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습을 본 하현은 무슨 남녀간의 경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빠르게 손을 뻗어 소녀의 가슴을 누르며 입과 입을 맞대고 여러 번 인공호흡을 했다. “후______”잠시 후 소녀는 끙끙거리더니 심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의 입가는 기침으로 피가 맺혔고, 마침내 호흡이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이 모습을 본 하현은 마침내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집사를 향해 말했다. “자, 괜찮아요!”“그래도 안전을 위해 이따 구급차가 오면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을 거예요.”“그리고 회복이 되고 나서도 스포츠카는 몰고 다니게 하지 마세요. 이런 큰 마력의 스포츠카는 제어가 잘 안 돼서 사고 당하기 쉬워요.”“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방 집사는 이때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방금 하현 앞에서 부렸던 거만한 자세를 취할 수 있겠는가? 방금 그 위험했던 장면을 생각하면 그는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이 소녀가 괜찮아 진 것을 보고 모든 사람은 환호성을 질렀다. 원래 하현을 무시했던 몇몇 여자들을 지금 흠모하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정의를 위해 뒤돌아보지 않고 용감하게 소녀를 구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남자다!방금 전까지 하하 큰소리로 웃어대던 주이명은 지금 마치 누가 입을 틀어 막은 듯 얼굴빛은 어두워졌고 안색은 극도로 안 좋아졌다. 하현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조마조마했다. 이번에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하현을 위한 발판이 되었다. 거기다 방가 사람들은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주이명은 땅에 머리를 처박고 죽고 싶었다. “선생님, 연락처를 남겨 주시면 나중에 저희 연경 방가에서 보답을 해드리겠습니다.”방 집사는 경호원에게 방 아가씨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라고 시키고는 깍듯하게 입을 열었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별 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말
“아이고, 은인……”방재인은 안달이 난 얼굴로 따라가려고 했지만 지금 몸에 힘이 없어서 몇 걸음 뛰기 시작하자 숨이 너무 헐떡거리기 시작해 전혀 달릴 수가 없었다. “아가씨, 쫓아가지 마세요.”방 집사는 서둘러 앞으로 나와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안에는 하현의 옆모습 사진이 있었다. “제가 방금 은인의 사진을 찍었어요. 걱정 마세요. 우리 방가의 능력으로 대구에서 사람 하나 찾는 건 어렵지 않아요!”“그리고 그도 이렇게 능력이 있으니 찾기가 더 쉬울 거예요.”이 말을 듣고 방재인은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는 대가문에서 태어났기에 자연스레 비상한 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방 집사, 이 일은 암암리에 진행해야 돼.”“이 은인은 놀라운 신분을 가지고 있거나 뭔가 비밀이 있어서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던 거야.”“그러니 우리는 그를 찾되 절대 그를 해치게 해서는 안돼.”방 집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걱정 마세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습니다.” “음, 이 일은 너한테 맡길게!”방재인은 기색은 물론 눈빛도 이상했다. 그녀가 자주 접하는 세자, 도련님들에 비하면 이 은인이야말로 진정한 남자였다. 자기의 오빠인 방현진은 연경 네 도련님 중 한 명이라고 해도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때 하현은 자신이 방현진을 제압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하현은 방금 주차했던 곳으로 돌아와 자신이 몰고 온 도요타 엘파를 찾지 못하자 육태영이 벌써 몰고 갔다는 것을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하현은 한숨을 쉬고는 외진 구석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조남헌에게 차를 보내 자신을 향산 1호 별장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마침내 차가 반쯤 왔을 때 하현의 전화가 급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은 후 맞은편에서 설은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부, 일이 생겼어요. 빨리 오실 거죠?”하현은 어리둥절해졌다. 자신이 잠깐 떠난 사이에
