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6 뒷줄에는 지금 덕망 있는 두 거물이 앉아 있었다. 하현이 차 문을 잡아당기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오히려 하현에게 저지를 당했다.“아무데나 가 봅시다.”하현이 손짓을 했다. 아무데나 가자고 했지만 이준태는 기사에게 강남 관청안쪽으로 차를 몰게 했고 사적인 만남에 적합한 별관에 도착했다. 이곳은 호화로운 곳은 아니었고 오히려 좀 오래되고 낡은 곳이었지만 종업원들이 서빙해 준 차는 최상급이었다. 하현은 입을 다물고 있다가 입을 열며 말했다.“이 선생님, 무슨 급한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하현은 공문수에게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이게 곧 인사인 셈이었다. 이준태는 웃으며 말했다.“하 세자님, 저는 이일해와 사람들이 벌써 강남을 떠났고, 이제 하씨 가문의 자산은 이미 천일 그룹으로 넘어갔다고 들었습니다.”“그리고 하씨 가문은 지금 주인이 또 하태규로 바뀌었지요?”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습니다.”이준태는 이어서 말했다.“그럼 앞으로 하 세자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남원의 5대 일류 가문에 손을 대실 건가요?”하현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나와 안흥섭 대가의 사이는 좋습니다.”“그럼 네 가문이군요.”이준태는 표정이 굳어 있었다.“그러면 어떻고? 또 아니면 어떤가요?”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준태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다니, 설마 그가 강남의 1인자라고 3년 전의 일과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렇다면 하 세자님께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이준태는 한숨을 내쉬고는 공문수를 힐끗 쳐다보았다. 공문수는 약간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자료 뭉치를 꺼내 하현 앞에 갖다 놓았다. 하현은 아무렇지 않게 몇 번 훑어보고 말했다.“몇 몇 집안들은 3년 동안 잘 발전해온 것 같은데 이건 또 무슨 일입니까?”공문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 세자님, 최가는 세자님의 처가 댁입니다. 최준은 강남에서 문하생들이 많
이준태는 무거운 얼굴로 잠시 후 탄식하며 말했다.“그 사람, 신분이 너무 높아!”“내가 듣기로 대하의 총사령관도 그를 좋게 보고 그를 연경의 병부로 보내서 대장을 맡기려고 한다던데……” “그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하게 두자!”“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우리 가족들과 부하들 잘 단속하고 그와 충돌하지 않게 하는 거야.”공문수는 순간 땀을 흘리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이 선생님이 일깨워 주셨네요. 저희 집안의 몇 놈이 평소에 버릇이 없어서 지금 당장 가서 처리를 해야겠어요.”……같은 시각.하현은 남원 호텔로 돌아왔다. 이때 생신 잔치는 이미 막바지에 다다랐다.강남의 두 거물이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하러 왔기 때문이었다. 강남과 남원의 적지 않은 관청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하나 둘씩 축하 선물을 보내왔다. 특별히 남원 총수사반장 이재윤은 최우현을 그 자리에서 부총수사반장으로 임명하기로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 일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최준은 흥분한 얼굴이었다. 원래 그들 같은 가문이 이런 자리에서 흥분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남원 경찰서 측에서 너무 체면을 세워줬고, 생신 잔치 자리에서 바로 승진을 했다. 이는 최가를 너무 흥분하게 한 나머지 횡설수설하게 만들었다. 최가 할머니는 너무 흥분해서 이때 모든 것을 잊어 버렸다. “보아하니 우리 최가에서 정말 용이 났구나!”최준 역시 기분 좋은 얼굴이었다. “내가 우현이 만할 때는 이런 자리에 앉지 못했었는데, 아마 우현이는 앞으로 강남의 1인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최우현도 신나 하며 말했다.“아버지, 이게 다 아버지의 능력이에요. 만약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강남의 두 거물이 어떻게 오셨겠어요.”“하하하……”최준이 너털웃음을 지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이 의문이 있었다. 이준태와 공문수 두 사람이 도대체 누구를 만나려고 했던 걸까?하지만 지금 어쨌든 잘 됐으니 그럼 됐다. “우현아
