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아는 줄곧 대청의 소파에 앉아서 수시로 서재 안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진루안과 아버지가 그 안에서 어떤 문제를 토론하게 될지 몰랐기에 다소 걱정스러웠다.그러나 진루안이 그녀를 들어가지 못하게 했기에, 그녀는 자연히 그 말에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서재 안의 분위기는 다시 한번 적막속에 빠졌다. 서호성은 침묵했고, 진루안도 말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 멀뚱멀뚱 눈만 쳐다보고 앉아 있었다.얼마가 지났을까, 서호성은 마침내 입을 열면서 오랜 침묵을 깼다.“진루안, 어떤 일들은 경아가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겠어. 어차피 그때의 장본인은 이미 죽었고, 마땅한 징벌을 받았지. 그렇지 않은가?”“그리고 내가 그녀를 죽이지 않더라도, 진루안의 실력이면 조영화를 죽일 거라고 믿는데?”“하지만 자네가 그녀를 죽인다면, 결국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니 제가 대신 한 것이지. 남은 뒤처리 문제도 내가 잘 해결할 거고, 너희 부부에게 골칫거리를 남기지 않겠네.”서호성의 말투는 많이 부드러워져서, 완전히 상의하는 말투였다.그가 어떻게 하든, 그는 진루안의 실력이 무섭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비록 진루안의 신분을 아직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는 진루안을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직감했다.게다가 이 일은 서호성 그가 한 일이므로, 진루안은 끼어들지 않기만 하면 된다.진루안은 서호성을 바라보면서, 그가 한 이 몇 마디 말은 서호성의 인품이 어떤지 증명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차라리 회사를 손녀 서경아에게 맡기고 서호성에게 주지 않았는데, 그게 이유가 있었어.’‘서호성은 사람됨이 중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독사처럼 모질고 결단력이 있어. 일단 어떤 일을 정확하게 알게 되면, 반드시 소리 소문도 없이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가할 거야.’‘조영화가 죽었을 때만 해도, 그녀를 죽인 사람이 바로 한 이불을 덮고 사는 서호성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당신은 내가 위협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합니까?”
조수석에 앉아 있는 서경아는 막연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왜 진루안이 갑자기 이렇게 긴장했는지 몰랐고, 게다가 마치 자신의 아버지를 방비하는 것처럼 여겨졌다.“루안 씨, 당신하고 우리 아빠는 무슨 얘기를 했어요? 왜 당신 얼굴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여요?” 서경아는 참지 못하고 물으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진루안은 고개를 저으면서 나지막한 어투로 말했다.“아무 일도 없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조영화가 죽고 조윤도 죽었어요. 앞으로 당신은 마음 놓고 회사를 발전시켜요. 나머지는 내가 도와 줄게요.”“뭐라고요? 조윤도 죽었어요? 어떻게 된 일이예요?” 소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조영화는 교통사고로 죽었을 뿐인데, 조윤도 결국 같은 날 죽었어.’‘설마 그 안에 무슨 일이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거야?’‘조윤은 어제 진루안에게 두 손과 두 발이 부러져서, 이미 병원에 입원했어.’‘그런데 병원에서 어떻게 죽었어?’그녀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병실에 불이 나서, 그를 태워 죽였어요.”진루안은 서경아에게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오싹한 생각이 들었다. ‘서호성의 잔인함은 과연 헛된 것이 아니야.’‘서경아의 친엄마가 사망했던 때의 내막을 아는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그들을 모두 죽였어.’‘이렇게 되면, 내가 임페리얼의 궐주로서 계속 조사하려 해도, 근본적으로 할 수가 없어.’‘또한 서호성은 서경아의 친아버지라서, 그가 어떻게 하든, 나는 그를 제압할 방법이 없어.’서경아는 지금도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 ‘조영화 남매가 뜻밖에도 같은 날에 죽어버렸는데, 정말 하늘이 다 보고 있다는 건가?’그녀는 계속 묻지 않았다. 그녀는 늘 이 안에 또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 자신은 모른다고 느꼈다. 특히 진루안의 지금 반응은, 그다지 정상적이지 않았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의심한다 해도, 친아버지인 서호성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나는 얼
