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민효의 말을 듣고 하현은 잠시 시선을 멈추었다.방금 그녀가 한 말에 흥미가 생긴 것이다.그는 손을 뻗어 간민효의 핸드폰을 가져와 뉴스를 보았다.“왕 씨 가문의 천금 같은 딸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는데 우소희 간호사가 사람을 구했다!”기사 아래에 있는 사진을 보고 하현은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우소희의 사진이 떡하니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뉴스의 내용은 사실을 담고 있었지만 내용은 많은 과정이 섞여 있었다.기사의 내용 안에는 우소희가 평소 쌓은 무학의 실력으로 사람을 구했는데 그녀는 무도의 고수일 뿐만 아니라 한방 고수의 전승자이기도 하다는 말도 있었다.게다가 그녀는 평소 겸손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데 오늘 중요한 순간에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덧붙였다.내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우소희는 왕문빈의 답례에 거듭 거절했으나 결국 왕문빈의 선의를 받아들여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고 했다.왕문빈은 자신의 귀한 딸이 깨어나기만 한다면 다시 백억의 보수와, 스포츠카 한 대, 집 한 채를 주기로 약속한다고 외부 소식통을 통해 발표했다.우소희가 제발 그의 선의를 거절하지 않고 받아주길 바란다는 말도 전했다.이 소식은 일파만파로 번졌고 곧바로 온라인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게다가 우소희의 외모가 상당했기 때문에 그녀는 순식간에 금정의 핫스타가 되었다.지금 그녀가 라이브 방송을 하면 수천만 원은 쉽게 후원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우소희는 이번 일로 명예와 돈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고 볼 수 있다.하현의 머릿속에서는 우다금이 최희정에게 전화를 걸어 오만한 자세로 자랑을 늘어놓는 장면이 떠올랐다.눈썹을 들었다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쉰 하현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차를 한 모금 마시기 시작했다.“하현은 역시 하현이야!”술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하현을 보고 간민효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집어 들었다.“당신한테 백억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그렇지만 왕문빈이 마음을 표했다는 게
그 시각, 금정병원의 응급실 전체는 완전히 난리가 나 있었다.한 시간 전만 해도 왕자혜의 상황은 매우 안정적이었지만 지금은 갑자기 위독한 상황으로 바뀌었다.각종 바이탈 지표가 모두 위험 구간으로 돌아섰고 일부 지표는 심지어 빨간색 표시까지 튀어나왔다.게다가 여기저기서 냄새를 맡고 온 기자들까지 더해지자 병원 사람들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지 않았습니까?”“갑자기 왜 이렇게 됐어요?”도시락을 먹다가 뛰쳐나온 화이영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뭐가 문제냐고요?”“아, 그게... 저희도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계속 환자를 주시하고 있었어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고요. 모든 처방은 지시한 대로 이루어졌어요.”“지금 환자 상태가 너무 안 좋은 거 같은데 왜 이렇게 갑자기 수치가 떨어진 걸까요?”“부원장님, 당장이라도 수술해야 합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요...”현장에 있던 의사들도 모두 식은땀을 흘리며 계속 그녀에게 물었다.만약 왕문빈의 딸이 이곳에서 죽는다면 병원 입장에선 여간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다.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상황이 너무 위험해요. 지금 수술하면 너무 위험이 크다고요...”화이영은 심각한 얼굴로 깜빡이는 데이터를 응시했고 잠시 후 그녀의 눈가에는 핏발이 곧게 섰다.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수혈했어요? 누가 환자한테 수혈했어요? 누가?”“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거죠?”“환자가 무도를 익힌 사람이라는 거 몰라요?”“섣불리 수혈했다가는 그녀의 체내에서 혼란을 일으켜 상황이 더욱 위험해진다고요!”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화이영은 매달려 있는 혈액 봉지를 세게 뽑아 버렸다.하지만 혈액이 반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운지 손으로 이마를 감싸쥐었다.“저...”“저희는 모르는 일이에요...”“
