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은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녀는 동수와 민혁이 굴욕을 당할 만하다는 데 동의했다.하현은 변명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수박 한 조각을 또 집어 들었다."별거 아니에요, 그냥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을 뿐이에요. 누군가의 말이 쓰레기통처럼 악취가 나는 건 제 잘못이 아니죠." 하현은 차분하게 대답했다."이 쪼끄만 게…" 동수는 얼굴을 닦으면서 하현을 노려보며 투덜거렸다. 동수는 몹시 기분이 상해서 몸을 떨었다."그럼 저는요? 문제를 일으킨 건 당신 아들인데, 제 아내가 해결했어요. 은아의 노력을 무시하고 은아가 받아야 할 감사 인사는 온데간데없는데, 당신들은 심지어 뻔뻔스럽게도 은아가 집안을 모함했다고 비난했어요. 참 아이러니하죠? 좋아요, 그럼 당신 아들이 처리하라고 해요!" 하현은 반항적으로 동수에게 대답했다."하현, 너는 그저 데릴사위일 뿐이야. 네가 누군데 우리 가족 모임에서 말을 해?""그리고 설 씨로서, 은아는 우리 집안을 위해 일해야 해…" 동수는 하현에게 소리쳤다."당신의 소중한 아들이 모든 영광을 차지하게 만들고요?" 하현이 끼어들었다."만약 민혁이가 가서 또 그 직원들을 희롱하고 우리를 파산하게 만든다면요? 그것도 걱정해야 하지 않나요?” 하현이 물었다.그 시각, 사람들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민혁이면 또 이런 일을 벌일 것 같아 다소 걱정을 했다.만약 설씨 집안이 파산한다면, 그들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것이기에 그들은 겁을 먹었다."어르신, 하현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민혁이가 일을 망치게 놔둘 수 없습니다.""맞아요. 민혁이는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었고, 적어도 은아는 우리에게 사업 계약을 가져다주었어요.""중요한 것은 우리가 투자금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약간의 수익을 잃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맞아요. 계약을 성사시킨 은아에게 감사해요!"불과 몇 분 만에 사람들의 의견은 뒤바뀌어, 그들은 민혁에게 등을 돌렸
"그 일에 관해서는…" 은아는 그 요구사항에 그다지 자신 없었다. 그녀는 본의 아니게 하현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냥 내 요구를 받아들여." 설 씨 어르신은 은아가 하엔 그룹 최고 경영진의 누군가와 연줄이 있다고 생각해 웃었다. 적어도 은아가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을 보고 어르신이 생각한 게 바로 그거였다."알겠어요, 할아버지. 약속할게요…""안 돼!" 은아가 막 받아들이려 할 때 하현이 끼어들었다."당신은 대체 왜 그래요! 당신이 뭔데 거절해요?" 민혁은 하현의 무모한 행동이 두려워지기 시작하자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하현, 나는 은아를 존중하기 때문에 아까 너의 무례한 행동들을 무시했어. 너는 네가 이 집에서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하현이 여러 차례 소란을 피운 뒤, 설 씨 어르신은 신경이 곤두서서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위협했다."전에 은아가 계약을 성사시키면 사장 자리를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지만, 지금 어르신은 그저 새로운 조건들을 만들면서 거의 불가능한 일들을 하게 하고 계십니다. 어르신은 그저 제 아내를 나쁘게 보이게 하시려는 것 같아요.” 하현은 차가운 어조로 대답했다."내가 네 아내를 나쁘게 보이게 하려 한다고?" 설 씨 어르신은 일어서서 하현을 가리키고 화를 내며 물었다.'이 데릴사위가 문제를 일으키려고 하는 건가? 자기가 누구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 우리가 은아를 유혹하려 하지만 않았다면 이놈은 여기 서 있지도 않았을 거야. 설 씨들의 개조차도 저놈보다 더 존중 받을 만해.'주변에 있던 다른 설 씨들은 하현의 말에 깜짝 놀라 모두 하현을 미친 사람 보듯이 쳐다보았다."하현, 그만해, 이만하면 됐어.""할아버지, 제가 하엔과 협상해보겠지만 성공적일 거라고 장담할 수 없어요.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들이 그 제안을 철회하는 겁니다. 그 상황을 대비하기를 바라요."은아는 하현을 제지하고 설 씨 어르신에게 말했다.설 씨 어르신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잠시 말문이 막혔다.