별장 로비에 들어서자 보석으로 치장한 아줌마들과 양복을 차려 입은 남자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모두 옷차림이 화려했지만 상류층 테두리에서 마땅히 가져야 할 온화함과우아함은 없었고 오히려 조금 사나워보였다. 이때 설재석과 설유아 두 사람은 지친 얼굴로 구석에 숨어있었다. 오직 육혜경과 육태영 모자만 이 사람들과 욕을 하고 있었다. “배상해. 당장 돈 내 놔!”“향산 별장에서 산다고 주차장에서 우리 고급차를 막 들이 받아도 되는 거야?”“당장 보상해!”“당신들이 누구든지 간에 지금 반드시 배상해야 돼. 안 그러면 우리가 관청에 신고할 거야!”하현은 옆에서 듣고는 상황을 이해했다. 향산 별장 구역의 모든 별장에는 자신들만의 독립된 주차 차고가 있는데 육태영은 와본 적이 없어 전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길 건너 고급 별장 구역 주차장에 차를 세웠고 그 안에 있던 수십 대의 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부잣집 별장 구역의 사람들은 모두 벼락부자들이었고 소양이 좋지 않았다. 차가 부딪혔으니 어디 그렇게 쉽게 말한다고 되겠는가? 분명 육혜경 모자에게 돈을 물어내라고 할 것이다. 이때 이 벼락부자들은 하나같이 육혜경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들이밀고 있었다. “그 차는 우리 매장용으로 산 거야. 우리에게 배상하지 않으면 너랑 목숨 걸고 싸울 거야!”“향산 별장에서 살면서 돈이 없다고? 웃기는 소리 하네!”“빨리 돈 내놔. 안 그럼 오늘 넌 여기서 맞아 죽을 거야!” 이러쿵저러쿵 손가락질을 받자 육혜경은 조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사납게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 “다들 입 다물어!”“당신들 너무 억지를 부리네!”“내가 말했지, 내 소중한 아들도 피해자라고!”“차는 내 아들 게 아니야. 내 아들은 운전면허도 없어. 그 운전 기사가 내 아들한테 운전을 시켜서 이렇게 된 거야!”“당신들은 그 운전기사한테 가서 배상을 요구해야 해. 최희정네 일가를 찾아가서 배상해 달라고 해야 한다고.
육혜경은 이때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그녀는 전투력이 그녀보다 조금도 뒤쳐지지 않는 나이든 아줌마 아저씨들을 상대하며 이미 열세에 놓여 있었다. 이 눈 먼 운전기사가 감히 자신을 비웃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자 육혜경은 하현을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 설유아는 이때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아주머니, 이성적으로 얘기 하실 수 없어요?”“태영 오빠가 차를 쳤으니 당신들이 사과할 건 사과하고, 배상할건 배상해야죠. 우리 별장을 담보로 잡는다니 이게 무슨 일이에요?”“게다가 이 별장은 원래 제 형부 건데……”설유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육혜경은 갑자기 눈을 번뜩이더니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아이고, 정말 기가 막히네. 기가 막혀!”육혜경은 이때 하현 앞으로 달려가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여러분, 여러분, 제가 방금 너무 기가 막혀서 하마터면 잊을 뻔했네요!”“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이 분은 하현이에요. 설씨 집안 큰 딸의 남편……”그녀는 별장에 막 도착해서 하현의 현재 신분을 파악해냈다. “가장 관건은 방금 그 도요타 엘파가 그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거예요. 이 사람은 돈이 있으니 당신들이 배상을 원한다면 이 사람한테 배상해 달라고 하세요!”“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책임질 사람이 있다는 말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에요.”“그리고 이 주식 양도 합의서를 보세요. 원래 그의 명의로 되어 있었어요. 그는 부자예요!” 말을 하면서 육혜경은 희정의 SNS에 들어가 사진을 확대해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현장에 있던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심씨그룹의 주식 양도 합의서를 본 순간 하나같이 표정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분명 배상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답게 차려 입은 한 아줌마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설씨 집안 사위야?”또 다른 아저씨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그 도요타 엘파가