우소희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자 옆에 있던 화이영이 놀라서 입을 열었다.“우 간호사, 왜 그렇게 가만히 있어요?”“지금 환자 너무 위험하다고요!”“빨리 처치해야 해요!”“이 많은 사람 중에 오직 우 간호사 당신만이 무도 고수예요!”“우리는 환자의 내면 바이탈을 안정시키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당신밖에 없다고요!”우소희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난감해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부원장님,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무학의 이론으로 수습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에요...”“좀 더 고명한 사람을 따로 모셔오는 게 좋겠어요...”말을 마치는 우소희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좋은 핑곗거리를 찾아 둘러댄 자신의 순발력에 갈채를 보낼 따름이었다.그러자 화이영은 얼굴이 급변하며 소리쳤다.“우 간호사!”“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농담을 하고 있는 거예요!”“당신이 조용하고 겸손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하지만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당신에게 경의를 표할 뿐 절대 질투심 따위는 갖지 않을 거예요!”“여기 모두가 의사이고 의료 윤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우선인 사람들이에요!”“그러니 부담 같은 건 갖지 말아요!”“중요한 건 당신이 어제 죽음의 문턱에 들어가려는 환자를 살렸다는 거예요. 그 위험한 상황에서도 해냈다고요!”“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환자를 살리지 못할 리가 있겠어요?!”“자, 농담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어서 앞으로 나서요...”“어서 환자를 살려요!”“그렇지 않으면 인명 사고가 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왕 사장님이 어떻게 돌변할지 몰라요. 우린 절대 감당할 수 없어요!”“당신 제대로 알아야 할 거예요! 이 환자는 일반 환자가 아니라 은둔가 왕 씨 가문 금지옥엽이라는 걸!”“그들은 당신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사람들이에요...”화이영은
이 말을 듣고 왕문빈은 긴장이 풀렸다.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우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우 간호사, 제발 부탁해.”“내 딸을 구해 줘. 백억! 아니, 아니. 천억! 천억이라도 바칠 테니까!”“제발 우리 딸 좀 구해 줘!”천억이라는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의료진들은 모두 눈꺼풀일 펄쩍 뛰었다.그들이 메스를 잡고 환자의 배를 가르고 긴 시간 사투 끝에 환자를 살려도 평생 받아 보지 못한 돈이었다!그런데 우소희는 단번에 이런 제안을 받은 것이다!인생, 정말 한 방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자, 그럼...”“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우소희는 눈꺼풀이 심하게 떨렸지만 이를 악물고 용기를 내어 왕자혜의 곁으로 갔다.하현이 사고 현장에서 보였던 동작들을 천천히 회상하며 그녀는 오른손을 부르르 떨면서 왕자혜의 가슴에 있는 혈을 꾹 눌렀다.왕자혜의 몸이 순간 파르르 떨리자 우소희는 도저히 더 이상 누를 수가 없었다.만약 그녀가 계속해서 사람을 살려내게 된다면 그때부터 그녀의 인생은 부귀영화가 함께하는 꽃길이 된다는 걸 그녀 스스로도 모르지 않았다.반대로 여기서 실패하고 거짓말이 들통난다면 그녀는 죽음보다 더 처참한 결말을 맞을 것이다.은둔가 왕 씨 가문이 그녀를 잡아 어떻게든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 게 분명했다.그녀는 죽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런 식으로 가다간 결국 실패할 확률은 100%에 가깝다.게다가 우소희조차도 자신이 지금 누른 혈이 정확히 어디인지도 확신하지 못했다.혹시 운이 좋으면...어쩌면...우소희가 무겁고 어두운 표정을 보이자 왕문빈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왕문빈의 부인이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우 간호사. 천억으로는 부족해?”“사람만 구해 준다면 이천억도 줄 수 있어!”이천억?이 말을 듣고 우소희는 왕 씨 가문에서 왕자혜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더욱 뼈아프게 알게 되었다.왕문빈의 부인은 왕 씨
