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이 힘없이 말했다.“괜, 괜찮아요. 저 본부에 회의 있어서 가야겠어요. 강씨 가문이 대동상회에서 탈퇴하고 서준 오빠의 QS상회에 가입한다고 발표할 거예요.”“이 몸으로 간다고?”강철구가 미간을 찌푸렸다.“제, 제자들 같이 가면 돼요.”“아무래도 내가 같이 가야겠다.”강영의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엔 안심할 수 없었다.강철구는 어쩔 수 없이 직접 그녀를 데리고 가려 했다.강영이 본부에 가는 도중에 강서준은 이미 서청희와 만났다.오늘 서청희는 빨간색 정장에 빨간 하이힐을 신었다.빨간색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처럼 말이다.“서준 씨.”차에 올라탄 그녀가 다정하게 불렀다.“지씨 가문에 가시죠.”강서준이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고는 서청희에게 물었다.“지금 상회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어요?”“아직까지 문제없어요. 송씨 가문의 산업을 넘겨 받은 이후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요. 그동안 나도 노력해서 대기업들도 유치했지만 100년된 대동상회와 아직 비교할 수준이 안 돼요. 하지만 제가 말했듯이 지금 상회는 이익이 필요해요. 이익이 없으면 사람을 잡아 두지 못해요.”“조세현을 찾았으니 지씨 가문을 설득시키면 조세현한테서 자료를 받을 수 있어요. 그때면 새로운 기술을 통해 상회 이익을 근본으로 하고 제트 네트워크를 배치할 거예요.”강서준이 조용히 말했다.“그, 그렇다면 잘됐네요.”서청희가 흥분하며 언성을 높였다.이익은 서청희가 항상 걱정하던 문제였다.비록 그동안 적지 않은 기업들을 유치하려고 애를 썼지만 기업들은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만약 얻을 수 없는 이익이 없다면 그들이 상회에서 탈퇴하는 건 시간문제다.게다가 대동상회의 이익은 고정된 것이다.그것은 100년을 거쳐 이루어졌다.이 문제를 해결했다니 그녀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참, 초현은요?”그 말에 강서준이 침묵했다.서청희가 조용히 말했다.“스승님한테서 들었어요. 초현이 얼마 남지 않았다던데. 서준 씨, 난 당신을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요.”
두 사람은 마당 밖에서 한참이나 기다렸다.그때 뚱뚱한 사내가 씩씩거리며 달려와 강서준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서준 씨, 어떻게 오셨어요? 오시기 전에 미리 연락을 주지 그러셨어요? 너희들도 참, 손님을 밖에서 기다리게 하면 쓰냐? 얼른 들어가시죠.”지씨 족장 지강우가 열정적으로 강서준과 서청희를 안으로 들였다.그제야 지강우가 안심했다.그동안 그는 강서준이 돌아다니면서 무슨 일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특히 천산관에서 강지와 대결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지금 강서준은 이미 천하무적이라는 것을 알았다.이런 사람에게 지씨 가문은 미움을 살 수가 없었다.지씨 저택 거실.지강우가 한 켠에 멀뚱히 서 있자 강서준이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지 족장님, 앉으세요.”그제야 지강우가 자리에 앉으며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서준 씨는 무슨 일로 우리 집에 오셨습니까?”강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왜요? 일이 없으면 지 족장님을 만나 뵐 수 없습니까?”지강우는 무조건 일이 있어서 왔다고 생각했다.그것도 자신을 포섭하러 말이다.솔직히 그는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을 뿐 이미 결정을 내렸다.지강우가 빙그레 웃었다.“그런 뜻은 아닙니다. 할 얘기 있으면 바로 말씀하세요.”강서준도 빙빙 말을 돌리지 않고 바로 본론을 말했다.“실은 큰일은 아니에요. 작은 일 때문에 온 건데 아마 지 족장님도 알고 계실 겁니다. 제가 상회를 만들었는데 송씨 그룹의 산업을 넘겨 받은 건 아시겠죠? 강씨 가문의 강영도 제 편에 서고 천산파도 뒤에서 저를 돕고 있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가 천문 문주…”강서준은 입을 열자마자 자신의 세력을 말했다.“대동상회는 100년을 유지해왔어요. 이 100년 동안 대동상회는 떳떳하지 못한 일들을 많이 했어요. 저희가 이 대동상회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엔 지 족장님도 일 처신을 잘하시는 분인 것 같아서 귀띔하러 왔어요. 지씨 가문에서 하루 빨리 대동상회에서 탈퇴하길 바랍니다.”강서준은 비록 설득하는 것 같았지만 말속에 협박도
