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유아가 어찌 된 일인지 설명을 하자 하현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때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민재가 냉소하며 말했다. “어? 네가 보호자야?”“내가 경고하는데 오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저 두 사람을 내 보내!”하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 자식들은 예의도 몰라? 너도 마찬가지네!”“이 분들은 귀한 손님이야. 네가 뭔데!?”이민재가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 하현은 냉담하게 말했다.“좋은 뜻으로 온 사람들이 귀빈이지. 이런 인간 쓰레기한테는 벌써 체면을 세워줬잖아!”“3초 시간 줄게. 빨리 튀어 나오라고 해.”“너 머리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우리 귀빈보고 기어 나와서 사과를 하라고? 너 여기가 어딘지 몰라?”이민재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셋, 둘, 하나……”이민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적 장애인이네, 너 정말 숫자를 센 거야? 네가 백 번을 세도 너를 상대할 사람은 없어!”“너 여기가 어딘지 알고 이러는 거야?”“여기는 안씨네 구역이야!”“너 이 촌놈아. 안씨 집안이 남원에서 뭘 대표하는 지 알아?”말을 마치고 그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이 그의 비장의 카드였다. 여기서 안씨 집안을 말하면 사람들을 놀래 킬 수 있지 않겠는가?누구나 두려워한다고 할 수 있지만 골동품 시장에 온 사람이라면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 “안씨네?”하현이 웃었다. 그는 이민재의 사원증을 보며 말했다.“너 이름이 이민재야? 안씨네 하인인 주제에 안씨네 이름으로 밖에서 행패를 부려? 아주 잘하는 짓이다!”“그래, 내가 바로 안씨네 하인이다! 하지만 내가 하인이라도 네가 나를 건드릴 수는 없어!”“너는 하인만도 못해!”“감히 내 이름을 대다니, 왜 나를 고소해보지 그래?”이민재는 하현을 정면으로 가리키며 고함을 질렀다. 하현은 그를 무시한 채, 직접 핸드폰을 꺼내 전화 한 통을 걸었다. “안수정
하현은 닥치는 대로 이민재를 밀어젖힌 다음 한 발로 귀빈 대기실 문을 걷어찼다. 안에 있는 두 사람에게로 시선을 떨어뜨리고는 차갑게 말했다. “바로 당신들이 사람을 때렸어? 물건을 부쉈다고? 또 유아한테 너희들과 술을 마시게 했다고?”이 광경을 보고 이 두 사람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우리가 그랬다. 왜? 네까짓 것이 우리한테 복수를 하려고?”이 두 사람의 말이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경시하는 눈으로 하현을 바라 보았다. 분명 그들은 자신들이 한 수 위라고 생각했다. “무릎 꿇고 사과하면 내가 이번 한 번은 봐줄게.” 하현이 명령했다. “사과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우리 존경하는 귀빈들이 어떻게 하인에게 사과를 할 수 있겠어?”“네가 우리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지!”이 두 사람은 매우 거만해서 지금 하현과 유아를 전혀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들이 보기에 이 두 하인들은 그들과 대화할 자격이 전혀 없었다. “경비원은? 경비원 어디 있어?”“빨리 이 하인들 쫓아내지 않고 뭐해!”“이 사람이 우리가 쉬는 걸 방해했어!”말을 하는 사이 이 두 사람은 이미 일어섰고 그들 중 한 명은 심지어 손바닥으로 하현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 “퍽!”하현은 바로 발로 이 사람의 무릎을 걷어 찼다. “아______”순간, 이 사람은 고통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퍽______”하현은 또 손바닥을 뒤집어 다른 한 사람도 바로 땅 바닥에 주저 앉혔다.두 사람은 일어서려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하현은 한 사람도 기어오르지 못하게 무릎을 꿇도록 했다. “유아야, 나는 원래 너보고 때리라고 하려고 했는데 이 두 사람은 너무 더러워서 네가 건드릴 자격도 없어!”하현이 설유아를 한번 쳐다보자 그녀는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부는 정말 너무 대단하다. 형부가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해결할 수 있다. “이리 와, 이 사람들 뺨 때려. 내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계속 때려!”하현
