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어르신, 군단 인맥과 관계가 있으신데 군사 몇 명으로 어떻게 주인 어르신 손에서 사람을 빼앗을 수 있습니까?”하민석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태규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확실히, 보통 같았으면 강남 군단에서는 나를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이 없었을 거야. 근데 이번엔 누군가 손을 쓴 거 같아……”“게다가 신병을 쓴걸 보면 신분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게 분명한데……”하민석이 추측하며 말했다. “아니면 당인준이 우리에게 치우쳐져 있어서 군단 사람들 중에 누가 우리에게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또 아니면 어떤 큰 가문 사람이 우리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걸까요?”“혹시, 그 사람……”하태규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관건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강남 군단의 위급한 병사가 있다면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댔다는 거야……” “나중에 나도 알아봤는데, 국경에서 작은 규모의 충돌이 있었는데 주변 국가에서는 수십 명이 죽었고, 우리는 몇 명 다쳤다고 하더라고……”“지금 이 부상당한 군사들은 우리 군단의 영웅들이야. 최고의 의학 전문가들을 불러서 그들을 데려오라는 명령을 위에서 내렸다면……”“그 손을 내민 사람들은 아마 그 부상당한 군사들의 전우일지도 몰라……” “만약 이것이 진짜라면 상대방은 또 군령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는 당분간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거야……”하민석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주인 어르신, 우리가 눈뜨고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겠죠?”“기다려, 장병조 일행이 풀려날 때까지 기다려봐. 상대방이 계속 그들을 붙잡고 있을 리는 없어. 보아하니 이번에 경원이는 생일잔치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은데……”하태규는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어르신 안심하세요. 설령 생일 잔치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하씨 가문에서 경원이의 자리는 어떤 변화도 없을 거예요……”하민석은 몇 마디로 위로하고는 느린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하지만 떠난 뒤 그는 오히려 살짝 찡그리며
하씨 집안 할머니 백세 생신 잔치가 점점 가까워지자 남원 전역은 큰 명절을 맞이하는 분위기였다.남원 전역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하씨 가문은 남원의 하늘로, 남원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원의 일류 가문 사람들조차 하씨 가문의 생신 잔치 초대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자랑했다. 심지어 초대장을 받은 많은 사람들은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하고, 자기 SNS에 올려 자기의 위상을 과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씨 가문의 할머니 백세 생신 잔치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 지를 이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생신 잔치 전 날, 설유아는 별 생각 없이 초대장을 보내왔다. 이것은 그녀가 양부모님께 오래 전부터 부탁해 온 것이다. 하지만 하경원의 일 때문에 설은아는 아직도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서 그녀는 참석할 수가 없었다. 만에 하나 잔치자리에서 화를 불러일으키기라도 하면 그 결과를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문제는 이 일을 말을 할 수도 없고, 설유아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너 안 가도, 나는 갈게……”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분명 갈 것이다. 남원에 돌아온 후 처음으로 하씨 집안과 정식적으로 만나는 자리인데 자신이 어찌 빠질 수 있겠는가?설유아는 오히려 기뻤다. 설은아가 안 가면 그녀가 볼 때 형부는 혼자 있는 것이었다. 설은아는 하현을 말리지 못하자 자기도 모르게 유아에게 말했다. “너 반드시 형부를 잘 지켜야 돼! 아무도 형부를 건드리게 해서는 안 돼.”설유아는 대답했다.“언니, 걱정 마. 우리 양부모님이랑 같이 가니까. 그분들은 최씨 집안 대표잖아!”“최가는 남원에서 지위가 높아서 하씨 가문이라도 해도 감히 우리한테 함부로 못 해.”이 말을 듣자 그제서야 설은아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 설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은 분명 이번에 잔치에 참석할 수 있는 자격이 없을 것이다. 다음 날, 남원 컨벤션 센터
