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모든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일어섰고 그들은 당인준이 말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는 사람이기를 바랬다. 안수정과 구지성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보려고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온 장내가 요동했고, 특히 당인준이 가운데 줄을 지나갔을 때 뒷줄에 있던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장내에서는 하현만 냉담한 기색으로 높은 산처럼 안정적이었고 흔들림이 없었다. 설유아는 이 광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농담을 던졌다.“형부, 당인준이 말한 사람이 형부는 아니겠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흠, 네가 맞춰봐.”하지만 설유아는 형부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고 히죽 웃었다.곧 일행이 뒷줄에 도착했다. 이 뒷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이었다. 군단의 신화를 맨 뒷줄에 앉히다니?만약 이것이 알려지면 큰 일이다.어쩌면 하씨 집안은 어른을 존경하지 않는다고 소문이 날 지도 모른다.곧 일행은 맨 뒷줄까지 갔다. 하태규는 한 눈에 봐도 기세 등등해 보이는 중년의 남성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물론 하현이 여기 있었지만 그는 하현을 거물이라 여기지 않았다. 만약에 그가 일찍이 하씨 가문을 되찾았다면 혹시 여기에 앉았을 지도?하민석과 하은수 두 사람도 인상을 찡그렸다. 그들도 누가 도대체 당인준보다 신분이 높은지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뒷줄에 앉은 사람들은 마지못해 초대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거의 대부분이 보너스로 온 사람들이었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당인준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 여기에 앉아 있는 거야? 이때 모두들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곧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설유아 조차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당인준이 점점 그들과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당인준이 걸음을 멈췄다! 모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가장 중요한
설마, 진짜 형부!?지금 설유아의 마음은 충격으로 가득 찼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순간, 온 장내의 시선이 일제히 이들에게로 쏠렸다. 하현과 두 사람은 장내의 유일한 이슈가 되었다!지금 이 순간 설유아는 긴장감이 넘쳤다!그녀는 자신이 숨을 쉴 수 없음을 느꼈다. 이 순간은 마치 시간이 정지하고 공간이 굳어져 버린 것 같았다. 모든 의식이 사라지고 뇌가 하얗게 되었다. 이때 설유아는 자신의 온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하현에게 다시 묻고 싶었지만 입을 열 힘이 없었다.이 남자는 너무 신비롭다!“탁탁탁______”이때 당인준이 갑자기 성큼 한 발을 내디뎠고, 카펫 위에서 군화의 일정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때 망치가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박히는 것 같았다. 이 소리는 그 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실신 상태에서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이 줄에 있던 한 남자와 여자를 보고 모두들 한 가지 가능성 밖에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여자는 분명 고등학생으로 보인다. 그럼 그녀는 당인준이 말한 그 사람 일리가 없다. 그럼 하현 밖에는 없다!그가 당인준이 말한 그 사람이다!당인준 뒤에서 따라온 하태규와 사람들은 잠시 생각이 멈춰졌고, 한참 동안이나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모두 산 송장처럼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반응이 없었다!이에 반응할 수가 없었다!이 일의 결과가 그들의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이건 절대 불가능하다! 그들이 전혀 원하지 않는 사람이 당인준보다 신분이 높다니. 만약 3년 전 같았으면 하씨 집안 전체가 들끓고 환호하며 펄쩍펄쩍 뛰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들은 눈앞이 캄캄해졌다!그리고 안수정과 구지성의 시선도 당인준과 함께 움직였다. 그곳에 하현만 앉아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그 사람? 설마 그 사람이? 당인준이 말한 그 사람?자기 할아버지가 정말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그는 잠룡이었다! 구지성은 온
