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잠깐 당신이랑 놀아줄 테니 내 아내랑 친구들은 놓아주는 게 어때, 그럴 배짱이 있긴 있어?" 하현이 제안했다."좋아." 주안은 자신이 하현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지 너무 많은 사람이 보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당신이 자초한 일이에요, 하현 씨. 더 이상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에요!" 세리는 은아를 룸에서 끌어내면서 소리쳤다.시훈도 주안이 마음을 바꿀까 봐 그녀들을 따라가 재빨리 문을 닫았다.은아가 충격에서 빠져나왔을 때, 그녀는 세리랑 시훈과 함께 레스토랑 밖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안 돼! 난 하현한테 갈 거야!" 은아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은아는 그런 상황에서 소위 쓸모없는 남편이 자기 대신 나설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은아야, 제정신이야? 거기로 돌아가면 다시 나오지 못할 거야!" 세리가 얼른 말을 끊었다."하지만…""시훈아, 너 아는 사람 많지? 제발 좀 도와줘." 은아가 불안함에 떨며 부탁했다."은아야, 내가 돕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상황을 봤잖아. 주안 님을 때린 건 네 남편이야. 너희 둘을 데리고 나오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 시훈은 자신이 은아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현이 맞아 죽기를 남몰래 바라며 대답했다.VIP 룸의 분위기는 매우 살벌했다."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말 있어요?" 주안의 부하가 하현을 겁주려고 물었다."그럴 배짱이 있기는 하고?" 하현은 대답하고 주안에게 명함을 던졌다."망할 명함? 누가 네 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주안은 조롱했다."명함? 명함 하나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보면 이 자식은 미친놈이군요.” 주안의 부하는 빈정거리는 말투로 계속 조롱했다."정말 안 볼 거야?" 하현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주안이 명함에 눈을 돌리자, 그는 즉시 충격을 받았다."하엔 그룹 대표…" 주안은 그 글자들을 보고 거의 기절할 뻔했다.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이 쓸모없는 쓰레기가 놀랍게도 하엔 그룹의 대표
덩치 큰 경비원들을 포함한 그 룸에 있던 모든 사람은 주안이 하현에게 무릎을 꿇자 깜짝 놀랐다."죄송합니다, 당신이 누군지 몰랐어요. 용서해 주세요.""제발…""모두 제 잘못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주안은 복어처럼 얼굴이 부어오를 때까지 계속해서 자기 뺨을 때리며 사과했다."제발, 다시 한번 기회를 주세요!" 하현이 하엔 그룹의 신임 대표라는 것을 확인하자 주안은 빌었다. 하엔 그룹에 의해 승진하게 된다면 일이 금방 손쉽게 풀릴 것과 마찬가지로, 하현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주안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을 거라는 걸 알았다."주안 님, 뭐 하시는 거예요? 왜 이 쓸모없는 쓰레기한테 무릎을 꿇고 있는 거예요?" 부하가 주안을 다시 일어서게 하려고 애쓰면서 물었다."이 개자식아, 무릎 꿇어!" 주안은 부하를 찰싹 때리고 발로 차면서 고함을 질렀다."한마디만 더 하면 죽여버릴 거야!" 주안이 협박했다.이 순간, 하현에게 자비를 구걸하는 주안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려 했다. 주안은 바보 같은 부하의 행동과 말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까 봐 두려웠다.부하는 부은 얼굴로 땅바닥에 누운 채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이 개자식을 때려눕혀, 지금 모든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바로 저놈이야! 얼른!" 하현이 침묵을 지키는 동안 주안은 경비원들에게 소리쳤다.경비원들은 이 모든 상황에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들은 재빨리 그 부하 직원을 에워쌌다. 그들은 부하를 발로 차고 짓밟기 시작했다.부하 직원이 잠시 비명을 지른 뒤 의식을 완전히 잃었다.부하가 곧 맞아 죽을 지경에 이른 걸 보자, 하현은 손을 살짝 흔들어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주안 씨, 뭐해? 내가 당신 부츠를 핥고, 내 아내를 당신 침대에 눕히고 싶었던 거 아니었나?" 하현이 빈정거리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제발, 살려주세요!" 주안은 다시 한번 무릎을 꿇고 숭배의 표시로 이마를 바닥에 찧기 시작하면서 애원했다."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
