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최문성에게 전화했어요.”“최문성?!”여자 경찰은 눈동자가 멍하니 굳어졌다.도성은 그리 큰 도시가 아니었기에 그 정도 거물들은 대부분 이름을 알고 있다.그러나 여자 경찰은 얼른 얼굴 표정을 바꾸어 비꼬는 기색을 보였다.“최문성이라면 우리 도성에서 유명한 그 최 씨 집안 그 최문성 말입니까? 항상 공정하고 엄격하기로 유명한 분이죠.”“게다가 우리 경찰서의 고위층인 그야말로 거물이에요.”“그런 사람이 어떻게 당신 같이 사람을 때리는 놈을 도와준다는 거예요?”“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예요?”“힘 있는 사람의 인맥을 이용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될 만한 사람을 거들먹거려야지, 이건 뭐 가당키나 하겠어요?”“아니면 이름만이라도 거론하면 우리가 벌벌 길 줄 알았나 보죠?”남자 경찰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비난조로 말했다.남자가 아무 능력도 없이 경찰서 와서 속임수를 쓰려는 수작은 보기에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하현은 그들의 냉소에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그저 웃으며 말했다.“그럼 어떻게 되는지 기다려 보든지요.”“그러죠. 당신이 죄를 인정하든 말든 우린 상관없어요. 우린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법에 따라 우리는 당신을 72시간 동안 감금할 수 있어요!”여자 경찰은 심드렁하게 말했다.“우린 먼저 가서 밥이나 먹자구요. 다 먹고 나서 당신과 천천히 다시 실랑이를 시작할 거예요. 그러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앞으로 며칠 동안 당신 잠 잘 시간도 없을 거예요. 우리가 당신과 아주 천천히 놀아 줄 거니까요. 당신이 즐거울 때까지 끝까지 놀아줄 거예요!”“물론 당신은 최문성이 당신의 구세주가 되어 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요!”여자 경찰은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허풍 떨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2, 3일 가둬두면 저절로 꼬리를 내리고 살려달라 울고불고 매달릴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하현은 점점 표정이 어두워졌고 혼자 커피를 한 모금 마실 뿐 아무 말도
최문성은 나무라듯 말했다.“대표님,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밥 먹을 기분이 나세요?”하현은 태평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만약 내가 일부러 여길 들어왔다면 당신 믿겠어?”최문성은 하현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일부러 들어와요? 여길?”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맞아.”“대구에서 도성으로 온 요 며칠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장모님이 납치되셨고 난 여러 차례 습격을 당했어. 아내는 카지노 지분을 빼앗기게 생겼고...”“이 모든 것이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나 치밀하고 끈질겨. 세상에 이런 우연은 없어.”“일부러 누군가 치밀하게 계획한 게 아니라면.”하현은 돼지국밥을 먹으며 최문성에게 한 가지 일깨워주었다.“최문성, 당신도 우리 당도대 출신이야. 때론 겉으로 보이는 거 말고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어.”“예를 들어 말이야. 지금 날 여기서 내보내는 게 유리한지?”“아니면 이 기회에 배후에 있는 진범을 찾아내는 게 더 유리한지?”최문성은 총명한 사람이었다. 그는 바로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그렇다면 대표님은 누가 장모님을 납치했는지 이미 알고 계시는 거예요?”“도대체 누가 대표님을 습격했는지 아세요?”하현은 조용조용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추측일 뿐이지만.”“오늘 여기 들어와서 지난 이틀 동안 있었던 일을 곰곰이 되짚어 봤어. 내 짐작이 맞다면 이 모든 일들의 배후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 분명히...”“그 손은 아마도 항성 4대 가문 중 하나일 거야.”“4대 가문 중 유일하게 항성 곽 씨와 항성 이 씨 가문이 나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어.”“하지만 항성 곽 씨 집안은 역량이 그리 크진 않아. 이렇게까지 길게 손을 뻗진 못해.”“그렇다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항성 이 씨 가문이야. 아니면 항성 이 씨 가문의 배후에 있는 큰손이든가.”최문성은 온몸이 소름이 돋았다.“대, 대표님, 그러니까 항
