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선생님, 설 아가씨, 오셨군요. 여기 초대장입니다. 받으세요.”이슬기는 정중하게 하현에게 초대장을 건네고는 돌아서서 떠났다.재석과 희정은 너무 놀랐다.정말 어떤 사람이 초대장을 보내온 것이다. 설씨 가족들도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하현이 큰 소리 없이 정말 사람을 보내 초대장을 가져오게 한 것이다. 게다가 천일그룹의 이슬기보고 가져오게 하다니!얼마나 체면이 서는 일인가!이어 재석과 희정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설은아 가족은 정중하게 생신 잔치에 초대되었다. 잔치 자리는 인산인해를 이루어 벌써부터 사람들로 넓은 홀을 가득 메웠다. 이때 설은아는 홀을 둘러 볼 생각은 조금도 없이 오히려 하현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하현, 너 내 말 좀 들어봐!”“어? 우리 이미 들어 왔잖아.”하현은 의문스러운 얼굴이었다. 다 들어왔는데 또 왜 그러는 거야?설은아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이전에 《부춘산거도》 일이 있었을 때 우리가 이슬기 비서에게 신세를 졌었잖아!”“근데 네가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되지!”“슬기씨한테 네 초대장을 찾아오라고 하다니! 이렇게 하는 건 진짜 안 좋은 거야!”“하현, 앞으로 만약 이렇게 할 거라면 난 안 받을래. 나는 네가 스스로 노력했으면 좋겠어!”“우리가 뭘 얻으려면 스스로 열심히 노력을 해야지.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면 안돼. 알겠어?”설은아가 진지하게 자신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 하현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슬기에게 초대장을 가져오라고 한 게 어떻게 노력하지 않은 게 된 거지?하지만 이 일은 설명한다고 해도 통하지도 않고 게다가 자신의 신분을 말해도 설은아는 믿지 않을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앞으로는 안 그럴게.”“응, 기왕 들어왔으니 좀 둘러보자.”“어쨌든 네 덕분에 오늘 외할머니를 만나게 됐어. 고마워.”말을 마치고 설은아는 방긋 웃었다. 하현은 눈앞이 번쩍 뜨였다. 자기 아내는 웃지 않아도 예
“엄마! 큰 오빠!”희정은 기쁨에 겨워 흐느끼고 있었다. 최가를 떠난 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이제서야 드디어 돌아오게 된 것이다.재석도 감격해 하며 지금 인사를 나누려고 했다. 특히 최준을 보았을 때 그는 눈앞이 환해졌다. 만약 이 분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면 앞으로 설씨 집안에서 그의 자리를 흔들 사람은 없을 것이다.재석이 입을 열기도 전에 최준은 멋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가 할머니는 콧방귀를 뀌며 은아네 집안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눈을 감았다. 재석과 희정은 이번에는 좀 멍해졌다. 뜨거운 얼굴을 차가운 엉덩이에 붙인다더니? 이게 바로 이런 거구나! 난처해도 너무 난처하다! 희정은 최준을 한번 쳐다보았는데 그의 태도는 그런대로 괜찮았다.분명 이 큰 오빠는 내키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받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기 엄마는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더구나 만약 오늘이 그녀의 생일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녀는 태도를 확 바꿨을 것이다.하지만 희정이 집을 떠난 지 이십 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집에 돌아온 셈이었다. 이때 혜정이 앞으로 나서서 원만히 수습을 하며 말했다.“엄마, 유아네 언니 은아 얘기 계속 하지 않으셨어요? 엄마가 젊었을 때처럼 예쁜지 한번 봐봐요!”말을 하면서 혜정은 은아를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외할머니!”“외삼촌!”은아는 이 두 사람을 처음 봤다. 지금 너무 어색해서 몸이 굳은 채로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최준은 얼굴에 한줄기 웃음을 드러내며 말했다.“은아가 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를 세우고 있다고 들었어. 큰 프로젝튼데 일을 잘 하네!”최가 할머니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네, 예쁘다. 일도 잘하고.”분명 이 외손녀는 그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이때 재석이 하현을 한번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너 왜 멍하니 서있어! 빨리 와서 너도 인사해!”하현은 앞으로 나서며 웃으며 말했다.“외할머니, 안녕하세요
