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아는 이때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도 왜 지금 밖에서 이런 소문이 떠돌고 있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최우현이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한동안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가 반응을 하며 한 걸음 내디드려 할 때, 생각지도 못하게 하현이 큰 소리로 말했다.“처남에게 대답할게. 내가 확실히 하 세자야.”하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최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신분을 인정해도 별거 아니었다. 그 김에 최가의 반응도 살펴 볼 수도 있었다. “헉!”지금 이 순간 모두들 놀라서 숨을 헐떡였다!이 놈이 정말 하 세자라고?그 당시 하씨 가문을 장악하고 맨손으로 수많은 그룹을 만들어냈던 바로 그 거물!최가는 번성하기를 원했다!최우현은 이때 다른 생각 없이 입을 열었다.“매제, 앞으로 우리 최씨 집안은 당신에게 기대고 싶습니다. 우리를 잘 이끌어 주십시오!”최준의 눈빛도 좀 더 깊어졌다. 만약 눈앞의 이 분이 정말 하 세자라면 최가는 자신의 입장을 잘 생각해야 했고 다른 3대 일류 가문과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때 마침내 설재석이 반응을 했다. 그는 서둘러 말했다.“하현, 너 그만해!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헛소리를 해!”희정 역시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최가 할머니는 큰 소리 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신단 말이야. 제발 부탁이니까 큰 소리 좀 그만 칠래?”설은아는 하현의 입을 직접 손으로 막고 싶었다. 오직 설유아만 어안이 벙벙해졌다. 형부가 그의 신분을 비밀로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어떻게 오늘 스스로 폭로를 하는 거지?이때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최가와 협력하는 건 내가 원하기만 하면 말 한마디면 돼요.”“풉______”이 말을 듣고 재석과 사람들은 거의 피를 뿜을 뻔했다. 끝도 없이 허풍을 떨어 놓고 이렇게 한 마디만 하면 될 일이냐? 허풍 좀 그만 떨면 안돼!“아하하하______”이때 장내에는 떠들썩하게 웃어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설민혁은 배를 움켜쥐고 엎드
“퍽______”곧이어 많은 사람들이 아연실색하는 가운데 최가 할머니가 들고 있던 지팡이로 하현의 등을 바로 내리쳤다. 치고 나서야 할머니는 싸늘하게 말했다. “사람을 귀한 줄 알아야지. 자기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되는지 너는 속으로 헤아려 보지도 않았어?”이어 그의 지팡이로 재석과 희정을 몇 차례 찔렀다.“너네 데릴사위 관리 잘해라. 어떤 자리에서 말을 할 수 있고, 어떤 자리에서는 말을 하면 안 되는지 그가 이해를 못한 거 같은데?”“만약 너희들이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으면 그를 데리고 나가!”“내 생일 잔치는 그야말로 잔치지, 광대가 미친척하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곳이 아니야!”이 말은 너무 무거웠다. 재석과 희정은 그대로 공포에 질려 벌벌 떨며 고개를 떨구고 말을 잇지 못했다. 희정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곳은 자기의 친정이었다!자기가 돌아가기를 늘 그리워하던 곳이다.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온 후 뜻밖에도 이런 치욕을 당하다니!이때 희정은 직접 밧줄을 매달고 싶었다. 너무 창피했다!앞으로 그녀는 어떻게 최씨 사람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있을까!?이 모든 건 하현 이 폐물이 잘못한 것이다!그가 말을 하지 않는다고 아무도 그를 벙어리라고 나무라지 않을 것이다!설재석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하현에게 뺨을 몇 대 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르신이 입을 열지 않았기에 최가 할머니 앞에서 그는 손을 쓸 용기가 없었다. 설은아도 이때 너무나 많이 실망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이 놈은 허풍 떠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더 심해졌다. 예전부터 줄곧 자신을 대장, 하 세자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한 적이 더러 있었다. 이렇게 함부로 지껄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놈은 듣는 둥 마는 둥 오히려 정도가 더 심해져서 이렇게 많은 관청 사람들 앞에서도 이런 말을 해댔다! 최가를 돕는다고?최가는 강남 일류 가문이고 최준은 강남의 3인자다!