"민혁이는 우리 집안의 진정한 희망입니다!""오늘 아침에 갔다 온 '누군가'가 없어도, 결국 하엔이 우리에게 연락할 것이었네요.사람들은 다시 입장을 바꾸어 이번에는 은아에게 등을 돌렸다."민혁아, 확실해?" 설 씨 어르신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물론이죠!" 민혁은 겨울에게 전화를 걸고 스피커를 켜면서 대답했다."안녕하세요, 설민혁 씨." 겨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안녕하세요, 겨울 씨, 오늘 저녁에 방문하신다는 것을 이미 설 씨 어르신에게 알려드렸는데, 혹시 언제쯤 도착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민혁은 픽 웃으며 대답했다."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어요, 저는 그냥 설민혁 씨에게 물건을 좀 건네주려고 가는 거예요." 겨울이 대답했다."영광이에요. 태워다 드릴까요?" 민혁이 제안했다."괜찮아요, 제 차가 있으니, 저녁 7시쯤 도착할 것 같아요." 겨울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민혁은 전화를 끊기 전에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물건? 무슨 물건? 계약서인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민혁아, 며칠 전에 김 부장이 너한테 꺼지라고 말했던 걸 기억하는데, 어떻게…" 설 씨 어르신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할아버지, 모든 여자가 원하는 건 재산이라는 걸 알고 계시지 않나요? 저는 이미 지난 며칠 동안 겨울 씨에게 몇 억 원 상당의 선물을 보냈는데, 벌써 저에게 반했을 거예요! 할아버지, 모든 일이 끝난 후에 제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민혁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우리에게 수익을 가져다준 다음, 원한다면 사장 자리도 얻을 수 있어." 설 씨 어르신이 제안했다."할아버지, 불공평해요!" 은아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해서 항의를 해봤지만, 결국 모든 영광과 공적은 민혁에게 돌아갔다."공평? 은아 누나, 누나만 비장의 무기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내가 하엔 그룹 부장님을 우리 집에 방문하게끔 만드는 동안, 누나는 거의 쓸
“할아버지…” 설은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설 씨 어르신을 쳐다보았다.설 씨 어르신은 웃으며 말했다. “은아야, 오늘 일은 네가 억울하다는 거 알아. 하지만 네가 가져온 이 계약서는 우리 설씨 집안에 이득이 안 돼… 물론, 너의 공도 잊지 않을게. 이렇게 하자,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수익이 생길 텐데 그때 네 몫을 더 쳐줄게.”사장직에 관해서, 설 씨 어르신은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았고 새까맣게 잊어버렸다.어르신은 애초에 손녀들을 높게 사지 않았다. 그는 여자들이 돈만 잔뜩 드는 물건이라고 생각했고, 머저리 같은 은아의 처가살이 남편은 말할 것도 없었다.전에 은아를 높게 산 이유는 온전히 그녀가 하엔 그룹의 계약을 따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민혁이 더 일을 잘하니, 은아는 자연스럽게 어르신에게 버려졌다.은아는 침묵을 지키며 앉았다. 어르신은 한 번 내뱉은 말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기에, 지금 같은 순간에 그와 말다툼하는 건 미움만 살 뿐이었다. 은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안 좋았다.옆에 있던 하현은 손을 내밀어 은아의 오른손을 잡았고,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저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설민혁 같은 애가 계약을 따낼 거라고 믿어?”하현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그의 말을 들었다. 이 순간, 모두가 하현을 바라보았다.민혁은 화를 내려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진정하고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거기 머저리, 나랑 내기하지 않을래요? 만약 내가 이 계약을 따낸다면, 당신이랑 당신 와이프는 우리 설씨 집안에서 꺼지고 다시는 이 집안에 한 발짝도 발을 들이지 말아요.”“하현!” 곁에 있던 은아는 애써 말리려 했다.“좋아!” 하현은 민혁을 바라보기도 귀찮았다. “하지만, 만약에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면 어떡할 거야? 설씨 집안에서 나갈 거야? 네가 나중에 남의 집안 데릴사위가 되고 싶다고 해도 모두 거절할까 봐 걱정이다!”“당신!” 민혁은 손가락으로 하현을 가리켰다. “두고
