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주호민은 옷을 다 벗었다.그는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문이 잠겨 있는 것을 알아챘다.“경계심은 대단하네.” 주호민은 심한 욕설을 퍼붓으며 문을 두드리며 "김초현, 문을 열어."라고 소리쳤다.화장실 안.김초현은 끊임없이 물로 얼굴을 헹구었고 심지어 머리까지 적셨다. 옷이 흠뻑 젖어 피부에 착 달라붙어 묘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하지만 약효가 워낙 강해 아무리 씻어도 소용이 없었다.그녀는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몸속에는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았고, 그녀의 마음속에는 가장 원시적인 욕망이 솟아올랐다.이런 욕망은 생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그녀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고 살갗을 움켜쥐었다.문밖에서 주호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현씨, 빨리 문 열어요, 못 참겠어요, 빨리 문 열어요, 내가 도와줄게요, 당신이 아프지 않게.."밖에서는 주호민의 온갖 도발적인 말들이 들려온다.김초현은 아직 이성을 잃지 않았다.그녀는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남편이 있다.그녀의 남편은 강서준이다.남편 말고는 아무에게도 자신을 줄 수 없었다.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얼굴이 새빨개지고 고통의 빛을 띠고 있었다.주호민은 몇 분 동안 김초현을 불렀지만 김초현은 문을 열지 않았다.그는 문을 걷어차서 망가뜨리는 한이 있어도 저 문을 열고 싶었다.어쨌든 지금은 퇴근해서 밖에 아무도 없었고 큰 소동이 일어나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일 사람을 불러 문을 수리하면 되니까.최고의 음식이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가만둘 수 있겠는가?그는 끊임없이 문을 걷어찼다.한 번, 두 번, 세 번.그가 발로 문을 찰 때마다 초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몇 분 동안 걷어찬 후, 그는 마침내 문을 열었다.그는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온몸이 흠뻑 젖어 얼굴이 벌겋게 된 김초현을 보고 침을 삼켰다. 두 손으로 자신을 감싸 안고 바닥에 앉아 있는 초현을 바라보며 "어때요, 힘들지 않아요? 빌어봐
주호민은 김초현을 잡아당겨 소파 위로 던졌다.김초현은 초라한 옷차림으로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주호민은 마치 고양이가 쥐를 놀리는 것처럼 얼굴에 그녀를 희롱하는 표정을 지었다.“김초현, 빨리 말해봐, 나한테 빌어봐.”김초현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몸이 견디지 못했지만 그녀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바로 그때였다.“쾅!”잠가두었던 사무실 문이 순식간에 열렸다.문이 처참하게 부서지면서 짙게 가라앉은 얼굴에 핏줄이 잔뜩 선 남자가 뛰어들어왔다."너, 너 누구야.”주호민은 문이 열리는 소리 듣고 고개를 돌렸고, 한 남자가 안으로 돌진해왔다.순간 그는 방안의 온도가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마치 날이 잔뜩 선 얼음 위에 있는 것 같아 몸서리를 쳤다.강서준이 다가갔다."너 누구야."소파에 누워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옷이 헝클어진 김초현을 본 강서준은 분노가 치솟아 뒤로 손을 뻗었고 손바닥 안에 은침 두 개가 있었다“사악!”은침이 튕겨나갔다.“아.”주호민이 비명을 질렀다.그의 두 눈은 순식간에 멀었다.강서준은 주호민의 손을 잡아 힘을 주었다.뿌직!손이 부러졌다.강서준은 한 발로 그의 무릎을 걷어찼다.주호민은 무릎이 파열돼 바닥에 고꾸라졌다.다리가 부러졌다.강서준은 고꾸라진 주호민의 가슴팍에 발을 올렸다.그 힘이 어찌나 센지 주호민의 가슴 갈비뼈가 부러졌다.주호민은 멍해졌다.주호민의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솟아올랐다.괴물이야?주호민이 대응하기도 전에 두 눈은 흐릿해졌고 손은 부러지고 다리도 부러지고 가슴의 뼈도 부러졌다.이를 지켜본 경비원들은 창백한 얼굴로 사무실 문 앞에 서서 감히 뛰어들지 못했다.강서준은 주호민의 심장을 힘주어 밟았다."아."주호민이 큰 비명을 질렀고 곧이어 머리를 버둥대더니 미동이 없었다.주호민을 죽이고 나서야 강서준은 소파 앞에 다가왔다.“김초현, 나야, 강서준이야.”김초현의 창백한 얼굴은 낯익은 목소리를 듣고 눈을 살짝 떴다, 그녀는 강서준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준, 나.