강서준도 지씨 저택에서 나온 뒤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지씨 가문을 이렇게 빨리 설득시킬 줄은 몰랐어요.”서청희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요. 지금 4대 고족에서 구씨 가문만 남았어요. 만약 구씨 가문도 가입하면 QS상회의 세력이 한 단계 더 올라갈 거예요.”“그건 안 될 것 같아요.”강서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나와 구씨 가문의 원한이 깊어서 그 가문은 설득할 수 없어요. 지금 그 가문에서 저를 죽이지 못해 안달나하고 있거든요.”구씨 가문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왜냐면 그가 천자를 죽이고 구씨 가문의 구익을 죽였기 때문이다.김초현도 구씨 가문의 구학을 죽였다.그러니 원한이 너무 깊어서 이젠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서청희가 물었다.“그럼 이젠 뭐 하면 되죠?”“전 먼저 왕을 찾아가서 조세현을 만나야겠어요.”“그럼 저는요?”강서준은 생각하다 말했다.“이렇게 하죠. 청희 씨는 모임을 주최해서 QS상회의 모든 멤버들을 첨가시켜요. 그때 내가 조세현을 데리고 참석해서 조세현의 기술을 상회의 이익이 될 거라고 발표할게요.”“알겠어요.”서청희가 대답했다.“지금 바로 가서 처리할게요. 참, 시간은 언제로 정할까요?”“3일 뒤로 하세요.”3일이면 강서준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알았어요. 조심해서 가세요.”서청희는 강서준과 인사를 하고 갔다.오늘 중요한 소식이 교토 전체에 퍼졌다.“최신 소식이래요. 강씨 족장 강영이 대동상회를 탈퇴하고 QS상회에 가입한대요.”“강씨가 탈퇴하니까 지씨도 탈퇴해서 QS상회에 들어갔대요.”…두 기사를 본 수많은 가문이 충격을 받았다.강씨, 지씨 모두 대동상회의 핵심이다.그리고 누가 QS상회를 만들었는지 다 알고 있다.바로 강서준이 대동상회와 맞서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지금 강씨, 지씨 두 가문이 동시에 대동상회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했다.“강서준이 드디어 움직이는 건가?”“대동상회의 기세가 누그러들겠군요.”“이건 왕의 쟁탈 싸움이에요. 누가 이기든 이익을 보는 건 국민이죠
교토는 오늘 하루 곳곳이 시끌벅적했다.비록 일전에 강서준이 움직였지만 군계만 겨냥했을 뿐이다.지금은 재계를 건드리고 있으니 오늘 이후로 교토는 완전히 혼란스러워지게 된다.오래된 몇몇 가문은 반드시 끌어낼 것이다.그에 반해 새로운 가문은 이 기회에 부상하게 된다.그리고 새로운 왕이 즉위하면 충분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그때 강서준의 SA 가문.그동안 SA 가문은 강중에서 재물운이 터졌다. 강서준의 체면을 내세워 강중에서 손꼽히는 대가문이 되었다. 아무리 교토에서 온 가문이라고 해도 SA 가문에 체면을 줘야 했다.그러는 가운데 SA 가문에서도 항상 교토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강씨와 지씨가 대동상회에서 탈퇴하고 QS상회에 가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들뜨기 시작했다.“아버지, 이거 좋은 기회예요.”SA 가문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김해가 말했다.“100년 전에 배당을 받은 가문은 이미 이익을 두둑하게 챙겼어요. 지금 우리가 이 기회를 잡는다면 우리 가문도 강중뿐만 아니라 교토에서도 손꼽히는 가문이 될 수 있어요.”“맞아요. 할아버지.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어요.”“족장님, 명을 내리세요. 교토로 가죠.”식구들이 다 설득하고 나섰다.김천용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나도 그러고 싶어. 근데 서준이가 전에 내게 경고했다. 함부로 교토에 가지 말라고. 교토는 관계가 너무 깊어서 우리가 가면 아마도…”“걱정하지 마세요. 우리한테 초현도 있잖아요. 초현이 나서면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맞아요. 다른 사람한테 이익을 챙겨주는 것보다 우리한테 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난 서준이가 분명 우리 편에 설 거라고 믿어요.”그 말에 김천용이 김호를 바라봤다.“셋째야. 네 생각은 어떠냐?”“아버지, 이런 큰일은 아버지가 결정하면 되세요.”“연미야, 너는?”김천용이 하연미를 보며 물었다.그녀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저도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기회에요. 만약 서준이 이긴다면 무조건
