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한가운데서 설 씨 어르신의 눈가가 떨렸다. 그는 기침을 한 번 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이건 젊은이들 사이의 약간의 감정 싸움일 뿐이니, 모두 개의치 마세요. 개의치 말아요. 오늘 저녁은 내가 한턱 쏠 테니, 식사나 할까요?"현장에 있던 집안 어르신들 중 누가 늙은 여우가 아니었겠나. 하지만 설 씨 어르신이 이렇게 말하니, 그들도 그의 말을 사실로 여겼다. 이 일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결국 설 씨 어르신이 순조롭게 하엔 그룹의 투자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두고 봐야했다.술자리도 3차까지 갔겠다, 곧 그 집안 어르신들은 하나둘씩 핑계를 대며 떠났다. 그들은 설씨 집안을 위해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다. 설씨 집안에 이렇게 잘 보일 필요는 없었고, 그들의 목표는 슬기였다.설씨 집안이 아직 하엔 그룹 일을 처리하지 않은 것을 안 이상, 어르신들은 이미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설씨 집안이 젊은이를 보내 겨울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면, 그들도 할 수 있었다.......다른 사람들이 거의 다 갔을 쯤, 민혁은 비로소 얼굴을 핥으며 어르신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할아버지!""퍽!"설씨 어르신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여자는 이미 네가 손에 넣었다고 하지 않았어? 계약서를 전달하러 왔다고 하지 않았니? 오늘 밤 일은 네가 잘 해명하는 것이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후계자 따위는 집어치워!"민혁은 얼굴이 부어올랐지만 꿋꿋이 얼굴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방금 못 보셨어요? 슬기 씨가 저한테 관심이 있어요!""뭐!?" 설 씨 어르신은 어리둥절했다."얼씨구!" 연극을 계속 지켜보고 있던 하현조차 멍해졌다. 이 멍청이는 정말 대단했다. 도대체 왜 슬기가 그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할까?민혁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디테일을 잘 보세요, 디테일!""잘 생각해보세요. 이 비둘기 알이 가짜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 이 비서는 어떤 표정을 지었던가요? 화가 난 것도, 웃지도 않
"할아버지,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해보면 절 보고 반한 것 같지 않나요?"민혁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을 건넸다. 왜 이유를 들으면 들을수록 설득력 있게 들렸나?설 씨들도 서로를 쳐다보았다. 일리 있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슬기가 어떤 사람이던가? 얼마나 많은 집안의 어르신들이 그녀를 한번 만나려 하는지 몰랐다. 그런데 그녀가 오늘 밤 설 씨네에서 한 행동들이 이상했는데, 민혁을 좋아하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됐다."할아버지, 오늘 밤 겨울 씨가 제 프러포즈를 거절한 것은 사실 좋은 일이었어요. 생각해보세요, 겨울 씨는 한낱 부장일 뿐이잖아요!" 민혁은 진실을 간파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비서님, 아니, 우리 슬기는 하엔 그룹 대표의 비서입니다! 밖에서는 그녀가 바로 그 신비로운 대표 본인이라는 말이 떠돌아다녀요. 할아버지, 우리 설씨 집안이 흥하게 생겼어요!"하엔 그룹 대표?이 말이 흘러나오자, 그 자리에 있던 설 씨들은 모두 차가운 한숨을 들이마셨다. 이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이전에도 하엔 그룹 대표인 하예리는 여자였다. 이번 신임 대표가 여자인 것도 정상이었다.설 씨 어르신의 표정도 차분해지자, 그는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이슬기라는 여자가 대표든 대표의 비서든, 민혁이 너는 노력해서 설씨 집안의 명예를 위해 그 여자를 쟁취해야 해.""할아버지, 안심하세요. 저는 무른 밥만 먹는 사람들과는 달라요. 