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는 하 세자가 이미 그 당시 최, 나, 소, 구씨 가문이 그에게 손을 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지금 하 세자가 강력해져서 돌아왔으니 이 네 일류 가문은 아마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 것이다. ……남원 명월호. 이곳은 5성급 관광지이다. 그러나 이런 이름있는 관광지의 핵심 지역은 이미 몇 년 전에 개인 회관으로 바뀌었다. 지금 이 구역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수백 명의 호위병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일부 저격수들은 어두운 곳에 숨어 있었고 간혹 진홍색 붉은 반점이 그곳을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이곳은 오늘 완전히 봉쇄되었다. 외부적으로는 유지 보수라고 했지만 사실상은 전세를 낸 것이다. 관광지 주변에는 전화가 걸려 오지 않도록 하는 특수 장치가 많이 있었고, 전자기기가 고장 날 수도 있었다. 이때 그 관광지 중심에 네 명의 노인이 마주 앉아 있었다. 그들 뒤에는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서 있었다.그 안에는 최가 할머니도 있었다. 그리고 강남 3인자 최준도 이런 자리에서는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다른 세 노인의 위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 세 사람은 다 나씨, 소씨, 구씨 집안의 가주들이었다. 나성곤, 소장경, 구기승!남원은 원래 6대 일류 가문이 있었다. 현재 왕씨 집안은 하루아침에 무너졌고, 안씨 집안은 독립적으로 잘 지내고 있다. 하씨 가문이라는 강남의 하늘이 무너진 지금 이 네 일류 가문이 현재 강남에서 최고의 권력을 대표하고 있었다. 특히 나씨, 구씨, 소씨 집안. 이 세 일류 가문은 진정 저력이 깊고 최가와 같은 벼슬아치 집안과는 달랐다. 쉽게 말해 최가는 네 일류 가문 중에서 현재 가장 능력이 약했다. 상업계에서 최가의 약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원래 이 네 집안은 모두 하씨 집안 할머니 이일해의 지시로 움직였었다. 하지만 지금 이일해가 쫓겨나고 나서 하은수만 남겨져 있었다. 지금 이 노인과 대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하은수 한 명뿐이었다.
이때 갑자기 하은수의 미끼가 살짝 움직였다. 그가 손을 흔들자 마자 백룡어 한 마리가 해안가에 내동댕이쳐지는 것이 보였다. 팔딱팔딱 뛰는 백룡어가 허우적대며 죽는 모습을 지켜본 네 가주들은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하은수는 이 광경을 재미있게 감상하다가 백룡어가 죽자 낚싯대를 버리고 손뼉을 치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요즘 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큰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모르겠네요?”최가 할머니가 제일 먼저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일에 대해서 저는 은수 도련님께 묻고 싶네요. 왜 밖에서 하씨 가문이 망하고 천일 그룹이 다 삼켜 버렸다고 소문이 돌고 있는 거죠?”하은수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그건 그냥 좀 져서 물건을 좀 잃어 버린 것뿐이에요. 자산을 잃었다는 소식도 나쁘진 않아요.”최가 할머니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은수 도련님, 하 세자가 3년 전이라면 정말 대단했을지도 몰라요!”“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우리와 싸울 수 있단 말이에요? 우리가 단숨에 우위를 점할 수 있어요!”“인맥.”하은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 바로 인맥이에요. 때로는 권력을 갖는 것 보다 더 유용해요.”“그럼 우리도 망하는 거 아닌가요?”최가 할머니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만약 하 세자의 인맥이 이일해를 몰아낼 정도로 강하다면 이 네 일류 가문이 손을 잡고서 또 그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하은수는 담담하게 말했다.“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승부는 전술이지 한 순간에 이뤄지는 승부는 없어요!”“당신들, 내 배후에서 이 일을 주관하는 사람이 하씨 가문의 할머니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이 말을 듣고 최가 할머니와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동자가 가늘게 움츠러들었다. 이 분 앞에서 그들은 감히 아무 소리도 못했다. 이일해가 드러낸 빙산의 일각만 봐도 그녀의 강함을 알 수 있었다. 하씨 가문이 강남에서 많은 자산을