이 시각, 빌라 밖에서 설 씨 어르신은 손을 들어 손목에 찬 시계를 힐끗 보았다. 시간이 다 되어가자, 어르신은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명심해, 오늘 밤은 우리 설씨 집안에게 매우 중요해. 우리 집안이 서울의 일류 가문이 될 수 있는지도 오늘 밤에 달렸어.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조심히 모셔, 알았어?”“네!” 설 씨들은 웃으며 입을 모았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겨울은 금광과도 같아서, 당연히 그녀를 잘 모셔야 했다.이때, 민혁이 갑자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사실 저에게 미숙한 의견 하나가 더 있어요.”“그래, 착한 우리 손자, 어떤 좋은 방법이 있는지 어서 얘기해 보렴.” 설 씨 어르신은 안색이 밝아져 말했다.이전에 민혁의 행동에 어르신은 조금 실망했지만, 오늘 오후 그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했다.더 중요한 것은, 손주들 중에서 어르신은 애초에 민혁을 제일 눈여겨보았다.설 씨 어르신의 태도에 민혁은 의기양양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씩 웃더니 느긋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저에게 아직 여자친구가 없어요. 겨울 씨가 저와 약혼하도록 다리를 놓아주셔서 두 집안이 하나로 뭉치게 되면, 이 협력은 당연한 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 다음, 투자금을 500억 원, 심지어 900억, 1000억 원까지 늘리는 것도 꼭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 않을까요?”“결혼?!” 설 씨 어르신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하지만 그 사람은 하씨 집안 사람이 아니야. 결혼하는 게 의미가 있겠니?”민혁은 다시 한번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 사람이 하씨 집안 사람이라면 우리 설씨 집안에 시집올 것 같으세요? 이 김겨울이라는 여자를 제가 조사해봤는데, 업무 실적은 뛰어나지만 그냥 일반적인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그렇지만 일반적인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 같은 명문 가문에 시집올 수 있다는데 동의를 안 하겠나요?”“그리고 우리 집안에 시집와서 저희가 충분한 투자금을 받고 나면 이혼하는 것
이 순간, 주변에서는 감탄이 흘러나왔다.상자 안에는 금으로 만든 불상이 있었는데, 손바닥만 한 크기지만 절대 적지 않은 가치를 소유한 물건이었다! 비록 이 불상은 진부했지만 가격이 거기 표기되어 있었다.원래라면 만식과 설 씨 어르신은 사회적 지위가 같아서, 서로 찾아 뵙는다 해도 이런 후한 선물을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만식이 오늘 이렇게 정중하게 대하니, 설씨 집안의 체면이 섰다.“네, 네, 이 문을 넘어오신 분들은 다 손님이죠. 우 회장, 일단 앉아요. 근데 다음번엔 이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우 회장의 성의는 이 늙은이가 받도록 할게요!” 설 씨 어르신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 체면이었다. 어르신은 겨울 말고도 왜 이 비서라는 사람이 오는 걸까 하는 의문이 조금 있었지만, 그도 역시 늙은 여우인지라 당장은 내색하지 않았다.만식과 인사를 제대로 한 후에야 설 씨 어르신이 민혁을 불러서 물었다. "방금 우 회장이 말한 그 이 비서는 누구야?""이 비서님?" 민혁의 얼굴이 환해졌다. "할아버지, 이 비서님이 바로 하엔 그룹 대표의 비서 이슬기예요. 그 사람의 말은 회사 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지위가 높아요. 겨울 씨가 그분을 데리고 왔으니 우리는 분명 투자 받을 수 있을 거예요!""좋아! 훌륭해!" 설 씨 어르신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민혁 같은 자식을 나아야지, 이 손자는 역시 그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이쪽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빌라 입구에 또 다른 차 한 대가 멈췄다. 이윽고 백씨 집안 어르신 백영길이 빙긋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멀리서 영길이 웃으며 말했다. "우 회장, 역시 소식에 빠르군요. 나는 내가 빠른 편인 줄 알았는데, 우 회장이 나보다도 빠른 줄은 몰랐네요.""설 회장, 나도 오늘 초대 없이 왔어요. 약소하지만 조그마한 선물을 가져왔어요!"말하는 사이에, 영길이 손에 들고 있던 선물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고려시대의 고려청
설 씨 어르신이 이 광경을 보고는 오히려 한숨을 쉬었다.놀란 걸 보니, 그저 경험이 없는 계집애일 뿐인 것 같았다. 그런 자는 만만했다.민혁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김 부장님께서 찾아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자,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은 저희 집안 어르신이고..."겨울은 인사치레로 웃으며 태연하게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어르신을 뵌 적이 있습니다."민혁은 손이 굳었지만 매우 민첩하게 겨울을 안내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는 말했다. "김 부장님이 오셨으니, 누추한 집에서 식사를 먼저 하고 이야기를 나눌까요?”겨울은 머뭇거리다가 웃으며 말했다. “제 친구가 같이 왔는데 동의할지 모르겠네요."곧이어 정장 차림에 포니테일을 한 미녀가 운전석에서 내렸다.