창피스럽다! 그녀는 이전에 자신이 설씨 집안에서 충분히 수치스럽게 지냈다고 생각했었다.오늘 이 생에 가장 굴욕적인 순간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설재석도 이를 악물었다. 그들은 오늘 최가에게 빌붙으려고 왔으니 최소한 약간의 성과라도 거두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창피 당한 일 말고 또 뭘 했는가?“굴러 와서 우리 최가의 체면을 구기다니, 이게 무슨 꼴이냐!”이때 최우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당신들 스스로 망신 당하면 그만이지, 우리 아버지와 할머니 체면까지 구기다니?”“당신들 부끄럽지도 않아? 우리는 망신당할 수 없어!”이때 최우현은 정말 거듭 충고를 하며 무쇠가 강철이 되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다. 재석과 희정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홀 안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은아와 유아가 막 들어가려는데 최가 사람이 막아 섰다.“그 놈들은 가도록 내버려두고 너희 둘은 남아 있어.!”어떤 최가 사람이 하현을 가리키며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현이 막 무슨 말을 하려는데 설은아가 울먹이며 말했다.“제발 부탁이니 너 다신 아무 말도 하지 마. 너 들어가도 괜찮겠지?”“그렇지 않으면 나 정말 참을 수가 없을 거 같아!”하현은 그저 홀 안으로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곧 자리를 잡고 앉았다. 원래 설은아 일가의 자리는 상대적으로 앞쪽에 있었고 할머니 자리는 거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일이 있고 난 후 그들의 자리는 맨 뒤의 임시로 추가된 자리로 옮겨졌다. 앞에 있는 자리는 비워둘 지언 정 그들에게 줄 수는 없었다. 자리가 바뀐 것을 보면 최가 할머니가 원래는 설은아 일가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그녀는 완전히 단념을 했다. 왜냐하면 신분이 높은 사람일수록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들의 자리를 볼 때 설재석 일가는 이미 별 볼일 없는 처지가 되었다.
“가자, 우리 빨리 앞쪽으로 가자, 곧 우리 차례가 올 거야!”재석과 희정은 이때까지 뻔뻔하게 맨 앞으로 나가서 역습할 순간이 있기를 기다렸다. 그들은 최가 할머니가 그들이 드린 선물을 보고 함박웃음을 짓는 장면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5백년의 역사가 있는 청화자 그릇입니다. 이것은 남송의 국영 도요지에서 나온 물건 입니다. 이건 골동품 시장에서도 가격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 쌍을 맞출 수만 있다면 더욱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사회자는 다음과 같이 축하 선물을 낭독했다.이때 혜정과 민철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할머니, 생신 축하 드립니다!”할머니는 이때 얼굴에 주름이 잡히게 웃음을 지으며 청화자 그릇을 가져와 보라고 손짓을 했다. 한참을 살펴본 후에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혜정아 역시 네가 마음을 썼구나!”“당연하죠. 할머니께서 만족하실 수만 있다면 저희는 솥을 부셔서 철로 팔 수도 있어요!”혜정은 웃음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이 말이 나오자 장내는 온통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런 물건을 선물할 수 있다면 분명 그곳에서 가장 진귀한 것이 될 것이다. 이때 희정과 재석 두 사람은 약간 멍해졌다. 왜냐하면 그들은 방금 전까지 아직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골동품을 가장 좋아했고, 유아도 선물이 골동품이라고 했기 때문에 할머니를 기쁘시게 해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혜정이가 이렇게 값진 청화자 그릇을 앞에서 드렸으니 그들의 선물은 99% 공개석상에 올리지도 못할 것이다.유아의 표현대로라면 그 선물 상자가 손바닥만한 크기인데 그 안에 얼마나 귀한 물건이 들어 있겠는가?이때 재석과 희정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서로 마음이 통해 그 선물을 다시 가져오려고 했다. 하지만 그 때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오, 다음 선물은 설재석, 최희정 일가가 보낸 거군요!”“어!?”두 사람의 이름을 보았을 때 사회자
