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씨 집안이 이토록 친절하게 대하니 겨울과 슬기 둘 다 조금 난감했지만, 우선은 예의 바르게 자리에 앉았다. 그녀들은 설씨 집안을 두려워한 게 아니라, 대표님 부인이 설씨 집안 사람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렇다면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그런 게 아니었더라면, 두 사람의 신분으로는 이 식사 한 끼가 필요하지 않았다.슬기와 겨울이 메인테이블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그 옆에는 차례대로 설 씨 어르신, 동수와 민혁이 앉았고, 그 다음은 만식, 영길 등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서울의 내로라하는 인물로 설 씨 어르신조차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하지만 설씨 집안의 젊은 세대는 이 광경을 보고 눈에서 불을 뿜을 뻔했다. 설민혁 이 자식은 아주 여자 복에 겨웠다. 겨울은 그렇다 쳐도, 지금 슬기까지 왔다."두 미인이 손을 맞잡고 오시니 정말 제 체면을 살려주시네요. 그럼 오늘은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두 분 먼저 한 잔 받으시죠!" 민혁은 하하 웃으며 매우 신나 있었다.이 생각을 하니, 민혁은 끝에 앉아 있던 은아를 의식한 듯 힐끗 쳐다보며 득의양양했다.설은아 당신은 상당한 능력이 있지 않던가? 당신은 하엔 그룹의 투자 계약을 따낼 수 있지 않던가? 두고 봐요.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설씨 집안에서 쫓겨나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설 회장, 소개해 주시지 않을 겁니까?” 술을 세 차례 마시고 직설적으로 입을 연 만식은 처음부터 슬기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이 비서는 신임 대표와 마찬가지로 번개같이 나타났다 구름처럼 사라지는 사람이었다. 음식 대접해주는 것은 고사하고 얼굴 한번 보기조차 힘들다.공교롭게 만식 측에서도 하엔 그룹의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슬기가 설 씨네에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만식은 바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는 설씨 집안의 능력에 놀랐다. 이 비서를 모셔왔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설명해주었기에, 이는 설씨 집안의 능력을 방증하는 듯했다.신세를 졌으니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설 씨 어르
슬기가 말을 하려고 했던 그때, 그녀의 시선에 갑자기 누군가 스쳐 지나가 깜짝 놀랐다.하현!슬기는 의외로 구석진 곳에서 하현을 보았는데, 지금 어디 밥이 넘어가겠나. 그녀는 긴장한 기색을 띤 채 하현이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걸어갔다.모든 사람의 시선이 슬기에게 집중되어 그녀가 무슨 일이라도 벌이는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하게 그녀가 노점 옷 차림의 남자 옆으로 걸어가자 적지 않은 사람들의 낯빛이 변했다.특히 설씨 집안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의 안색이 변했다!어째서 하현 이 데릴사위인가? 이 자식이 이 비서를 불쾌하게 한 건 아니겠지? 하현을 보자마자 화가 나 그쪽으로 걸어가게 하다니.설 씨 어르신 역시 놀라서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으니, 이 비서는 절대로 미움을 사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만약 하현이 정말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한 적이 있다면, 나중에 그가 심하게 베이고 찔려도 마땅했다."젠장, 왜 또 이 불길한 놈이야!" 민혁은 욕설을 퍼부을 뻔했다.“친구야, 오랜만이다.” 슬기에게 입을 열 기회를 주지 않은 채, 하현은 이미 먼저 일어서서 웃으며 말했다.슬기는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그녀는 똑똑했기 때문에 재빨리 반응했다. 슬기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 하현, 졸업한 지 정말 오래됐는데 아직도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지금 어디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았어?"이 말을 듣자, 많은 설씨 집안 사람들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도 알고 보니 그녀는 하현의 옛 동기였다. 그렇지 않으면 하현 이 쓰레기가 어떻게 저 높은 곳에 있는 이 비서와 아는 사이겠나?이 순간, 민혁은 벌써 긴장한 표정으로 달려왔는데 이를 듣고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이 비서님, 왜 이 쓸모없는 놈이랑 얘기하는 거예요? 이 사람 몰라요? 우리 설씨 집안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서울 전체에서 아주 유명해요!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설씨 집안 데릴사위로, 매일 용돈 만 원 밖에 못 받아요! 이 비서님은 절대 이 사람을 가까이하지 마세요. 혹시나 재수
