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밀실은 그리 넓지 않았다. 양 옆으로 벽이고 앞뒤로 철문을 설치했다.방금 들어온 철문은 이미 잠겼고 앞쪽 철문은 닫힌 상태다. 그것도 검정색 천으로 가려서 철문 안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뒤 철문이 잠기자 백소희가 이마를 찌푸렸다. “강 형, 문이 잠겼어요.”강서준이 손을 휘휘 저었다. “괜찮아, 기다려 보자.”그동안 도산화해도 겪어왔는데 손바닥만 한 지역의 소규모 세력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강서준은 매우 덤덤했지만 백소희는 살짝 긴장됐다.그녀도 도굴꾼 신분일 때 별의별 사람 다 만나봤지만 큰 인물들과 접촉한 적은 없었다.“강 형, 이혁 오빠. 괜찮겠죠?”예쁜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방금 지하 통로를 지나가면서 경비가 삼엄하고 무기로 무장한 용병을 100명 넘게 봤기 때문이다.이혁이 위로했다. “괜찮아,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나 혼자서도 충분해.”그제야 백소희가 안심했다. 10분 정도 기다려서야 검정색 천 안에서 약간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가 어르신이 말한 이혁 맞나?”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이혁이 바로 대답했다.“네, 제가 이혁입니다.”“말해 보게.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이혁이 강서준을 돌아보자 강서준이 입을 열었다.“무슨 장사를 이따위로 하지? 적어도 앉아서 얼굴 보면서 얘기해야 되지 않나?”의자조차 없는 것에 강서준은 몹시 기분이 잡쳤다. 게다가 귀견수가 나타났다고 하지만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신비스럽게 검정색 천 뒤에서 대화를 나눠야 한다니.“이곳에선 어떤 사람이라도 앉을 자격이 없다네. 굳이 얼굴 볼 필요 없으니 필요한 것만 묻게나.”강서준이 마지못해 물었다. “10년 전 강한 그룹을 멸망시킨 사람들 중 4대 가문 외에 어떤 지하세력이 참여했는지 알고 싶소. 지하세력 모든 명단과 배후가 누구인지도 낱낱이 알려 주시오.”순간 지하실에 싸늘한 정적이 휩싸였다.한참 뒤에야 쉰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몇 년 동안 봉인된 기밀이오. 그 누구도 이 정보를 사러 온 적이 없었는데 그쪽이
집 안의 소파에는 중년 남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남자는 40대로 보였고 약간 통통한 몸매에 민소매를 입고 있었다, 그의 팔뚝에는 청룡 문신이 있었고 손에는 호두 두 개를 들고 있었다."가."뒤에 있던 용병은 총으로 강서준 등의 등을 찔러댔다.그들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앉아."검은 옷에 호두 두 개를 갖고 놀던 중년 남자는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강서준은 그를 힐끔 보더니 소파에 앉았다.그가 자리에 앉은 다음에도 총구는 그들을 가리키고 있었다.하지만 강서준은 아주 담담하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이 바로 귀견수라는 사람인가?"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가리고 뒤에 서있던 사람을 힐끔 봤다.눈빛 신호를 알아챈 그는 노트북을 들고 왔다.검은 민소매를 입고 있는 남자는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을 가리켰다. "스위스 은행으로 돈을 보내, 그럼 자료를 넘길게."이 말을 들은 강서준은 피식 웃었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총을 들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돈을 보내겠어, 후에 보내진 돈을 끌어안고 후회할 수는 없잖아?"검은 민소매를 입은 남자는 안심해도 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 나 귀견수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신용 덕분이니까."강서준은 몸을 돌려 뒤에 사람이 몇 명 있는지를 확인했다.그리고 그는 소파에 기대면서 다리를 꼬았다.이 모습을 본 이혁은 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소파에 기댄 강서준은 이렇게 말했다. "신용에 관한 일이라면 나도 익히 들었어,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말이야. 그럼 자료를 먼저 보내줘,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돈을 보낼 테니까."퍽.귀견수는 책상을 퍽 소리 나게 내리쳤다.그러자 용병들은 앞으로 걸어와 총구를 그들의 머리를 향해 들이밀었다."우리는 선불이라고 몇 번을 말해, 한 번도 먼저 물건을 보여준 적 없다고."강서준은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장사에 흥정이 빠지면 쓰나, 전적이 없다고 해서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강서준과 이혁은 아주 침착했다.