오향아는 어떻게 진루안이 마세라티를 몰 수 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비록 진짜 마세라티를 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의 동영상을 본 적이 있어서, 이 차의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것은 그래도 알고 있었다. 아마도 왕교문의 부가티 베이론에 비해 약간 차이가 날 것이다.그러나 아주 부자여야 차를 몰 수 있는데, 진루안이 차를 몰아서 그녀를 놀라게 했다.결국 어릴 때부터 진루안의 꽁무니를 따라다녔기 때문에, 그녀는 진루안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었는데, 진루안의 집안 형편으로는 그 차를 살 능력이 없을 것 같았다.“향아야, 네가 어떻게 그 사람과 함께 있니?” 진루안은 차에서 내리자 바로 오향아를 끌고 와서, 차갑게 왕교문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에는 냉기가 가득했다.왕교문은 놀라서 온몸을 떨면서, 얼른 설명했다.“진루안 도련님, 저는 결코 나쁜 짓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향아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그녀의 어머니를 만난 다음에 다시 데리고 왔습니다. 단지 그것뿐입이다.”“그런 거니?” 진루안은 시선을 오향아에게 돌리고, 차가운 얼굴로 오향아를 쳐다보았다.오향아는 진루안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좀 무섭고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그녀는 진루안이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결코 두렵지 않았다.“루안 오빠, 정말이예요. 왕 오빠가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예요. 그는 악의가 없어요.”“그가 오늘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못 하게 했어요.” 오향아는 왕교문을 도와서 설명하고는, 진루안을 쳐다보았다.진루안은 오히려 눈살을 더욱 찌푸리고, 다시 왕교문을 바라보며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무릎을 안 꿇었어?”“진루안 도련님, 무릎을 꿇고 싶은데, 아저씨가 허락하지 않아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왕교문은 어찌 할 도리가 없어서 씁쓸한 표정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무릎을 꿇었지만, 오씨 아저씨에게 막혔다.그는 자신이 진루안의 요구를 어겼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정말 어떻게
왕교문은 얼른 다가와 히죽거리면서 태도를 표명했다.“진루안 도련님, 안심하세요. 앞으로 저 왕교문은 향아 동생의 운전기사 겸 경호원입니다. 누가 감히 향아 동생을 괴롭히면, 제가 절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리모델링 비용 일은 어떻게 됐어?” 진루안은 그를 노려보고 그에게 직언하여 물었다.자신이 이곳에 온 것은 바로 이 일을 위해서였다.왕교문은 진루안의 말을 듣고, 득의양양하게 헤벌쭉 웃으며 대답했다.“진루안 도련님, 제가 방금 리모델링 비용을 바로 아저씨께 모두 3억 원을 보냈습니다. 많지도 적지도 않습니다.”“루안 오빠, 우리 엄마가 이번에 드디어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리모델링 비용이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오향아는 리모델링 비용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시울은 약간 붉어졌다.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정말 고생 끝에 낙이 왔다고 느꼈다. 수술만 할 수 있다면 생활이 좋아질 것이고, 그녀는 자신이 대학에 진학하는 꿈과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쫓을 수 있다.“너의 서경아 언니가 이미 너의 어머니가 성립병원에 갈 수 있도록 연락했어.”“일이 늦어서는 안 돼. 병세가 늦출 수 없으니, 지금 바로 병원을 옮겨서 수술을 할 거야.”진루안이 기다린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돈이 도착했으니, 바로 수술하러 가자.’‘하루 지체하면 두 배, 심지어 몇 배까지 심각해질 수 있어.’오향아는 진루안의 말을 듣고,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왕교문은 그녀가 조급해하는 것을 보고, 얼른 주동적으로 말했다.“향아야, 내 차를 타. 내가 너를 데리고 병원으로 돌아갈게.”“너는 필요 없어, 네가 뭐하러 가.” 진루안은 퉁명스럽게 왕교문을 노려보고는, 오향아를 끌고 마세라티에 올랐다.진루안은 차를 몰고 곧장 시립병원으로 달려갔다.왕교문은 마세라티가 거리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그저 한숨을 내쉬며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자기가 향아의 경호원과 기사가 되라고 해 놓고서 이제는 또 내가 필