아직 잔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들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곳엔 샴페인 타워도 세워져 있었고 서양식 뷔페도 있어서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하현과 설유아도 자리를 잡고 방금 앉았다. “하…… 하현, 너야?”뒤에서 한 줄기 소리가 들려왔다. 하현이 돌아서자 얼음미녀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몇 달간 못 본 사이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지금 그녀는 촉촉하고 맑은 눈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약간 흥분했지만 가까스로 억눌렀다. 남원의 일류 가문 중 하나인 안씨 집안, 안수정. 두 사람은 전에 서울에 있을 때 많이 만났었고, 나중에 안수정이 떠날 때 하현이 특별히 그녀를 배웅해 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서울을 떠난 후 두 사람은 못 만난 지 벌써 거의 석 달이나 되었다. 심지어 남원에 온 이후로 하현은 일이 바빠서 먼저 안수정을 찾아갈 마음이 없었다.“어떻게 남원에 오셨으면서 연락도 안하셨어요?”안수정은 시선을 설유아에게 향하면서 조금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수정아, 이 사람 네 친구야?”옆에서 지금 또 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두운 색 무늬의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건너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 보았다. 분명 이 사람은 안수정을 따라다니는 사람이었다. 지금 자기도 모르게 하현을 경쟁상대로 삼았다. 하지만 하현은 그를 상대하기가 귀찮아 안수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남원에 온지 아직 한 달이 안 됐는데 요즘 일이 바빠서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한가해지면 꼭 식사 대접 할게요.”“좋아요 좋아. 전 언제든 시간 괜찮아요!”안수정은 재빨리 입을 열었지만 곧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채 자신이 말 실수를 했다는 것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유아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소 도발적인 표정으로 안수정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원래 형부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또 형부를 빼앗으려는 사람이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어두운 무늬의 양복 차림의 이 남자가 아무리 빈정거려도 하현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이 깡충깡충 뛰는 어릿광대들은 그의 눈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틀림없이 한방이면 끝이었다. 그들은 하씨 가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현의 모습이 안수정의 눈에 들긴 했지만 스타일이 조금 바뀌어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 석 달 전만해도 그는 안수정의 초대를 충분히 거절할 수 있는 남자였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 화를 참고 있는 거지? 설마 3개월의 시간이 한 사람을 바꿀 수 있나?안수정은 심호흡을 하고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차가운 모습을 되찾았다. 이때 그녀가 어두운 무늬의 양복 차림을 한 남자를 힐끗 쳐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구지성, 내가 어떤 사람과 사귀든, 어떤 친구랑 지내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한 번만 더 내 친구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면 내가 너한테 막말을 한다 해도 나한테 뭐라고 하지마!”안수정이 이렇게 입을 열었을 때 카리스마가 넘쳤다. 역시 얼음 미녀답다.구지성은 원래 그녀를 쫓아다니던 사람이었는데, 지금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맞은 편에 있는 하현을 더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폐물이 어디 쓸데가 있나? 짓밟고 싶은 대로 마음껏 짓밟게 두면 안되나? 이 데릴사위가 이해를 했으면 그만 두겠지만, 만약 이해를 못했다면 나중에는 때려 죽일 수도 있다. “괜찮아요?”안수정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결국 맨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바뀌었다. “네, 괜찮아요. 시간 있을 때 식사 대접 할게요.”하현이 대답했다. 그는 오늘 여기에 마음을 두지 않았기에 안수정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하현을 보면서 안수정은 약간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경매장에서, 골동품평회에서 침착하고 기가 막히게 멋진 남자는 어디 갔지?고작 몇 달 못 봤다고 어떻게 이렇게 변한 거지?