이 말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빛이 극도로 일그러졌다. 특히 희정의 얼굴은 정상이 아니라고 할 만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의 엄마를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당시 재석에게 시집을 갔을 때 재석은 진취적인 편이었고 최가 할머니는 그런 그를 목 졸라 죽일 뻔했다. 지금 은아의 남편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말을 하다니 그녀의 환심을 살 방법이 없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가 할머니는 이때 한숨을 내쉬며 곧바로 발길을 돌려 떠나버렸다. 설은아 일가를 쳐다보기도 싫었던 것이다. 희정도 싸늘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가버렸다. 그들이 보기에 은아는 능력이 있으니 받아들일 수 있는 친척에 속했다. 하지만 은아가 이런 남자와 결혼을 했으니 그럼 그들 일가는 설은아를 받아들일지 말지 신중하게 고민을 해야 했다. “형부, 괜찮아요. 할머니가 성질이 좀 있으셔서 그래요. 금방 괜찮아 질 거예요.”설유아가 하현을 위로했다.“유아야. 지금이 어느 땐데 폐물한테 이런 말을 해!?”희정은 거의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이 이렇게 말한 건 할머니에게 자기가 폐물이라고 알린 거나 마찬가지야!”“할머니가 평생 가장 경멸하는 사람이 쓸모없는 남자야!”“이렇게 당당하게 폐를 끼치다니! 정말 구제불능이다!”희정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원래 이번에 최가로 돌아갈 기회가 있을 줄 알았는데, 하현의 한 마디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재석도 이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현, 너 오늘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알아?”“오늘은 우리가 최가에 빌붙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어렵게 이런 기회를 얻었는데! 네가 지금 이걸 다 망쳐놨어!”재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만약 자기 사위가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었다면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더라도 최가 할머니의 인정이라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재석은 정말 너무 후회스러웠다. 그때 왜 이 결혼을 승낙했었는지 정말 후회스럽다.은아 역시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재석은 그제서야 부르르 떨며 일어나 희정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여보, 울지마. 아직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잖아. 만에 하나 좋은 물건이면!?”“좋은 물건! 어떻게 좋은 물건 일 수가 있어!?”희정의 얼굴색이 하얗게 변했다. “나는 지금 안에 골동품 옥만 하나 들어 있었으면 좋겠어. 만약 보통 물건이면……”이렇게 말을 시작하자, 희정은 또 쓰러질 것 같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어렵사리 최가 할머니와 화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만약 이 하현 때문에 다시 물거품이 된다면 그녀는 정말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날 거 같았다. 곧 생신 잔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할머니 생신 잔치에 참석해야 할 거물급 게스트들은 대부분 아직 오지 않았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강남과 남원의 관청 우두머리들이었다. 최가는 설령 강남의 3인자로 관청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긴 했지만 이 거물들은 대부분 실세들이었다. 그러니 꼭 그의 아래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상대방이 체면을 세워주면 그는 분명 직접 환영하며 맞아 들일 것이다. 심지어 최가 할머니가 직접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왜냐하면 강남 1인자가 올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최가의 후손들이 이때 그 뒤를 따랐고 설은아 식구들도 혜정에게 끌려 갔다. 이때 적지 않은 손님들이 희정과 식구들을 보며 수군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 집안 사람들은 누구예요? 어떻게 최가 사람들과 함께 서있는 거예요?”“맨 마지막에 서있긴 하지만 분명 최가의 친척이겠죠?”“이 집안은 최가의 사위라고 들었어요. 예전에 최가가 잘 나가기 전에 최준의 큰 여동생이 남편을 얻었는데 지금 최가에 의지하고 있으니 곧 출세하겠네요!” “허,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넉넉할 때는 깊은 산속에 살아도 먼 친척이 찾아오지만 가난할 때는 번화가에 살아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잖아요.”“이 집안이 재주가 좀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뻔뻔하게 최가에게 빌붙어서 무슨 좋은 결말이
