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혜경 모자는 떠나면서 하현에게 자신이 차주라는 것을 인정하라고 강요했다. 하현은 순식간에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그는 아줌마들에게 둘러싸였고, 이 아줌마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돈을 배상하라고 재잘재잘거렸다. 아저씨 아줌마들은 모두 동전 하나마저 소중하게 여기는 졸부들이었다. 아무리 봐도 몇 백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육혜경 모자보다는 도요타 엘파 같은 고급차를 가지고 있는 하현이 이 손해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설유아는 계속 무슨 말을 하려다가 군중들에게 밀려났다. “네. 네. 이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하현은 이때 지긋지긋하고 머리가 아팠다. 게다가 이런 작은 일로 혼란스럽게 하는 상황은 확실히 사람을 짜증나게 했다. 그는 이것이 희정의 계획이라는 것을 몰랐지만 반드시 이 사람들을 돌려보내야 한다고 느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자신이 하루도 조용한 날을 보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유아는 옆에서 목소리를 냈다. “형부, 이건 형부가 상관할 일이 아니에요. 또 형부가 운전을 한 것도 아니고……”“그 사람 일이잖아요!”“도로 교통법도 몰라요?”“누가 차주든 사고를 낸 그 사람이 책임을 져야죠!”“이건 법이 규정하고 있는 당연한 거예요!”“이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우리는 매일 문을 닫고 지내야 해요!”“당신들, 우리가 향산 별장에 산다고 이렇게 사람을 괴롭혀도 되는 거예요?”설유아의 한 마디 말에 과격한 아저씨 아줌마들은 순간 폭발했다. 어떤 사람은 하현의 옷을 잡아 당기는 사람도 있었다. 하현도 이 사람들을 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의 전투력은 너무 강했다. 하현이 손을 들어 올리면 누군가는 반드시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때가 되면 일이 더욱 번거로워질 것이다. “자, 쓸데없는 소리 말고 차 증서와 이전 계약서, 영수증 다 가지고 오세요!”하현은 화를 쏟아냈다. “지금 당신들한테 돈을 보내고 차를 가지고 갈 사
설유아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머니, 부끄럽지도 않으세요?”“당신의 소중한 아들 때문에 우리 형부가 500억을 배상했어요. 죄책감만 못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10년 전 오토바이를 원가에 팔려고 그러시는 거예요?”“형부 돈은 뭐 바람에 날아온 줄 아세요?”“그리고 엄마, 엄마도 마찬가지예요. 이 차들은 사람들이 다 언니한테 준 거잖아요.” “언니가 전부 거절했어도 엄마가 다 받아놓고 이제 와서 팔아서 돈을 벌려고 하는 거예요?”“이런 말 하면서 낯 뜨겁지도 않아요?”“양심이 안 찔려요?”“닥쳐!”희정은 손을 번쩍 들어올렸고 오히려 설유아의 뺨을 내리쳤다. “반항이네! 반항이야!”“설유아, 너 대학가더니 바보가 된 거야?”“너 잊어 버렸어? 나는 네 엄마야!”“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말을 해?”“하현이 500억을 배상한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누가 그 차를 하현 거라고 했어!?”“그리고 내가 지금 하현한테 차를 파는 것도 싸게 해준 거야!”“하현, 너 살 거야? 말 거야? 안 살 거면 지금 당장 짐 싸서 나가!”“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내 차를 사든지, 아니면 당장 이혼 증서에 서명 해. 네가 알아서 선택해!”희정은 연신 화를 내며 꾸짖었고, 끝내 속내를 드러냈다! 원래 교통사고로 하현을 이혼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계획에 실패하자 그녀는 두 번째 수를 썼다. 하현은 담담하게 희정을 쳐다보았고, 솔직히 말해 그는 이런 잔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때 하현은 차 증서를 가지고 가서 몇 번 살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이 차 확실히 팔 거예요?”“만약 확실하다면 원가 그대로 계약할게요.”“근데 계약을 하고 나서 돈을 지불한 다음에 이 차들은 다 제 거예요. 내가 어떻게 처리를 하든 어머니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거예요. 괜찮죠?”“착한 사위, 문제 없어. 바로 계약할게!”희정은 뛸 듯이 기뻐했다. 설은아는 지금 대구 정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사소한 일일 뿐이야. 가정의 화목이 더 중요하잖아.”“게다가 이번엔 조금도 손해보지 않았어.”“손해보지 않았다고요!?” 