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은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녀는 동수와 민혁이 굴욕을 당할 만하다는 데 동의했다.하현은 변명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수박 한 조각을 또 집어 들었다."별거 아니에요, 그냥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을 뿐이에요. 누군가의 말이 쓰레기통처럼 악취가 나는 건 제 잘못이 아니죠." 하현은 차분하게 대답했다."이 쪼끄만 게…" 동수는 얼굴을 닦으면서 하현을 노려보며 투덜거렸다. 동수는 몹시 기분이 상해서 몸을 떨었다."그럼 저는요? 문제를 일으킨 건 당신 아들인데, 제 아내가 해결했어요. 은아의 노력을 무시하고 은아가 받아야 할 감사 인사는 온데간데없는데, 당신들은 심지어 뻔뻔스럽게도 은아가 집안을 모함했다고 비난했어요. 참 아이러니하죠? 좋아요, 그럼 당신 아들이 처리하라고 해요!" 하현은 반항적으로 동수에게 대답했다."하현, 너는 그저 데릴사위일 뿐이야. 네가 누군데 우리 가족 모임에서 말을 해?""그리고 설 씨로서, 은아는 우리 집안을 위해 일해야 해…" 동수는 하현에게 소리쳤다."당신의 소중한 아들이 모든 영광을 차지하게 만들고요?" 하현이 끼어들었다."만약 민혁이가 가서 또 그 직원들을 희롱하고 우리를 파산하게 만든다면요? 그것도 걱정해야 하지 않나요?” 하현이 물었다.그 시각, 사람들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민혁이면 또 이런 일을 벌일 것 같아 다소 걱정을 했다.만약 설씨 집안이 파산한다면, 그들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것이기에 그들은 겁을 먹었다."어르신, 하현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민혁이가 일을 망치게 놔둘 수 없습니다.""맞아요. 민혁이는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었고, 적어도 은아는 우리에게 사업 계약을 가져다주었어요.""중요한 것은 우리가 투자금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약간의 수익을 잃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맞아요. 계약을 성사시킨 은아에게 감사해요!"불과 몇 분 만에 사람들의 의견은 뒤바뀌어, 그들은 민혁에게 등을 돌렸
"그 일에 관해서는…" 은아는 그 요구사항에 그다지 자신 없었다. 그녀는 본의 아니게 하현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냥 내 요구를 받아들여." 설 씨 어르신은 은아가 하엔 그룹 최고 경영진의 누군가와 연줄이 있다고 생각해 웃었다. 적어도 은아가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을 보고 어르신이 생각한 게 바로 그거였다."알겠어요, 할아버지. 약속할게요…""안 돼!" 은아가 막 받아들이려 할 때 하현이 끼어들었다."당신은 대체 왜 그래요! 당신이 뭔데 거절해요?" 민혁은 하현의 무모한 행동이 두려워지기 시작하자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하현, 나는 은아를 존중하기 때문에 아까 너의 무례한 행동들을 무시했어. 너는 네가 이 집에서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하현이 여러 차례 소란을 피운 뒤, 설 씨 어르신은 신경이 곤두서서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위협했다."전에 은아가 계약을 성사시키면 사장 자리를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지만, 지금 어르신은 그저 새로운 조건들을 만들면서 거의 불가능한 일들을 하게 하고 계십니다. 어르신은 그저 제 아내를 나쁘게 보이게 하시려는 것 같아요.” 하현은 차가운 어조로 대답했다."내가 네 아내를 나쁘게 보이게 하려 한다고?" 설 씨 어르신은 일어서서 하현을 가리키고 화를 내며 물었다.'이 데릴사위가 문제를 일으키려고 하는 건가? 자기가 누구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 우리가 은아를 유혹하려 하지만 않았다면 이놈은 여기 서 있지도 않았을 거야. 설 씨들의 개조차도 저놈보다 더 존중 받을 만해.'주변에 있던 다른 설 씨들은 하현의 말에 깜짝 놀라 모두 하현을 미친 사람 보듯이 쳐다보았다."하현, 그만해, 이만하면 됐어.""할아버지, 제가 하엔과 협상해보겠지만 성공적일 거라고 장담할 수 없어요.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들이 그 제안을 철회하는 겁니다. 그 상황을 대비하기를 바라요."은아는 하현을 제지하고 설 씨 어르신에게 말했다.설 씨 어르신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잠시 말문이 막혔다.
