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크는 이때 ‘버려진 자식’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는 살짝 어리둥절해 하다가 비아냥거리며 웃었다. 도대체 어떤 가문이 감히 이런 분을 버리는 건가?자신의 가문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걸 그들은 설마 모르는 걸까?곧이어 그는 무전기를 꺼내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콰르릉______”상공에서 인기척이 들려오자 차가운 총기들은 모두 방향을 돌려 하태규와 홍인조를 가리켰다. 방금 하태규를 위해 일을 했을 때 쿠크는 매우 건성으로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 아마 전쟁터에 나가서도 이렇게 필사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태규와 더불어 홍인조의 얼굴은 지금 극도로 어두워졌다. 몇 분전의 맹우가 지금 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고 게다가 360도 어느 곳에도 사각지대가 없었다!무엇이 인생을 연극과 같다고 했는가?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홍인조는 이 압박을 견뎌내지 못했다. 이때 그는 두 손을 들고 탄식하며 말했다.“하 세자님, 지금 저는 이 집안 어르신께 은혜를 갚기 위해 왔습니다!” “이일해가 당신 집안의 어르신이 은혜 베푸셨던 것을 이용해 저를 압박해서 할 수 없이 왔어요!”“저는 이 집안 어르신이 이일해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은 이제 알게 됐어요. 그렇다면 당연히 당신 편이 돼서 이 어르신을 위해 복수를 해야지요!”홍인조는 땀을 흘리며 말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 세자는 여전히 3년 전의 그 하 세자였다!하지만 그는 3년 전보다 더 강하고 무서워졌다! 강남 길바닥 왕 홍인조는 지금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는 너무 가고 싶었지만 지금 감히 갈 수가 없었다. 하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태규 곁에 있던 하씨 집안의 호위병들은 이 때 하나같이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들의 손에 있던 물건이 ‘타다닥’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두 두 손을 높이 들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이
하태규는 지금 만약 애초에 하현을 상대하지 않았다면 하씨 가문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자기도 모르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강남 하늘은 시작점에 불과했다!어쩌면 한국을 압도하는 최고의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태규는 어쩌면 한국 전역에서,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권력과 지위가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다! 세상에 후회하는 데는 약이 없다! 그리고 그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한다! 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처음 내가 하 세자가 되던 날, 하씨 가문을 한국 10대 정상급 가문 중의 하나로 만들려고 했었어.”“언젠가는 한국의 정상들을 누르고 유일한 지존이 되려고 했었지.”“근데 내 계획이 반쯤 성공했을 때 너희들이 나에게 어떻게 했어?”“하태규, 한 마디만 묻자. 너 후회한 적 있어?”하태규는 온몸에 힘이 풀렸지만 가장으로서 마지막 남은 한 줄기 자존심은 굽히지 않았다. 이때 그는 천천히 말했다.“하현…… 너는 세자가…… 아니야……”“3년 전 우리가 잘못하긴 했지!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어!”“내가 지금 할머니께 가서 간청해 볼게. 할머니가 반드시 너를 세자의 자리로 새롭게 복귀시켜 주실 거야!”“네가 지금 입을 열기만 하면 하씨 집안의 모든 건 다 네 거야!”하태규의 추악한 얼굴을 보며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그래? 이일해가 방금 한 말 잊었어? 너는 내가 하씨 가문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할머니가 환영해 줄 거 같아?”“할머니가 동의한다 쳐도 너는 내가 동의할 거 같아?”“오늘 그런 헛소리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일단 너부터 시작해서 하씨 가문의 끝을 내자.”하현의 마지막 말을 듣고 하태규는 몸이 흔들거리더니 ‘푸’하고 피를 한 모금 내 뿜었고, 그는 끝내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하현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내 말 좀 들어봐. 돌아와.