민혁은 몸을 떨더니 순식간에 앞으로 달려가 말했다. "이 비서님이셨군요, 멀리 마중 나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슬기도 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조금 어리둥절했다. 확실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눈치였다.그러나 곧 그 둘은 멍한 상태에서 SL 빌라 안으로 안내 받았다.어리둥절한 겨울과 슬기 두 사람은 홀 안으로 들어서자 깜짝 놀랐다. 그녀들은 이렇게 넓은 곳일 줄 몰랐고, 설씨 집안 사람들이 저마다 옷을 격식 있게 차려입고 참석했다. 그런데 그 둘만 평상복을 입고 있어 난감해 죽을 지경이었다.민혁은 먼저 홀에 들어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약간의 뿌듯함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오늘 밤 굉장히 영광스럽게도, 김겨울 부장님 외에 하엔 그룹 대표님의 비서인 이슬기 씨도 우리 설씨 집안 저녁 만찬에 참석해주셨습니다!"이 순간, 많은 이들의 시선이 슬기에게로 쏠렸다.듣자 하니 그 신임 대표는 매우 조용히 지내서 회사에 많은 일은 슬기의 말에 의해 결정되었다. 그녀의 지위가 상당히 높다더니, 이렇게 젊고 예쁜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특히 겨울과 함께 서 있으면, 두 사람은 한 꽃받침에 나
설씨 집안이 이토록 친절하게 대하니 겨울과 슬기 둘 다 조금 난감했지만, 우선은 예의 바르게 자리에 앉았다. 그녀들은 설씨 집안을 두려워한 게 아니라, 대표님 부인이 설씨 집안 사람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렇다면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그런 게 아니었더라면, 두 사람의 신분으로는 이 식사 한 끼가 필요하지 않았다.슬기와 겨울이 메인테이블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그 옆에는 차례대로 설 씨 어르신, 동수와 민혁이 앉았고, 그 다음은 만식, 영길 등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서울의 내로라하는 인물로 설 씨 어르신조차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하지만 설씨 집안의 젊은 세대는 이 광경을 보고 눈에서 불을 뿜을 뻔했다. 설민혁 이 자식은 아주 여자 복에 겨웠다. 겨울은 그렇다 쳐도, 지금 슬기까지 왔다."두 미인이 손을 맞잡고 오시니 정말 제 체면을 살려주시네요. 그럼 오늘은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두 분 먼저 한 잔 받으시죠!" 민혁은 하하 웃으며 매우 신나 있었다.이 생각을 하니, 민혁은 끝에 앉아 있던 은아를 의식한 듯 힐끗 쳐다보며 득의양양했다.설은아 당신은 상당한 능력이 있지 않던가? 당신은 하엔 그룹의 투자 계약을 따낼 수 있지 않던가? 두고 봐요.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설씨 집안에서 쫓겨나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설 회장, 소개해 주시지 않을 겁니까?” 술을 세 차례 마시고 직설적으로 입을 연 만식은 처음부터 슬기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이 비서는 신임 대표와 마찬가지로 번개같이 나타났다 구름처럼 사라지는 사람이었다. 음식 대접해주는 것은 고사하고 얼굴 한번 보기조차 힘들다.공교롭게 만식 측에서도 하엔 그룹의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슬기가 설 씨네에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만식은 바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는 설씨 집안의 능력에 놀랐다. 이 비서를 모셔왔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설명해주었기에, 이는 설씨 집안의 능력을 방증하는 듯했다.신세를 졌으니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설 씨 어르
하현은 두 여자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며 그녀들에게 힐끔 시선을 떨어뜨린 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은아, 우린 들어가자. 사람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진서기는 소항 회관으로 들어가려는 하현의 앞을 가로막으라는 듯 임민아에게 슬쩍 눈짓을 했다.하현은 무심코 발을 떼려다가 줄곧 자신을 무시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임민아가 갑자기 앞을 막자 흠칫 놀랐다.“나한테 무슨 볼 일 있어요?”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하현, 더 이상 설은아한테 찝쩍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당신은 이미 설은아와 헤어졌어요. 그럼 깔끔하게 물러서요.”임민아는 차가운 말투로 내뱉었다.“사람은 눈치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설 씨 집안사람들은 당신을 전혀 반기지 않아요. 모르겠어요?”“이제 알았으면 썩 꺼져요! 어서!”“이곳은 우리 같은 상류층 사람들이 오는 곳이지 당신 같은 얼뜨기가 오는 곳이 아니에요!”