서울에서 저만큼 훌륭한 남자는 많지 않아요." 민혁은 자화자찬하며 생각할수록 기뻤다."자, 오늘 밤 일은 여기서 마무리하자. 그 누구도 바깥에서 이 일을 떠벌리고 다녀선 안 돼.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다른 집안들이 알게 되어서 먼저 행동을 취하게 된다면, 너희들 전부 용서하지 않을 거다!" 설 씨 어르신은 차갑게 말했다.설씨 일가는 모두 유유히 승낙했지만, 이때 하현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민혁이의 뇌에 정말 물이 들어갔나? 슬기 씨가 자기한테 반했다고?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지금 그는 인생의 정점에 서있었다. 언제든지 미인을 맞이할 수 있었고, 재력도 다 갖췄는데, 하현이라는 이 보잘것없는 데릴사위가 감히 자신을 비웃는 건가? 너무 나대는 거 아닌가?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하현에게로 꽂혔는데, 그 중 적지 않은 사람의 눈빛에는 희미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현이 이 일에 찬물을 끼얹는다면, 그들에게 기회가 없지만은 않았다."죄송합니다. 정말 참을 수가 없네요." 하현이 입을 가리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꿈을 꾸는 재주가 너무 대단해요. 민혁아, 난 네가 다른 사람을 쫓아다니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슬기한테 가서 데릴사위가 되겠다고 해봐, 널 받아줄지 모르겠네!”"당신… 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감히 나를 비웃다니!" 민혁의 안색이 변했다. 비록 그는 무른 밥을 먹을 생각은 있었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이었다. 자신의 계획이 들통나자, 민혁의 작은 자존심은 견딜 수 없어, 이 순간 참을 수 없이 소리쳤다.물론 설 씨 어르신도 여자 한 명을 좇아 투자를 받는 것은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설씨 집안의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자랑스러운 점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고, 스스로 상류계층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빌붙어 사는 게 아니라 강자들끼리 힘을 모은 것일 뿐이다. 하지만 하현이 지금 바로 꿰뚫어봤으니, 민혁은 창피하지 않겠는가? 만약 이 이야기가 밖으로 흘러나간다면, 재벌 2세들 사이에서 그는 어울려 지낼 수 없을 것이다.“하현, 함부로 말하지 마.” 은아는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왜 자리를 가리지 않는지, 그리고 지금 할 말이 아니라는 것을 하현에게 일깨워 주었다.하현은 이때까지도 민혁을 건드렸으니, 민혁은 커녕 설 씨 어르신도 화를 낼 것만 같았다.민혁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데릴사위가 뭘 알아요? 자기가 여자한테 빌붙어 살면 남들도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슬기 씨가 나를 얼마나 좋게 보는지 모르겠어요? 이게 바로 진정한 사랑인데, 당신이 뭘 알아요
은아는 호기심에 휩싸여 참지 못하고 말했다. "당신 슬기 씨랑 무슨 사이야? 대학 다닐 때 연인 관계였던 건 아니지?"이 말을 하는 와중에도 은아는 조금 말이 안된다 생각했다. 그녀의 쓸모없는 남편이 얼마나 능력 없는지 은아는 알고 있었다. 하현에게 어떻게 슬기처럼 훌륭한 전여자친구가 있었겠나?하현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며 말했다. "여보, 이상한 생각하지 마. 우린 정말 그런 사이가 아니야. 차라리 그냥 나랑 슬기는 사이가 안 좋다고 생각해!"옆에 있던 희정은 눈이 반짝였고, 마치 하현의 약점을 잡았다는 듯 참지 않고 그를 꾸짖었다. "그래!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네가 우리 딸 몰래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다니. 하현, 내가 말하는데! 지금 바로 우리 딸과 이혼해, 당장! 어서!""엄마!" 은아가 희정을 노려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거면 집에 가서 얘기해요."“안 돼!”