“대장님, 방금 백운별원 밖의 형제에게서 소식이 왔습니다.”“하씨 가문의 일부 중요 인물들이 무장 헬기를 타고 갔습니다. 대장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당인준은 한 발 나서며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일해가 도망갔나?”하현의 안색이 아주 크게 변했다.“가자, 가서 보자……”곧 일행은 대모산 뒤에 있는 백운별원에 도착했다. 지금 백운별원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대다수의 하씨 가문 사람들은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일해, 하민석, 하은수와 하수진 네 사람은 이미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외로운 늑대 용병단 사람들도 그의 뒤를 따랐고 하현이 명령할 필요도 없이 그들은 이미 백운별원 전체를 봉쇄했다. 곧 하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하현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용서를 구했다. “이일해는?”하현이 물었다.“할머니는 센터의 소식을 듣자 마자 떠났습니다.”“그런데 할머니가 남기신 말이 있어요……”하씨 가문 사람들은 조마조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말해……”할머니가 말씀하시길,“이 일은 끝나지 않았고, 할머니는 계속 당신과 놀 거라고 했어요!”이 말을 마친 후 하씨 가문 사람들은 계속해서 벌벌 떨었고, 하현이 그 자리에서 그들을 죽일까 봐 두려워했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후 하태규에게 시선을 돌렸다.“소식을 전해라, 하씨 가문은 오늘부터 내가 주인이라고……”하태규는 기뻐하는 얼굴이었다. “세자님께서 도와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반드시 물불을 가리지 않고……”하현이 이어서 말했다.“3일 내로 하씨 가문의 모든 재산과 사업은 천일 그룹 소유로 이전될 거야.”“하씨 가문 사람들은 백운별원에서 한 발짝도 나올 수 없어.”“알겠습니다!”하태규는 참담한 얼굴이었지만 감히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부터 시작해서 하씨 가문 사람들은 세 채의 대저택에 갇히게 되었다. 이것은 대저택이라고는 하지만 오늘부터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무덤이 되었다. 하현은 회의장
“이번에 이 불효자식을 너무 우습게 봤어!”“제대하고 난 이후에 군대 쪽에서는 어떠한 위신도 서지 않을 줄 알았는데!”“그에게 이런 인맥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하지만 이런 인맥은 한 번 쓰면 한 번은 쉬어줘야 하는 법이야. 하현이 다시 몇 번이나 더 쓸 수 있겠어?”“당분간 다른 방법을 쓸 수 없는 이상 먼저 천일 그룹을 완전히 없애버리자……”“내가 이미 은수에게 전권을 위임해서 이 일을 처리하게 해놨어. 4대 일류 가문도 돕도록 해놨으니 성공하지 못하면 그 목을 잘라 버릴 거야!”이일해는 싸늘한 얼굴이었다. 남원을 떠날 때 이미 여러 가지를 준비 한 것이 분명했다. 하민석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하지만……”“민석아, 너는 바둑 두는 거 좋아하잖아. 이걸 분명하게 알아야 돼.”“세상은 바둑과 같아. 우리가 잠시 승부를 포기하는 건 완전한 승리를 위한 거야!”“너는 항성에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강남 일은 은수에게 맡겨!”“네!”하민석은 더 이상 따질 수 없었다. 그들이 나가자 호화로운 요트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많은 군중들이 무릎을 꿇었다.“할머님을 뵙습니다!”……하현과 설유아가 집으로 돌아 왔을 때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모두 거실에 있었다. 이때 희정은 화를 내며 말했다.“너! 하루 종일 어디 갔던 거야! 네 아내 바쁜 거 안 보여?”“무슨 생신 잔치에 밥이나 얻어 먹으러 간 거 아니야? 너는 네가 갈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설재석이 냉랭하게 말했다.“하현, 만약에 네가 인맥을 위해서 그러는 거라면 나도 뭐라고 안 해!”“근데 네 신분으로 이런 자리에서 뭘 할 수 있는지 한번 네 스스로에게 물어봐.”분명 설재석과 희정이 보기에 하현은 이번에 일을 처리하러 간 것이 아니고 놀러 간 것이다. 하현이 웃었다. “아버지 어머니 제가 이번에 간 건 빚을 받으러 간 것뿐이에요.”“빚!?” 희정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누가 너한테