사람들이 웅성거릴 때 입구에서 제복을 입은 위엄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몇 명 들어왔다. 맨 먼저 들어온 젊은 이는 스물 일곱, 여덟 살처럼 보였는데 오히려 윗사람의 기품이 있었다. 이 분은 최준의 아들이자 설은아의 사촌, 최우현. 그는 남원 경찰서 소대장급의 수사팀장이며, 남원에서는 약간의 권력이 있는 셈이었다. 지금 그는 신이 나서 몇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할머니, 할아버지, 제가 소개 시켜 드릴게요. 이 분은 남원 경찰서의 2인자, 부총수사반장 임기석씨, 이 분은 남원 경찰서의 3인자, 부총수사반장 방희찬씨……”곧 최우현은 7-8명의 남원 경찰서 고위층을 소개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최우현 보다 한두 단계 위였다. 하지만 남원 경찰서의 총수사반장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에 온 고위층들은 모두 최우현의 체면을 세워주었다. 이때 최우현의 안내로 잇달아 선물상자를 건넨 뒤 축하의 말을 전했다. “할머니 만수무강하시길 바랍니다!”“환영합니다. 우식이 경찰서에서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최준은 이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최가 할머니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더 크게 웃었다. 최우현이 이렇게 많은 경찰서의 고위층들을 데리고 오다니, 남원에 있는 것 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 지를 설명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자 최가 할머니는 최우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우현아, 너 정말 우리 최가의 체면을 세워줬구나! 최가의 앞날은 네 몫이야!”“할머니, 우리가 여기서 우현이에게 칭찬을 해줘야겠네요.”“그는 능력이 너무 대단해요! 우리 총수사반장님이 그를 내년의 부총수사반장으로 추천하셨어요!”“그때가 되면 그는 우리 경찰서의 4인자가 돼서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고 최씨 가문은 위엄 있어 질 거예요!”경찰서의 총수사반장은 경찰서의 모든 것을 주관한다.간단히 말해서 부총수사반장의 자리에 누가 앉게 되느냐는 총수사반장이 결정하는 셈이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우현은 내년에 부총수
사실 지금 최가 사람들 중에서 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이 가장 지위가 없는 것은 확실했다. 최준은 말할 것도 없이 그는 강남의 3인자이고 지위도 높고 권력도 있었다. 아들은 곧 남원 경찰서의 부총수사반장이 될 것이고 젊고 유망했다. 최혜정은 크지는 않았지만 혼자 장사를 해서 1년에 몇 십억의 매출을 올렸다. 여민철은 남원 은행의 부은행장으로 자리가 꽤 높은 편이었다. 매년 그에게 일을 부탁하러 오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이들에 비하면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완전 면목이 없다고 할 만했다. 원래 설은아 하나로 버티고 있었는데 하현 때문에 지금 설은아로도 지탱하기가 힘들어졌다. 지금 재석과 희정은 모두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바로 이때 문밖에서 갑자기 또 소리가 들려왔다. 몇 명의 중년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 중 선두에 선 한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최 어르신, 제가 초대를 받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양해를 부탁 드립니다!”“남원의 2인자 왕태환씨군요!”“또 남원 경찰서 1인자 이윤재씨네요!”“저 분은 강남 경찰서 2인자 탁명선씨네!”지금 들어온 세 사람은 모두 남원 전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특히 탁명선은 경찰계에서 인맥이 셀 수 없이 많았고 제자도 많았다. 비록 그가 내년에 물러난다고는 하지만 이 분은 아마 물러나도 실세 거물임에는 틀림없었다. 이 세 분이 왔으니 최씨 가문이라 해도 체면을 내세우기는 쉽지 않았다. “할머니, 복 많이 받으시고 오래오래 사세요!”탁명선과 몇 사람은 연이어 공수했다.하지만 그들의 지위로는 생신 축하를 드리러 왔다 해도 비교적 조심스러웠다. 다른 사람들처럼 수줍은 얼굴과 아첨하는 표정을 지을 수는 없었다. 최 할머니는 만족스러웠다. 지금 그녀는 탁명선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비록 최준의 지위가 높긴 했지만 그녀의 생일 잔치에 이렇게 많은 거물들이 올 수 있
이 말을 듣자 온 장내가 떠들썩했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해졌다. 최우현의 신분은 보통이 아니었다. 이런 그가 뛰어난 인재라고 하다니 이거 보통 사람이 아니겠는데? 어떤 사람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최가에서 가장 요사스러운 인물이 최우현 아니었어? 근데 능력 있는 매부가 또 있다고?”“하긴 최가의 외손녀인데 어떻게 평범한 사람하고 결혼을 했겠어? 어떻게 하면 돈 많고 잘생긴 남자에게 선택 받을 수 있을까?”시선을 계속 돌리다 마침내 하현에게로 시선이 떨어졌고 온몸을 떨며 말했다.“이 분, 이 분의 기개는 정말……”군중 속에서 설씨 집안 사람들은 원래 안색이 좀 어두웠었다. 이때 논란이 이는 소리를 듣고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하나같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설지연이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최가가 왜 그렇게 은아네 식구들을 중시하는지 알겠어요!”“분명 하현이 대단하다고 엄청 허풍을 떨었을 거예요!”