말을 마치고 최가 할머니는 또 재석과 희정을 보며 말했다.“너희 부부는 그를 더 잘 가르쳐야 돼!”“어쨌든 지금 은아는 앞으로도 잘 나갈 수 있으니까!”“하현 때문에 은아의 사업에 영향을 끼쳐서 차질이 생기거나 하지 않도록 빨리 잘 결정하고!”분명 최가 할머니는 최씨 가문이 지금 당장이라도 정상급 가문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하현 같은 데릴사위는 분명 못마땅해 보였다!설령 하현이 그녀에게 오리지널 공진단을 줬다 해도 말이다.그녀는 다른 것보다 후손들의 잠재력과 앞날을 중요시했다. 재석과 희정은 분명 이 말의 뜻을 알아들었고 이때 조용히 말했다.“네, 어머니, 알겠습니다!”은아네 일가가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최가 할머니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준아, 너 그 집안 어떻게 생각해?”최준은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희정과 재석 그 두 사람은 사실 별로 큰 가망이 없어 보여요!”“그래도 은아는 괜찮은 거 같아요!”“이런 남편을 만나서 좀 안타깝긴 하지만요. 그래서 별로 은아에게 감정이 좋지 않게 느껴지나 봐요.”최가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지금 우리 최가는 확실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우리의 약점은 상업계잖아!”“만약 은아가 자원을 가지고 우리 문하에 들어올 수 있다면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거야!”“그렇게 되면 우리 집안은 머지않아 최고의 가문이 될 거야!”최준이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어머니, 좋은 생각이 났어요. 제가 나중에 훌륭한 남자를 준비해서 은아한테 접근하도록 해볼게요!”“은아가 마음이 움직여서 이혼할 마음이 생기기만 하면 우리가 이 데릴사위를 쓸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죠!”“듣기로 은아는 다른 사람이 이혼시키려고 하는 걸 엄청 싫어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지금 은아 수중에 있는 자원들이 우리 최가에 필요하니 조심해서 처리해!”최가 할머니는 알아듣게 잘 설명을 해주었다. 최준은 설가 사람들이 지금 퇴장하고
재석은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 아버지가 우리를 가도록 내버려두실 리가 없어!”“특히 우리가 자원과 프로젝트를 가지고 떠나려고 한다면!”“이 일은 너무 어렵다!”은아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확실히 설씨 집안을 떠나는 건 좋은 선택인데 현실적으로는 너무 어려워!”은아는 설씨 가족들을 너무 잘 알았다. 이 집안은 능력은 얼마 안되지만 흡혈충의 능력은 누구보다도 뛰어나다.그녀가 발을 빼려고 한다면, 거기다 맨몸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 너무 어려울 것이다. 하현이 갑자기 말했다. “은아야, 네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대담하게 해. 내가 전폭적으로 너를 지지해 줄 테니까!”은아는 이 말을 듣고 하현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하현을 마음에 들어 하는 이유이다. 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 하현은 지지를 해줄 것이다. 재석과 희정의 표정은 조금 이상했다. 그들은 하현이 정말 바보인지 바보인 척을 하는 것인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은아가 설가를 벗어나고 나면 다음 단계는 반드시 하현을 뿌리쳐야 한다. 그는 그래도 지지를 할까?하지만 하현의 이런 태도를 보고 그들은 조금 안심했다. 적어도 최소한의 번거로움은 덜었다. 사실 하현은 이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이준태가 방금 그에게 보여준 자료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자료에는 최씨, 나씨, 소씨, 구씨 네 집안이 단독으로 존재하는 집안이 아니고 그저 일류 가문일 뿐이었다. 하지만 네 가문이 함께 뭉쳤으니 그들이 가진 자원과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는 심지어 과거의 하씨 가문을 조금 뛰어넘을 정도였다. 지금 천일 그룹은 하씨 가문의 산업과 자산을 모두 정리했으니 이 네 일류 가문은 분명 다각도로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는 오늘 다른 세 명의 일류 가문의 가주들을 만나려고 했는데 결국 그들은 아예 오지를 않았다. 최가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벼슬아치 가문처럼 보였지만
소문으로는 하 세자가 이미 그 당시 최, 나, 소, 구씨 가문이 그에게 손을 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지금 하 세자가 강력해져서 돌아왔으니 이 네 일류 가문은 아마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 것이다. ……남원 명월호. 이곳은 5성급 관광지이다. 그러나 이런 이름있는 관광지의 핵심 지역은 이미 몇 년 전에 개인 회관으로 바뀌었다. 지금 이 구역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수백 명의 호위병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일부 저격수들은 어두운 곳에 숨어 있었고 간혹 진홍색 붉은 반점이 그곳을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이곳은 오늘 완전히 봉쇄되었다. 외부적으로는 유지 보수라고 했지만 사실상은 전세를 낸 것이다. 