육혜경 모자는 떠나면서 하현에게 자신이 차주라는 것을 인정하라고 강요했다. 하현은 순식간에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그는 아줌마들에게 둘러싸였고, 이 아줌마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돈을 배상하라고 재잘재잘거렸다. 아저씨 아줌마들은 모두 동전 하나마저 소중하게 여기는 졸부들이었다. 아무리 봐도 몇 백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육혜경 모자보다는 도요타 엘파 같은 고급차를 가지고 있는 하현이 이 손해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설유아는 계속 무슨 말을 하려다가 군중들에게 밀려났다. “네. 네. 이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하현은 이때 지긋지긋하고 머리가 아팠다. 게다가 이런 작은 일로 혼란스럽게 하는 상황은 확실히 사람을 짜증나게 했다. 그는 이것이 희정의 계획이라는 것을 몰랐지만 반드시 이 사람들을 돌려보내야 한다고 느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자신이 하루도 조용한 날을 보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유아는 옆에서 목소리를 냈다. “형부, 이건 형부가 상관할 일이 아니에요. 또 형부가 운전을 한 것도 아니고……”“그 사람 일이잖아요!”“도로 교통법도 몰라요?”“누가 차주든 사고를 낸 그 사람이 책임을 져야죠!”“이건 법이 규정하고 있는 당연한 거예요!”“이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우리는 매일 문을 닫고 지내야 해요!”“당신들, 우리가 향산 별장에 산다고 이렇게 사람을 괴롭혀도 되는 거예요?”설유아의 한 마디 말에 과격한 아저씨 아줌마들은 순간 폭발했다. 어떤 사람은 하현의 옷을 잡아 당기는 사람도 있었다. 하현도 이 사람들을 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의 전투력은 너무 강했다. 하현이 손을 들어 올리면 누군가는 반드시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때가 되면 일이 더욱 번거로워질 것이다. “자, 쓸데없는 소리 말고 차 증서와 이전 계약서, 영수증 다 가지고 오세요!”하현은 화를 쏟아냈다. “지금 당신들한테 돈을 보내고 차를 가지고 갈 사
설유아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머니, 부끄럽지도 않으세요?”“당신의 소중한 아들 때문에 우리 형부가 500억을 배상했어요. 죄책감만 못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10년 전 오토바이를 원가에 팔려고 그러시는 거예요?”“형부 돈은 뭐 바람에 날아온 줄 아세요?”“그리고 엄마, 엄마도 마찬가지예요. 이 차들은 사람들이 다 언니한테 준 거잖아요.” “언니가 전부 거절했어도 엄마가 다 받아놓고 이제 와서 팔아서 돈을 벌려고 하는 거예요?”“이런 말 하면서 낯 뜨겁지도 않아요?”“양심이 안 찔려요?”“닥쳐!”희정은 손을 번쩍 들어올렸고 오히려 설유아의 뺨을 내리쳤다. “반항이네! 반항이야!”“설유아, 너 대학가더니 바보가 된 거야?”“너 잊어 버렸어? 나는 네 엄마야!”“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말을 해?”“하현이 500억을 배상한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누가 그 차를 하현 거라고 했어!?”“그리고 내가 지금 하현한테 차를 파는 것도 싸게 해준 거야!”“하현, 너 살 거야? 말 거야? 안 살 거면 지금 당장 짐 싸서 나가!”“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내 차를 사든지, 아니면 당장 이혼 증서에 서명 해. 네가 알아서 선택해!”희정은 연신 화를 내며 꾸짖었고, 끝내 속내를 드러냈다! 원래 교통사고로 하현을 이혼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계획에 실패하자 그녀는 두 번째 수를 썼다. 하현은 담담하게 희정을 쳐다보았고, 솔직히 말해 그는 이런 잔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때 하현은 차 증서를 가지고 가서 몇 번 살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이 차 확실히 팔 거예요?”“만약 확실하다면 원가 그대로 계약할게요.”“근데 계약을 하고 나서 돈을 지불한 다음에 이 차들은 다 제 거예요. 내가 어떻게 처리를 하든 어머니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거예요. 괜찮죠?”“착한 사위, 문제 없어. 바로 계약할게!”희정은 뛸 듯이 기뻐했다. 설은아는 지금 대구 정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사소한 일일 뿐이야. 가정의 화목이 더 중요하잖아.”“게다가 이번엔 조금도 손해보지 않았어.”“손해보지 않았다고요!?” 설유아는 하현이 무슨 뜻으로 말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의아한 기색이었다. 하현은 구석으로 가서 대구 여섯 세자 중 하나인 간석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석준아, 최근에 영화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세계 최고 고급차들을 실제 차로 촬영한다고 하던데?”“네, 형님, 소식에 빠르시네요. 제 영화 투자금은 거의 1조 원이에요. 최고급차를 구입하는데 자본이 거의 절반이나 들었어요. 그리고 이 고급차들은 영화를 찍으면서 점점 훼손시켜야 돼요.” 건석준은 모처럼 하현의 전화를 받고 바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공교롭게도 내 손에 마침 판매하려고 하는 차가 있는데 패키지 가격이 7백억이야. 내가 원금을 돌려 받을 수 있을 지 한 번 봐줘.”말을 하면서 하현은 사진을 몇 장 보냈다.