“최가 사람들이 그걸 진짜라고 믿다니, 지금 말하면 아마 웃겨 죽을 거예요!”설민혁 역시 냉소하며 말했다. “폐물은 폐물이네, 어디를 가든 망신을 당하니 말이야!”설씨 어르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웃지마, 어쨌든 우리 설씨 집안 사람인 셈이니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들에게서 좀 떨어져 있어!”설씨 어르신은 설은아 일가가 망신 당하는 것을 몹시 불쾌하게 생각했다!사실 최우현도 목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밖에서는 은아가 전설의 하 세자의 내통녀라는 소문이 돌았다. 최우현은 자기도 모르게 설은아의 남편이 바로 하 세자라는 것을 알았다. 물론 그의 직관은 아주 정확했으며 틀린 추측이 아니었다. 하현은 확실히 하 세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이때, 재석과 희정은 최우현이 하현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갑자기 얼굴이 시커멓게 되었다. 지금 그들은 감히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하현을 옆으로 끌어내리려고 하
설은아는 이때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도 왜 지금 밖에서 이런 소문이 떠돌고 있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최우현이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한동안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가 반응을 하며 한 걸음 내디드려 할 때, 생각지도 못하게 하현이 큰 소리로 말했다.“처남에게 대답할게. 내가 확실히 하 세자야.”하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최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신분을 인정해도 별거 아니었다. 그 김에 최가의 반응도 살펴 볼 수도 있었다. “헉!”지금 이 순간 모두들 놀라서 숨을 헐떡였다!이 놈이 정말 하 세자라고?그 당시 하씨 가문을 장악하고 맨손으로 수많은 그룹을 만들어냈던 바로 그 거물!최가는 번성하기를 원했다!최우현은 이때 다른 생각 없이 입을 열었다.“매제, 앞으로 우리 최씨 집안은 당신에게 기대고 싶습니다. 우리를 잘 이끌어 주십시오!”최준의 눈빛도 좀 더 깊어졌다. 만약 눈앞의 이 분이 정말 하 세자라면 최가는 자신의 입장을 잘 생각해야 했고 다른 3대 일류 가문과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때 마침내 설재석이 반응을 했다. 그는 서둘러 말했다.“하현, 너 그만해!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헛소리를 해!”희정 역시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최가 할머니는 큰 소리 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신단 말이야. 제발 부탁이니까 큰 소리 좀 그만 칠래?”설은아는 하현의 입을 직접 손으로 막고 싶었다. 오직 설유아만 어안이 벙벙해졌다. 형부가 그의 신분을 비밀로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어떻게 오늘 스스로 폭로를 하는 거지?이때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최가와 협력하는 건 내가 원하기만 하면 말 한마디면 돼요.”“풉______”이 말을 듣고 재석과 사람들은 거의 피를 뿜을 뻔했다. 끝도 없이 허풍을 떨어 놓고 이렇게 한 마디만 하면 될 일이냐? 허풍 좀 그만 떨면 안돼!“아하하하______”이때 장내에는 떠들썩하게 웃어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설민혁은 배를 움켜쥐고 엎드
”나한테 사과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엄도훈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여기서 끝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하현 형님에게 달렸지요.”“하현?”“하현 형님?”고명원은 이미 사건이 발생한 경위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그는 사건의 근본 원흉인 작자가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병원에서 고통에 울부짖는 자신의 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순간 그의 눈에서 음흉한 빛을 뿜어져 나왔다.그러나 그도 인물은 인물이었다.그는 겉으로는 조금도 그런 내색은 하지 않은 채 미소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현, 안녕하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모든 것이 우리가 제대로 키우지 못한 죄입니다. 우리가 눈치를 채지 못했어요.”“그러니 대인께서 관대하게 여기시어 너그러이 봐주십시오!”“성양이한테는 우리가 제대로 잘 타이르겠습니다!”말을 하면서 고명원은 허리를 굽혔다.그의 모습에선 수조원 자산가의 위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리고 그는 얼른 수표 한 장을 꺼내 하현 앞에 공손히 놓았다.열 자리 숫자, 이십억이었다!이를 바라본 정홍매의 눈동자엔 한기가 가득했다.엄도훈이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하현의 뺨을 때리고도 남았을 것이다.