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강영은 그녀의 팔목을 낚아채 맥을 짚었다. 강영은 김초현의 손목을 잡자마자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느꼈다.인상을 구긴 채 맥을 짚던 강영은 그녀가 심하게 다쳤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이렇게 심하게 다쳤어요?"김초현은 휴지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힘없이 말했다. "진청산과 싸우던 중에 공격당했어요. 영귀의 내단을 제련한 덕에 실력이 강해졌더라고요, 제가 강천 할아버지인 줄 알던데, 꺼림칙하지만 그래도 강천 할아버지라고 오해한 덕분에 이렇게 살아서 집으로 돌아온 거예요."김초현은 천산파 근처에서 상처를 치료한 뒤 서둘러 교토로 돌아왔다. 밖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교토로 돌아온 뒤에야 비로소 안심하고 상처 치료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통증을 참으며 평범한 관광객처럼 위장하고 집으로 돌아왔다."상처가 심해 안정을 취하는 게 좋겠어요. 계속 이렇게 무리하다가는 정말 큰일 나요." 강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제가 약 만들어 올 때까지 몸조리하고 있어요."김초현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평범한 약으로 치료할 수 없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먼저 올라가서 쉴게요."김초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간 어지러움을 느낀 그녀는 극심한 통증에 못 이겨 다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강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캐리어를 잡아끌고 김초현을 부축했다."내 물건에서 손 떼요."강영이 캐리어를 가져가자 김초현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고함을 질렀다. 강영은 당황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녀가 말했다. "전 그냥 대신 들어드리려고...""됐어요."김초현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김초현은 자기의 캐리어를 끌고 힘겹게 집 안으로 걸어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세게 쿵 닫은 김초현을 바라보며 강영은 무안한 듯 코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정이라곤 없는 인간
강서준은 이혁과 함께 흑룡군과 적염군을 거느리고 대하를 떠나 대응 제국으로 향했다. 김초현은 천문의 제자들과 천산파의 제자들을 집결시켰다.그녀는 천산파의 진청산과 맞붙었고 진사검을 이용해 진청산의 한빙검을 부러뜨렸다. 결국 진청산은 한빙검을 내팽개치고 도망을 쳤다. 하지만 도망치는 와중, 김초현에게 진현영이라는 공격을 가했다.이 악랄한 무술은 수백 년 전에 악마가 만든 것이며 역사에서도 기록된 아주 유명한 존재였다.사라진 지 백 년도 더 된 무술이 강천의 손에서 펼쳐졌다. 강천은 배워서는 안 될 무술을 배웠고 하여 가문에서는 그를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무술을 진청산이 펼치고 있었다.김초현은 난감했다.그녀는 교토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음독의 한기를 배출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현영장의 한기를 배출하는 건 쉽지 않았다.한기는 그녀의 혈액 속에, 그녀의 관절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한편, 강서준은 군을 이끌고 대응 제국에 도착했다.전용기에서 이혁이 말했다."보스, 10분 뒤면 대응 제국의 황실 군사 구역에 도착합니다.""그래."강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밖을 내다보았다.십몇 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대응 제국에 도착했다.시차로 인해 대하는 벌써 자정이 되었다.대응 제국의 황실 군사 구역은 대응 황실의 근위대가 있는 독립 군사 구역이었다.광활한 군사 구역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크라운을 쓴 오십 대로 보이는 여자가 제일 앞에 서 있었다.하얀 피부와 파란 눈을 가진 여자는 품위 있었다.그녀는 현재 대응 제국의 여왕이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피부에 파란 눈을 가진, 금빛의 긴 머리의 여자가 있었다. 몸매까지 좋은 여자는 절세미인이다."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귀족들도 전부 다 모이게 하고 어머니까지 직접 이렇게 나오신 거예요? 그녀는 이른 아침 귀한 손님이 방문하신다는 여왕의 부름에 한껏 꾸미고 그들이 나오길 기다렸다.18살이 되던 해에 그녀를 위해 특