민혁은 이 광경을 보고 감격에 겨워할 말을 잃었다. 이런 물건들까지 꺼내다니, 할아버지가 자기한테 이렇게 잘해 줄지 몰랐다.반면 다른 집안 어르신들도 모두 표정이 조금씩 달라졌는데, 그들 집집마다 모두 설씨 집안의 이런 것들과 비슷한 것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서울의 상류사회에서 이것이 유행이었기 때문이다.설 씨 어르신은 시선을 슬기와 겨울에게로 돌린 뒤 웃으며 말했다. "귀한 손님 두 분께서 오셨으니 이참에 우리 설씨 집안의 이 물건들을 같이 살펴보는 게 어때요?"원래 슬기와 겨울 모두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 몇 개의 상자는 보기만 해도 명품 브랜드의 고가 상품이었다. 어느 여자라도 마음이 살짝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 순간, 두 사람은 절로 그 물건들을 쳐다보았다.설 씨 어르신은 두 사람을 보고 꼭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여러분, 보세요."첫 번째 경비원이 나타나 맨 앞에 있는 상자를 열었는데, 그 안에는 백금으로 만들어진 여섯 개의 액세서리가 들어 있었다. 목걸이부터 반지까지 모두 갖췄고, 그 위에는 다이아몬드가 듬뿍 박혀 있어 조명 아래서 눈부시게 빛났다."와! 티파니앤코의 약혼 6종 세트구나!""이 물건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물건이야!”현장에 있던 많은 설씨 집안 여자들은 몹시 흥분했다. 누가 티파니앤코의 액세서리를 원하지 않겠는가?은아의 눈빛조차 요동쳤다. 그녀가 하현과 결혼했을 때는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 없었는데, 어디 그런 게 있었겠는가?그녀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희정은 눈빛이 차가워져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지금 이런 장소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하현의 귀가 먹먹해지도록 때렸을 것이다!개똥 같은 남자에게 시집갔기 때문에 자기 딸이 이토록 억울한 것이었다.그러고 나서 두 번째 상자가 열렸다. 상자 안에는 다른 것은 없었고, 빨간 돈뭉치가 산을 이뤘다. 자세히 세어보면 88개의 돈뭉치가 있었는데, 이는 8800만 원을 의미했다.세 번째 상자도 열었는데, 그 안에
저 여자는 청혼 받고 행복하게 결혼하는 걸 원치 않았지만, 자신의 남편은…그러자 은아는 또 소리 없이 탄식했다."하현, 이 쓸모없는 인간아!" 옆에 있던 유아는 지금 이 순간 이를 드러내고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 사람을 보고 당신을 좀 봐, 프러포즈는 무슨, 당신이랑 우리 언니가 결혼한 지 몇 년이 되었는데도 언니에게 선물해준 게 없죠? 남자라면 알아서 이혼해야지. 당신은 언니에게 걸맞지 않은 사람이에요. 언니를 행복하게 해줄 자격 없어요!""유아야!" 은아는 자신의 여동생을 쳐다보더니 말문이 막혔다."언니, 저 인간을 지켜주지 마. 쓰레기는 쓰레기이고, 머저리는 머저리야. 이건 본성이라 바뀌지도 않아. 내가 저 인간이라면, 벌써 어딘가에서 구멍을 뚫고 숨었을 거야. 뻔뻔하게도 여기서 남이 프러포즈하는 걸 보다니, 생각이 없는 건가? 나중에 민혁 오빠가 행복하고 낭만적인 만큼, 언니는 비교적 처참하고 거지 같을 거라는 걸 모르는 거야?" 유아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언니는 정말 8대째 재수 없어, 당신이랑 결혼했다니!"그곳에 있던 많은 사람은 이미 호기심을 품어, 프러포즈 상대가 누구인지 보려고 민혁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민혁은 멋진 분위기를 풍기고 흰 수트를 입으니 동화 속의 백마 탄 왕자와 비슷했다. 지금 그는 눈부시게 빛났고, 곧 자신의 품에 안길 미인을 생각하니 어깨가 으쓱했다. 게다가 설씨 집안의 권력을 거머쥐게 된다니, 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이 시각, 민혁은 미친 듯이 웃고 싶은 자신의 충동을 억누르고, 꼭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듯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멋있게 사방을 향해 허리를 굽히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르신들, 그리고 가족 여러분, 저 민혁이가 할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여자에게 첫눈에 반했어요. 그 여자는 제 메마른 마음을 다시 한번 뛰게 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마음 먹었습니다. 나 설민혁은 그녀에게 모든 행복을 주기 위해 반드시 평생 노력하겠다고!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 앞