양복을 입은 도성 경찰 십여 명이 스물일곱 여덟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를 에워싸고 있었다.여자는 키가 170 센티미터에 육박하는 늘씬하고 육감적인 몸매에 아주 세련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언뜻 보기로도 보통내기는 아닌 듯했다.그녀의 얼굴은 차가운 바람을 집어삼킨 듯 식어 있었고 화를 내고 있지 않았음에도 당당한 위엄이 묻어났다.그녀의 아우라에 남자들은 똑바로 쳐다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자세히 이목구비를 뜯어보니 얼굴 생김새가 최문성과 비슷해 보였다.그녀 곁에 있는 사람들은 저절로 공손해졌고 함부로 얼굴을 찌푸리지도 못했다.그녀의 출현으로 사무실 전체가 숨쉬기조차 힘든 팽팽한 긴장감으로 휩싸였다.모든 경찰들은 지금 입이 없는 사람처럼 아무 말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자칫 사소한 말로 그녀의 심기를 건드릴까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최문성은 그녀를 보고 잠시 멈칫하다가 입을 열었다.“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모든 사람들을 얼어붙게 만든 그녀의 정체는 도성 최 씨 가문, 최영하였다!“뭔가 소란스러운 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어떻게 안 와 보겠어?”최영하는 싸늘함이 극에 달한 표정으로 최문성에게 호통쳤다.“다 큰 어른이 해야 할 일이 뭔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뭔지 아직도 분간이 안 되는 거야?”“우리 최 씨 가문이 비록 도성의 최고 위치에 있지만 내가 항상 말했잖아!”“이런 자리일수록 더욱 조심하면서 법을 잘 따라야 한다고!”“누가 너더러 최 씨 가문의 힘을 빌려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랬어? 누가 사리사욕을 위해 법을 어기고 비행을 저지르라고 했냐구?”겁에 질린 듯 최문성은 우물쭈물 제대로 입을 열지 못했다.“누나, 나 아무...”“시끄러!”“어제 일은 내가 말도 안 꺼냈어! 지금 경찰서 와서 이런 소란을 피우면서 뭘 아무 잘못도 없다는 거야!?”최영하는 불같은 얼굴로 최문성을 노려보다가 싸늘한 눈빛으로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다.“당신이 하현, 맞죠?”“당신이 어디서 나타난 사
”죄를 뒤집어씌우고 모함한다구요?”최영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지금 그녀는 세부 사항을 캐묻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하현, 당신은 아마 잘 모를 거예요. 우리 도성은 당신네 내륙과는 달라요. 우리는 왕법 사회라구요!”“경찰서에 들어온다고 함부로 사람을 대할 수도 없고 일부러 죄를 뒤집어씌울 수도 없어요.”“그런데 지금 내 동생을 불러서 어떻게 좀 봐 달라고 한 거 아니에요?”“당신은 분명히 내 동생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당신을 도와주길 원하면서 오히려 누군가가 당신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고 말하는군요!”“날 바보 취급하는 겁니까?”“나이도 젊은 사람이 우리 도성에 와서 법과 규율을 무시하다니. 이제 보니 내륙의 아주 몹쓸 관행들만 가지고 왔군요!”“잘 들어요. 우리 도성에선 그런 수작 안 통해요!”최영하는 현장 수사관 몇 명을 지목하더니 차갑게 말했다.“이 사건은 특히 더 공정하게 처리하세요. 사익을 위해 법을 어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아시겠어요?”“제가 직접 관할하겠어요.”“사건은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면 됩니다!”“누구도 사리사욕을 위해 법을 어길 수 없어요!”최영하는 도성 제일가는 당찬 아가씨일 뿐만 아니라 도성 경찰서에서는 이인자이며 실세 중의 실세였다.신분으로 본다면 최문성보다 한 급 위였다.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그녀의 사람됨이었다.그녀는 성격이 칼같고 군더더기 없는 사람이었다.절대로 어영부영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말 한마디면 최문성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잃게 할 수도 있다.하지만 하현은 그녀의 어마어마한 위엄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최영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최문성의 누나라는 이 여자가 모든 수사관들에게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라고 요구하는 모습이 참 신선하게 느껴졌다.스스로 결연하게 죽을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누구를 그렇게 결연하게 처리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최영하는 최문성을 데리고 나갔고 방금 하현을 심문했던 두 경찰관은 이번