‘그들처럼 이미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인물이, 평범한 사람 앞에서 뜻밖에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려고 했어?’이것은 부인을 좀 불안하게 만들었고, 심지어 겁이 나기 시작했다.“여보, 우리 딸이 걔와 함께 갔는데, 설마 사고가 난 건 아니겠지?” 중년 부인의 얼굴색은 점점 창백해지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뚱보 오씨 아저씨에게 물었다.오씨 아저씨도 자신이 없어서, 바로 핸드폰을 들고 오향아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바로 그때, 병실 문이 열리더니 아직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오향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아버지, 어머니, 누가 왔는지 빨리 보세요.”오향아가 진루안을 데리고 병실에 들어서자, 오씨 아저씨는 몸을 돌려 진루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굴에 웃음을 금치 못했다.중년 부인은 침대에 누워 있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진루안이 어딘가 아주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디에서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숙모, 저 진루안이예요.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겠어요?” 진루안은 부인에게 다가가, 뼈만 앙상한 부인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유난히 괴로웠다.그때는 늘 쾌활하게 웃으면서 성격이 호탕했던 숙모가. 지금은 병고에 시달리면서 이런 모습이 된 것이다.부인의 눈이 갑자기 눈물이 솟아났다. 그녀는 거의 진루안이 말하기 직전에 진루안의 그림자를 떠올렸다. 다만 그때의 진루안은 아무 것도 아닌 어느 정도 자란 아이였다.현재 진루안의 이런 모습은 전형적인 대재벌의 모습이어서, 기질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녀는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진루안이 자신을 소개하고서야, 그녀는 이것이 바로 그 당시 거리를 돌아다니던 진루안이라는 것을 확신했다.“이놈아, 어디 갔었어? 한번 가자마자 6년이 넘었어, 네 뚱보 아저씨가 너를 찾다가 바비큐 가게를 내놓을 뻔한 거 알아?” 부인은 눈을 붉히면서,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진루안의 귀를 잡아당기며 힘을 썼다.그러나 진루안은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가 건장해서가 아니라, 부인이 확실히 힘이 없는 것이다
“여보, 그 돈은 쉽게 얻은 것이 아니야. 너…….”중년 부인은 또 오씨 아저씨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오씨 아저씨가 바로 큰 손을 저으면서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돈은 없으면 벌면 돼. 당신이 없으면 나하고 향아는 평생 즐겁지 않아.”“아저씨, 숙모, 안심하세요. 성립병원의 원장님이 제 약혼녀의 사촌아저씨라서, 배려해 주실 거예요. 수술은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진루안은 그들이 계속 다투지 못하게 얼른 말했다.“그래, 내가 시립병원 원장을 찾아갈게.” 오씨 아저씨는 진루안의 말을 듣자 바로 마음이 놓여서, 크게 웃으며 몸을 돌려 원장의 사무실로 향했다.전원을 하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 적어도 원장의 허가가 있어야 전원을 진행할 수 있다.동강시병원의 원장도 크지도 작지도 않은 대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8급 대신이다.그의 사무실은 바로 꼭대기 층의 중간에 있는데, 아주 기품있는 사무실이다.원장님은 흰 가운을 입고서 여유롭게 사무실 의자에 앉아 찻잔을 들고 있었다.오씨 아저씨는 흥분해서 문을 두드리는 것도 잊고, 바로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원장은 깜짝 놀라 음울한 얼굴로 오씨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그는 오씨 아저씨의 옷차림이 이렇게 간단한 것을 보고는, 경멸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원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오영기라고 합니다. 제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데, 지금 성립병원으로 옮겨서 수술을 하려고 합니다. 동의해 주시겠습니까?” 오씨 아저씨는 흥분된 얼굴로 원장을 바라보며 물었다.원장은 원래 표정이 좋지 않았는데, 그 말을 듣자 더 일그러졌다. 수술비 자체가 엄청 비싼데, 이 수술을 시병원에서 한다면 그건 바로 그 덕분이었다.그러나 오씨 아저씨가 뜻밖에도 성립병원에 가서 수술을 진행하겠다고 하니, 갑자기 안색이 많이 어두워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오씨 아저씨를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환자의 가족에게는 미안하지만, 시립병원은 병원을 옮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돌아가세요.”“만약 당신들이 수