관광지 주변에는 전화가 걸려 오지 않도록 하는 특수 장치가 많이 있었고, 전자기기가 고장 날 수도 있었다. 이때 그 관광지 중심에 네 명의 노인이 마주 앉아 있었다. 그들 뒤에는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서 있었다.그 안에는 최가 할머니도 있었다. 그리고 강남 3인자 최준도 이런 자리에서는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다른 세 노인의 위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 세 사람은 다 나씨, 소씨, 구씨 집안의 가주들이었다. 나성곤, 소장경, 구기승!남원은 원래 6대 일류 가문이 있었다. 현재 왕씨 집안은 하루아침에 무너졌고, 안씨 집안은 독립적으로 잘 지내고 있다. 하씨 가문이라는 강남의 하늘이 무너진 지금 이 네 일류 가문이 현재 강남에서 최고의 권력을 대표하고 있었다. 특히 나씨, 구씨, 소씨 집안. 이 세 일류 가문은 진정 저력이 깊고 최가와 같은 벼슬아치 집안과는 달랐다. 쉽게 말해 최가는 네 일류 가문 중에서 현재 가장 능력이 약했다. 상업계에서 최가의 약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원래 이 네 집안은 모두 하씨 집안 할머니 이일해의 지시로 움직였었다. 하지만 지금 이일해가 쫓겨나고 나서 하은수만 남겨져 있었다. 지금 이 노인과 대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하은수 한 명뿐이었다.
이때 갑자기 하은수의 미끼가 살짝 움직였다. 그가 손을 흔들자 마자 백룡어 한 마리가 해안가에 내동댕이쳐지는 것이 보였다. 팔딱팔딱 뛰는 백룡어가 허우적대며 죽는 모습을 지켜본 네 가주들은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하은수는 이 광경을 재미있게 감상하다가 백룡어가 죽자 낚싯대를 버리고 손뼉을 치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요즘 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큰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모르겠네요?”최가 할머니가 제일 먼저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일에 대해서 저는 은수 도련님께 묻고 싶네요. 왜 밖에서 하씨 가문이 망하고 천일 그룹이 다 삼켜 버렸다고 소문이 돌고 있는 거죠?”하은수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그건 그냥 좀 져서 물건을 좀 잃어 버린 것뿐이에요. 자산을 잃었다는 소식도 나쁘진 않아요.”최가 할머니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은수 도련님, 하 세자가 3년 전이라면 정말 대단했을지도 몰라요!”“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우리와 싸울 수 있단 말이에요? 우리가 단숨에 우위를 점할 수 있어요!”“인맥.”하은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 바로 인맥이에요. 때로는 권력을 갖는 것 보다 더 유용해요.”“그럼 우리도 망하는 거 아닌가요?”최가 할머니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만약 하 세자의 인맥이 이일해를 몰아낼 정도로 강하다면 이 네 일류 가문이 손을 잡고서 또 그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하은수는 담담하게 말했다.“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승부는 전술이지 한 순간에 이뤄지는 승부는 없어요!”“당신들, 내 배후에서 이 일을 주관하는 사람이 하씨 가문의 할머니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이 말을 듣고 최가 할머니와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동자가 가늘게 움츠러들었다. 이 분 앞에서 그들은 감히 아무 소리도 못했다. 이일해가 드러낸 빙산의 일각만 봐도 그녀의 강함을 알 수 있었다. 하씨 가문이 강남에서 많은 자산을
네 명의 가주들의 표정이 비할 데 없이 어두워졌다. 하은수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재미있네, 여러분 몇 년 동안 지내오면서 이렇게 표정이 심각한 건 처음 봐요.”“이번에는 그분이 여러분에게 충분히 부담스러웠나 보죠?”하은수의 이 말을 듣고 구기승이 웃었다.“은수 도련님, 저는 확실히 압박이 큽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이 돼요.”소장경도 미소를 지었다. “은수 도련님, 안심하세요. 제가 벌써 강남에서 몇 년을 기다렸습니까?”“더구나 은수 도련님이 뒤에서 계략을 짜고 계시니 더욱 안심이 됩니다! 나성곤도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그분이 우리 가족들 중 아무에게나 손을 댔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무너졌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가 또 우리 네 집안을 동시에 쓰러뜨리려고 한다는 것을 미리 알았잖아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어요?”분명 나성곤과 사람들은 자신감이 있었다. 네 일류 가문 중 어느 가문도 단독으로는 예전 하씨 가문보다 낫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이 하나로 힘을 합치면 강남에서 당할 자가 없었다. 