설유아는 하현이 무슨 뜻으로 말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의아한 기색이었다. 하현은 구석으로 가서 대구 여섯 세자 중 하나인 간석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석준아, 최근에 영화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세계 최고 고급차들을 실제 차로 촬영한다고 하던데?”“네, 형님, 소식에 빠르시네요. 제 영화 투자금은 거의 1조 원이에요. 최고급차를 구입하는데 자본이 거의 절반이나 들었어요. 그리고 이 고급차들은 영화를 찍으면서 점점 훼손시켜야 돼요.” 건석준은 모처럼 하현의 전화를 받고 바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공교롭게도 내 손에 마침 판매하려고 하는 차가 있는데 패키지 가격이 7백억이야. 내가 원금을 돌려 받을 수 있을 지 한 번 봐줘.”말을 하면서 하현은 사진을 몇 장 보냈다.잠시 후 간석준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전세계 한정판 모델이 여러 대나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어떤 건 십수 년 된 클래식 모델들도 있는데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을게요.”“어쨌든 이 차들은 제가 살게요.”“전부 다 해서 4천억이요. 괜찮으시죠?“괜찮아.”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사람 시켜서 차와 증명서를 보내라고 할게.” 말을 마치고 하현은 전화를 끊었다. 다들 거실에 있었기 때문에 하현이 통화하는 소리가 숨겨지지 않고 희정과 사람들에게 다 들리게 되었다.지금 희정과 육혜경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동시에 입을 삐죽거렸다. 육태영은 더욱 비웃으며 말했다. “뻐기긴 뭘 뻐겨? 방금 그 오래된 차들은 낡고 부서졌는데 너한테 차를 사는 사람이 있다니. 얼마나 싸게 해줬을지 모르겠네.”“흥정할 줄도 모르니 돈을 많이 잃었겠지. 그렇다고 날 탓할 수 있겠어?”“멍청한 자기 자신을 탓
별장 안은 소란스러워졌다. 결국 주치의를 불러 희정을 진찰했다. 그녀는 혈압만 높았을 뿐 다른 것은 없었다. 하현은 오늘 일을 겪으면서 더 이상 향산 1호 별장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는 자신을 쫓아내려는 희정의 목적을 확인한 셈이었다. 거기다 그녀는 설은아의 소개팅 대상까지 찾으려고 했었다. 자기가 여기에 남아 매일 그녀와 부딪히느니 차라리 은아가 온 다음에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향산 별장을 떠나 하현은 거리로 나와 변백범과 함께 이틀을 머물려고 했다. “따르릉______”바로 이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하현은 한 번 쳐다보고는 전화를 받았다. 곧 맞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회장님, 잘 쉬셨어요? 방해가 된 건 아닌 지 모르겠네요?”슬기의 전화였다.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걸려온 전화였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이제 막 쉬려고 하는데, 왜? 갑자기 전화할 시간이 생겼어?”“심가 일은 다 처리했어?”슬기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외할아버지가 전체적인 상황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심재욱도 잡혔으니 뭐 얼마나 문제가 되겠어요?”“회장님 덕분에 이번에 저희 엄마가 상석에 앉게 되셨어요.”“엄마는 이전의 심재욱만큼 심가에서 권력이 세지는 않지만 이런 추세로 가다 보면 아마 나중에 심가에서 권력을 잡게 될 거 같아요.”“어쨌든 저희 큰 외삼촌은 심가의 권력에는 관심이 없으세요. 시민들을 돕는 일에 더 열중하고 계세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잘 됐네. 아주머니께 축하 드린다고 전해줘.”“그리고 한 가지 부탁할 일이 있어.”하현은 이전 계약이 생각나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얘기를 했다. 슬기는 전화 맞은편에서 멍하니 듣고 있었다. 그녀의 기분이 순간적으로 가라앉은 것을 느낄 수있었다. “회장님, 그러니까 회장님 말씀은 내일 모레 사모님께서 대구에 오신다는 거예요?”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다른 일이 없는 한 그럴 거야