비록 그동안 강서준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었지만 그의 진정한 실력이 어떤 지는 몰랐다.강서준이 담담하게 웃었다.“저 곧 천제 6단계에 이를 것이고 머지않아 9단을 돌파할 거예요.”그 말에 왕의 뒤에 선 그림자가 깜짝 놀랐다.“뭐라고요? 천제 6단계요?”그림자도 무술인이라 천제 6단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이 경지라면 천 년의 역사를 통틀어도 앞자리를 다툴 수 있다.그는 경악했다.반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이던 강서준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무섭게 성장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수련 속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니야? 대체 무슨 수로 수련했지?’강서준이 미소를 지었다.“지금은 나한테 맡길 수 있습니까?”“그래.”왕이 생각을 하더니 대답했다.“하지만 서준아, 난 곧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나도 가족이 있고 먹고 살아야 되지 않겠냐? 내 요구는 딱 한 가지야. 네가 왕이 되면 나한테 이득을 조금만 남겨줘서 남은 생에 걱정없이 살게만 해 다오.”“그런 거라면 걱정 마세요. 이익은 줄 수 있어요. 하지만 두 번째 대동상회가 나타나는 건 바라지 않아요. QS상회에서 누구나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반면 누구도 주도적으로 행동하면 안 돼요.”그 말에 왕이 빙그레 웃었다.“알았다. 알았어.”왕이 뒤돌아 그림자를 보며 분부했다.“그림자, 강서준과 미얀마에 가서 조세현을 데려와.”“네.”그림자가 고개를 끄덕였다.강서준이 일어서며 말했다.“3일 내에 반드시 조세현을 데려와야 해서 지금 출발하죠.”왕이 손을 흔들었다.“얼른 가 봐.”그림자가 용신궁을 떠나자 그림자가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떠난 뒤, 왕의 미소가 사라졌다.대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천제 6단계라니 이 실력은 너무 강해. 저 녀석은 도데체 어떻게 수련했지?”밖에서 그림자도 물었다.“서준 씨, 정말 천제 6단계에 이르렀어요?”그 말에 강서준이 피식 웃었다.“이른 건 아니고 문턱에 오를까 말까 했죠.”“어떻게 수련했어요?”강서준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
조세현은 지금 너무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갇힌 것이다.그의 손에 있는 자료는 세계적으로 최신식 통신에 관련되었기에 누가 그를 통제하면 누가 주도권을 갖게 된다.왕이 그를 감금한 이유는 보호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비록 이 별장에서 떠날 수 없지만 그는 오히려 편하게 살았다.밖에 나가지 못하는 것 외에 안에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여기입니다.”그림자가 전방의 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동안 조세현은 계속 여기에 지내며 세상과 단절했어요. 게다가 비밀리에 이곳으로 와서 외부와 접촉한 적도 없어요. 아무리 세상이 뒤집혀도 조세현은 모를 겁니다.”“그래요. 들어가 보죠.”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방의 별장으로 향해 걸어갔다.별장에는 별다른 경비가 없이 바로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그때 한 검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강서준은 잠시 방심하여 피하지 못했다.“어르신, 여긴 강서준입니다.”그림자가 재빨리 다가와 설명했다.“왕이 저를 보내서 조세현을 데리러 왔습니다.”강서준은 검을 들고 자신의 가슴을 겨누고 있는 노인을 발라봤다.겉보기엔 60대쯤 되었고 짧은 머리에 수염을 길렀다.그리고 회색 정장을 입고 안색이 매우 사나웠다.그림자의 말을 듣고 노인이 장검을 거두었다.하지만 눈빛은 여전히 강서준을 보고 있었다.그는 비록 미얀마에 있지만 국내에서 발생한 일들은 알고 있었다.그동안 강서준에 대한 소문들이 적지 않게 들었다.이형걸은 의화의 보스로서 굳이 조사하지 않아도 저절로 귀에 들어왔다.그림자가 소개했다.“서준 씨, 여긴 이형걸 어르신입니다. 이화의 보스이고 왕의 가장 충실한 부하입니다. 왕이 그 자리에서 100년 동안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고 선생과 양 선생이 뒤에서 지지해 준 것이 아니라 어르신이 계셨기 때문이에요. 이분도 8단에 도달한 진정한 무술인이에요. 하지만 항상 조신하게 다녀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그래요.”강서준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이형걸이 공격해 온 순간부터 고수라는 것을 알아챘다.