희정이 입을 열기도 전에 민혁은 차갑게 말했다. "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하현, 지금 당장 슬기 씨에게 전화해서 당신들에 관한 일을 분명히 말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나갈 생각하지 말아요.""너 진짜 아픈 거 아니지?" 하현은 어이가 없었다. 민혁은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걸까?그러자 상석에 있던 동수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하현, 네가 슬기 씨의 개인 전화번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그 번호를 민혁한테 넘기면, 내일부터 SL 그룹에서 출근하게 해줄게. 한 달에 90만 원씩 줄게."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민혁 아버님, 잊으셨나 보네요. 저는 지금 직장이 있어요."“칫, 하엔 그룹에서 청소하는 것도 직장이야?” 누가 차갑게 입을 열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하현에게 불쾌한 말이었다.그런데 하현이 말을 하지 않았을 때는 괜찮았는데, 말을 하자마자 민혁은 갑자기 웃었다. "하현, 하엔 그룹의 청소부로 일하면서 몰래 슬기 씨의 전화번호를 알아본 건 아니죠? 하하하, 당신 정말 웃겨 죽겠다니까! 이렇게까지 연기를 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
빌라 밖으로 나가자 하현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전화가 빠르게 연결되었다. 맞은편 슬기의 목소리에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표님, 제가 아까 지하 주차장에 있어서 핸드폰에 신호가 안 잡혔어요.”"괜찮아요, 슬기 씨가 날 좀 데리러 와줘요." 하현은 무심하게 말했다. 어차피 오늘 저녁에는 갈 곳이 없으니 회사에 가서 좀 쉬는 편이 나았다."네? 네, 대표님 어디 계세요, 바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슬기는 명백히도 어리둥절해 했지만 이내 재빨리 입을 열었다.하현은 주소를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10여 분 후, 붉은 페라리 한 대가 하현 옆에 멈춰서고 창문이 열렸다. 슬기는 언제 가죽 미니스커트로 갈아입었는지, 하현이 약간 부끄러워하는 걸 보고 그녀는 말했다. "대표님, 막 드라이브하러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전화주셨네요. 옷을 갈아입을 겨를이 없었습니다.""괜찮아요, 개인 시간을 방해한 건 아니죠?" 하현이 물었다."아닙니다, 아니에요. 24시간 대표님을 모시는 게 당연하죠." 슬기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조수석으로 걸어가 하현 대신 차 문을 열어주었다.하현은 이 광경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남들이 이 모습을 보면, 자신은 정말 여자에게 달라붙어 사는 것이 되었다.곧이어, 페라리는 빠르게 시동이 걸렸고 굉음을 내며 밖으로 나갔다.차 안에서 슬기는 두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소 긴장한 채 말했다. “대표님, 어디로 모실까요?”하현은 회사에 곧장 가고 싶었지만, 문득 아까 전의 일이 생각나 말했다. "김 부장은 설 씨네에 물건을 돌려주러 갔다지만, 슬기 씨는 거기에 뭐 하러 간 거예요?"슬기는 민망해하며 대답했다. "대표님, 김 부장님은 자기 지위가 충분히 높지 않아서 물건을 돌려준 뒤, 설 씨들이 모른 척할까 봐 저에게 가서 증인이 되어 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김 부장님은 우리 회사 직원이고, 대표님의 대학 동기이니 거절하기 그랬습니다.""그런데 설민혁 씨는 정말 뻔뻔해요. 김 부장님에게 프러포즈하다니, 자기가 누
