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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5화

천산의 정상은 아주 평탄했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흰 눈으로 뒤덮인 새하얀 절경이 보였다. 밤이지만 전혀 밤 같지 않은 풍경이었다.

노인이 손을 휙 젓자 강력한 기운이 손바닥에서부터 밀려 나왔다. 멀지 않은 곳의 얼음 암석은 뜨거운 기운을 이겨내지 못하고 순식간에 녹아내렸고 돌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드러났다.

노인은 의자로 걸어가 앉으며 강서준에게 말했다.

"젊은이, 불편해 말고 와서 앉게."

강서준은 시종일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봤다. 그는 속으로 노인의 정체를 예측해 봤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천산파의 사람이라는 것밖에 밝혀진 것이 없었다.

"선배님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하하..."

노인은 웃으면서 말을 돌렸다.

"기다리게. 내 술을 가져오지."

노인은 훌쩍 뛰어오르더니 번개와 같은 속도로 100m밖에 나타났다. 그의 속도는 강서준이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정말 대단한 경공이야."

강서준이 묵묵히 감탄했다. 노인은 몇 초 사이에 강서준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

건너편의 산 정상은 이곳과 달리 건물이 꽤 많이 있었다.

궁전 앞의 연무장, 젊은 여자가 장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우아할 뿐만 아니라 예리하기까지 한 동작이었다.

여자는 한 차례의 수련을 끝내고 동작을 멈췄다. 그녀는 장검을 훌쩍 내던졌고, 곁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녀가 정확히 받아서 검을 거뒀다.

"소주님의 천산 검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계세요."

시녀가 검을 들고 걸어오며 말했다.

"머지않아 곧 세상에 명성을 날리게 될 거예요."

여자의 이름은 진예빈으로 천산파 장문인의 딸이었다.

"천산파는 천하의 무술을 결합한 곳이니, 천산파의 무술만 잘 익히신다면 분명 그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다른 문파와 가문은 어때? 천산으로 오고 있어?"

진예빈이 물었다.

"아직은 온 분이 없어요."

"소주님, 큰일 났습니다. 천산 설련주가 사라졌어요."

이때 30대 남자가 부랴부랴 달려오며 말했다.

"뭐? 사라졌다고?"

진예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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