그들 장청 캐피털은 확실히 엄도훈에게는 굽신거려야 하지만 하현의 신원을 알아낸 그들에게 하현은 그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 데릴사위일 뿐인데 뭐가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게다가 하현과 엄도훈이 사이가 좋게 된 이유가 풍수지리 때문이라는데 그것도 하현이 엄도훈을 속인 게 아닌가 하고 두 부부는 의심하고 있었다.간단히 말해서 정홍매의 눈에 하현은 그저 사기꾼일 뿐이었다.지금은 엄도훈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하현에게 굽신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녀는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의를 숨기지 않고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고 사장님, 고맙지만 이 일은 엄 회장이 다 처리한 일이니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나 사장님, 설은아 좀 데려다주세요.”출구에 다다랐을 때 하현은 얼굴이 창백하기 이를 데 없는 나박하를 향해 손뼉을 치며 불러 세웠다.“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전화주세요.”“네, 알겠습니다. 형수님 잘 모셔다드리겠습니다!”하현의 말을 들은 나박하는 믿음직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는 전화를 걸어 임시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어쨌든 지금 이 상황을 가볍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설은아도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하현이 엄도훈과 함께 일을 처리할 거라는 걸 알고 그녀는 바로 스포츠카로 향했다.그러나 운전석 문을 열면서 설은아는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했다.“하현, 얼른 돌아와!”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인 후 설은아를 떠나보냈다....30분 후.소항 회관 프레지던트 룸.엄도훈은 고성양의 일을 처리한 후 가장 호화로운 룸 파티를 열어 하현을 초대했다.값비싼 음식은 물론이고 82년산 라피트 두 병을 준비해 하현을 대하는 그의 성의를 보여주었다.하현은 엄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가 다시 그의 핸드폰 안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이곳은 새로 인테리어한 신사 상인 연합회 사무실이었다.팔괘경은 이미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풍수지리사를 불러 가구 배치도 다르게 했다.하현은 쓱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사무실이 이전에 비해 훨씬 괜찮아졌다는 것을 알았다.그러나 엄도훈의 몸에는 여전히 불운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미간도 검게 변해 있었다.요 며칠 동안 엄도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들으며 하현은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의 질긴 생명력에 새삼 감탄했다.재수가 없는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마 이미 열두 번은 더 죽었을 것이다.하현이 엄도훈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살피려고 했을 때 엄도훈의 전화기가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으며 하현을 향해 옅은 미소를 보였다.“형님, 정말 죄송합니다.”“고명원이 형님한테 직접 사과를
엄도훈의 말에 고성양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장청 캐피털 고명원의 이름이 엄도훈 앞에서 조금도 먹히지 않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엄도훈의 말이 맞았다.장청 캐피털이 고리대금을 풀어 소시민들을 괴롭히더라도 엄도훈 같은 독한 사람을 만나면 당장 무릎을 꿇어야 했다.심지어 배후에 있는 은둔의 왕 씨 가문의 그림자가 없었더라면 장청 캐피털은 이런 일로 몇 번이나 짓밟혔을지 모를 일이었다.얼굴이 일그러진 고성양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엄도훈은 시선을 돌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이런 놈 체면을 세워 주려고 당신들은 여기 이러고 있는 거야?”진서기 일행은 하나같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뭔가 틈을 찾아 따지고 싶었지만 엄도훈의 시선이 너무 무서웠다.이때 이미 고성양은 모든 게 절망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하지만 엄도훈은 하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여기서 멈출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그는 차가운 눈빛과 말투로 입을 열었다.“하현 형님은 마음이 착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하지만 나 엄도훈은 달라. 인과응보. 잘못을 한 상대가 있으면 응당 되돌려줘야지!”