그녀의 뒤에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시훈도 앞으로 다가가면서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는 낯선 얼굴인데, 여기 서울에 온 지 얼마 안 됐나 봐요. 아가씨, 어떻게 부를까요? 저희 서울에는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사는 사람들이 몇몇 있는데 꼭 조심해야 해요. 절대로 그들과 어울리지 말아요. 아주 역겨울 거예요. 혹시 필요하시면, 저희 쇼핑몰을 제가 한번 구경시켜드릴게요. 저는 노스랜드 레스토랑의 매니저입니다. 이 지역은 제가 다 꿰뚫고 있어요.”누가 봐도 시훈은 슬기에게 관심이 많았고, 이런 미녀가 페라리를 몰고 다니니 보기만 해도 위상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녀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한다면 부와 미인 모두 얻게 되는 게 아닌가.하현은 원래 그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몹시 귀찮게 굴어서, 그는 참지 못하고 시훈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거기 박 씨, 그쪽 레스토랑 2인자는 자꾸 와서 잘난 척하지 말아 줄래? 내 사람들이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시훈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는데, 그는 하현이 감히 말대꾸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때, 시훈은 냉랭하게 말했다. "하현, 한낱 데릴사위인 당신이 내 앞에서 무슨 시늉을 하는 거야? 정말 여자에게 달라붙어 사는 게 대단할 줄 알아? 이 아리따운 여성분이 당신 실체를 꿰뚫어 보게 된다면, 당신은 빌붙을 곳도 없을 거야!"이 말을 하며 시훈은 슬기를 또 힐끗 쳐다보았고, 특히 ‘빌붙어 산다’ 라는 단어에 매우 힘을 주어 말했다.이 시각, 시훈은 이미 하현을 여자에게 달라붙어 사는 사람으로 단정지었다. 왜냐하면 이 페라리는 슬기의 것인 게 분명했다.하현과 슬기의 관계에 대해서는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하현이 싸늘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시훈은 이어서 말했다. "하현, 당신은 정말 대단해! 설씨 집안에서 공짜로 3년을 얻어먹고, 여자에게 들러붙어 살기를 원하는 것도 그렇다 쳐. 그런데 지금 이런 부잣집 아가씨한테 빌붙다니, 당신 같은 사람은 정말 남자들에게 큰 망신을 줬어
슬기는 세리를 바라볼 기색 없이 시훈을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이모가 좀 때려봤는데 왜? 레스토랑의 2인자 주제에 내 앞에서 잘난 척을 해? 화장실처럼 입도 더러운데 널 안 때리면 누굴 때리니?”이 순간, 슬기는 평소 남들 앞에서의 시크한 분위기를 되찾았다. 고작 눈빛과 말 한 마디에 시훈은 기에 눌려 살짝 넋이 나갔다.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어안이 벙벙했다."와, 이 미인은 성질이 참 맵군요!""완전 우리 여신님이야. 이런 성격 너무 좋아!""이런 여자에게 보통 사람은 걸맞지 않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상상밖에 못 해!"많은 사람들이 다시 조용히 의논하기 시작했지만, 큰 소리는 내지 못했다. 그들은 분명 슬기에게 들릴까 봐 무서워했던 것이다. 나중에 그 큰 손바닥이 힘차게 날라 오기라도 하면, 그들은 잘잘못을 따질 곳이 없었다.한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슬기는 뒤에 페라리에 기대어 있는 하현을 몰래 쳐다봤다. 하현이 입꼬리를 말아 올려 칭찬하는 미소를 짓자, 슬기는 비로소 한숨을 내쉬었다."사람을 업신여기는 놈, 내가 내 동창이랑 같이 쇼핑하러 나온 게 어때서? 나쁜 사람이 좋은 말을 내뱉을 리가 없지! 당신 헛소리 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오늘 내가 당신 입을 찢어버릴 거야!" 슬기는 계속해서 욕을 했다.얼굴을 가린 시훈은 지금 이미 정신을 좀 차렸다. 그는 얼굴에 화끈거리는 아픔을 느꼈으며, 그의 눈은 불을 뿜을 뻔했다. 시훈은 하현과 슬기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좋아! 좋아! 좋아! 너희들 이 개 같은 한 쌍은 권력을 앞세워서 남을 괴롭히지? 내가 오늘 너희들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아? 두고 봐!"말을 끝마치자, 시훈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 하나를 누르고, 아첨하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윤 대표님, 저희 쪽에 작은 문제가 하나 생겼는데, 누가 제 앞에서 허세를 부리네요. 대표님께서 좀 도와주지 않으시겠어요? 네, 네!"전화를 끊자 시훈은 오만방자한 표정으로 하현을 가리키며 꾸짖었다.