하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던 강서준은 담배 한 대 꺼내서 피웠다.담배 냄새는 금세 방 전체에 퍼졌다.검은 민소매를 입고 있는 남자는 어두운 얼굴색으로 이렇게 말했다. "자료를 원한다면 돈부터 보내."그러자 강서준은 손을 흔들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됐어, 안 사. 장사를 더럽게 못하네."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이혁과 흑장미도 따라서 일어났다.그러자 검은 민소매를 입은 남자는 버럭 화를 냈다. "여기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곳인 줄 알아?"강서준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거래를 하고 싶다면 보스 보고 직접 나오라고 해, 이 정도 스케일의 장사는 그쪽이 감당할 만한 레벨이 아닌 것 같은데."검은 민소매를 입은 남자는 잠깐 멈칫하더니 피식 웃었다. "내가 귀견수가 아니라는 말인가?"강서준은 구석에 숨겨져 있는 렌즈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보스는 다른 곳에서 보고 있는 모양이야, 역시 귀견수는 조심스럽군. 하지만 부하를 보내서 나랑 거래를 하는 건 너무 성의가 없는데?"다른 방.담배를 피우고 있던 노인은 얼굴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총구를 들이밀어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는 강서준은 역시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카메라 렌즈까지 발견하고 말이다.그는 계속 CCTV를 관찰하고 있을 뿐 함부로 움직이지는 않았다.강서준은 소파에 앉아서 호두를 만지작대는 사람를 향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쪽의 연기력도 인정하는 바야, 아주 완벽하다고 할 수도 있겠어.""그런데 왜 내가 귀견수가 아니라고 생각하지?""아우라."강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귀견수의 세력은 아주 강해, 진정한 어둠의 황제라고 할 수 있지. 그런 사람의 주변에는 말로 표현 못 할 아우라가 있어, 하지만 그쪽한테는 없어.""고작 그따위 이유로 나를 의심해?""응."다른 방.부하가 걸어와서 이렇게 말했다. "흑팔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 대답은 하지 않고 그냥 우물쭈물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만 했습니다.""알겠네."노인은
검은 민소매를 입은 남자는 총을 쏠 새도 없이 손목을 저격당하고 총을 떨어뜨렸다.강서준은 민첩하게 책상 위로 굴러서 검은 민소매를 입은 남자의 뒤에 나타났다. 그는 남자를 멀리 차버리고 총을 주었다.이 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귀견수는 아직 반응을 하지도 못했는데 부하를 잃고 총구 앞에 앉아있게 되었다.수상한 소리를 들은 용병들은 가다 말고 다시 돌아와 강서준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총구를 앞에 두고도 귀견수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자네 이곳이 어디인 줄 아는가? 여기서 나를 죽였다가는 아무도 무사히 나가지 못할 것이야.""2만원, 도대체 팔 거야 말 거야?"강서준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쪽 부하는 내보내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내가 손가락을 주체 못 할 것 같으니까."이때 강서준의 발길질에 인해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자가 일어서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등신 같은 새끼가 어디서 감히...!"그러자 귀견수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렸다.귀견수는 여전히 침착하게 소파에 앉아서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지?""혁아, 내가 누군지 알려줘봐."이혁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백소희는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긴장했지만 이혁이 앉는 것을 보고 따라서 앉았다.이혁은 피식 웃으면서 이렇게 말았다. "귀견수, 모르는 것도 복이라고 나는 듣지 않는 것을 추천해.""그런가?" 귀견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어디 한 번 말해봐. 나도 꽤 많은 사람을 만난 적 있거든,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궁금해지려 하네."그러자 이혁은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 "총을 잡고 있는 분은 흑룡이야, 남황 백만 흑룡군의 리더 흑룡 말이야. 지금은 대하 5대 용수 중 한 명이지."이 말을 들은 용병들은 모두 움찔했다.그들은 뒷걸음질을 치더니 총기를 내려놓고 무릎을 털썩 꿇었다.용병으로서 그들은 흑룡을 모를 리가 없었다.흑룡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사신이었다.귀견수도 몸을 흠칫 떨었다, 그의 담담한 얼굴에는 땀