이민재의 머릿속은 ‘쿵’하면서 온통 멍해졌다. 이때 그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목구멍에서 ‘으으으’ 떨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을 쳐다봤다. 방금 그가 전화를 한 것 같았다. 결국 5분도 안돼서 이사님이 오셨고 거기다 자신은 해고까지 당했다. 이민재는 뭐라고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안흥섭은 손바닥을 뒤로 젖히며 말했다.“꺼져! 어떤 설명도 들을 필요가 없어. 이미 어떻게 된 일인지 다 알고 있어!”“잠깐만.”하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이민재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설마 이 분이 처벌이 너무 무겁다고 자기를 대신해서 사정하려고 하는 건가? 이 생각에 미치자 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는 벌써 계속해서 절을 하며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대인이셔서 관대하시니 감사하기 그지 없습니다!”하현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사람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방금 한 말 기억해?”이민재는 얼굴이 ‘싹’ 하고 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 하현이 이 두 사람의 뺨을 멈추라고 할 때까지 때리라고 한말을 어떻게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하지만 문제는 그는 감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는 외국인을 대할 때 자신이 그들보다 못하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두 사람에게도 아첨을 떨었던 것인데 지금 그들에게 감히 손을 대라니?안흥섭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한 뒤 비웃으며 말했다.“하 도련님의 말이 맞아, 너 지금 당장 이 두 놈의 뺨을 때려!”“그리고 그들에게 내가 손해 본 거 배상하라고 해. 이 두 그릇의 가치는 2억이 아니라 20억이야!“한 푼이라도 모자라면 내가 직접 받으러 갈 거야!”20억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서야 이민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곧이어 그는 비록 바들바들 떨고 있었지만, 부들부들 떨면서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사람 앞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도 멍했다. 그들은 안흥섭을 알고 있었다. 이전에 그들에게 예의를 차렸던 안흥섭이 이제는 그들에게
“하 도련님,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 드립니다. 이 20억은 이 아가씨에게 보상하는 의미로 드리겠습니다.”안흥섭은 빙그레 웃으며 수표 한 장을 설유아에게 내밀었다. 설유아는 하현을 한번 쳐다보며 손을 내밀지 않았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받아. 이건 네가 마땅히 받아야 하는 거야. 네가 받아가지 않으면 안흥섭 대가님이 오늘밤 잠을 못 주무실 거야.”설유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표를 받았다. 안흥섭 곁에 있던 직원들은 지금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했다. 이 분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지?안흥섭과 마주할 때는 그저 보통사람 같아 보이는데. 가장 관건은 그가 이렇게 말을 해도 안흥섭이 전혀 반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게 뭘 말해주는 것일까?그만큼 그의 신분이 안흥섭보다 높다는 뜻이다. 안흥섭은 그의 앞에서는 어린 동생이다!이 직원들은 오랫동안 안흥섭을 따라다녔기에 견문이 넓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강남 전역에서 어떤 젊은이가 안흥섭을 두려워하게 만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설유아가 돈을 받자 안흥섭은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도련님, 다음에 오실 때는 저에게 전화 한 통 주시면 노부가 반드시 직접 모시겠습니다.”“괜찮아요.”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안흥섭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하 도련님, 걱정 마세요. 이번에 제가 반드시 이 골동품 시장에서 몇 가지 시정할 것들을 고치고,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 일부 인간 쓰레기들은 제가 다 치워버리겠습니다!”“거기다 제가 앞장서서 골동품 시장을 규제하고, 가치 있는 물건들은 하나도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서야 얼굴빛이 좀 좋아졌다. 하현의 표정이 달라진 것을 보자 안흥섭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는 하현 하 세자의 신분에 대해 그다지 두려움이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의 또 다른 신분에 대해서는 극도로 두려움을 느꼈다. 지금 서울에서 그날 했던 말들을 생각하면서