"딸아, 노인네가 한 말 못 들었어? 평소 같았으면 천천히 놀아줬겠지만 오늘은 이 노인네가 기분이 안 좋아서 말이야..." 주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슬기의 화끈한 몸매와 아름다운 얼굴을 어렴풋이 바라보았다. 슬기의 얼굴은 낯익은 듯했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뒤에 있던 시훈은 이 순간 온몸을 앞뒤로 흔들며 거리낌없이 웃었다.그의 웃음소리에, 주안은 실눈을 뜨고 멀지 않은 곳에서 차에 기대어 있는 희미한 실루엣을 바라보았다. 그는 사납게 웃으며 말했다. "시훈 씨, 저 녀석을 어떻게 할까요?"하현이 지금도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니, 시훈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시훈은 하현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우리는 문명인이니까 오늘은 좀 문명적이게, 저 놈이 무릎을 꿇고 바닥에 절을 하면서 할아버지라고 몇 번 부르게만 하면 돼요!""이 자식아, 들었어? 스스로 무릎을 꿇게 해, 그렇지 않으면…" 주안은 다치지 않은 손을 툭툭 털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 경비원들은 모두 허리춤에 차고 있었던 봉을 꺼냈고, 한 명 한 명씩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 경비원들은 모두 주안이 키웠으며, 오후에 하현과 있었던 일로 인해 그는 특별히 새로운 인력으로 교체했다. 주안도 재수가 없었다. 이 신입들은 아예 하현을 모른다."그렇지 않으면, 내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말아요. 내가 지금 당신에게 방법을 가르쳐 줄 테니, 순순히 무릎 꿇고 잘못을 인정하세요. 그런 다음 나한테 할아버지라고 불러요. 그러면 이곳을 무사히 떠날 수 있을 겁니다." 주안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따가 손맛이 좀 많이 매워도 나를 탓하지 마세요."이 순간, 시훈도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꺼내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 후, 하현이 무릎을 꿇을 때 시훈은 그 장면을 녹화할 생각이었다.세리는 약간 미간을 찡그렸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그녀는 줄곧 하현을 싫어했고, 일을 가로막을 의향이 없었다. 게다가 하현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
”확실히 이 외지인놈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도 뭐?”“우리 황천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맞아! 하현이 부 사장 무릎을 꿇게 한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땅강아지가 운이 아무리 좋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아무 힘도 못 써!”“결국 실력 없는 자가 스스로 무능함에 분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야!”“황천화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제 곧 알게 되겠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대하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페낭에서는 이신욱의 저력을 능가할 수 없다.“형님!”“황 선생!”“황 도련님!”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황천화에게 몰려들었고 선두에 선 이신욱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신욱,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까지 나서서 체면을 세워 줘야 할 일이 도대체 뭐냐구?”황천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거들먹거렸다.마치 세상에는 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는 듯.이신욱은 차가운 눈초리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외지인 주제에 우리 페낭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람을 때리다니!”“그래?”황천화는 실눈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신욱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코는 푸르덩덩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이빨도 두어 개 비어 있었다.안색이 나쁜 건 말할 것도 없었다.비록 황천화는 이신욱을 그리 높이 보진 않았지만 이신욱은 일찌감치 황천화의 가능성을 보고 명절 때마다 그에서 그득한 선물을 보낸 덕분에 꽤 황천화 덕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황천화도 이신욱에 대해 슬슬 좋은 감정이 생겼다.그런데 지금 그런 후배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다.황천화의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이신욱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건
