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씨 가족의 시선이 갑자기 하민석에게로 쏠렸다. 이 결정적인 순간에 그는 뜻밖에도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이게 무슨 뜻이지? 이일해조차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자신이 새롭게 선택한 꼭두각시도 거역하려는 것인가?이때 하민석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갔고 그는 하현을 깊이 들여다 본 후에야 이일해 앞에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할머니, 사자는 토끼를 잡는 데도 전력을 다합니다!”“하물며 하현은 결코 토끼가 아닙니다!”“비록 당인준이 지금 과거의 정을 봐서 그를 위해 버티고는 있지만!”“그래도 그는 한때 대장이었으니 함부로 봐서는 안됩니다!” “저는 이번에 우리 하씨 가문이 특별히 준비한 가장 큰 비장의 카드를 모시고 싶습니다. 할머니의 허락을 구합니다!”“그래.”이일해는 용머리 지팡이를 흔들었다. “10분 줄게. 나는 이 놈이 내 앞에 무릎 꿇는 걸 보고 싶어!”이 말을 마치고 이일해는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 그녀는 나이가 많아서 어떤 일의 경과를 지켜보는 일에 흥미가 없었다. 그녀는 단지 결론만 보면 그만이었다. 하수진은 이때 어디선가 튀어나와 할머니의 팔을 살짝 부축하며 회의장 뒤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여태껏 앉아있던 하현이 갑자기 일어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일해, 내가 언제 당신한테 갈 수 있다고 말했어?”이일해의 그림자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곤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마음이 바뀌었어. 난 지금 이 불효자식의 시체만 보면 돼!”“네!”하민석은 음침한 얼굴로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시작해!”“네!”하은수는 이때 고개를 약간 끄떡이고는 이내 무전기를 꺼내 명령을 내렸다.“행동 개시!”곧 이어 갑자기 사방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하민석은 이 소리를 듣고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는 차갑게 하현을 쳐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나의 하 세자님……”“네가 하 세자로 오랫동안 있으면서 아직 우리 하씨
변백범은 이때도 안색이 별로 안 좋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하 도련님, 용병인 것 같습니다!”“응, 알아.” 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밖을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갑자기 말했다. “우리 사람들 철수시켜!”“네!”당인준은 군소리 없이 재빨리 무전기를 꺼내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변백범은 안색이 변했다. 대장이 뭘 하는 거지? 실성했나?상대방이 ‘외로운 늑대’를 불렀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당도대 사람들을 철수 시키다니, 이건……설마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 건가?이 생각에 미치자 변백범의 얼굴빛은 극도로 어두워졌다. 이때 밖에서 하씨 가문의 호위병이 뛰어 들어와 하태규의 귀에 대고 몇 마디를 했다. 곧 이어, 하태규는 갑자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하현, 나는 네 뒷손이 뭔지 알 거 같은데?”“고작 20명의 병사들이었구나!”“20명, 너 이 비장의 카드로 우리 하씨 가문을 상대하려고 한 거야! 너를 바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무식하다고 해야 하나!?”하태규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기색이었다. 당인준은 한발 앞서며 호통을 치며 말했다.“당도대 20명은 천군만마와 같아!”“하하하하______”하태규는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맞아, 너희 당도대는 대단하지! 20명이 천군만마라고? 아이고 무서워라!”“하지만 방금 전에 너희 천군만마는 이미 철수했어!”“아하하하______”이 말을 듣고 하씨 집안 사람들이 서로 멀뚱하게 쳐다보았다. 알고 보니 방금 그 호위병이 하태규에게 밖에 20명의 당도대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미 철수 했다는 것을 알리러 온 것이었다.“푸하하하______”“하현, 너 너무 웃기는 거 아니야? 20명으로 우리 하씨 집안을 상대하겠다는 거야?”“근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사람들이 다 놀라서 도망갔네! 이 사람들을 어디다가 쓰려고?”“사람들이 다 가버렸는데 너 이제 어떻게 할 거야?”“우리 쪽에는 사람들이 천 명 정도 있어서, 한 사람씩