우소희는 왕문빈의 부인에게 참혹하게 얻어맞았고 몇몇 경호원들에 의해 보안실에 잠시 구금되었다.그녀는 한참을 통곡하며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화이영은 가장 먼저 우소희로부터 하현의 전화번호를 받아 얼른 통화를 한 후 한달음에 집복당으로 갔다.하현은 집복당 로비에 앉아 있었고 끓인 찻물을 찻잔에 넣을 겨를도 없이 화이영이 들이닥쳤다.“당신이에요?”하현의 얼굴을 보고 화이영은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교통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하던 사람이 하현일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다시 만나는 날 집복당에 와서 바닥이나 청소하라던 하현의 말을 떠올리자 화이영의 안색이 갑자기 일그러졌다.하지만 하현이 주광록을 살렸다는 것 자체가 그의 능력을 증명해 주는 것이었다.하지만 화이영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오만함이 하현을 향해 순순히 고개 숙이지 못하게 만들었다.그녀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말했다.“하 대사, 맞죠?”“왕자혜 쪽에 문제가 생겨서 우소희 간호사가 수혈을 했는데 그 후 환자 상태가 악화되었어요.”“우리는 최선을 다해 조치를 취해 보았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이 상황에서 환자는 기껏해야 30분 정도밖에 버티지 못할 거예요.”우소희가 환자에게 수혈을 했다?하현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우소희가 그렇게 대담한 행동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은둔가 왕 씨 가문을 상대하는 사람이 그렇게 함부로 행동하다니!순간 하현은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황급히 화이영의 차에 올라탔다.그리고 나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은둔가 왕 씨 가문 사람들이 날 찾으러 올 거라 생각했었는데.”화이영의 등장이 적잖이 하현을 놀라게 한 것이 분명했다.화이영은 핸들을 잡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우소희가 개인적인 욕심에 거짓말을 했지만 그녀도 결국 우리 병원 사람이에요.”“그녀의 행동 때문에 환자 상태가 악화되었고 왕 씨 가문은 크게 분노하고 있어요.”“지
”나는 비록 의사도 아니고 의술도 모르지만 어젯밤 왕자혜를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 내었으니 오늘도 그녀를 살릴 수 있을 겁니다.”“심지어 난 당신의 천식도 치료해 줄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건 원래부터 큰 문제가 아니었으니까.”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나중에 우리 집복당에 와서 바닥 닦는 건 잊지 말아요.”하현의 말을 들은 화이영은 싸늘한 기운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왕자혜의 목숨을 구한 뒤 왕 사장님 부부가 더 이상 우리 병원에 대해 불만을 품지 않도록 해 주세요. 그러면 당신 집복당에 가서 바닥을 닦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당신 하녀라도 되어 시중들 테니까요!”그녀가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분명 그녀의 오만한 자존심은 그녀로 하여금 하현에게 함부로 고개 숙이게 허락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하현만이 왕자혜를 구해 줄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미안하지만 당신은 내 하녀가 될 깜냥이 못 돼요!”“아 정말!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화이영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난 예쁘고 분위기도 있고 학력도 높아요. 신분은 어떻고? 그런데 뭐? 당신 하녀가 될 깜냥이 못 된다고요?”하현은 창밖을 바라보며 무심한 눈빛으로 말했다.“나한테는 형나운이라는 하녀가 있거든요.”“뭐 아직도 마음에 딱 드는 건 아니지만.”“내 하녀가 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형나운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 처음에 화이영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내 정신이 퍼뜩 들었다.형나운이라면 은둔가 형 씨 가문 딸이었다.그런 그녀가 하현의 하녀라고?!도저히 뭐가 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그녀의 마음속에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하지만 만약 하현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정말로 하현의 하녀가 될 자격이 없긴 했다!차는 번개처럼 빠르게 금정병원 특수 병동에 도착했다.병실 입구의 복도에는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고
