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씨 집안 할머니 백세 생신 잔치가 점점 가까워지자 남원 전역은 큰 명절을 맞이하는 분위기였다.남원 전역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하씨 가문은 남원의 하늘로, 남원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원의 일류 가문 사람들조차 하씨 가문의 생신 잔치 초대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자랑했다. 심지어 초대장을 받은 많은 사람들은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하고, 자기 SNS에 올려 자기의 위상을 과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씨 가문의 할머니 백세 생신 잔치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 지를 이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생신 잔치 전 날, 설유아는 별 생각 없이 초대장을 보내왔다. 이것은 그녀가 양부모님께 오래 전부터 부탁해 온 것이다. 하지만 하경원의 일 때문에 설은아는 아직도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서 그녀는 참석할 수가 없었다. 만에 하나 잔치자리에서 화를 불러일으키기라도 하면 그 결과를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문제는 이 일을 말을 할 수도 없고, 설유아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너 안 가도, 나는 갈게……”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분명 갈 것이다. 남원에 돌아온 후 처음으로 하씨 집안과 정식적으로 만나는 자리인데 자신이 어찌 빠질 수 있겠는가?설유아는 오히려 기뻤다. 설은아가 안 가면 그녀가 볼 때 형부는 혼자 있는 것이었다. 설은아는 하현을 말리지 못하자 자기도 모르게 유아에게 말했다. “너 반드시 형부를 잘 지켜야 돼! 아무도 형부를 건드리게 해서는 안 돼.”설유아는 대답했다.“언니, 걱정 마. 우리 양부모님이랑 같이 가니까. 그분들은 최씨 집안 대표잖아!”“최가는 남원에서 지위가 높아서 하씨 가문이라도 해도 감히 우리한테 함부로 못 해.”이 말을 듣자 그제서야 설은아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 설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은 분명 이번에 잔치에 참석할 수 있는 자격이 없을 것이다. 다음 날, 남원 컨벤션 센터
아직 잔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들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곳엔 샴페인 타워도 세워져 있었고 서양식 뷔페도 있어서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하현과 설유아도 자리를 잡고 방금 앉았다. “하…… 하현, 너야?”뒤에서 한 줄기 소리가 들려왔다. 하현이 돌아서자 얼음미녀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몇 달간 못 본 사이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지금 그녀는 촉촉하고 맑은 눈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약간 흥분했지만 가까스로 억눌렀다. 남원의 일류 가문 중 하나인 안씨 집안, 안수정. 두 사람은 전에 서울에 있을 때 많이 만났었고, 나중에 안수정이 떠날 때 하현이 특별히 그녀를 배웅해 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서울을 떠난 후 두 사람은 못 만난 지 벌써 거의 석 달이나 되었다. 심지어 남원에 온 이후로 하현은 일이 바빠서 먼저 안수정을 찾아갈 마음이 없었다.“어떻게 남원에 오셨으면서 연락도 안하셨어요?”안수정은 시선을 설유아에게 향하면서 조금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수정아, 이 사람 네 친구야?”옆에서 지금 또 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두운 색 무늬의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건너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 보았다. 분명 이 사람은 안수정을 따라다니는 사람이었다. 지금 자기도 모르게 하현을 경쟁상대로 삼았다. 하지만 하현은 그를 상대하기가 귀찮아 안수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남원에 온지 아직 한 달이 안 됐는데 요즘 일이 바빠서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한가해지면 꼭 식사 대접 할게요.”“좋아요 좋아. 전 언제든 시간 괜찮아요!”