하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득의양양한 빛이 떠올랐고, 비아냥거리는 눈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하 세자는 강남의 하늘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이런 능력!이런 솜씨!이런 비장의 카드!강남에서 누가 막아낼 수 있겠는가? 이 사람들이 보기에 강남 용병의 수장을 모셔올 수 없다면 하 세자는 죽을 운명이었다. “대장님!”당인준은 약간 굳은 표정으로 오른손을 칼자루에 대고 꺼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변백범은 창백한 얼굴로 가까스로 자리를 지키며 더할 나위 없는 충성심으로 하현의 뒤를 막아 섰다. 그의 부하들은 지금 온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싸우러 나온 것뿐이었다. 상대가 길바닥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았나?어떻게 지금 총까지 출동한 거야? 항공기 탱크만큼은 아니었지만 무장헬기는 지금 하늘을 빙빙 돌며 언제든지 총알을 빗방울처럼 쏟아 낼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누가 두렵지 않겠는가?하현은 여전히 밋밋한 얼굴로 변백범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너희 부하들은 별로야. 시간이 되면 유라시아 전장으로 보내서 훈련시켜.”“아무 일도 없는데 다리가 후들거리면 어떻게 나를 따라다니면서 일을 할 수 있겠어?”“면목이 없습니다! 하 도련님 말씀이 맞습니다!”변백범은 이마에 땀이 흘렀고 자기도 모르게 반쯤 무릎을 꿇었다. 천군만마를 상대하는 것이 조금 두려웠는데, 하현이 입을 여는 사이 그는 더욱 두려워졌다. 변백범이 한쪽 무릎을 꿇은 것을 본 하씨 집안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고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남원 길바닥의 새로 온 변백범 아니신가? 근데 어쩜 이렇게 찌질 하지?”“우리가 아직 손도 안 댔는데 바로 무릎을 꿇다니?”“이 놈이 지금 우리 하씨 가문에 기대서 우리 개가 되려고 해도 우리는 관심이 없어!”“적당히 들여다 볼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하게 죽게 될 뿐이야!”“기대가 되네! 변백범은 무릎을 꿇었는데 당인준은 언제 꿇게 될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하현에게 집중되었다. 하나같이 그가 무릎 꿇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현이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서 당인준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일어서,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당인준은 감히 반박 할 수가 없어 지금은 똑바로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하현!”이 장면을 본 하태규는 낭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가 만약 지금 무릎을 꿇는다면 내가 너를 대신해서 할머니께 사정을 해 줄 수도 있어.”하현은 하태규를 진지하게 쳐다보고 나서야 담담하게 말했다.“네 말대로 네가 무릎을 꿇어. 나도 널 건드리지 않을게. 일이 끝난 후에도 넌 여전히 하씨 집안의 가장이 될 수 있어.” “간이 크구나! 감히 주인 어르신을 모욕하다니!”“하현, 너는 죽음이 코 앞에 와 있는데도 모르는구나!”“너는 네 빽이 무릎 꿇는 것도 못 봤어? 계속 허세 부릴 거야!?”“주인 어르신께서 너그럽게 널 살려주셨는데도 이렇게 사리분별을 못하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하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야유를 퍼부었다. 그들이 보기에 하현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죽음을 자초하고 있었다. “주인 어르신, 계속 이렇게 힘을 낭비하실 필요가 있습니까?”“그를 처리해버리면 그만입니다. 할머니께서도 계속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가 가서 해결하겠습니다!”하민석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태규는 가볍게 웃으며 오른손을 살짝 들어 올린 뒤 손바닥을 세게 쳤다. “따따따______”가지런한 발자국 소리가 전해졌다. 현장에 도착한 ‘외로운 늑대’ 용병들이 하나 둘씩 총기를 들고 쏜살같이 앞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순식간에 하현과 사람들을 둘러쌌다. 차가운 총구가 하현이 있는 곳을 향했다. 명령만 하면 하현과 사람들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이 장면은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하씨 가문 사람들이 봐도 무서웠다. 총을 쏘게 되면 아마 적지 않은 구경꾼들에게