“너희들!!!”이때 최가 할머니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설은아 일가는 몇 가지 뜻으로 이 곰팡이 핀 진흙 알을 선물 한 것이다. 이건 자신이 늙어도 죽지 않는 다는 걸 비꼬는 것인가?“언니, 만약 할머니께 선물을 드리고 싶지 않으면 안 드리면 돼. 집에 돈이 없으면 무슨 과일이나 그런 거라도 사서 보내도 이것 보다는 낫겠어!”혜정은 지금 어이가 없었다. 원래 그녀는 자기 언니를 도와서 몇 마디 좋은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최가 할머니가 화가나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데 그녀가 어디 감히 끼어들 수 있겠는가?그리고 희정은 이때 정말 땅에 머리를 박고 죽고 싶었다. 그들이 만약 앞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앞으로 나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이런 선물을 드리게 된 것이다!창피하다! 그들은 친정에서 망신을 당했을 뿐 아니라 남원 전역에, 강남 전역에서 망신을 당했다!진작에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다 하현 때문이다!이 놈은 일을 성사시키기는커녕 망치는 것 밖에는 할 줄 모른다. 생신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이 모양이다. 이때 희정은 현장에서 그를 목 졸라 죽이지 못한 것이 너무 한스러웠다!설가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군중 속에서 웃고 떠들며 하나같이 비아냥거리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폐물은 역시 폐물이다. 어디를 가나 폐물이다.최가의 높은 지위에 오르려고 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했다. 설민혁은 잠시 설씨 어르신을 꼬드겨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한 설은아 일가를 쓸어버릴 생각까지 했다.이렇게 창피한 일을 저지르고도 그들이 남원에서 계속 살 수 있는 면목이 있을까? 일찌감치 물러나라! 이때 최우현이 일어섰다. 사회자는 그를 보며 선물 상자를 들고 말했다. “최우현, 최가네 장손이 경옥을 선물했습니다!”“이건 아주 내력이 많은 물건인데요. 듣기로 특수한 옥이라 장기간 착용하고 있으면 노인의 류마트즘, 편두통에 약간
하현의 이런 행동을 보고 옆에 있던 은아가 화가 치밀어 올라 지금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너 또 뭘 하려고 하는 거야?”“그걸 그렇게 뚫어지게 봐서 뭐하게?”“이런 상황에서 꽃이라도 찾아볼 수 있겠어?”하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넌 이해 못해. 이건 안흥섭 대가가 나에게 준 물건이야. 분명 가치가 있는 거야!”이 말을 듣고 은아는 웃었다. 안흥섭이 누구인가?그래, 비록 네가 감정을 좀 할 수 있다고 남들이 너를 높게 평가할 수도 있겠지. 근데 이 물건을 안흥섭이 너한테 줬다고? 누구를 속이는 거야?이때 홀 안에서 축하 선물은 계속 되었다. 탁명선과 사람들까지도 모두 축하 선물을 보냈다. 물론 그들이 드리는 선물은 그리 비싸지는 않았고 평범한 서화 같은 것들 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은 관청 사람들이었고 그 자리에 온 것 만으로도 이미 최고의 선물이었다. 최씨 할머니도 감히 그들에게 무슨 좋은 선물을 보내라고 바랄 수 없었다. 사회자도 이를 알고 있었고 이런 서화들이 천상천하에 없는 것이라며 허풍을 떨었다! 마지막으로 최준은 직접 다가가 선물세트를 손에 들고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제가 어머니가 특별히 원하시는 게 있다는 걸 알고 준비했어요!”최가 할머니가 선물 상자를 열었을 때 안에는 색이 거무스름하고 은은한 향기가 나는 단약 한 알이 들어 있었다. “이건……안흥섭 대가의 공진단이에요!”최준이 설명했다. “아시다시피, 안씨 집안이 수십 년 전 생각지도 않게 옛날 물건을 입수해 그 안에서 약 한 장과 오래된 알약 몇 개를 꺼냈는데 이게 바로 폐에 그렇게 좋다는 이른바 공진단이라는 거예요!”“연구한 결과, 이 오래된 알약은 폐를 깨끗이 하고 간과 눈을 맑게 하는데 효과가 매우 좋고 기본적인 병을 제거 한다고 밝혀졌어요!”“이런 공진단의 원료가 너무 귀해서 안씨 집안에서도 1년에 수십 알밖에 생산하지 못하는데 저도 큰 값를 치르고 겨우 한 알을 손에 넣었어요!”