"민혁이는 우리 집안의 진정한 희망입니다!""오늘 아침에 갔다 온 '누군가'가 없어도, 결국 하엔이 우리에게 연락할 것이었네요.사람들은 다시 입장을 바꾸어 이번에는 은아에게 등을 돌렸다."민혁아, 확실해?" 설 씨 어르신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물론이죠!" 민혁은 겨울에게 전화를 걸고 스피커를 켜면서 대답했다."안녕하세요, 설민혁 씨." 겨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안녕하세요, 겨울 씨, 오늘 저녁에 방문하신다는 것을 이미 설 씨 어르신에게 알려드렸는데, 혹시 언제쯤 도착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민혁은 픽 웃으며 대답했다."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어요, 저는 그냥 설민혁 씨에게 물건을 좀 건네주려고 가는 거예요." 겨울이 대답했다."영광이에요. 태워다 드릴까요?" 민혁이 제안했다."괜찮아요, 제 차가 있으니, 저녁 7시쯤 도착할 것 같아요." 겨울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민혁은 전화를 끊기 전에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물건? 무슨 물건? 계약서인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민혁아, 며칠 전에 김 부장이 너한테 꺼지라고 말했던 걸 기억하는데, 어떻게…" 설 씨 어르신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할아버지, 모든 여자가 원하는 건 재산이라는 걸 알고 계시지 않나요? 저는 이미 지난 며칠 동안 겨울 씨에게 몇 억 원 상당의 선물을 보냈는데, 벌써 저에게 반했을 거예요! 할아버지, 모든 일이 끝난 후에 제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민혁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우리에게 수익을 가져다준 다음, 원한다면 사장 자리도 얻을 수 있어." 설 씨 어르신이 제안했다."할아버지, 불공평해요!" 은아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해서 항의를 해봤지만, 결국 모든 영광과 공적은 민혁에게 돌아갔다."공평? 은아 누나, 누나만 비장의 무기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내가 하엔 그룹 부장님을 우리 집에 방문하게끔 만드는 동안, 누나는 거의 쓸
“할아버지…” 설은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설 씨 어르신을 쳐다보았다.설 씨 어르신은 웃으며 말했다. “은아야, 오늘 일은 네가 억울하다는 거 알아. 하지만 네가 가져온 이 계약서는 우리 설씨 집안에 이득이 안 돼… 물론, 너의 공도 잊지 않을게. 이렇게 하자,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수익이 생길 텐데 그때 네 몫을 더 쳐줄게.”사장직에 관해서, 설 씨 어르신은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았고 새까맣게 잊어버렸다.어르신은 애초에 손녀들을 높게 사지 않았다. 그는 여자들이 돈만 잔뜩 드는 물건이라고 생각했고, 머저리 같은 은아의 처가살이 남편은 말할 것도 없었다.전에 은아를 높게 산 이유는 온전히 그녀가 하엔 그룹의 계약을 따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민혁이 더 일을 잘하니, 은아는 자연스럽게 어르신에게 버려졌다.은아는 침묵을 지키며 앉았다. 어르신은 한 번 내뱉은 말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기에, 지금 같은 순간에 그와 말다툼하는 건 미움만 살 뿐이었다. 은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안 좋았다.옆에 있던 하현은 손을 내밀어 은아의 오른손을 잡았고,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저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설민혁 같은 애가 계약을 따낼 거라고 믿어?”하현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그의 말을 들었다. 이 순간, 모두가 하현을 바라보았다.민혁은 화를 내려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진정하고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거기 머저리, 나랑 내기하지 않을래요? 만약 내가 이 계약을 따낸다면, 당신이랑 당신 와이프는 우리 설씨 집안에서 꺼지고 다시는 이 집안에 한 발짝도 발을 들이지 말아요.”“하현!” 곁에 있던 은아는 애써 말리려 했다.“좋아!” 하현은 민혁을 바라보기도 귀찮았다. “하지만, 만약에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면 어떡할 거야? 설씨 집안에서 나갈 거야? 네가 나중에 남의 집안 데릴사위가 되고 싶다고 해도 모두 거절할까 봐 걱정이다!”“당신!” 민혁은 손가락으로 하현을 가리켰다. “두고