네 명의 가주들의 표정이 비할 데 없이 어두워졌다. 하은수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재미있네, 여러분 몇 년 동안 지내오면서 이렇게 표정이 심각한 건 처음 봐요.”“이번에는 그분이 여러분에게 충분히 부담스러웠나 보죠?”하은수의 이 말을 듣고 구기승이 웃었다.“은수 도련님, 저는 확실히 압박이 큽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이 돼요.”소장경도 미소를 지었다. “은수 도련님, 안심하세요. 제가 벌써 강남에서 몇 년을 기다렸습니까?”“더구나 은수 도련님이 뒤에서 계략을 짜고 계시니 더욱 안심이 됩니다! 나성곤도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그분이 우리 가족들 중 아무에게나 손을 댔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무너졌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가 또 우리 네 집안을 동시에 쓰러뜨리려고 한다는 것을 미리 알았잖아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어요?”분명 나성곤과 사람들은 자신감이 있었다. 네 일류 가문 중 어느 가문도 단독으로는 예전 하씨 가문보다 낫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이 하나로 힘을 합치면 강남에서 당할 자가 없었다. 최가 할머니는 지금 한 줄기 웃음을 띠며 말했다. “여러분, 비록 하 세자도 한 때 그랬을 뿐이에요……”“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와 놀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거예요!”“제 생각엔 일단 이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한편으론 은수 도련님께 말씀을 드리고, 또 다른 한편으론 밤이 길어져 꿈이 많아 지는 것을 피해야 해요. 시간이 길어지면 상황이 불리해 질 수도 있어요!”최가 할머니의 말을 듣고 나성곤, 소장경과 구기승 세 사람은 모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최가 할머니의 이 말에는 또 다른 차원의 의미가 있었다. 지금 하씨 가문은 강남에서 물러났고, 그들 네 집안은 모두 이일해의 휘하에 있지만 모두 협력관계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이일해가 강남에 없는 틈을 타 하 세자를 쓰러뜨린 후 그의 모든 것을 깨끗하게
나성곤과 사람들은 최가 할머니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때 구기승이 화제를 전환하면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얼마 전 당도대 대장이 당도대 입단 심사식에 나타났다고 들었어요.”“우리가 그날 가서 직접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이 사실 너무 꺼림직합니다!”나성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이제 이일해가 강남을 떠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우리 네 가문도 뭔가 다른 계획이 필요할 거 같아요.”“만약 대장을 우리 빽으로 삼으면 또 별볼일 없는 하 세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요?”소장경은 감개무량한 얼굴로 말했다.“맞아요! 하 세자가 아무리 강해 봐야 상업계에서 달인이지, 대장은 살아있는 전설이잖아요!”“이분이 훗날 우리 대하 병부의 우두머리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있다고 들었어요. 한 사람 아래 만 명이니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상상이 안가네요!”소장경의 이 말을 듣고 모두들 더욱 감개무량해했다. “이분을 만나 뵙고 인사를 드릴 기회가 없어서 안타깝네요! 한 번이라도 만나게 되면 엄청난 영광일 거예요!”최가 할머니도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동시에 그녀는 만약 그 살아 있는 전설을 내 외손녀의 사위로 삼을 수 있다면 자신은 앞으로 아마 강남을 활보하고 다닐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하지만 그녀는 이런 생각을 감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고 그저 허탈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이때 최준이 갑자기 가볍게 기침을 하며 말했다. “여러분, 제가 말씀을 좀 드려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어!?”“대장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 지는 모르겠지만 염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이때 이 가주들은 약간 의아해하면서도 약간 흥분하기도 했다. 최준은 신비로운 얼굴로 말했다. “제가 최근 들은 소식에는 9대 병부가 최근 임무를 교대해서 이남 병부의 우두머리가 강남 병부로 바뀐다고 하더라고요.”“그때가 되면 분명 성대한 행사가 있을 거예요.”“강남의 대장이 그런 행사에 초대받지 않을 이유가 없잖
