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조의는 유정호를 불러 앉게 하고, 진루안이 A국에 보고한 일을 함께 들었다.유정호는 용팀의 팀장일 뿐만 아니라 재상 중 한 명이다.만약 진루안이 먼저 유정호를 설득할 수 있다면, 진루안의 위험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정사당의 그 재상들, 특히 도리가 통하지 않는 그 늙은이들은 반드시 진루안을 골치 아프게 할 것이다.유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진루안이 A국에서 한 짓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진루안이 A국에 진입한 순간부터 그의 행동은 용팀에서 전부 장악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 용팀의 대단한 점이다.그는 이미 A국이 현재 용국의 지원을 받는 국가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특히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그가 어떤 소식도 얻을 수 없었다. 이러한 세부 사항은 당사자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진루안도 마이어스 주니어도 콜러 대통령도 그들 용팀의 정보원들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이번에 A국에 가는 일은 총체적으로 성공적이었습니다. 대국적으로 본다면 순조로웠고, 이념적으로도 완벽했습니다!”진루안은 조의와 유정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 한마디는 자신이 A국에 간 것에 대한 총결이라고 할 수 있다.조의와 유정호는 진루안의 이 말을 듣자 흘겨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적나라하게 자신을 칭찬하는 말은 정말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빨리 본론만 말해!”조의는 불쾌한 표정으로 진루안을 노려보며 진루안에게 본론을 말하라고 재촉했다.“예, 말씀드리겠습니다!”조의가 이렇게 다급하게 자신을 재촉하는 것을 보자, 진루안도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A국에서의 일을 두 사람에게 완전하게 알려주었다.족히 5분이나 걸려서 다 말한 뒤, 진루안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러나 조의와 유정호는 모두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누구도 진루안이 뜻밖에도 이렇게 간단하고 깔끔하게 A국을 따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이는 그야말로 어린아이가 농담을 하는 것과 같았다.그러나 사실 이렇게 유치해 보이고 장난치는 듯
“그 사람들의 생각이 어떤지 알아야겠어!”투지가 불타오른 조의는 바로 책상을 치고 일어나서 집무실을 나섰다.진루안은 유정호와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의 눈빛에는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조의가 뜻밖에도 이렇게 가자고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진루안에게 있어서 조의라는 버팀목이 있으니, 용국이 A국을 관할하는 이 점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재상들을 만나러 간 것은 그들을 존중해 준 것에 불과했다.만약 이 재상들이 사리에 어두워서 존중을 받게끔 행동하지 않는다면, 진루안도 그들의 체면과 존엄을 세워주지 않을 것이다.그러므로 그들 자신이 어떻게 선택하는지, 정확하게 전진을 선택하는지 아니면 완고하게 계속 잘못을 저지르는 쪽을 선택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유정호는 먼저 집무실을 나와서 조의의 곁을 따랐다.문 앞에서 유리에 찔린 채 아직 죽지 않은 저격수가 밖으로 기어가는 모습을 본 진루안은 바로 발로 밟아 숨통을 끊었다.적을 상대할 때 진루안은 여태까지 관대했던 적이 없었다.저격수를 밟아 죽이고 자룡각을 나온 진루안은 국왕과 유정호와 함께 정사당 건물로 갔다.10분 뒤, 진루안은 눈앞의 정사당 청사를 바라보았다. 재상들 앞에서 곧 설전을 벌여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 재상들을 반대로부터 동의하게 만드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야.’‘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용국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응해야지.’‘단지 이 재상들만 잠시 동안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을 뿐이야.’‘그 사람들은 용국도 언젠가 세력권 아래 두는 국가를 갖게 될 줄은 몰랐을 거야. 그리고 그건 그 사람들의 눈에는 잔인한 행위로 보이겠지.’‘M국은 잔혹한 수단을 통해서 자기 세력권 아래 둘 수 있었어.’‘Y국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자기 세력권 아래 둘 수 있었어.’‘R국도 잔혹한 방식으로 곳곳에서 도발을 하지.’‘왜 용국은 잔인하지 못한 거야? 무조건 도덕 규범만 찾으면서 진짜 착하고 좋게 행동해야 하는 거야?’진루안은 이런 고집불통의 생각을 이
