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혜경 모자는 떠나면서 하현에게 자신이 차주라는 것을 인정하라고 강요했다. 하현은 순식간에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그는 아줌마들에게 둘러싸였고, 이 아줌마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돈을 배상하라고 재잘재잘거렸다. 아저씨 아줌마들은 모두 동전 하나마저 소중하게 여기는 졸부들이었다. 아무리 봐도 몇 백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육혜경 모자보다는 도요타 엘파 같은 고급차를 가지고 있는 하현이 이 손해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설유아는 계속 무슨 말을 하려다가 군중들에게 밀려났다. “네. 네. 이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하현은 이때 지긋지긋하고 머리가 아팠다. 게다가 이런 작은 일로 혼란스럽게 하는 상황은 확실히 사람을 짜증나게 했다. 그는 이것이 희정의 계획이라는 것을 몰랐지만 반드시 이 사람들을 돌려보내야 한다고 느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자신이 하루도 조용한 날을 보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유아는 옆에서 목소리를 냈다. “형부, 이건 형부가 상관할 일이 아니에요. 또 형부가 운전을 한 것도 아니고……”“그 사람 일이잖아요!”“도로 교통법도 몰라요?”“누가 차주든 사고를 낸 그 사람이 책임을 져야죠!”“이건 법이 규정하고 있는 당연한 거예요!”“이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우리는 매일 문을 닫고 지내야 해요!”“당신들, 우리가 향산 별장에 산다고 이렇게 사람을 괴롭혀도 되는 거예요?”설유아의 한 마디 말에 과격한 아저씨 아줌마들은 순간 폭발했다. 어떤 사람은 하현의 옷을 잡아 당기는 사람도 있었다. 하현도 이 사람들을 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의 전투력은 너무 강했다. 하현이 손을 들어 올리면 누군가는 반드시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때가 되면 일이 더욱 번거로워질 것이다. “자, 쓸데없는 소리 말고 차 증서와 이전 계약서, 영수증 다 가지고 오세요!”하현은 화를 쏟아냈다. “지금 당신들한테 돈을 보내고 차를 가지고 갈 사
설유아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머니, 부끄럽지도 않으세요?”“당신의 소중한 아들 때문에 우리 형부가 500억을 배상했어요. 죄책감만 못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10년 전 오토바이를 원가에 팔려고 그러시는 거예요?”“형부 돈은 뭐 바람에 날아온 줄 아세요?”“그리고 엄마, 엄마도 마찬가지예요. 이 차들은 사람들이 다 언니한테 준 거잖아요.” “언니가 전부 거절했어도 엄마가 다 받아놓고 이제 와서 팔아서 돈을 벌려고 하는 거예요?”“이런 말 하면서 낯 뜨겁지도 않아요?”“양심이 안 찔려요?”“닥쳐!”희정은 손을 번쩍 들어올렸고 오히려 설유아의 뺨을 내리쳤다. “반항이네! 반항이야!”“설유아, 너 대학가더니 바보가 된 거야?”“너 잊어 버렸어? 나는 네 엄마야!”“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말을 해?”“하현이 500억을 배상한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누가 그 차를 하현 거라고 했어!?”“그리고 내가 지금 하현한테 차를 파는 것도 싸게 해준 거야!”“하현, 너 살 거야? 말 거야? 안 살 거면 지금 당장 짐 싸서 나가!”“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내 차를 사든지, 아니면 당장 이혼 증서에 서명 해. 네가 알아서 선택해!”희정은 연신 화를 내며 꾸짖었고, 끝내 속내를 드러냈다! 원래 교통사고로 하현을 이혼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계획에 실패하자 그녀는 두 번째 수를 썼다. 하현은 담담하게 희정을 쳐다보았고, 솔직히 말해 그는 이런 잔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때 하현은 차 증서를 가지고 가서 몇 번 살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이 차 확실히 팔 거예요?”“만약 확실하다면 원가 그대로 계약할게요.”“근데 계약을 하고 나서 돈을 지불한 다음에 이 차들은 다 제 거예요. 내가 어떻게 처리를 하든 어머니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거예요. 괜찮죠?”“착한 사위, 문제 없어. 바로 계약할게!”희정은 뛸 듯이 기뻐했다. 설은아는 지금 대구 정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사소한 일일 뿐이야. 가정의 화목이 더 중요하잖아.”“게다가 이번엔 조금도 손해보지 않았어.”“손해보지 않았다고요!?” 설유아는 하현이 무슨 뜻으로 말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의아한 기색이었다. 하현은 구석으로 가서 대구 여섯 세자 중 하나인 간석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석준아, 최근에 영화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세계 최고 고급차들을 실제 차로 촬영한다고 하던데?”“네, 형님, 소식에 빠르시네요. 제 영화 투자금은 거의 1조 원이에요. 최고급차를 구입하는데 자본이 거의 절반이나 들었어요. 그리고 이 고급차들은 영화를 찍으면서 점점 훼손시켜야 돼요.” 