특히 이형걸의 육합검은 천하 제일 초식이다.그림자도 이화의 육합검과 강씨 가문의 천절심삽검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눈으로 보고 싶었다.벌써부터 기대되기 시작했다.강서준도 커다란 나무 위에 서서 맞은편의 이형걸을 바라봤다.“먼저 공격하세요.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겁니다.”“하하하, 건방진 녀석.”이형걸은 수십 년이나 유명세를 떨치면서 수많은 건방진 무술인은 봤지만 이렇게 건방진 놈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그가 싸늘하게 웃었다.웃음 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이형걸이 움직였다.순식간에 강서준의 앞에 나타나 손에 든 검을 휘둘렀다.강서준은 한발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다만 이형걸이 검을 휘두를 때 형검을 뽑아 가볍게 막아냈을 뿐이다.하지만 상대방의 공격력이 너무 강해 강서준의 발 밑에 있던 큰 나무가 순간 검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그 순간 이형걸은 재빨리 원래 자리로 돌아오더니 다시 십여 미터 거리에서 두 번째 공격을 해왔다.이번엔 강서준의 옆에 나타나서 가볍게 공격을 막아냈다.강서준이 공격하기 전에 이형걸이 다시 후퇴했다.이형걸은 계속 검을 휘두르며 단숨에 6번을 공격했다.7번째 공격을 할 때 검에서 6자루의 검기가 나타났다.이 6자루의 검기는 다양한 각도에서 강서준을 공격했다.강서준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괴이한 검술이군.”속으로 당황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다.그가 형검을 가로 휘두르자 주변의 검기들이 전부 부러졌다.강서준은 빠른 속도로 이형걸의 뒤에 나타나 그의 등에 형검을 겨주었다.이 장면이 몇 초 동안 정지되었다.“당신 졌어요.”뒤에서 강서준의 목소리가 들렸다.“나…”이형걸은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강서준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래서 첫 공격부터 문파의 절학 육합검을 사용한 것이다.하지만 강서준은 문파의 절학을 가볍게 막아냈다.그가 공격할 때조차 이형걸은 반격의 여지가 없었다.만약 생사를 걸고 싸웠다면 이미 장검에 찔려 죽었을 것이다.“다, 당신 이겼어요.”이형
전에 난이탄과 겨룰 때 아무런 공격도 못했다.그때 강서준은 진지하게 반성한 뒤에 자신의 무공의 조예가 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는 이 문제에 대해 분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조세현은 어디 있습니까? 제가 만나 뵙고 싶어요.”이형걸이 위층을 가리켰다.“2층에 있어요. 재가 안내할게요.”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안내했다.“가시죠”강서준이 일어서서 그의 안내에 따라 2층으로 올라왔다.2층 입구에 와서야 여기는 딴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여기에 수많은 실험 기기가 놓여 있고 한 남자가 컴퓨터 앞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조세현 씨. 누가 찾아오셨어요.”이형걸이 그를 불렀다.“잠깐만요.”조세현은 고개도 돌려보지 않고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탁탁 두드렸다.이형걸이 웃으면서 말했다.“원래 저런 분이라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한번 일을 시작하면 식사도 하지 않더라고요.”강서준이 다가가 컴퓨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모두 데이터라 그도 알아보지 못했다.그는 인내심 있게 옆에 서서 기다렸다.대략 1시간을 기다렸을 때쯤 조세현이 드디어 일을 마쳤다.그가 불청객인 강서준을 보며 물었다.“그쪽은 누구십니까?”강서준도 그를 바라봤다.왠지 상상했던 모습과 달랐다.한 회사의 사장이라면 당연히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매야 된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눈앞의 조세현은 꾀죄죄한 반팔 티를 입고 수염도 정리하지 않아 한참이나 늙어 보였다.게다가 며칠 밤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눈꺼풀이 반쯤 내려왔다.그가 조세현을 보고 웃었다.“안녕하세요. 저는 강서준이라고 합니다.”“어느 강서준?”조세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그가 교토를 떠날 때 강서준이 적염군에 발령받기 전이었다.그래서 강서준을 알아보지 못했다.한참을 생각한 뒤에야 그가 놀라며 말했다.“강서준? 설마 남황 용수 강서준입니까?”강서준이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용수님, 안녕하세요.”조세현은 그제야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강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