잠시 후 간석준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전세계 한정판 모델이 여러 대나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어떤 건 십수 년 된 클래식 모델들도 있는데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을게요.”“어쨌든 이 차들은 제가 살게요.”“전부 다 해서 4천억이요. 괜찮으시죠?“괜찮아.”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사람 시켜서 차와 증명서를 보내라고 할게.” 말을 마치고 하현은 전화를 끊었다. 다들 거실에 있었기 때문에 하현이 통화하는 소리가 숨겨지지 않고 희정과 사람들에게 다 들리게 되었다.지금 희정과 육혜경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동시에 입을 삐죽거렸다. 육태영은 더욱 비웃으며 말했다. “뻐기긴 뭘 뻐겨? 방금 그 오래된 차들은 낡고 부서졌는데 너한테 차를 사는 사람이 있다니. 얼마나 싸게 해줬을지 모르겠네.”“흥정할 줄도 모르니 돈을 많이 잃었겠지. 그렇다고 날 탓할 수 있겠어?”“멍청한 자기 자신을 탓
별장 안은 소란스러워졌다. 결국 주치의를 불러 희정을 진찰했다. 그녀는 혈압만 높았을 뿐 다른 것은 없었다. 하현은 오늘 일을 겪으면서 더 이상 향산 1호 별장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는 자신을 쫓아내려는 희정의 목적을 확인한 셈이었다. 거기다 그녀는 설은아의 소개팅 대상까지 찾으려고 했었다. 자기가 여기에 남아 매일 그녀와 부딪히느니 차라리 은아가 온 다음에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향산 별장을 떠나 하현은 거리로 나와 변백범과 함께 이틀을 머물려고 했다. “따르릉______”바로 이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하현은 한 번 쳐다보고는 전화를 받았다. 곧 맞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회장님, 잘 쉬셨어요? 방해가 된 건 아닌 지 모르겠네요?”슬기의 전화였다.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걸려온 전화였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이제 막 쉬려고 하는데, 왜? 갑자기 전화할 시간이 생겼어?”“심가 일은 다 처리했어?”슬기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외할아버지가 전체적인 상황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심재욱도 잡혔으니 뭐 얼마나 문제가 되겠어요?”“회장님 덕분에 이번에 저희 엄마가 상석에 앉게 되셨어요.”“엄마는 이전의 심재욱만큼 심가에서 권력이 세지는 않지만 이런 추세로 가다 보면 아마 나중에 심가에서 권력을 잡게 될 거 같아요.”“어쨌든 저희 큰 외삼촌은 심가의 권력에는 관심이 없으세요. 시민들을 돕는 일에 더 열중하고 계세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잘 됐네. 아주머니께 축하 드린다고 전해줘.”“그리고 한 가지 부탁할 일이 있어.”하현은 이전 계약이 생각나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얘기를 했다. 슬기는 전화 맞은편에서 멍하니 듣고 있었다. 그녀의 기분이 순간적으로 가라앉은 것을 느낄 수있었다. “회장님, 그러니까 회장님 말씀은 내일 모레 사모님께서 대구에 오신다는 거예요?”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다른 일이 없는 한 그럴 거야
”당신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설 씨 집안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는데도 그걸로 모자라?”“그래서 이젠 은아의 돈까지 훔쳐 쓰려고 하는 거야?”“그 돈으로 뭘 할 생각이야? 설마 내연녀 명품백이나 사 주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김나나는 싫은 티를 팍팍 내며 하현을 도둑만도 못한 남자 보듯 헐뜯었다.은행 직원들과 고객들도 모두 하나둘씩 고개를 갸웃거리며 데릴사위 주제에 주제를 모른다는 둥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얘기 다 끝났어?”하현은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할 말 다 했으면 저리 가. 업무 방해하지 말고!”만약 상대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하현은 벌써 뺨을 후려갈겼을 것이다.“경고하는데! 잘 들어!”“3일 주겠어!”“3일 안에 은아 곁에서 사라져!”“재결합이라니! 흥 재결합이라니?!”“꿈도 꾸지 마!”“내 말 똑똑히 들어. 은아는 당신이 그렇게 갖고 놀 여자가 아니야!”김나나는 세상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치켜세웠다.눈을 아래로 한껏 내리깔고 하현을 바라보던 그녀는 매서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무엇보다 우리 오빠가 이제 곧 퇴원해.”“우리 오빠가 보는 앞에서 감히 당신이 은아한테 찝쩍거린다면 우리 오빠한테 혼쭐날 거야! 알아?!”하현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김나나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곧장 VIP 창구로 가서 블랙골드 카드를 건네며 말했다.