최가 할머니는 지금 한 줄기 웃음을 띠며 말했다. “여러분, 비록 하 세자도 한 때 그랬을 뿐이에요……”“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와 놀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거예요!”“제 생각엔 일단 이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한편으론 은수 도련님께 말씀을 드리고, 또 다른 한편으론 밤이 길어져 꿈이 많아 지는 것을 피해야 해요. 시간이 길어지면 상황이 불리해 질 수도 있어요!”최가 할머니의 말을 듣고 나성곤, 소장경과 구기승 세 사람은 모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최가 할머니의 이 말에는 또 다른 차원의 의미가 있었다. 지금 하씨 가문은 강남에서 물러났고, 그들 네 집안은 모두 이일해의 휘하에 있지만 모두 협력관계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이일해가 강남에 없는 틈을 타 하 세자를 쓰러뜨린 후 그의 모든 것을 깨끗하게
나성곤과 사람들은 최가 할머니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때 구기승이 화제를 전환하면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얼마 전 당도대 대장이 당도대 입단 심사식에 나타났다고 들었어요.”“우리가 그날 가서 직접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이 사실 너무 꺼림직합니다!”나성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이제 이일해가 강남을 떠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우리 네 가문도 뭔가 다른 계획이 필요할 거 같아요.”“만약 대장을 우리 빽으로 삼으면 또 별볼일 없는 하 세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요?”소장경은 감개무량한 얼굴로 말했다.“맞아요! 하 세자가 아무리 강해 봐야 상업계에서 달인이지, 대장은 살아있는 전설이잖아요!”“이분이 훗날 우리 대하 병부의 우두머리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있다고 들었어요. 한 사람 아래 만 명이니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상상이 안가네요!”소장경의 이 말을 듣고 모두들 더욱 감개무량해했다. “이분을 만나 뵙고 인사를 드릴 기회가 없어서 안타깝네요! 한 번이라도 만나게 되면 엄청난 영광일 거예요!”최가 할머니도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동시에 그녀는 만약 그 살아 있는 전설을 내 외손녀의 사위로 삼을 수 있다면 자신은 앞으로 아마 강남을 활보하고 다닐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하지만 그녀는 이런 생각을 감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고 그저 허탈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이때 최준이 갑자기 가볍게 기침을 하며 말했다. “여러분, 제가 말씀을 좀 드려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어!?”“대장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 지는 모르겠지만 염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이때 이 가주들은 약간 의아해하면서도 약간 흥분하기도 했다. 최준은 신비로운 얼굴로 말했다. “제가 최근 들은 소식에는 9대 병부가 최근 임무를 교대해서 이남 병부의 우두머리가 강남 병부로 바뀐다고 하더라고요.”“그때가 되면 분명 성대한 행사가 있을 거예요.”“강남의 대장이 그런 행사에 초대받지 않을 이유가 없잖
하현은 두 여자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며 그녀들에게 힐끔 시선을 떨어뜨린 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은아, 우린 들어가자. 사람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진서기는 소항 회관으로 들어가려는 하현의 앞을 가로막으라는 듯 임민아에게 슬쩍 눈짓을 했다.하현은 무심코 발을 떼려다가 줄곧 자신을 무시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임민아가 갑자기 앞을 막자 흠칫 놀랐다.“나한테 무슨 볼 일 있어요?”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하현, 더 이상 설은아한테 찝쩍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당신은 이미 설은아와 헤어졌어요. 그럼 깔끔하게 물러서요.”임민아는 차가운 말투로 내뱉었다.“사람은 눈치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설 씨 집안사람들은 당신을 전혀 반기지 않아요. 모르겠어요?”“이제 알았으면 썩 꺼져요! 어서!”“이곳은 우리 같은 상류층 사람들이 오는 곳이지 당신 같은 얼뜨기가 오는 곳이 아니에요!”하현은 냉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와 설은아 사이의 일은 당신들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 않나요?”“설은아는 내 친구예요. 그러니 친구로서 당연히 이 정도는 할 수 있죠!”