안수정은 재빨리 입을 열었지만 곧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채 자신이 말 실수를 했다는 것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유아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소 도발적인 표정으로 안수정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원래 형부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또 형부를 빼앗으려는 사람이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어두운 무늬의 양복 차림의 이 남자가 아무리 빈정거려도 하현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이 깡충깡충 뛰는 어릿광대들은 그의 눈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틀림없이 한방이면 끝이었다. 그들은 하씨 가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현의 모습이 안수정의 눈에 들긴 했지만 스타일이 조금 바뀌어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 석 달 전만해도 그는 안수정의 초대를 충분히 거절할 수 있는 남자였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 화를 참고 있는 거지? 설마 3개월의 시간이 한 사람을 바꿀 수 있나?안수정은 심호흡을 하고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차가운 모습을 되찾았다. 이때 그녀가 어두운 무늬의 양복 차림을 한 남자를 힐끗 쳐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구지성, 내가 어떤 사람과 사귀든, 어떤 친구랑 지내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한 번만 더 내 친구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면 내가 너한테 막말을 한다 해도 나한테 뭐라고 하지마!”안수정이 이렇게 입을 열었을 때 카리스마가 넘쳤다. 역시 얼음 미녀답다.구지성은 원래 그녀를 쫓아다니던 사람이었는데, 지금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맞은 편에 있는 하현을 더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폐물이 어디 쓸데가 있나? 짓밟고 싶은 대로 마음껏 짓밟게 두면 안되나? 이 데릴사위가 이해를 했으면 그만 두겠지만, 만약 이해를 못했다면 나중에는 때려 죽일 수도 있다. “괜찮아요?”안수정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결국 맨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바뀌었다. “네, 괜찮아요. 시간 있을 때 식사 대접 할게요.”하현이 대답했다. 그는 오늘 여기에 마음을 두지 않았기에 안수정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하현을 보면서 안수정은 약간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경매장에서, 골동품평회에서 침착하고 기가 막히게 멋진 남자는 어디 갔지?고작 몇 달 못 봤다고 어떻게 이렇게 변한 거지?
하현이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도 모르는 이 두 녀석에게 무시를 당하는 것을 보고 설유아는 조금 화가 났다. 그녀는 하현의 팔짱을 끼며 차갑게 말했다.“당신들 어디서 튀어나온 놈들이야!”“당신들은 시야가 좁은 속물들일 뿐이야!”“우리 형부는 대단해! 특히 너 이 옹졸한 녀석아!”“우리 형부가 너를 무서워하는 줄 알아? 우리 형부는 너를 상대하고 싶지 않은 거야!”“왜냐면 형부 눈에 당신은 땅강아지처럼 보이거든!”설유아는 하현이 어떤 신분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하지만 수백억짜리 부동산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이름으로 해주고, 남원 타워 회전식당 사람을 마음대로 사들일 수 있는 사람은 분명 구지성 같은 광대가 도발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현, 당신 처제, 정말 너무 귀엽네!”구지성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경멸하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내가 땅강아지라고? 그래. 인정해. 높으신 하 세자 같으신 분 앞에서는 나는 확실히 땅강아지 일 뿐이지……”“하지만 나 구지성은 어쨌든 남원 일류가문 구씨 집안 사람이야. 이런 출신은 당신들 같은 보통 사람들이 한 평생 노력한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어……”구지성은 매우 의기양양했다. 그는 비록 구씨 가문의 방계일 뿐이었지만 방계 중에서도 그는 좀 출중한 편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감히 그는 안수정을 따라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보잘것없는 데릴사위는 말할 것도 없고 설씨 가문이라 해도 그는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참, 듣기로 아직 일이 없다고 하는 것 같던데, 수정이의 체면을 봐서 내가 우리 회사에 자리 하나 마련해 줄게.”“우리 회사에서 최근에 마침 경비원을 하나 뽑고 있거든, 월급이 그런대로 괜찮아!”구지성은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었다. 만약 안수정이 마음에 들어 하는 이 사람을 자기 수하에 두고 경비원을 시킨다면 얼마나 좋을까?