하현은 냉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와 설은아 사이의 일은 당신들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 않나요?”“설은아는 내 친구예요. 그러니 친구로서 당연히 이 정도는 할 수 있죠!”임민아는 턱을 치켜들고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은아가 마음씨가 고와서 당신이 이러는 것도 가만히 놔두는 거예요!”“그렇지 않고서 당신같이 능력도 없고 돈도 없고 역량도 부족한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은아와 함께 있을 수 있겠어요?”“은아는 타고난 미모에 붙임성까지 있는 사람이에요. 봉황이 노는 곳에 어찌 꿩이 알짱거릴 수 있겠냐구요?”“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요?”여기까지 말한 임민아는 콧대를 잔뜩 치켜세우며 위엄을 과시하려 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하현은 한쪽 입가를 살짝 말아올리며 냉소를 흘렸다.이윽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임민아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임민아 씨, 맞죠?”“당신은 스스로가 너무 잘난 줄 아는 사람이군요.”“내가 어떤 사람이든, 자격이 있든 없든 그건 당
”아니야.”하현은 설은아가 갑자기 간민효를 언급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얼른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엄도훈이 나한테 메시지를 보냈어.”“우리 쪽이 계약할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 물어본 거야.”“그래서 회사 법무팀에 직접 물어보라고 연락한 거야.”하현의 설명을 들은 설은아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아, 갑자기 생각났어. 엄도훈이 당신한테 이러는 걸 보니 간민효가 당신한테 엄청 많은 도움을 줬었나 봐, 그렇지?”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이런 조그만 일에 간민효를 들먹일 필요는 없어.”설은아는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만약 무성이나, 혹은 남원이나, 대구였다면 그녀도 그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그러나 금정은 역사와 유서가 깊은 곳이었다.다른 곳과 비교할 곳이 아니었다.금정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하현이 이런 말을 하니 설은아는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는 억지로 자신의 마음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왜냐하면 하현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분명 금정에도 그의 포석을 두었음이 틀림없다.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이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인정하기 싫은 질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이런 생각에 사로잡히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이슬기를 떠올렸고 왕주아를 떠올렸고, 동리아를 떠올렸다.그녀의 마음은 더욱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청거렸다.질투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그들의 차는 그렇게 달리고 달려 으리으리한 소항 회관에 다다랐다.화려한 불빛이 눈앞에 일렁거렸고 많은 차들이 오갔다.곳곳에서 향기로운 바람이 퍼졌고 많은 미남미녀들이 드나들었다.차가 멈춘 후 하현은 설은아를 따라 걸어 나왔고 곧이어 마세라티가 멈추어 서는 것이 보였다.빼어난 몸매에 세련된 메이크업을 한 두 여자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두 여자는 설은아가 금정에서 안 지 얼마 안 된 비즈니스 파트너였다.한 사람은 진서기이고 다른 한
”그래, 맞아! 아들이 하는 말에 무슨 토를 달아?”최희정은 이 기회를 틈타 자신이 한 말을 완전히 뒤집을 모양이었는지 싸늘한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자네, 그렇게 능력이 많아?”“그렇게 은아랑 재결합하고 싶어?”“그럼, 좋아!”“자네가 우리 은아를 대구 정 씨 가문 수장으로 만들면!”“나도 두 사람의 재결합을 승낙할게!”“둘이 같이 살고 싶으면 살아도 돼. 그건 내가 허락해 줄 수 있어.”하현은 최희정을 지그시 바라보았다.나이에 비해 여전히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최희정이 표독한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는 이렇게 계속하다간 양측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질 거란 걸 잘 알았다.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설은아의 모습을 보던 하현이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대구 정 씨 가문 수장이요? 문제없죠!”“설은아를 그 자리에 올려놓겠습니다!”“그래! 알았네! 