온통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리면서 그는 다시 한 번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이때 하현은 방금 사회자가 땅바닥에 내던진 진흙 알을 가리키며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모습을 보고 한 무리의 사람들은 모두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데릴사위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지금 이 마당에 감히 이런 말을 하다니!?그는 자신이 보낸 선물이 어떤 쓰레기였는지 분명 모르고 있었는데, 방금 최준이 공진단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감히 그 진흙 알을 오리지널 공진단이라고 하다니!?그 물건은 강남 일류 가문 안씨 집안의 주인, 안흥섭 대가가 애지중지하는 것이었다!듣기로 당시 강남 병부의 1인 자가 입을 연 적이 있었지만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가 하현 이 데릴사위에게 이걸 선물했을까? 무슨 근거로?그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하현! 너 뭐 하는 거야! 함부로 말하지 마!”은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하현이 또 나와서 말썽을 부리는 것인가?그는 그들 가족이 충분히 비참해지지 않을까 봐 두려운 것인가? 계속 망신을 당하면 그들은 그저 죽을 수밖에 없다!“다들 입 다물어!”이때 최가 할머니가 갑자기 호통을 쳤다. 은아는 잠시 멍하게 있었고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재석과 희정도 유감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 설마 이 데릴사위의 말을 믿으시는 거예요?”최준은 이때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얼굴이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공진단을 어렵사리 구해왔다. 그런데 그가 감히 그의 것을 오리지널 공진단이라고 말하다니?너 지금 나 망신 시키는 거냐!최가 할머니는 이때 차가운 기색으로 하현을 보며 말했다.“너 이 공진단이 오리지널 공진단이라고 했지! 지금 내가 너에게 기회를 줄 테니 증명해봐!”“그래! 이 데릴사위가 어떻게 증명하는지 한 번 보자!”지금 모두들 야단법석을 떨고 있었다. 분명히 최가 할머니가 하현을 혼내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현 이 놈이 지금
많은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면서 하현을 한 대 때리려고 했다. 이게 무슨 경우인가?이런 악심을 품다니, 이건 절대 성의 일 수가 없다.재석과 희정은 이 광경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책상 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창피해!너무 창피해!이미 괜찮아졌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그런데 이 원수가 그의 손에 들고 있던 쓰레기를 오리지널 공진단이라고 하다니!이 놈은 허풍을 떠는 게 두렵지도 않나?지금 재석은 하현을 목 졸라 죽이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이때 설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말했다.“최가 할머니, 제가 여기서 저희 설씨 집안을 대표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하현은 비록 저희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지만 그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저희 설씨 집안과는 한 푼도 관계가 없습니다!”설씨 가족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이때 다른 사람들은 확신을 했다. 보기만해도 메스꺼운 이 알약은 분명 오리지널 공진단이 아닐 것이다.여러 사람들이 말했다.“최가 주인 어르신, 이런 사람을 가만 두고 뭐 하는 겁니까? 얼른 쫓아내세요!”“맞아요! 이 사람이 일부러 사람들을 구역질 나게 하는 거예요!”“이런 사람이 이런 고급스러운 자리에 나와서는 안돼요!”이때 최우현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맨 먼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할머니, 제가 이 물건 화장실에 갖다 버릴게요!”“냄새가 너무 심해서 여기 식사 자리를 너무 오염시키고 있어요!”“멈춰!”바로 이때 최가 할머니가 갑자기 호통을 쳤다. 곧이어 그녀는 더러운 것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 알약을 한 움큼 집어 들고는 코에 대고 자세히 냄새를 맡아 보았다. 그러더니 돋보기 안경을 쓰고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지금 최가 할머니는 혹시라도 이 알약이 손에서 떨어져 깨질까 봐 너무 조심스러웠다. 차츰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는데 이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이었다. 이때 다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설마 이 알약이 정말
