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득의양양한 빛이 떠올랐고, 비아냥거리는 눈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하 세자는 강남의 하늘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이런 능력!이런 솜씨!이런 비장의 카드!강남에서 누가 막아낼 수 있겠는가? 이 사람들이 보기에 강남 용병의 수장을 모셔올 수 없다면 하 세자는 죽을 운명이었다. “대장님!”당인준은 약간 굳은 표정으로 오른손을 칼자루에 대고 꺼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변백범은 창백한 얼굴로 가까스로 자리를 지키며 더할 나위 없는 충성심으로 하현의 뒤를 막아 섰다. 그의 부하들은 지금 온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싸우러 나온 것뿐이었다. 상대가 길바닥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았나?어떻게 지금 총까지 출동한 거야? 항공기 탱크만큼은 아니었지만 무장헬기는 지금 하늘을 빙빙 돌며 언제든지 총알을 빗방울처럼 쏟아 낼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누가 두렵지 않겠는가?하현은 여전히 밋밋한 얼굴로 변백범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너희 부하들은 별로야. 시간이 되면 유라시아 전장으로 보내서 훈련시켜.”“아무 일도 없는데 다리가 후들거리면 어떻게 나를 따라다니면서 일을 할 수 있겠어?”“면목이 없습니다! 하 도련님 말씀이 맞습니다!”변백범은 이마에 땀이 흘렀고 자기도 모르게 반쯤 무릎을 꿇었다. 천군만마를 상대하는 것이 조금 두려웠는데, 하현이 입을 여는 사이 그는 더욱 두려워졌다. 변백범이 한쪽 무릎을 꿇은 것을 본 하씨 집안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고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남원 길바닥의 새로 온 변백범 아니신가? 근데 어쩜 이렇게 찌질 하지?”“우리가 아직 손도 안 댔는데 바로 무릎을 꿇다니?”“이 놈이 지금 우리 하씨 가문에 기대서 우리 개가 되려고 해도 우리는 관심이 없어!”“적당히 들여다 볼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하게 죽게 될 뿐이야!”“기대가 되네! 변백범은 무릎을 꿇었는데 당인준은 언제 꿇게 될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하현에게 집중되었다. 하나같이 그가 무릎 꿇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현이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서 당인준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일어서,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당인준은 감히 반박 할 수가 없어 지금은 똑바로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하현!”이 장면을 본 하태규는 낭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가 만약 지금 무릎을 꿇는다면 내가 너를 대신해서 할머니께 사정을 해 줄 수도 있어.”하현은 하태규를 진지하게 쳐다보고 나서야 담담하게 말했다.“네 말대로 네가 무릎을 꿇어. 나도 널 건드리지 않을게. 일이 끝난 후에도 넌 여전히 하씨 집안의 가장이 될 수 있어.” “간이 크구나! 감히 주인 어르신을 모욕하다니!”“하현, 너는 죽음이 코 앞에 와 있는데도 모르는구나!”“너는 네 빽이 무릎 꿇는 것도 못 봤어? 계속 허세 부릴 거야!?”“주인 어르신께서 너그럽게 널 살려주셨는데도 이렇게 사리분별을 못하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하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야유를 퍼부었다. 그들이 보기에 하현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죽음을 자초하고 있었다. “주인 어르신, 계속 이렇게 힘을 낭비하실 필요가 있습니까?”“그를 처리해버리면 그만입니다. 할머니께서도 계속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가 가서 해결하겠습니다!”하민석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태규는 가볍게 웃으며 오른손을 살짝 들어 올린 뒤 손바닥을 세게 쳤다. “따따따______”가지런한 발자국 소리가 전해졌다. 현장에 도착한 ‘외로운 늑대’ 용병들이 하나 둘씩 총기를 들고 쏜살같이 앞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순식간에 하현과 사람들을 둘러쌌다. 차가운 총구가 하현이 있는 곳을 향했다. 명령만 하면 하현과 사람들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이 장면은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하씨 가문 사람들이 봐도 무서웠다. 총을 쏘게 되면 아마 적지 않은 구경꾼들에게