하현이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도 모르는 이 두 녀석에게 무시를 당하는 것을 보고 설유아는 조금 화가 났다. 그녀는 하현의 팔짱을 끼며 차갑게 말했다.“당신들 어디서 튀어나온 놈들이야!”“당신들은 시야가 좁은 속물들일 뿐이야!”“우리 형부는 대단해! 특히 너 이 옹졸한 녀석아!”“우리 형부가 너를 무서워하는 줄 알아? 우리 형부는 너를 상대하고 싶지 않은 거야!”“왜냐면 형부 눈에 당신은 땅강아지처럼 보이거든!”설유아는 하현이 어떤 신분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하지만 수백억짜리 부동산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이름으로 해주고, 남원 타워 회전식당 사람을 마음대로 사들일 수 있는 사람은 분명 구지성 같은 광대가 도발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현, 당신 처제, 정말 너무 귀엽네!”구지성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경멸하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내가 땅강아지라고? 그래. 인정해. 높으신 하 세자 같으신 분 앞에서는 나는 확실히 땅강아지 일 뿐이지……”“하지만 나 구지성은 어쨌든 남원 일류가문 구씨 집안 사람이야. 이런 출신은 당신들 같은 보통 사람들이 한 평생 노력한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어……”구지성은 매우 의기양양했다. 그는 비록 구씨 가문의 방계일 뿐이었지만 방계 중에서도 그는 좀 출중한 편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감히 그는 안수정을 따라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보잘것없는 데릴사위는 말할 것도 없고 설씨 가문이라 해도 그는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참, 듣기로 아직 일이 없다고 하는 것 같던데, 수정이의 체면을 봐서 내가 우리 회사에 자리 하나 마련해 줄게.”“우리 회사에서 최근에 마침 경비원을 하나 뽑고 있거든, 월급이 그런대로 괜찮아!”구지성은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었다. 만약 안수정이 마음에 들어 하는 이 사람을 자기 수하에 두고 경비원을 시킨다면 얼마나 좋을까?이 말이 나오자 안수정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녀는 비록 지금 자신이 하현에게 처음 가졌던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안수정은 비록 하현에게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를 직접 까발리지는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하현씨, 저는 예전에도 당신을 믿지 않았었지만, 결국 자신의 실력으로 당신이 맞다는 것을 증명했었잖아요.”“저는 다시 한번 당신이 자신이 맞다는 것을 증명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보고 싶어요. 당신이 말 한대로 할 수 있는 지 증명해 보세요!”구지성 역시 하하 큰 소리로 웃었다. “기왕 수정이도 이렇게 얘기했으니 그럼 나도 한 번 기대해 보지.”“일단 하 대표님이 하씨 집안을 전부 손에 넣으시면 제가 반드시 당신의 보안대장이 되겠습니다. 그때 가면 하 대표님이 꼭 기회를 주셔야 합니다!”뜻밖에도 이때 하현은 정말 진진했다. 그는 구지성을 위아래도 한 번 훑어 본 후에야 말했다.“좋아요. 비록 체구가 작아서 보안 대장을 하기에 적합하지는 않지만 내가 이미 약속을 했으니 반드시 시켜 줄게요.” “제때에 취임하는 거 잊지 마세요.”구지성은 이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이때 그는 하현을 비웃는데 흥미가 없어졌다. 하현이 이미 조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누가 자기에게 최면을 걸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지 정말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그저 슬프고 한탄스러울 뿐이었다. 만약 방금 구지성이 하현을 짓밟을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의 눈에 하현은 이미 짓밟을 만한 자격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때 뒤편에서 흰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인파를 헤치고 다가왔다. 이 사람을 만났을 때 구지성의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 이 사람은 다름아닌, 왕정민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왕씨 그룹의 곽양택이었다. 그 역시 안수정을 쫓아 다니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이때 곽양택은 곧장 안수정 앞으로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수정 아가씨, 방금까지 계속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수고스럽겠지만 이쪽에 있는 물건들 좀 한번 봐주시겠어요?”안수정은 관심을