강남의 하늘 하씨 가문에 대해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모두 마음 속으로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히 설재석은 그 자리에서 머리를 조아렸고, 지난 날이 떠오르면서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지금 그는 무릎을 꿇은 채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하현, 너 이 망할 자식, 너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너 빨리 무릎 꿇어. 경원 도련님은 대인이시니 넓은 마음으로 너에게 잘못을 묻지 않고 용서해 주실 거야……”“경원 도련님, 천 번 만 번 모두 이 쓰레기 잘못입니다. 이 사람만 벌하시고 저희는 그냥 놔주세요!”이때 희정도 설은아의 품에서 어슴푸레 깨어나 창백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망할 자식, 빨리 하 도련님께 용서를 빌어. 우리는 죄값을 치를 수 없어!”“집안이 불행해졌어! 우리 설씨 집안에 어떻게 너 같은 사위가 있는지!”지금 희정은 거의 울 뻔했다. 그런데 곧이어 그가 붕대를 감은 채 힘겹게 목발을 짚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재석과 희정은 이 광경을 보고 놀랐다. 하경원이 미라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설은아는 이때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하경원씨, 이 일은 우리 부모님과는 상관 없는 일이니 우리가 설명해드릴게요!”하경원의 참상을 보며 재석과 희정은 벌벌 떨었다. 하씨 집안이 만약 잘못을 따진다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하늘 만이 알 것이다. “설 아가씨, 오늘 저는 사과 드리러 왔어요!”“제가 그 동안 어리석게 굴었던 것 깊이 사과 드립니다!”마침내 하경원이 입을 열자, 희정과 재석은 깜짝 놀랐다.“퍽______”곧이어 하경원은 깁스를 한 채로 무릎을 꿇었다.“지금부터 앞으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게요!”“부디 용서해 주세요……”이때 설은아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들은 모두 하경원이 하현을 찾아와 결판을 내려고 한다고 생각을 했다. 이번에 설씨 집안은 죽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무슨 대가를 치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하경원
“그렇구나!”“진정한 큰 인물들은 교양이 있고 예의가 바르다는 말을 오래 전에 들었었는데!”“하태규가 원래 하씨 가문의 가장이었는데 듣기로 어젯밤에 다시 정권을 잡았대!”“이런 큰 인물은 눈에 모래 한 톨 들어갈 틈이 없지!”“자기 아들이 잘못했으니 직접 사과하라고 한 거구나!”재석은 이때 감탄하는 얼굴로 하태규의 생각과 기개에 탄복했다. 희정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런 훌륭한 가정교사가 있으니 하경원은 앞으로 분명 앞날이 창창할 거야!”“맞아! 이런 사람이 우리 사위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모두 감탄했다. 그들은 원래 돈과 권력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이런 신분과 지위가 있는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 설령 하경원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 했을지라도 그들은 하경원과 관계를 맺고 싶어 했다. 설은아는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일이 이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하씨 집안은 강남의 하늘이기에 하현 덕에 하씨 가문이 분쟁을 그쳤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됐어, 됐어. 일이 잘 해결됐으면 그만이지! 하씨 가문을 너무 걱정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야!”“아빠 엄마도 이런 생각은 그만하세요. 우리는 앞으로 하씨 집안과 최대한 선을 긋는 게 좋을 거예요!”이때 설유아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비록 하현이 어젯밤에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몰랐지만 하씨 집안이 거의 망했다는 것은 대충 짐작을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하경원 같은 사람이 어찌 찾아올 수 있었겠는가?다만 이것은 그녀와 형부 사이의 비밀이기 때문에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설유아의 이 말을 듣고 재석과 희정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유아는 본분을 잘 아네. 지금 같은 상황에선 확실히 우리가 하씨 집안을 건드리지 않는 게 나을 거야!”“맞아 맞아. 우리 최가 생신 잔치에 뭘 보낼지 생각해보자.”두 사람은 모두 화제를 바꾸었다.