김태상 일당을 보수파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그들은 나이도 많은 데다 일하는 방법도 젊은 세대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사회와 국가가 끊임없이 발전함에 따라, 보수파와 신진 세력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사상의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지난 회의에서 고성용은 보수파에 대한 탐색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크게 싸울 것이다.양쪽은 상대방이 자기 쪽의 생각과 결정을 파괴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이것도 바로 김태상이 먼저 들고 일어난 이유였다. 그는 선임재상일 뿐만 아니라 이들 보수파의 리더이기도 했다. 그가 먼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대임을 맡을 수 있겠는가?김태상의 자신에 대한 포효와 질문을 들으면서도 진루안은 화를 내지 않고 천천히 일어났다. 김태상이 반드시 자신에게 화를 낼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점은 회의실 안의 사람들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도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김태상과 이치를 따지는 것이다.A국을 용국의 세력권 안에 두면 이익이 폐단보다 절대적으로 크다. 진루안은 지금 자신이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안타깝게도 이 말이 김 재상님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만약 제가 김 재상님을 몰랐다면 용국에 숨어 있는 좀벌레라고 여겼을 겁니다.” 씩 웃은 진루안이 김태상을 바라보며 말했다.김태상의 표정에서는 싸늘한 기색을 드러냈다. 눈빛에서는 더욱 원한을 드러냈지만 진루안이 계속 말하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진루안이 어떻게 번지르르하게 이유를 댈 수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김태상의 이런 표정을 본 진루안은 전혀 의외가 아니라는 반응이었다.“김 재상님의 생각은 크게 틀렸습니다.”“우선 저는 임페리얼의 궐주이고 더우기는 용국의 새로운 전신입니다. 이번에 제가 A국을 방문한 이상 이 일을 처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이것이 명령을 존중하지 않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규율을 지키지 않는 것과는 또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조정의 규율과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
“저는 단지 사안에 대해 의논할 뿐입니다. 이번 A국의 일은 저 자신은 잘 해결했다고 생각합니다.”“예전에는 A국의 각종 자원을 우리 용국이 얻을 수 없었지만 이제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게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오겠습니까? 이걸 생각해 보셨습니까?”“왜 여러분은 이 일에 찬성하지 않으십니까? 설마 여러분의 마음속에 국익은 없고 자기 개인의 안위만 있는 건 아니겠지요?”“여러분은 쓸데없는 근심을 하는 겁니다. 용국이 하는 것도 두려워하고 서방도 두렵다면, 도대체 뭘 하겠다는 생각입니까?”“설마 우리가 M국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야 당신들의 기대에 부합되는 겁니까?”쾅!진루안은 손바닥 자국이 새겨질 정도로 회의실 탁자를 힘껏 두드렸다. 그나마 진루안이 힘을 통제해서 이 정도였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자국만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여러분께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 일은 제가 결정했고, 용국도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합니다!”“여러분이 국가의 녹을 먹으면서도 국왕 전하의 근심을 덜어주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내부의 적에 불과합니다!”진루안은 눈에 핏발을 세운 채 이 완고한 늙은이들을 향해 차갑게 포효했다.“건방지게!”