임민아는 턱을 치켜들고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은아가 마음씨가 고와서 당신이 이러는 것도 가만히 놔두는 거예요!”“그렇지 않고서 당신같이 능력도 없고 돈도 없고 역량도 부족한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은아와 함께 있을 수 있겠어요?”“은아는 타고난 미모에 붙임성까지 있는 사람이에요. 봉황이 노는 곳에 어찌 꿩이 알짱거릴 수 있겠냐구요?”“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요?”여기까지 말한 임민아는 콧대를 잔뜩 치켜세우며 위엄을 과시하려 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하현은 한쪽 입가를 살짝 말아올리며 냉소를 흘렸다.이윽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임민아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임민아 씨, 맞죠?”“당신은 스스로가 너무 잘난 줄 아는 사람이군요.”“내가 어떤 사람이든, 자격이 있든 없든 그건 당
”아니야.”하현은 설은아가 갑자기 간민효를 언급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얼른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엄도훈이 나한테 메시지를 보냈어.”“우리 쪽이 계약할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 물어본 거야.”“그래서 회사 법무팀에 직접 물어보라고 연락한 거야.”하현의 설명을 들은 설은아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아, 갑자기 생각났어. 엄도훈이 당신한테 이러는 걸 보니 간민효가 당신한테 엄청 많은 도움을 줬었나 봐, 그렇지?”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이런 조그만 일에 간민효를 들먹일 필요는 없어.”설은아는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만약 무성이나, 혹은 남원이나, 대구였다면 그녀도 그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그러나 금정은 역사와 유서가 깊은 곳이었다.다른 곳과 비교할 곳이 아니었다.금정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하현이 이런 말을 하니 설은아는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는 억지로 자신의 마음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왜냐하면 하현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분명 금정에도 그의 포석을 두었음이 틀림없다.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이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인정하기 싫은 질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이런 생각에 사로잡히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이슬기를 떠올렸고 왕주아를 떠올렸고, 동리아를 떠올렸다.그녀의 마음은 더욱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청거렸다.질투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그들의 차는 그렇게 달리고 달려 으리으리한 소항 회관에 다다랐다.화려한 불빛이 눈앞에 일렁거렸고 많은 차들이 오갔다.곳곳에서 향기로운 바람이 퍼졌고 많은 미남미녀들이 드나들었다.차가 멈춘 후 하현은 설은아를 따라 걸어 나왔고 곧이어 마세라티가 멈추어 서는 것이 보였다.빼어난 몸매에 세련된 메이크업을 한 두 여자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두 여자는 설은아가 금정에서 안 지 얼마 안 된 비즈니스 파트너였다.한 사람은 진서기이고 다른 한
”그래, 맞아! 아들이 하는 말에 무슨 토를 달아?”최희정은 이 기회를 틈타 자신이 한 말을 완전히 뒤집을 모양이었는지 싸늘한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자네, 그렇게 능력이 많아?”“그렇게 은아랑 재결합하고 싶어?”“그럼, 좋아!”“자네가 우리 은아를 대구 정 씨 가문 수장으로 만들면!”“나도 두 사람의 재결합을 승낙할게!”“둘이 같이 살고 싶으면 살아도 돼. 그건 내가 허락해 줄 수 있어.”하현은 최희정을 지그시 바라보았다.나이에 비해 여전히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최희정이 표독한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는 이렇게 계속하다간 양측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질 거란 걸 잘 알았다.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설은아의 모습을 보던 하현이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대구 정 씨 가문 수장이요? 문제없죠!”“설은아를 그 자리에 올려놓겠습니다!”“그래! 알았네! 자네가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두고 보겠어!”최희정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며 하현이 식탁에 않는 걸 더는 막지 않았다.