강서준은 사이렌 소리를 들었다.그는 경찰이 온 것을 알아챘다.강서준은 이 사건이 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김초현은 평범한 여자이고 그녀는 이미 너무 많은 비난을 감당해왔다.강서준은 경찰이 이 사건을 조사해 온 세상에 이 일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비록 초현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만약 이것이 알려지면 반드시 소문이 날 것이다.김초현은 이미 너무 많은 유언비어를 겪었고 강서준은 이 일이 초현에게 영향을 미칠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소요 왕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소요 왕에게 사실을 알린 뒤 그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입구에 수십 명의 경비원이 모여있었다.삼단봉을 든 경비원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었고 아무도 사무실 출입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사무실에는 주호민이 바닥에 누워있었고 주변에 피가 낭자했다.소요 왕은 회의 도중 강서준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강서준이 정말 사고라도 칠 까봐 걱정이 가득했다, 강서준의 성깔은 익히 알고 있었다.그는 회의를 끝내고 “지금 당장 경찰에 연락해, AL 그룹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 신경 쓰지 말라고 전해, 이 사안은 군이 직접 개입할 것이다. 즉시 차량을 대기해, AL 그룹으로 간다.”라고 명령을 내렸다.AL 그룹.퇴근 시간이었지만 회사 안에는 여전히 많은 직원들이 야근을 하고 있었다.1층에는 십여 명의 경비원들이 바닥에 누워 있는데, 이 경비원들은 모두 손이 부러지거나 발이 부러져 있었다. 엄청난 압력에 강제로 부러진 상태였다.이들은 바닥에 누워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피를 흘려 의식을 잃기도 하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일부 직원들은 놀라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부르르 떨기도 했다.그때 경찰들이 입구에 도착했고 현장을 봉쇄하고 구급차가 출동했다.무장한 특수경찰들은 이 같은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고 주변인들에게 상황을 묻기 시작했고, 용의자가 아직 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신속하게 검거에 나섰다.바로 그때 특공대 대장은 AL 그
소요 왕의 부하들이 신속히 움직였다. 이어 소요 왕은 "AL 그룹의 CCTV를 전부 회수하도록 해. 부상당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료할 것은 치료하고 배상할 것은 배상해. 그리고 강서준을 목격한 경비원을 보고 모두 데려가 비밀유지 계약서에 서명하게 해, 오늘 본 모든 일은 깨끗이 지울 것이고 만약 밖에 소문이 퍼질 시 그 대가는 아주 혹독할 것이라고 꼭 당부해.”라고 지시를 내렸다."그리고 대외적으로는 군경 합동훈련이라고 선포해."소요 왕의 신속하게 사건 현장을 처리했다.죽은 주호민에 관해서도 사람을 보내 주호민의 신원을 조사했다, 그런데 주호민은 강중 4대 명문가 중 하나인 ZA 일가의 사람이었다.소요 왕은 직접 ZA 집안에 군대를 보내 주호민은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하는 공작원에 선발되었고 당분간 돌아오지 못한다고 전했다.주호민의 시신은 아무도 모르게 처분되었다. 흔적도 없이 화장되었다.소요 왕은 차를 보내 강서준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다.다 외출 중인지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강서준은 혼수상태에 빠진 김초현을 안아들고 침대에 눕혔다. 그녀의 옷이 흠뻑 젖은 것을 보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그는 옷장으로 가서 그녀의 옷들을 꺼냈다.그리고 침대 곁으로 가서 초현의 옷을 갈아입혀주었다.한 구역의 용수가 여자에게 옷을 갈아입혀 본적도 없었기에, 서준은 허둥지둥 옷을 이리저리 들춰보며 갈아입히기 위해 시도를 했고 삼십분이 걸려서야 드디어 김초현은 말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강서준은 김초현의 혈자리를 지그시 눌렀고 그녀는 아주 편안하게 잠이 든 것 같았다.초현은 몇 시간 동안 잤고 저녁 무렵에야 깨어났다.정신이 든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아까 전의 일을 상기했다.지난 일을 떠올리니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본능적으로 이불을 끌어당겨 한쪽으로 움츠렸다. 여기가 집이라는 것을 똑똑히 본 후에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초현 씨, 일어났어요?"방문이 열리고 앞치마를 두른 강서준이 들어섰다."서준." 