"뭐!?"사람들은 놀라서 실색했다. 수십억 원 상당의 사치품을 샀다고? 미친 거 아니야? 하지만 지금 민혁의 행세를 보니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어쩐지 그가 겨울의 마음을 살 수 있었더라니. 이렇게 많은 돈을 부었는데 어느 여학생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이… 여자의 마음을 사는 데 수십억 원 가까이 사용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에요!""맞아요, 남자가 돈이 있는 건 둘째치고, 누군가를 위해 돈을 쓰는 건 또 다른 일이에요!""너무 부러워요. 제 남편이 저한테 이렇게 대해주면, 저는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적지 않은 여자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수십억 원에 가까운 사치품? 그것은 각종 클래식 명품과 시즌 히트작을 모두 모은 게 아닌가? 부러워하지 않는 여자가 있다는 말은 전부 사실이 아니다.한동안 민혁을 바라보는 여자들의 눈빛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 같았다.설 씨 어르신은 더더욱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손자가 너무 훌륭해서 어떻게 해야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서는 안 될 지 다 알고 있었다. 이렇게 총명한 후계자가 있으니 설씨 집안은 이제 근심 걱정이 없구나!"당신 좀 봐요! 그리고 다른 사람 좀 봐요! 부끄러워 죽겠어요!" 유아는 참지 못하고 또 욕설을 퍼부었고, 이 데릴사위를 보고 토할 뻔했다. 민혁을 보자 유아는 점점 더 이 데릴사위가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은아, 경고하는데, 오늘이 지나면 바로 이혼해. 엄마가 더 좋은 남편 찾아줄게. 민혁이 이놈의 콧대를 꺾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엄마, 지금이 어떤 때인데 그런 말을 해!” 은아는 얼버무리면서도 겨울을 바라보는 눈빛은 부러움이 담긴 듯했다. 어떤 여자가 이 장면을 기대하지 않았겠는가?이때 하현은 대답 대신 괴상한 얼굴로 앞을 보고 있었다.설민혁에게 무슨 병이 있었나? 뜬금없이 겨울에게 프러포즈를 하다니, 바보의 머리에 물이 들어간 건 아니겠지?이때, 민혁은 이미 겨울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누가 손전등 좀 갖다 줄래요." 슬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어서, 물건을 가져오거라!” 설 씨 어르신은 슬기가 뭘 하려는지 몰랐지만 그래도 하인에게 지시했다.곧 손전등이 오자, 슬기는 곧바로 전원을 켜서 다이아몬드 두 개가 있는 곳을 비추었다.이내 빛이 반짝였지만, 사람들은 모두 참을 수 없어 차가운 한숨을 들이켰고, 적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드리웠다.불빛 아래서, 모두 이 두 다이아몬드의 차이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슬기의 작지만 눈부시게 반짝이던 그 빛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그럼 민혁의 손에 있던 그 커다란 비둘기 알은 지금..."이거..." 누가 말문을 열었는지 모르지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뭐예요? 이 1캐럿짜리 작은 다이아몬드가 어떻게 10캐럿의 비둘기 알보다 더 빛나고 더 반짝여요?”"이건 3년 전 50억 원에 낙찰 받은 물건이에요. 그때 현장에서 봤는데, 불빛을 비췄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설마…이거 가짜예요?""그 머저리의 말이 진짜라고?"여기저기서 의논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을 연 사람은 모두 집안 어르신들이었고, 그들은 견식이 넓으니 이 순간에도 남의 미움을 살까 봐 두려워하지 않고, 참다 참다 결국 입을 열었다.어떤 사람은 참지 못하고 하현을 힐끗 쳐다보았는데, 이 데릴사위는 대충 찍어 맞힌 것인가, 아니면 정말 다이아몬드를 알고 있는 걸까?그러나 이런 소리들을 듣자, 설 씨 어르신의 얼굴빛이 변했다. 그는 사람은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민혁을 노려보았다.이게 바로 일을 성사시키지 못할 망정 일을 망치는 것이었다! 프러포즈를 하려면 몇 캐럿 안되는 다이아몬드라도 가지고 와야지!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다니, 만약 잠시 후에 겨울이 태도를 바꾸면 어떡하나? 그러면 오늘 설씨 집안의 체면은 바다 속으로 던져질 것이다.슬기는 다른 사람의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숨을 쉬며 물러났다. 3년 전에 자신이 낙찰 받은 비둘
옆에 있던 설 씨 어르신은 웃으며 말했다. "김 부장, 당신이 우리 설씨 집안에 시집온다면 당연히 설씨 집안의 모든 자원을 당신 부부에게 줄 수 있어요. 다이아몬드 하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큰 설씨 집안의 사업은 모두 당신 부부의 것이 될 텐데, 이런 순간에 왜 이런 사소한 일로 화를 내요?"설 씨 어르신의 말은 매우 직설적이었다. 앞으로 설씨 집안을 그 젊은 부부에게 넘길 테니, 민혁이 프로포즈하는 이 중요한 시점에 이런 사소한 일로 화내지 말아 달라는 뜻이었다."맞아요 형수님,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라고! 큰일도 아닌 것으로 민혁이 형은 무릎 꿇는 게 되잖아요!""그래요, 이 다이아몬드 반지가 몇 억 원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 말하지 말고, 하현 저 쓸모없는 놈을 보세요. 몇 십만 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도 꺼내지 못하는데. 당신이 우리 민혁이 형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지!""맞아요! 맞아요!”설 씨 일가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민혁은 애정을 더 담아 말했다. "겨울 씨, 약속할게요. 