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혁이 빈정대는 모습을 보이자 하현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가고 싶으면 당연히 갈 수 있고, 내가 가기 싫으면 누구도 나를 보낼 수 없어.”민혁은 비웃었다. “이렇게 허풍을 떨면서 말하다니, 그럼 너는 갈 수 있겠네! 네가 만약 잔치에 참석한다면 내가 너한테 무릎 꿇을게!”하현이 웃었다.“너 또 무릎 꿇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나는 그런 거에 관심 없어.”“너너너……”설민혁은 서울 골동품 품평회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 안색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는 심호흡을 한 후에야 입을 열며 말했다. “하현,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아. 네가 조금 솜씨가 있다고 안씨 집안이 골동품 품평회에 너를 초대한 거잖아!” “이번 생신 잔치는 이전과는 달라. 이건 일류 가문 최가의 생신 잔치야!”“최가의 주인, 강남의 3인자!”“이 집안은 네가 솜씨가 좀 있다고 해서 너를 초대하지는 않을 거야!”“나는 원래 이번에 너희 가족이 은아를 내세울 수 있겠다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보니 은아를 안 보내는 게 좋겠다!”“은아가 그때 너처럼 우리 설씨 집안의 체면을 구기지 않도록!” 민혁은 말을 마치고 득의양양한 얼굴로 돌아서서 떠났다. 설씨 어르신도 깊이 생각 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런 자리는 정말 은아를 보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설가에서 이미 권력이 너무 무거워서 그녀를 약화시킬 수 있는 이런 기회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설은아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설민혁, 너 너무 과하다!”“할아버지, 최가는 우리 엄마의 친정이에요. 어찌됐든 저희 엄마는 갈 수 있도록 인원에 넣어 주세요!”설씨 어르신은 갑자기 싸늘하게 말했다.“은아야, 너 네가 설가의 무슨 가장이라도 되는 줄 알아? 내가 결정하지도 않은 일을 네가 떠들어대다니!”“내가 경고하는데 누가 가고 못 가는 지는 내가 결정할거야!”말을 마치고 설씨 어르신은 노기등등하게 위층으로 올라갔다. 사실 그는 이 기회를 틈타 화를 냈을 뿐이
이 말을 들은 희정은 갑자기 화가 나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말하지 않았어!”“우리 오빠가 최가의 주인이고 강남 3인자라고!”“네 말은 훌륭하신 강남의 3인자가 직접 너한테 초대장을 보낼 거라는 거야?”“네.”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원래는 제가 거절했었는데, 지금 은아가 가고 싶다고 하니, 그 사람한테 오라고 시키려고요.”희정과 재석 모두 화가 났다. 허풍 떠는 걸 본적은 있지만 이렇게 허풍을 떠는 것은 본적이 없었다. 이렇게 큰 소리를 치는 게 꼭 진짜 같았다. 이때 희정은 화낼 의욕도 잃어버리고 은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은아야, 내가 엄마로서 한 번 더 좋은 마음으로 충고 하나 할게. 이렇게 큰 소리만 치고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은 일찍이 나가라고 했어야지!”재석도 한숨을 쉬며 떠났다. 이런 사람을 데릴사위로 삼았으니 그의 남은 인생을 처절하게 보낼 운명이었다. 설은아도 좀 화가 났다. 유독 설유아만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형부의 신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형부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기 집안의 그 강남 3인자라는 외삼촌은 형부 앞에서 아마 깍듯하게 대할 것이다. 형부는 전설의 그 사람이다! 스마트 밸리로 돌아온 하현은 틈틈이 슬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맞은 편에서 슬기는 약간 긴장을 하고 있었다.“회장님, 저희 할아버지가 엊그제 회장님을 찾아 가셨다면서요?”하현이 웃으며 말했다.“이 어르신이 우리 둘의 관계를 알아보러 오셨는데 내가 그저 평범한 위 아래 관계일 뿐이라고 벌써 말했어……”“참, 최준에게 내가 생신 잔치에 갈 거라고 말해줘.”“네!”밤새 아무 말이 없었다. 이튿날, 천일 그룹.차 번호판이 00003인 아우디 A6가 주차장 은밀한 구석에 소리 없이 멈춰 섰다. 천일 그룹 최상층 회장 사무실에 평소 위엄 있어 보이는 중년 남성이 슬기의 손에 초대장을 깍듯하게 건네 주었다.“이 비서님, 회장님이 시간이 없