"그러니까, 진짜 대단한 사람이지.""대하에 그이렇게 대단한 사내남자가 있었다다니."바로 이때,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울렸다.멀리서 수십 마리의 말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선두에는 금빛 갑옷에 장검을 허리에 찬 20대 청년이 있었고, 그의 뒤로 은색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었다.여왕은 청년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금색 갑옷을 입은 남자는 여왕의 앞에서 말에서 뛰어내렸다. 그는리더니 몸을 살짝 숙이며 말했다."퀸."여왕은 얼굴을 찡그리며미간을 찌푸리며 불만스럽게 말했다."케빈, 누가 말을 타고 여기까지 와도 된다고 했어요?"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퀸, 전 황금 기사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말을 탈 수 있는 사람입니다. 어디가뭐가 잘못되었나요?"여왕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을 하지 않았다.그가 말한 것처럼 황금 기사는 언제 어디서든 말을 타도 되는 특혜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남자의 가문은 대응 제국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었다, 오늘의 대응 제국을 만든 것에 기여를 가장 많이 한 가문이기도 했다.여왕은 조용히 말했다."귀한 손님이 오시니, 예의를 갖춰 주세요, 절대 실례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대하국의 용왕 강서준을 말씀하는 겁니까?"케빈은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평범한 군인일 뿐입니다, 그 사람을 너무 높게 평가하시는 건 아닌지요."말을 마친 케빈은 여왕의 뒤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아엘."아엘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케빈 오빠, 중요한 행사니까 오빠가 이해 좀 해줘, 우선 백은 기사부터 물러가게 하는 게 어때?"케빈은 기사단을 향해 손을 저었고 기사들은 순식간에 저 멀리 물러섰다.다시 고개를 돌린 케빈은 아엘에게 웃으며 말했다."드레스 너무 예쁘다."입꼬리를 말아 올린 케빈은 계속해서 말했다."이따가 강서준이라는 사람이 오면, 우리 대응 제국의 기사단이 얼마나 강한지 제대로 보여줄 테니까 너도 꼭 봐야 해, 알겠지?""그래."아엘과 케빈
강서준은 흑룡군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흑룡의 전투복은 검은색으로, 성숙하고 위엄 있어 보였다.강서준이 입은 전투복의 어깨깃에는 10개의 별이 있었다.전용기에서 내린 강서준은 앞을 직시했다. 그를 반기기 위해 2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인 것 같았다.이혁은 강서준의 뒤를 바짝 따랐고 그의 뒤를 완전히 무장한 흑룡군과 적염군이 따랐다.정예 부대였던 군인들은 실력이 아주 강했다, 일당 십은 충분하다,신속히 헬기에서 내린 군인들은 대열에 맞춰 자리를 잡았다.강서준은 자리에 우뚝 멈춰서서 걸음을 옮기지 않았다.이혁은 잠시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용왕님, 왜 안 가십니까?"이혁은 공과 사를 잘 구분했다, 교토의 적염군 앞에서는 그를 천수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는 용왕님이라고 불렀다.강서준은 대응 제국의 여왕과 대응 제국의 귀족들을 훑어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다른 사람 구역이잖아. 내 마음대로 행동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여왕님께서 인사를 하면 우린 그때 움직이도록 한다.""네."이혁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미처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여왕은 강서준과 군인들이 전부 내리고 나서야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왔다.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여왕은 강서준의 앞에 멈춰 섰다. 그는 손을 내밀며 눈썹에 힘을 줬다."대하의 용왕님, 저희 대응 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강서준은 여왕의 손을 맞잡지 않았다.자세를 바르게 고친 강서준은 오른손을 들어 경례했다.여왕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거두었다.여왕의 뒤에 있던 사람들의 눈길이 전부 강서준에게 쏠렸다.귀족 가문 여자들의 눈에는 빛이 반짝반짝 났다."잘생겼어.""저렇게 젊은 사람이 대하의 용왕이라고? 20대로 보이는데, 어떻게 저런 사람이 30대야?""혼인은 하지 않으셨겠지?"귀족 가문의 여인은 강서준에 대해 논의했다.여왕의 뒤에 있던 아엘 공주도 강서준을 보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강서준의 얼굴을 확인한 아엘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강서준은 천천히 손을