“쿠크 선생, 우리 할머니는 그가 가장 굴욕적인 방식으로 생을 마감하기를 원합니다.” 하태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희 동양인들은 정말 귀찮아!”“퍽______”곧이어, 쿠크가 짧은 총기 한 자루를 하현 앞에 내던졌다.그리고 나서 그는 차갑게 말했다.“나는 당신들이 무슨 원한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값을 세배나 받았으니 나는 처리를 해야 해.”“너한테 기회를 줄게. 무릎 꿇고 네 스스로 목숨을 끊어!”“그렇지 않고 내가 손을 쓸 때까지 기다리면 너의 말로는 비참해질 거야. 아주 비참하게!”“그러면 너는 나중에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될 거야……”쿠크는 ‘외로운 늑대’ 용병들의 우두머리로, 평소에 거만하고 제멋대로 구는 데 익숙했다. 지금 그의 부하들에게 하현을 해결하라고 할 가치도 없었다. 그가 하현에게 무릎을 꿇고 자결하라고 했으니 이보다 더 굴욕적인 죽음은 없을 것이다. 하현은 고개를 들어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확실해?”“쾅______”쿠크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와 땅에 발을 디디자 큰 소리가 났다. “너는 내가 손을 쓰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 왜냐면 나는 병아리처럼 네 목을 졸라 죽일 테니까!”“건방지게! 너 네 앞에 계신 분인 누군지 알아?”당인준이 화를 내며 살벌한 표정을 지었다. 쿠크는 이 동양인이 살의가 등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지만 별로 크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외로운 늑대’ 용병은 수년 동안 순조롭게 항해를 했었고, 그간 많은 큰 일들을 해냈다. 소위 용병의 왕이라 불리는 많은 군인들을 죽였기 때문에 자존감이 아주 높았다. “내가 건방지다고? 너 쿠크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구나! 감히 나한테 이런 말을 하다니! 그럼 너 여기서 살아서 나갈 생각은 하지 마! 밖에 나가서 나 쿠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지도 못하겠네!”쿠크는 큰 소리로 웃으며 비할 데 없이 거만하게 굴었다.“외로운 늑대면 확실히 그 정도 능력이 있긴 하지.”“근
하현이 말했다.“괜찮아, 이 사람 바로 내 앞에 있어.”오브는 놀랐다.“하 선생님, 제가 그와 몇 마디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제가 이 일을 해결할 테니 시간을 조금만 주세요!”하현은 아무렇게나 쿠크 앞으로 핸드폰을 내 던졌다. 방금 까지 더할 나위 없이 날 뛰던 쿠크는 지금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는 전전긍긍하며 두 손으로 휴대폰을 받쳐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단장님, 접니다!”“쿠크, 내가 언제 너한테 이런 권한을 줬어? 네 맘대로 굴 거야!”오브는 고함을 질렀다. “저저저……”쿠크는 늑대 왕 오브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만약 그에게 무례하게 굴었다간 그는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너 네 앞에 있는 분이 누군지 알아? 네가 감히 그를 모욕하다니! 너 설마 그만 살고 싶어? 살고 싶지 않으면 그냥 죽어. 외로운 늑대들을 데리고 함께 죽지 말고!”“도대체 이 분은……”쿠크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지금 네가 그 분이 누구냐고 묻는 거야?”“그 분은 바로 그날 5대 강국의 백만 수 사자를 휩쓸었던 그 어른이야. 그 분 앞에서 방자하게 굴다니!”“너 지금 무릎 꿇고 그 분께 사과 드려!”“퍽______”이 말을 듣는 순간 쿠크는 맥이 빠져 하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곧이어 오른손을 들어 좌우로 뺨을 열 몇 대씩 때렸다. “어르신, 제가 눈이 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그 곳에 있던 홍인조도, 하태규도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이건 일찍이 미국의 코브라 부대를 격파한 외로운 늑대였다!이 쿠크는 전신급 존재이다. 그런데 이때, 그는 오히려 하현 앞에 바로 무릎을 꿇었다. 게다가 큰 소리로 상대편 사람이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자신의 뺨을 세게 때렸다. 열 몇 번 뺨을 후려치자 쿠크의 얼굴이 부어 올랐고, 맞은 편에서 오브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거기서 무릎 꿇고 하 선생님이 일어나라고 하실 때까지 계속 무릎 꿇고 있어!”