희정은 바로 하현을 정면으로 가리켰다.“너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만약 원하기만 하면 최가는 강남의 최고 가문이라는 뜻이야!”“데릴사위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쓸데없는 소리만 해대니!”“내가 경고하는데, 그때 최가에 가서는 함부로 말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제일 먼저 너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희정의 분노하는 표정을 보며 하현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강남의 1인자 앞에서도 그는 인사를 받으며 앉아 있었다. 강남 2인자는 아예 그 앞에 설 용기도 없었다. 보잘것없는 강남 3인자는 어디다 쓰겠는가?이때 설유아가 원만하게 수습을 하며 말했다.“아빠 엄마. 형부가 잠시 말 실수 한 것뿐이에요. 형부가 얼마나 최가를 존경하는데요. 그렇죠?”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그럼 됐어!”희정은 화가 조금 풀렸다.“선물은 가장 좋은 걸로 골라야 한다는 거 잊지마. 만약 문제가 생기면 다 네 책임이야!”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은아를 보고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은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선물 사러 가는 건 유아랑 같이 가. 나는 다른 일이 좀 있어서.”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도 오늘 일이 있었다. 결국 설유아가 먼저 가서 선물을 고르고 하현은 자신의 일을 처리한 뒤 그녀와 합류하기로 했다. 사실 하현은 오늘 확실히 일이 있었다. 당인준이 특별히 그에게 전화를 걸어 건너와 달라고 했다. 그래서 당도대 진영에 왔다. 당인준은 문서를 꺼내 보여 주었다. “대장님, 이건 올해 당도대에서 새로 모집한 군사들 입니다. 한번 보십시오!”하현은 몇 번 훑어 보더니 약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인준, 나는 이제 대장이 아니야. 당도대는 네가 관리하는 거니까 네가 알아서 결정해서 하면 돼. 매번 내 지시를 받을 필요 없어.”“만약 내가 군단에서 자리가 없는데도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를 수가 있어.”당인준은 공손하게 경례를 하며
같은 시각. 설유아는 남원의 유명한 골동품 시장에 왔다. 최가 할머니의 선물을 준비하려면 당연히 평범한 물건을 고를 수 없었다. 유아는 설은아가 준 카드를 가지고 흥미롭게 골동품을 찾으러 이곳에 왔다. 곧 그녀는 청화자 그릇 한 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옆에 두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한 사람은 그녀가 보고 있는 청화자를 가리켰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카운터 직원에게 말했다.“이 청화자 그릇 한 쌍 주세요.”“이 보세요. 장사를 하려면 먼저 차례를 잘 봐야지요. 당신들 내가 이거 보고 있는 거 못 봤어?”설유아가 바로 응석받이처럼 입을 열었다.앞의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황인종처럼 생겼지만 둘 다 얼굴이 반질반질했다. 그 중 한 명은 설유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어설픈 한국어로 말했다. “여동생, 이 도자기는 우리 중국 국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가는 것이 당연해!”“너희 한국인들은 가치를 모르잖아……”설유아는 좀 어리둥절했다. 이 사람들 중국 사람들 아니야?물건을 살려면 물건만 사면 될 것이지. 우리 한국 물건을 중국 것이라고 말하다니. 이건 그야말로 염치 없는 짓이다. 이건 단지 사람을 얕보는 정도가 아니라 악심을 품은 것이다. 설유아는 마음에 내키지가 않았다.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물건을 네가 왜 빼앗아 가려고 하는 거야? 이쪽으로 봐도 우리 나라 거고 저쪽으로 봐도 우리 나라 물건인데. 어디 한국에 와서 으스대고 있는 거야?이 생각에 미치자 설유아는 직접 자기 손으로 이 두 청화자 그릇 위에 있는 핸드백을 내리치며 화를 내며 말했다. “이 물건은 내가 사려고 했던 거야!”“사려면 내가 먼저 사야 돼!”“너희 둘은 내 뒤로 줄 서!”설유아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이때 양측의 충돌은 이미 이 골동품시장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알고 난 후 정의롭게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
보석을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이 물건이 순수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금을 울려 놓는다는 걸 깨달았다.정말 너무너무 예뻤다!너무나 화려하고 눈부셨다!이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다이아몬드를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한순간에 다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말문이 막혀 버렸다.진홍헌의 눈빛도 바위 덩어리처럼 굳어졌다.그는 전문가였다.전문가는 본질을 깊이 파악하고 문외한은 겉모습에 매달린다.그는 한눈에 이 물건이 고가의 물건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목걸이를 들어 설유아의 목에 걸었다.