”너무 평범하군요.”황금기사 케빈이 강서준을 힐끗 보더니 실망한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대하의 용왕님이라고 해서 얼마나 대단한 분이신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니네요. 대하에서 사용하는 말로 기생오라비 정도?”강서준은 언짢은 기색이 없이 담담하게 웃었다.여왕은 케빈이 설치는 모습을 보고도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수상한 눈빛을 보냈다.촤아악!여왕의 의도를 알아챈 케빈이 허리에 찬 황금색 장검을 뽑아 강서준을 향해 겨누었다.강서준이 차분한 태도로 질문했다.“이건 또 뭡니까? 설마 이것이 대응제국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접대 방식인가요? 그렇다면 바로 돌아가겠습니다만.”“우리 대응제국에서는 실력으로 손님을 접대합니다. 실력이 강하면 존중을 받고 약하면 돌아가야죠. 저희 대응제국은 나약한 자들과 교류하지 않습니다.”케빈의 기세가 등등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혁도 참지 못하고 이를 갈았다. 만약 이런 장소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주먹을 휘둘렀다.대응국의 다른 귀족들이 그 장면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케빈을 모르는 사람이 있었던가?’모두 황금 기사 케빈을 잘 알고 있었다.케빈은 가문 세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싸움 실력도 공포스러울 정도로 대단했다.다들 느긋하게 앉아 대하에서 온 용왕님이 소문처럼 대단한 인물인지 그 실력을 보고 싶었다.강서준이 여왕을 쳐다보았다.여왕도 침묵하자 그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여왕님, 이건 타당하지 않습니다. 저더러 기사님과 싸우라니, 제 상대도 안 되는걸요. 설마 대응제국에 더 강한 사람은 없습니까?”이 시점에서 나약하게 보이면 안 되었다.강서준이 배시시 웃으면서 하는 말에 다들 술렁거렸다.‘대하에서 온 용왕님은 뭘 믿고 저런 말을 할까?’여왕도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처음부터 불쾌한 기색을 보이던 케빈이 드디어 폭발해 버렸다.“이봐요, 말 다 했어요?!”나이 25살에 황금 기사의 칭호를 받은 후 누구도 감히 그를 우습게 보지 못했다.그런데 지금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놈한테 무시당하고 있다니
청량한 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울렸다.그 광경을 본 귀족들은 입을 떡 벌렸다.눈을 꼭 감고 있던 영애들은 처참한 비명이 들리지 않자 천천히 눈을 떴다.강서준이 팔다리 멀쩡하게 원래 자리에 서서 손가락에 황금 장검 절반을 쳐들고 있었다.그리고 케빈은 부러진 검을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이 상황을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옆에서 지켜보던 이혁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이를 악물었다.‘감히 대하 용왕님께 덤비다니 목숨을 부지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라!’땡!강서준이 손가락에 쥔 검날을 바닥에 던지며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케빈을 바라보았다.경멸하지 않고 그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괜찮네요. 젊은 나이에 이런 힘을 갖고 있다니. 역시 대응제국이라 그런지 실력이 남다르군요.”진심을 담은 칭찬이었지만 케빈이 보기엔 대놓고 비웃는 것 같았다.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무엇이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고귀한 자존심과 자부심이 부러진 검날처럼 두 동강이 났다.그때야 대하에서 온 사내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걸 느꼈다.하지만 얼마나 강한지는 영영 알지 못할 것이다.왜냐면 케빈이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흑룡군과 적염군의 정예병을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정예병들이 하나같이 무표정하게 꼿꼿이 서 있었지만, 타국에서 총사령관이 두 손가락으로 대하에 대한 모욕을 씻고 대하의 존엄을 지켜낸 것에 내심 자랑스러웠다.“좋습니다.”한참 뒤에야 여왕이 웃으면서 칭찬했다.“역시 대하 장군의 실력은 대단합니다.”강서준이 빙그레 웃었다.여왕은 감상하듯 그를 바라보았다.검날을 잡은 순간부터 대하의 무술인이라는 것을 눈치챘다.여왕이 되기 전에 윗사람들에게서 대하는 세계적으로도 미스테리한 나라이고, 또 고대 무술인의 실력도 가장 강하다는 말을 들었다.일반 백성들은 몰라도 대하의 고대 무술인은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고 했다.하지만 지금까지 고대 무술인을 직접 본 적이 없어 그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었다.여왕이 강서준에