충격! 충격적이다!믿을 수가 없다!이것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일평생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심지애, 양지수, 채곤 등 사람들은 여기서 하현을 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사람이야 말로 이 자리에서 유일한 왕이었다!당인준은 다른 사람들에게 놀랄 틈도 주지 않고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대장님, 맨 앞자리로 가시죠!”“저 자리는 대장님을 위한 자리입니다!”“저 자리는 대장님께만 어울리는 자리입니다!”하현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인하지 않았다.“응.”바로 이때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반응을 했다. 당인준은 천천히 돌아서서 그 자리에 있던 하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하태규, 하민석씨 당신들 이 분이 누구신지 알고 싶으세요?”“제가 말씀 드릴게요!”“이 분은 3년전에 남원을 잠시 떠나셨어요.”“그 때 당시 이 분은 하 세자라고 불렸어요!”“3년 후 다시 돌아왔고, 이 분이 원하신다면 여전히 하 세자라고 불릴 것입니다!”“하씨 집안 사람들은 아무도 이 분의 걸음을 막을 수 없습니다!”……“뭐? 하현이 하 세자라고? 거기다 군단의 대장? 그럴 리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안수정의 얼굴엔 충격적인 기색이 가득 했다. 그녀는 원래 하현을 의심했었고, 하현이 허풍을 떤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하현은 모든 것이 변했고, 전설의 하 세자가 되었다. 동시에 그는 살아있는 전설, 대장이었다!그리고 방금 그 앞에서 그를 비웃었던 구지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구지성은 지금 오줌을 쌀 것 같았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끊임없이 조롱하던 남자가 전설의 하 세자라니? 벌써 3년 전, 강남의 하늘이 되었던 그 사람! 하씨 가문!하 세자!어쩐지 방금 그의 온갖 비아냥거림에도 하현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었다! 땅강아지들과 따지기가 귀찮았기 때문이다.하늘처럼 높은 용이 땅바닥에 있는 땅강아지를 신
방금 까지도 그녀는 하현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가 말한 모든 것이 허풍이라 생각했고, 심지어 그녀는 돌아가서 자기 할아버지에게 앞으로는 이 놈에게 속지 말라고 설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갑자기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막막해졌다. 만약 그녀가 이전에 멍했다면, 지금은 더욱 더 멍해졌다. 하현의 시선은 구지성에게로 담담하게 떨어졌지만, 가볍게 한 번 쳐다봤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현의 시선이 스쳐 지나가자 구지성은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곧이어 몸에 힘이 축 빠져 ‘털썩’ 무릎을 꿇었다. 시종일관 하현은 그를 두 번 다시 보지 않았다. 그는 자격이 없었다!하현은 천천히 맨 앞자리로 걸어갔다. 당인준은 하현의 의자를 반쯤 앞으로 당겨주었고, 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았다. 그 옆에는 당인준과 설유아가 있었고, 그 옆에는 공문수와 양정국 등이 있었다! 하현이 나타났을 때 그들은 당인준이 오늘 왜 군복을 입고 여기에 나타났는지를 알게 되었다.그는 소위 생신 잔치에 참석하러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임무를 수행하러 온 것이었다. 하현, 하 세자, 대장을 지키는 임무였다! 오늘은 하씨 가문과 전설의 하 세자가 만나는 날이다.이게 무슨 생신 잔치인가? 아니다! 이건 근본적으로 초청객을 모해할 목적으로 차린 잔치였다! 지금 이 순간 강남의 거물이라도 비할 데 없이 후회가 되었다. 빨리 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강남의 하늘끼리 싸우는 전투에 그들이 동참해야 한단 말인가?하현은 손을 살짝 들고 흔들어 보였다. 당인준은 즉시 알아차리고 무대에 올라 장내를 한 바퀴 둘러 보고는 차갑게 말했다.“하씨 가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빨리 퇴장하십시오!”“오늘 일에 대해 누구든 한 마디라도 내 뱉을 경우, 밖에서 소문이 돌면 모두들 그 결말은 잘 아실 겁니다!”공문수가 제일 먼저 일어섰다. 그가 강남의 2인자라는 것은 이미 너무 많은 것들