강서준을 보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강서준은 초현의 미소를 보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다 뒤늦게 반응했다."내가 도착했을 때 초현 씨는 이미 혼수상태에 빠졌고 내가 경찰에 신고해 팀장을 체포했어요.”강서준은 김초현에게 트라우마가 생길까 봐 걱정되어 별일 없었다는 듯 가볍게 말하면서 그녀를 위로했다.초현도 다행이라고 여겼다.평소 책을 많이 읽고 요령을 터득해 미리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서 참 다행이라고 여겼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됐을 것이다."가요, 밥 먹어요." 강서준은 김초현을 잡아당겼다.초현은 머리를 끄덕였다.강서준은 그녀가 자고 있을 때 이미 요리를 다 해두었다.식사 시간이 되자, 외출했던 가족들도 모두 돌아왔다.그들은 문에 들어서면서 여전히 훈련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호호, 정말 대단했어, 수십 대의 차가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이 너무 황홀했다니까." 하연미는 방에 들어가면서도 방금 전 본 장면을 떠올리며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려 했다.강서준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초현 씨, 오늘 일은 부모님께 말하지 마요, 걱정할까 봐 걱정되네요.”"응."김초현도 동의를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이번에는 위험하지 않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부모님께 말씀드리면 무조건 걱정하실거다."엄마, 왜 웃어요? 무슨 훈련이요?" 김초현은 일어서서 하연미가 장 봐온 물건을 건네받으며 물었다. 하연미는 "오후에 AL 그룹 밖에서 군경 합동 훈련을 했거든, 엄청난 사람들이 모였더라고, 소문에 의하면 소요 왕 같은 거물까지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던데. 아쉽지만, 내가 갔을 때 마침 그들이 떠나고 있었고 그래서 엄청난 장면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응?"초현은 어리둥절했다.밖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고?그녀는 강서준을 한 번 보았다.강서준은 두 팔을 들어 흔들며 말했다. "나도 모르는 일이에요, 내가 데리러 갔을 때에는 보지 못했어요."초현도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다.강서준은 "어머님, 아버님, 식사 준비 다 됐으니 기다릴
강서준은 그냥 김초현의 옆에서 조용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어머님, 나중에 다시 얘기하시죠. 김현이 차를 바꾸겠다고 했죠? 그 돈으로 차 한 대 뽑아주세요. 병원을 차린다고 해도 그동안 모은 돈이 있으니 충분해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김현은 활짝 웃으며 다그쳤다.“엄마, 매형 말이 맞아. 우리 먼저 차부터 바꾸자, 명품차로. 적어도 1억짜리를 사야 나가서도 무시당하지 않지.”강서준이 나서서 차를 사라고 하자 여태 병신이라 부르던 김현은 매형이라고 호칭을 바꿨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돈 걱정은 하지 마. 그리고, 초현이 패션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것 같던데. 저희 병원 말고 의류 회사를 차리는 게 어떨까요? 조만간 강중 도시 무역 센터에서 사업자를 모집한대요. 제가 사람을 찾으면 저렴한 가격에 사무실을 임대할 수 있어요. 한층을 임대하면 회사 본부로 사용할 수 있잖아요”김초현이 강서준의 팔을 잡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 곳을 세계금융센터로 개발할 계획이라 임대료 엄청 비싸다고 들었어. 입점 비용도 천문학적인 숫자라고 하던데 회사 차리는 데 얼마 드는지 알기나 해? 우리는 백도 없고 돈도 없는데 무슨 회사야.”강서준이 웃었다.“돈 문제는 내가 해결할게. 대출받아도 되고 빌려도 돼. 네가 하고 싶다는 건 다 해줄 수 있어. 전에 갔던 별채 기억하지? 그 별채의 주인이 내 친구야. 전장에서 동고동락했던 전우인데 나보다 빨리 승급해서 직급이 높아. 그러니 그 친구한테 부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뭐? 별채 주인이 자네 친구라고?”하연미가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강중에서 돈을 제일 많은 바른 별채이지만 아직도 그 별채의 주인이 누구인지 몰랐다.밖에서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별채는 돈만 있다고 해서 지낼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했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전에는 전우였어요. 지금은 해외 출장 가서 저한테 별채를 맡겼거든요. 초현, 거기서 우리 결혼식 올리자. 강중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로 만들어 줄게.”