수리 공장의 지하실.20여 명의 용병들이 바닥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어둠의 황제 귀견수도 몸을 벌벌 떨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사람들을 많이 알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도 진작에 나락으로 떨어졌다.하지만 그 전설 속의 귀견수가 지금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민소매를 입은 남자가 자료들을 안고 돌아왔다, 자신의 형님이 꿇어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는 풀썩 자빠지면서 자료 더미를 떨어뜨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서준은 이혁을 힐끔 쳐다봤다.그의 뜻을 바로 알아차린 이혁은 후다닥 일어나서 자료들을 줍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는 정리된 자료들을 강서준한테 전해줬다.강서준은 자료들을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역시 지하 정보망을 책임지는 귀견수 답게 자료에는 절대 찾을 수 없는 것들이 아주 많았다.강한 그룹은 10년 전 강중에서 제일가는 가문이었다.강한 그룹은 교토에서 온 가문으로 30년 전에 강중으로 와서 가업을 세우기 시작했다.이 자료를 본 강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강한 그룹이 교토에서 왔다고?이게 무슨 일이지?할아버지는 말한 적이 없는데?그는 이혁을 힐끔 쳐다봤다.이혁도 강서준이 들고 있는 자료를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느낀 이혁은 흠칫하더니 바닥에 꿇어앉았다.이혁의 반응을 보고 백소희도 당황한 기색으로 함께 무릎을 꿇었다."혁아, 넌 도대체 일을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당연한 것도 못 찾았어?""형, 형님..." 이혁의 이마에서는 콩알만 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는 황급하게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저, 저는 진짜 몰랐어요. 제가 진짜 최선을 다해서 찾았는데 누가 일부러 지웠는지 하나도 찾을 수 없었어요."그러자 강서준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이러지 말고 일어나, 우리는 형제 사이야.""네."이혁은 이제야 일어서서 땀을 닦았다.강서준이 아무리 그를 형제처럼 생각해도 그는 부하처럼 행동했다.강서준은 계속해서 자료들을 훑어봤다.강한 그룹이 소유한
그리고 이 일에 합세한 지하 세력의 이름도 이혁은 찾지 못했다, 자료에도 몇 명 밖에 없기는 하지만... 아무튼 지하 세력은 별장 밖에서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만 했다.흑풍 임현수도 그들 중 하나였다.강서준은 임현수도 강한 그룹을 멸망시킨 사람들 중 한 명 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이 자료에 있는 사람들 외에 다른 사람들도 많을 텐데...화월산거도는 도대체 어디에 있고, 이 모든 일의 배후는 또 누구일까?강서준이 조용히 있자 방 안의 분위기는 아주 고요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서준은 라이터를 꺼내 자료를 태워버렸다.그리고 그는 무릎을 꿇고 있는 귀견수와 그의 부하들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어나서 말해.""아, 아닙니다." 귀견수는 몸을 벌벌 떨면서 말했다."일어나."강서준은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이는 어둠의 황제 귀견수도 겁을 먹게 했다. 그는 일어나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날 수가 없었다.강서준은 일어나서 그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화월산거도 어디에 있어? 자료 속에 없는 사람들은 누구야? 배후는 또 누구야?""저... 저도 몰라요."귀견수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흘렀고 이빨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요, 용수님... 저는 진짜로 몰라요."강서준은 홧김에 귀견수를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쓸모없는 자식, 넌 살아서 뭐해?"강서준의 몸에서는 무서운 살기가 뿜어 나왔다."아... 아..."귀견수는 벌벌 떨면서 다급하게 말했다. "용... 용수님, 화월산거도는 교토에 있어요. 정확히 누구 손에 있는지는 저도 몰라요, 저희의 정보력이 교토까지 확장되지 못해서요. 아, 그리고..."귀견수는 뭐가 생각난 듯이 이렇게 말했다. "화... 화월산거도는... 어떤 유물이랑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요."그의 말을 들은 강서준은 조금 진정이 되었다.그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심호흡을 하더니 담배 한 대를 꺼냈다. "일어나서 말해.""네, 네."귀견수는 소파 앞으로 기어 와서 이를 악물고 일어나 소파