곽양택의 말을 듣자 모두들 기괴한 기색을 보였다. 곽양택이 비록 이 시계의 가치를 증명하긴 했지만 필경 죽은 사람의 물건이었다. 뒤쪽에서 하현의 표정은 순식간에 음산하고도 싸늘해졌다. 설유아, 안수정은 모두 자기도 모르게 하현을 쳐다봤다. 그의 눈동자에서 그녀들은 감출 수 없는 살의를 감지했다. 곽양택은 하현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아 이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때 하현의 마음은 살의로 가득 찼다. 내 형제의 물건을 나눠 갖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에게 선물까지 한다고?이때 곽양택이 손을 흔들자 그의 부하 몇 명이 조심스럽게 잠긴 상자를 하나 들고 건너 왔다. 안수정은 다가가서 몇 번 쳐다본 후에야 가볍게 말했다. “맞아요, 확실히 파덱필립 골동품 시계네요.”안수정의 확답을 받은 곽양택은 웃으며 말했다.“자,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저는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안수정 아가씨, 이따 봬요.”곽양택은 말을 마치고 손목시계와 부하들을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 옆에서 설유아는 속삭이며 말했다.“형부, 왜 이렇게 화를 내요? 그게 형부랑 무슨 상관이에요?”하현은 차갑게 말했다. “박재민은 내 대학시절 절친한 친구였어.” 설유아는 깜짝 놀라며 속삭였다.“형부, 그래도 너무 화내지 마세요!”“이건 당인준 군단장한테 선물 할 거라, 우리가 가져오지 못할 거예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 내가 이따가 가지고 올 거야……”“하현, 당신……”안수정은 한숨을 내쉬었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구지성은 실소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당신이 뭘 믿고 다시 가져 오겠다는 거야?”“너는 네가 당 군단장이라고 생각해?”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이따가 당인준이 직접 손목시계를 나한테 가져다 줄 거야.”“아이고, 동생, 너 허풍 좀 작작 떨어. 그러면 내가 너를 사람 취급 해줄게!”구지성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놈은 허풍을 너무 심하게 떤다.
이때, 하태규를 포함해 하민석과 일부 하씨 고위층 사람들은 조금 냉정을 찾지 못했다.그들은 당연히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들은 3년 전 남원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이렇게 멀쩡하게 그들 곁에 서있었다. 게다가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다니.이건 위엄 있는 하씨 가문에 도전하는 것인가?만약 오늘이 잔칫날이 아니고, 상황이 좋지 않았다면, 아마 누군가가 하현을 잡을 준비가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하현 자기 혼자서 이곳에 설 기회는 너무 적었다. 어쩌면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그를 잡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현은 지금 계속 웃으며 말했다.“안 다쳤으면 제일 좋았을 텐데.”“어쨌든 얼마 전에 듣기로 군단의 명의 장병조가 국경으로 보내져서 군사들을 치료했다고 하던데 아마 당분간은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이 말이 나오자 온 장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하태규, 하민석과 몇 사람의 안색이 모두 변했다. 하현이 장병조의 일을 알고 있다니?이건 하씨 집안의 망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하씨 가문의 고위층과 의사를 납치한 사람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하현이 이걸 알고 있다고?3년 전 남원에서 물러났다가 오늘 돌아온 사람이 어떻게 알았지? 계속 웃을 듯 말 듯 하던 하민석을 비롯해 지금 하현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설마, 정말 하현이 그 의사들을 납치한 건 아니겠지?그게 어떻게 가능하겠어?군단 무장헬기를 동원할 수 있다고?군단 사람들은?이 모든 걸 하현이 할 수 있다고?그건 불가능한 일이지!만약 3년 전이라면 혹시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지금은 3년이 지났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설마 그가 아직도 자신이 그 당시의 하 세자라고 생각하는 건가?물론 천일그룹이 지금 강하게 돌아오긴 했지만 문제는 하씨 집안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상업계의 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한 가문이 일어설 힘은 상업계, 군단, 길바닥,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