“안에 돈이 입금되었는지 확인해 주세요.”“솩!”하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나나는 얼른 돌진해 그의 카드를 중간에서 가로챘다.“내가 부행장이야. 어디 당신 카드나 좀 보자고!”“뭐? 블랙골드?”고혹적인 빛을 띠는 블랙골드 카드를 보며 김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블랙골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신분이 아주 높거나 재산이 많다.금정 같은 곳에서도 블랙골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상류층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잠깐만! 블랙골드에 당신 이름이 여기
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무슨 충고?”“옛날부터 불로장생하는 것과 풍수는 깊은 연관이 있어.”“당신이 그들의 이목을 끄는 거야. 뱀을 동굴에서 나오게 유인하는 거지. 그렇게 되면 증거가 될 만한 뭔가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은 유명한 풍수지리사가 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그래서 말인데, 풍수관을 차리는 건 어때?”“한편으론 조심스럽게 그들의 동태를 살필 수도 있고 한편으론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목을 끄는 거지.”“더욱 중요한 것은 금정이 오래된 고도로서 기괴한 일이 적지 않다는 거야.”“소문난 풍수지리사로 이름을 날리며 금정에 많은 인맥을 쌓는다면 당신한테 나쁠 것도 없잖아?”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리가 있어. 역시 금정 간 씨 가문 아가씨다워!”“풍수지리사라, 흥미로운 직업이지.”“하지만 난 풍수를 전문적으로 보는 풍수지리사가 아니야.”간민효는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당신이 관심만 있다면 내가 나머지는 모두 처리할게!”“가게든, 직원들이든, 자격증이든 모든 것들 다!”“고개만 끄덕여 준다면 다른 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게 내가 다 준비할게!”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그렇게 해! 아무 문제없어!”말을 하는 사이 차는 어느덧 금정은행 입구에 도착했다.하현은 전에 이슬기에게 현금 이천억을 마련하라고 한 일이 있어서 오는 길에 은행에 들러 확인하려고 한 것이다.설은아는 돈 쓸 곳이 별로 없다고 했지만 불시의 상황에 미리 대비해 놓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금정은행 로비에 들어서자 하현은 로비 매니저를 향해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VIP실이 어디죠?”어쨌든 이런 고액의 업무는 귀빈실에서 처리해야 한다.“어머? 당신 그 데릴사위 아냐?”바로 그때 주변에 향기로운 꽃향기를 풍기며 높은 하이힐만큼이나 콧대를 치켜세운 아름다운 여자가 하현 앞에 나타났다.하현은 눈앞의 여자를 희미한 눈길로 바라보
형나운은 결국 하현을 주인이라 불렀다.그때 간민효가 하현을 데리러 왔고 형 씨 가문 집사가 공손하게 백억짜리 수표를 건네는 것을 보았다.형 씨 가문은 골동품 장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형홍익이라는 거대한 수장이 없다면 형 씨 가문의 사업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따라서 진정한 후계자가 생기기 전까지는 형 씨 가문에게 형홍익의 생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하현이 형홍익을 구한 것은 형 씨 가문 전체를 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래서 형 씨 가문은 어떤 방법으로든 그에게 사례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비록 돈을 받을 뜻은 없었지만 그래도 성의를 생각해서 받았다.그러고 나서 간민효의 페라리에 올라타 형 씨 가문을 떠났다.차 안에서 하현은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간민효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민효, 당신은 내가 어르신을 구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액셀을 밟던 간민효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엄도훈의 팔괘경과 삼촌의 구안천주가 같은 곳에서 나온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당신이 엄도훈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삼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어.”하현은 어안이 벙벙한 채 눈을 크게 치켜떴다.“같은 곳에서?”간민효는 담담하게 어조로 말했다.“같은 조직이라고 해야 하나?”“역사의 그늘 속에서 신비롭게 존재하는 조직.”“이번에 그들이 엄도훈과 삼촌한테 이런 짓을 한 것은 아마 십중팔구 금정의 몇 개 은둔가를 직접 겨냥하고 저지른 게 틀림없어.”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장생전?”하현이 이 세 글자를 꺼내자 간민효는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며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았다.차는 굉음을 내며 멈춰 섰고 간민효는 놀란 눈을 한 채 가쁘게 숨을 들이마셨다.“하현, 당신이 어떻게 장생전을 알아?”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말했다.“남양의 페낭에서 이 조직과 한 번 맞붙어 당한 적이 있어.”“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번에 내가 금정에 온 이유가 아내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생