"내 살 한 덩이를 원하지 않았던가?" 하현이 물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주안은 대답을 하고 스테이크 칼을 집어 왼손 손바닥을 찔렀다.주안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하현이 자신을 용서해 주기를 바라며 땅바닥에 엎드려 자세를 유지했다.이 모습을 본 하현은 룸을 나가기 전에 천천히 일어나 주안의 머리를 토닥였다.이제부터 하현이 주안의 새로운 악몽이 되었기에, 하현이 떠난 뒤 주안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일어서며 하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레스토랑에서 걸어 나오자 하현은 그 자리에서 두 명의 경찰을 보았다."여보!" 은아는 하현을 향해 전력 질주하면서 소리쳤다."당신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은아는 이제 안심했다."당연히 무사하지!" 하현은 웃으며 대답했다."흥, 경찰에 신고한 아내에게 감사해야지, 안 그러면 상처 하나 없이 거기를 빠져나올 수 없었을 거야, 이 쓸모없는 쓰레기야!" 세리가 조롱했다.반면, 시훈은 하현이 무사히 나온 것을 보고 실망했다.그 순간, 세 사람 모두 경찰이 왔기 때문에 하현이 무사했다고 생각했다."여보, 경찰은 왜 부른 거야?" 하현은 무심코 물었다."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경찰관님들. 그냥 조그마한 오해일 뿐이에요." 하현은 경찰들에게 설명했다.그들은 하현의 말을 들은 다음 떠났다."하현 이 쓸모없는 쓰레기야, 당신은 아내를 지켜주지도 못 했어.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낫다, 이 개자식아!" 시훈은 끊임없이 하현을 비난했다."도망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남자에게 '쓸모없는’이라는 말을 듣는 건 좀 아이러니하지 않나?" 하현이 시훈을 차갑게 노려보며 쏘아붙였다."이 개자식…" 시훈은 하현이 자신이 VIP 룸에서 한 일을 가리킨 것을 알고 화가 나서 투덜거렸다. 시훈은 하현을 노려보고는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갑자기 은아의 핸드폰이 울렸다. 설 씨 어르신이 그녀에게 만나자고 했다."같이 가자, 아마 하엔의 투자 때문일 거야. 잘 해결됐다고 했지? 너무
"내가 하엔 그룹과 계약을 하긴 했지만, 당신은 이걸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은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만약 투자금이 6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줄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설 씨들이 그다지 기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두 사람 모두 세리와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하엔 그룹에서 슬기는 노스랜드 레스토랑 사건을 다 처리하고 막 사무실을 떠나려던 참이었다.슬기는 겨울의 사무실을 지나치던 중, 겨울이 고급스러운 물건들이 담긴 큰 가방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보았다.슬기는 여자이기에 그 물건들에 꽤 관심이 있었다."어떤 부잣집 도련님이 당신에게 구애하려는 것 같군요, 김 부장님." 슬기는 웃으며 말했다."부잣집 도련님이라니요? 그냥 설민혁 씨에요. 그는 제가 SL 그룹의 투자를 승인하도록 애쓰고 있어요. 어쨌거나 대표님께서 이미 SL 그룹과의 계획을 세웠는데, 제가 누구라고 결정할 수 있는 일인가요?" 겨울은 여전히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 이 비서님, 이 물건들을 설민혁 씨에게 돌려주게 같이 SL 빌라에 가주실 수 있나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요. 그렇지 않으면 제 핸드폰은 지난 며칠간 설민혁 씨로부터 걸려 온 전화들로 인해 폭발할 겁니다." 겨울이 물었다."그래요, 김 부장님이 설 씨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동안 저는 먼저 가서 뭐 좀 처리할게요. 오늘 밤 거기를 방문하도록 하죠." 슬기는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한 후 제안을 수락했다.슬기는 처음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대표님의 명령에 따르면 설 씨들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한편, 설 씨들은 SL 빌라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은아로부터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었고, 심지어 설 씨 어르신은 담배를 피우는데 손을 떨고 있었다.사실 모두 이미 종일 여기 있었고, 그들은 은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아가 나중에 쇼핑하러 갈 줄 누가 알았겠나? 결국 설 씨 어르신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은