“오늘 밤 하현 형님을 괴롭혔거나 형수님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은 자진해서 나와.”“나와서 한 손씩 잘라. 그러면 이 일은 없던 일로 해주지!”“아무것도 못 들은 척, 아무것도 못 본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다가 나한테 걸리면 죽는 거야!”엄도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말속에는 살의가 가득했다.이 광경을 본 하현은 웃으며 설은아의 손을 잡고 룸을 나서면서 나박하에게 자신을 따라나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진서기와 임민아는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은아, 살려줘!”설은아는 발걸음을 떼었다가 멈칫했지만 하현은 마음 약해질 틈을 주지 않고 얼른 그녀를 끌고 룸을 빠져나왔다.“풀썩!”진서기와 임민아 두 사람은 좀 전의 악독한 얼굴은 온데
”이제야 만나게 되었다고?”하현은 차를 마시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엄 사장, 내가 당신 체면을 세워 주지 않은 게 아니야.”“못 간 거야.”“지금 봐! 고성양이라나 뭐라나 하는 사람 말이야!”“내 아내를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때리기까지 하려고 했어.”“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가 말하길 신사 상인 연합회가 그의 뒷배이고 그 사람들이 날 짓밟아 죽일 거라고 하잖아!”“이런 데도 내가 당신한테 갈 수 있었겠어?”“당신 체면을 봐서라도 얼마든지 갈 수 있었지만, 내가 가면 내 아내는 어떻게 해?”“고성양한테서 계속 괴롭힘 당할 텐데?”“그래서 내가 부득이하게 가지 못했던 거야.”하현은 가벼운 무용담처럼 말했지만 그의 말에는 고성양을 향한 가시가 가득 들어 있었다.“신사 상인 연합회를 뒷배로 뒀다구요?”엄도훈은 눈빛이 싸늘해졌고 살기를 머금은 얼굴로 고성양을 노려보았다.“당신 누구야?”그러자 고성양은 바들바들 떨며 입을 열었다.“엄 회장, 나 고성양이야...”“난 당신을 모르겠는데.”엄도훈이 어이없다는 듯 단칼에 잘라 말했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당신의 뒷배가 아니야. 당신 때문에 하현 형님과 맞서는 일은 절대 없어!”“당신 뒤에 누가 있든 오늘 이 일은 반드시 제대로 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그리고 잘 들어. 하현은 신사 상인 연합회의 귀인이며, 나 엄도훈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야!”“감히 우리 형님을 못살게 굴었다니! 그것은 나 엄도훈한테 대든 거나 마찬가지야! 신사 상인 연합회에게 도전한 거라고!”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살기등등하게 말했다.마치 고성양을 잡아죽일 듯 포효했다.엄도훈은 자신의 목숨을 좀 살려달라고 하현을 찾아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고성양이라는 인물이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이름을 들먹이며 하현에게 맞서고 있는 것이었다.이것은 바로 눈앞에서 엄도훈을 엿 먹이는 짓이었다.엄도훈의 말을 들은 진서기 일행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원래 하현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 사장은 감히 고성양에게 대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무릎을 풀썩 꿇은 그녀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진서기와 임민아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눈앞의 장면이 믿기 힘든지 눈 밑에는 쉴 새 없이 경련이 일었다.멀쩡한 이 사장이 왜 무릎을 꿇는 거야?그것도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하현 앞에서?설은아와 나박하는 더욱 놀란 얼굴이 되었다.도무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난폭하게 들이대던 이 사장이 왜 갑자기 이렇게 무릎을 꿇었을까?“쾅!”바로 그때 룸의 문이 벌컥 열렸다.문은 여러 번의 발길질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순식간에 부서졌다.곧이어 수십 명의 남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양복 차림의 남자들은 사나운 기운을 뿜어내며 고성양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경호원들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감히 누구도 대항할 수 없는 거센 기운이었다!문 앞에 모여 있던 구경꾼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소항 회관 직원들, 경호원들도 이 광경을 보고 모두 숨을 죽였다.그때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한 쪽 다리에 깁스를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평소 모습과는 달랐지만 직원들과 경호원들은 모두 그를 알아보았다.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 엄도훈이었다!이곳은 누가 뭐래도 엄도훈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곳이었으니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간첩이나 마찬가지였다!“형님, 형님! 드디어 이렇게 뵙게 되었네요!”무릎을 꿇고 있던 이 사장은 엄도훈이 빠른 걸음으로 뛰어오는 것을 보았다.엄도훈은 의자에 앉아 있던 하현을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눈을 반짝거렸다.이제야 자신이 살았다는 듯한 안도의 눈빛이었다.그는 오늘 길에 적어도 세 번의 교통사고 위기를 모면했다.올라오다가는 개한테 물릴 뻔도 했다.이 상황에서 그는 하현의 말이라면 무조건 굳게 믿을 것이다.엄도훈은 거의 매달리는 모습으로 말했다.“형님, 옆에 좀 앉아도