이 말이 나오자 안수정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녀는 비록 지금 자신이 하현에게 처음 가졌던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안수정은 비록 하현에게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를 직접 까발리지는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하현씨, 저는 예전에도 당신을 믿지 않았었지만, 결국 자신의 실력으로 당신이 맞다는 것을 증명했었잖아요.”“저는 다시 한번 당신이 자신이 맞다는 것을 증명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보고 싶어요. 당신이 말 한대로 할 수 있는 지 증명해 보세요!”구지성 역시 하하 큰 소리로 웃었다. “기왕 수정이도 이렇게 얘기했으니 그럼 나도 한 번 기대해 보지.”“일단 하 대표님이 하씨 집안을 전부 손에 넣으시면 제가 반드시 당신의 보안대장이 되겠습니다. 그때 가면 하 대표님이 꼭 기회를 주셔야 합니다!”뜻밖에도 이때 하현은 정말 진진했다. 그는 구지성을 위아래도 한 번 훑어 본 후에야 말했다.“좋아요. 비록 체구가 작아서 보안 대장을 하기에 적합하지는 않지만 내가 이미 약속을 했으니 반드시 시켜 줄게요.” “제때에 취임하는 거 잊지 마세요.”구지성은 이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이때 그는 하현을 비웃는데 흥미가 없어졌다. 하현이 이미 조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누가 자기에게 최면을 걸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지 정말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그저 슬프고 한탄스러울 뿐이었다. 만약 방금 구지성이 하현을 짓밟을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의 눈에 하현은 이미 짓밟을 만한 자격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때 뒤편에서 흰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인파를 헤치고 다가왔다. 이 사람을 만났을 때 구지성의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 이 사람은 다름아닌, 왕정민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왕씨 그룹의 곽양택이었다. 그 역시 안수정을 쫓아 다니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이때 곽양택은 곧장 안수정 앞으로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수정 아가씨, 방금까지 계속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수고스럽겠지만 이쪽에 있는 물건들 좀 한번 봐주시겠어요?”안수정은 관심을
곽양택의 말을 듣자 모두들 기괴한 기색을 보였다. 곽양택이 비록 이 시계의 가치를 증명하긴 했지만 필경 죽은 사람의 물건이었다. 뒤쪽에서 하현의 표정은 순식간에 음산하고도 싸늘해졌다. 설유아, 안수정은 모두 자기도 모르게 하현을 쳐다봤다. 그의 눈동자에서 그녀들은 감출 수 없는 살의를 감지했다. 곽양택은 하현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아 이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때 하현의 마음은 살의로 가득 찼다. 내 형제의 물건을 나눠 갖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에게 선물까지 한다고?이때 곽양택이 손을 흔들자 그의 부하 몇 명이 조심스럽게 잠긴 상자를 하나 들고 건너 왔다. 안수정은 다가가서 몇 번 쳐다본 후에야 가볍게 말했다. “맞아요, 확실히 파덱필립 골동품 시계네요.”안수정의 확답을 받은 곽양택은 웃으며 말했다.“자,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저는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안수정 아가씨, 이따 봬요.”곽양택은 말을 마치고 손목시계와 부하들을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 옆에서 설유아는 속삭이며 말했다.“형부, 왜 이렇게 화를 내요? 그게 형부랑 무슨 상관이에요?”하현은 차갑게 말했다. “박재민은 내 대학시절 절친한 친구였어.” 설유아는 깜짝 놀라며 속삭였다.“형부, 그래도 너무 화내지 마세요!”“이건 당인준 군단장한테 선물 할 거라, 우리가 가져오지 못할 거예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 내가 이따가 가지고 올 거야……”“하현, 당신……”안수정은 한숨을 내쉬었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구지성은 실소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당신이 뭘 믿고 다시 가져 오겠다는 거야?”“너는 네가 당 군단장이라고 생각해?”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이따가 당인준이 직접 손목시계를 나한테 가져다 줄 거야.”“아이고, 동생, 너 허풍 좀 작작 떨어. 그러면 내가 너를 사람 취급 해줄게!”구지성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놈은 허풍을 너무 심하게 떤다.