현장에 곧 두 무리의 사람들만 남았다. 한쪽은 하씨 가문 사람들. 다른 한쪽은 하현, 당인준, 설유아 세 사람. 하씨 집안 사람들의 안색은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 세자 이 세 글자는 그들에게 있어서 당연히 마음을 짓누르는 마음의 병이었다!하지만 하씨 가문은 강남의 하늘이니 당연히 자부심이 있었다.하 세자면 또 어때서?3년 전에도 남원에서 몰아 냈으니 3년 후에도 당연히 가능하다. ……무대 아래 쪽 룸에서 분향하는 냄새가 피어났다. 하수진은 소복을 입고 안쪽에 무릎을 꿇고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하씨 가문의 할머니가 이때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오른 속으로 각양각색의 보석이 박힌 용머리 지팡이를 움켜쥐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 불효자가, 정말 왔어?”할머니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고, 주름진 얼굴에서 의미심장한 기운이 풍겨져 나왔다. “할머니, 그가 왔어요. 게다가 강남 군단의 제일 가는 전신 당인준이 그의 곁을 지키면서 그를 대장이라고 불렀어요!”하수진은 마치 자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듯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허, 중앙아시아 전장에 갔다가 운 좋게 목숨을 건져 대장이라는 호칭을 얻었다고 자기가 정말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아나 보지?”“하 세자,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만약 이 늙은이가 하씨 가문을 오랫동안 돕지 않았더라면 저 애송이 녀석이 하씨 가문의 이름을 빌어 거들먹거릴 수 있었을까?”할머니는 냉담한 기색이었다. “가자, 수진아. 우리 같이 가서 이 불효자 녀석이 도대체 어떻게 할 작정인지 한번 보자……”“3년동안 못 봤더니 기대가 되네……”할머니는 원기가 왕성했다. “할머니 안심하셔도 돼요. 둘째 오빠가 이미 준비를 다 마쳐놨어요. 군단 쪽에서도 이미 다 배치를 해놨어요……”하수진이 입을 열었다. 할머니가 담담하게 말했다. “응. 민석이에게 전해. 3년 전에는 민석이가 마음이 약하고 모질지 못해서 그런 거니 나도 탓하지 않는다고……”“하지만 3
회의장 중앙. 그래서 하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반쯤 무릎을 꿇었다. 하민석처럼 세력이 있고 하태규처럼 강한 사람도 지금은 앞장서서 무릎을 꿇었고 동시에 약간 뒤쪽으로 기울여 경의를 표했다. 왜냐하면 지금 나타난 사람은 하씨 가문의 어르신이었기 때문이다. 듣기로 할머니는 한국 10대 가문과 견줄 만한 호족출신이라고 한다. 그녀가 하씨 집안의 할아버지에게 시집을 왔을 때 하씨 가문은 강남의 일류 가문에 불과했었다. 그녀가 하씨 집안에 시집을 온 이 후에야 하씨 가문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불과 20년 만에 강남의 유일한 정상급 가문이 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강남의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하씨 가문의 할머니 이일해야 말로 진정 하씨 가문을 일으켜 세운 사람이다. 하씨 집안의 할아버지는 하현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몇 년 복을 누리지 못하셨다. 하씨 가문은 중 후반에 조타자가 몇 명 바뀌긴 했지만 진정한 대권은 결국 할머니가 쥐고 있었다. 하씨 가문의 역대 권력자들 중 유일하게 하현만이 감히 그녀를 거역했었다. “삐걱삐걱______”이때 이일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손에 들고 있던 용머리 지팡이가 땅에 한 번씩 찍히면서 둔탁한 소리를 냈다. 마치 불멸의 권위를 대표해서 속세로 걸어 들어오는 것과 같았다. 그녀가 높은 단 위에 올라 섰을 때, 뒤에서 유일하게 하수진이 홀로 썰렁하게 서 있었다.무대 위에서 반쯤 무릎을 꿇은 사람들 사이로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아무렇게나 앉아 있는 하현과 하현 옆에 군계일학처럼 당인준이 엄숙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하현, 너 건방지게! 할머니께 감히 무릎을 꿇지 않다니!”하태규가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현, 네가 이미 우리 하씨 집안에 반역을 했다 해도 할머니께 인사를 안 하다니!”“너 아직도 앉아 있을 낯이 있는 거야? 그 자리에는 할머니만 앉으실 수 있어!”“너 안 꺼져!”“……”한 무리