곧 사하담은 왕자혜의 맥에서 손가락을 떼었고 가늘게 눈을 떴지만 조금도 미동이 없는 표정이었다.몇 분이 지나고 나서 왕문빈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선생님, 내 딸이 도대체 어떤 상태인 겁니까?”“살아날 수 있을까요?”은둔가 왕 씨 가문은 사업을 크게 하긴 하지만 무학에 있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강호의 생리에 대해 잘 모른다.왕문빈은 지금 무학의 성지에 가서 고수를 찾을 시간도 없고 아내가 수소문해 데려온 이 사하담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복잡해요. 아주 복잡하게 되었어요!”사하담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따님의 경우 원래는 단순 평범한 교통사고였는데 하필이면 무학을 수련한 몸이라 내면에서 끊임없이 마찰이 일어나고 있어요...”“평소에는 이런 내면이 건강하게 사는 데 도움을 주겠죠!”“하지만 지금 이런 몸은 오히려 목숨을 구하는 데 독이 되고 있습니다!”“아주 복잡해졌어요!”사하담의 말을 들은 왕문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럼 선생님의 힘으로도 내 딸을 어찌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까?”“그 정도는 아닙니다.”사하담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빙긋이 웃었다.“따님의 상황을 해결하려면 좀 복잡하고 번거로운 면이 있다는 뜻입니다...”“최소 10년 내공을 소모해야만 따님의 복잡한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여기서 힘을 다 쏟으면 몸에도 무리가 상당히 갑니다. 그런데 강호에도 아직 상대할 사람들이 많아서 참 어렵군요.”“10년 내공을 모두 다 쏟게 되면 아마도...”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사하담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환자의 내면을 진정시키는 것이 그렇게 복잡하고 힘든 일인가?10년 내공을 소모해야 할 만큼?무학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을 속이려는 것인가?그러나 사하담의 말이나 행동이 하나하나 사리에 들어맞는 것을 보고 하현도 일일이 따질 마음은 없었다.어쨌든 사하담이 사람을 살릴 수만 있다면 상황을 부풀려 보수를
사하담의 모든 동작은 매우 신중하고 안정적이었다.그가 여기저기 혈을 누르자 왕자혜의 얼굴이 조금씩 변화하는 게 보였다.그녀의 얼굴색이 붉어졌고 호흡도 정상적으로 보였다.그녀를 둘러싼 기기들도 덩달아 뛰기 시작했다.언제든 회복할 자세가 된 것 같았다.화이영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감격에 겨워 어쩔 줄을 몰랐다.“역시 사하담이에요! 그 이름이 결코 헛되지 않았어!”“혈색이 돌아왔어!”하현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사하담의 동작을 지켜보기만 했다.사하담의 손이 마지막으로 왕자혜의 단전의 혈을 찍으려고 했을 때 하현이 차갑게 내뱉었다.“그만!”“더 이상은 안 됩니다!”“환자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겁니까?”이 말을 들은 사하담은 놀라서 손바닥을 삐끗했다.화가 치밀어 오른 그가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하현은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염라촉명수를 어디서 배운 거죠?”하현의 말을 들은 사하담은 눈꺼풀이 갑자기 떨리고 안색이 일그러졌다.젊은이가 어떻게 자신의 수법을 알아차린 걸까?이것은 그가 묘강에서 배운 수법이었다.염라촉명수는 죽어 가는 사람의 생기를 북돋우고 빛을 되찾게 하여 마치 회복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수법이다.과거 묘강에서 범인을 심문하기 위해 사용했던 수법 중 하나로 오래전부터 전해지지 않았다.무학의 성지 사람들조차도 이런 수법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 젊은이가 알고 있는 걸까?왕문빈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이봐, 당신 뭐야? 왜 사하담 선생님의 일을 방해하는 거야?”“왕 사장님, 바로 이분이 하현입니다.”하현이 갑자기 나서서 사하담의 행동에 아는 척을 하고 나선 것에 질투가 나긴 했지만 화이영은 하현을 위해 입을 열었다.“교통사고 현장에서 왕자혜를 구한 사람이 하현이기 때문에 특별히 그를 데리고 왔습니다.”교통사고 현장에서 자신의 딸을 구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왕문빈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하지만 왕문빈의 눈동자
하현은 혼란스러운 장면이나 사람들의 고함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정말 재미있는 사람들이군!”“당신들은 어르신을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그가 죽었다고 말하며 호들갑을 앞세워 나를 죽일 놈 취급하는군!”“이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구급차를 부르는 거 아닌가?”“그리고 어르신이 돌아가신 지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았고 우리는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는데 당신들은 미리 알았다는 듯이 어떻게 바로 이렇게 들이닥친 거지?”“어르신이 돌아가실 걸 미리 알고 있었나?”“그래서 일부러 여길 보낸 거야? 여기서 돌아가시라고?”이때 장용호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고 그는 힐끔 고개를 돌려 메시지를 확인한 후 조용히 물러났다.“무슨 헛소리 지껄이는 거야?!”중년 여성은 하현과 이치를 따져 볼 생각은 없이 다짜고짜 얼굴만 울그락불그락했다.“사람을 죽여 놓고 우리한테 누명을 씌우려고 하다니!”“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다른 사람들도 모두 의분에 가득 차 있었다.“맞아. 우리가 모두 다 봤어. 