이 시각, 빌라 밖에서 설 씨 어르신은 손을 들어 손목에 찬 시계를 힐끗 보았다. 시간이 다 되어가자, 어르신은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명심해, 오늘 밤은 우리 설씨 집안에게 매우 중요해. 우리 집안이 서울의 일류 가문이 될 수 있는지도 오늘 밤에 달렸어.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조심히 모셔, 알았어?”“네!” 설 씨들은 웃으며 입을 모았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겨울은 금광과도 같아서, 당연히 그녀를 잘 모셔야 했다.이때, 민혁이 갑자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사실 저에게 미숙한 의견 하나가 더 있어요.”“그래, 착한 우리 손자, 어떤 좋은 방법이 있는지 어서 얘기해 보렴.” 설 씨 어르신은 안색이 밝아져 말했다.이전에 민혁의 행동에 어르신은 조금 실망했지만, 오늘 오후 그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했다.더 중요한 것은, 손주들 중에서 어르신은 애초에 민혁을 제일 눈여겨보았다.설 씨 어르신의 태도에 민혁은 의기양양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씩 웃더니 느긋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저에게 아직 여자친구가 없어요. 겨울 씨가 저와 약혼하도록 다리를 놓아주셔서 두 집안이 하나로 뭉치게 되면, 이 협력은 당연한 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 다음, 투자금을 500억 원, 심지어 900억, 1000억 원까지 늘리는 것도 꼭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 않을까요?”“결혼?!” 설 씨 어르신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하지만 그 사람은 하씨 집안 사람이 아니야. 결혼하는 게 의미가 있겠니?”민혁은 다시 한번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 사람이 하씨 집안 사람이라면 우리 설씨 집안에 시집올 것 같으세요? 이 김겨울이라는 여자를 제가 조사해봤는데, 업무 실적은 뛰어나지만 그냥 일반적인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그렇지만 일반적인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 같은 명문 가문에 시집올 수 있다는데 동의를 안 하겠나요?”“그리고 우리 집안에 시집와서 저희가 충분한 투자금을 받고 나면 이혼하는 것
이 순간, 주변에서는 감탄이 흘러나왔다.상자 안에는 금으로 만든 불상이 있었는데, 손바닥만 한 크기지만 절대 적지 않은 가치를 소유한 물건이었다! 비록 이 불상은 진부했지만 가격이 거기 표기되어 있었다.원래라면 만식과 설 씨 어르신은 사회적 지위가 같아서, 서로 찾아 뵙는다 해도 이런 후한 선물을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만식이 오늘 이렇게 정중하게 대하니, 설씨 집안의 체면이 섰다.“네, 네, 이 문을 넘어오신 분들은 다 손님이죠. 우 회장, 일단 앉아요. 근데 다음번엔 이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우 회장의 성의는 이 늙은이가 받도록 할게요!” 설 씨 어르신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 체면이었다. 어르신은 겨울 말고도 왜 이 비서라는 사람이 오는 걸까 하는 의문이 조금 있었지만, 그도 역시 늙은 여우인지라 당장은 내색하지 않았다.만식과 인사를 제대로 한 후에야 설 씨 어르신이 민혁을 불러서 물었다. "방금 우 회장이 말한 그 이 비서는 누구야?""이 비서님?" 민혁의 얼굴이 환해졌다. "할아버지, 이 비서님이 바로 하엔 그룹 대표의 비서 이슬기예요. 그 사람의 말은 회사 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지위가 높아요. 겨울 씨가 그분을 데리고 왔으니 우리는 분명 투자 받을 수 있을 거예요!""좋아! 훌륭해!" 설 씨 어르신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민혁 같은 자식을 나아야지, 이 손자는 역시 그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이쪽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빌라 입구에 또 다른 차 한 대가 멈췄다. 이윽고 백씨 집안 어르신 백영길이 빙긋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멀리서 영길이 웃으며 말했다. "우 회장, 역시 소식에 빠르군요. 나는 내가 빠른 편인 줄 알았는데, 우 회장이 나보다도 빠른 줄은 몰랐네요.""설 회장, 나도 오늘 초대 없이 왔어요. 약소하지만 조그마한 선물을 가져왔어요!"말하는 사이에, 영길이 손에 들고 있던 선물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고려시대의 고려청