이때, 하태규를 포함해 하민석과 일부 하씨 고위층 사람들은 조금 냉정을 찾지 못했다.그들은 당연히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들은 3년 전 남원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이렇게 멀쩡하게 그들 곁에 서있었다. 게다가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다니.이건 위엄 있는 하씨 가문에 도전하는 것인가?만약 오늘이 잔칫날이 아니고, 상황이 좋지 않았다면, 아마 누군가가 하현을 잡을 준비가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하현 자기 혼자서 이곳에 설 기회는 너무 적었다. 어쩌면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그를 잡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현은 지금 계속 웃으며 말했다.“안 다쳤으면 제일 좋았을 텐데.”“어쨌든 얼마 전에 듣기로 군단의 명의 장병조가 국경으로 보내져서 군사들을 치료했다고 하던데 아마 당분간은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이 말이 나오자 온 장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하태규, 하민석과 몇 사람의 안색이 모두 변했다. 하현이 장병조의 일을 알고 있다니?이건 하씨 집안의 망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하씨 가문의 고위층과 의사를 납치한 사람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하현이 이걸 알고 있다고?3년 전 남원에서 물러났다가 오늘 돌아온 사람이 어떻게 알았지? 계속 웃을 듯 말 듯 하던 하민석을 비롯해 지금 하현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설마, 정말 하현이 그 의사들을 납치한 건 아니겠지?그게 어떻게 가능하겠어?군단 무장헬기를 동원할 수 있다고?군단 사람들은?이 모든 걸 하현이 할 수 있다고?그건 불가능한 일이지!만약 3년 전이라면 혹시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지금은 3년이 지났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설마 그가 아직도 자신이 그 당시의 하 세자라고 생각하는 건가?물론 천일그룹이 지금 강하게 돌아오긴 했지만 문제는 하씨 집안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상업계의 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한 가문이 일어설 힘은 상업계, 군단, 길바닥,
할머니의 생신 잔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손님들이 차례로 자리에 앉았다. 할머니는 특별히 단독 룸에 앉아 계셨는데 고귀하고 신비로워 보였다.그리고 게스트들은 회의장 안에 자기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설은아가 받은 초대장은 맨 앞쪽 자리는 아니었고, 가운데 뒤쪽 자리였다. 하현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설유아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안수정과 구지성은 가운데 앞자리였다. 맨 앞자리는 거물급 인사들이 앉는 자리였다.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하러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였다. 관청, 길바닥, 군단, 상업계 사람들이 전부 모여 있었고, 각 사람들은 전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씨 가문의 인맥과 영향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강남의 하늘이라는 것은 말뿐이 아니었다. 맨 앞자리는 모두 비어있었다. 가장 중요한 귀빈들만 앉을 수 있었다. 이런 거물들은 당연히 맨 마지막에 입장해야 한다. 곧 대 스타 양지수, 채곤 등의 사람들도 무대에 올라 훈훈한 공연을 선보였다. 생신 잔치 현장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이어 하태규는 직접 무대에 올라 웃으며 말했다.“여러분, 하씨 가문 할머니의 백세 생신 잔치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할머니께서는 떠들썩 한 것을 좋아하시지만, 연세가 많으셔서 바람을 맞으면 안되기에 오시지는 못하셨습니다!”“하지만 제가 할머니를 대신해 여기서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립니다. 여러분 오늘 식사 맛있게 하세요!”이어 하태규는 계속해서 말했다. “다음으로 이번 생신 잔치에 저희가 초대한 최고 거물급 인사들의 입장이 있겠습니다……”“이 분들은 모두 저 하태규의 절친한 친구들입니다. 지금 모시겠습니다……”“구씨 가문, 구현준!“장씨 가문, 장백훈!“강남 공문수!“남원 양정국!”“……”하태규가 이 거물급 인물들을 하나씩 불렀을 때 온 장내가 진동을 했다!하씨 가문의 인맥은 정말 놀랍다! 이 사람들은 너무 유명해