몇몇 가주들이 떠들썩대더니 하나 둘씩 웃는 얼굴을 드러내며 농담 하고 있는 표정을 지었다. 하나 같이 돌아간 후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쨌든 이 사람들은 모두 늙은 여우들이기 때문에 외부인들이 쉽게 그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는 어려웠다. 일을 마치고 나성곤은 부하에게 손짓으로 자료뭉치를 가져오게 한 후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었다.이건 계약서 사본이었다. 3일 후 하씨 가문의 모든 자신과 프로젝트가 천일 그룹에게 귀속될 것이라고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그날은 분명 성대한 의식이 있을 것이다. “여러분,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천일 그룹이 하씨 가문의 자산을 병합하려는 일은 이미 확정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될까요?”나성곤이 웃으며 말했다. 구기승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하 세자가 이렇게 도도하게 행동을 하니 우리가 가서 그를 만나는 게 좋을 거 같아요.”“만약 그의 실력이 3년 전과 같다면 우리가 그를 닥치는 대로 해치워봅시다!”“그의 실력이 좀 더 강해졌다 해도 우리가 그의 허점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분명 이들은 진작부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강남에서 그들의 지위로 말할 것 같으면, 하씨 가문이 몰락한 이 후 또 다른 세력이 그들의 머리를 밟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네 일류 가문은 분명 이익 공동체이고 당연히 함께 손을 써야 한다. ……사실 네 가문 뿐만 아니라 설은아를 포함해 천일 그룹이 하씨 집안을 삼킨 일은 모두 알고 있었다. “내가 듣기로는 하 세자가 하씨 할머니 생신잔치에 열 몇 명의 귀인을 데리고 가서 할머니를 압박해서 물러가게 했다고 들었어!”“그렇게 당당하던 하 세자가 결국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서야 자기 것을 되찾았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설은아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현이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밖에서 그렇게 소문이 났어?”“여러 가지 버전이 있어
“그래요? 당당한 하 세자가 이렇게 단순할 줄이야. 여자가 하나밖에 없다고?”설은아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하현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에게 있어서 그의 여자는 중요하기 때문이야.”“마치 네가 하 세자를 아는 것처럼 말하네.”설은아는 입을 삐죽거렸다. “그래. 네가 하 세자라는 말은 절대 하지마. 그 여자가 나라는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는 믿지 않을 거야.”“아무튼 네가 하 세자에 관심이 그렇게 많으니 3일 뒤에 천일 그룹에서 하는 행사에 너도 같이 가자.”설은아는 말을 하면서 초대장 한 장을 하현에게 건넸다. 이건 천일 그룹에서 천일 그룹 산하 기업들에게 보낸 초대장이었다. 설은아는 원래 가고 싶었지만 최근 설씨 집안을 완전히 떠날 준비를 하느라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안되니 하현에게 자기 대신 가서 보고 오라는 의미였다. “그래, 내가 가서 상황이 어떤지 살펴보고 올게.”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은아가 말하지 않았어도 그는 참석했을 것이다. 거기다 박재민의 부모도 함께 행사에 참석할 것이다. 분명 천일 그룹에 합병된 자산에는 당시 하현이 박재민의 도움으로 만들었던 청진 그룹도 포함되어 있었다. 박재민의 부모는 확실히 자신의 아들이 만들어 놓은 것들을 볼 자격이 있었다. 그날 밤 하현은 스마트 밸리 별장에 가서 두 어르신께 3일 후의 일을 준비하라고 일러 주었다. 두 어르신의 현재 생활은 정말 너무 좋았다. 이전의 생활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에 살고 있는 것과 같았다. 자신의 아들이 당시 하현을 보좌하며 만든 청진그룹이 하현의 손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아들 대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노인은 모두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었다. 하현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 두 어르신들께 너무 많은 빚을 졌다. 그때가 되면 천일 그룹의 주식을 반드시 두 어르신들께 나눠드릴 것이다. 이것은 그의 마음이자 보상이었다.……