“정말 간이 부었어. 어린 나이에 감히 이렇게 안하무인이니!”“당당한 재상인 나를 내부의 적이라고 하다니. 진루안, 넌 너무 제멋대로야!”진루안의 말은 마치 큰 돌을 물에 던질 때처럼 큰 파문을 일으켰다.재상 회의실 전체가 소란스러워졌다.분노해서 일어난 김태상을 포함한 반대파의 재상들 모두가 진루안을 노려보았다.진루안을 해치우지 못해 안타까워하면서, 눈빛만으로 없애지 못해서 더더욱 한스러웠다.진루안의 입에서 자신들은 존엄성도 없이 비굴하고 기개도 없이 아첨이나 하는 신하여서, 가장 가증스러운 사람처럼 묘사된 것이다.“허허, 이제야 화가 납니까?” 진루안은 자신을 노려보는 이 여섯 명의 재상을 보고 경멸하며 냉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아직 멀었는데 벌써 감당이 안 됩니까? 하지만 여러분의 행동은 바로
‘그런 정도까지 된다면, 나라를 위해 일하고도 저 고집불통들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겠지.’‘그러나 그 사람들은 이번에 견해의 충돌에서 지더라도 전혀 손해보는 게 없어. 단지 게거품만 좀 물면서 논쟁하다가 체면만 좀 잃게 될 뿐이야.’이것은 질 수 없는 견해의 차이로 인한 전쟁이다. 진루안은 절대 질 수 없다.“너는 정말 마구 생트집을 잡는 거야!” 김태상은 온 얼굴이 험악한 기색이었다. 자신의 부인인 조혜연이 동강시에서 자신의 따귀를 때린 것을 제외하면, 오늘처럼 이렇게 분노한 적이 없었다.지금 그의 가슴에서는 이미 분노가 타올랐다. 자신에게 실력이 있다면 진루안과 한바탕 싸워서 조정의 무서움을 깨닫게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그러나 상대방은 실력도 강하고 지위는 더욱 높다. 자신이 용국의 선임재상이라 하더라도 진루안을 압도할 수 없다.백인이 새로운 전신이 되고 용국의 국왕이 명을 내려 임페리얼 궐주의 지위와 임페리얼왕 작위를 취소해서 진루안의 모든 힘을 제거해야 누를 수 있을 것이다.다만 이런 생각은 환상에서나 할 수 있을 뿐, 전혀 실현될 수 없다.게다가 진루안 자신의 능력과 인맥이 얼마나 큰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진루안의 배후에는 백무소가 버티고 있고, 또 진씨 가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경솔하게 행동할 수 없다.그야말로 고슴도치처럼 그들의 온몸을 찔러대도, 김태상 그는 결국 진루안에 대한 아무런 방법도 없었다.“내가 생트집을 잡는 겁니까? 아니면 당신들이 비굴하게 무릎을 꿇은 겁니까?”김태상이 이렇게 자신을 평가하자, 진루안은 더 하찮게 여기면서 냉담하게 비웃었다.‘예전에는 선임재상인 김태상이 그래도 어느 정도 구도를 짤 수 있다고 생각했어.’‘이제 와서 보니 김태상의 구도는 여전히 너무 작아. 그는 국제 정세를 파악하지 못하고 용국의 잠재적 위기도 대처할 수 없어.’‘만약 이번에 이 단계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앞으로 M국과 동맹국들이 연합해서 용국의 억지력을 조금씩 잠식할 가능성이 높아.’‘
회의실을 가득 메운 재상들은 지금 모두 진루안이 방금 터뜨린 발언에 얼떨떨했다.특히 보수파 재상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인 채 침묵하며 반성했고,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사람들은 방금 전 설전을 벌인 진루안이 논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걸 깨달았다.진루안의 말은 모두 용국의 이익과 대국적 관점에서 출발했다.이런 판단이 또 어떻게 실패할 수 있겠는가?오히려 그들이 제기한 문제는 그야말로 유치해서 진루안의 주장 앞에 전혀 무기력해 보였다.“나는 임페리얼왕의 주장에 동의합니다!”고개를 든 조의는 무겁고 진지한 눈빛으로 모든 재상들을 바라보았다.국왕은 지금 정식으로 자신의 견해와 관점을 밝혔다. A국을 세력권 안에 품은 이 일에서 진루안과 같은 편에 선 것이다.조의의 말을 듣자, 보수파의 재상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좋지 않았다.그들은 이렇게 될까 우려했고, 이 우려가 현실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사실이 아닐 거라고 여겼다.‘국왕이 결국 정말 진루안의 관점에 동의한 거야? 국왕은 정말 진루안의 편에 섰어.’‘그렇다면 이번에 우리가 철저히 실패한 거야?’이 노련하고 신중한 재상들은 이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진루안은 그들의 체면을 세워줄 수 없었다. 특히 이 일에서 그들은 체면이 차릴 수가 없다.소위 생각이 다른 사람과는 함께 일을 도모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번에 진루안은 김태상, 양상연을 비롯한 재상들은 자신과 생각이 다르기에, 서로 도모할 수 없는 관계라고 느꼈다.‘견해 차이가 커서 대화도 안 되는데, 이 사람들을 신경 쓸 필요가 있겠어?’‘그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게 된 거야? 허허.’진루안은 자신이 그들에게 미움을 산 것에 대해서는 더더욱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미움을 산 조정의 대신들이 아마도 한 트럭은 될 것이기 때문이다.‘문제가 너무 많으면 근심할 필요도 없는 것처럼 특별히 주의할 것도 없어.’고성용과 강조한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들도 어떤 견해