원하는 자료를 얻은 강서준 일행은 바로 밖으로 나왔다.그렇게 이혁은 운전을 해서 시내로 돌아왔다.강서준은 조수석에 앉아서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혁아..."얼마 후 강서준은 이혁을 부르며 고요함을 깼다."네, 형님.""단왕이랑 구지천이 누군지 좀 조사해 줘. 그리고 나는 병원으로 데려다줘, 소인해를 찾으러 가야겠어.""네." 이혁은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하아...강서준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오늘 귀견수를 만나러 오지 않았더라면 그는 강한 그룹 멸문 사건에 4대 가문 외의 사람도 개입했다는 것을 모를 뻔했다.그리고 그는 소지한을 죽인 게 조금 후회 되었다.소지한은 이 모든 사건의 시작에 있었다.만약 소지한이 살아 있었더라면 더 많은 정보, 심지어 배후까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그는 이런 것을 생각할 새가 없었다.그 뒤로 그들은 조용히 아무 말도 없이 목적지까지 왔다."형님, 저희는 밖에서 기다릴까요?"이혁의 질문에 강서준은 손을 휘휘 저으면서 말했다. "됐어, 시간도 늦었는데 먼저 돌아가서 쉬어. 나는 택시를 타고 돌아가면 돼.""네."강서준이 차에서 내리고 이혁은 바로 멀어져 갔다.계속 조용히 있던 백소희는 강서준이 차에서 내린 후에야 시름을 놓았다."서준 님이랑 같이 있으니까 너무 기가 빨려요, 숨도 제대로 못 쉬겠어요."그러자 이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서준 형님도 그렇게 무섭지는 않아, 친구한테는 잘해주시거든. 적한테만 무서운 거야.""그래도 너무 차가운 것 같아요."이 말을 들은 이혁은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그건 네가 형님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몰라서 그래.""그래요?"급 흥미가 생긴 백소희는 이렇게 물었다. "오빠가 좀 얘기해 줄 수 있어요?"백소희는 도굴단의 멤버로 남황에 꽤 오래 있었기에 흑룡의 이름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한 사연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다.이혁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형님은 너무 많은 부담
이혁은 강서준이 어떻게 의술을 배우게 되었는지를 몰랐다, 그의 의술도 강서준을 따라서 배운 것이었다.이와 동시에 병원으로 들어온 강서준은 소인해가 있는 병실로 왔다.강서준은 그녀의 얼굴과 손목을 벴다.비록 손목을 다시 잇기는 했지만 그녀는 아직 퇴원을 못했다.귀신 가면 남자의 정체를 알고 나자 소인해는 하루가 1년 같고 매일을 긴장감과 불안감 속에서 보냈다, 그녀는 정신이 곧 붕괴될 것만 같았다.터벅, 터벅, 터벅!고요한 밤의 병원에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소인해의 병실 앞으로 온 강서준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누, 누구야..."안 그래도 예민해져서 악몽만 연신 꾸던 소인해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잔뜩 쭈그린 채로 경계적인 눈빛으로 문을 바라봤다.강서준은 병실의 불을 밝혔다.어두웠던 병실은 순식간에 밝아졌다.강서준을 발견한 소인해는 놀라면서 침대에서 떨어질 뻔했다.강서준은 묵묵히 다가가서 의자에 앉아 겁에 질린 소인해를 바라봤다."용, 용수님..."소인해는 말을 얼버무렸다, 그녀는 마치 누군가에게 목을 잡힌 듯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긴장하지 마, 오늘은 널 죽이러 온 게 아니니까.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물... 물어보세요."소인해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몸을 벌벌 떨었다. 그녀는 잔뜩 움츠린 채로 머리만 이불 밖으로 빼꼼 내밀었다."10년 전, 강한 별장에 있던 사람이 4대 가문 외에 또 누가 있지?""저, 저는 몰라요.""뭐?"강서준의 얼굴색은 확 어두워졌다.소인해는 방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내려간 것만 같아서 몸을 떨었다."모른다고?""저, 저는 몰라요." 소인해는 흐느끼면서 말했다.그녀는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잃고 겁먹은 소녀같이 울면서 말했다. "밖에 누가 있었는지는 진짜 몰라요. 넷째 오빠가 다 책임지고했어요.""소지한이 화월산거도를 교토의 누구한테 줬는지 말한 적은 있나?""아, 아니요. 오빠는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아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