화옥현은 재미 삼아 한 놀이에 흥미가 돋는 듯 마지막 칩을 던지고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졌다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가볍게 손짓을 했다.맞은편에 서 있던 직원들은 깍듯하게 머리를 숙인 다음 그 자리를 떠났다.그곳에는 화옥현과 허빈우 둘만 남았다.화옥현은 커피를 마시며 위엄 있는 어조로 말했다.“최영하 말이야, 당신이 보냈어?”“내가 정보를 좀 흘렸죠. 소중한 당신 동생이 범죄자를 옹호하려 한다고 최영하한테 살짝 귀띔해 줬어요.”허빈우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최영하가 그 소식을 듣고 얼른 현장으로 달려갔구요.”“방금 한바탕 바람이 불었죠. 최문성은 결국 그녀에게 끌려갔구요. 간단히 말해서 하현의 가장 큰 카드가 그의 수중에서 사라졌다는 거예요.”“앞으로 우리가 손만 좀 쓴다면 하 씨 성 가진 그 남자는 절대 나올 수 없을 거예요.”허빈우의 얼굴엔 간특한 미소가 가득했다.자신의 작전이 먹혔다는 생각에 승리의 자신감이 흘러넘쳤다.“당신, 최영하를 이번 일에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어.”허빈우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다구요? 도련님, 어젯밤에 일어난 일 똑똑히 보셨잖아요.”“셋째 도련님이 하현 그놈에게 얼굴을 맞았어요. 그런데 그놈을 도와준 사람이 최문성이었구요.”“최문성과 하현이 어떤 사이인지 모르지만 최문성은 도성의 일류 가문 출신이기 때문에 그가 하현을 감싸고돌려면 못 할 것도 없는 일이에요.”화옥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완고하게 말했다.“당신이 틀렸어. 최문성이 영향력이 큰 건 사실이지만 경찰서 사람은 아니잖아.”“그는 경찰서의 사건 처리 과정을 몰라. 만약 하현을 강제로 꺼내려고 갖은 수를 썼다면 오히려 난 하현 그놈을 더 쉽게 감옥에 보낼 수 있었어.”“심지어 최문성이 이 일에 끼어들기만 했다면 난 그 여세를 몰아 최문성의 약점까지 잡을 수 있었어. 그 최 씨 집안 도련님이 끝내 별다른 방법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우리 편이 될 수밖에 없
화옥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하현이라는 사람을 공격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게다가 최 씨 집안이라는 거물이 사이에 끼어 있으니 앞으로 다시는 경찰서에 끌고 가 그를 성가시게 하는 일은 만들지 마.”“알겠어요.”“그런데 도련님, 우리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설은아는 상대하기 어렵지 않지만 지금은 하현이라는 예상 밖의 변수가 하나 더 생겼어요.”“어르신의 건강이 나빠지고 있어요. 빨리 카지노의 모든 지분을 되찾지 않으면 상위권 경쟁에서 밀릴 수가 있다구요...”화옥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하현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 아예 건드리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잖아.”“가서 홍성 사람들한테 말해. 최희정이 납치된 곳을 슬쩍 흘리라고. 반드시 하현의 귀에 들어가도록 말이야.”“도성이나 항성 같은 곳에서 그가 혼자 힘으로 어떻게 사람을 구해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이튿날 이른 아침.하현은 몇몇 수사관들의 공손한 배웅을 받으며 경찰서 문밖으로 풀려났다.도성의 법에 따라 혐의 없음일 경우 구금은 최대 24시간까지로 제한하고 있다.하지만 수사관들이 아주 점잖게 일을 처리해 주어서 일상적인 질의만 마치고 형식적인 절차를 거친 후 그들은 아주 공손한 자세로 하현을 내보냈다.물론 하현이 풀려나긴 했지만 아직 사건이 해결된 것은 아닌 관계로 당분간 그는 출국할 수 없었다.하지만 일상의 자유를 제한받지는 않았기 때문에 항성과 도성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하현이 경찰서 밖으로 나오자 포르쉐 한 대가 반짝이는 모습을 드러내며 다가왔고 차창이 유유히 미끄러지더니 뜻밖의 얼굴이 보였다.하현은 설은아가 혹시나 데리러 왔을까 생각했다가 최문성일 가능성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가 예상치도 못한 사람이 온 것이다.오늘 경찰서 앞으로 그를 마중 나온 사람은 뜻밖에도 방재인이었다.