회사 입구를 나온 하현은 아우디 A8 안으로 들어가 나박하에게 시동을 걸라고 손짓을 했다.나박하는 방금 그 장면을 목격했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지금 하현은 나박하의 눈앞에서 흉악한 발톱을 드러낸 셈이었다.이를 통해 나박하는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하현이 결코 밥이나 축내는 데릴사위가 아니라는 것, 그렇게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완전히 깨달았다.시동을 건 후 나박하는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하현, 어디로 갈까요?”“엄도훈과 자금산에서 만나기로 하지 않았어요?”“그를 만나야죠.”“만나서 확실하게 얘기해야죠. 그가 이천억을 받아온다면 우린 한 푼도 가지지 않을 거라고.”“이천억. 그들 신사 상인 연합회가 십 년 동안 보호비를 걷어도 이렇게 많지는 않을 거예요.”“아마 그는 열심히 돈을 받아오려고 할 거예요.”하현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는 김탁우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김탁우의 천성으로 봐서 그는 절대 이 돈을 갚지 않을 것이다.더군다나 오늘 금정 간 씨 가문 간소민이 함께 있었으니 김탁우는 이 사람 앞에서 절대 체면을 구길 수 없을 것이다.김준영을 몰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남 천문채을 공범으로 만들어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것이다.여섯 은둔가 중 두 씨 가문이 이 일을 가장 좋아할 것이다.30분 후 나박하의 차는 짓다 말아 흉가가 된 별장 근처에 멈춰 섰다.이곳은 그들이 엄도훈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였다.하현은 이 기회를 틈타 엄도훈 뒤에 있는 서남 천문채 수장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눈앞을 보니 엄도훈의 차 이외에도 여러 대의 지프가 나타나 있었다.이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엄도훈의 개조된 차량을 들이받았고 현장에는 칼자국과 탄환 자국이 흩어져 있었다.짐작컨대 이곳에서 방금 치열한 혈투가 벌어진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차 문을 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박하, 차를 구석으로 몰아요. 시동 끌지
”게다가 당신은 방금 모든 것이 공평하고 공명정대해야 한다고 했는데 왜 이제 와서 좋은 말할 때 그만하라는 거야?”“내가 오늘 고의로 이런 문제를 일으켰더라도 분명히 해야 해!”“어제 김탁우가 내 집복당을 봉쇄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이런 일도 없었을 거야!”“상대가 놀자고 하는데 놀아 줘야지!”“지면 인정하고 혼쭐이 나야지.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간소민은 기세를 수그리며 말했다.“하현,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김탁우는 점잖고 교양 있는 사람이야. 당신이 말한 그런 사람이 아니야!”김탁우도 차갑게 얼굴이 가라앉았다.속으로 짚이는 데가 있다고 해서 함부로 발설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하현, 함부로 남을 헐뜯지 마! 증거 있어?!”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이처럼 기세 좋게 대드는 것을 보고 아직 이홍파 측이 하현에게 손을 쓰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조만간 있을 대역전극을 볼 기대로 차올랐던 것이다.하지만 이홍파는 이미 하현에게 손을 썼을 뿐만 아니라 무참히 짓밟힌 후였다.의기양양하게 하현을 찾아갔지만 결국 하현은 아무 일 없이 끝났고 오히려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은 단번에 고개를 숙였다.“김탁우, 함부로 남을 헐뜯는 사람인지 아닌지,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는 당신이 이미 잘 알고 있을 거야.”“지금 이런 얘기하는 게 의미가 있어?”하현은 당당한 얼굴로 김탁우를 바라보았다.“설은아의 체면을 봐서 특별히 천억에 합의해 주는 거야. 내일 밤 어두워지기 전에 수표를 가져와야 할 거야.”하현이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밀어붙이자 간소민은 버럭 화를 냈다.“하 씨!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당신이 금정에서 이렇게 함부로 날뛰는 건 우리 간 씨 가문 여자를 등에 업었기 때문이잖아!”“내 말 똑똑히 들어! 이 일은 여기서 끝내야 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내가 간민