“쿠크 선생, 우리 할머니는 그가 가장 굴욕적인 방식으로 생을 마감하기를 원합니다.” 하태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희 동양인들은 정말 귀찮아!”“퍽______”곧이어, 쿠크가 짧은 총기 한 자루를 하현 앞에 내던졌다.그리고 나서 그는 차갑게 말했다.“나는 당신들이 무슨 원한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값을 세배나 받았으니 나는 처리를 해야 해.”“너한테 기회를 줄게. 무릎 꿇고 네 스스로 목숨을 끊어!”“그렇지 않고 내가 손을 쓸 때까지 기다리면 너의 말로는 비참해질 거야. 아주 비참하게!”“그러면 너는 나중에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될 거야……”쿠크는 ‘외로운 늑대’ 용병들의 우두머리로, 평소에 거만하고 제멋대로 구는 데 익숙했다. 지금 그의 부하들에게 하현을 해결하라고 할 가치도 없었다. 그가 하현에게 무릎을 꿇고 자결하라고 했으니 이보다 더 굴욕적인 죽음은 없을 것이다. 하현은 고개를 들어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확실해?”“쾅______”쿠크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와 땅에 발을 디디자 큰 소리가 났다. “너는 내가 손을 쓰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 왜냐면 나는 병아리처럼 네 목을 졸라 죽일 테니까!”“건방지게! 너 네 앞에 계신 분인 누군지 알아?”당인준이 화를 내며 살벌한 표정을 지었다. 쿠크는 이 동양인이 살의가 등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지만 별로 크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외로운 늑대’ 용병은 수년 동안 순조롭게 항해를 했었고, 그간 많은 큰 일들을 해냈다. 소위 용병의 왕이라 불리는 많은 군인들을 죽였기 때문에 자존감이 아주 높았다. “내가 건방지다고? 너 쿠크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구나! 감히 나한테 이런 말을 하다니! 그럼 너 여기서 살아서 나갈 생각은 하지 마! 밖에 나가서 나 쿠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지도 못하겠네!”쿠크는 큰 소리로 웃으며 비할 데 없이 거만하게 굴었다.“외로운 늑대면 확실히 그 정도 능력이 있긴 하지.”“근
하현이 말했다.“괜찮아, 이 사람 바로 내 앞에 있어.”오브는 놀랐다.“하 선생님, 제가 그와 몇 마디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제가 이 일을 해결할 테니 시간을 조금만 주세요!”하현은 아무렇게나 쿠크 앞으로 핸드폰을 내 던졌다. 방금 까지 더할 나위 없이 날 뛰던 쿠크는 지금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는 전전긍긍하며 두 손으로 휴대폰을 받쳐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단장님, 접니다!”“쿠크, 내가 언제 너한테 이런 권한을 줬어? 네 맘대로 굴 거야!”오브는 고함을 질렀다. “저저저……”쿠크는 늑대 왕 오브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만약 그에게 무례하게 굴었다간 그는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너 네 앞에 있는 분이 누군지 알아? 네가 감히 그를 모욕하다니! 너 설마 그만 살고 싶어? 살고 싶지 않으면 그냥 죽어. 외로운 늑대들을 데리고 함께 죽지 말고!”“도대체 이 분은……”쿠크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지금 네가 그 분이 누구냐고 묻는 거야?”“그 분은 바로 그날 5대 강국의 백만 수 사자를 휩쓸었던 그 어른이야. 그 분 앞에서 방자하게 굴다니!”“너 지금 무릎 꿇고 그 분께 사과 드려!”“퍽______”이 말을 듣는 순간 쿠크는 맥이 빠져 하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곧이어 오른손을 들어 좌우로 뺨을 열 몇 대씩 때렸다. “어르신, 제가 눈이 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그 곳에 있던 홍인조도, 하태규도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이건 일찍이 미국의 코브라 부대를 격파한 외로운 늑대였다!이 쿠크는 전신급 존재이다. 그런데 이때, 그는 오히려 하현 앞에 바로 무릎을 꿇었다. 게다가 큰 소리로 상대편 사람이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자신의 뺨을 세게 때렸다. 열 몇 번 뺨을 후려치자 쿠크의 얼굴이 부어 올랐고, 맞은 편에서 오브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거기서 무릎 꿇고 하 선생님이 일어나라고 하실 때까지 계속 무릎 꿇고 있어!”
