌의 모습에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그의 대답을 얻은 정도헌은 활짝 웃었다. 그제야 그는 하던 말을 이어갔다.“진루안 씨와 서화 그룹의 허위 보도에 관하여 이미 조사 마쳤습니다. 동강시의 언론 대신의 딸이 마침 동강시 보도국의 기자였습니다. 모든 게 루안 씨를 모함하기 위함이었고 그 여자가 결정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정도헌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제가 사람을 시켜 그 기사를 모두 내리게 했고 그 여자더러 정정 기사를 내게 하고 사람들 앞에서 이 모든 게 허위 보도라는 걸 인정하라고 했는데 괜찮나요?”말을 마친 그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진루안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당사자는 눈살을 찌푸린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서경아가 얼굴에 희색을 띠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허위 보도 때문에 루안 씨와 서화 그룹 이미지에 타격이 심했는데 이렇게 해결됐다니 잘된 일이네요. 고마워요.”“서 대표님 너무 내외하시네요. 제가 응당 해야 할 일인걸요.”서경아의 만족스러워하는 답변을 듣자 정도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진루안이 여전히 눈살을 찌푸린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자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그러던 그때 진루안이 갑자기 눈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내가 전에 뭐라고 했는지 잊은 건 아니겠죠?”그의 잇새로 딱딱한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그 시각 그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그 눈빛과 마주친 정도헌은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아무리 고위직에 있다고 한들 그는 여전히
한준서는 일찍부터 하늘 광장에 나와 있었다. 그는 진루안의 처참한 말로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었다.그뿐만 아니라 그날 결혼식장에서 내기 내용을 들은 하객들은 모두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러 몰려들었다.심지어 신혼인 안명섭과 이윤희는 둘만의 알콩달콩한 허니문 여행을 즐기러 가지도 않고 오직 진루안이 당하는 꼴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장근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진루안에게 뺨 몇 대를 맞은 이후로 한참 동안 나타나지도 않던 그조차 오늘은 광장에 모여들어 안명섭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그의 얼굴은 이미 부기가 빠졌지만 그동안 진루안에 대한 미움은 점점 깊어만 갔다. 그는 진루안이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겨 죽어야만 마음속의 한을 풀 수 있을 것만 같았다.두 사람은 동창이었지만 정이라 할 것도 없었다. 지금껏 진루안을 동창으로 생각지도 않았으니 정이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오빠, 진루안 이번에 죽는 거 맞지?”검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안유아는 진한 화장이 더해져 블랙 위도의 느낌이 물씬 났다. 그녀도 안명섭 옆에서 조롱 섞인 눈빛으로 때를 기다렸다.그때, 그녀의 말에 안명섭이 고개를 끄덕였다.“한준서 도련님의 원한을 샀으니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지.”“다행이네. 짜증 나던 참이었는데.”안명섭의 대답에 안유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 시각 이윤희는 복잡한눈빛으로 광장 중앙을 바라봤다. 현재까지도 진루안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녀는 주위의 고조된 분위기와 한준서의 원한을 느낄 수 있었다.“왜? 마음 아파?”이윤희가 눈살을 찌푸린 모습을 보자 안명섭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고 저도 모르게 버럭 화를 냈다.사실 이윤희가 임신하지만 않았다면 그는 그녀와 결혼할 일도 없었다.집안에서 손주 손주 노래를 불러대니 이윤희를 아내로 맞이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저 딱 하루밤 놀다 버릴 상대에 지나지 않았다.“여보, 무슨 말이야? 내가 왜 그런 능력도 없는 남자 때문에 마음 아파하겠어?”이윤희는 안명섭이 화를 내자 얼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는 진루안을 보자 서경아는 그제야 약간 안심했다.‘기왕 닥친 일인데 마음가짐을 편히 가지는 게 오히려 좋아. 이건 피할 수 없는 결투야.’“마 영감님 오셨어!”그때 갑자기 누군가 소리를 쳤다. 그 소리에 주위 사람들은 그제야 광장 옆의 도로에 벤틀리 한 대가 서서히 들어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그 차 뒤에는 승합차 몇 대가 더 따라붙었다.곧이어 차에서 몇십 명의 패거리들이 양복을 입은 채 당장 누구와 혈투를 벌이기라도 할 태세로 몰려나왔다. 하지만 개량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마 영감은 그들과 다르게 점잖은 모습으로 등장했다.그의 뒤에는 4대 부장이 뒤따랐다. 황지우는 그들 중의 대장이었고 나머지 두 사람도 진루안과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그들과 실력을 겨뤄본 적도 있었다.그 중 한 사람은 호원이었는데 그는 조영화가 마 영감에게 보낸 부하인 동시에 스파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전에 진루안의 발에 차여 기절한 적이 있었다.다른 한 사람도 진루안에게 참패를 당한 사람이었지만 마지막 한 명은 진루안조차 낯선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의 곧은 자세와 기개를 보면 한눈에 은퇴한 군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마 영감님, 여긴 웬일로 오셨습니까?”“하하, 마 영감님, 참 등장마저 남다르십니다.”주위 사람들은 모두 앞으로 다가가 그에게 인사를 건네며 아부를 해댔다. 감히 마 영감의 심기를 거스를 자가 누가 있겠는가? 그건 죽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인데.마영삼이 폼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자 진루안은 속으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영감탱이가 멋있는 척은 혼자 다 하네.’마영삼이 나타난 건 그가 손해라도 보면 그때 나서서 도와주기 위함이라는 걸 진루안은 알고 있었다. 이 은혜를 그는 말없이 마음속에 간직했다.한편 마 영감이 나타나자 한준서는 가만있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은 하나도 두렵지 않았지만 유독 마 영감은 예외였다. 왜냐하면 그는 한씨 가문에서 건드려서는 안 될 막강한 존재이기 때문이다.그는 이내 일어나 마 영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