우선 사람들이 모인 공공연한 장소에서 말단 대신을 노예라고 욕했고, 민심은 개소리에 불과하다고 했다.그 뒤에 조기는 사사로이 고성용을 따라 건성 정사당에 가서 지방 행정에 개입했다. 국왕의 권력을 노리다가 결국 국왕의 미움을 사게 된 것이다.이런 일들은 모두 진루안과 큰 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모두 진루안의 계략이기 때문이다.진루안이 태자 조기가 절대 왕위를 잇도록 두고 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조정의 고위층들은 모두 다 알고 있다.이렇게 추측하면서 김태상의 마음은 갈수록 괴로웠다.‘조기는 아마도 폐위될 것 같아.’“여러분이 말하지 않는 이상 내가 명쾌하게 선포하겠어!”“태자 조기는 태자 재위 기간 동안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았고, 큰일을 맡기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태자의 지위를 박탈하고 친왕으로 강등한다!”조의는 이 순간 태자에 대한 최종 처리 결과를 발표했다.조기가 사사로이 건성 정사당에 간 지 벌써 보름이 넘었다.그러나 태자에 대한 처리는 끝내 결론이 나지 않았다.결국 오늘 국왕이 태자를 폐위하고 친왕으로 강등한다는 태자에 대한 처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지금부터 용국의 태자 자리는 여러 해 동안 비어 있을 것이다. 반면에 폐위된 태자가 친왕으로 강등되면서 친왕은 한 명 더 늘어나게 되었다.친왕이라는 호칭은 아주 멋있어 보이지만, 태자가 될 기회만 있다면 누가 또 평생 승진할 길이 없는 친왕이 되고 싶겠는가?일단 친왕이 되면 평생 왕위 쟁탈 자격을 잃게 된다.국왕의 다른 황자들은 모두 왕위를 이을 수 있는 군왕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군왕.이는 이 황자들에게 모두 왕위를 경쟁하고 계승할 기회가 있고, 그들의 앞에 여전히 밝은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나 조기에게 있어서 친왕이 된다는 것은, 이제부터는 친왕이 되어서 얌전하게 밥만 축내고 살라고 국왕이 자신에게 통보한 것과 같다.진루안은 복잡한 눈빛으로 조의를 바라보았다. ‘지금 장년기인 국왕은 앞으로 10년이
“임페리얼왕은 A국의 일로 수고가 많았으니 이제 푹 쉬도록 해. 이 일은 내가 직접 책임지겠어.”활짝 웃으며 진루안을 바라보던 조의가 입을 열었다.그 말을 듣고 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는 원래 이런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조의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어쨌든 A국은 앞으로 신속하게 발전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지금은 용국의 세력 안에 품은 나라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동맹국’인 A국에 좋은 혜택을 주게 될 것이다.“아, 그렇지. 곧 고 재상의 결혼식이지. 그럼 경도에서 며칠 머물면서 고 재상의 결혼식을 기다릴 수 있겠구나.” 고성용의 결혼식 날짜가 곧 된다는 것을 떠올린 조의가 웃으면서 진루안에게 말했다.그리고 일어서서 회의실에서 나갔다.말하는 사람은 무심코 말했지만 듣는 사람은 오히려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였다.더구나 진루안 혼자만 들은 게 아니라, 이 회의실 안의 재상들 모두가 똑똑히 들었다.김태상은 마음이 몹시 답답했다. 자신이 지지하던 태자가 폐위되고 구차한 친왕이 되었다.A국을 용국이 품는 걸 막으려던 것도 실패했다.오늘은 그야말로 그에게는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수난의 날이다.고성용이 곧 결혼식을 올린다는 말을 듣자 오히려 얼떨떨했다. 그제서야 고성용의 약혼녀가 차씨 가문의 차은서라는 사실을 떠올렸다.‘차씨 가문?’무의식적으로 진루안을 쳐다본 김태상은 차갑게 냉소하면서 바로 회의실을 나갔다.‘진루안, 기다려!’‘나 김태상이 오늘의 일을 장차 반드시 곱절로 갚아주겠어!’김태상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을 느꼈지만, 진루안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만약 김태상이 뒤에서 장난질을 친다면, 같이 놀아주면 돼!’만약 음모를 꾸민다 해도, 진루안은 그 사람 이외에 여태까지 누구를 두려워한 적이 없다.‘고성용도 두렵지 않아.’‘오직 그 사람의 음모만 가장 무서워.’‘하나의 계략으로 네 나라를 망쳤어.’‘생각만 해도 무서워.’‘다행히 그 사람은 이미 죽었지!’‘만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