식사 자리는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어색하고 불편한 식사를 마친 뒤 이영산 부부가 떠나자 하현은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그때 발코니에 있는 설은아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설은아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오늘 저녁 소항 회관에서 모임이라고?”“그래, 꼭 시간 내서 갈게.”“그런데 내가 말씀드린 그 일은 가닥이 좀 잡혔어?”하현은 이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후 내내 휴식을 취한 설은아는 저녁 6시가 되자 단장을 하고 차를 몰고 어딘가로 떠나려고 했다.차에 시동이 걸리자마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하현이 불쑥 조수석 문을 열고 히죽히죽 웃으며 차에 올라탔다.“여보, 어디 가게?”설은아는 원래 하현을 소항 회관에 데리고 갈 생각이 없었지만 하현이 조수석에 올라타는 걸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오늘 저녁 중요한 비즈니스 모임이 있어. 친구가
”그래요?”하현은 최희정에게는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뜨며 이영산을 쳐다보았다.“우리 처남, 어서 밥이나 먹어!”이영산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아예 하현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겠다는 듯 시치미를 뗐다.최희정은 하현이 자신의 양아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음 같아서는 하현을 향해 뺨이라도 한 대 갈기고 싶었다.그러나 문제는 하현이 내놓은 수표와 계약서가 모두 사실이어서 그녀로서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가짜 처남! 당신은 신분도 가짜라서 한 마디 못하고 있는 거지?”“남자가 되어서 남아일언중천금이란 말도 몰라? 본인이 한 말도 수습하지 못하겠지? 그렇다면 당신은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나 같은 사람보다 훨씬 못한 거 아냐?”하현이 이영산의 체면을 사정없이 깎아내렸다.그는 자신의 아내를 무시했던 이영산을 조금도 봐줄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지금 간이 너무 싱거워? 그렇다면 내가 좀 더 끓어줄까? 그러면 당신의 입맛에 맞게 될 텐데. 어때?”“자네, 그만해!”이때 최희정이 테이블을 세차게 내리치며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아주 기고만장하군!”“오백억 돌려받고 계약 한 건 따낸 것뿐이잖아?”“뭐가 그렇게 기고만장할 게 있어?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고?”“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자네더러 능력 있다고 추켜세울 줄 알았어?”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어쨌든 장모님이 말씀하셨잖습니까? 그래서 난 돈을 받아왔구요.”“그러면 이제 저는 설은아와 재혼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호적등본은 어딨죠?”“제가 가져가도 되는 거죠?”하현의 말을 들은 최희정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눈앞의 하현이 못마땅해 죽을 지경이었다.그녀는 절대로 두 사람의 재결합을 승낙할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허락하지 않으면 하현의 비아냥에 더욱 설 곳이 없어져 도저히 끝까지 버틸 수가 없었다.“설은아, 장모님이 별로 이의가 없으신 것 같으니
말을 마치며 최희정은 그릇을 꺼내 대문 앞에 세차게 던졌다.이어 그녀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어서 사죄해!”“저기 가서 무릎을 꿇으란 말이야!”딸과의 재결합을 허락받기 위해 온 남자라면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왔을 것이다.그런데 엄도훈한테서 오백억을 받아왔다고?허튼소리도 정도껏이지!이를 본 설유아는 급기야 울상이 되어 말했다.“형부, 그냥 지금 엄마한테 사과하세요. 대단한 일도 아니잖아요...”“수표도 계약서도 진짜입니다. 거짓 하나 없는 사실이라구요!”하현은 설은아가 건네주는 물컵을 집어 들고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그런데 제가 무슨 죄를 인정해야 합니까?”“허허! 하현! 쓴맛을 봐야 피눈물을 흘리며 단념할 모양이군!”하현이 완강한 자세를 보이자 이영산은 한껏 비웃으며 말했다.“저따위 가짜 계약서와 수표는 인터넷에 뒤져보면 얼마든지 위조할 수 있어! 당신 같은 사람이 이걸 모른다고?”“만약에 저것이 가짜로 판명된다면!”“당장 이 집에서 나가! 절대 돌아올 생각하지 마!”설은아를 포함해 설 씨 집안의 모든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 이영산은 하현이 철저히 없어져 주길 간절히 바랐다.하현이 끼어들어서 그의 수많은 계획들이 틀어졌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으로 관련 사이트를 열어 계약서 번호를 입력해 조회하기 시작했다.최희정은 하현이 하루아침에 오백억이라는 거금을 받아왔다는 말을 조금도 믿지 않았고 계속 짜증스러운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조회는 왜 해 보는 거야?”“거두절미하고 당장 무릎 꿇어! 무릎 꿇기 싫으면 당장 꺼지라고!”말을 마치며 최희정은 경호원 몇 명을 부르려고 핸드폰을 들었다.“어?!”순간 이영산은 온몸에 전율이 올랐다.“이럴 리가 없는데? 이, 이게 어떻게 진짜일 수가 있어?”“믿을 수 없어!”당황한 이영산의 목소리에 최희정은 어리둥절해하며 이영산을 쳐다보았다.그러고 나서 이영산의 핸드폰을 잡아채듯 가져와 계약서와 대조해