”신고, 신고할 거야!”“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라고!”형나운은 계속 발버둥을 쳤지만 발버둥칠수록 하현의 손아귀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놔! 이거 놔! 이 변태야!”형나운은 다시 소리를 질렀다.하현은 형나운을 앞에 놓고 뒤에서 뺨을 몇 대 더 때린 후에야 손을 떼고 웃으며 말했다.“똑똑히 들어. 이건 하녀가 주인의 기분을 상하게 한 벌이야!”“은둔가의 대단한 집안사람이라고 내 앞에서 함부로 날뛰지 마.”“감히 또 그런 짓 하면 그땐 뼈도 못 추릴 정도로 만들어 줄 테니까!”형나운은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을 들고 씩씩거렸다.“이 사기꾼아!”그러나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지만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하현을 미워하려고 해도 도저히 미워지지 않았다.“자꾸 왜 이러는 거야?”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 형나운을 바라보았다.“내가 몇 번이나 더 오길 바라는 거야?”형나운은 이 말을 듣고 얼른 뒤로 물러나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이 사기꾼! 개자식!”“딱 기다려!”“내가 반드시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야!”말을 하는 순간 형나운의 얼굴이 터질 듯 벌겋게 달아올랐다.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얼마든지 덤벼. 미녀가 날 가만두지 않겠다니 오히려 기대되는데?!”“어떻게 날 혼내줄 거야?”형나운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하현에게 다시 한번 욕바가지를 퍼부으려고 했다.하지만 순간 그녀는 하현이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을 보고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러자 갑자기 그녀의 마음이 왈랑왈랑해졌고 서둘러 시선을 회피하며 자신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피하려고 했다.하지만 형나운은 이런 상황이 못 견디게 화가 나서 다시 하현을 노려보았다.어쨌든 자신은 형 씨 가문 사람이고 미래 가문의 계승자였다.그런데 어떻게 저런 사기꾼에게 고개를 숙일 수 있겠는가?이런 생각이 스치자 형나운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사기꾼아! 내가
하현의 말에 형나운은 머쓱해져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마치 하현이 몹쓸 짓이라도 할 사람처럼 두려워하며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그러고 나서 겨우 얼굴을 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내가 백억 줄게. 그리고 스포츠카도 한 대 줄게. 아! 집도 한 채 줄게!”“그러니까 그걸로 끝내는 게 어때?”하현은 가벼운 미소를 떠올렸다가 비꼬는 투로 말했다.“뭐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형나운은 하현이 재물에 눈이 벌건 사람이라 생각하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좋아. 그럼 내가 백억 더 얹어줄게. 어때?”“별로야...”하현은 딱 잘라 말했다.“그깟 돈은 내가 얼마든지 벌 수 있어. 아무것도 아니라고.”“그리고 당신이 전 재산을 준다고 해도 나한테는 푼돈일 뿐이야. 그런 걸로는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지!”“은둔가 형 씨 가문 아가씨가 차와 물을 대령하고 청소를 하고 화장실을 관리하며 내 시중을 드는 일이야말로 즐거운 일이지! 정말 모처럼 기분 좋은 일이야!”“돈으로도 살 수 없는 대우지!”“오백억!”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의 얼굴이 더욱 울그락불그락해졌다.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던 그녀는 결국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가격을 제시했다.그녀는 세상에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어르신이 회복되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푹 쉬셔야 해.”하현은 돌아서면서 떠날 준비를 했다.“당신의 효심을 기특하게 생각해서 내가 좀 봐줄게. 이번 주는 어르신을 곁에서 잘 모셔.”하현이 자신을 놀려먹었다는 생각이 들자 형나운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그녀는 두 손을 허리에 짚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하 씨! 적당히 좀 해!”“내 입에서 정말로 주인이라는 소리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만약 이 소식이 바깥으로 퍼지면 금정에서 나를 따르던 사람들도 다 알게 될 거고 난 완전히 체면을 구기겠지!”“당신 뒷감당할 수 있겠어?”“찰싹!”하현은 형나