하현은 정상적으로 안색을 회복하고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슬기야, 너와 나 사이에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슬기는 잠시 중얼거리다 가볍게 말했다. “제 외할아버지에게 절친한 친구분이 계신데 그 동안 손녀를 데리고 치료할 수 있는 약이라는 약은 다 찾아 다녔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대요.” “어떤 한의사들은 그 손녀가 아픈 게 아니라 귀신이 들렸다고 한대요.”“어르신께서 믿지 않으신다고 하시긴 하는데 제 외할아버지가 임복원 선생님과 부인의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회장님께서 가서 한 번 봐 달라고 하셨어요.”“그래서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시간을 내서 한 번 봐주셨으면 해요.”“도와주지는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누군지 아는 것도 손해는 아니잖아요.”하현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심가성과 오랜 친구라면 이 사람의 신분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심가성이 임복원의 일을 알게 된 건 아마 슬기가 말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히 말해 슬기는 분명 자기가 대구에서 일을 더 순조롭게 하기 위해 거물에게 자기를 소개해 주려는 것이다. 소녀의 뜻이 너무 깊어 하현은 잠시 어떤 마음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는 한참 뒤에야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참, 이 어르신은 배경이 어떻게 돼?”슬기도 숨기지 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용옥 사람이에요. 정확한 신분은 잘 모르겠지만 용옥에서 아마 무게가 있는 분일 거예요.”“저희 외할아버지도 일단 무슨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이 분과 상의하곤 했어요.”“물론 용옥 쪽에서 무슨 자금난이 닥치면 외할아버지께서도 먼저 나서실 거고요.”“어느 정도 서로 돕고 사는 사이죠.” 하현은 흥미로운 듯 말했다. “용옥 사람? 이 사람들은 아주 고상한 사람들 아니야? 여태 외부인과 교제한 적이 없지 않아?”“회장님이 모르시는 게 있어요. 용옥 사람들과 교제하는 사람들은 다 애국자들이에요.” “용옥 사람들과 교제를 할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조정의 인정을 받았다는 거
사실 슬기 조차도 이곳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온 후 몇 통의 전화를 걸었고 5분 정도 기다린 후, 경비원이 그녀의 신분을 확인한 후에야 깍듯이 두 사람에게 대문을 열어주었다. 요양원에 들어간 후에도 다섯 걸음, 열 걸음에 한 번씩 감시하는 눈들이 있었다. 요양원에는 중소형 별장이 곳곳에 있었다. 모든 환자는 안전을 위해 독립적인 별장을 제공받아 거주하고 있었다. 대지가 꽤 넓은 별장에 도착한 후, 슬기는 하현을 데리고 별장 안방으로 갔다. 아름답고 심플한 방에는 병상이 놓여 있었다.몇몇 사람들은 지금 병상 옆에 서서 커다란 눈을 가진 어린 여자아이를 둘러싸고 낮은 소리로 뭔가를 토론하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기껏해야 서너 살쯤 되어 보였는데 아주 귀엽고 예쁘장하게 생겼지만 얼굴빛은 좀 이상하게 창백했다. 여자아이 옆에 있던 몇 사람들 중 한 사람이 하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사람은 머리가 희끗희끗해 보이는 노인이었지만 키가 180cm에 육박하는 우람한 체격에 한 걸음만 내디뎌도 모든 것이 무너질 거 같은 무서운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남자가 확실히 전신급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폭발하면 변백범은 물론 당인준 조차도 그의 손아귀에서는 어떤 이득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사람은 십중팔구 슬기가 말한 용옥 사람일 것이다. 이런 솜씨를 가지고 심가성과 친하게 지낸 다는 것은 이 분의 신분이 용옥에서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었고, 심지어 고위층일 가능성이 높았다. 슬기는 공손하게 상대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후에야 하현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장세경 어르신이에요.”“환자는 손녀, 장민지고요.”하현은 인상을 찡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10대 최고 가문? 노중 장가?”슬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하현의 안색은 더욱 무거워졌다. 이 장세경은 용옥의 고위층일 뿐 아니라 노중 장씨