꼭 그 비둘기 알을 살 테니까 나랑 결혼해줘요."겨울은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민혁 씨, 어디 아파요?""네?" 민혁은 얼굴이 멍했다. "저 아주 건강해요. 건강검진 결과도 있어요.""내 말은, 당신 머리 다쳤죠!" 겨울은 이마가 까맣게 질려 치아를 깨물어 부술 뻔했다.“나한테 프러포즈를 해요? 미친 거 아니에요!"민혁은 온몸을 떨며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겨울 씨, 화내지 마세요. 제발 화내지 마세요. 한낱 다이아몬드일 뿐이잖아요, 별일이라고..."“다이아몬드 얘기가 아니잖아요!” 피를 토할 듯한 겨울은 민혁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이 뭔데 나한테 프러포즈를 해요? 제정신이에요! 뇌에 물이 들어갔나요! 만난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프러포즈를 해요? 당신 멍청해요?""근데 내가 준 선물은 다 받았잖아요." 민혁은 의심의 눈초리로 말했다. "다 그런 거 아니에요? 선물을 받
홀 한가운데서 설 씨 어르신의 눈가가 떨렸다. 그는 기침을 한 번 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이건 젊은이들 사이의 약간의 감정 싸움일 뿐이니, 모두 개의치 마세요. 개의치 말아요. 오늘 저녁은 내가 한턱 쏠 테니, 식사나 할까요?"현장에 있던 집안 어르신들 중 누가 늙은 여우가 아니었겠나. 하지만 설 씨 어르신이 이렇게 말하니, 그들도 그의 말을 사실로 여겼다. 이 일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결국 설 씨 어르신이 순조롭게 하엔 그룹의 투자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두고 봐야했다.술자리도 3차까지 갔겠다, 곧 그 집안 어르신들은 하나둘씩 핑계를 대며 떠났다. 그들은 설씨 집안을 위해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다. 설씨 집안에 이렇게 잘 보일 필요는 없었고, 그들의 목표는 슬기였다.설씨 집안이 아직 하엔 그룹 일을 처리하지 않은 것을 안 이상, 어르신들은 이미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설씨 집안이 젊은이를 보내 겨울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면, 그들도 할 수 있었다.......다른 사람들이 거의 다 갔을 쯤, 민혁은 비로소 얼굴을 핥으며 어르신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할아버지!""퍽!"설씨 어르신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여자는 이미 네가 손에 넣었다고 하지 않았어? 계약서를 전달하러 왔다고 하지 않았니? 오늘 밤 일은 네가 잘 해명하는 것이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후계자 따위는 집어치워!"민혁은 얼굴이 부어올랐지만 꿋꿋이 얼굴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방금 못 보셨어요? 슬기 씨가 저한테 관심이 있어요!""뭐!?" 설 씨 어르신은 어리둥절했다."얼씨구!" 연극을 계속 지켜보고 있던 하현조차 멍해졌다. 이 멍청이는 정말 대단했다. 도대체 왜 슬기가 그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할까?민혁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디테일을 잘 보세요, 디테일!""잘 생각해보세요. 이 비둘기 알이 가짜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 이 비서는 어떤 표정을 지었던가요? 화가 난 것도, 웃지도 않
하현은 우덕의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찻잔을 기울였고 원천신 일행을 힐끔 쳐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원 사장님, 보아하니 사장님 인맥이나 수완이 아주 훌륭하십니다.”“보통 사람이었다면 아마 벌써 무릎을 꿇었을 겁니다.”“그런데 정말 이렇게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날 몰아세울 생각입니까? 확실해요?”원천신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씨! 이건 몰아붙이는 게 아니라 정의를 지키는 거야.”우덕의는 ‘하 씨’라는 말이 왠지 귀에 익은 것 같아서 뭔가 생각날 듯 말 듯했다.그러나 미색 앞에서 그는 곰곰이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냉소를 흘리며 싸늘한 눈빛으로 돌변한 우덕의는 음흉한 목소리로 말했다.“개자식!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무지막지하다니? 몰아세우다니?”“내가 어떤 신분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어?”“내 명령 한마디면 당신 같은 얼뜨기들은 소리도 없이 죽을 수 있어! 알기나 해?!”“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는 절대 사과할 기회조차 없을 테니까!”우덕의가 호통을 치자 십여 명의 페낭 무맹 제자들이 목을 좌우로 비틀며 빠드득 소리를 내었다.그들은 언제라도 하현의 가게를 가루로 만들어 버릴 듯한 기세였다.하현은 그들을 무시한 채 그저 원가령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원가령, 당신과 그래도 알고 지낸 사이니까.”