”나한테 사과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엄도훈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여기서 끝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하현 형님에게 달렸지요.”“하현?”“하현 형님?”고명원은 이미 사건이 발생한 경위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그는 사건의 근본 원흉인 작자가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병원에서 고통에 울부짖는 자신의 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순간 그의 눈에서 음흉한 빛을 뿜어져 나왔다.그러나 그도 인물은 인물이었다.그는 겉으로는 조금도 그런 내색은 하지 않은 채 미소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현, 안녕하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모든 것이 우리가 제대로 키우지 못한 죄입니다. 우리가 눈치를 채지 못했어요.”“그러니 대인께서 관대하게 여기시어 너그러이 봐주십시오!”“성양이한테는 우리가 제대로 잘 타이르겠습니다!”말을 하면서 고명원은 허리를 굽혔다.그의 모습에선 수조원 자산가의 위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리고 그는 얼른 수표 한 장을 꺼내 하현 앞에 공손히 놓았다.열 자리 숫자, 이십억이었다!이를 바라본 정홍매의 눈동자엔 한기가 가득했다.엄도훈이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하현의 뺨을 때리고도 남았을 것이다.그들 장청 캐피털은 확실히 엄도훈에게는 굽신거려야 하지만 하현의 신원을 알아낸 그들에게 하현은 그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 데릴사위일 뿐인데 뭐가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게다가 하현과 엄도훈이 사이가 좋게 된 이유가 풍수지리 때문이라는데 그것도 하현이 엄도훈을 속인 게 아닌가 하고 두 부부는 의심하고 있었다.간단히 말해서 정홍매의 눈에 하현은 그저 사기꾼일 뿐이었다.지금은 엄도훈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하현에게 굽신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녀는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의를 숨기지 않고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고 사장님, 고맙지만 이 일은 엄 회장이 다 처리한 일이니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나 사장님, 설은아 좀 데려다주세요.”출구에 다다랐을 때 하현은 얼굴이 창백하기 이를 데 없는 나박하를 향해 손뼉을 치며 불러 세웠다.“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전화주세요.”“네, 알겠습니다. 형수님 잘 모셔다드리겠습니다!”하현의 말을 들은 나박하는 믿음직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는 전화를 걸어 임시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어쨌든 지금 이 상황을 가볍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설은아도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하현이 엄도훈과 함께 일을 처리할 거라는 걸 알고 그녀는 바로 스포츠카로 향했다.그러나 운전석 문을 열면서 설은아는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했다.“하현, 얼른 돌아와!”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인 후 설은아를 떠나보냈다....30분 후.소항 회관 프레지던트 룸.엄도훈은 고성양의 일을 처리한 후 가장 호화로운 룸 파티를 열어 하현을 초대했다.값비싼 음식은 물론이고 82년산 라피트 두 병을 준비해 하현을 대하는 그의 성의를 보여주었다.하현은 엄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가 다시 그의 핸드폰 안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이곳은 새로 인테리어한 신사 상인 연합회 사무실이었다.팔괘경은 이미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풍수지리사를 불러 가구 배치도 다르게 했다.하현은 쓱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사무실이 이전에 비해 훨씬 괜찮아졌다는 것을 알았다.그러나 엄도훈의 몸에는 여전히 불운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미간도 검게 변해 있었다.요 며칠 동안 엄도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들으며 하현은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의 질긴 생명력에 새삼 감탄했다.재수가 없는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마 이미 열두 번은 더 죽었을 것이다.하현이 엄도훈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살피려고 했을 때 엄도훈의 전화기가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으며 하현을 향해 옅은 미소를 보였다.“형님, 정말 죄송합니다.”“고명원이 형님한테 직접 사과를