우아한 목에 반짝이는 목걸이를 걸치자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여신 같은 모습이었다.설유아는 상기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았다.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게다가 아름다운 설유아의 미모까지 더해지자 마치 공주처럼 우아하게 빛났다.수많은 여자들이 이 광경을 보고 부러워서 질투에 활활 타올랐다.설유아는 너무 예뻤다!그 보석도 너무나 화려했다!설유아와 보석이 한몸처럼 너무나 환상적으로 어울렸다.진홍민은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를 벅벅 갈았다.“흥! 어차피 노점상에서 산 가짜일 거야!”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여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의 앱을 켜서 사진을 찍은 뒤 검색에 들어갔다.“어머! 어머 어머! 이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까르띠에 상품이래! 그것도 올해 새로 나온 거라는데!”보석업을 하는 집안 출신의 여자도 앞으로 나와 몇 번이고 유심히 살펴본 뒤 입을 열었다.“맞아! 이거 까르띠에 신상품이야. 국내에는 108세트밖에 안 들어온 한정품이라던데! 가격은 또 어떻고! 어마어마해!”“흥! 신상품은 무슨 신상품!”“딱 봐도 우리 오빠가 산 것보다 못한 것 같은데 뭘!”진홍민은 속으로는 제 발 저렸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입을 열었다.“이게 진짜라고 해도 십억이나 되겠어?”그러나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기까지 말하던 진홍헌은 하현을 너무 사지로 몰아넣지는 말자고 생각했는지 한 발 물러섰다.“이 자리에서 당장 물건을 꺼내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어. 위층에 있는 금정 쇼핑센터에 가서 뭔가를 살 시간을 주지. 두 시간이야!”“우린 여기서 기다릴 테니 뭐라도 사 와 봐!”자신의 오빠가 한 말에 진홍민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우리 내기할까?”“두 시간이면 부족하지 않겠어?”“그렇다면 그냥 무릎 꿇고 빌어. 빌면 두 달도 더 줄 수도 있어!”“그때는 장기라도 팔아야 할 거야!”“하지만 촌뜨기의 장기가 뭐 얼마나 값어치가 있겠어! 하하!”진홍민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는지 한껏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십억이 뉘 집 개 이름이란 말인가?많은 사람들은 평생 벌어 보지도 못하는 돈이다.하현은 볼품없는 촌뜨기인데 두 달은 고사하고 평생을 줘도 못 만져 볼 돈이었다.“두 시간도 안 걸려. 지금 바로 설유아에게 줄 선물을 가져올 수 있어.”하현은 그들의 비아냥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품에서 왕인걸이 준 선물 상자를 꺼냈다.왕인걸한테 받을 때 하현은 슬쩍 상자를 열어 보았었다.그 안에 든 것은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비록 하현이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왕인걸이 건넨 선물이었으니 가히 대단한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적어도 진홍헌이 준비한 물건보다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장담했다.“선물?”진홍헌은 싸늘한 눈초리로 눈을 힐끔거렸다.“보아하니 설유아한테 줄 생일 선물을 준비한 것이로군.”“그런데 당신이 뭘 준비할 수 있었겠어? 기껏해야 몇백만 원짜리 반지? 아니면 목걸이?”“가난한 사람들이 체면치레하려고 일부러 무리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선물이 있으면 어서 꺼내 봐! 쭈뼛거리지 말고 어서!”“꺼내지 않으면 그 안에 마늘이 들었는지 보석이 들었는지 누가 알겠어?”무리를 지은 사람들은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비웃었다.하현이 분명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십억
진홍헌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화를 내고 싶어도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잠시 후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겨우 평정을 되찾았다.그는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생각하며 이런 촌뜨기한테 섣불리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진홍헌!”“마침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만난 김에 경고 하나 하지!”“설유아가 솔로이든 아니든.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 내가 맞든 안 맞든 간에.”“이런 식으로 윽박지르는 거, 설유아가 가장 싫어하는 거야!”“앞으로 당신은 설유아를 좀 멀리하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그때 가서 날 원망해도 아무 소용없어!”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두 남매를 주시했다.하현의 날선 눈빛과 매서운 경고의 말이 서늘하게 두 남매를 압박했다.진홍헌은 순간 온몸에 오한이 났고 마음속에서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두려움에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었다.