당신이 준 걸 먹고 우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사람을 죽여 놓고 책임을 전가하려 하다니!”“그리고 당신은 풍수쟁이인데 감히 사람의 병을 치료하려 들어? 지금 장난하는 거야?!”“백 년은 무슨 백 년? 9대째 내려왔다고? 허! 지나가는 개도 웃을 소리! 당신은 세상을 속이고 이름을 도용하는 사기꾼에 불과해!”“할아버지! 이런 놈한테 비참히 목숨을 빼앗기다니요! 너무 억울해요!”“이 사기꾼이 할아버지를 한 번 속이고도 성에 안 차서 여러 번 속일 동안에도 속은 줄도 모르고 돌아가셨어!”친척 무리들은 세상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소란스럽게 고함을 질렀다.“하 대사님, 좀 조심하시기 그랬어요?”“난 진작부터 알아봤다고요! 부적을 태운 물을 마시다니? 그걸 마시면 불운을 잠재울 수 있다니?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예요?”“하 대사님,
관상을 보려던 많은 사람들이 모두 뒤로 물러서며 하나같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소식을 들은 고명원과 임수범이 이 광경을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이 일을 뒷수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손해를 본다면 감당하면 된다.그리고 하현을 무사히 지키는 것도 어렵지 않다.하지만 문제는 오늘부터 집복당 명성에 금이 간다는 것이다.소식을 들은 황보정은 울먹거렸다.집복당 명성에 금이 갈까 봐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라 하현이 더 이상 대사가 되지 못해 집복당을 떠날 수밖에 없을까 봐 걱정이 된 것이다.장용호는 냉정을 되찾아 하현의 곁으로 가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대사님, 정말 맥박이 없습니다...”“이제 어떻게 하죠?”이 말을 하면서도 장용호는 온몸이 저절로 떨렸다.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알겠어.”하현은 단호하게 입을 열었고 앞으로 나서면서 노인의 맥도 짚어 보지 않고 미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잠시 후, 그의 한쪽 입가가 살며시 올라가며 냉소가 떠올랐다.한쪽에 서 있던 한의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 대사, 이것 참 일이 복잡하게 되었군요.”“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그렇지 않고 상대가 주택건설부에 신고하고 경찰서 사람들이 개입하게 된다면 당신은 감옥에 갈 수도 있어요.”“이런 일에는 돈을 써서 화를 잠재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그는 정말로 하현을 생각해서 말했다.젊은 나이에 이런 억울한 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집복당이 개입하게 된 이상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그리고 아무도 집복당의 문을 닫을 수 없을 겁니다...”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커다란 밴 한 대가 멈췄고 곧이어 문이 열리며 십여 명의 남녀가 내렸다.선두에는 목소리가 큰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그녀는 집복당 문 앞에서 성난
하현은 머뭇거림 없이 붉은 주사를 써서 부적을 한 장 그렸고 불을 붙인 후 물이 담긴 그릇에 떨어뜨렸다.이어서 하현은 이 물을 이건군에게 건네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어르신, 이걸 드시면 오늘 밤 설사를 할 수도 있지만 그 후 괜찮아질 거예요. 몸속의 불운을 말끔히 해소해 줄 겁니다.”“오늘은 물을 많이 마시고 푹 쉬세요. 그럼 내일은 상당히 회복될 거예요.”“네! 알겠습니다. 대사님, 고맙습니다. 내가 집에 가면 꼭...”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건군은 갑자기 온몸이 뻣뻣해지고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 하현을 가리키며 덜덜 떨었다.잠시 후 그는 ‘쾅’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고 쉼 없이 경련을 일으켰다.“개자식! 나한테 뭘 먹인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이건군은 입에 거품을 물고 바로 숨을 거두어 시체가 되었다.“아!”관상을 보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쳤다.많은 여자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질렀고 놀라움과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방금까지 펄펄 뛰던 사람이 왜 갑자기 죽었을까?“아니,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정말로 죽었어?”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집복당 전체가 당혹스러움에 휩싸여 순식간에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두 눈을 의심하며 뒷걸음질쳤다.어떤 사람들은 다음에 쓰러질 사람이 자신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방금 하현이 쓴 부적을 먹은 몇몇 손님들도 자신의 목을 움켜쥐며 토하고 싶어 안달이었다.사람이 죽은 건 심각한 일이었다.풍수관 같은 곳에서 사람이 죽으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어쨌든 모든 사람들은 하현의 관상술을 믿고 여기에 온 것이었다.죽어 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고 백골이 다 된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오로지 명성 하나 믿고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그