설씨 집안은 이 계약으로 인해 많은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기에, 설 씨 어르신의 얼굴에 명백히 드러났듯이, 그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은아야, 계약 조항이 어떻게 그렇게 급격하게 바뀌었어? 설마 네가 외부인이랑 같이 우리 집안을 모함하려고 계획한 것은 아니겠지?” 동수가 은아에게 물었다.동수의 질문을 들은 주위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어 그의 주장을 믿기 시작했다. 그들이 은아를 의심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자신의 모든 노력이 인정되지 않았고, 더 나아가 가족을 모함했다는 비난을 받아서 은아는 화가 났다.퍽!은아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수박 껍질 한 조각이 허공을 날아 동수의 얼굴에 떨어졌다."으악! 퉤!" 동수는 결벽증이 있어서 그는 혐오감에 침을 뱉었다."뭐 하는 짓이에요? 이 쓸모없는 쓰레기가!" 민혁은 아버지가 수박 껍질 조각에 맞은 것을 보고 하현에게 소리쳤다."나는 그냥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어." 하현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하현이 자기 아버지를 모욕하자 민혁은 더 이상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근처의 재떨이를 잡아 하현을 때리려고 했다.퍽!"제기랄!" 하현이 재떨이를 낚아채 민혁의 이마를 세게 내리치자, 민혁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이 개자식! 죽여버릴 거야!" 민혁이 잠자코 있는다면 그건 아버지와 아들 모두에게 모욕이 될 것이기에 민혁은 소리쳤다."그만해!" 설 씨 어르신이 둘을 말렸다."하현, 해명하지 않으면 은아조차 오늘 널 구해주지 못할 거야." 어르신이 차가운 시선으로 위협했다.은아는 설씨 집안의 우두머리인 설 씨 어르신 앞에서 소동을 일으킨 하현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은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녀는 동수와 민혁이 굴욕을 당할 만하다는 데 동의했다.하현은 변명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수박 한 조각을 또 집어 들었다."별거 아니에요, 그냥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을 뿐이에요. 누군가의 말이 쓰레기통처럼 악취가 나는 건 제 잘못이 아니죠." 하현은 차분하게 대답했다."이 쪼끄만 게…" 동수는 얼굴을 닦으면서 하현을 노려보며 투덜거렸다. 동수는 몹시 기분이 상해서 몸을 떨었다."그럼 저는요? 문제를 일으킨 건 당신 아들인데, 제 아내가 해결했어요. 은아의 노력을 무시하고 은아가 받아야 할 감사 인사는 온데간데없는데, 당신들은 심지어 뻔뻔스럽게도 은아가 집안을 모함했다고 비난했어요. 참 아이러니하죠? 좋아요, 그럼 당신 아들이 처리하라고 해요!" 하현은 반항적으로 동수에게 대답했다."하현, 너는 그저 데릴사위일 뿐이야. 네가 누군데 우리 가족 모임에서 말을 해?""그리고 설 씨로서, 은아는 우리 집안을 위해 일해야 해…" 동수는 하현에게 소리쳤다."당신의 소중한 아들이 모든 영광을 차지하게 만들고요?" 하현이 끼어들었다."만약 민혁이가 가서 또 그 직원들을 희롱하고 우리를 파산하게 만든다면요? 그것도 걱정해야 하지 않나요?” 하현이 물었다.그 시각, 사람들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민혁이면 또 이런 일을 벌일 것 같아 다소 걱정을 했다.만약 설씨 집안이 파산한다면, 그들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것이기에 그들은 겁을 먹었다."어르신, 하현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민혁이가 일을 망치게 놔둘 수 없습니다.""맞아요. 민혁이는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었고, 적어도 은아는 우리에게 사업 계약을 가져다주었어요.""중요한 것은 우리가 투자금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약간의 수익을 잃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맞아요. 계약을 성사시킨 은아에게 감사해요!"불과 몇 분 만에 사람들의 의견은 뒤바뀌어, 그들은 민혁에게 등을 돌렸