그녀는 맨얼굴에 아무런 화장도 하지 않아서 약간 초췌해 보였다.아마도 밤새 그를 기다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내가 방금 알아봤는데 당분간 오빠는 도성에서 출국할 수 없대요.”“도성과 항성에선 내가 오빠한테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해요. 하지만 도성에 친한 친구가 몇 명 있어요. 만약 해결되지 않는 일이 생기면 나한테 바로 연락하세요.”“오빠가 내 친구라고 하면 그 친구는 꼭 발 벗고 도와줄 거예요!”말을 하면서 방재인은 들고 있던 가방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하현에게 건네주었다.방재인의 선의를 생각해 하현도 거절하지 않고 명함을 받아들였고 그 자리에서 대충 훑어보았다.명함에 있는 이름을 보았을 때 그의 눈빛이 살짝 움츠려졌다.화소혜....방재인을 도성 국제공항에 데려다준 뒤 하현은 택시를 타고 송산 빌리지로 돌아왔다.“하현, 이제 왔어?”“당신 괜찮아?”밤새 한 숨도 못 잔 설은아가 하현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맞았다.어젯밤 그녀는 하현에게 수십 번도 더 전화를 걸었다.대구에서는 어디든 인맥이 닿지 않는 곳이 없어서 아무 문제없었는데 도성에서는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는 그녀였다.이로 인해 설은아는 마음 고생을 적잖이 했다.급기야 화옥현에게 수중에 있는 주식을 모두 양도해 버릴까 생각하기도 했다.하지만 하현이 하룻밤만에 경찰서에게 풀려날 줄은 몰랐다.설은아는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은아, 이제 푹 쉬어.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다 처리할게.”하현은 설은아를 위로했다.“내 일은 걱정하지 마. 어머니 일도 걱정하지 말고. 내가 이미 사람들에게 어머니 행방을 알아보게 했으니까 곧 좋은 소식이 올 거야.”설은아는 그동안 진전된 사항을 말하며 하현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하현, 우리 그냥 순순히 지분을 양도할까?”“화옥현이 어머니를 풀어주기만 한다면 바로 주식을 양도할까 싶어.”“도성은 어쨌든 그들 집안 터전이니 이곳에서 그들과 불화를 일으키는 게 우리한테는 아무런 이득이 없어.”비록 하현은 경찰서에서 무사히 풀려났지만 설은아는 계란으로 바위를 깰
”대표님!”마당에는 변백범, 공해원 그리고 대도 경수 세 사람이 이미 밤새 도성으로 달려와 있었다.그들은 온밤을 지새우며 그를 기다린 것이다.그들은 하현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공해원은 뜸들이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대표님, 저희가 각 방면에 수소문해 본 결과 최 여사님을 납치한 사람이 홍성 쪽 사람들이라는 걸 알아냈어요.”“배후가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지만 대충 짚이는 데는 있어요.”말을 하면서 공해원은 동영상을 하나 보여주었다.비행기 객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다.객실에는 제법 아리따운 얼굴의 여자가 중년 부인의 옷차림을 한 여자의 팔짱을 낀 채 구석진 자리에 앉는 것이 보였다.중년 부인은 뭔가 의식이 혼미한 듯한 모습이었다.“일주일 전 대구에서 항성으로 가는 직항 비행기 안이에요.”“그리고 이것은 항성에서 도성으로 가는 유람선이구요...”“이건...”공해원은 역시나 뛰어난 첩보원이었다.일련의 단서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맥락을 정확히 짚고 있었다.최희정이 실종된 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대구에서 항성으로 움직였고 그 후 유람선으로 도성에 온 것이었다.모든 과정이 1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그 시간에 설은아의 집에서는 대구 안에서만 맴돌며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그래서 장모님의 행방을 알아냈어?”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아직은 아니에요. 하지만 대충 어디에 있는지 소재는 파악했어요.”“항성, 남규 거리, 홍성 샛별이.”이 말을 들은 하현은 눈을 가늘게 떴고 잠시 후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변백범, 믿을 수 있는 사람 몇 명을 남겨서 설은아를 경호하게 해.”“그리고 오늘 밤, 우린 항성에 가는 거야.”...“끼익!”밤 10시, 도성의 번호판을 단 도요타 엘파 한 대가 바다 건너 항성 남규 거리에 나타났다.전 세계 가장 유명한 술집 거리인 이곳은 다양한 피부색의 미남 미녀들이 모여 밤새 먹고 마시며 젊음을 불태우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