“나중을 위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지.”원가령은 코웃음을 치며 차가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 씨! 콧대가 아주 하늘을 찌르겠어!”“얼뜨기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기회를 준다 만다는 거야?”“내가 페낭 상류사회를 이틀 동안 데리고 다녀 줬더니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 줄 착각하는 모양인데!”“잘 들어. 우덕의 아저씨가 당신을 놓아준다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백약의 조제법을 얼른 양 씨 가문에 돌려줘!”“당신이 하는 것 봐서 나도 다른 사람들한테 당신을 좀 봐
”어? 양 씨 가문 손님이 아니라구? 다른 사람의 체면을 세워 주려고 왔다는 거야?”우덕의의 가는 눈동자에 매서운 기운이 가득했다.원천신은 소리 없이 싱긋 웃으며 긴 다리로 성큼성큼 우덕의에게 걸어와 작은 목소리로 몇 마디 건넸다.그제야 우덕의는 상황을 파악했다.그는 조심스럽게 하현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어느 정도 낯이 익은 것 같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그러자 우덕의는 시큰둥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대하 촌뜨기가 감히 페낭, 그것도 양 씨 가문과 대적하겠다니? 겁도 없이 이렇게 공개적으로?”하현 일행이 자신의 말을 듣지도 않고 그가 왔음에도 공손한 자세로 인사를 하러 오지 않자 우덕의는 더욱 불쾌해졌다.노부인이 이를 알아차리고 일부러 헛기침을 하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부맹주님,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우리 집안에 좀 안 좋은 일이 있습니다.”“우리 가문에 불효녀가 하나 생겼어요. 우리 가문과 결별했을 뿐만 아니라 곁에 기둥서방 하나 두고 우리 집안에 맞서려 하고 있어요.”“부맹주님 보기에 참 부끄럽습니다.”원가령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그는 양씨백약 조제법을 훔쳐서 양가백약을 만들었어요. 정말 뻔뻔스러운 놈이에요!”원천신도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말을 이었다.“저놈 때문에 화가 나서 죽겠어요!”“개자식! 정말 어이가 없어서!”우독의는 매서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살벌한 표정으로 나와 하현을 향해 소리쳤다.“야! 네놈이 양 씨 가문과 원 사장님과 무슨 일이 있었든 상관없어. 그렇지만 그들이 지금 몹시 화가 나고 불쾌하다니 네놈을 가만둘 수는 없어!”“당장 무릎 꿇고 그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그렇지 않으면 죽는 게 어떤 건지 똑똑히 보여줄 거야!”우덕의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페낭 무맹 제자들이 흉악한 표정으로 하현에게 다가와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들은 모두 우덕의의 심복이니 당연히 주인을 위해 몸을 날릴 것이다
원가령의 시선을 느낀 원천신이 잠시 자신의 딸을 바라보다 싱긋 웃으며 말했다.“가령아, 하현이 지금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사실은 등에 땀이 흥건할 거야.”“아마 겁에 잔뜩 질렸을 거라고.”“저렇게 밑바닥을 기는 하찮은 놈이 잘난 척하기는!”양호남은 원천신의 말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저런 얼뜨기 놈은 허세 부리는 것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어요!”어머니와 남자친구의 말에 원가령은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원망스러운 듯한 눈빛으로 하현을 힐끔거렸다.제발 그가 충격에 휩싸여 괴로움에 몸부림치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이때 십여 명의 페낭 무맹 제자들이 모여들었고 얼굴이 붉고 뚱뚱한 중년 남자가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차 문을 박차고 나왔다.“노부인, 원 사장님. 안녕하십니까?”“양 씨 가문 기념일 축하드립니다!”중년 남자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와 노부인 일행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마치 양 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해 온 사람들처럼 깍듯한 모습이었다.“우덕의 부맹주님 오셨어요! 바쁘신 분이 이곳까지 와 주시고! 얼마 전에 섬나라로 여행 가셨다는 말을 들었는데 오늘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일부러 오셨군요!”원천신이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부맹주께서 집에도 가지 않고 공항에서 바로 오셨다구요!”“바쁘신데 일부러 그렇게까지 해 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노부인은 크게 기뻐하며 앞으로 걸어와 우덕의와 악수를 나누었다.“이렇게 우리 가문의 체면을 세워 주시니 고맙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양호남 역시 신사답고 점잖은 자세를 취한 뒤 천천히 걸어갔다.“부맹주님, 오늘 우리 젊은이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기회에 부맹주님께 많이 배우겠습니다! 나중에 젊은이들과 가볍게 몇 잔 하시죠!”“앞으로 우리 양 씨 가문이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우리 양 씨 가문은 신의를 목