건석준은 모처럼 하현의 전화를 받고 바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공교롭게도 내 손에 마침 판매하려고 하는 차가 있는데 패키지 가격이 7백억이야. 내가 원금을 돌려 받을 수 있을 지 한 번 봐줘.”말을 하면서 하현은 사진을 몇 장 보냈다.잠시 후 간석준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전세계 한정판 모델이 여러 대나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어떤 건 십수 년 된 클래식 모델들도 있는데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을게요.”“어쨌든 이 차들은 제가 살게요.”“전부 다 해서 4천억이요. 괜찮으시죠?“괜찮아.”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사람 시켜서 차와 증명서를 보내라고 할게.” 말을 마치고 하현은 전화를 끊었다. 다들 거실에 있었기 때문에 하현이 통화하는 소리가 숨겨지지 않고 희정과 사람들에게 다 들리게 되었다.지금 희정과 육혜경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동시에 입을 삐죽거렸다. 육태영은 더욱 비웃으며 말했다. “뻐기긴 뭘 뻐겨? 방금 그 오래된 차들은 낡고 부서졌는데 너한테 차를 사는 사람이 있다니. 얼마나 싸게 해줬을지 모르겠네.”“흥정할 줄도 모르니 돈을 많이 잃었겠지. 그렇다고 날 탓할 수 있겠어?”“멍청한 자기 자신을 탓
별장 안은 소란스러워졌다. 결국 주치의를 불러 희정을 진찰했다. 그녀는 혈압만 높았을 뿐 다른 것은 없었다. 하현은 오늘 일을 겪으면서 더 이상 향산 1호 별장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는 자신을 쫓아내려는 희정의 목적을 확인한 셈이었다. 거기다 그녀는 설은아의 소개팅 대상까지 찾으려고 했었다. 자기가 여기에 남아 매일 그녀와 부딪히느니 차라리 은아가 온 다음에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향산 별장을 떠나 하현은 거리로 나와 변백범과 함께 이틀을 머물려고 했다. “따르릉______”바로 이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하현은 한 번 쳐다보고는 전화를 받았다. 곧 맞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회장님, 잘 쉬셨어요? 방해가 된 건 아닌 지 모르겠네요?”슬기의 전화였다.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걸려온 전화였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이제 막 쉬려고 하는데, 왜? 갑자기 전화할 시간이 생겼어?”“심가 일은 다 처리했어?”슬기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외할아버지가 전체적인 상황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심재욱도 잡혔으니 뭐 얼마나 문제가 되겠어요?”“회장님 덕분에 이번에 저희 엄마가 상석에 앉게 되셨어요.”“엄마는 이전의 심재욱만큼 심가에서 권력이 세지는 않지만 이런 추세로 가다 보면 아마 나중에 심가에서 권력을 잡게 될 거 같아요.”“어쨌든 저희 큰 외삼촌은 심가의 권력에는 관심이 없으세요. 시민들을 돕는 일에 더 열중하고 계세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잘 됐네. 아주머니께 축하 드린다고 전해줘.”“그리고 한 가지 부탁할 일이 있어.”하현은 이전 계약이 생각나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얘기를 했다. 슬기는 전화 맞은편에서 멍하니 듣고 있었다. 그녀의 기분이 순간적으로 가라앉은 것을 느낄 수있었다. “회장님, 그러니까 회장님 말씀은 내일 모레 사모님께서 대구에 오신다는 거예요?”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다른 일이 없는 한 그럴 거야
하현은 정상적으로 안색을 회복하고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슬기야, 너와 나 사이에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슬기는 잠시 중얼거리다 가볍게 말했다. “제 외할아버지에게 절친한 친구분이 계신데 그 동안 손녀를 데리고 치료할 수 있는 약이라는 약은 다 찾아 다녔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대요.” “어떤 한의사들은 그 손녀가 아픈 게 아니라 귀신이 들렸다고 한대요.”“어르신께서 믿지 않으신다고 하시긴 하는데 제 외할아버지가 임복원 선생님과 부인의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회장님께서 가서 한 번 봐 달라고 하셨어요.”“그래서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시간을 내서 한 번 봐주셨으면 해요.”“도와주지는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누군지 아는 것도 손해는 아니잖아요.”하현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심가성과 오랜 친구라면 이 사람의 신분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심가성이 임복원의 일을 알게 된 건 아마 슬기가 말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히 말해 슬기는 분명 자기가 대구에서 일을 더 순조롭게 하기 위해 거물에게 자기를 소개해 주려는 것이다. 소녀의 뜻이 너무 깊어 하현은 잠시 어떤 마음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는 한참 뒤에야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참, 이 어르신은 배경이 어떻게 돼?”슬기도 숨기지 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용옥 사람이에요. 정확한 신분은 잘 모르겠지만 용옥에서 아마 무게가 있는 분일 거예요.”“저희 외할아버지도 일단 무슨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이 분과 상의하곤 했어요.”“물론 용옥 쪽에서 무슨 자금난이 닥치면 외할아버지께서도 먼저 나서실 거고요.”“어느 정도 서로 돕고 사는 사이죠.” 하현은 흥미로운 듯 말했다. “용옥 사람? 이 사람들은 아주 고상한 사람들 아니야? 여태 외부인과 교제한 적이 없지 않아?”“회장님이 모르시는 게 있어요. 용옥 사람들과 교제하는 사람들은 다 애국자들이에요.” “용옥 사람들과 교제를 할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조정의 인정을 받았다는 거