하현은 약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하은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임마, 네 쌍둥이 형은 그래도 머리가 조금 있긴 한데 너는 아예 없구나.”“할머니 스타일은 내가 너보다 백 배는 더 잘 알아!”“설마 너희들 생각도 안 해본 거야?”“내가 배짱도 없이 오늘 여기에 발을 디딜 수 있었을까?”이 말을 듣자 하니 하현은 하 세자라 불리며 혼자 힘으로 당시 무기력 했던 하씨 집안을 3년 만에 강남의 하늘로 다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늙은이 이일해와 가장 많이 접촉했던 사람이었다. 다른 하씨 가문 사람들은 아마 1년에 한 번도 할머니를 만날 자격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곳에서 늙은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마 정말 그일지도 모른다. 하은수는 안색이 변하더니 잠시 후 차갑게 말했다. “하현, 지금 네가 가진 가장 큰 패는 바로 네 옆에 있는 당인준이지?”“너는 우리가 아무것도 준비를 안 했을 거 같아?”“고작 당인준이 우리 하씨 가문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장난하냐!”하현은 통제 불능이 된 하은수에게는 완전히 신경을 끄고 담담하게 하태규를 바라보며 웃을 듯 말 듯 하며 말했다. “나에게 가장 좋은 가장의 어르신, 어떻게 생각하세요?”“내가 오늘 하씨 가문을 무너뜨릴 수 있을 거 같습니까?”“오늘 내가 다시 하씨 가문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요?”이 순간 하태규의 안색이 처음으로 변했다. 만약 할머니가 나오기 전에 하현이 이렇게 날뛰었다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가 나왔다는 것은 하씨 가문이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현이 여전히 날뛰고 있다니. 그의 머리가 정상이 아니거나 아니면 그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장의 카드가 있거나. 하지만 하현은 하 세자라 불리는 데 생각이 짧을 리가 없다.어르신이 여기에 분명이 계시는데도 그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하씨 가문을 상대할 만한 충분한 저력이 있다는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하태규는 당인준에
“후회하지 않는 다면요?”하현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다시 하 세자가 된다는 것이 그에게는 한치의 유혹도 되지 않았다. “그럼 이 어르신이 너를…… 이 세상에 나온 걸 후회하게 해주지!”할머니의 목소리는 칼 같았다.“솔직히 말해서 나는 너를 내 친 손자로 취급한 적이 없어. 너는 내 눈에 그저 하나의 도구로 보일 뿐이야!”“너의 부모님은 태백산맥 골짜기로 들어간 이후로 깜깜 무소식이야. 너는 하씨 집안에 친척이 없어!”“내가 너를 선택해서 키워줬는데도 너는 순순히 말 잘 듣는 개 노릇 할 줄도 모르고……”“이 늙은이가 너를 하씨 집안의 권력자, 하 세자로 만들어 줬는데!”“그런데 너는 한다는 짓이?”“이 늙은이를 여러 번 거역하다니!”“지금 정말 너무 후회스럽다!”“개도 키워주면 감사할 줄을 알아. 근데 너는 감사할 줄도 모르고!”“내가 보기에 너는 하씨 성도 어울리지 않아!”하태규는 냉랭하게 말했다.“하현, 네가 하씨 가문을 무너뜨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 둬!”“3년 전에도 할 수 없었고!”“3년 후에도 할 수 없어!”하현은 심호흡을 하고 냉담한 표정으로 이일해를 쳐다봤다. 만약 그녀가 자신에 대해 확실히 키운 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방금 그 몇 마디 말로 그는 할머니의 머리를 땅에 찧었을 것이다. 그는 마음이 아팠다!할머니의 눈에 그가 정말 단지 개 한 마리, 도구 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순순히 말을 잘 들으면 고기를 먹을 수 있고, 말을 안 들으면 고기가 되는 것이다.하지만 노인의 이 말은 그의 추측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현은 평온한 기색을 되찾았고, 그의 눈은 깊어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과 같았다. “할머니, 할머니와 내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떤 일들은 좀 터 놓고 말할 수 있지 않겠어요?”이일해는 냉담하게 말했다.“너 같은 풋내기가 무슨 자격으로 이 늙은이 앞에서 짖어 대는 거야?”하현은 담담하게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