쿠크는 이때 ‘버려진 자식’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는 살짝 어리둥절해 하다가 비아냥거리며 웃었다. 도대체 어떤 가문이 감히 이런 분을 버리는 건가?자신의 가문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걸 그들은 설마 모르는 걸까?곧이어 그는 무전기를 꺼내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콰르릉______”상공에서 인기척이 들려오자 차가운 총기들은 모두 방향을 돌려 하태규와 홍인조를 가리켰다. 방금 하태규를 위해 일을 했을 때 쿠크는 매우 건성으로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 아마 전쟁터에 나가서도 이렇게 필사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태규와 더불어 홍인조의 얼굴은 지금 극도로 어두워졌다. 몇 분전의 맹우가 지금 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고 게다가 360도 어느 곳에도 사각지대가 없었다!무엇이 인생을 연극과 같다고 했는가?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홍인조는 이 압박을 견뎌내지 못했다. 이때 그는 두 손을 들고 탄식하며 말했다.“하 세자님, 지금 저는 이 집안 어르신께 은혜를 갚기 위해 왔습니다!” “이일해가 당신 집안의 어르신이 은혜 베푸셨던 것을 이용해 저를 압박해서 할 수 없이 왔어요!”“저는 이 집안 어르신이 이일해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은 이제 알게 됐어요. 그렇다면 당연히 당신 편이 돼서 이 어르신을 위해 복수를 해야지요!”홍인조는 땀을 흘리며 말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 세자는 여전히 3년 전의 그 하 세자였다!하지만 그는 3년 전보다 더 강하고 무서워졌다! 강남 길바닥 왕 홍인조는 지금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는 너무 가고 싶었지만 지금 감히 갈 수가 없었다. 하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태규 곁에 있던 하씨 집안의 호위병들은 이 때 하나같이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들의 손에 있던 물건이 ‘타다닥’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두 두 손을 높이 들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이
하태규는 지금 만약 애초에 하현을 상대하지 않았다면 하씨 가문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자기도 모르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강남 하늘은 시작점에 불과했다!어쩌면 한국을 압도하는 최고의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태규는 어쩌면 한국 전역에서,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권력과 지위가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다! 세상에 후회하는 데는 약이 없다! 그리고 그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한다! 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처음 내가 하 세자가 되던 날, 하씨 가문을 한국 10대 정상급 가문 중의 하나로 만들려고 했었어.”“언젠가는 한국의 정상들을 누르고 유일한 지존이 되려고 했었지.”“근데 내 계획이 반쯤 성공했을 때 너희들이 나에게 어떻게 했어?”“하태규, 한 마디만 묻자. 너 후회한 적 있어?”하태규는 온몸에 힘이 풀렸지만 가장으로서 마지막 남은 한 줄기 자존심은 굽히지 않았다. 이때 그는 천천히 말했다.“하현…… 너는 세자가…… 아니야……”“3년 전 우리가 잘못하긴 했지!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어!”“내가 지금 할머니께 가서 간청해 볼게. 할머니가 반드시 너를 세자의 자리로 새롭게 복귀시켜 주실 거야!”“네가 지금 입을 열기만 하면 하씨 집안의 모든 건 다 네 거야!”하태규의 추악한 얼굴을 보며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그래? 이일해가 방금 한 말 잊었어? 너는 내가 하씨 가문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할머니가 환영해 줄 거 같아?”“할머니가 동의한다 쳐도 너는 내가 동의할 거 같아?”“오늘 그런 헛소리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일단 너부터 시작해서 하씨 가문의 끝을 내자.”하현의 마지막 말을 듣고 하태규는 몸이 흔들거리더니 ‘푸’하고 피를 한 모금 내 뿜었고, 그는 끝내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하현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내 말 좀 들어봐. 돌아와.