설 씨 어르신이 이 광경을 보고는 오히려 한숨을 쉬었다.놀란 걸 보니, 그저 경험이 없는 계집애일 뿐인 것 같았다. 그런 자는 만만했다.민혁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김 부장님께서 찾아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자,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은 저희 집안 어르신이고..."겨울은 인사치레로 웃으며 태연하게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어르신을 뵌 적이 있습니다."민혁은 손이 굳었지만 매우 민첩하게 겨울을 안내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는 말했다. "김 부장님이 오셨으니, 누추한 집에서 식사를 먼저 하고 이야기를 나눌까요?”겨울은 머뭇거리다가 웃으며 말했다. “제 친구가 같이 왔는데 동의할지 모르겠네요."곧이어 정장 차림에 포니테일을 한 미녀가 운전석에서 내렸다.민혁은 몸을 떨더니 순식간에 앞으로 달려가 말했다. "이 비서님이셨군요, 멀리 마중 나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슬기도 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조금 어리둥절했다. 확실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눈치였다.그러나 곧 그 둘은 멍한 상태에서 SL 빌라 안으로 안내 받았다.어리둥절한 겨울과 슬기 두 사람은 홀 안으로 들어서자 깜짝 놀랐다. 그녀들은 이렇게 넓은 곳일 줄 몰랐고, 설씨 집안 사람들이 저마다 옷을 격식 있게 차려입고 참석했다. 그런데 그 둘만 평상복을 입고 있어 난감해 죽을 지경이었다.민혁은 먼저 홀에 들어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약간의 뿌듯함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오늘 밤 굉장히 영광스럽게도, 김겨울 부장님 외에 하엔 그룹 대표님의 비서인 이슬기 씨도 우리 설씨 집안 저녁 만찬에 참석해주셨습니다!"이 순간, 많은 이들의 시선이 슬기에게로 쏠렸다.듣자 하니 그 신임 대표는 매우 조용히 지내서 회사에 많은 일은 슬기의 말에 의해 결정되었다. 그녀의 지위가 상당히 높다더니, 이렇게 젊고 예쁜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특히 겨울과 함께 서 있으면, 두 사람은 한 꽃받침에 나
설씨 집안이 이토록 친절하게 대하니 겨울과 슬기 둘 다 조금 난감했지만, 우선은 예의 바르게 자리에 앉았다. 그녀들은 설씨 집안을 두려워한 게 아니라, 대표님 부인이 설씨 집안 사람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렇다면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그런 게 아니었더라면, 두 사람의 신분으로는 이 식사 한 끼가 필요하지 않았다.슬기와 겨울이 메인테이블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그 옆에는 차례대로 설 씨 어르신, 동수와 민혁이 앉았고, 그 다음은 만식, 영길 등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서울의 내로라하는 인물로 설 씨 어르신조차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하지만 설씨 집안의 젊은 세대는 이 광경을 보고 눈에서 불을 뿜을 뻔했다. 설민혁 이 자식은 아주 여자 복에 겨웠다. 겨울은 그렇다 쳐도, 지금 슬기까지 왔다."두 미인이 손을 맞잡고 오시니 정말 제 체면을 살려주시네요. 그럼 오늘은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두 분 먼저 한 잔 받으시죠!" 민혁은 하하 웃으며 매우 신나 있었다.이 생각을 하니, 민혁은 끝에 앉아 있던 은아를 의식한 듯 힐끗 쳐다보며 득의양양했다.설은아 당신은 상당한 능력이 있지 않던가? 당신은 하엔 그룹의 투자 계약을 따낼 수 있지 않던가? 두고 봐요.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설씨 집안에서 쫓겨나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설 회장, 소개해 주시지 않을 겁니까?” 술을 세 차례 마시고 직설적으로 입을 연 만식은 처음부터 슬기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이 비서는 신임 대표와 마찬가지로 번개같이 나타났다 구름처럼 사라지는 사람이었다. 음식 대접해주는 것은 고사하고 얼굴 한번 보기조차 힘들다.공교롭게 만식 측에서도 하엔 그룹의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슬기가 설 씨네에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만식은 바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는 설씨 집안의 능력에 놀랐다. 이 비서를 모셔왔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설명해주었기에, 이는 설씨 집안의 능력을 방증하는 듯했다.신세를 졌으니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설 씨 어르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