김천용은 가문의 20% 지분을 김호에게 내주었다. 김해더러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하고 김호 식구한테 가서 싹싹 빌라고 했다. 만약 김초현을 데리고 오지 못하면 김해를 호적에서 파버린다고.김해는 다시 선물 보따리를 챙겨 들고 김초현의 집에 왔다. 이번에는 아내 이유리, 아들 김위헌, 딸 김인영을 데리고 왔다. 네 사람은 모두 선물을 들었다.김해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김초현은 가족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하연미가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말한다.“김현, 가서 문 열어.”“응.”김현은 젓가락을 놓고 문 쪽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보니 김해 일가였다. “큰아버지, 어쩐 일로 오셨어요? 들어오세요.”김현은 반갑게 인사했다. 아침에 하연미가 SA 가문에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SA에 돌아가지 않으면 직장은 물론 가족을 먹여 살릴 돈조차 벌 수 없는데 말이다.그러니 큰아버지가 다시 온 것이 얼마나 다행이지 모른다. 김현은 열정적으로 그들 손에 쥔 선물을 받아 들고 집안으로 들였다.“그냥 오시면 되는데 무겁게 선물까지 들고 오셨어요. 맞다, 저녁식사는 하셨어요? 저희 지금 저녁 먹는 중인데 같이 드실래요?”김현이 큰소리로 불렀다. “오유민, 뭐해? 어서 가서 수저 챙기지 않고.”김호가 일어서며 인사했다. “큰형, 형수님. 어서 오세요.”하연미은 인상을 팍 쓰면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전혀 반가운 얼굴이 아니었다.“무슨 일로 또 왔어요?!”“엄마…” 김현이 말을 짤랐다.“적당히 하면 안 돼? 큰아버지가 선물까지 들고 오셨는데 이게 무슨 태도야?”“닥쳐.” 하연미가 꾸짖었다.오히려 김해는 웃으며 말했다.“제수씨, 내가 정중하게 사과드리고 싶어서 다시 왔어. 아버지 연세도 많으신데 한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면 좋잖아. 그리고 아버지도 가문의 20% 지분을 준다고 했어.”김현이 좋아서 펄쩍 뛰었다. “정말이에요?”수저를 챙기고 나오던 오유민도 이 말에 얼굴에 꽃이 활
”어머니, 제발요. 화 그만 푸세요, 네?”오유민도 빌었다. 아니면 앞으로 명품 가방, 원피스, 화장품을 무슨 돈으로 산단 말인가? 20% 지분을 꼭 받아야만 했다.김해가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제수씨, 지난 일은 그냥 지나가게 하자. 아버지가 이렇게 통 크게 나오시는데 20% 지분 받아줘.”하연미도 흔들리긴 마찬가지였다.‘그래, 통이 크게 나왔지. 20% 지분이 우스운 숫자가 아니니까. 김호가 평생 피땀 흘리면서 번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돈은 벌지 못해.’하지만 몇 년간 SA 가문에서 받은 냉대와 남편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면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게다가 엊저녁에 강서준의 공로를 당당하게 빼앗아 간 것도 모자라 욕까지 먹었고,아침에 김천용이 김호 식구를 쫓아낸 것을 생각하면 속에서 천불이 이글거렸다.돌아가지 않는다고 했으니 끝까지 버틸 거다. 아니면 또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다.‘그깟 돈이 없어도 살 수 있어. 돈이 없으면 수준에 맞게 살면 그만이지. 적어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해.’“나가세요.” 하연미가 문을 가리켰다.강서준은 앉아서 묵묵히 밥만 먹었다. 하연미가 이렇게 나올 줄 생각도 못했다. 돈이라면 눈이 벌게서 달려들고 김초현을 볼 때마다 재벌 사위를 찾아야 된다면서 이혼하라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 뿐이 아니다. 왕지연 앞에서도 무릎 꿇던 하연미가 20% 지분을 완강하게 거절하다니.“작은 엄마, 호의를 무시하지 마세요.”김위헌이 버럭 화를 냈다. 할아버지를 거절하더니 이젠 아버지마저 거절했다. 할아버지가 20% 지분을 내준 것에 불만이었는데 지금 하연미의 태도를 보니 더 마음에 안 들었다.“할아버지는 김초현을 원해요. 초현이가 말을 안 하는데, 왜 작은 엄마가 나서서 난리예요?”하연미는 어이없었다.“초현은 내 딸이야. 그러니 나에게 거절할 권리 있어. 썩 꺼지지 못해?”말하는 동시에 벌떡 일어서더니 빗자루를 쥐고 휘둘렀다. 김해 식구를 쓸어버리듯이 쫓아내고 문을 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