“대장님, 방금 백운별원 밖의 형제에게서 소식이 왔습니다.”“하씨 가문의 일부 중요 인물들이 무장 헬기를 타고 갔습니다. 대장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당인준은 한 발 나서며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일해가 도망갔나?”하현의 안색이 아주 크게 변했다.“가자, 가서 보자……”곧 일행은 대모산 뒤에 있는 백운별원에 도착했다. 지금 백운별원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대다수의 하씨 가문 사람들은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일해, 하민석, 하은수와 하수진 네 사람은 이미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외로운 늑대 용병단 사람들도 그의 뒤를 따랐고 하현이 명령할 필요도 없이 그들은 이미 백운별원 전체를 봉쇄했다. 곧 하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하현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용서를 구했다. “이일해는?”하현이 물었다.“할머니는 센터의 소식을 듣자 마자 떠났습니다.”“그런데 할머니가 남기신 말이 있어요……”하씨 가문 사람들은 조마조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말해……”할머니가 말씀하시길,“이 일은 끝나지 않았고, 할머니는 계속 당신과 놀 거라고 했어요!”이 말을 마친 후 하씨 가문 사람들은 계속해서 벌벌 떨었고, 하현이 그 자리에서 그들을 죽일까 봐 두려워했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후 하태규에게 시선을 돌렸다.“소식을 전해라, 하씨 가문은 오늘부터 내가 주인이라고……”하태규는 기뻐하는 얼굴이었다. “세자님께서 도와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반드시 물불을 가리지 않고……”하현이 이어서 말했다.“3일 내로 하씨 가문의 모든 재산과 사업은 천일 그룹 소유로 이전될 거야.”“하씨 가문 사람들은 백운별원에서 한 발짝도 나올 수 없어.”“알겠습니다!”하태규는 참담한 얼굴이었지만 감히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부터 시작해서 하씨 가문 사람들은 세 채의 대저택에 갇히게 되었다. 이것은 대저택이라고는 하지만 오늘부터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무덤이 되었다. 하현은 회의장
“이번에 이 불효자식을 너무 우습게 봤어!”“제대하고 난 이후에 군대 쪽에서는 어떠한 위신도 서지 않을 줄 알았는데!”“그에게 이런 인맥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하지만 이런 인맥은 한 번 쓰면 한 번은 쉬어줘야 하는 법이야. 하현이 다시 몇 번이나 더 쓸 수 있겠어?”“당분간 다른 방법을 쓸 수 없는 이상 먼저 천일 그룹을 완전히 없애버리자……”“내가 이미 은수에게 전권을 위임해서 이 일을 처리하게 해놨어. 4대 일류 가문도 돕도록 해놨으니 성공하지 못하면 그 목을 잘라 버릴 거야!”이일해는 싸늘한 얼굴이었다. 남원을 떠날 때 이미 여러 가지를 준비 한 것이 분명했다. 하민석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하지만……”“민석아, 너는 바둑 두는 거 좋아하잖아. 이걸 분명하게 알아야 돼.”“세상은 바둑과 같아. 우리가 잠시 승부를 포기하는 건 완전한 승리를 위한 거야!”“너는 항성에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강남 일은 은수에게 맡겨!”“네!”하민석은 더 이상 따질 수 없었다. 그들이 나가자 호화로운 요트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많은 군중들이 무릎을 꿇었다.“할머님을 뵙습니다!”……하현과 설유아가 집으로 돌아 왔을 때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모두 거실에 있었다. 이때 희정은 화를 내며 말했다.“너! 하루 종일 어디 갔던 거야! 네 아내 바쁜 거 안 보여?”“무슨 생신 잔치에 밥이나 얻어 먹으러 간 거 아니야? 너는 네가 갈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설재석이 냉랭하게 말했다.“하현, 만약에 네가 인맥을 위해서 그러는 거라면 나도 뭐라고 안 해!”“근데 네 신분으로 이런 자리에서 뭘 할 수 있는지 한번 네 스스로에게 물어봐.”분명 설재석과 희정이 보기에 하현은 이번에 일을 처리하러 간 것이 아니고 놀러 간 것이다. 하현이 웃었다. “아버지 어머니 제가 이번에 간 건 빚을 받으러 간 것뿐이에요.”“빚!?” 희정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누가 너한테
”나한테 사과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엄도훈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여기서 끝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하현 형님에게 달렸지요.”“하현?”“하현 형님?”고명원은 이미 사건이 발생한 경위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그는 사건의 근본 원흉인 작자가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병원에서 고통에 울부짖는 자신의 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순간 그의 눈에서 음흉한 빛을 뿜어져 나왔다.그러나 그도 인물은 인물이었다.그는 겉으로는 조금도 그런 내색은 하지 않은 채 미소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현, 안녕하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모든 것이 우리가 제대로 키우지 못한 죄입니다. 