”감히 페낭 무맹주를 입에 올라다니!”“똑똑히 들어! 우리 선배가 네놈의 말을 들었다면 당장 목을 꺾어 놓았을 거야!”“당신 같은 사람 수백 명을 모아 봐도 안 될 거야!”“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한 방에 여기서 저 태평양 바다로 당장 날려버릴 수도 있어!”“당신! 목숨줄 단단히 잡고 있어야 할 거야!”“내 선배가 온다면 네놈이 아무리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도 소용없을 거거든!”이신욱은 하현과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건방지고 방자한 사람을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앞뒤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는 놈은 본 적이 없었다.예쁘장하게 치장한 여자들도 처음의 충격에서 회복되어 지금은 조롱과 멸시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어쨌든 황천화 같은 인물은 하현이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인물이었다.“하현, 정말로 내가 나설 필요없겠어?”하구봉의 눈빛은 더욱 무거워졌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잠시 자료를 찾아본 뒤에 또 한 번 하현에게 상기시켜 주었다.“황천화는 최고의 병왕일 거야.”“제2의 남양 전신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불리고 있어.”“원 씨 가문, 양 씨 가문, 이 씨 가문 모두가 그를 데릴사위로 앉히고 싶어 해!”“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그러니 조심해야 해.”“난 페낭 경찰서의 화 팀장과 잘 아는 사이야. 그가 오면 황천화라도 체면을 세워 줄 거야.”자료를 살펴보고 나자 하구봉은 더욱 하현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하구천이나 하백진도 내 앞에서 함부로 하지 못했어. 그런데 뭐 황천화? 그 사람이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페낭 무맹주도 날 어쩌지 못하는 마당에 내가 황천화를 두려워할 리가 있겠어?!”하구봉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해했지만 더는 충고하지 않았다.“끼익!”10분도 채 되지 않아 롤스로이스 세 대가 달려와 기고만장하게 엔진 소리를 뿜으며 사람들 앞
이 멍청아!이 바보 같은 놈아!이리저리 펄쩍펄쩍 뛰는 이신욱을 바라보며 부문상은 울상이 되었다.그가 이신욱에게 가차 없이 뺨을 때린 것은 하현이 지독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이런 잔인한 사람을 대할 때는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해야만 비로소 기회를 잡을 수가 있다.그런데 이신욱이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스스로 목숨을 걷어차 버리는 짓을 할 줄은 몰랐다.“너...”부문상은 이신욱을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개자식! 난 널 위해서 그런 거라고! 네가 이렇게 날뛰면 난 더 이상 널 도와줄 수 없어!”이신욱도 이를 갈며 항변했다.“형님은 이제 상관하지 마세요!”“형님이 뭔데 자꾸 그래요?”“형님이 하현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면 않는 거지 왜 나한테까지 강요하면서 내 뺨을 때리고 그래요? 무슨 이유로 날 뭐라고 하냐구요?”“자신이 누구 덕분에 그 자리에 올랐는지 잊었어요?”“잘 들으세요! 내가 하현을 싹 밀어버린 후에는 형님을 처리하러 올 겁니다!”“그때도 감히 내 앞에서 이래라저래라 하시는지 두고 보죠!”“개 한 마리가 동네를 휘어잡더니 이젠 늑대가 된 줄로 착각하는군요!”“형님은 아무리 날뛰어 봤자 페낭 무맹의 개일 뿐이에요!”“하지만 내 스승님은 페낭 무맹 부맹주라구요!”“페낭 무맹을 쥐락펴락하는 사람이죠!”페낭 무맹 부맹주라는 말을 내뱉고 나자 이신욱은 그제야 용기를 되찾은 듯했다.그는 방금까지 떨어졌던 자신의 체면을 이제야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당당한 시선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똑똑히 들어. 이제 당신은 끝났어.”“난 결코 내 스승과 선배들을 이런 자리에 불러 세우고 싶지 않았지만 네놈을 혼내줘야 하니 할 수 없지!”“방금 난 이미 메시지를 보냈어. 그러니 아마 그들이 곧 도착할 거야.”“능력이 있으면 이따가 그들 앞에서도 어디 당당하게 굴어 봐!”“내 선배님이 누군지 모르지?”“바로 페낭 무맹 황천화야!”뭐?
다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신욱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듯 돼지처럼 부은 얼굴을 감싸고 불만을 터뜨렸다.“형님! 왜 절 때리세요?”“하 씨 저놈이 어떤 신분인데 이러시냐고요?”“그냥 외지 관광객이잖아요!”“대하에서 왔다고 해도 그게 뭐 어쨌다는 거예요? 내가 이런 사람을 한두 명 밟은 줄 아세요. 일 년에도 수천 명은 더 된다구요!”“그런데 어떻게 형님은 저놈 편을 들 수가 있어요?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구요?”이신욱은 분하고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는 자신의 비장의 카드 중 하나인 사촌 형님이 왜 이렇게 하현에게 쩔쩔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하현이 아무리 대하에서 출중하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해도 페낭에 왔으면 페낭 토박이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대하 사람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페낭에 와서도 날고 길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신욱의 눈에는 부문상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하현이 별로 두려운 존재 같아 보이지 않았다.이신욱이 누구인가?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도련님 아닌가!상속권이 없다고는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그러니 어찌 그가 외지 관광객을 두려워하겠는가?