하지만 그는 죽을힘을 다해 정신을 다잡았다.그는 수조 원 자산의 중천그룹 아들인데 어떻게 이런 촌뜨기를 두려워할 수 있겠는가?“하 씨!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설유아를 대신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거야?”진홍민도 완전히 격노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내가 이미 당신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라고 했어!”“당신은 설유아의 남자도 아니고 그냥 설유아의 형부일 뿐이잖아!”“그것도 데릴사위!”“설 씨 집안에서 먹고 마시고 편하게 지내는 한량 주제에 어디서 주제넘게 형부 노릇을 하겠다는 거야?”“염치도 모르는 놈!”“감히 우리 오빠한테 대들어?”“설유아는 우리 오빠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야. 우리 오빠의 여자가 될 수밖에 없어!”“우리 오빠가 실수로 가짜를 샀다고 해도 정말로 우리 오빠는 십억을 썼다고!”“뭘로 우리 오빠랑 비교를 하겠다는 거야?”“데릴사위 주제에 처제를 위해 나서겠다고? 허! 그게 가당키나 한 것 같아?”“설유아한테 뭘 해 줄 수
하현은 사랑의 정표라고 하는 다이아몬드를 쥐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다이아몬드?”“십억?”“그 말인즉슨 이것도 결국은 유리구슬이라는 거잖아?”“촌뜨기는 촌뜨기야. 유리와 다이아몬드도 구별하지 못하는 식견이라니!”진홍헌은 하현을 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다이아몬드는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야.”“그래서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온 거야...”“그래?”진홍헌이 더 많은 말을 늘어놓기 전에 하현은 그의 말을 끊은 후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차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이아몬드가 가루가 되어 하현의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하현은 물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닦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사랑이 다이아몬드보다 강하다며?”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모두들 무슨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막막한 얼굴로 멍하니 눈앞의 상황을 지켜보았다.정상적인 다이아몬드라면 아무리 센 망치로 쳐도 절대 가루가 될 수 없다.그럼 이게 정말 유리조각이라는 것인가?아니, 유리조각이라고 해도 그렇지!어떻게 맨손으로 가루를 만들 수가 있는 것인가?순간 하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두려움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오직 설유아만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분명 형부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던 듯했다.그녀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진홍헌은 가능한 한 도덕적으로 그녀를 납치해 그녀의 승낙을 얻으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거칠 것 없이 그의 얼굴을 때린 셈이었다.진홍헌의 체면은 조금도 안중에 두지 않은 것이다.이 원한!절대 참을 수가 없었다!“짝짝짝!”하현은 손뼉을 치며 손에 묻은 가루를 털어내었다.동시에 그는 진홍헌에게 반응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진홍헌. 당신이 이 물건을 사는데 얼마나 썼는지는 모르겠지만.”“방금 사람들이 똑똑히 봤듯이 이 물건은 아주 질이 나쁜 유리조각일 뿐이었어!”“이런 걸 가지고 와서 십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당신은 나한테 말했지. 백억! 백억이면 썩 꺼진다고?!”“이제 다시는 설유아를 괴롭히지 않는 거지?”“개자식! 당신이 뭔데 자꾸 확인을 하고 그래?”진홍민이 나서며 거들먹거렸다.“우리 오빠가 어떤 신분인지 알기나 해?”“어디서 감히 우리 오빠를 거들먹거리는 거야?”진홍헌도 사납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개자식! 정말 나와 맞서고 싶어?”그는 하현이 백억을 절대 가져올 수 없다고 믿었다.설령 정말로 내놓는다고 해도 그가 이 조건을 들어줄 리가 없다.설유아 같은 아름다운 여인을 얻는 것이 그리 간단할 리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설유아도 탐이 났지만 그녀 뒤에 떡 하고 버티고 있는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대구 정 씨 가문이야말로 진홍헌이 탐을 내는 것이었다.하현은 진홍헌을 완전히 단념시키기로 결심했고 앞으로 나서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돈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오늘 당신은 설유아를 괴롭혔기 때문에 난 절대 예의 같은 거 차리지 않을 거야.”“지금 협박하는 거야?”진홍헌은 코웃음을 쳤다.“내가 누군지 알긴 알아? 여자를 사이에 두고 나랑 싸우자는 거지?”“난 중천그룹 아들이야. 우리 집 자산은 수조 원이나 돼!”하현도 매서운 눈초리로 되받아쳤다.