"그 일에 관해서는…" 은아는 그 요구사항에 그다지 자신 없었다. 그녀는 본의 아니게 하현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냥 내 요구를 받아들여." 설 씨 어르신은 은아가 하엔 그룹 최고 경영진의 누군가와 연줄이 있다고 생각해 웃었다. 적어도 은아가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을 보고 어르신이 생각한 게 바로 그거였다."알겠어요, 할아버지. 약속할게요…""안 돼!" 은아가 막 받아들이려 할 때 하현이 끼어들었다."당신은 대체 왜 그래요! 당신이 뭔데 거절해요?" 민혁은 하현의 무모한 행동이 두려워지기 시작하자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하현, 나는 은아를 존중하기 때문에 아까 너의 무례한 행동들을 무시했어. 너는 네가 이 집에서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하현이 여러 차례 소란을 피운 뒤, 설 씨 어르신은 신경이 곤두서서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위협했다."전에 은아가 계약을 성사시키면 사장 자리를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지만, 지금 어르신은 그저 새로운 조건들을 만들면서 거의 불가능한 일들을 하게 하고 계십니다. 어르신은 그저 제 아내를 나쁘게 보이게 하시려는 것 같아요.” 하현은 차가운 어조로 대답했다."내가 네 아내를 나쁘게 보이게 하려 한다고?" 설 씨 어르신은 일어서서 하현을 가리키고 화를 내며 물었다.'이 데릴사위가 문제를 일으키려고 하는 건가? 자기가 누구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 우리가 은아를 유혹하려 하지만 않았다면 이놈은 여기 서 있지도 않았을 거야. 설 씨들의 개조차도 저놈보다 더 존중 받을 만해.'주변에 있던 다른 설 씨들은 하현의 말에 깜짝 놀라 모두 하현을 미친 사람 보듯이 쳐다보았다."하현, 그만해, 이만하면 됐어.""할아버지, 제가 하엔과 협상해보겠지만 성공적일 거라고 장담할 수 없어요.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들이 그 제안을 철회하는 겁니다. 그 상황을 대비하기를 바라요."은아는 하현을 제지하고 설 씨 어르신에게 말했다.설 씨 어르신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잠시 말문이 막혔다.
"민혁이는 우리 집안의 진정한 희망입니다!""오늘 아침에 갔다 온 '누군가'가 없어도, 결국 하엔이 우리에게 연락할 것이었네요.사람들은 다시 입장을 바꾸어 이번에는 은아에게 등을 돌렸다."민혁아, 확실해?" 설 씨 어르신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물론이죠!" 민혁은 겨울에게 전화를 걸고 스피커를 켜면서 대답했다."안녕하세요, 설민혁 씨." 겨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안녕하세요, 겨울 씨, 오늘 저녁에 방문하신다는 것을 이미 설 씨 어르신에게 알려드렸는데, 혹시 언제쯤 도착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민혁은 픽 웃으며 대답했다."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어요, 저는 그냥 설민혁 씨에게 물건을 좀 건네주려고 가는 거예요." 겨울이 대답했다."영광이에요. 태워다 드릴까요?" 민혁이 제안했다."괜찮아요, 제 차가 있으니, 저녁 7시쯤 도착할 것 같아요." 겨울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민혁은 전화를 끊기 전에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물건? 무슨 물건? 계약서인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민혁아, 며칠 전에 김 부장이 너한테 꺼지라고 말했던 걸 기억하는데, 어떻게…" 설 씨 어르신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할아버지, 모든 여자가 원하는 건 재산이라는 걸 알고 계시지 않나요? 저는 이미 지난 며칠 동안 겨울 씨에게 몇 억 원 상당의 선물을 보냈는데, 벌써 저에게 반했을 거예요! 할아버지, 모든 일이 끝난 후에 제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민혁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우리에게 수익을 가져다준 다음, 원한다면 사장 자리도 얻을 수 있어." 설 씨 어르신이 제안했다."할아버지, 불공평해요!" 은아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해서 항의를 해봤지만, 결국 모든 영광과 공적은 민혁에게 돌아갔다."공평? 은아 누나, 누나만 비장의 무기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내가 하엔 그룹 부장님을 우리 집에 방문하게끔 만드는 동안, 누나는 거의 쓸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