설가.설은아의 대모산 리조트 사업이 승승장구하면서 설은아는 설씨 집안에서 입김이 세졌다. 게다가 왕가가 무너지고 설민혁은 잠시 새로운 빽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설가 내부에서는 이제 더 이상 설은아를 귀찮게 할 사람이 없었고 모든 것이 질서정연했다. 이 날, 양복 차림을 한 어떤 사람이 초대장 하나를 설씨네 집으로 보내왔다. 설씨네 별장에서 설씨 어르신은 초대장 내용을 보며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빨리, 빨리 재석이네 식구들을 다 모셔와.”곧, 하현을 포함해 설재석 식구들이 모두 왔다.설씨 어르신은 초대장을 내밀며 웃으며 말했다.“재석아, 희정아!”“너희들 이게 뭔지 알아? 이건 남원 일류 가문 최가가 보내온 초대장이야!”“이건 우리 설씨 가문을 최가 생신 잔치에 초대한다는 거네요!”여기까지 말하자 설씨 어르신은 희정을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셋째 며느리에게 불만이 많았었다. 무슨 남원의 큰 가문이라고 들었는데 오랫동안 설씨 집안에 무슨 확실한 도움이 되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늘 이 초대장을 보고 설씨 어르신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남원의 일류가문 최가가 보내온 초대장이었다!이건 희정의 친정, 설은아와 설유아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집이었다.이 초대장은 설씨 집안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마른 땅에 단비 같은 것이었다. 설씨 집안은 새로운 빽을 찾지 못하는 것이 가장 골치가 아픈 일이었다. 천일 그룹은 비록 설씨 집안의 직속상관이긴 했지만, 설씨 집안 사람들은 천일 그룹이 설씨 가문의 권력과 자산을 빼앗아 갈까 봐 두려워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간절히 새로운 빽을 찾고 있었다. 지금 이 초대장이 그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었다. 이때, 설씨 어르신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희정아, 너는 이번에 최가가 왜 우리에게 초대장을 보냈다고 생각해?”희정이 막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을 때, 설민혁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할아버지, 그게 무슨 말이세요?”“
이때 희정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설민혁을 가리키며 말했다.“너 여기서 이간질시키지 마. 전에 내 동생이 우리 집안 식구들을 할머니 생신잔치에 초대한다고 말했었어!”“분명히 우리 가족에게 보내는 초대장이야!”“됐어, 됐어, 싸우지 마!”설씨 어르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초대장에 누구 이름이 써있나 보면 알잖아.”그리고는 감격스러운 얼굴로 초대장을 열어보았다. 한 무리의 설씨 가족들이 모두 자기도 모르게 다가와 들여다보았다. 어르신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설가!”이 두 글자를 보고 설민혁은 깔깔대며 큰 소리로 웃었다.“역시, 할아버지, 제 말이 맞죠. 최가는 우리 설가 한테 보낸 거지 어떤 사람한테 보낸 게 아니에요!”설씨 어르신도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오, 그래, 역시 민혁이 말대로네.”“최가가 우리 생신잔치에 10명이 참석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줬어. 만약 너희 식구들에게 최대한 많이 준다고 해도 다섯 자리일 뿐이야.”사실 이것은 설씨 어르신이 남원의 이런 큰 가문의 규정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생신 잔치에 사람을 초대할 때 특별히 누군가를 지칭하는 법은 없다. 그런 특별한 건 보통 전문적인 초대장일 경우에 그런 것이다. 설씨 집안의 지위로서는 아직 그런 특별한 초대장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 “할아버지, 10명이 참석할 수 있다고 했으니 우리 설가의 체면을 세워 준 거네요.”설민혁이 계속해서 말했다.“이건 생신 잔치 자리에서 우리에게 독립된 테이블을 따로 마련해 준다는 뜻이네요. 제가 듣기로 이런 건 보통 사람들이 받을 수 없는 거라고 들었어요!”“좋아, 좋아!”설씨 어르신은 웃는 얼굴이었다.“전에 왕가가 영문도 모른 채 파산을 해서 우리 설가가 일어설 가망이 없어 보였는데 이런 기회가 또 생기다니!”“보니까, 우리 설가는 아직도 운이 좋다. 머지 않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야!”“할아버지, 최가는 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우리가