우리가 눈치를 채지 못했어요.”“그러니 대인께서 관대하게 여기시어 너그러이 봐주십시오!”“성양이한테는 우리가 제대로 잘 타이르겠습니다!”말을 하면서 고명원은 허리를 굽혔다.그의 모습에선 수조원 자산가의 위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리고 그는 얼른 수표 한 장을 꺼내 하현 앞에 공손히 놓았다.열 자리 숫자, 이십억이었다!이를 바라본 정홍매의 눈동자엔 한기가 가득했다.엄도훈이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하현의 뺨을 때리고도 남았을 것이다.그들 장청 캐피털은 확실히 엄도훈에게는 굽신거려야 하지만 하현의 신원을 알아낸 그들에게 하현은 그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 데릴사위일 뿐인데 뭐가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게다가 하현과 엄도훈이 사이가 좋게 된 이유가 풍수지리 때문이라는데 그것도 하현이 엄도훈을 속인 게 아닌가 하고 두 부부는 의심하고 있었다.간단히 말해서 정홍매의 눈에 하현은 그저 사기꾼일 뿐이었다.지금은 엄도훈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하현에게 굽신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녀는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의를 숨기지 않고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고 사장님, 고맙지만 이 일은 엄 회장이 다 처리한 일이니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나 사장님, 설은아 좀 데려다주세요.”출구에 다다랐을 때 하현은 얼굴이 창백하기 이를 데 없는 나박하를 향해 손뼉을 치며 불러 세웠다.“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전화주세요.”“네, 알겠습니다. 형수님 잘 모셔다드리겠습니다!”하현의 말을 들은 나박하는 믿음직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는 전화를 걸어 임시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어쨌든 지금 이 상황을 가볍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설은아도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하현이 엄도훈과 함께 일을 처리할 거라는 걸 알고 그녀는 바로 스포츠카로 향했다.그러나 운전석 문을 열면서 설은아는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했다.“하현, 얼른 돌아와!”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인 후 설은아를 떠나보냈다....30분 후.소항 회관 프레지던트 룸.엄도훈은 고성양의 일을 처리한 후 가장 호화로운 룸 파티를 열어 하현을 초대했다.값비싼 음식은 물론이고 82년산 라피트 두 병을 준비해 하현을 대하는 그의 성의를 보여주었다.하현은 엄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가 다시 그의 핸드폰 안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이곳은 새로 인테리어한 신사 상인 연합회 사무실이었다.팔괘경은 이미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풍수지리사를 불러 가구 배치도 다르게 했다.하현은 쓱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사무실이 이전에 비해 훨씬 괜찮아졌다는 것을 알았다.그러나 엄도훈의 몸에는 여전히 불운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미간도 검게 변해 있었다.요 며칠 동안 엄도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들으며 하현은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의 질긴 생명력에 새삼 감탄했다.재수가 없는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마 이미 열두 번은 더 죽었을 것이다.하현이 엄도훈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살피려고 했을 때 엄도훈의 전화기가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으며 하현을 향해 옅은 미소를 보였다.“형님, 정말 죄송합니다.”“고명원이 형님한테 직접 사과를
엄도훈의 말에 고성양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장청 캐피털 고명원의 이름이 엄도훈 앞에서 조금도 먹히지 않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엄도훈의 말이 맞았다.장청 캐피털이 고리대금을 풀어 소시민들을 괴롭히더라도 엄도훈 같은 독한 사람을 만나면 당장 무릎을 꿇어야 했다.심지어 배후에 있는 은둔의 왕 씨 가문의 그림자가 없었더라면 장청 캐피털은 이런 일로 몇 번이나 짓밟혔을지 모를 일이었다.얼굴이 일그러진 고성양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엄도훈은 시선을 돌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이런 놈 체면을 세워 주려고 당신들은 여기 이러고 있는 거야?”진서기 일행은 하나같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뭔가 틈을 찾아 따지고 싶었지만 엄도훈의 시선이 너무 무서웠다.