”확실히 이 외지인놈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도 뭐?”“우리 황천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맞아! 하현이 부 사장 무릎을 꿇게 한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땅강아지가 운이 아무리 좋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아무 힘도 못 써!”“결국 실력 없는 자가 스스로 무능함에 분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야!”“황천화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제 곧 알게 되겠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대하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페낭에서는 이신욱의 저력을 능가할 수 없다.“형님!”“황 선생!”“황 도련님!”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황천화에게 몰려들었고 선두에 선 이신욱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신욱,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까지 나서서 체면을 세워 줘야 할 일이 도대체 뭐냐구?”황천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거들먹거렸다.마치 세상에는 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는 듯.이신욱은 차가운 눈초리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외지인 주제에 우리 페낭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람을 때리다니!”“그래?”황천화는 실눈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신욱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코는 푸르덩덩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이빨도 두어 개 비어 있었다.안색이 나쁜 건 말할 것도 없었다.비록 황천화는 이신욱을 그리 높이 보진 않았지만 이신욱은 일찌감치 황천화의 가능성을 보고 명절 때마다 그에서 그득한 선물을 보낸 덕분에 꽤 황천화 덕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황천화도 이신욱에 대해 슬슬 좋은 감정이 생겼다.그런데 지금 그런 후배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다.황천화의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이신욱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건
”감히 페낭 무맹주를 입에 올라다니!”“똑똑히 들어! 우리 선배가 네놈의 말을 들었다면 당장 목을 꺾어 놓았을 거야!”“당신 같은 사람 수백 명을 모아 봐도 안 될 거야!”“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한 방에 여기서 저 태평양 바다로 당장 날려버릴 수도 있어!”“당신! 목숨줄 단단히 잡고 있어야 할 거야!”“내 선배가 온다면 네놈이 아무리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도 소용없을 거거든!”이신욱은 하현과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건방지고 방자한 사람을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앞뒤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는 놈은 본 적이 없었다.예쁘장하게 치장한 여자들도 처음의 충격에서 회복되어 지금은 조롱과 멸시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어쨌든 황천화 같은 인물은 하현이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인물이었다.“하현, 정말로 내가 나설 필요없겠어?”하구봉의 눈빛은 더욱 무거워졌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잠시 자료를 찾아본 뒤에 또 한 번 하현에게 상기시켜 주었다.“황천화는 최고의 병왕일 거야.”“제2의 남양 전신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불리고 있어.”“원 씨 가문, 양 씨 가문, 이 씨 가문 모두가 그를 데릴사위로 앉히고 싶어 해!”“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그러니 조심해야 해.”“난 페낭 경찰서의 화 팀장과 잘 아는 사이야. 그가 오면 황천화라도 체면을 세워 줄 거야.”자료를 살펴보고 나자 하구봉은 더욱 하현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하구천이나 하백진도 내 앞에서 함부로 하지 못했어. 그런데 뭐 황천화? 그 사람이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페낭 무맹주도 날 어쩌지 못하는 마당에 내가 황천화를 두려워할 리가 있겠어?!”하구봉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해했지만 더는 충고하지 않았다.“끼익!”10분도 채 되지 않아 롤스로이스 세 대가 달려와 기고만장하게 엔진 소리를 뿜으며 사람들 앞