우덕의는 확실히 필립 선생님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다.우덕의는 지위도 지위일 뿐만 아니라 인맥과 역량도 충분히 경외심을 일으킬 만한 인물이다.페낭 무맹 맹주 심무해조차 그를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심무해는 뜻밖의 다른 이변이 없다면 자신이 남양 무맹으로 승진해 가게 될 거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그렇다면 그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우덕의밖에 없다!간단히 말해서 우덕의는 차기 페낭 무맹주였다!미래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탄탄대로의 사나이였다!그래서 지금 노부인과 양호남 등을 비롯한 양 씨 가문 사람들도 눈을 번쩍 뜨며 헐레벌떡 차량 행렬을 향해 달려갔다.“원 사장님, 정말 원 씨 가문의 힘이 대단합니다!”“이렇게 크나큰 은혜를 입다니! 우리 양 씨 가문이 꼭 기억하겠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가령이가 우리 집안에 시집만 온다면 틀림없이 양 씨 가문 안주인이 될 겁니다!”노부인은 걸으면서 원천신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동시에 노부인은 원가령이 사생아이긴 하지만 꼭 양호남과 결혼시켜야겠다고 마음속으로 결심했다.어쨌거나 원천신에게 자식이라곤 원가령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이 노부인의 머릿속을 강렬하게 스쳤기 때문이다.그러면 원천신의 자산, 역량, 인맥은 자동으로 그녀의 딸에게 넘어갈 것이다.말하자면 원가령과 결혼하게 된다면 양 씨 가문은 큰돈과 인맥을 얻는 것이다.우덕의가 온 것을 보고 원가령도 한껏 상기된 얼굴이 되었다.그녀는 조용히 양호남을 쳐다보고는 원천신에게 눈을 돌렸다.“엄마, 고마워!”요 며칠 동안 원가령은 많은 일을 했다.하현이 자신의 개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은 것도 그 이유가 되겠지만 그것보다 자신이 꼭 필요한 인물이라는 걸 양호남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이유가 더 컸다.그래서 원가령은 양호남으로 하여금 자신을 절대로 잃어서는 안 될 인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었다.그녀의 어머니인 원천신은 그녀를 도와 이런 거물을 끌어들였다.더구나 이슬기와
”아! 그런 거였구나! 난 또 양가백약이 대단한 줄 알았잖아?!”“필립 선생님은 신사잖아? 명성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사람 아니야? 그런 사람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가 있었겠어?!”“필립 선생님이 신사이기 때문에 신세를 갚아야 한다는 자신의 원칙을 어길 수 없었던 거야. 그게 바로 신사의 정신이지!”“끝났어! 끝났어. 필립 선생님이 비록 신세를 갚기 위해서 저런 음모에 가담했다지만 어쨌거나 저런 소인배를 도왔던 건 사실이야. 앞으로 누가 필립 선생님을 믿겠어?”원 씨 가문 모녀의 말을 들은 하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하현과 필립 선생님을 향해 눈을 흘기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말을 들은 노부인과 양호남을 비롯한 양 씨 가문 사람들은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그리고 원가령은 한층 더 도도하게 어깨를 편 채 눈을 깔고 하현을 내려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하현, 내 앞에서 감히 속임수 쓸 생각하지 마!”“잘 들어. 양호남을 누르고 싶다면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해.”“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아무리 더러운 수단을 이용해서 이기려고 해도 절대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테니까!”원가령은 하현과 양유훤의 가게가 당연히 파리가 날리고 처량한 결말을 맞이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렇게 해야만 양 씨 가문이 더더욱 돋보이게 될 것이고 원가령의 지원을 잃은 하현과 양유훤의 비참한 최후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게 된다.하현의 가게에 손님이 한 명이라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누군가가 그의 손님으로 온다면 바로 대역무도한 사람으로 매도될 것이다.그런데 하현이 감히 여러 가지 비열한 수단으로 양 씨 가문에 망신을 주려고 해?이런 상황에서 누가 참을 수 있겠는가?하현은 원가령의 눈속에 냉랭한 기운이 넘실대는 것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원가령, 필립 선생님은 진정한 신사야. 당신들은 신사를 함부로 모욕해서는 안 돼. 당신들 지금 당장 사과해.”오히려 필립 선생님은 손을 내저으며 하현을 만류했다.