”비슷한 물건들이 항성과 도성 경매장에서 대략 이천억에 팔렸어!”“나도 방금 형 씨 가문에서 이천억에 샀어.”“봐. 여기 가격표가 있잖아?!”하현은 비닐봉지를 열어 바닥에 파편을 쏟으며 영수증을 한 장 꺼냈다.“내 아내한테 결혼기념일 선물로 주려고 산 거였어!”“그런데 어떻게 되었는지 잘 봐!”“당신 차에 부딪혀 완전히 부서졌어!”“이천억의 가치가 있는 물건들인데 당신들이 이천만 원을 준다고 해서 이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지금 나 놀리는 거야?”“물론 당신들은 믿고 싶지 않겠지. 그렇다면 감정 요청을 해 봐! 그럼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어!”이천억?!김 씨 남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가 이내 파랗게 질려 버렸다.두 경찰도 어안이 벙벙한 채 하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하현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이 일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하현은 확실히 정당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로교통법이었다.하현은 골동품 도자기 영수증도 가지고 있었다.완벽했다.간단히 말해서 이 사건의 모든 증거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하현이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일부러 이런 일을 꾸민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긴 했지만 두 경찰은 반발할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방금까지 의기양양해하던 간소민은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이 굳어졌다.하현이 너무 터무니없는 말을 쏟아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이천억이라니!김탁우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액수였다!만약 김탁우가 죽는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돈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저희는 사고의 책임 소지만 밟힐 수 있습니다. 그 후 어떻게 처리할지는 양측이 서로 협의해야 합니다!”“협의가 안 되면 법정에서 해결하시면 됩니다!”두 경찰은 골치 아픈 일에 엮일까 봐 얼른 책임 소지를 밝힌 책임 인정서만 발급하고 줄행랑을 쳤다.이것은 도저히 자신들이 건드릴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김탁
”김탁우. 미안하지만 이번 사고를 전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모든 책임은 당신한테 있습니다.”김탁우가 백일몽을 꾸고 있을 때 대머리 경찰이 현장을 자세히 살핀 후 침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도로법에 따라 당신은 하현에게 모든 손해 배상을 해야 합니다.”김탁우의 득의양양한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분명 생각지도 못한 결과임에 틀림없었다.그는 하현이 경찰서 사람들과 내통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경찰들은 순찰 중 무작위로 파견되었기 때문에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쓸데없는 말을 내뱉기라도 한다면 자신의 처지가 더욱 곤란해질 것이 뻔했다.순간 그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별 볼 일 없는 사람 한 명 짓밟는 일이 이렇게 번거로울 줄은 몰랐다.“아니, 지금 뭐라고 하는 거예요?”“잘 들어요! 이 일은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에요! 우리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요!”김나나는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이 사람은 그저 무책임한 인간일 뿐이에요. 여기저기 사기나 치고 다니는 인간이라고요! 경찰이라면 이런 사람을 잡아가서 취조를 해야지 우리한테 책임을 전가하다니요?”“당신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아니면 머리가 아주 나쁜 거예요?”김나나가 강경한 얼굴로 몰아붙이자 경찰은 침착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횡단보도에선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로교통법입니다.”“불복한다면 소송을 하십시오.”“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전적으로 당신들 잘못입니다!”김나나는 이를 악물고 버럭 소리쳤다.“우리가 지나가는데 갑자기 나타났으니 당연히 이 사람 책임이죠!”경찰은 점잖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우리가 CCTV를 확인했는데 사고 당시 차를 몰던 김탁우가 옆에 앉은 분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분명히 전방 주시 의무를 소홀히 했어요.”“그래서 당신들 잘못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건 어딜 가도 바뀌지 않아요.”또 다른 경찰이 영상을 꺼내 김 씨 남매에게 보여 주었다.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