남원 호텔. 이곳은 명성이 높진 않지만 사실 평소에는 외부 영업을 하지 않고 외빈과 투자자를 접대하는 곳이다. 그리고 오늘 이곳은 최가 할머니의 생신 잔치를 하는 곳이다. 이로써 남원에서 최가의 위상을 볼 수 있다. 오늘 이곳의 도로는 경찰들에 의해 봉쇄되었고 많은 사복 수사관들이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초대장을 든 사람 외에도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었다. 듣기로 내부 서비스를 하는 종업원들 조차 특별히 엄선했다고 하니 이 일은 남원에서 최가의 영향력을 말해주었다. 고급차 한 대가 호텔 주차장으로 들어갔고, 호텔 앞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원 관청의 거물들이었다. 상업계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필경 최가는 벼슬아치 집안이다. 이 사람들 중에서 설씨 집안은 별종인 셈이다. 이때 설씨 어르신 외에 설동수, 설민혁, 설지연 등은 모두 왔으나 설은아 일가는 모두 오지 않았다. 설씨 가족은 초대장을 들고 겹겹이 쌓인 관문을 통과해 마침내 남원 호텔에 도착했다. 설민혁이 별안간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이번에 정말 지혜로우시네요. 이번 최가 할머니 생신 잔치에 얼마나 많은 남원의 거물이 나타났는지 몰라요!”“우리가 아무나 몇 명만 알게 되도 나중에 우리 설씨 집안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설씨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가장 중요한 건 최가 주인 최준이야. 강남 3인자라 만약 그 사람이 우리를 좋게 봐주면 말 한 마디로 우리 설씨 집안은 일어설 수 있을 거야!”“이게 바로 말 한 마디로 가문이 흥한다는 전설이야!”이 말을 듣고 설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채로운 모습을 보였다. 만약 오늘 최가가 자신들을 좋게 봐 주기만 한다면 이 얼마나 큰 행운이겠는가!같은 시각.스마트 밸리. 희정과 재석 두 사람 모두 왔다. 희정은 지금 화가 많이 나서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너 초대장이 올 거라고 하지 않았어?”“너 오늘 밤 최가 할머니 생신잔치가 있다는 건 알고 있
“아버지, 저희도 생신 잔치에 참석하러 왔어요. 초대장도 있고요.”이때 설재석은 살짝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비록 하현이 한 말의 진위여부를 알 수 없었지만 문제는 이 시점에서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 초대장이 있다고요? 그럼 꺼내서 보여줘 봐요!”설재석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설재석은 무의식적으로 하현을 한번 쳐다보았다.“하현이 그러는데……”“하현이 뭐라 그랬는데요!?”설민혁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초대장은 현장에 이미 있으니 가기만 하면 된다고 한 건 아니겠죠?”“맞아.”설재석은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푸하하하______”곧이어 설씨 사람들은 모두 허리를 구부리며 웃었다. 하현의 이 치졸한 거짓말을 설재석 일가가 믿었다는 거야?어쩜 이렇게 웃길까!설씨 어르신은 설재석을 보며 말했다. “네가 이렇게 멍청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애초에 너희 가족을 남원에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창피하다!”분명 설씨 어르신은 당시 설가가 어떻게 남원에 올 수 있었는지를 진작에 잊은 거 같다. 주위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을 느끼고 무자비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설재석은 하현을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 오래간만에 그들 집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설은아는 얼굴이 더 창백해졌고 설씨 어르신은 최근 그녀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핑계를 대고 있었다. 하현이 그들에게 도움을 준 셈이었다.“초대장 없이 와 놓고 할아버지가 자비를 베풀어서 너희들을 같이 데리고 갈 줄 알았어?”설민혁은 문득 생각이 난 듯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자. 하현. 만약 네가 나한테 무릎 꿇고 빌면 내가 할아버지께 말씀 드려서 너희 집 한 사람은 들여보내 줄게. 어때?”설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은아도 같이 무릎 꿇게 하자. 우리가 한 명 더 양보하면 되잖아. 좋은 일도 겹치면 좋으니까!”“너희들 너무 심하다!”설은아는 화가 나서 몸이 떨렸다. 이 사람들은 그야말로 우물 속에