”물론 당신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안 들은 걸로 해도 돼.”“내가 실례가 많았어.”말을 마친 장천중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미안한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잠시 흥분했나 봐. 그런 건 분명히 비밀스럽게 전수되었을 텐데 말이야. 괜한 말을 해 가지고...”하현은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장 대사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섭섭하게요.”“대사님이 관심이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가르쳐 드릴 수 있습니다. 돈은 무슨 돈입니까? 그냥 가르쳐 드릴 수 있어요.”“공짜로?”이 말을 듣고 장천중의 눈이 오히려 휘둥그레졌다.“공짜로 전수해 준다고?”그는 하현의 말을 듣고도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하현의 풍수지리술이 간단해 보이지만 절대로 허투루 볼 수 없는 기술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돈을 받고 이 기술을 전수한다면 몇백억은 족히 벌 수 있을 것이다!심지어 하현이 원하기만 한다면 자신의 대사 건물을 내놓을 의향이 있었다.그런데 이런 값진 기술을 하현이 공짜로 전수해 주겠다니?!순간 장천중은 아무런 반응도 내놓을 수 없었다.“당연히 무료입니다. 난 풍수지리사도 아니구요. 단지 살인술 덕분에 풍수에 관심을 가졌을 뿐입니다.”하현도 솔직하게 터놓고 말했다.“장 대사님이 배우고 싶으시다면 제가 가르쳐 드릴 수 있습니다.”“다만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무슨 부탁인가?”“이 기술을 꼭 사람을 구하는 데만 써야 합니다. 절대로 사람을 해치는 데 쓰시면 안 됩니다.”“내가 가르쳐 드린 기술로 사람을 해치는 데 쓴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온다면 당장 달려가 대사님의 목숨을 빼앗을 겁니다!”하현의 말을 들은 장천중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하현, 걱정하지 마. 우리 같은 사람은 바르게 행동하고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는 걸 무엇보다 중요시해.”“만약 내가 당신의 풍수술로 사람을 해친다면 당신이 날 죽일 필요도 없이 내가 먼저 날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하현의 말을 듣고 자신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던 일이 이렇게 쉽게 해결되는 모습을 본 형홍익은 얼굴 가득 감탄해 마지않았다.형홍익은 하현을 향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하현, 내가 이번에 자네한테 너무 많은 신세를 졌어.”“오늘부터 자네는 나 형홍익한테 생명의 은인이야.”“원하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보게.”하현은 엷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저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습니다. 아까 내기한 것만 실행되면 됩니다.”하현은 형나운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형나운. 날 이제 주인님이라 불러야지!”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은 순간 숨이 턱 막혔고 온몸의 피가 솟구치는 듯 얼굴이 새빨개졌다.그녀는 눈을 껌뻑껌뻑거리다가 결국 주인이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서로 마주 보며 깔깔거렸다.콧대 높은 형 씨 가문 아가씨를 저런 얼굴로 만드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라고 모두 하현을 추켜세웠다.하현은 형 씨 가문 사람들에게 형홍익을 모시고 가서 쉬게 해드리라고 말했다.그러고 나서 집사의 안내로 저택을 몇 바퀴 돌면서 집사에게 골동품 몇 점을 내보내게 했다.결국 이 물건들은 있어야 할 곳에 잘 보내져야 남은 사람에게도 좋다.겨우 형홍익의 몸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았으니 다시는 이런 골동품들이 형홍익의 몸에 해를 가하지 않도록 아예 확실히 없애버려야 한다.하현이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을 때 장천중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그의 표정에는 약간의 망설임과 어색함이 묻어났다.하현은 티슈로 손가락을 닦으며 말을 건넸다.“장 대사님, 무슨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제가 고른 이 골동품들에 문제라도 있나요?”“아, 아니, 아니야. 역시 당신 안목은 뛰어나군.”“내가 특별히 살펴보았는데 당신이 고른 골동품들은 모두 큰 무덤에서 발굴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음기가 아주 짙어.”“이 저택에 남겨두면 좋을 게 없어.”“다른 곳에 보내고 나면 집안