이런 일이 알려진다면 앞으로 이신욱은 어떻게 페낭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있겠는가?어떻게 남양에서 호기롭게 지낼 수가 있겠는가?하구봉은 연신 감탄에 마지않는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하현이 사람을 혼내주는 방법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하다고 여겨졌다.하구봉은 이번에 먼 길을 왔으니 페낭에서 자신의 역량을 꼭 뽐낼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결국 그가 손을 쓸 필요가 없게 되었고 하현이 모든 것을 깔끔하게 처리해 버렸다.이에 하구봉은 하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숭배에 가까운 마음을 품게 되었다.하구천은 하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구봉이 지금보다 더 높은 지위를 얻고 출세를 하려면 하현 같은 사람을 따라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아직도 입을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적막감에 휩싸였다.그들은 온몸이 뻣뻣해졌고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눈앞의 광경은 그들이 아무리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이신욱은 정신이 혼미해졌다.마치 긴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하현은 부문상의 얼굴을 툭툭 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신욱을 쳐다보았다.“이신욱, 당신 사촌 형님이 와도 당신을 도와줄 것 같지 않은데.”“당신 사촌 형님도 날 놀라게 할 순 없을 것 같은데, 어때?”“당신이 한 번 물어봐. 내가 함부로 굴지 말라고 했는데도 감히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말이야!”이신욱 일행은 하현에게 도저히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하지만 이 난국을 헤쳐나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두고두고 페낭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걸 이신욱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하현은 티슈를 꺼내 손가락 사이를 닦으며 희미한 시선으로 부문상을 쳐다보았다.“당신들 두 사람은 천상 형제군. 당신은 양유훤을 넘보더니 당신 사촌 동생은 원가령을 넘보니 말이야.”“말해 봐. 내가 이미 당신을 혼쭐내 줬는데 당신 동생마저도 내가 혼쭐내 줘야 해?누구?원가령?부문상은 눈꺼풀을 벌떡 세웠다.그도 원가령이 양유훤의 절친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원가령을 건드려 볼까 생각도 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행히도 실제로 건드리진 않았다!그런데 이 재수 없는 사촌 동생이 원가령을 넘보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하현한테 걸려서 이 몹쓸 꼴을 당하다니?술병을 머리에 맞은 자신의 처참한 처지를 떠올렸고 하현에게 뺨을 맞고 온몸이 날아간 자신의 경호원들을 떠올렸다.부문상은 벌벌 떨다가 자신도 모르게 이신욱에게 소리쳤다.“야! 이신욱! 너 당장 꺼져! 당장 하현한테 사과하라고!”“당장 잘못을 인정하지 못해!”부문상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부잣집 도련님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예쁘장하게 치장한 여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고
부문상은 이마에 난 상처가 저릿저릿하게 아파왔고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덜덜 떨렸다.“아니, 아니야. 내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그는 확실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하지만 이럴 때 불만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복수를 하더라도 기회를 잘 엿보아야 한다.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현과 싸운다면 바보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부문상은 순간 얼른 머리를 굴려 냉철하게 판단했다.“감히?”부문상이 ‘감히'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을 듣고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지금까지 부문상은 자신이 밟고 싶은 사람은 스스럼없이 밟았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가 갑자기 이렇게 찌그러져 버렸는지 사람들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예쁘장하게 치장한 여자들은 불안함에 발을 동동 굴렸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꿈이 아닌가 의심되어 자신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이때 하현이 부문상에게 다가와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무릎 꿇어.”하현은 부문상을 봐줄 마음이 없는 게 분명했다.부문상은 오늘 양유훤을 건드리려 했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오자마자 허세를 부리며 화풀이할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오늘 결국 호되게 당할 사람은 부문상 자신이었다.