엄도훈의 말에 고성양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장청 캐피털 고명원의 이름이 엄도훈 앞에서 조금도 먹히지 않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엄도훈의 말이 맞았다.장청 캐피털이 고리대금을 풀어 소시민들을 괴롭히더라도 엄도훈 같은 독한 사람을 만나면 당장 무릎을 꿇어야 했다.심지어 배후에 있는 은둔의 왕 씨 가문의 그림자가 없었더라면 장청 캐피털은 이런 일로 몇 번이나 짓밟혔을지 모를 일이었다.얼굴이 일그러진 고성양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엄도훈은 시선을 돌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이런 놈 체면을 세워 주려고 당신들은 여기 이러고 있는 거야?”진서기 일행은 하나같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뭔가 틈을 찾아 따지고 싶었지만 엄도훈의 시선이 너무 무서웠다.이때 이미 고성양은 모든 게 절망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하지만 엄도훈은 하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여기서 멈출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그는 차가운 눈빛과 말투로 입을 열었다.“하현 형님은 마음이 착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하지만 나 엄도훈은 달라. 인과응보. 잘못을 한 상대가 있으면 응당 되돌려줘야지!”“오늘 밤 하현 형님을 괴롭혔거나 형수님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은 자진해서 나와.”“나와서 한 손씩 잘라. 그러면 이 일은 없던 일로 해주지!”“아무것도 못 들은 척, 아무것도 못 본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다가 나한테 걸리면 죽는 거야!”엄도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말속에는 살의가 가득했다.이 광경을 본 하현은 웃으며 설은아의 손을 잡고 룸을 나서면서 나박하에게 자신을 따라나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진서기와 임민아는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은아, 살려줘!”설은아는 발걸음을 떼었다가 멈칫했지만 하현은 마음 약해질 틈을 주지 않고 얼른 그녀를 끌고 룸을 빠져나왔다.“풀썩!”진서기와 임민아 두 사람은 좀 전의 악독한 얼굴은 온데
”이제야 만나게 되었다고?”하현은 차를 마시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엄 사장, 내가 당신 체면을 세워 주지 않은 게 아니야.”“못 간 거야.”“지금 봐! 고성양이라나 뭐라나 하는 사람 말이야!”“내 아내를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때리기까지 하려고 했어.”“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가 말하길 신사 상인 연합회가 그의 뒷배이고 그 사람들이 날 짓밟아 죽일 거라고 하잖아!”“이런 데도 내가 당신한테 갈 수 있었겠어?”“당신 체면을 봐서라도 얼마든지 갈 수 있었지만, 내가 가면 내 아내는 어떻게 해?”“고성양한테서 계속 괴롭힘 당할 텐데?”“그래서 내가 부득이하게 가지 못했던 거야.”하현은 가벼운 무용담처럼 말했지만 그의 말에는 고성양을 향한 가시가 가득 들어 있었다.“신사 상인 연합회를 뒷배로 뒀다구요?”엄도훈은 눈빛이 싸늘해졌고 살기를 머금은 얼굴로 고성양을 노려보았다.“당신 누구야?”그러자 고성양은 바들바들 떨며 입을 열었다.“엄 회장, 나 고성양이야...”“난 당신을 모르겠는데.”엄도훈이 어이없다는 듯 단칼에 잘라 말했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당신의 뒷배가 아니야. 당신 때문에 하현 형님과 맞서는 일은 절대 없어!”“당신 뒤에 누가 있든 오늘 이 일은 반드시 제대로 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그리고 잘 들어. 하현은 신사 상인 연합회의 귀인이며, 나 엄도훈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야!”“감히 우리 형님을 못살게 굴었다니! 그것은 나 엄도훈한테 대든 거나 마찬가지야! 신사 상인 연합회에게 도전한 거라고!”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살기등등하게 말했다.마치 고성양을 잡아죽일 듯 포효했다.엄도훈은 자신의 목숨을 좀 살려달라고 하현을 찾아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고성양이라는 인물이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이름을 들먹이며 하현에게 맞서고 있는 것이었다.이것은 바로 눈앞에서 엄도훈을 엿 먹이는 짓이었다.엄도훈의 말을 들은 진서기 일행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원래 하현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 사장은 감히 고성양에게 대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무릎을 풀썩 꿇은 그녀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진서기와 임민아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눈앞의 장면이 믿기 힘든지 눈 밑에는 쉴 새 없이 경련이 일었다.멀쩡한 이 사장이 왜 무릎을 꿇는 거야?그것도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하현 앞에서?설은아와 나박하는 더욱 놀란 얼굴이 되었다.도무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난폭하게 들이대던 이 사장이 왜 갑자기 이렇게 무릎을 꿇었을까?“쾅!”바로 그때 룸의 문이 벌컥 열렸다.문은 여러 번의 발길질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순식간에 부서졌다.곧이어 수십 명의 남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양복 차림의 남자들은 사나운 기운을 뿜어내며 고성양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경호원들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감히 누구도 대항할 수 없는 거센 기운이었다!문 앞에 모여 있던 구경꾼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소항 회관 직원들, 경호원들도 이 광경을 보고 모두 숨을 죽였다.