“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열여덟 살에 북화대학에 입학했고 스무 살에 복수 학위를 취득했어. 그리고 스물네 살에 노국에 있는 복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땄어!”“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중천그룹 아들이고 내 이름으로 18개의 기업이 있어. 내 사업은 대하 각지에 퍼져 있지.”“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평생 먹고 놀아도 될 만큼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어.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하지!”“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진홍헌은 기세등등한 자태로 또박또박 한 마디도 밀리지 않고 사람을 몰아붙였다.하지만 경박
”이, 이 남자 누구야? 설마 저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는 아니겠지?”“너무 평범하게 생겼는데?”“딱 봐도 촌놈처럼 생겼잖아? 어디서 저런 놈이 튀어나온 거야?”“아니, 얼굴도 저렇게 예쁜데 왜 저런 남자를 좋아해?!”“왜 스스로 신분을 낮추려고 저러는 거야? 뭐 하러 저런 망나니랑 어울리냐고?”“저런 촌뜨기와 함께 고생하며 산다면 무슨 행복이 있겠어?”“그러니까 말이야! 진 도련님이 이렇게 멋지고 돈도 많은데, 게다가 당신한테 일편단심이잖아! 영광스럽게 생각해야 해!”많은 사람들이 모두 이러쿵저러쿵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모두들 진홍헌을 두둔하는 말뿐이었다.허영을 사랑하는 것이 세상의 본성이니까 그럴 만도 했다.예쁜 여자들은 아주 못마땅한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이 녀석이 진홍헌의 여자를 빼앗으려 해?정말 주제넘어도 한참을 넘었군!낯선 남자가 나타나 설유아와 친근한 듯 말을 주고받자 진홍헌의 눈빛은 경멸로 가득 차올랐다.그는 직접 수표 한 장을 품에서 꺼내 숫자를 쓱쓱 휘갈기고는 책상 위에 떨어뜨렸다.“십억이야! 당신 같은 촌뜨기가 평생 뼈빠지게 일해 봐야 만질 수도 없는 돈이야!”“얼른 이 수표 가지고 썩 꺼져! 얼른 설유아 곁에서 떨어지라고!”시원시원하고 박력 있는 모습에 현장에 있던 여자들은 모두 진홍헌의 이름을 외쳤다!한껏 흥분한 여자들은 진홍헌의 사랑을 받고 서 있는 설유아가 마치 자기 자신이라도 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툭!”하현도 수표 한 장을 꺼내 숫자를 쓰고는 바로 진홍헌의 얼굴에 수표를 내리쳤다.“백억이야! 이제 꺼져!”백억?꺼지라고?모두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하현이 정신 나간 게 아닌가 의심하는 눈초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진홍헌이 십억을 내놓은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는 중천그룹의 아들이었고 재산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하늘을 뚫은 기세로 거만하다는 건 말해 봐야 입 아플 정도였다.하지만 하현이 백억을 꺼내 진홍
”당신이 대답하지 않으면 난 일어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진홍헌은 이미 반쯤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는 진지한 표정, 애틋한 눈빛으로 사랑을 구하지 못하면 조금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마치 설유아가 그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땅에 머리라도 박을 기세였다.“설유아, 어서 대답해! 뭐 하는 거야?”“맞아! 진홍헌이 저렇게까지 무릎 꿇었는데 뭘 망설이는 거야? 저러다 무릎이라도 까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무릎을 꿇었는데도 대답을 하지 않다니!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야!”“만약 진홍헌이 그런 당신한테 화가 나서 마음이 상해버리면 어떻게 할 거야?”“사람이 왜 그래? 저렇게까지 하는데 받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이때 십여 명의 여자들이 모두 설유아를 호통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진홍헌 같은 부잣집 도련님한테 고백을 받다니!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그런데 그녀는 행복한 줄도 모르고 굴러들어 온 복을 발로 뻥 차려고 하다니?거절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세상 물정 모르는군!여자들의 말에 비춰 보자면 설유아는 승낙은 고사하고 당장 옷을 벗고 진홍헌에게 뛰어들어야 마땅할 것 같았다!여자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설유아의 얼굴이 더욱더 창백해졌다.그녀는 많은 부잣집 사람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행태를 보아 왔다.그러나 진홍헌처럼 뻔뻔하고 무례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동창이라는 신분을 내세워 거리낌 없이 자신을 협박하다니!이로 인해 설유아는 진홍헌에 대한 인상이 더욱 나빠졌다.자신의 오빠가 미녀를 성공적으로 손에 넣기 위해서, 그리고 중천그룹에 대구 정 씨 가문이라는 큰 태산을 연결하기 위해서 진홍민은 비길 데 없이 열심히 열을 올리는 것이다.“대답해! 설유아.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서 빨리 대답하라고!”그녀는 주변에 있던 여자들에게 눈짓으로 설유아에게 계속 압박을 가하라고 부추겼다.아마 옆에서 계속 이렇게 압박을 하면 설유아처럼 사회 경험이 없는 여자는 결국 응할 것이라고 믿