사실 슬기 조차도 이곳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온 후 몇 통의 전화를 걸었고 5분 정도 기다린 후, 경비원이 그녀의 신분을 확인한 후에야 깍듯이 두 사람에게 대문을 열어주었다. 요양원에 들어간 후에도 다섯 걸음, 열 걸음에 한 번씩 감시하는 눈들이 있었다. 요양원에는 중소형 별장이 곳곳에 있었다. 모든 환자는 안전을 위해 독립적인 별장을 제공받아 거주하고 있었다. 대지가 꽤 넓은 별장에 도착한 후, 슬기는 하현을 데리고 별장 안방으로 갔다. 아름답고 심플한 방에는 병상이 놓여 있었다.몇몇 사람들은 지금 병상 옆에 서서 커다란 눈을 가진 어린 여자아이를 둘러싸고 낮은 소리로 뭔가를 토론하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기껏해야 서너 살쯤 되어 보였는데 아주 귀엽고 예쁘장하게 생겼지만 얼굴빛은 좀 이상하게 창백했다. 여자아이 옆에 있던 몇 사람들 중 한 사람이 하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사람은 머리가 희끗희끗해 보이는 노인이었지만 키가 180cm에 육박하는 우람한 체격에 한 걸음만 내디뎌도 모든 것이 무너질 거 같은 무서운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남자가 확실히 전신급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폭발하면 변백범은 물론 당인준 조차도 그의 손아귀에서는 어떤 이득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사람은 십중팔구 슬기가 말한 용옥 사람일 것이다. 이런 솜씨를 가지고 심가성과 친하게 지낸 다는 것은 이 분의 신분이 용옥에서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었고, 심지어 고위층일 가능성이 높았다. 슬기는 공손하게 상대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후에야 하현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장세경 어르신이에요.”“환자는 손녀, 장민지고요.”하현은 인상을 찡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10대 최고 가문? 노중 장가?”슬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하현의 안색은 더욱 무거워졌다. 이 장세경은 용옥의 고위층일 뿐 아니라 노중 장씨
하현이 이렇게 정중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장세경은 한 번 웃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조금 능력이 있으면 온 세상에 알리려고 한다. 거기다 작은 성과라도 있으면 SNS에 올려 천하에 알리려고 안달이 날 정도다. 다른 사람이 임복원 부부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다면 진작에 널리 알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하현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오히려 운이 좋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장세경은 그를 다소 높게 평가했다. 장세경도 인사치레를 하는 대신 웃으며 말했다. “내 손녀 민지의 일은 슬기가 벌써 말을 했을 거 같은데.”“가망이 있을까?”하현은 조용히 말했다. “장 어르신, 제가 지금 확신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겁니다.”“저는 의사가 아니에요. 이게 병이라면 저는 장북산 선생님이 오셔서 보시길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장세경은 웃으며 말했다. “자네도 장 어르신과 아는 사이야? 근데 장 선생님께서 이미 보셨는데 병이 아니라고 하셨어. 근데 그분의 관점으로는 이게 뭐라고 판단하기가 어려우시대.”하현은 이 말을 듣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왕 장 선생님이 이게 병이 아니라고 하셨으니 그럼 저는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먼저 한번 보겠습니다.”말을 하면서 하현은 앞으로 나섰다. 이때 그는 어린 소녀가 귀여운 모습으로 눈을 크게 뜨고 있었지만 인형처럼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장세경은 이때 잠시 웃음기를 거두고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친구, 부탁하네.”하현이 막 앞으로 나서서 손을 뻗어 장민지의 맥을 잡으려고 할 때 방금 그 우미상이라는 주치의가 하현의 앞을 가로막으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 선생임, 이분은 뭡니까?”“이분은 저의 옛 친구가 추천해서 오신 분이에요. 민지를 살펴보러 오셨어요. 하현이라고 해요.”장세경은 분명 이 주치의를 꽤 중요시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을 대신해 소개를 해 준 것이다. “친구, 이분은 민지의 주치의