이때 이미 고성양은 모든 게 절망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하지만 엄도훈은 하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여기서 멈출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그는 차가운 눈빛과 말투로 입을 열었다.“하현 형님은 마음이 착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하지만 나 엄도훈은 달라. 인과응보. 잘못을 한 상대가 있으면 응당 되돌려줘야지!”“오늘 밤 하현 형님을 괴롭혔거나 형수님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은 자진해서 나와.”“나와서 한 손씩 잘라. 그러면 이 일은 없던 일로 해주지!”“아무것도 못 들은 척, 아무것도 못 본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다가 나한테 걸리면 죽는 거야!”엄도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말속에는 살의가 가득했다.이 광경을 본 하현은 웃으며 설은아의 손을 잡고 룸을 나서면서 나박하에게 자신을 따라나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진서기와 임민아는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은아, 살려줘!”설은아는 발걸음을 떼었다가 멈칫했지만 하현은 마음 약해질 틈을 주지 않고 얼른 그녀를 끌고 룸을 빠져나왔다.“풀썩!”진서기와 임민아 두 사람은 좀 전의 악독한 얼굴은 온데
”이제야 만나게 되었다고?”하현은 차를 마시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엄 사장, 내가 당신 체면을 세워 주지 않은 게 아니야.”“못 간 거야.”“지금 봐! 고성양이라나 뭐라나 하는 사람 말이야!”“내 아내를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때리기까지 하려고 했어.”“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가 말하길 신사 상인 연합회가 그의 뒷배이고 그 사람들이 날 짓밟아 죽일 거라고 하잖아!”“이런 데도 내가 당신한테 갈 수 있었겠어?”“당신 체면을 봐서라도 얼마든지 갈 수 있었지만, 내가 가면 내 아내는 어떻게 해?”“고성양한테서 계속 괴롭힘 당할 텐데?”“그래서 내가 부득이하게 가지 못했던 거야.”하현은 가벼운 무용담처럼 말했지만 그의 말에는 고성양을 향한 가시가 가득 들어 있었다.“신사 상인 연합회를 뒷배로 뒀다구요?”엄도훈은 눈빛이 싸늘해졌고 살기를 머금은 얼굴로 고성양을 노려보았다.“당신 누구야?”그러자 고성양은 바들바들 떨며 입을 열었다.“엄 회장, 나 고성양이야...”“난 당신을 모르겠는데.”엄도훈이 어이없다는 듯 단칼에 잘라 말했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당신의 뒷배가 아니야. 당신 때문에 하현 형님과 맞서는 일은 절대 없어!”“당신 뒤에 누가 있든 오늘 이 일은 반드시 제대로 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그리고 잘 들어. 하현은 신사 상인 연합회의 귀인이며, 나 엄도훈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야!”“감히 우리 형님을 못살게 굴었다니! 그것은 나 엄도훈한테 대든 거나 마찬가지야! 신사 상인 연합회에게 도전한 거라고!”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살기등등하게 말했다.마치 고성양을 잡아죽일 듯 포효했다.엄도훈은 자신의 목숨을 좀 살려달라고 하현을 찾아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고성양이라는 인물이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이름을 들먹이며 하현에게 맞서고 있는 것이었다.이것은 바로 눈앞에서 엄도훈을 엿 먹이는 짓이었다.엄도훈의 말을 들은 진서기 일행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원래 하현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 사장은 감히 고성양에게 대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무릎을 풀썩 꿇은 그녀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진서기와 임민아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눈앞의 장면이 믿기 힘든지 눈 밑에는 쉴 새 없이 경련이 일었다.멀쩡한 이 사장이 왜 무릎을 꿇는 거야?그것도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하현 앞에서?설은아와 나박하는 더욱 놀란 얼굴이 되었다.도무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난폭하게 들이대던 이 사장이 왜 갑자기 이렇게 무릎을 꿇었을까?“쾅!”바로 그때 룸의 문이 벌컥 열렸다.문은 여러 번의 발길질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순식간에 부서졌다.곧이어 수십 명의 남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양복 차림의 남자들은 사나운 기운을 뿜어내며 고성양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경호원들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감히 누구도 대항할 수 없는 거센 기운이었다!문 앞에 모여 있던 구경꾼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소항 회관 직원들, 경호원들도 이 광경을 보고 모두 숨을 죽였다.그때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한 쪽 다리에 깁스를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평소 모습과는 달랐지만 직원들과 경호원들은 모두 그를 알아보았다.