아마 일반 관광객이었다면 정말로 부문상에게 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하현은 지금 이 자리에서 부문상의 체면 따위 봐줄 수가 없었다.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주기로 결심한 것이다.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누군가가 하현을 향해 그의 오만방자함을 꾸짖으려고 했을 때였다.갑자기 부문상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하현에게 무릎을 털썩 꿇는 것이 아닌가?부문상이 누구인가?절대로 누구에게도 손해를 보지 않는 사나이였다.그런데 하현 앞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다니!부문상은 자신이 상대의 적수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목숨이라도 지키기 위해 못할 짓이 없었다.그러자 사람들은 마른
오늘 부문상은 천수만 회관에서 하현에게 무참히 깨졌다.자신의 경호원들도 하현에게 호되게 당했다.그래서 부문상은 하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원래 그는 며칠 후에 자신의 뒷배를 찾아가 고수 몇 명을 데리고 하현을 괴롭혀 주려고 생각했었다.그런 와중에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처럼 이렇게 하현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그런데 자기 옆에 있는 사람들은 하현의 면전에서 마구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그러자 부문상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 하현...”부문상은 하현을 이름을 내뱉으며 온몸에 힘이 쭉 빠져서 하마터면 무릎을 털썩 꿇을 뻔했다.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아프고 멍했다.그의 경호원들도 하현을 보고 놀라서 감히 행동할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자신의 든든한 뒷배가 하현을 손써 주기 전까지 부문상은 함부로 하현의 미움을 살 수가 없었다.“형님, 바로 이 사람이에요! 하현이라고 하는 작자라구요!”“내가 그의 자료를 찾아봤는데 대하에서 관광 온 관광객이었어요!”이신욱은 사나운 미소를 드러내며 하현을 가리켰다.“이 자식이 방금 내 뺨을 때리고 내 일을 망쳤어요!”이신욱은 이를 악물고 더욱 울그락불그락해진 얼굴로 부문상을 향해 고자질했다.부문상의 화를 한껏 끓어올려 자신을 대신해 하현을 혼내주길 바랐던 것이다.하현은 이를 듣고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이신욱이 말한 거 다 내가 한 거야. 그런데 부 사장, 무슨 불만 있어?”하현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예쁘장한 여자들은 대놓고 비아냥거렸다.이놈은 외지에서 온 주제에 너무 오만방자해!겁도 모르고 물러서는 법도 몰라!이런 자리에선 찍소리 않고 가만히 있어야 목숨이라도 보전한다는 걸 모르는 건가?이신욱은 더욱 냉소를 지으며 하현을 가리켰다.“멍청이 같으니라구! 아직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큰소리야!”“내 사촌 형님이 화나길 바라는 거야?”“잘 들어. 내 사촌 형님이 화를 내면 넌
”마침 잘 오셨어요. 별 볼 일 없는 외지 관광객이 감히 우리 바닥에서 한껏 도발하고 날 때리기까지 했어요!”“곁에 있는 경호원만 믿고 아주 기고만장하게 굴고 있다구요!”“전화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라고 도발하질 않나 팔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협박을 하지 않나!”“내 사촌 형님이 부문상 사장님이고 그 뒤에는 페낭 무맹이 있다고 했어요.”이신욱은 부문상의 화를 돋우기 위해 말을 갖다 붙였다.부문상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하현을 죽여주길 바라며 온갖 애를 썼다.그가 부문상까지 부른 가장 큰 이유는 부문상의 뒷배가 페낭 무맹이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부문상의 부하들은 모두 싸움에 전문가들이었기 때문이다.이들은 일반인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하현이나 그의 경호원이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해도 부문상의 부하들 앞에서는 아무 쓸모없는 물건들일 거라 믿었다.그래서 이신욱은 하현에게 조금의 승산도 없다고 생각했다.이신욱이 데리고 온 여자들은 부문상을 보고는 눈빛이 뜨겁게 돌변했다!이런 거물이 오다니!하현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그들은 거만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찼다.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는 이제 망했아!방금 이신욱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굴었으니 이제 슬퍼할 일만 남은 것이다!외지인 관광객은 처음부터 이신욱 앞에서 함부로 날뛰지 말았어야 했다!“그래?”사촌 동생의 말을 들은 부문상의 눈에 한기가 가득했다.그는 오늘 하현에게 호되게 당해서 분노를 발산할 곳을 찾으려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덩굴째 굴러오다니 누가 되었든 끝까지 짓밟아 버릴 것이다.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그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관광객 주제에 내 사촌 동생을 괴롭혔다고?”“페낭에 얼마나 많은 호랑이들이 포진하고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지?”“그런 것도 모르고 감히 너한테 손을 써?”“살기가 싫은 모양이군! 허!”“페낭 사람들이 어떻게 사람 됨됨이를 만들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