”당신이 대답하지 않으면 난 일어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진홍헌은 이미 반쯤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는 진지한 표정, 애틋한 눈빛으로 사랑을 구하지 못하면 조금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마치 설유아가 그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땅에 머리라도 박을 기세였다.“설유아, 어서 대답해! 뭐 하는 거야?”“맞아! 진홍헌이 저렇게까지 무릎 꿇었는데 뭘 망설이는 거야? 저러다 무릎이라도 까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무릎을 꿇었는데도 대답을 하지 않다니!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야!”“만약 진홍헌이 그런 당신한테 화가 나서 마음이 상해버리면 어떻게 할 거야?”“사람이 왜 그래? 저렇게까지 하는데 받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이때 십여 명의 여자들이 모두 설유아를 호통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진홍헌 같은 부잣집 도련님한테 고백을 받다니!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그런데 그녀는 행복한 줄도 모르고 굴러들어 온 복을 발로 뻥 차려고 하다니?거절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세상 물정 모르는군!여자들의 말에 비춰 보자면 설유아는 승낙은 고사하고 당장 옷을 벗고 진홍헌에게 뛰어들어야 마땅할 것 같았다!여자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설유아의 얼굴이 더욱더 창백해졌다.그녀는 많은 부잣집 사람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행태를 보아 왔다.그러나 진홍헌처럼 뻔뻔하고 무례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동창이라는 신분을 내세워 거리낌 없이 자신을 협박하다니!이로 인해 설유아는 진홍헌에 대한 인상이 더욱 나빠졌다.자신의 오빠가 미녀를 성공적으로 손에 넣기 위해서, 그리고 중천그룹에 대구 정 씨 가문이라는 큰 태산을 연결하기 위해서 진홍민은 비길 데 없이 열심히 열을 올리는 것이다.“대답해! 설유아.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서 빨리 대답하라고!”그녀는 주변에 있던 여자들에게 눈짓으로 설유아에게 계속 압박을 가하라고 부추겼다.아마 옆에서 계속 이렇게 압박을 하면 설유아처럼 사회 경험이 없는 여자는 결국 응할 것이라고 믿
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이 장면을 지켜보다가 한 걸음 내디뎠다.설유아는 진홍헌의 구애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협박까지 받은 것이다.이 시점에서 하현은 형부로서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러나 하현이 막 발을 내디뎠을 때 방금 설유아의 앞을 가로막았던 그 남자들이 하현의 앞길을 막아섰다.키가 1미터 90센티미터에 가까운 남자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사나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진 도련님이 고백하는 거 못 들었어요?”“관계자 외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말을 하면서 남자는 하현을 밀어내며 어서 물러가라고 했다.하현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설유아는 내 동생인데 무슨 자격으로 당신들이 날 못 들어가게 하는 거죠?”“동생?”양복 차림의 남자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오빠든 아빠든 누가 와도 소용없어요!”“지금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어요. 진 도련님이 미인을 품에 안기 전에는 그 누구도 못 들어갑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 차갑게 말했다.“비켜!”“어쭈, 지금 화낸 거야?”“보아하니 당신은 설유아의 오빠가 아니라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인가 보군, 그렇지?”“내 여자가 남한테 구애받고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해?”양복 차림의 남자가 사납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아무 소용없어. 기분 나쁘면 벽에 머리라도 쥐어박아. 우리한테 와서 소란 피우지 말고!”중천그룹 경호팀장인 그는 키가 1미터 90센티미터나 되는 큰 키를 앞세워 자신만만하게 하현에게 맞섰다.어쨌든 오늘 진홍헌은 그에게 외부인을 식당에 들여보내지 말라는 중책을 맡겼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함부로 레스토랑에 들어오게 할 수 없었다.대화를 듣고 있던 몇몇 사내들도 히죽히죽거렸다.하현의 절박한 얼굴을 보고 그들은 하현이 설유아가 마음에 둔 사람인 줄 완전히 착각한 것이다.어쩌면 두 사람이 사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먹잇감으로 당하기 직전
진홍헌, 오늘 이런 이벤트를 해줘서 고마워.”설유아의 얼굴이 차가워졌다.누군가가 공개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하는 것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마치 그녀를 납치하는 것 같은 기분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생일 파티에 왔다가 뜬금없이 고백을 하는 진홍헌에게 그녀는 조금도 호감이 가지 않았다.“진홍헌, 이런 물건은 사랑하는 여자한테 선물해야 하는 거야.”설유아는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자칫하다 진홍헌에게 말꼬리를 잡혀 쓸데없는 기회를 주게 된다면 곤란하다.“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어.”“그래서 당신의 고백을 받아줄 수가 없어.”