”야! 내 앞에서 센 척하지 마!”땅바닥에 주저앉아 경련을 일으키던 고성양은 이를 악물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넌 이제 끝났어!”“나하네 미움을 사고 이 사장한테도 미움을 사고 신사 상인 연합회에도 미움을 산 거야!”“네놈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랄 걸!”“하물며 목숨이 한 개뿐인 너 같은 놈은 볼 것도 없어!”진서기와 임민아는 고성양의 말을 듣고 회심의 미소를 떠올렸다.이제 하현이 무릎 꿇는 일만 기다리면 될 것 같았다.“휙!”하현은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바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른 뒤 의미심장한 미소로 이 사장에게 던졌다.“당신이 여자인 걸 봐서 내가 상황 파악할 시간 1분 주겠어.”“그러고 나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할 것인지 아니면 나와 끝까지 싸울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이 사장은 하현의 핸드폰을 잡고 헛기침을 했다.“음흠! 센 척하기는!”“허세 부리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하현은 의자를 하나 당겨 앉았고 천천히 차를 한 잔 따라 마신 후 무덤덤하게 말했다.“50초 남았어.”하현의 모습에 이 사장과 고성양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이 녀석은 도대체 정체가 뭘까?말투나 자세로 보아 하니 보통 놈은 아닌 듯한데...하지만 하현의 행태를 보고 진서기와 임민아는 모두 냉소를 금치 못했다.허세를 부리는 하현의 모습이 해도 해도 너무 어이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하현에게 잠시 시선을 머물고 있던 이 사장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결국 통화버튼을 눌렀다.“뚜뚜뚜!”“형님! 접니다. 무슨 분부라도 있으십니까?”맞은편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이 사장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새하얗게 변했다.자신의 강력한 뒷배라고 믿었던 사람이 하현을 형님이라 부르다니!그것도 이렇게 공손한 말투로!하현의 신분이 상상도 하지 못할 신분인 것인가?!엄도훈은 하현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하는 신세였지만 사실 그는 서남 천문채를
설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럴 때 하현이 자신을 위해 나섰으니 그녀는 분명 그와 함께 할 것이다.그 후에 무슨 큰 문제가 생기면 그녀와 하현이 함께 감당하면 된다!“또각또각!”바로 그때 입구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요염하게 화장을 한 여자가 십여 명의 경호원들을 가득 이끌고 들어왔다.이 여자의 몸에는 여우 같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사람이 들어오기도 전에 룸 안에는 이미 향수 냄새가 먼저 몰려왔다.“어머, 고성양 아니야?”“왜 그래?”“어느 개자식이 감히 당신을 이렇게 만든 거야?”이 여자는 소항 회관 책임자, 이 사장이었다.그녀는 금정 억양으로 한껏 교태를 부린 뒤 시선을 돌려 칼을 씹어 먹은 표정으로 룸 안을 훑어보았다.“어느 개자식이 감히 우리 고성양을 이렇게 만들었어? 왜? 겁이 나서 못 나서겠어? 어서 나오지 못해!”말을 하면서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하현에게로 옮겨졌다.알면서 일부러 호통을 친 것이다.그녀는 하현이 잘못을 인정하길 기다리는 눈치였다.하현은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사장이라는 여자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기세가 대단한 걸 보니 아마도 당신은 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인가 보지?”“정확히는 아니지만 뭐 비슷해.”“내가 여기 책임자야. 모두가 날 이 사장이라고 불러.”“이 바닥 사람들은 웬만해선 내가 신사 상인 연합회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걸 알아!”“일반 사람이건 어둠의 사람들이건 남녀노소 불문하고 내가 있는 이곳에선 싸움을 해서는 안 돼!”“간단히 말해서 당신이 지금 내 구역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운 건 큰 사고를 친 거나 마찬가지지!”“그것도 어마어마하게 큰 사고!”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오늘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옳고 그름을 따져볼 생각도 하지 않는 거야?”“누가 먼저 때렸는지 물어보지도 않냐고?!”이 사장은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약간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말했다.“어이, 젊은이. 내가 발로 생각해