케빈은 잔뜩 구겨진 얼굴로 부러진 검을 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빌어먹을 녀석! 반드시 갚아줄 거야!”땡!그리고 부러진 검을 매몰차게 던져버리고는 말을 타고 바람처럼 사라졌다.“케빈 오빠!”아엘이 뒤에서 큰 소리로 불렀지만 그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그녀는 억울했다.“뭐야? 내가 검을 부러뜨렸어? 왜 뒤도 안 돌아보고 가냐고.”혼자 중얼거리던 그녀는 여왕의 뒤를 쫓았다.베드로성은 대응제국 권세의 상징이자 황족들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다.이곳은 황족 호위들이 지키고 있어 경비가 삼엄했다.게다가 외부인이 모르는 신비한 기사들도 지키고 있다.대하의 고대 무술인과 비슷해서 소수의 사람만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아직 이른 아침이지만 성 내부에 이미 호화로운 연회가 준비되었다.길이가 30미터 넘어 보이는 긴 테이블 위에 각종 진수성찬이 놓여있었다.여왕은 가장자리에 앉았고 아엘은 왼쪽에 다소곳하게 서 있었으며 오른쪽에는 한 노인이 앉았다.화려한 장포를 입은 노인한테서 귀티가 흘렀다.노인이 차례로 술을 따르자 강서준은 인사치레로 마시는 시늉만 했다. 솔직히 말하면 연회를 싫어하고 이런 자리를 질색했다.“너무 사치스럽군요.”이혁이 옆에서 중얼거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별을 3개 단 장군이라지만 이렇게 사치스러운 접대는 난생처음 보기 때문이다.여왕이 눈웃음을 치며 물었다.“존경하는 용왕님, 실례지만 개인적인 질문을 해도 되겠어요?”강서준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예의를 차렸다.“존경하는 여왕님, 말씀하세요.”“용왕님께서는 혼인하셨는지요?”강서준이 빙그레 웃었다.“네. 결혼했습니다.”“아, 그렇군요.”여왕이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다시 미소를 지었다.“용왕님의 눈에 들다니, 어느 나라 공주님이시죠?”“집사람은 공주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입니다.”강서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대하를 대표하지 않는다면 여왕과 마주 앉아서 시시콜콜한 말을 하지 않았다.여왕이 여전히 웃으면서 질문을 던졌다.“대응제국에서 대하와
강서준은 어떤 답변을 주어야 할지 몰랐다.마침 아엘의 말에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그렇군요. 공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학업이 우선인 나이라 공부 시기를 놓치면 안 됩니다. 저도 어렸을 때 공부를 안 한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안 그러면 지금처럼 무식하고 난폭하게 자라지 않았을 겁니다.”강서준은 껄끄러운 상황을 모면하려고 자신을 비하하는 대신 아엘을 치켜세웠다.하지만 정작 그녀는 달가워하지 않았다.대응국 황족의 고귀한 혈통을 이어받은 아엘은 20대 초반으로 어린 나이지만 수많은 귀족의 청혼을 받았다. 심지어 다른 나라 왕자들마저 직접 방문해 청혼했지만 전부 거절해 버렸다.그런데 대하에서 온 남자한테 거절당해서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강서준 씨,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당신한테 어울리지 않는 배필이라는 말씀인가요?”아엘이 씩씩거리며 그를 노려보았다.강서준이 어색하게 웃으며 설명했다.“공주님, 오해하셨네요. 전 이미 결혼한 몸이고 공부를 못해서 무식하고 난폭하니 어떻게 감히 공주님과 결혼할 생각을 하겠습니까? 게다가 지금은 학업이 중요한 나이잖아요.”“흥! 결혼이 뭔 대수라고 이혼하면 되잖아요.”아엘이 명령조로 말했다.“지금 당장 이혼하고 저와 결혼해요.”“그건 안 되겠는데요?”강서준이 거부했다.“당신…”아엘은 너무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자신의 체면을 차리려고 명령한 것이지 정말 그에게 시집가고 싶어서 말한 게 아니었다.그런데 강서준이…“어머니.”아엘이 여왕에게 눈빛을 전했다.“아엘, 됐다. 무리한 요구는 삼가거라.”옆에 서 있던 이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웃음을 참았다. 얼마나 참았으면 거무스름한 얼굴이 다 빨개졌다.그 뒤로 강서준은 입을 꾹 다물고 여왕이 혼자서 끝도 없이 나라에 대한 거사, 가정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밥 한 끼를 한 시간 넘게 먹고서야 식사를 끝냈다.여왕이 아랫사람을 시켜 강서준과 이혁이 지낼 방을 안내했다.강서준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모자와 전포를 벗어서 테이블에 던져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