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 엄도훈이었다!이곳은 누가 뭐래도 엄도훈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곳이었으니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간첩이나 마찬가지였다!“형님, 형님! 드디어 이렇게 뵙게 되었네요!”무릎을 꿇고 있던 이 사장은 엄도훈이 빠른 걸음으로 뛰어오는 것을 보았다.엄도훈은 의자에 앉아 있던 하현을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눈을 반짝거렸다.이제야 자신이 살았다는 듯한 안도의 눈빛이었다.그는 오늘 길에 적어도 세 번의 교통사고 위기를 모면했다.올라오다가는 개한테 물릴 뻔도 했다.이 상황에서 그는 하현의 말이라면 무조건 굳게 믿을 것이다.엄도훈은 거의 매달리는 모습으로 말했다.“형님, 옆에 좀 앉아도
”야! 내 앞에서 센 척하지 마!”땅바닥에 주저앉아 경련을 일으키던 고성양은 이를 악물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넌 이제 끝났어!”“나하네 미움을 사고 이 사장한테도 미움을 사고 신사 상인 연합회에도 미움을 산 거야!”“네놈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랄 걸!”“하물며 목숨이 한 개뿐인 너 같은 놈은 볼 것도 없어!”진서기와 임민아는 고성양의 말을 듣고 회심의 미소를 떠올렸다.이제 하현이 무릎 꿇는 일만 기다리면 될 것 같았다.“휙!”하현은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바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른 뒤 의미심장한 미소로 이 사장에게 던졌다.“당신이 여자인 걸 봐서 내가 상황 파악할 시간 1분 주겠어.”“그러고 나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할 것인지 아니면 나와 끝까지 싸울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이 사장은 하현의 핸드폰을 잡고 헛기침을 했다.“음흠! 센 척하기는!”“허세 부리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하현은 의자를 하나 당겨 앉았고 천천히 차를 한 잔 따라 마신 후 무덤덤하게 말했다.“50초 남았어.”하현의 모습에 이 사장과 고성양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이 녀석은 도대체 정체가 뭘까?말투나 자세로 보아 하니 보통 놈은 아닌 듯한데...하지만 하현의 행태를 보고 진서기와 임민아는 모두 냉소를 금치 못했다.허세를 부리는 하현의 모습이 해도 해도 너무 어이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하현에게 잠시 시선을 머물고 있던 이 사장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결국 통화버튼을 눌렀다.“뚜뚜뚜!”“형님! 접니다. 무슨 분부라도 있으십니까?”맞은편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이 사장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새하얗게 변했다.자신의 강력한 뒷배라고 믿었던 사람이 하현을 형님이라 부르다니!그것도 이렇게 공손한 말투로!하현의 신분이 상상도 하지 못할 신분인 것인가?!엄도훈은 하현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하는 신세였지만 사실 그는 서남 천문채를
설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럴 때 하현이 자신을 위해 나섰으니 그녀는 분명 그와 함께 할 것이다.그 후에 무슨 큰 문제가 생기면 그녀와 하현이 함께 감당하면 된다!“또각또각!”바로 그때 입구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요염하게 화장을 한 여자가 십여 명의 경호원들을 가득 이끌고 들어왔다.이 여자의 몸에는 여우 같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사람이 들어오기도 전에 룸 안에는 이미 향수 냄새가 먼저 몰려왔다.“어머, 고성양 아니야?”“왜 그래?”“어느 개자식이 감히 당신을 이렇게 만든 거야?”이 여자는 소항 회관 책임자, 이 사장이었다.그녀는 금정 억양으로 한껏 교태를 부린 뒤 시선을 돌려 칼을 씹어 먹은 표정으로 룸 안을 훑어보았다.“어느 개자식이 감히 우리 고성양을 이렇게 만들었어? 왜? 겁이 나서 못 나서겠어? 어서 나오지 못해!”말을 하면서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하현에게로 옮겨졌다.알면서 일부러 호통을 친 것이다.그녀는 하현이 잘못을 인정하길 기다리는 눈치였다.하현은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사장이라는 여자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기세가 대단한 걸 보니 아마도 당신은 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인가 보지?”“정확히는 아니지만 뭐 비슷해.”“내가 여기 책임자야. 모두가 날 이 사장이라고 불러.”“이 바닥 사람들은 웬만해선 내가 신사 상인 연합회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걸 알아!”“일반 사람이건 어둠의 사람들이건 남녀노소 불문하고 내가 있는 이곳에선 싸움을 해서는 안 돼!”“간단히 말해서 당신이 지금 내 구역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운 건 큰 사고를 친 거나 마찬가지지!”“그것도 어마어마하게 큰 사고!”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오늘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옳고 그름을 따져볼 생각도 하지 않는 거야?”“누가 먼저 때렸는지 물어보지도 않냐고?!”이 사장은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약간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말했다.“어이, 젊은이. 내가 발로 생각해