찬 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은 오싹함이 룸 안을 가득 메운 가운데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고성양만이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야! 너 도대체 어느 길바닥에서 굴러먹다 온 놈이야?!”“이렇게 날뛰다니! 뒷감당할 수 있겠어?”“어디서 손을 함부로 놀려?!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신사 상인 연합회에서도 널 죽이려 들 거야!”“신사 상인 연합회?”하현은 옅은 미소를 떠올렸다.“재미있군.”“딱 봐도 외지인 놈이구만!”“이곳이 어디라고 함부로 행패를 부려?”“이곳의 사장인 이 사장은 신사 상인 연합회 엄 회장과 각별한 사이라고!”“여기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건 이 사장 얼굴을 짓밟는 짓이야!”“이 사장 체면을 건드렸다는 건 바로 엄 회장 체면을 건드렸다는 얘기야!”“당신들 모두 이제 끝났어! 아마 죽어도 편히 묻힐 땅 한 평이 없을 거야!”고성양은 이를 갈며 하현과 설은아 일행을 노려보았다.그의 입에서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말이 나오자 주위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장청 캐피털이 큰소리 떵떵 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자산, 즉 돈 때문이었다.하지만 신사 상인 연합회는 달랐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차원이 다른 건달 조직이었다.다만 많이 순화되었을 뿐이다.장청 캐피털한테만 미움을 샀다면 그래도 살아날 길은 있다.하지만 신사 상인 연합회의 미움을 샀다면 그건 말하자면 더 이상 살 길이 없다는 얘기였다.순간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하현의 얼굴을 사정없이 갈기고 싶었다.개자식!여기가 신사 상인 연합회의 영향력이 상당한 곳이라는 걸 모르는 거야?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모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몰라?“하현, 당신 너무 막무가내군!”“사소한 일 가지고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나중에 어떻게 수습하겠다는 거야?”진서기가 참다못해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마치 공정과 정의를 위해 나선 사도 같았다.“똑똑
”퍽!”순식간에 하현은 손바닥을 들어 고성양의 얼굴을 때렸다.얼마나 빠르고 갑작스러웠던지 고성양은 고통에 몸서리치던 비명을 뚝 멈추었다.고성양이 몇 미터나 나뒹굴다가 그의 부하 몇 명과 부딪혔다.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들로 고성양의 오른손은 꽈배기처럼 돌아가 소리도 지를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그를 삼켰다.결국 그의 입가에서는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하현의 동작은 너무 빠르고 거침이 없었다.반응하려야 할 수도 없는 속도였다.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는 수십 개의 눈이 하현을 보고 있었지만 도대체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진서기와 임민아 두 사람은 입을 가린 채 공포에 질린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그녀들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하현은 휴지를 꺼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닦으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고성양 앞으로 걸어갔다.하현은 오른발을 들어 고성양의 종아리를 지그시 밟으며 옅은 미소를 떠올렸다.“어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 그렇지 않으면 이 다리마저 부러뜨릴 거야!”“아!”“이 개자식!”“감히 날 건드려?!”“내가 누군지 알아?”“난 장청 캐피털의 고성양이야!”“날 건드리면 넌 죽어서도 묻힐 곳 하나 없는 신세가 될 거야!”고성양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면서도 상대를 향해 사나운 발톱을 드러내며 위협했다.역시 얼굴도 본 적 없는 낯선 이에게 쉽게 패배를 인정할 고성양이 아니었다.“그래?”“아이고 무서워라!”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사방에서 놀란 눈으로 그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성양의 종아리를 단번에 부러뜨렸다.“차칵!”“앗!”고성양은 눈알에서 피가 튀어나올 정도로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하현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성양의 다른 한쪽 다리를 마저 밟았다.“아! 어떻게...”진서기와 임민아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놀라서 입이 쩍 벌어졌다.이런 일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