장용호는 젓가락을 들고는 큰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말했다.“그렇군요.”“하지만 대사님, 이 일을 이렇게 지나가도 괜찮을까요?”“남들이 와서 우릴 망치려고 들면 우리도 체면이고 뭐고 볼 것 없이 혼쭐을 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야 우릴 만만하게 보지 않죠!”하현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럴 필요없어.”“첫째,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거야. 결국 사람으로서 조금의 여지를 남겨 두는 건 인정상 나쁠 건 없으니까.”“둘째, 우리는 두 사람의 손을 부러뜨렸어. 그들도 아마 두 사람에게 꽤나 상당한 배상을 해야 할 거야.”“이 일을 겪었으니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를 섣불리 귀찮게 하진 않을 거야.”“물론 그들이 겁도 없이 다시 우릴 귀찮게 한다면 그땐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걷어차 버려야지!”“그렇군요.”장용호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이 일로 하현의 생각과 행동 스타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 셈이었다.다만 잠자코 차를 마시던 하현은 이 부부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장생전에서 보낸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했다.그래서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그로부터 며칠 동안 집복당은 비교적 조용한 날들을 보냈다.과거와 유일하게 다른 점은 손님이 많이 늘었다는 것뿐이었다.온라인 뉴스를 보고 많은 손님들이 멀리서 이곳 금정까지 관상을 보러 찾아왔다.이렇게 찾아온 이들에게 하현은 진심을 다해 관상을 봐 주며 정성으로 살피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정말로 엉뚱한 문제도 결국 방법을 찾아내 해결했다.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주었다.게다가 하현은 매번 돈도 제대로 받지 않고 그야말로 작은 성의만 받았다.그래서 돈이 있는 상류층 사람들도 돈이 별로 없는 서민들도 모두 이곳에 와서 관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곧 집복당의 하 대사 명성은 금정 전체를 벗어나 더 넓은 곳까지 이르렀다.그날 정오,
남자?불임?구경하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고 너 나 할 것 없이 하던 동작을 멈추었다.젊은 부부는 표정이 굳어졌고 하현을 바라보는 눈빛엔 분노가 차올랐다.“개자식! 우릴 모욕하고 있어!”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얼른 반응했다.“내 아내가 이렇게 젊고 예쁜데 뭐? 남자라고?”“그건 우리 부부에 대한 인격 모독이야!”“당장 이 가게 다 때려 부숴 버릴 거야!”“가게를 부숴?”하현은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앞으로 나서며 두 부부에게 손바닥을 날려 땅바닥에 쓰러뜨렸다.“내가 정말 만만하다고 생각해?”“남자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 왜 애를 가지지 못하냐고 나한테 와서 물어?”“반드시 해결해 달라고?”“당신은 내가 백년경을 허투루 본 줄 알아?”“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냐고?”“당신 스스로 말해 봐! 스스로 출산할 수 있다고! 그리고 언제 출산할 수 있는지 말해 봐, 응?”말을 하면서 하현은 젊은 아내를 발로 차서 땅바닥에 엎어뜨린 후 아내의 목에 두른 스카프를 벗겼다.단단한 목젖이 눈앞에 드러났다.설명하고 말고 할 필요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구경꾼들은 하나같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개자식! 목젖도 있었네! 역시 남자였어!”“어쩐지 이런 날씨에 스카프를 둘렸더라니! 알고 보니 변태였잖아?!”“남자를 데리고 집복당에 와서 왜 임신이 안 되는지 알려 달라고? 저 남자가 임신할 수 있다면 수탉도 알을 낳을 수 있겠네! 허참!”“방법이 영 없는 것도 아니야. 하현한테 방법을 강구해 그들을 죽이고 18년쯤 후 운이 좋으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알을 낳을 수 있을 거야!”한 무리의 구경꾼들은 자신들이 완전히 깜빡 속았다고 느꼈고 분노한 나머지 두 사람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몇몇 사람들은 하마터면 달려들어 그들을 때릴 뻔했다.장용호도 살짝 어리둥절해하다가 왜 하현이 자신에게 백년경을 열 번 베껴 쓰라고 한 건지 알 것 같았다.사주만 보면 남녀의