찬 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은 오싹함이 룸 안을 가득 메운 가운데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고성양만이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야! 너 도대체 어느 길바닥에서 굴러먹다 온 놈이야?!”“이렇게 날뛰다니! 뒷감당할 수 있겠어?”“어디서 손을 함부로 놀려?!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신사 상인 연합회에서도 널 죽이려 들 거야!”“신사 상인 연합회?”하현은 옅은 미소를 떠올렸다.“재미있군.”“딱 봐도 외지인 놈이구만!”“이곳이 어디라고 함부로 행패를 부려?”“이곳의 사장인 이 사장은 신사 상인 연합회 엄 회장과 각별한 사이라고!”“여기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건 이 사장 얼굴을 짓밟는 짓이야!”“이 사장 체면을 건드렸다는 건 바로 엄 회장 체면을 건드렸다는 얘기야!”“당신들 모두 이제 끝났어! 아마 죽어도 편히 묻힐 땅 한 평이 없을 거야!”고성양은 이를 갈며 하현과 설은아 일행을 노려보았다.그의 입에서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말이 나오자 주위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장청 캐피털이 큰소리 떵떵 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자산, 즉 돈 때문이었다.하지만 신사 상인 연합회는 달랐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차원이 다른 건달 조직이었다.다만 많이 순화되었을 뿐이다.장청 캐피털한테만 미움을 샀다면 그래도 살아날 길은 있다.하지만 신사 상인 연합회의 미움을 샀다면 그건 말하자면 더 이상 살 길이 없다는 얘기였다.순간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하현의 얼굴을 사정없이 갈기고 싶었다.개자식!여기가 신사 상인 연합회의 영향력이 상당한 곳이라는 걸 모르는 거야?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모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몰라?“하현, 당신 너무 막무가내군!”“사소한 일 가지고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나중에 어떻게 수습하겠다는 거야?”진서기가 참다못해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마치 공정과 정의를 위해 나선 사도 같았다.“똑똑
”퍽!”순식간에 하현은 손바닥을 들어 고성양의 얼굴을 때렸다.얼마나 빠르고 갑작스러웠던지 고성양은 고통에 몸서리치던 비명을 뚝 멈추었다.고성양이 몇 미터나 나뒹굴다가 그의 부하 몇 명과 부딪혔다.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들로 고성양의 오른손은 꽈배기처럼 돌아가 소리도 지를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그를 삼켰다.결국 그의 입가에서는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하현의 동작은 너무 빠르고 거침이 없었다.반응하려야 할 수도 없는 속도였다.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는 수십 개의 눈이 하현을 보고 있었지만 도대체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진서기와 임민아 두 사람은 입을 가린 채 공포에 질린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그녀들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하현은 휴지를 꺼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닦으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고성양 앞으로 걸어갔다.하현은 오른발을 들어 고성양의 종아리를 지그시 밟으며 옅은 미소를 떠올렸다.“어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 그렇지 않으면 이 다리마저 부러뜨릴 거야!”“아!”“이 개자식!”“감히 날 건드려?!”“내가 누군지 알아?”“난 장청 캐피털의 고성양이야!”“날 건드리면 넌 죽어서도 묻힐 곳 하나 없는 신세가 될 거야!”고성양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면서도 상대를 향해 사나운 발톱을 드러내며 위협했다.역시 얼굴도 본 적 없는 낯선 이에게 쉽게 패배를 인정할 고성양이 아니었다.“그래?”“아이고 무서워라!”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사방에서 놀란 눈으로 그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성양의 종아리를 단번에 부러뜨렸다.“차칵!”“앗!”고성양은 눈알에서 피가 튀어나올 정도로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하현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성양의 다른 한쪽 다리를 마저 밟았다.“아! 어떻게...”진서기와 임민아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놀라서 입이 쩍 벌어졌다.이런 일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