“하 선생님, 설 아가씨, 오셨군요. 여기 초대장입니다. 받으세요.”이슬기는 정중하게 하현에게 초대장을 건네고는 돌아서서 떠났다.재석과 희정은 너무 놀랐다.정말 어떤 사람이 초대장을 보내온 것이다. 설씨 가족들도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하현이 큰 소리 없이 정말 사람을 보내 초대장을 가져오게 한 것이다. 게다가 천일그룹의 이슬기보고 가져오게 하다니!얼마나 체면이 서는 일인가!이어 재석과 희정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설은아 가족은 정중하게 생신 잔치에 초대되었다. 잔치 자리는 인산인해를 이루어 벌써부터 사람들로 넓은 홀을 가득 메웠다. 이때 설은아는 홀을 둘러 볼 생각은 조금도 없이 오히려 하현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하현, 너 내 말 좀 들어봐!”“어? 우리 이미 들어 왔잖아.”하현은 의문스러운 얼굴이었다. 다 들어왔는데 또 왜 그러는 거야?설은아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이전에 《부춘산거도》 일이 있었을 때 우리가 이슬기 비서에게 신세를 졌었잖아!”“근데 네가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되지!”“슬기씨한테 네 초대장을 찾아오라고 하다니! 이렇게 하는 건 진짜 안 좋은 거야!”“하현, 앞으로 만약 이렇게 할 거라면 난 안 받을래. 나는 네가 스스로 노력했으면 좋겠어!”“우리가 뭘 얻으려면 스스로 열심히 노력을 해야지.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면 안돼. 알겠어?”설은아가 진지하게 자신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 하현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슬기에게 초대장을 가져오라고 한 게 어떻게 노력하지 않은 게 된 거지?하지만 이 일은 설명한다고 해도 통하지도 않고 게다가 자신의 신분을 말해도 설은아는 믿지 않을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앞으로는 안 그럴게.”“응, 기왕 들어왔으니 좀 둘러보자.”“어쨌든 네 덕분에 오늘 외할머니를 만나게 됐어. 고마워.”말을 마치고 설은아는 방긋 웃었다. 하현은 눈앞이 번쩍 뜨였다. 자기 아내는 웃지 않아도 예
“엄마! 큰 오빠!”희정은 기쁨에 겨워 흐느끼고 있었다. 최가를 떠난 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이제서야 드디어 돌아오게 된 것이다.재석도 감격해 하며 지금 인사를 나누려고 했다. 특히 최준을 보았을 때 그는 눈앞이 환해졌다. 만약 이 분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면 앞으로 설씨 집안에서 그의 자리를 흔들 사람은 없을 것이다.재석이 입을 열기도 전에 최준은 멋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가 할머니는 콧방귀를 뀌며 은아네 집안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눈을 감았다. 재석과 희정은 이번에는 좀 멍해졌다. 뜨거운 얼굴을 차가운 엉덩이에 붙인다더니? 이게 바로 이런 거구나! 난처해도 너무 난처하다! 희정은 최준을 한번 쳐다보았는데 그의 태도는 그런대로 괜찮았다.분명 이 큰 오빠는 내키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받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기 엄마는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더구나 만약 오늘이 그녀의 생일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녀는 태도를 확 바꿨을 것이다.하지만 희정이 집을 떠난 지 이십 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집에 돌아온 셈이었다. 이때 혜정이 앞으로 나서서 원만히 수습을 하며 말했다.“엄마, 유아네 언니 은아 얘기 계속 하지 않으셨어요? 엄마가 젊었을 때처럼 예쁜지 한번 봐봐요!”말을 하면서 혜정은 은아를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외할머니!”“외삼촌!”은아는 이 두 사람을 처음 봤다. 지금 너무 어색해서 몸이 굳은 채로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최준은 얼굴에 한줄기 웃음을 드러내며 말했다.“은아가 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를 세우고 있다고 들었어. 큰 프로젝튼데 일을 잘 하네!”최가 할머니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네, 예쁘다. 일도 잘하고.”분명 이 외손녀는 그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이때 재석이 하현을 한번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너 왜 멍하니 서있어! 빨리 와서 너도 인사해!”하현은 앞으로 나서며 웃으며 말했다.“외할머니, 안녕하세요