관상을 보려고 줄을 서 있던 손님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그들은 모두 집복당 대가의 솜씨가 대단하다는 말을 듣고 관상을 보러 온 것이다.그런데 하현이 손님을 저런 식으로 대할 줄은 몰랐다.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겠으면 그냥 입을 다물고 말 것이지 손님한테 꺼지라니?!사람들 사이에서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사람들의 눈빛 속엔 하현을 향한 불신과 반감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장용호가 영문을 몰라 하현에게 말했다.“대사님, 왜 그러십니까?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해서 손님에게 꺼지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하현은 장용호를 힐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 정말 순진하군. 그 벌로 오늘 백년경을 열 번 필사하도록 해!”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찻물을 한 모금 마시고 목을 축인 후에야 냉담하게 말했다.“두 분, 정말 지금 썩 물러가지 않을 겁니까?”“내가 이유를 말하면 당신들 아주 재미없어질 텐데.”콧수염을 기른 남자는 하현의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하 대사님,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입니까?”“이렇게 장사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손님을 이렇게 대하다니! 손님이 왕이란 말도 몰라요?!”“똑똑히 들어요! 지금 당장 주택건설부에 가서 당신들을 고소할 거예요!”“당신이 어떤 배경이 있든 어떤 신분이든 이 가게, 문 닫게 하고 말 겁니다!”“집복당, 정말 사람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 겁니까?”“이런 곳에는 앞으로 오라고 애원해도 절대 오지 않을 거예요!”장용호는 화가 난 남자의 말을 듣고 앞으로 나가 그를 말리려 했지만 하현은 그에게 매서운 눈길을 보내 그의 행동을 저지했다.부부는 하현이 감히 자신들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자 갑자기 신이 나서 계속해서 큰소리로 외쳐대기 시작했다.음양관 문밖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하느라 목을 빼고 있었다.세상 재미있는 것이 남의 싸움 구경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저와 아내는 결혼한 지 8년이 되었고 계속 아이를 원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우리는 연경과 대구의 유명한 병원에도 가서 검사를 받아 봤습니다. 그런데 아무 이상도 없었어요.”“얼마 전 친척 한 명이 우리가 너무 늙어서 그럴 수 있다고 말했어요.”“유능한 풍수지리사를 찾아가 보라고 했고요.”“듣기로는 집복당이 금정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풍수관이라고 하더라고요.”“집복당 주인도 풍수지리에서 대가라고요!”“그러니 부디 우리 부부를 좀 도와주십시오!”“제발 부탁드립니다!”예쁘장하게 생긴 아내가 말했다.“여보,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듣자 하니 집복당은 9대째 내려오는 유명한 풍수관이라고 해요. 예전에 아들을 낳지 못한 왕이 있었는데 여기 찾아와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더라고요.”“그러니 뭐가 문제겠어요?”“그들은 우리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상대의 말은 집복당을 높이 치켜세우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집복당에 완전히 의지하려는 셈이었다.만약에 풍수적으로 얽힌 것을 다 푼 뒤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들은 바로 태세를 바꾸어 집복당이 사기 집단이라고 몰아붙일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하현은 젊은 아내를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그녀는 스물일곱여덟 정도의 나이로 보였고 키가 꽤 컸고 이목구비는 섬세했으며 긴 머리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목에 스카프를 두른 그녀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독특한 매력의 여자였다.이런 여자가 거리에 나타나면 분명 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사실 현장에 있던 몇몇 남자 손님들은 이미 이 여자를 몰래 힐끔거리고 있었다.심지어 장용호 이 작자도 슬쩍슬쩍 눈길을 주고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였다.하현만이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자식이 없다...”“부인, 생년월일을 알려 주시면 우선 제가 봐 드리겠습니다.”그녀가 생년월일을 말하는 동안 장용호가 빨간 종이를 내밀었고 상대방이