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이 장면을 지켜보다가 한 걸음 내디뎠다.설유아는 진홍헌의 구애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협박까지 받은 것이다.이 시점에서 하현은 형부로서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러나 하현이 막 발을 내디뎠을 때 방금 설유아의 앞을 가로막았던 그 남자들이 하현의 앞길을 막아섰다.키가 1미터 90센티미터에 가까운 남자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사나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진 도련님이 고백하는 거 못 들었어요?”“관계자 외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말을 하면서 남자는 하현을 밀어내며 어서 물러가라고 했다.하현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설유아는 내 동생인데 무슨 자격으로 당신들이 날 못 들어가게 하는 거죠?”“동생?”양복 차림의 남자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오빠든 아빠든 누가 와도 소용없어요!”“지금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어요. 진 도련님이 미인을 품에 안기 전에는 그 누구도 못 들어갑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 차갑게 말했다.“비켜!”“어쭈, 지금 화낸 거야?”“보아하니 당신은 설유아의 오빠가 아니라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인가 보군, 그렇지?”“내 여자가 남한테 구애받고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해?”양복 차림의 남자가 사납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아무 소용없어. 기분 나쁘면 벽에 머리라도 쥐어박아. 우리한테 와서 소란 피우지 말고!”중천그룹 경호팀장인 그는 키가 1미터 90센티미터나 되는 큰 키를 앞세워 자신만만하게 하현에게 맞섰다.어쨌든 오늘 진홍헌은 그에게 외부인을 식당에 들여보내지 말라는 중책을 맡겼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함부로 레스토랑에 들어오게 할 수 없었다.대화를 듣고 있던 몇몇 사내들도 히죽히죽거렸다.하현의 절박한 얼굴을 보고 그들은 하현이 설유아가 마음에 둔 사람인 줄 완전히 착각한 것이다.어쩌면 두 사람이 사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먹잇감으로 당하기 직전
진홍헌, 오늘 이런 이벤트를 해줘서 고마워.”설유아의 얼굴이 차가워졌다.누군가가 공개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하는 것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마치 그녀를 납치하는 것 같은 기분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생일 파티에 왔다가 뜬금없이 고백을 하는 진홍헌에게 그녀는 조금도 호감이 가지 않았다.“진홍헌, 이런 물건은 사랑하는 여자한테 선물해야 하는 거야.”설유아는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자칫하다 진홍헌에게 말꼬리를 잡혀 쓸데없는 기회를 주게 된다면 곤란하다.“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어.”“그래서 당신의 고백을 받아줄 수가 없어.”진홍헌은 조건도 탁월하고 인물도 아주 잘생겼지만 설유아의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서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진홍헌의 여동생 진홍민은 순간 얼굴색이 확 변하며 입을 열었다.“설유아! 부끄러워서 이러는 거야? 부끄러워서 지금 우리 오빠를 거절하는 거냐고? 그러면 안 돼!”“오빠를 쫓아다니는 여자들이 금정에서 대구까지 쫙 깔렸어!”“당신이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당신 생에 다시는 이런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없을 거야!”진홍헌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설유아, 부끄러워하지 마. 좋아하는 남자가 어디 있다는 거야?”“있다고 해도 이런 남자는 나 하나밖에 없어. 당신과 어울릴 수 있는 남자는 나뿐이라구!”“그러니까 거절하지 말아줘!”설유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진홍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평범한 동창일 뿐이야.”“그리고 난 정말 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어!”“무엇보다 오늘은 내 생일 파티잖아.”“내 생일 파티에 네가 이러는 건 좀 그렇지 않아?”진홍헌은 설유아의 말에 조금도 타협할 마음이 없다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설유아, 바로 오늘이 당신 생일이기 때문에 내가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한 거야!”“왜냐하면 난 정말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난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