자네가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두고 보겠어!”최희정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며 하현이 식탁에 않는 걸 더는 막지 않았다.식사 자리는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어색하고 불편한 식사를 마친 뒤 이영산 부부가 떠나자 하현은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그때 발코니에 있는 설은아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설은아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오늘 저녁 소항 회관에서 모임이라고?”“그래, 꼭 시간 내서 갈게.”“그런데 내가 말씀드린 그 일은 가닥이 좀 잡혔어?”하현은 이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후 내내 휴식을 취한 설은아는 저녁 6시가 되자 단장을 하고 차를 몰고 어딘가로 떠나려고 했다.차에 시동이 걸리자마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하현이 불쑥 조수석 문을 열고 히죽히죽 웃으며 차에 올라탔다.“여보, 어디 가게?”설은아는 원래 하현을 소항 회관에 데리고 갈 생각이 없었지만 하현이 조수석에 올라타는 걸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오늘 저녁 중요한 비즈니스 모임이 있어. 친구가
”그래요?”하현은 최희정에게는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뜨며 이영산을 쳐다보았다.“우리 처남, 어서 밥이나 먹어!”이영산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아예 하현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겠다는 듯 시치미를 뗐다.최희정은 하현이 자신의 양아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음 같아서는 하현을 향해 뺨이라도 한 대 갈기고 싶었다.그러나 문제는 하현이 내놓은 수표와 계약서가 모두 사실이어서 그녀로서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가짜 처남! 당신은 신분도 가짜라서 한 마디 못하고 있는 거지?”“남자가 되어서 남아일언중천금이란 말도 몰라? 본인이 한 말도 수습하지 못하겠지? 그렇다면 당신은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나 같은 사람보다 훨씬 못한 거 아냐?”하현이 이영산의 체면을 사정없이 깎아내렸다.그는 자신의 아내를 무시했던 이영산을 조금도 봐줄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지금 간이 너무 싱거워? 그렇다면 내가 좀 더 끓어줄까? 그러면 당신의 입맛에 맞게 될 텐데. 어때?”“자네, 그만해!”이때 최희정이 테이블을 세차게 내리치며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아주 기고만장하군!”“오백억 돌려받고 계약 한 건 따낸 것뿐이잖아?”“뭐가 그렇게 기고만장할 게 있어?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고?”“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자네더러 능력 있다고 추켜세울 줄 알았어?”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어쨌든 장모님이 말씀하셨잖습니까? 그래서 난 돈을 받아왔구요.”“그러면 이제 저는 설은아와 재혼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호적등본은 어딨죠?”“제가 가져가도 되는 거죠?”하현의 말을 들은 최희정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눈앞의 하현이 못마땅해 죽을 지경이었다.그녀는 절대로 두 사람의 재결합을 승낙할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허락하지 않으면 하현의 비아냥에 더욱 설 곳이 없어져 도저히 끝까지 버틸 수가 없었다.“설은아, 장모님이 별로 이의가 없으신 것 같으니
말을 마치며 최희정은 그릇을 꺼내 대문 앞에 세차게 던졌다.이어 그녀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어서 사죄해!”“저기 가서 무릎을 꿇으란 말이야!”딸과의 재결합을 허락받기 위해 온 남자라면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왔을 것이다.그런데 엄도훈한테서 오백억을 받아왔다고?허튼소리도 정도껏이지!이를 본 설유아는 급기야 울상이 되어 말했다.“형부, 그냥 지금 엄마한테 사과하세요. 대단한 일도 아니잖아요...”“수표도 계약서도 진짜입니다. 거짓 하나 없는 사실이라구요!”하현은 설은아가 건네주는 물컵을 집어 들고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그런데 제가 무슨 죄를 인정해야 합니까?”“허허! 하현! 쓴맛을 봐야 피눈물을 흘리며 단념할 모양이군!”하현이 완강한 자세를 보이자 이영산은 한껏 비웃으며 말했다.“저따위 가짜 계약서와 수표는 인터넷에 뒤져보면 얼마든지 위조할 수 있어! 당신 같은 사람이 이걸 모른다고?”“만약에 저것이 가짜로 판명된다면!”“당장 이 집에서 나가! 절대 돌아올 생각하지 마!”설은아를 포함해 설 씨 집안의 모든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 이영산은 하현이 철저히 없어져 주길 간절히 바랐다.하현이 끼어들어서 그의 수많은 계획들이 틀어졌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으로 관련 사이트를 열어 계약서 번호를 입력해 조회하기 시작했다.최희정은 하현이 하루아침에 오백억이라는 거금을 받아왔다는 말을 조금도 믿지 않았고 계속 짜증스러운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조회는 왜 해 보는 거야?”“거두절미하고 당장 무릎 꿇어! 무릎 꿇기 싫으면 당장 꺼지라고!”말을 마치며 최희정은 경호원 몇 명을 부르려고 핸드폰을 들었다.“어?!”순간 이영산은 온몸에 전율이 올랐다.“이럴 리가 없는데? 이, 이게 어떻게 진짜일 수가 있어?”“믿을 수 없어!”당황한 이영산의 목소리에 최희정은 어리둥절해하며 이영산을 쳐다보았다.그러고 나서 이영산의 핸드폰을 잡아채듯 가져와 계약서와 대조해