그때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한 쪽 다리에 깁스를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평소 모습과는 달랐지만 직원들과 경호원들은 모두 그를 알아보았다.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 엄도훈이었다!이곳은 누가 뭐래도 엄도훈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곳이었으니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간첩이나 마찬가지였다!“형님, 형님! 드디어 이렇게 뵙게 되었네요!”무릎을 꿇고 있던 이 사장은 엄도훈이 빠른 걸음으로 뛰어오는 것을 보았다.엄도훈은 의자에 앉아 있던 하현을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눈을 반짝거렸다.이제야 자신이 살았다는 듯한 안도의 눈빛이었다.그는 오늘 길에 적어도 세 번의 교통사고 위기를 모면했다.올라오다가는 개한테 물릴 뻔도 했다.이 상황에서 그는 하현의 말이라면 무조건 굳게 믿을 것이다.엄도훈은 거의 매달리는 모습으로 말했다.“형님, 옆에 좀 앉아도
”야! 내 앞에서 센 척하지 마!”땅바닥에 주저앉아 경련을 일으키던 고성양은 이를 악물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넌 이제 끝났어!”“나하네 미움을 사고 이 사장한테도 미움을 사고 신사 상인 연합회에도 미움을 산 거야!”“네놈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랄 걸!”“하물며 목숨이 한 개뿐인 너 같은 놈은 볼 것도 없어!”진서기와 임민아는 고성양의 말을 듣고 회심의 미소를 떠올렸다.이제 하현이 무릎 꿇는 일만 기다리면 될 것 같았다.“휙!”하현은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바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른 뒤 의미심장한 미소로 이 사장에게 던졌다.“당신이 여자인 걸 봐서 내가 상황 파악할 시간 1분 주겠어.”“그러고 나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할 것인지 아니면 나와 끝까지 싸울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이 사장은 하현의 핸드폰을 잡고 헛기침을 했다.“음흠! 센 척하기는!”“허세 부리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하현은 의자를 하나 당겨 앉았고 천천히 차를 한 잔 따라 마신 후 무덤덤하게 말했다.“50초 남았어.”하현의 모습에 이 사장과 고성양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이 녀석은 도대체 정체가 뭘까?말투나 자세로 보아 하니 보통 놈은 아닌 듯한데...하지만 하현의 행태를 보고 진서기와 임민아는 모두 냉소를 금치 못했다.허세를 부리는 하현의 모습이 해도 해도 너무 어이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하현에게 잠시 시선을 머물고 있던 이 사장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결국 통화버튼을 눌렀다.“뚜뚜뚜!”“형님! 접니다. 무슨 분부라도 있으십니까?”맞은편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이 사장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새하얗게 변했다.자신의 강력한 뒷배라고 믿었던 사람이 하현을 형님이라 부르다니!그것도 이렇게 공손한 말투로!하현의 신분이 상상도 하지 못할 신분인 것인가?!엄도훈은 하현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하는 신세였지만 사실 그는 서남 천문채를
설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럴 때 하현이 자신을 위해 나섰으니 그녀는 분명 그와 함께 할 것이다.그 후에 무슨 큰 문제가 생기면 그녀와 하현이 함께 감당하면 된다!“또각또각!”바로 그때 입구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요염하게 화장을 한 여자가 십여 명의 경호원들을 가득 이끌고 들어왔다.이 여자의 몸에는 여우 같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사람이 들어오기도 전에 룸 안에는 이미 향수 냄새가 먼저 몰려왔다.“어머, 고성양 아니야?”“왜 그래?”“어느 개자식이 감히 당신을 이렇게 만든 거야?”이 여자는 소항 회관 책임자, 이 사장이었다.그녀는 금정 억양으로 한껏 교태를 부린 뒤 시선을 돌려 칼을 씹어 먹은 표정으로 룸 안을 훑어보았다.“어느 개자식이 감히 우리 고성양을 이렇게 만들었어? 왜? 겁이 나서 못 나서겠어? 어서 나오지 못해!”말을 하면서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하현에게로 옮겨졌다.알면서 일부러 호통을 친 것이다.그녀는 하현이 잘못을 인정하길 기다리는 눈치였다.하현은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사장이라는 여자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기세가 대단한 걸 보니 아마도 당신은 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인가 보지?”“정확히는 아니지만 뭐 비슷해.”“내가 여기 책임자야. 모두가 날 이 사장이라고 불러.”“이 바닥 사람들은 웬만해선 내가 신사 상인 연합회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걸 알아!”“일반 사람이건 어둠의 사람들이건 남녀노소 불문하고 내가 있는 이곳에선 싸움을 해서는 안 돼!”“간단히 말해서 당신이 지금 내 구역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운 건 큰 사고를 친 거나 마찬가지지!”“그것도 어마어마하게 큰 사고!”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오늘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옳고 그름을 따져볼 생각도 하지 않는 거야?”“누가 먼저 때렸는지 물어보지도 않냐고?!”이 사장은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약간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말했다.“어이, 젊은이. 내가 발로 생각해
