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차가운 눈으로 이윤희를 노려보는 안유아의 얼굴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네가 우리 오빠 아이를 임신하지 않았다면, 네까짓 게 어디 우리 집안에 들어올 자격이나 있었겠어?'

안유아는 저런 돈밖에 모르는 여자는 자기 오빠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속에서 열불이 차오른 이윤희는 진루안을 노려보며 벌컥 화를 냈다. "진루안, 당장 꺼져!"

저 진루안 때문에 자신마저 안유아에게 모욕을 당하다니. 겨우 시누이의 환심을 샀는데 눈 깜짝할 새에 전부 다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진루안은 고개를 저으며 한때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이윤희를 쳐다봤다. 당시에도 이윤희는 재벌가에 시집가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재벌 가문이 어디 들어가기가 쉬운 곳이던가?

"이야, 우리 옛 동창이잖아. 진루안, 너도 왔어?"

신랑인 안명섭은 술잔을 든 채, 잔뜩 붉어진 얼굴로 다가왔다.

그러다 자기 여자인 이윤희가 진루안과 함께 서 있는 것을 보자, 두 눈에 음산함이 드러났다.

안명섭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알아챈 이윤희는 얼른 다가가 팔짱을 끼려 했다.

하지만 짜증을 내며 그 손을 뿌리친 안명섭은 이내 진루안을 깐깐하게 훑어봤다. 진루안의 남루한 차림을 본 안명섭의 눈에 이내 경멸이 반짝였다.

"친구야, 결혼 축하해!" 진루안은 시원하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지만 안명섭은 코웃음만 치며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허공에 쓸쓸히 내밀어진 손에 진루안은 몹시 난처해졌다.

"어쩌다 이렇게 궁상맞은 꼴이 됐어? 설마 아직도 쓰레기나 주우면서 사는 거야?"

"친구끼리, 말해봐. 내가 도와줄게!" 안명섭은 진지한 척하며 물었다. 특히 진루안이 포대 자루를 들고 있는 것을 보자 진루안이 여전히 폐품을 주우며 살아가고 있다고 더더욱 확신했다.

고등학생일 때도 진루안은 폐품을 주워 판 돈으로 학교를 다녔었다. 말은 근검절약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가난때문이 분명했다!

다른 동창들도 술잔을 든 채 다가왔다. 방금전까지 진루안을 무시했던 그들은 지금 하나둘 구경하러 다가왔다.

"진루안, 너 왜 이렇게 입고 왔어? 안명섭의 결혼식을 너무 가볍게 본 거 아니야?" 동창인 장근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진루안을 노려봤다.

진루안의 안색이 끝내 변했다. 잇따른 비난과 조롱은 제아무리 돌이라고 한다도 화를 내기 마련이었다.

그는 그저 스승님의 명을 받고 급하게 오느라 옷을 갈아입지 못했을 뿐인데, 궁상맞다니?

임페리얼의 주인으로서, 진루안은 온 건성의 모든 산업을 사버릴 수도 있엇다.

"근수야, 동창한테 일자리 좀 시켜줘!" 안명섭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똑같이 양복을 입고 있는 장근수를 쳐다봤다.

멈칫하던 장근수는 진루안의 차림을 자세히 훑어본 뒤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모습을 보니까 영 잘 지내는 건 아닌 것 같네. 그래도 괜찮아, 내가 친구랑 자금이 백억이 넘는 회사를 하나 차렸거든."

"너 우리 회사에 경비로 와서 일하면 되겠다. 월급 60만 원에 식대랑 잘 곳은 제공해 줘!" 장근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눈을 흘겼다. 그러고는 마치 직속 부하를 부리듯 제멋대로 진랑의 미래를 결정했다.

"이렇게 좋은 대우라니, 진루안에게 너무 후한 자리 아니야?"

"쓰레기나 줍는 저 녀석에게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진루안, 얼른 장근수에게 큰절 올리지 않고 뭐해?"

주위의 동창들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구경하며 갖은 방법으로 진루안을 모욕했다.

그들도 안명섭과 장근수가 일부러 진루안을 모욕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이에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참여했다.

쏟아지는 모욕에 진루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못 본 사이 친구들이 전부 다 변한 것 같았다.

장근수는 진루안이 대꾸를 하지 않자 고개를 절레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요즘 세상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이것저것 고르지 마. 일자리 하나 있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네가 안명섭도 아니고, 나도 아니잖아. 아무런 뒷배도 없는 녀석이 뭐 얼마나 좋은 일자리를 바라는 건데?" 장근수는 쉴 새 없이 진루안을 가르치려 들며 세상을 모른다고 질책했다.

"닥쳐!" 진루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장근수를 노려봤다. 옆에서 계속 주절대는 탓에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장근수의 일그러진 얼굴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위층의 봉황 장식이 된 시계를 쳐다보는 진루안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드러났다.

10시가 다 되어가는데, 서경아는 왜 아직도 안 오지?

진루안은 오기 전에, 자신의 그 약혼녀도 오늘 이곳에 온다는 것을 이미 다 알아봤다.

"뭘 쳐다보는 거야, 2억이 넘는 시계를 네까짓 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안유아는 조롱하며 진루안을 노려봤다.

방금 전 진루안이 장근수에게 거칠게 화를 내는 것을 보자 안유아는 더욱더 실망했다.

능력이 없는 것도 모자라, 성격만 더 더러워져 있었다.

저런 사람은 제대로 된 아내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일일 것이다.

진루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계속 해서 시비를 거는 안유아에게 진루안은 진작에 인내심을 잃었다.

그저 안유아가 여자이기 때문에 상대를 하지 않은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