스마트 밸리.하현은 전화번호를 뒤적여 찾은 후 전화를 걸어 담담하게 말했다.“나 내일 송월만 한 번 다녀오려고.”“대장님, 영광입니다. 제가 모시러 갈까요?” 전화 맞은 편에 있던 사람은 매우 흥분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아니야, 내가 전화할게.”“대기하고 있겠습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의 이름은 우윤식이었다. 하현이 당도대에 있었을 당시의 친위 중 한 명이었다. 퇴역한 지는 1년이 넘었다. 우윤식의 집안은 송월만 쪽에서 패권을 잡고 있었고 권세가 대단해서 하현이 사람을 데리고 놀러 갈 때 연락을 하고 가는 것이 좋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하현은 슬기에게 차를 보내달라고 하지 않고 은아의 차를 타고 곧장 송월만 쪽으로 갔다. 송월만은 남원의 한 구역으로 관광업이 발달한 곳이다. 희정의 사촌 여동생이 미국에서 돌아왔으니 여기에서 며칠 간 놀고 싶어 할만 했다. 송월만 호텔에 도착한 후 양측은 마침내 만나게 되었다. 은아의 사촌 이모의 이름은 장미진, 비록 나이는 쉰이 넘었지만 생긴 것만큼은 젊었다. 은아가 차에서 내리자 그녀는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하며 말했다. “은아야, 네 엄마랑 아빠는? 왜 안 왔어?”“일이 좀 있으셔서 이틀 뒤에 오신데요.” 장미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은아야, 네 아빠 엄마가 일이 있는 게 아니라 창피해서 못 온 거지?”“나는 벌써 짐작하고 있었어. 어쨌든 내 사위 류원호는 국제적으로 박사에 대기업 임원이니 네 창피한 남편보다는 신분이 훨씬 높잖아.”“네 부모님은 아마 내가 네 사위랑 비교할까 봐 창피한 거 같은데? “전화해서 말씀 드려. 걱정하지 마시라고. 내가 일부러 공격하지는 않는다고.”장미진은 이렇게 말은 했지만 득의양양한 기색은 도저히 감출 수가 없었다. 은아는 잠시 기분이 언짢았지만 입을 열고 말했다.“이모, 저는 저희 부모님을 대신해서 이모를 모시러 온 거지 비아냥거림을 받으려고 온 게 아니에요.”장미진은 가볍게 웃
“너______”류원호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랐다. 이 폐물이 감히 자신을 막아선 건가?이때 장미진이 뭔가를 알아차린 듯 재빨리 입을 열었다.“너희들 친척이잖아. 처음 만났으니 내가 소개를 좀 해줄게.”“원호는 지금 강남 천일그룹의 부장이야. 천일그룹은 너희들도 다 들어봤지? 전설의 그 하 세자가 세운 그룹이잖아!”“원호는 헤드 헌팅 회사가 엄청난 돈을 들여서 해외에서 스카우트 한 거라 앞으로 천일그룹에서 할 일이 어마어마해!”“이번에 귀국해서 우리는 남원에서 성장하려고 준비하고 있거든. 그러니 다들 앞으로 많이 돌아 다녀!” 원호는 장미진이 자신을 소개하는 말을 듣고 겸허한 표정으로 일부러 은아를 쳐다보며 말했다.“은아 누나, 누나 회사가 천일그룹 소속 회사라고 들었어요. 앞으로 우리 다 한 가족이니까 내가 누나 회사는 반드시 잘 돌봐줄게요.”은아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너무 고마워.”“당연하죠. 내가 천일그룹 고위층 사람들도 잘 알고 있고, 전에 이슬기 비서가 직접 나를 만나러 오기도 하고 그랬어요!”원호는 이 말을 꺼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현은 이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슬기는 지금 매일 밥 먹고 잘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데 보잘것없는 부장을 그녀가 어떻게 만날 수 있겠는가?“왜 웃어요!?”원호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눈동자에는 온통 한기가 감돌았다. 천일그룹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고, 특별히 한 사람 아래 만 명을 거느리고 있는 이슬기 비서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원호에게는 가장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 쓰레기가 감히 이 자리에서 웃음을 터뜨리다니, 이건 그에게 굉장히 무례한 짓이었다. “아니야, 아니야, 계속해. 내가 들어줄게.”하현은 손사래를 쳤다. “당신 지금 나 놀리는 거야? 내가 천일그룹에서 일하는 게 창피한 일인가?”원호는 지금 하현에게 화낼 기회를 얻지 못할 까봐 걱정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