이 멍청아!이 바보 같은 놈아!이리저리 펄쩍펄쩍 뛰는 이신욱을 바라보며 부문상은 울상이 되었다.그가 이신욱에게 가차 없이 뺨을 때린 것은 하현이 지독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이런 잔인한 사람을 대할 때는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해야만 비로소 기회를 잡을 수가 있다.그런데 이신욱이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스스로 목숨을 걷어차 버리는 짓을 할 줄은 몰랐다.“너...”부문상은 이신욱을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개자식! 난 널 위해서 그런 거라고! 네가 이렇게 날뛰면 난 더 이상 널 도와줄 수 없어!”이신욱도 이를 갈며 항변했다.“형님은 이제 상관하지 마세요!”“형님이 뭔데 자꾸 그래요?”“형님이 하현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면 않는 거지 왜 나한테까지 강요하면서 내 뺨을 때리고 그래요? 무슨 이유로 날 뭐라고 하냐구요?”“자신이 누구 덕분에 그 자리에 올랐는지 잊었어요?”“잘 들으세요! 내가 하현을 싹 밀어버린 후에는 형님을 처리하러 올 겁니다!”“그때도 감히 내 앞에서 이래라저래라 하시는지 두고 보죠!”“개 한 마리가 동네를 휘어잡더니 이젠 늑대가 된 줄로 착각하는군요!”“형님은 아무리 날뛰어 봤자 페낭 무맹의 개일 뿐이에요!”“하지만 내 스승님은 페낭 무맹 부맹주라구요!”“페낭 무맹을 쥐락펴락하는 사람이죠!”페낭 무맹 부맹주라는 말을 내뱉고 나자 이신욱은 그제야 용기를 되찾은 듯했다.그는 방금까지 떨어졌던 자신의 체면을 이제야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당당한 시선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똑똑히 들어. 이제 당신은 끝났어.”“난 결코 내 스승과 선배들을 이런 자리에 불러 세우고 싶지 않았지만 네놈을 혼내줘야 하니 할 수 없지!”“방금 난 이미 메시지를 보냈어. 그러니 아마 그들이 곧 도착할 거야.”“능력이 있으면 이따가 그들 앞에서도 어디 당당하게 굴어 봐!”“내 선배님이 누군지 모르지?”“바로 페낭 무맹 황천화야!”뭐?
다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신욱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듯 돼지처럼 부은 얼굴을 감싸고 불만을 터뜨렸다.“형님! 왜 절 때리세요?”“하 씨 저놈이 어떤 신분인데 이러시냐고요?”“그냥 외지 관광객이잖아요!”“대하에서 왔다고 해도 그게 뭐 어쨌다는 거예요? 내가 이런 사람을 한두 명 밟은 줄 아세요. 일 년에도 수천 명은 더 된다구요!”“그런데 어떻게 형님은 저놈 편을 들 수가 있어요?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구요?”이신욱은 분하고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는 자신의 비장의 카드 중 하나인 사촌 형님이 왜 이렇게 하현에게 쩔쩔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하현이 아무리 대하에서 출중하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해도 페낭에 왔으면 페낭 토박이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대하 사람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페낭에 와서도 날고 길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신욱의 눈에는 부문상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하현이 별로 두려운 존재 같아 보이지 않았다.이신욱이 누구인가?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도련님 아닌가!상속권이 없다고는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그러니 어찌 그가 외지 관광객을 두려워하겠는가?이런 일이 알려진다면 앞으로 이신욱은 어떻게 페낭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있겠는가?어떻게 남양에서 호기롭게 지낼 수가 있겠는가?하구봉은 연신 감탄에 마지않는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하현이 사람을 혼내주는 방법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하다고 여겨졌다.하구봉은 이번에 먼 길을 왔으니 페낭에서 자신의 역량을 꼭 뽐낼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결국 그가 손을 쓸 필요가 없게 되었고 하현이 모든 것을 깔끔하게 처리해 버렸다.이에 하구봉은 하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숭배에 가까운 마음을 품게 되었다.하구천은 하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구봉이 지금보다 더 높은 지위를 얻고 출세를 하려면 하현 같은 사람을 따라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아직도 입을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적막감에 휩싸였다.그들은 온몸이 뻣뻣해졌고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눈앞의 광경은 그들이 아무리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이신욱은 정신이 혼미해졌다.