쿠크는 이때 ‘버려진 자식’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는 살짝 어리둥절해 하다가 비아냥거리며 웃었다. 도대체 어떤 가문이 감히 이런 분을 버리는 건가?자신의 가문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걸 그들은 설마 모르는 걸까?곧이어 그는 무전기를 꺼내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콰르릉______”상공에서 인기척이 들려오자 차가운 총기들은 모두 방향을 돌려 하태규와 홍인조를 가리켰다. 방금 하태규를 위해 일을 했을 때 쿠크는 매우 건성으로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 아마 전쟁터에 나가서도 이렇게 필사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태규와 더불어 홍인조의 얼굴은 지금 극도로 어두워졌다. 몇 분전의 맹우가 지금 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고 게다가 360도 어느 곳에도 사각지대가 없었다!무엇이 인생을 연극과 같다고 했는가?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홍인조는 이 압박을 견뎌내지 못했다. 이때 그는 두 손을 들고 탄식하며 말했다.“하 세자님, 지금 저는 이 집안 어르신께 은혜를 갚기 위해 왔습니다!” “이일해가 당신 집안의 어르신이 은혜 베푸셨던 것을 이용해 저를 압박해서 할 수 없이 왔어요!”“저는 이 집안 어르신이 이일해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은 이제 알게 됐어요. 그렇다면 당연히 당신 편이 돼서 이 어르신을 위해 복수를 해야지요!”홍인조는 땀을 흘리며 말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 세자는 여전히 3년 전의 그 하 세자였다!하지만 그는 3년 전보다 더 강하고 무서워졌다! 강남 길바닥 왕 홍인조는 지금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는 너무 가고 싶었지만 지금 감히 갈 수가 없었다. 하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태규 곁에 있던 하씨 집안의 호위병들은 이 때 하나같이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들의 손에 있던 물건이 ‘타다닥’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두 두 손을 높이 들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이
하태규는 지금 만약 애초에 하현을 상대하지 않았다면 하씨 가문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자기도 모르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강남 하늘은 시작점에 불과했다!어쩌면 한국을 압도하는 최고의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태규는 어쩌면 한국 전역에서,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권력과 지위가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다! 세상에 후회하는 데는 약이 없다! 그리고 그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한다! 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처음 내가 하 세자가 되던 날, 하씨 가문을 한국 10대 정상급 가문 중의 하나로 만들려고 했었어.”“언젠가는 한국의 정상들을 누르고 유일한 지존이 되려고 했었지.”“근데 내 계획이 반쯤 성공했을 때 너희들이 나에게 어떻게 했어?”“하태규, 한 마디만 묻자. 너 후회한 적 있어?”하태규는 온몸에 힘이 풀렸지만 가장으로서 마지막 남은 한 줄기 자존심은 굽히지 않았다. 이때 그는 천천히 말했다.“하현…… 너는 세자가…… 아니야……”“3년 전 우리가 잘못하긴 했지!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어!”“내가 지금 할머니께 가서 간청해 볼게. 할머니가 반드시 너를 세자의 자리로 새롭게 복귀시켜 주실 거야!”“네가 지금 입을 열기만 하면 하씨 집안의 모든 건 다 네 거야!”하태규의 추악한 얼굴을 보며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그래? 이일해가 방금 한 말 잊었어? 너는 내가 하씨 가문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할머니가 환영해 줄 거 같아?”“할머니가 동의한다 쳐도 너는 내가 동의할 거 같아?”“오늘 그런 헛소리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일단 너부터 시작해서 하씨 가문의 끝을 내자.”하현의 마지막 말을 듣고 하태규는 몸이 흔들거리더니 ‘푸’하고 피를 한 모금 내 뿜었고, 그는 끝내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하현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내 말 좀 들어봐.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