하현이 이렇게 정중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장세경은 한 번 웃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조금 능력이 있으면 온 세상에 알리려고 한다. 거기다 작은 성과라도 있으면 SNS에 올려 천하에 알리려고 안달이 날 정도다. 다른 사람이 임복원 부부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다면 진작에 널리 알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하현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오히려 운이 좋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장세경은 그를 다소 높게 평가했다. 장세경도 인사치레를 하는 대신 웃으며 말했다. “내 손녀 민지의 일은 슬기가 벌써 말을 했을 거 같은데.”“가망이 있을까?”하현은 조용히 말했다. “장 어르신, 제가 지금 확신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겁니다.”“저는 의사가 아니에요. 이게 병이라면 저는 장북산 선생님이 오셔서 보시길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장세경은 웃으며 말했다. “자네도 장 어르신과 아는 사이야? 근데 장 선생님께서 이미 보셨는데 병이 아니라고 하셨어. 근데 그분의 관점으로는 이게 뭐라고 판단하기가 어려우시대.”하현은 이 말을 듣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왕 장 선생님이 이게 병이 아니라고 하셨으니 그럼 저는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먼저 한번 보겠습니다.”말을 하면서 하현은 앞으로 나섰다. 이때 그는 어린 소녀가 귀여운 모습으로 눈을 크게 뜨고 있었지만 인형처럼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장세경은 이때 잠시 웃음기를 거두고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친구, 부탁하네.”하현이 막 앞으로 나서서 손을 뻗어 장민지의 맥을 잡으려고 할 때 방금 그 우미상이라는 주치의가 하현의 앞을 가로막으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 선생임, 이분은 뭡니까?”“이분은 저의 옛 친구가 추천해서 오신 분이에요. 민지를 살펴보러 오셨어요. 하현이라고 해요.”장세경은 분명 이 주치의를 꽤 중요시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을 대신해 소개를 해 준 것이다. “친구, 이분은 민지의 주치의
우미상은 의젓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하현에 대해, 심지어 장북산에 대해 경멸하는 기색이었다. 마치 대하에서는 아무도 이 병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장세경은 이때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우 선생님, 제가 모셔온 분입니다. 그가 손을 써서 어떤 결과를 초래했다면 그건 당연히 제가 책임질 겁니다. 선생님을 탓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친구, 수고해주게.”장세경의 말을 듣고 우미상의 안색은 순간 비할 데 없이 안 좋아졌다. 그는 하현 앞을 가로막고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장 선생님, 어떤 결과든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말씀은 하시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결국 제가 마무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만약 이 사기꾼에게 맡기시려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저를 더 이상 끌어들이지 말아주세요!”우미상의 뜻은 분명했다. 하현이 장민지에게 손을 대도록 내버려두면 그는 손을 떼려고 했다. 하현은 우미상을 흥미롭게 힐끗 쳐다보았다. 그도 쓸데없는 말을 하기가 귀찮아 그냥 앞으로 나섰다. 그는 장북산 선생님의 의술을 아주 신뢰하고 있었다. 장 선생님이 병이 아니라고 한 이상 그럼 분명 병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난 후 하현은 손을 뻗어 장민지의 맥을 짚었고, 잠시 후 손가락을 거둬들였다. 하현의 동작을 보고 장세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운명을 받아들인 듯 했다. 하현은 분명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미상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는 듯했다. 그리고 난 후 비웃으며 말했다. “맥을 짚어보면 상황을 알 수 있어? 우리 의사들은 다 어디다가 두고? 우리 섬나라의 고정밀 의학 장비들을 어떤 용도로 사용한다고 생각해?”“사기꾼이 내 앞에서 잘난 척 하기는, 정말 웃기네!”“여기가 대하라서 다행이지, 만약 우리 섬나라 같았으면 너 같은 사기꾼은 벌써 감옥에 들어가 종신형을 받았을 거야.”하현은 담담하게 우미상을 힐끗 쳐다보고는 차갑게 말했다. “보고 듣는 진찰은 한의학 방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