이 말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빛이 극도로 일그러졌다. 특히 희정의 얼굴은 정상이 아니라고 할 만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의 엄마를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당시 재석에게 시집을 갔을 때 재석은 진취적인 편이었고 최가 할머니는 그런 그를 목 졸라 죽일 뻔했다. 지금 은아의 남편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말을 하다니 그녀의 환심을 살 방법이 없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가 할머니는 이때 한숨을 내쉬며 곧바로 발길을 돌려 떠나버렸다. 설은아 일가를 쳐다보기도 싫었던 것이다. 희정도 싸늘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가버렸다. 그들이 보기에 은아는 능력이 있으니 받아들일 수 있는 친척에 속했다. 하지만 은아가 이런 남자와 결혼을 했으니 그럼 그들 일가는 설은아를 받아들일지 말지 신중하게 고민을 해야 했다. “형부, 괜찮아요. 할머니가 성질이 좀 있으셔서 그래요. 금방 괜찮아 질 거예요.”설유아가 하현을 위로했다.“유아야. 지금이 어느 땐데 폐물한테 이런 말을 해!?”희정은 거의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이 이렇게 말한 건 할머니에게 자기가 폐물이라고 알린 거나 마찬가지야!”“할머니가 평생 가장 경멸하는 사람이 쓸모없는 남자야!”“이렇게 당당하게 폐를 끼치다니! 정말 구제불능이다!”희정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원래 이번에 최가로 돌아갈 기회가 있을 줄 알았는데, 하현의 한 마디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재석도 이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현, 너 오늘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알아?”“오늘은 우리가 최가에 빌붙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어렵게 이런 기회를 얻었는데! 네가 지금 이걸 다 망쳐놨어!”재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만약 자기 사위가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었다면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더라도 최가 할머니의 인정이라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재석은 정말 너무 후회스러웠다. 그때 왜 이 결혼을 승낙했었는지 정말 후회스럽다.은아 역시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재석은 그제서야 부르르 떨며 일어나 희정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여보, 울지마. 아직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잖아. 만에 하나 좋은 물건이면!?”“좋은 물건! 어떻게 좋은 물건 일 수가 있어!?”희정의 얼굴색이 하얗게 변했다. “나는 지금 안에 골동품 옥만 하나 들어 있었으면 좋겠어. 만약 보통 물건이면……”이렇게 말을 시작하자, 희정은 또 쓰러질 것 같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어렵사리 최가 할머니와 화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만약 이 하현 때문에 다시 물거품이 된다면 그녀는 정말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날 거 같았다. 곧 생신 잔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할머니 생신 잔치에 참석해야 할 거물급 게스트들은 대부분 아직 오지 않았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강남과 남원의 관청 우두머리들이었다. 최가는 설령 강남의 3인자로 관청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긴 했지만 이 거물들은 대부분 실세들이었다. 그러니 꼭 그의 아래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상대방이 체면을 세워주면 그는 분명 직접 환영하며 맞아 들일 것이다. 심지어 최가 할머니가 직접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왜냐하면 강남 1인자가 올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최가의 후손들이 이때 그 뒤를 따랐고 설은아 식구들도 혜정에게 끌려 갔다. 이때 적지 않은 손님들이 희정과 식구들을 보며 수군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 집안 사람들은 누구예요? 어떻게 최가 사람들과 함께 서있는 거예요?”“맨 마지막에 서있긴 하지만 분명 최가의 친척이겠죠?”“이 집안은 최가의 사위라고 들었어요. 예전에 최가가 잘 나가기 전에 최준의 큰 여동생이 남편을 얻었는데 지금 최가에 의지하고 있으니 곧 출세하겠네요!” “허,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넉넉할 때는 깊은 산속에 살아도 먼 친척이 찾아오지만 가난할 때는 번화가에 살아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잖아요.”“이 집안이 재주가 좀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뻔뻔하게 최가에게 빌붙어서 무슨 좋은 결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