필립 선생님은 측근에게 하현이 달여 놓은 약을 조금 가져와 보라고 지시했다.그리고 나서 그는 천천히 손목에 발랐다.그러자 피가 배어 있던 상처가 서서히 보호막을 형성하는 것이 보였다.상처는 누가 봐도 곧 아물 것 같았다!약간 부은 살갗도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부기가 가라앉았다!“신기해요! 신기해!”필립 선생님은 껄껄 웃었다.“하현, 왜 병부와 경찰청 사람들이 이 샘플을 들고 황실로 찾아갔는지 알겠어요!”“이건 그야말로 그들에게 꼭 필요한 약이에요!”하현은 활짝 웃었다.사실 그가 필립 선생님에게 보낸 샘플은 완제품에 비해 약효가 50%에 불과했다.100% 치료 효과가 있는 양가백약은 당연히 대하에 남겨 두어야 한다.어쨌든 이 치료제는 생산 과정도 까다로워서 많은 양을 생산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약효가 50%에 불과했지만 항생제를 사용할 줄만 알던 노국에서는 이것도 아주 놀라운 것이었다.“다, 당신들...”노부인은 필립 선생님이 스스로 약을 발라 자체 광고를 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화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노부인은 하현과 양유훤을 가리키며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원가령도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앞으로 나갔다.“하현! 당신처럼 파렴치한 사람은 없을 거야!”“그날 페낭 호텔에서 필립 선생님이 당신한테 신세를 졌기 때문에 분명 당신은 그걸 빌미로 필립 선생님한테 이런 일을 강요한 게 틀림없어!”“정말 뻔뻔한 놈이군!”“당신의 그 뻔뻔함에 치가 떨려!”“양가백약의 품질이 어떤지 당신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잖아?!”“가장 중요한 사실은 당신이 사용한 조제법은 양 씨 가문에서 훔친 거라는 거야!”“훔친 물건이 정품보다 나을 리 있겠어?”“당신이 다시 살아날 기회를 잡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했다는 걸 다 알고 있어!”“나도 당신이 얼마나 허세 부리기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구!”“하지만 당신이 이렇게까지 비열하고 파렴치
심지어 자신이 어떤 상황에 직면해도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원천신조차도 지금 오른손이 벌벌 떨렸고 엄청난 압력을 느꼈다.만약 양가백약이 정말로 해외로 수출된다면 양씨백약으로서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그리고 누구보다 노부인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노부인은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겨우 입을 열었다.“필립 선생님, 평소 우리는 선생님을 공경해 왔는데 왜 우리 양 씨 가문을 괴롭히려는 겁니까?”“괴롭혀요?”필립 선생님은 노부인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하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노부인, 전 누구와 엮일 마음도 누구를 괴롭힐 마음도 없습니다.”“당신들의 원한은 나와 무관합니다.”노국의 귀족인 그가 어떻게 남양의 양 씨 가문을 겁내하겠는가?그의 눈에 양 씨 가문은 그럴 만한 자격도 가치도 없었다.“우릴 괴롭힐 생각이 없다구요?”노부인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워졌다.“선생님은 자신의 명성과 지위, 체면을 이용해 하현과 양유훤이라는 천한 사람들을 도와 노국에 가게를 열게 했는데, 뭐라구요? 우릴 괴롭힐 생각이 없었다구요?”“그런 일은 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해줬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하 씨 저놈이 대체 무슨 능력이 있길래 필립 선생님 같은 분이 그런 일을 했단 말입니까?”“도대체 저 하 씨 놈이 당신한테 얼마를 줬길래요?!”“아니면 양유훤 저 천한 것과 함께 밤이라도 보냈습니까?”“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어요?!”말을 하는 동안 노부인은 들고 있던 지팡이로 땅바닥을 짚으며 구부러져 있던 등을 꼿꼿이 세웠다.노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도저히 이 일은 간과할 수가 없었다!무엇보다 이 일은 양 씨 가문 내에 파멸의 도화선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 필립 선생님의 체면 따위 세워 줄 마음이 없었다.“노부인, 저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저한테 더러운 오명을 뒤집어씌우지 말란 말입니다!”“저는 신사답게 행동해 왔습니다. 한