”탁!”“신사 상인 연합회가 SL그룹에서 빌려 간 돈 오백억이에요!”“탁!”“신사 상인 연합회와의 향후 5년 치 계약서입니다!”“탁!”“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이 선불한 첫해 선입금입니다!”“선입금은 되돌려 줄 필요없이 계약은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습니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최희정을 바라보며 웃는 듯 마는 듯 오묘한 미소를 떠올렸다.“설 씨 집안을 대신해 오백억을 돌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5년 치 계약도 성사시켰고 선입금까지 받았어요.”“선입금까지 호주머니에 찔러줬으니 이젠 두 사람, 그 입 다물 수 있겠죠?”하현은 그릇을 집어 들고 이영산의 면전에서 ‘퍽’하고 깨뜨렸다.“가짜 처남! 이제 먹어도 돼. 국물도 먹어가면서 먹어. 체하지 않게.”“뭐?”하현의 말을 듣고 모두들 그가 방금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물건들을 보았다.설 씨 가족은 하나같이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러고는 하현에게 시선을 돌려 더욱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하현은 빚을 돌려받아 왔을 뿐만 아니라 계약서에 선입금까지 받아왔기 때문이다.이것은 결코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말도 안 돼! 이건 절대 불가능해!”이영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장 먼저 벌떡 일어섰다.“신사 상인 연합회가 어떤 곳이야? 그곳은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사가 뒤를 받쳐주는 곳이야!”“호랑이 같은 그들 입에서 먹이를 빼앗아 올 수 있는 사람은 없었어!”“당신 같은 얼뜨기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지?”“가짜야! 계약서도 수표도 모두 가짜일 거야! 틀림없어!”“당신은 설은아를 얻기 위해 이런 뻔뻔한 짓을 벌인 게 분명해!”“잘 들어! 난 설은아의 의붓 오빠야! 어머니 아버지의 장자로서 절대 당신의 그런 더러운 음모가 실현되는 걸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거야!”“계약서와 수표를 위조하는 것은 중죄야!”“법대로라면 당신은 적어도 십몇 년은 감옥에서 썩어야 해!”말을 하면서 이영산은 이를 갈며 수표
”드셔보세요?”“드셔보면 알 거예요!”“여기 자리 없는 거 안 보여? 여기 이 음식들, 우리가 다 먹기에도 모자라!”“먹고 싶으면 조용히 구석에서 먹고 가. 안 그러면 그냥 가든지!”최희정은 손에 젓가락을 쥐고 설유아를 툭툭 치면서 못마땅한 듯 싸늘하게 내뱉었다.설유아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엄마. 다 차려진 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일이야. 그리고 우린 한 가족이잖아!”“가족? 저놈은 우리와 한 가족이 아니야!”“이 대문을 들어서게 한 것은 그나마 알던 사이라서 체면을 봐준 거야!”“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 요리들은 먹성 좋은 우리 아들이 먹기에도 모자라다는 거야!”“남는 게 어디 있어?”최희정은 하현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한 듯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이영산은 최희정의 말을 듣고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었다.“어머니, 어머니는 정말 제 친어머니나 다름없어요. 아니 제 친어머니보다 더 저한테 잘해 주세요!”“제가 대식가라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맞아요. 여기 있는 음식들, 제가 먹기에도 모자랄지 몰라요.”설유아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 닭찜은 형부 먹인다고 해놓고선...”“닥쳐!”설유아의 말대꾸에 최희정은 더욱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닥치지 않을 거면 너도 저 몹쓸 놈이랑 함께 꺼져!”“예전에는 상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저 얼뜨기랑 우리 집안은 아무 상관도 없는데 왜 내가 잘해 줘야 해?”최희정은 하현의 향해 눈을 부라리며 콧방귀를 뀌었다.“우리 집에 와서 뻔뻔하게 재혼을 한다고 큰소리치는 걸 보니 3년 동안 밥 안 먹어도 굶어 죽지는 않겠어!”장리나가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저 사람은 백두산 산삼까지 먹었는걸요. 평생 밥 안 먹어도 괜찮을 거예요.”설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엄마, 그리고 당신들 그만해요!”“하현은 내가 부른 거예요.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말하세요!”“네가 오라고 했다고?”설은아의 말을 듣고 최희정이 불쑥