찬 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은 오싹함이 룸 안을 가득 메운 가운데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고성양만이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야! 너 도대체 어느 길바닥에서 굴러먹다 온 놈이야?!”“이렇게 날뛰다니! 뒷감당할 수 있겠어?”“어디서 손을 함부로 놀려?!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신사 상인 연합회에서도 널 죽이려 들 거야!”“신사 상인 연합회?”하현은 옅은 미소를 떠올렸다.“재미있군.”“딱 봐도 외지인 놈이구만!”“이곳이 어디라고 함부로 행패를 부려?”“이곳의 사장인 이 사장은 신사 상인 연합회 엄 회장과 각별한 사이라고!”“여기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건 이 사장 얼굴을 짓밟는 짓이야!”“이 사장 체면을 건드렸다는 건 바로 엄 회장 체면을 건드렸다는 얘기야!”“당신들 모두 이제 끝났어! 아마 죽어도 편히 묻힐 땅 한 평이 없을 거야!”고성양은 이를 갈며 하현과 설은아 일행을 노려보았다.그의 입에서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말이 나오자 주위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장청 캐피털이 큰소리 떵떵 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자산, 즉 돈 때문이었다.하지만 신사 상인 연합회는 달랐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차원이 다른 건달 조직이었다.다만 많이 순화되었을 뿐이다.장청 캐피털한테만 미움을 샀다면 그래도 살아날 길은 있다.하지만 신사 상인 연합회의 미움을 샀다면 그건 말하자면 더 이상 살 길이 없다는 얘기였다.순간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하현의 얼굴을 사정없이 갈기고 싶었다.개자식!여기가 신사 상인 연합회의 영향력이 상당한 곳이라는 걸 모르는 거야?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모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몰라?“하현, 당신 너무 막무가내군!”“사소한 일 가지고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나중에 어떻게 수습하겠다는 거야?”진서기가 참다못해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마치 공정과 정의를 위해 나선 사도 같았다.“똑똑
”퍽!”순식간에 하현은 손바닥을 들어 고성양의 얼굴을 때렸다.얼마나 빠르고 갑작스러웠던지 고성양은 고통에 몸서리치던 비명을 뚝 멈추었다.고성양이 몇 미터나 나뒹굴다가 그의 부하 몇 명과 부딪혔다.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들로 고성양의 오른손은 꽈배기처럼 돌아가 소리도 지를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그를 삼켰다.결국 그의 입가에서는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하현의 동작은 너무 빠르고 거침이 없었다.반응하려야 할 수도 없는 속도였다.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는 수십 개의 눈이 하현을 보고 있었지만 도대체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진서기와 임민아 두 사람은 입을 가린 채 공포에 질린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그녀들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하현은 휴지를 꺼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닦으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고성양 앞으로 걸어갔다.하현은 오른발을 들어 고성양의 종아리를 지그시 밟으며 옅은 미소를 떠올렸다.“어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 그렇지 않으면 이 다리마저 부러뜨릴 거야!”“아!”“이 개자식!”“감히 날 건드려?!”“내가 누군지 알아?”“난 장청 캐피털의 고성양이야!”“날 건드리면 넌 죽어서도 묻힐 곳 하나 없는 신세가 될 거야!”고성양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면서도 상대를 향해 사나운 발톱을 드러내며 위협했다.역시 얼굴도 본 적 없는 낯선 이에게 쉽게 패배를 인정할 고성양이 아니었다.“그래?”“아이고 무서워라!”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사방에서 놀란 눈으로 그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성양의 종아리를 단번에 부러뜨렸다.“차칵!”“앗!”고성양은 눈알에서 피가 튀어나올 정도로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하현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성양의 다른 한쪽 다리를 마저 밟았다.“아! 어떻게...”진서기와 임민아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놀라서 입이 쩍 벌어졌다.이런 일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