우미상은 의젓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하현에 대해, 심지어 장북산에 대해 경멸하는 기색이었다. 마치 대하에서는 아무도 이 병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장세경은 이때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우 선생님, 제가 모셔온 분입니다. 그가 손을 써서 어떤 결과를 초래했다면 그건 당연히 제가 책임질 겁니다. 선생님을 탓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친구, 수고해주게.”장세경의 말을 듣고 우미상의 안색은 순간 비할 데 없이 안 좋아졌다. 그는 하현 앞을 가로막고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장 선생님, 어떤 결과든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말씀은 하시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결국 제가 마무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만약 이 사기꾼에게 맡기시려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저를 더 이상 끌어들이지 말아주세요!”우미상의 뜻은 분명했다. 하현이 장민지에게 손을 대도록 내버려두면 그는 손을 떼려고 했다. 하현은 우미상을 흥미롭게 힐끗 쳐다보았다. 그도 쓸데없는 말을 하기가 귀찮아 그냥 앞으로 나섰다. 그는 장북산 선생님의 의술을 아주 신뢰하고 있었다. 장 선생님이 병이 아니라고 한 이상 그럼 분명 병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난 후 하현은 손을 뻗어 장민지의 맥을 짚었고, 잠시 후 손가락을 거둬들였다. 하현의 동작을 보고 장세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운명을 받아들인 듯 했다. 하현은 분명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미상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는 듯했다. 그리고 난 후 비웃으며 말했다. “맥을 짚어보면 상황을 알 수 있어? 우리 의사들은 다 어디다가 두고? 우리 섬나라의 고정밀 의학 장비들을 어떤 용도로 사용한다고 생각해?”“사기꾼이 내 앞에서 잘난 척 하기는, 정말 웃기네!”“여기가 대하라서 다행이지, 만약 우리 섬나라 같았으면 너 같은 사기꾼은 벌써 감옥에 들어가 종신형을 받았을 거야.”하현은 담담하게 우미상을 힐끗 쳐다보고는 차갑게 말했다. “보고 듣는 진찰은 한의학 방
이때 강우금과 진홍민의 시선이 스테이크 칼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로 향했다.“어, 하 씨...”순간 두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멍해졌다.진홍헌도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는 자신이 가장 창피한 순간에 하현을 만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순간에 그와 맞닥뜨리다니!자리를 떠나려던 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이여웅의 팔을 잡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가리키며 작은 입을 가리켜 뭐라고 소곤소곤거렸다.이여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오만불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진홍헌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상대가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그는 속으로는 화가 들끓었지만 자신이 이여웅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 부딪힌다면 결국 자신은 묻힐 곳도 찾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다.“탁!”하현이 스테이크를 계속 썰려고 하던 순간 이여웅이 갑자기 앞에 있는 의자에 발을 올렸고 의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은 몸을 뒤로 빼면서 주저앉는 의자를 피했다.의자는 땅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술잔은 어지러이 널브러졌고 식사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개자식!”나박하가 벌떡 일어났지만 하현이 그를 제지했다.하현은 눈을 지그시 뜨고 이여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이참, 여웅 오빠, 이게 무슨 짓이지?”이여웅은 담배를 움켜쥐고 긴 연기를 내뿜으며 비아냥거리듯 이죽거렸다.“이봐, 당신이 우리 진홍민과 강우금을 화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 사람이지?”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대화를 튼 두 사람을 보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홍헌은 이 상황이 창피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은 담담하게 내뱉었다.“괜히 진홍헌을 잡는 척하지 마. 나랑은 전혀 상관없으니까.”“내 머리릴 짓밟고 싶었지만 나한테 나가떨어질 게 겁이 났어?”“우후!”이여웅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