엄도훈이 지금까지 무사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건달이었기 때문이다.매일 싸우고 죽이는 일이 다반사인 그의 몸에 혈기가 항상 돌고 있었던 것이다.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이미 수천 번은 죽어도 더 죽었을 것이다.“곧 죽는다구요?!”엄도훈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팔괘경에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형님, 이 물건은 제가 골동품 시장에서 사 온 거예요.”“몇만 원짜리 물건인데 그렇게 큰 문제가 있는 겁니까?”엄도훈 같은 건달들은 주먹이 곧 도리라고 믿었다.그런 그가 어떻게 풍수나 관상술 같은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그래서 그는 하현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던 것이다.정말로 풍수라는 것이 있다면 아무리 해도 풍수를 이길 수 없는데 사람들이 뭐 하러 고군분투하겠는가?사실 엄도훈은 하현이 오늘 자신과 싸우고 난 뒤 살짝 겁주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하현에게 밟혀 제대로 호된 맛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가 사기꾼이 아닌가 의심까지 할 뻔했다.하현은 담담하게 툭 내뱉었다.“믿거나 말거나 그건 당신 마음이지.”엄도훈은 하현의 말을 듣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문제가 생기면 방금 사람을 찌르려던 그 비수를 가슴에 달고 있어. 그 물건에 혈기가 있으니 당신의 목숨을 구해 줄 거야.”“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하현은 말을 마치며 돌아섰다.엄도훈은 하현의 말을 듣자마자 가타부타 말이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하현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사람을 속이는 방법도 어지간해야지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현이 떠난 뒤에 엄도훈은 정형외과에 가서 뼈를 맞추려고 손을 늘어뜨린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가 건물을 나와 막 대문 쪽으로 향하려는데 갑자기 지붕 기와가 미끄러져 내려와서 ‘퍽’소리를 내며 그의 이마에 떨어졌다.엄도훈은 머리를 감싸고 욕을 했지
하현은 차를 마시며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엄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빚진 것은 저희 잘못입니다. 형님이 직접 가져가 주십시오.”“그리고 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앞으로 보상 차원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이번에는 절대 걱정하는 일 없을 겁니다!”“절대로 더 이상 빚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백억을 선불로 내겠습니다!”“첫해 합작하는 것에 대한 선입금입니다!”“부디 형님께서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SL그룹의 약품과 기기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건입니다.”“금정에서도 우리는 SL그룹만 계약할 겁니다.”말을 하면서 엄도훈은 수표 한 장을 꺼내 하현 앞에 내놓았는데 그것이 오백억이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엄도훈을 바라보았다.비록 그가 수려한 언변을 늘어놓은 건 아니지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모습이었다.어차피 엄도훈이 또 이상한 짓을 하려 한다면 하현이 한 발로 밟아 죽이면 되는 일이다.“알았어. 그래 그럼 수표와 계약서는 내가 가져가지.”하현은 찻잔을 내려놓았다.“하지만 당신들과 합작을 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내 아내의 뜻에 달렸어.”“알겠습니다!”엄도훈은 하현의 말을 듣고 더욱 환하게 웃었다.“형수님 뜻에 따르겠습니다!”“형수님이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잠시 말을 멈춘 엄도훈은 뒤에서 선물 상자를 꺼내 하현 앞에 공손히 놓았다.“형님, 이것은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이번에 어떻게 하다 보니 서로 싸우면서 안면을 트게 되었지만 성의는 해야죠. 서로 알게 된 인사치레 선물이라 생각하고 받아주십시오.”말을 하면서 엄도훈은 선물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각양각색의 보석이 가득 박혀 있는 여성용 시계가 있었다.프랑스산 고급 명품 브랜드 시계로 그 가치는 억 단위가 넘었다.“여자시계?”하현이 무심코 입을 열었다.“이거 줘 봐야 소용없어.”“형님, 꼭 받아주십시오.”“사양하지 마시고요. 형님의 정체에 대해 알고 싶어서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