진홍헌은 조건도 탁월하고 인물도 아주 잘생겼지만 설유아의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서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진홍헌의 여동생 진홍민은 순간 얼굴색이 확 변하며 입을 열었다.“설유아! 부끄러워서 이러는 거야? 부끄러워서 지금 우리 오빠를 거절하는 거냐고? 그러면 안 돼!”“오빠를 쫓아다니는 여자들이 금정에서 대구까지 쫙 깔렸어!”“당신이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당신 생에 다시는 이런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없을 거야!”진홍헌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설유아, 부끄러워하지 마. 좋아하는 남자가 어디 있다는 거야?”“있다고 해도 이런 남자는 나 하나밖에 없어. 당신과 어울릴 수 있는 남자는 나뿐이라구!”“그러니까 거절하지 말아줘!”설유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진홍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평범한 동창일 뿐이야.”“그리고 난 정말 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어!”“무엇보다 오늘은 내 생일 파티잖아.”“내 생일 파티에 네가 이러는 건 좀 그렇지 않아?”진홍헌은 설유아의 말에 조금도 타협할 마음이 없다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설유아, 바로 오늘이 당신 생일이기 때문에 내가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한 거야!”“왜냐하면 난 정말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난 하늘
진홍헌은 설유아의 대학 동창이었다.예전에 설유아가 남원에서 공부할 때 만났던 그는 매우 겸손한 사람이었다.그런데 이번에 설유아가 금정에 왔고 마침 생일 파티를 열게 되었다.초대를 받은 진홍헌은 자신에게도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반강제적으로 자신이 군침을 흘리던 여자를 자신의 방으로 들여보낼 궁리를 했다.결국 진홍헌은 생일 파티의 화룡점정으로 낭만적인 한 장면을 연출하게 된 것이었다.주위에서 환호가 터지자 진홍헌은 만면에 득의양양한 미소를 내걸었다.그는 자신이 가진 부를 드러냈을 때 어떤 여자도 이런 낭만적인 이벤트는 거절하지 못할 거라고 믿었다.최고 10대 가문 출신이라는 말이 자자한 설유아도 절대 거절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설유아, 우리가 동창으로 오랜 세월 지냈지만 오늘은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진홍헌은 손에 장미를 들고 반드시 여자를 쟁취하겠다는 굳은 표정으로 설유아 앞으로 걸어갔다.“내가 줄곧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하늘은 내 뜻대로 되게 내버려두지 않았지. 내가 고백하려고 했을 때 넌 남원을 떠났어!”“다행히 실낱같은 인연으로 천리를 돌아 이렇게 금정에서 또 만나게 되었어.”여기까지 말하던 진홍헌은 잘생긴 얼굴에 그녀를 향한 열정 이외에도 숨겨 놓았던 욕정을 가득 드러내었다.물론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이 표정을 보고 설유아에 대한 애틋한 애정으로 착각했다.그래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감탄해 마지않는 듯 환호를 질렀다.다들 눈앞의 장면을 보고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이라고 생각했다.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설유아만이 진홍헌과 어울릴 만한 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원래 진홍헌에게 관심이 있었던 몇몇 여자들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눈을 흘겼다.결국 요즘 아름다운 여성은 많지만 부유하고 젊은 여성은 많지 않다.일단 설유아가 진홍헌의 눈에 든 이상 그의 부에 기대어 신분 상승을 하려던 여자들에게는 기회가 줄어든 셈이 된다.이때 진홍헌의 옆에
하현은 왕인걸을 담담하게 쳐다보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이게 다야?”왕인걸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순간 그는 이를 악물고 포르쉐 차 열쇠를 선물 상자 위에 함께 놓으며 말했다.“하현, 이 포르쉐 차는 어제 막 뽑은 거야.”“금정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마 차가 없을 것 같아서.”“이 차 써! 사양하지 말고 써!”“그리고 이것은 내 전화번호야. 나중에 내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지 연락해. 전화 한 통이면 당장 달려갈게. 화장실 청소든, 길거리 청소든 부르는 대로 달려갈게!”왕인걸은 몇 가지 물건을 모두 하현의 손에 쥐여주고 갈 길 바쁜 피난민처럼 떠났다.하현은 손에 쥐어진 것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딱히 거절하지 않았다.그는 원래는 시간을 체크해 보고 설유아의 생일 선물을 사러 가려고 했었다.그런데 왕인걸이 준 선물 상자를 열어본 후 눈이 번쩍 뜨였다.선물은 딱히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아니 이것보다 딱 좋은 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어 하현은 포르쉐를 몰고 금정 쇼핑센터 아래층 레스토랑 정문 앞에 도착했다.이곳은 바로 설유아의 생일 파티가 있는 곳이었다.