”탁!”“신사 상인 연합회가 SL그룹에서 빌려 간 돈 오백억이에요!”“탁!”“신사 상인 연합회와의 향후 5년 치 계약서입니다!”“탁!”“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이 선불한 첫해 선입금입니다!”“선입금은 되돌려 줄 필요없이 계약은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습니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최희정을 바라보며 웃는 듯 마는 듯 오묘한 미소를 떠올렸다.“설 씨 집안을 대신해 오백억을 돌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5년 치 계약도 성사시켰고 선입금까지 받았어요.”“선입금까지 호주머니에 찔러줬으니 이젠 두 사람, 그 입 다물 수 있겠죠?”하현은 그릇을 집어 들고 이영산의 면전에서 ‘퍽’하고 깨뜨렸다.“가짜 처남! 이제 먹어도 돼. 국물도 먹어가면서 먹어. 체하지 않게.”“뭐?”하현의 말을 듣고 모두들 그가 방금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물건들을 보았다.설 씨 가족은 하나같이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러고는 하현에게 시선을 돌려 더욱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하현은 빚을 돌려받아 왔을 뿐만 아니라 계약서에 선입금까지 받아왔기 때문이다.이것은 결코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말도 안 돼! 이건 절대 불가능해!”이영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장 먼저 벌떡 일어섰다.“신사 상인 연합회가 어떤 곳이야? 그곳은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사가 뒤를 받쳐주는 곳이야!”“호랑이 같은 그들 입에서 먹이를 빼앗아 올 수 있는 사람은 없었어!”“당신 같은 얼뜨기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지?”“가짜야! 계약서도 수표도 모두 가짜일 거야! 틀림없어!”“당신은 설은아를 얻기 위해 이런 뻔뻔한 짓을 벌인 게 분명해!”“잘 들어! 난 설은아의 의붓 오빠야! 어머니 아버지의 장자로서 절대 당신의 그런 더러운 음모가 실현되는 걸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거야!”“계약서와 수표를 위조하는 것은 중죄야!”“법대로라면 당신은 적어도 십몇 년은 감옥에서 썩어야 해!”말을 하면서 이영산은 이를 갈며 수표
”드셔보세요?”“드셔보면 알 거예요!”“여기 자리 없는 거 안 보여? 여기 이 음식들, 우리가 다 먹기에도 모자라!”“먹고 싶으면 조용히 구석에서 먹고 가. 안 그러면 그냥 가든지!”최희정은 손에 젓가락을 쥐고 설유아를 툭툭 치면서 못마땅한 듯 싸늘하게 내뱉었다.설유아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엄마. 다 차려진 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일이야. 그리고 우린 한 가족이잖아!”“가족? 저놈은 우리와 한 가족이 아니야!”“이 대문을 들어서게 한 것은 그나마 알던 사이라서 체면을 봐준 거야!”“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 요리들은 먹성 좋은 우리 아들이 먹기에도 모자라다는 거야!”“남는 게 어디 있어?”최희정은 하현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한 듯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이영산은 최희정의 말을 듣고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었다.“어머니, 어머니는 정말 제 친어머니나 다름없어요. 아니 제 친어머니보다 더 저한테 잘해 주세요!”“제가 대식가라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맞아요. 여기 있는 음식들, 제가 먹기에도 모자랄지 몰라요.”설유아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 닭찜은 형부 먹인다고 해놓고선...”“닥쳐!”설유아의 말대꾸에 최희정은 더욱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닥치지 않을 거면 너도 저 몹쓸 놈이랑 함께 꺼져!”“예전에는 상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저 얼뜨기랑 우리 집안은 아무 상관도 없는데 왜 내가 잘해 줘야 해?”최희정은 하현의 향해 눈을 부라리며 콧방귀를 뀌었다.“우리 집에 와서 뻔뻔하게 재혼을 한다고 큰소리치는 걸 보니 3년 동안 밥 안 먹어도 굶어 죽지는 않겠어!”장리나가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저 사람은 백두산 산삼까지 먹었는걸요. 평생 밥 안 먹어도 괜찮을 거예요.”설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엄마, 그리고 당신들 그만해요!”“하현은 내가 부른 거예요.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말하세요!”“네가 오라고 했다고?”설은아의 말을 듣고 최희정이 불쑥