람보르기니 조수석에 앉은 하현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수상한 시선을 알아차렸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려 방금 차창을 내린 포르쉐를 쳐다보았다.“은아...”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고 뭐라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포르쉐는 이미 쌩하니 지나간 뒤였다.화가 잔뜩 난 여자의 옆모습을 본 하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기회를 봐서 잘 설명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서로 이런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게 될 것이고 두 사람의 재혼은 아마도 요원해질 것이다.하현이 뭔가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간민효는 더 이상 그를 놀라게 하지 않고 조용히 집복당으로 데려다준 후 얼른 그곳을 떠났다.하현도 간민효를 붙잡지 않았고 그저 따뜻한 차를 끓인 후 손님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한편으로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집복당이 개업을 한 목적, 장생전이라는 대어를 낚기 위해서였다.문을 열고도 영업을 하지 않으면 장생전 사람들이 어떻게 찾아올 수 있겠는가?얼마 지나지 않아 장용호가 소식을 듣고 로비에 나타났다.두 사람은 서로 협력하며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점을 보러 온 고객들이 들이닥쳤고 몇몇 고객들은 손이 꽤 큰 손님들이었지만 대부분 기본적으로 풍수를 보거나 자녀들의 사주나 이름을 지어 주는 등의 사소한 일들이었다.바쁜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두 사람은 점심을 겨우 먹고 잠시 쉬었다.그리고 다시 문이 열었을 때 골목 어귀에서 꽹과리와 북소리가 들려왔다.동시에 폭죽 소리가 여기저기서 귀를 찢을 기세로 온 동네를 북적거리게 만들었다.하현은 문 앞에 다가가서 밖을 내다보았다.멀지 않은 골목 어귀에 풍수관이 개업한 것이 보였다.풍수관의 이름은 음양관이었다.음양을 두루 잘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집복당보다 외관도 더 크고 인테리어도 매우 화려했다.게다가 입구에 몇 명의 귀빈을 맞이하는 아름다운 여자들도 있었다.그들은 몸에 촥 달라붙는 옷을 입었고 옆으로 트여진 스커트
하현의 말에 주향무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웃으며 말했다.“제가 당신을 과소평가했군요.”“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시죠.”“이양범의 사건에서는 당신의 흔적을 지웠긴 하지만...”“이양표의 일에 대해선 뭔가 해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 어떻게 생각하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마지못해서라도 저에게 좋은 시민상을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주향무는 눈꺼풀을 펄쩍 뛰었다가 헛웃음 지으며 말했다.“그건 좀 어렵겠는데요...”하현이 정의를 위해 용감하게 행동했지만 그가 구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전 부인이었다.그래서 이 일을 걸고넘어지면 여기저기서 자꾸 잡음이 나올 것이다.이것이 주향무조차도 함부로 하현에게 좋은 시민상을 수여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주향무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됐어요. 당신을 난처하게 만들 생각 없습니다.”“사건은 어떻게 처리되는 겁니까?”“내 쪽에서는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보석금을 낼 사람을 찾아야 될까요?”주향무는 서둘러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그건 제가 이미 당신을 위해 다 준비해 뒀죠.”“하현, 부디 이 일로 노여워 마시길 바랍니다.”주향무도 하현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부하들의 부주의로 하현을 조사에 임하게 했지만 절차가 합법적이었기 때문에 하현이 억울한 상황에 놓인 걸 어쩔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당신 같은 사람이라면 기꺼이 가까이 두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감정과는 상관없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공무원이 된 도리고 임무이죠.”하현은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손을 뻗어 주향무의 어깨를 두드린 후 취조서에 서명을 했다.얼마 후 하현은 주향무와 함께 경찰서 문을 나섰다.이어서 람보르기니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가와 경찰서 입구에 멈췄다.익숙한 차 번호를 보고 하현은 눈을 찡긋 올렸다 내렸다.주향무는 자신이 하현을 귀찮게 한 것이 계속 신경 쓰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