진루안은 병실을 떠난 후, 바로 꼭대기 층에 있는 원장 사무실로 왔다.사무실 맞은편에 작은 사무실이 하나 있는데, 안에 있던 남자 비서는 진루안을 보고 원장 사무실로 곧장 달려가서, 얼른 진루안을 가로막고 큰 소리로 소리쳤다.“저, 가족 분, 원장님은 일이 있어서 바쁘시니, 방해하지 마십시오.”“비켜!” 진루안은 눈살을 찌푸리고 남자 비서를 노려보았다.진루안의 차갑고 살기를 띤 눈빛을 보자, 남자비서는 순식간에 얼음굴에 떨어진 것처럼 동작이 많이 무뎌졌다.이 틈을 타서, 진루안은 이미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남자 비서는 그제야 반응해서 얼른 쫓아갔다.원장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신문을 보고 있는데, 어디 일을 한단 말인가?진루안은 들어온 후에 사무실 문 입구에 서서, 차가운 눈으로 이 장면을 바라보았다.원장은 또 깜짝 놀라면서 안색이 아주 음험했다. ‘앞서 오영기가 사무실에 뛰어들더니, 지금 또 다른 사람이 침입하네. 원장 사무실이 어떤 곳이야? 슈퍼마켓이야? 아무나 들어와도 되는 거야?’“비서, 데리고 나가!” 원장은 화를 내지 않고 소리쳤지만, 분통을 터뜨린 것이 분명했다.“조그마한 시립병원의 원장이, 허세는 작지 않네.”“보아하니, 이번에 쓸어 넣은 대신들은 여전히 그다지 철저하지 못한 것 같아.” 진루안은 차갑게 웃었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앞에 있는 원장을 바라보았다.원장은 그 말을 듣고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진루안의 말은, 바로 그동안 동강시 정사당을 와해시키고, 수많은 대신들을 잡아넣은 것을 바로 지적한 것이다.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자기도 모르게 긴장해서 진루안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은 누구입니까?”진루안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어조로 소리쳤다.“나는 당신과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겠어. 내과 6호실의 환자는 곧 병원을 옮길 거야.”“만약 당신이 감히 거절한다면, 당신과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겠어. 내가 바로 위생대신을 찾아와서, 그가 당신에게 이야기하게 하겠어!”보건 장관은 병원도
오씨 아저씨와 위생대신은 거의 동시에 원장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오씨 아저씨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후 그는 위생대신이 바로 소파에 앉아 있는 진루안을 향해 걸어가서 급히 사과하는 것을 보았다.“진루안 도련님, 정말 죄송합니다. 길이 막혀서 늦었습니다.”위생대신의 뒤를 따른 흰 셔츠를 입은 두 중년 남자도 얼른 진루안과 인사를 나누었는데, 지극히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심지어 어느 정도의 두려움까지 가지고 있었다.‘존경하지만 가까이하지는 않는 거야.’이것이 바로 오씨 아저씨의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이들의 태도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저자세로 진루안을 대우하는지 놀랍기만 했다.진루안은 소파에 앉아 있고, 원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옆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위생대신은 온 얼굴의 땀도 닦지 않고, 바로 진루안에게 사과했다.이 방 안에 가득 찬 사람들은, 마치 한순간에 그런 작은 배역이 된 것 같았다.그러나 오씨 아저씨는, 이 사람들은 아무나 한 명 꺼내더라도, 말 한 마디로 많은 사람을 바꿀 수 있는, 동강시에서 가장 최고 수준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런데, 그들은 여기서 모두 오로지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진루안 앞에 서 있었다.“마침내 당신이 왔으니, 그럼 바로 주제로 직행해서 이번 일을 한번 말해 보겠습니다.” 진루안은 위생대신에게 쓸데없는 말 한마디 없이 직언했다.그는 사건을 간단히 한 번 말했는데, 큰일이 아니었다. 바로 성립병원으로 병원을 옮겨서 수술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원장은 아주 비협조적이었고 체면도 세워주지 않았다.“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위생대신 당신이 규칙을 내놓으세요.”“하지만 전원은 필수입니다. 우리 숙모의 병세는 지체할 수 없어요. 만약 우리 숙모가, 원장의 전원 거부로 인해 무슨 불상사가 생긴다면.”“나는 당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이 말을 기억하세요!”진루안은 원장을 가리키고, 또 위생대신을 가리켰다. 그의 안색은 음산하고 싸늘했고, 말투는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