원가령은 더욱 득의양양한 얼굴로 일부러 하현을 힐끔 쳐다보며 도발하는 표정을 지었다.필립 선생님의 가치는 이슬기와 우윤식을 훨씬 능가한다.필립 선생님의 등장은 이슬기, 우윤식의 등장이 준 충격을 일거에 만회할 만했다!“필립 선생님, 어서 오세요!”양 씨 가문 노부인은 양호남을 이끌고 활짝 웃으며 걸어갔다.“이렇게 걸음해 주셔서 고맙습니다.”원천신과 원가령도 그들을 따랐다.만면에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가 번졌다.결국 페낭에서 필립 선생님과 친해질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들의 높은 신분 때문이었다.“아, 노부인. 그리고 원 사장님. 안녕하세요. 축하드립니다.”필립 선생님은 자신이 가려는 길을 사람들이 막아서 좀 불쾌했지만 신사답게 밝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양 씨 가문도 더욱 번창하시길 바랍니다.”노부인 일행은 모두 크게 웃으며 얼굴 가득 흥분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고맙습니다, 필립 선생님. 고맙습니다!”원천신은 필립의 손에 뭔가 들려 있는 것을 보고 축하 선물인 줄 알고 얼른 입을 열었다.“가령아, 호남아. 얼른 저거 들어드려!”“필립 선생님이 일부러 저렇게 선물까지 들고 오셨는데 계속 들고 있게 해서야 되겠니?!”원가령과 양호남은 상기된 얼굴로 필립 선생님이 들고 있는 꾸러미를 들어주려고 다가갔다.그들 눈에 노국의 귀족이 주는 선물은 거름 밭의 똥이라도 향기로울 정도였다.“아. 죄송합니다.”필립 선생님은 원가령과 양호남의 행동에 고개를 저으며 멋쩍은 듯 입을 열었다.“아, 이건 양 씨 가문을 위한 게 아닙니다. 나는 오늘 양 씨 가문 기념일에 참석하러 온 게 아니라서요.”“하현의 개업을 축하하기 위해서 왔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의 심복들에게 사람들을 밀쳐내 길을 좀 정리해 달라고 지시했다.그리고 그는 반가운 표정으로 하현의 가게 앞으로 가서 환한 미소를 보이며 꾸러미를 건넸다.“하현, 이건 내가 당신을 도우려고 며칠 동안 공들인
”내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대하에서 사람을 불러올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아쉽지만 난 격이 너무 높고 신분도 대단한 사람이야.”“그런데 당신의 개가죽 고약은 나한테 들이밀기에는 너무 볼품없지. 그렇다고 이런 거물을 앞세우는 건 너무 우스꽝스럽고 억지스러운 일이잖아!”“아무리 연기를 하고 있어도 쉽게 간파할 수 있어.”“하현, 사람됨이 진실해야지! 손님을 못 끌어오겠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일부러 이런 행세까지 하다니! 사석에서 얼마나 무릎을 꿇었길래 이런 거물을 데려온 거야?!”“백억짜리 주문? 왜? 아예 천억이라고 하지?”“전 세계에 있는 상처치료제를 다 당신이 가져온다고 해도 안 될 걸?”원가령은 시건방진 얼굴로 고개를 빳빳이 들고 말했다.“오늘은 당신과 연기 호흡을 맞추러 온 이 두 사람 외에는 아무도 축하해 주는 사람이 없을 거야.”“만약 있다면 내가 바로 물러나겠어.”말을 하면서 원가령은 하현의 개가죽 고약 간판을 가리키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원천신은 정색을 하고 원가령을 꾸짖었다.“가령아, 어떻게 이 비서님과 우 사장님이 연기를 할 수 있겠니?”“이 비서님과 우 사장님은 마음이 너무 약해서 그런 거야, 알겠어?”“어쨌든 대하 사람이니까 봐주지 않을 수가 없었을 거야.”“그렇지 않았으면 하현이 무릎이 찢어지도록 꿇는다 해도 두 분은 절대 봐주지 않았을 거야!”“대하인은 서로 같은 대하인이라는 끈끈한 정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니 우리가 이해해야지.”“그렇구나.”화려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은 그제야 충격에서 벗어나 원천신의 해명에 고개를 끄덕였다.모두들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연신 하현을 비웃었다.체면을 위해서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다니!마침 해외였으니 같은 대하인이라는 정서에 호소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이 일이 대하 안에서 일어났더라면 이슬기와 우윤식 같은 거물이 어떻게 하현을 상대하겠는가?절대 마주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우윤식은 하현에 대한 냉대와 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