십여 분 전부터 설유아가 보낸 메시지를 볼 겨를도 없이 하현은 얼른 빠른 걸음으로 식당 입구로 향했다.설유아가 억울해할 모습을 생각하니 하현은 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설유아는 처제로서 자신에게 잘해주었기 때문에 모처럼의 이런 생일 파티에는 늦지 말아야 한다.하현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발길을 재촉하는 동안 어느덧 식당 입구에 도착했다.이때 이미 식당 안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하현이 고개를 들어 보니 꽤 격식 있는 레스토랑에 꽃과 풍선들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한 무리의 젊은 남녀가 자발적으로 한 줄로 서서 한 손에 빛나는 장미를 들고 서 있었다.제일 앞에는 키가 크고 잘생긴 젊은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무엇보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모두 세련된 멋이 물씬 풍겼다.그리고 이 사람들 앞에서 조
왕인걸이 무릎을 꿇고 자기 뺨을 때리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자 사람들은 모두 숨이 턱턱 막히는 듯했고 얼굴이 점점 굳어져 왔다.이윽고 모두의 시선은 하현에게로 쏠렸다.하현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두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다.그들은 방금까지 하현을 허세나 부리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비아냥거렸으니 오늘 틀림없이 무슨 끝장이 날 것이다.목숨뿐만 아니라 가진 것 모두를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왕인걸이 스스로 자신의 뺨을 때릴 줄은 몰랐다.왕인걸은 개처럼 하현 앞에 엎드려 있었다.보는 사람들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장면인가!예쁜 종업원은 이 상황이 무서워서 감히 소리 하나 내지 못했다.그녀는 딱 봐도 별 볼 일 없는 하현을 왕인걸이 이토록 두려워한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왕인걸이 방금 본 명함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러는 것인가?하현은 또 무슨 신분인가?어떤 사람이길래 왕인걸이 직접 무릎을 꿇는단 말인가?설은아는 왕인걸의 입에서 나온 ‘형수’라는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지며 주위 사람들을 힐끔 쳐다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이만하면 됐어. 어쨌든 그가 사과하잖아.”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아직 멀었어!”“만약 그가 오늘 내가 아닌 평범한 사람을 만났더라면 그 사람한테 어떻게 대했을까?”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식칼을 바닥에 내던지며 냉담하게 말했다.“왕 도련님, 직접 하시겠어? 아니면 내가 직접 손을 끊어줄까?”자신의 앞에 내던져진 식칼을 바라보던 왕인걸의 눈가에 심하게 경련이 일었다.그리고 나서 그는 고개를 들어 하현을 한 번 쳐다보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하현, 당신을 귀찮게 할 순 없지. 내가 직접 하면 돼!”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식칼을 들고 왼손을 세게 내리쳤다.피가 사방으로 튀었다!수많은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이렇게 끝날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왕인걸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저렇게 젊은 하현이, 게다가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하현이 어떻게 간민효의 명함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그러나 왕인걸은 하현이 어딘가에서 명함을 주워서 허세를 부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내려놓지 않았다.그는 이를 갈며 어딘가로 전화 한 통을 걸었다.그러나 전화를 마친 후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간민효의 단 한 마디가 그를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하현과 간민효는 친한 친구 사이라는 것.이 말에 왕인걸은 자신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마지막 요행과 희망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그는 전화를 끊고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풀썩’ 하고 무릎을 꿇었다.이를 본 사람들은 넋이 나가는 것 같았다!모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왕인걸이 언제 누구한테 무릎을 꿇은 적이 있던가?누가 그를 무릎 꿇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하현, 미안해. 내가 정말 잘못했어!”“내가 알아보지 못했어. 제발 넓은 아량으로 살 길을 열어줘.”“제발 부탁이야.”“모든 게 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이라고!”말을 하면서 왕인걸은 스스로의 뺨을 몇 번이고 찰싹찰싹 때렸고 머리를 바닥에 조아렸다.