설씨 어르신은 설은아를 깊이 쳐다보며 잠시 생각을 한 뒤에야 말했다.“은아야, 너 시간 있으면 최근 장부와 공사 진행 상황을 모두 정리해서 나 좀 보여줘.”은아는 설씨 어르신이 핑계 댈 구실을 찾아서 대모산 리조트에 개입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설씨 어르신의 합리적인 요청이라 거절할 수 없었고, 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설민혁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설은아를 쳐다봤다. 할아버지가 기꺼이 손을 써주셨으니 오늘은 너를 잡지 않을게.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자, 이 얘기는 그만하고 이번 최가 생신 잔치에 누가 갈지 한 번 봐요.”설씨 어르신은 손을 한 번 크게 휘둘렀다. 이때야 말로 그가 권위를 과시할 때였다. 사실 그는 설씨 집안이 무슨 근거로 이런 초대장을 받을 수 있었을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정말 프로젝트 하나로 최가가 그들을 중시할 수 있을까?대모산 리조트는 정말 좋은 프로젝트라 설가가 돈을 벌기에 충분했다.하지만 이런 식으로 최가가 설가를 중시 하게 만든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는가?초대장을 보낸 가장 큰 이유는 최가가 의심을 품고 한번 떠보려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설가가 도대체 천일 그룹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기업들이 천일 그룹에 통합이 되었는데도 무슨 근거로 설가는 괜찮은 것인가?지금 배후에서 최가를 주도하는 사람은 하씨 가문이 남원에 남겨둔 하은수였다. 이 초대장을 포함해 모두 그가 허락한 것이다. 만약 이런 이유가 아니었다면 이런 생신 잔치에는 최가가 희정에게 전화 한 통 걸어 참석하라고 하면 됐을 것이다. 초대장을 받고 싶어할 생각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할아버지, 초대장에 열 명만 참석할 수 있다고 명시가 되어있으니 누가 갈 수 있을지, 또 어떤 사람이 가면 창피를 당할 지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아요!”설민혁은 누군가를 가리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는 확실히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설민혁이 빈정대는 모습을 보이자 하현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가고 싶으면 당연히 갈 수 있고, 내가 가기 싫으면 누구도 나를 보낼 수 없어.”민혁은 비웃었다. “이렇게 허풍을 떨면서 말하다니, 그럼 너는 갈 수 있겠네! 네가 만약 잔치에 참석한다면 내가 너한테 무릎 꿇을게!”하현이 웃었다.“너 또 무릎 꿇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나는 그런 거에 관심 없어.”“너너너……”설민혁은 서울 골동품 품평회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 안색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는 심호흡을 한 후에야 입을 열며 말했다. “하현,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아. 네가 조금 솜씨가 있다고 안씨 집안이 골동품 품평회에 너를 초대한 거잖아!” “이번 생신 잔치는 이전과는 달라. 이건 일류 가문 최가의 생신 잔치야!”“최가의 주인, 강남의 3인자!”“이 집안은 네가 솜씨가 좀 있다고 해서 너를 초대하지는 않을 거야!”“나는 원래 이번에 너희 가족이 은아를 내세울 수 있겠다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보니 은아를 안 보내는 게 좋겠다!”“은아가 그때 너처럼 우리 설씨 집안의 체면을 구기지 않도록!” 민혁은 말을 마치고 득의양양한 얼굴로 돌아서서 떠났다. 설씨 어르신도 깊이 생각 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런 자리는 정말 은아를 보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설가에서 이미 권력이 너무 무거워서 그녀를 약화시킬 수 있는 이런 기회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설은아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설민혁, 너 너무 과하다!”“할아버지, 최가는 우리 엄마의 친정이에요. 어찌됐든 저희 엄마는 갈 수 있도록 인원에 넣어 주세요!”설씨 어르신은 갑자기 싸늘하게 말했다.“은아야, 너 네가 설가의 무슨 가장이라도 되는 줄 알아? 내가 결정하지도 않은 일을 네가 떠들어대다니!”“내가 경고하는데 누가 가고 못 가는 지는 내가 결정할거야!”말을 마치고 설씨 어르신은 노기등등하게 위층으로 올라갔다. 사실 그는 이 기회를 틈타 화를 냈을 뿐이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