마치 긴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하현은 부문상의 얼굴을 툭툭 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신욱을 쳐다보았다.“이신욱, 당신 사촌 형님이 와도 당신을 도와줄 것 같지 않은데.”“당신 사촌 형님도 날 놀라게 할 순 없을 것 같은데, 어때?”“당신이 한 번 물어봐. 내가 함부로 굴지 말라고 했는데도 감히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말이야!”이신욱 일행은 하현에게 도저히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하지만 이 난국을 헤쳐나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두고두고 페낭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걸 이신욱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하현은 티슈를 꺼내 손가락 사이를 닦으며 희미한 시선으로 부문상을 쳐다보았다.“당신들 두 사람은 천상 형제군. 당신은 양유훤을 넘보더니 당신 사촌 동생은 원가령을 넘보니 말이야.”“말해 봐. 내가 이미 당신을 혼쭐내 줬는데 당신 동생마저도 내가 혼쭐내 줘야 해?누구?원가령?부문상은 눈꺼풀을 벌떡 세웠다.그도 원가령이 양유훤의 절친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원가령을 건드려 볼까 생각도 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행히도 실제로 건드리진 않았다!그런데 이 재수 없는 사촌 동생이 원가령을 넘보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하현한테 걸려서 이 몹쓸 꼴을 당하다니?술병을 머리에 맞은 자신의 처참한 처지를 떠올렸고 하현에게 뺨을 맞고 온몸이 날아간 자신의 경호원들을 떠올렸다.부문상은 벌벌 떨다가 자신도 모르게 이신욱에게 소리쳤다.“야! 이신욱! 너 당장 꺼져! 당장 하현한테 사과하라고!”“당장 잘못을 인정하지 못해!”부문상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부잣집 도련님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예쁘장하게 치장한 여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고
부문상은 이마에 난 상처가 저릿저릿하게 아파왔고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덜덜 떨렸다.“아니, 아니야. 내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그는 확실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하지만 이럴 때 불만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복수를 하더라도 기회를 잘 엿보아야 한다.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현과 싸운다면 바보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부문상은 순간 얼른 머리를 굴려 냉철하게 판단했다.“감히?”부문상이 ‘감히'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을 듣고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지금까지 부문상은 자신이 밟고 싶은 사람은 스스럼없이 밟았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가 갑자기 이렇게 찌그러져 버렸는지 사람들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예쁘장하게 치장한 여자들은 불안함에 발을 동동 굴렸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꿈이 아닌가 의심되어 자신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이때 하현이 부문상에게 다가와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무릎 꿇어.”하현은 부문상을 봐줄 마음이 없는 게 분명했다.부문상은 오늘 양유훤을 건드리려 했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오자마자 허세를 부리며 화풀이할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오늘 결국 호되게 당할 사람은 부문상 자신이었다.아마 일반 관광객이었다면 정말로 부문상에게 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하현은 지금 이 자리에서 부문상의 체면 따위 봐줄 수가 없었다.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주기로 결심한 것이다.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누군가가 하현을 향해 그의 오만방자함을 꾸짖으려고 했을 때였다.갑자기 부문상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하현에게 무릎을 털썩 꿇는 것이 아닌가?부문상이 누구인가?절대로 누구에게도 손해를 보지 않는 사나이였다.그런데 하현 앞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다니!부문상은 자신이 상대의 적수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목숨이라도 지키기 위해 못할 짓이 없었다.그러자 사람들은 마른