하현이 만족하지 않으면 자신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하현, 제발 기회를 줘.”그는 하현이 만족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자신에게 닥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식당 안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멍한 눈빛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하현이 허세를 부리는 줄 알았는데 이것이 왕인걸에게 먹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명함 한 장을 던졌을 뿐인데 어떻게 왕인걸을 무릎 꿇게 할 수 있단 말인가?설은아의 예쁜 얼굴조차 의아한 표정으로 굳어졌다.하현이 아무렇게나 던진 명함이 왕인걸의 머리를 숙이게
이때 왕인걸은 남을 괴롭히던 습성을 드디어 드러내며 사나운 진면목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그의 말이 떨어지자 몇몇 사나운 친구들은 모두 맥주병을 들고 다가와 하현의 머리를 깨뜨릴 준비를 했다.설은아는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야?”“당신들, 함부로 굴면 관청에 신고할 거야!”“신고?”예쁜 종업원이 냉소를 흘렸다.“신고가 먹힌다면 내가 성을 갈겠어!”“경찰서는 모두 우리 왕 도련님 사람들이야!”“경찰서에 신고는커녕!”“당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부탁해 봐도 아무 소용없어!”“설은아, 괜찮아. 내가 처리할게.”하현은 전화를 걸려던 설은아를 제지했고 냉담한 시선으로 왕인걸을 쳐다보았다.“스스로 용서를 구할 기회를 정말로 포기할 작정이야?”왕인걸은 냉소를 지으며 피가 섞인 침을 바닥에 내뱉었다.“용서를 구하라고?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말할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그래? 내가 그런 자격이 없는 건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손가락으로 튕겨 한 번에 왕인걸의 이마에 올려놓았다.“이젠 어때? 이만하면 내가 자격이 되는 건가?”“무슨 허튼수작이야?!”왕인걸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마를 찌푸렸다.“이게 뭐야?”“명함?”“이게 날 밟을 수 있는 자격이라는 거야?”“당신은 당신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세자라도 돼? 아님 부잣집 도련님?”이번엔 예쁜 종업원이 나섰다.“명함 한 장으로 우리 왕 도련님을 겁주려고?”“막장 드라마를 너무 본 거 아니야? 당신이 막장 드라마 주인공인 줄 알아?”왕인걸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이마에 있던 명함을 집어 들어 찢을 준비를 했다.그러나 그가 찢으려고 했을 때 눈가에 예기치 못한 잔광이 비치기 시작했다.그가 유심히 명함을 보는 순간 전선에 온몸이 닿은 것처럼 찌릿하고 전율이 솟아올랐다.간민효.간결하고 명료한 이 이름 석 자가 왕인걸의 온몸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간민효의 명함을?!게다
”개자식! 감히 날 때려?!”이때 왕인걸이 얼굴을 가린 채 비틀거리며 기어올랐다.그는 얼굴 가득 원망과 흉악함으로 뒤덮인 채 하현을 향해 이를 갈며 격노했다.“넌 이제 죽었어!”“넌 이제 끝이야!”몇몇 불량한 친구들도 잡아먹을 듯 눈빛을 사납게 이글거리며 하현과 설은아를 노려보았다.분명 이 두 사람은 오늘 여기서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예쁜 종업원도 얼른 양복 차림의 사나운 남자 십여 명을 불렀다.아마도 식당 경비원들인 것 같았다.하현은 이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테이블 위에 있는 차를 집어 들고 단숨에 들이마신 후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아직도 무릎을 꿇고 사과할 기회가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당신들 손은 부러질 거야!”하현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사람들은 모두 하현처럼 허여멀건한 사람이 감히 자신들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금정이란 곳은 힘이나 능력 좀 있다고 함부로 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금정 같은 대도시에서는 역량, 인맥, 배경, 출신, 권력, 지위 그 모든 것이 갖춰져야 어느 정도 어깨에 힘깨나 줄 수 있다.하현이 감히 부잣집 도련님을 건드렸으니 아마 목숨을 부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촌뜨기! 넌 이제 죽었어!”예쁜 종업원이 노여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왕 도련님이랑 싸운단 말이야!”“왕 도련님이 누군지 알기나 해?”“왕 도련님은 금정 간 씨 가문 산하의 명성 필름 사장님이야.”“그는 금정 간 씨 가문의 먼 친척이야. 어떻게 당신 같은 촌놈이 모욕을 줄 수 있겠어?!”“못 들어봤어?”“옛날 왕사당 앞에 평범한 백성들이 드나들었다는 말 말이야!”예쁜 종업원은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왕인걸은 탑클래스 인물이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정 사 씨 가문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얼뜨기 한 놈이 왕인걸을 함부로 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