엄도훈이 지금까지 무사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건달이었기 때문이다.매일 싸우고 죽이는 일이 다반사인 그의 몸에 혈기가 항상 돌고 있었던 것이다.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이미 수천 번은 죽어도 더 죽었을 것이다.“곧 죽는다구요?!”엄도훈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팔괘경에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형님, 이 물건은 제가 골동품 시장에서 사 온 거예요.”“몇만 원짜리 물건인데 그렇게 큰 문제가 있는 겁니까?”엄도훈 같은 건달들은 주먹이 곧 도리라고 믿었다.그런 그가 어떻게 풍수나 관상술 같은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그래서 그는 하현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던 것이다.정말로 풍수라는 것이 있다면 아무리 해도 풍수를 이길 수 없는데 사람들이 뭐 하러 고군분투하겠는가?사실 엄도훈은 하현이 오늘 자신과 싸우고 난 뒤 살짝 겁주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하현에게 밟혀 제대로 호된 맛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가 사기꾼이 아닌가 의심까지 할 뻔했다.하현은 담담하게 툭 내뱉었다.“믿거나 말거나 그건 당신 마음이지.”엄도훈은 하현의 말을 듣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문제가 생기면 방금 사람을 찌르려던 그 비수를 가슴에 달고 있어. 그 물건에 혈기가 있으니 당신의 목숨을 구해 줄 거야.”“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하현은 말을 마치며 돌아섰다.엄도훈은 하현의 말을 듣자마자 가타부타 말이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하현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사람을 속이는 방법도 어지간해야지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현이 떠난 뒤에 엄도훈은 정형외과에 가서 뼈를 맞추려고 손을 늘어뜨린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가 건물을 나와 막 대문 쪽으로 향하려는데 갑자기 지붕 기와가 미끄러져 내려와서 ‘퍽’소리를 내며 그의 이마에 떨어졌다.엄도훈은 머리를 감싸고 욕을 했지
하현은 차를 마시며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엄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빚진 것은 저희 잘못입니다. 형님이 직접 가져가 주십시오.”“그리고 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앞으로 보상 차원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이번에는 절대 걱정하는 일 없을 겁니다!”“절대로 더 이상 빚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백억을 선불로 내겠습니다!”“첫해 합작하는 것에 대한 선입금입니다!”“부디 형님께서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SL그룹의 약품과 기기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건입니다.”“금정에서도 우리는 SL그룹만 계약할 겁니다.”말을 하면서 엄도훈은 수표 한 장을 꺼내 하현 앞에 내놓았는데 그것이 오백억이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엄도훈을 바라보았다.비록 그가 수려한 언변을 늘어놓은 건 아니지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모습이었다.어차피 엄도훈이 또 이상한 짓을 하려 한다면 하현이 한 발로 밟아 죽이면 되는 일이다.“알았어. 그래 그럼 수표와 계약서는 내가 가져가지.”하현은 찻잔을 내려놓았다.“하지만 당신들과 합작을 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내 아내의 뜻에 달렸어.”“알겠습니다!”엄도훈은 하현의 말을 듣고 더욱 환하게 웃었다.“형수님 뜻에 따르겠습니다!”“형수님이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잠시 말을 멈춘 엄도훈은 뒤에서 선물 상자를 꺼내 하현 앞에 공손히 놓았다.“형님, 이것은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이번에 어떻게 하다 보니 서로 싸우면서 안면을 트게 되었지만 성의는 해야죠. 서로 알게 된 인사치레 선물이라 생각하고 받아주십시오.”말을 하면서 엄도훈은 선물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각양각색의 보석이 가득 박혀 있는 여성용 시계가 있었다.프랑스산 고급 명품 브랜드 시계로 그 가치는 억 단위가 넘었다.“여자시계?”하현이 무심코 입을 열었다.“이거 줘 봐야 소용없어.”“형님, 꼭 받아주십시오.”“사양하지 마시고요. 형님의 정체에 대해 알고 싶어서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