오늘 부문상은 천수만 회관에서 하현에게 무참히 깨졌다.자신의 경호원들도 하현에게 호되게 당했다.그래서 부문상은 하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원래 그는 며칠 후에 자신의 뒷배를 찾아가 고수 몇 명을 데리고 하현을 괴롭혀 주려고 생각했었다.그런 와중에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처럼 이렇게 하현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그런데 자기 옆에 있는 사람들은 하현의 면전에서 마구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그러자 부문상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 하현...”부문상은 하현을 이름을 내뱉으며 온몸에 힘이 쭉 빠져서 하마터면 무릎을 털썩 꿇을 뻔했다.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아프고 멍했다.그의 경호원들도 하현을 보고 놀라서 감히 행동할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자신의 든든한 뒷배가 하현을 손써 주기 전까지 부문상은 함부로 하현의 미움을 살 수가 없었다.“형님, 바로 이 사람이에요! 하현이라고 하는 작자라구요!”“내가 그의 자료를 찾아봤는데 대하에서 관광 온 관광객이었어요!”이신욱은 사나운 미소를 드러내며 하현을 가리켰다.“이 자식이 방금 내 뺨을 때리고 내 일을 망쳤어요!”이신욱은 이를 악물고 더욱 울그락불그락해진 얼굴로 부문상을 향해 고자질했다.부문상의 화를 한껏 끓어올려 자신을 대신해 하현을 혼내주길 바랐던 것이다.하현은 이를 듣고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이신욱이 말한 거 다 내가 한 거야. 그런데 부 사장, 무슨 불만 있어?”하현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예쁘장한 여자들은 대놓고 비아냥거렸다.이놈은 외지에서 온 주제에 너무 오만방자해!겁도 모르고 물러서는 법도 몰라!이런 자리에선 찍소리 않고 가만히 있어야 목숨이라도 보전한다는 걸 모르는 건가?이신욱은 더욱 냉소를 지으며 하현을 가리켰다.“멍청이 같으니라구! 아직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큰소리야!”“내 사촌 형님이 화나길 바라는 거야?”“잘 들어. 내 사촌 형님이 화를 내면 넌
”마침 잘 오셨어요. 별 볼 일 없는 외지 관광객이 감히 우리 바닥에서 한껏 도발하고 날 때리기까지 했어요!”“곁에 있는 경호원만 믿고 아주 기고만장하게 굴고 있다구요!”“전화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라고 도발하질 않나 팔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협박을 하지 않나!”“내 사촌 형님이 부문상 사장님이고 그 뒤에는 페낭 무맹이 있다고 했어요.”이신욱은 부문상의 화를 돋우기 위해 말을 갖다 붙였다.부문상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하현을 죽여주길 바라며 온갖 애를 썼다.그가 부문상까지 부른 가장 큰 이유는 부문상의 뒷배가 페낭 무맹이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부문상의 부하들은 모두 싸움에 전문가들이었기 때문이다.이들은 일반인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하현이나 그의 경호원이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해도 부문상의 부하들 앞에서는 아무 쓸모없는 물건들일 거라 믿었다.그래서 이신욱은 하현에게 조금의 승산도 없다고 생각했다.이신욱이 데리고 온 여자들은 부문상을 보고는 눈빛이 뜨겁게 돌변했다!이런 거물이 오다니!하현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그들은 거만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찼다.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는 이제 망했아!방금 이신욱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굴었으니 이제 슬퍼할 일만 남은 것이다!외지인 관광객은 처음부터 이신욱 앞에서 함부로 날뛰지 말았어야 했다!“그래?”사촌 동생의 말을 들은 부문상의 눈에 한기가 가득했다.그는 오늘 하현에게 호되게 당해서 분노를 발산할 곳을 찾으려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덩굴째 굴러오다니 누가 되었든 끝까지 짓밟아 버릴 것이다.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그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관광객 주제에 내 사촌 동생을 괴롭혔다고?”“페낭에 얼마나 많은 호랑이들이 포진하고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지?”“그런 것도 모르고 감히 너한테 손을 써?”“살기가 싫은 모양이군! 허!”“페낭 사람들이 어떻게 사람 됨됨이를 만들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