하현은 끊어진 구안천주를 곁눈질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내 추측이 맞다면 어르신은 전에 불면증이 있었을 거예요. 구안천주를 몸에 지닌 이유도 불교 성물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겠죠?”“맞아. 전에 난 불면증을 심하게 앓았어. 3일을 자도 꼬박 하루치의 잠도 못 잤으니까.”“그러다 나중에 어떤 스님이 말씀하시길 내가 이렇게 불면증을 앓는 이유가 우리 형 씨 가문이 오랜 세월 동안 골동품 사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그런 것들을 많이 접하면 체내에 음기가 남아 돌아서 잠을 푹 자는 데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어.”“그래서 나더러 불교 성물을 하나 몸에 지니고 다니라고 권해서 차고 다닌 거였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상상도 못했어.”형홍익은 도저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그에게 이런 조언을 해 준 스님은 국내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다.그런데 그의 건의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다니!하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 스님의 조언이 맞습니다. 어르신 체내의 일부 음기는 확실히 오랜 세월 동안 골동품을 접했기 때문에 쌓인 것이긴 합니다.”“다만 이번에 일이 이렇게 된 모든 근원은 이 구안천주에 있습니다!”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구슬의 표피를 쪼개었다.그러자 그 안에서 작은 뼛조각이 나왔다.“아?!”이 광경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등골이 오싹해졌다.불교 성물 안에 어떻게 저런 뼛조각이 있을 수가?“내 추측이 맞다면 아마도 이것은 억울하게 죽은 아기의 손가락뼈일 것입니다.”“갓난아기가 죽으면 한이 서리게 됩니다.”“뼈가 부러진 것을 보니 그 아기는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그 원한이 깊었던 거지요.”“게다가 구안천주 속에 짓눌려 있어서 그 원한이 모여 결국 음기가 되었구요.”“그냥 가끔 만지는 거야 별로 해가 될 건 없지만 이것을 가슴에 오래 지니고 다니면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습니다.”“그래서 말인데요, 어르신.”“이 일
형나운은 일순 성난 황소처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하현, 건방지게 굴지 마!”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왜? 나더러 사기꾼에 거짓말쟁이라고 욕하더니 이제 와서 두려운 거야?”“당신한테도 손해 볼 것 없는 내기잖아?!”“이기면 날 사기꾼 버러지로 본 당신 안목이 대단하다는 게 증명되는 것이고.”“진다면 3년 동안 내 수발을 드는 것뿐이야. 날 3년 동안 주인으로 모셔야겠지만 그 대신 당신 할아버지는 화를 면하고 살 수 있게 되는 거야.”하현은 형나운에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뜨린 것이 분명했다.다른 사람에게 이유 없이 사기꾼 소리를 들었는데 이 정도는 해야 그도 덜 억울하지 않겠는가!도발하는 하현의 자세를 바라보며 형나운은 어금니를 사납게 깨물었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좋아! 내기? 하지 뭐!”“장 대사님과 민효 언니가 증인이 되는 거야!”“내가 지면 군말 없이 당신 하녀가 되겠어!”“좋아!”하현은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사방에서 쏟아지는 매서운 눈초리에도 흔들림 없이 형홍익의 가슴을 압박하고 있는 구안천주를 잡았다.그리고 싱긋 웃으며 형나운을 힐끔 쳐다보았다.“주인이라고 부를 준비 됐어?”말이 끝나자마자 하현은 세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오른손을 세게 쥐고 구안천주를 잡아당겼다.‘뚝’하는 소리와 함께 구안천주가 끊어지며 꿰어 있던 구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동시에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휙휙 눈앞을 어른거리며 형홍익의 온몸을 뒤덮을 듯 꿈틀거렸다.하현은 얼른 왼손 검지를 깨물어 피를 낸 다음 형홍익의 몸 위로 한 방울 떨어뜨렸다.“치익!”굳어 있던 기름이 뜨거운 인두를 만난 듯 칙칙 소리를 냈다.순식간에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는 눈 깜짝 사이에 흰 연기로 변해 장내 곳곳으로 흩어졌다.역겨운 냄새만이 장내에 가득 퍼졌다.“어머! 구안천주의 구슬 안에서 어떻게 저런 검은 연기가 나올 수가 있어?”“구안천주가 음기의 근원이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