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어쩐지 난 이 곳에 온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몇 십억을 잃었어!”“나도 그래. 나도 처음에 몇 천만 원을 이긴 거 말고는 남은 시간은 다 지기만 했어!”“나는 계속 내가 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보니까 여기 타짜가 있었네!”“내가 친구를 소개시켜 주느라 허비를 했네. 이곳은 신용은 없으니 앞으로 다시는 오지 않을 거야!”“우리가 봉인 줄 알아?”“안돼. 난 반드시 돈을 돌려받아야겠어!”수백 명의 도박꾼들이 의분에 차서 고함을 지르며 미야모토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돈 갚아! 배상해!”미야모토는 이때 화가 나서 피를 내뿜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사람들을 밀어내고는 전화를 걸었다. “하현은? 그 녀석 어디로 갔어!”반대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미야모토 아가씨, 바다에 갑자기 크루즈 한 척이 나타났어요. 그는 칩을 가지고 크루즈로 뛰어내리더니 떠나버렸어요. 저희가 반응을 했을 때는 이미 따라잡을 수가 없었어요.”미야모토는 천둥처럼 발을 구르더니 잠시 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해. 심재욱에게 전화해!”“하현이 크루즈 선착장에 나타났다고 전해!”“어떻게 해야 할지는 그가 나보다 더 잘 알 거야!”……검은 파도가 하늘을 뒤덮었다. 바다 위에 호화로운 크루즈 한 척이 파도를 타고 있었다. 조남헌과 진주희 두 사람은 공손하게 하현 앞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의 눈썰미가 얼마나 뛰어난지, 하현이 테이블 위에 몇 조의 칩을 아무렇게나 버려두었을 때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조남헌, 내일부터 이 칩을 암시장에 싸게 팔아.”조남헌은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 “지회장님, 이렇게 하면 저희들에겐 손해……”“손해 보는 건 상관없어. 이 칩들은 대구 길바닥의 보스들에게 공짜로 줘도 돼. 하지만 어떻게 현금으로 인출할지는 그들의 일이야. 몇 억, 몇 십억으로는 그들이 꼭 도성으로 가지고 갈 가치는 없겠지?”하현의 이 말을 듣고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지도를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재미있네. 이번에 심가가 나를 놀라게 할지도 모르겠네.” “우리 쪽에는 어떤 계획이 있어?”진주희는 공손히 입을 열었다. “선착장 쪽에 십여 명의 용문자제들이 현장에 매복해 있습니다. 지회장님의 분부에 따라 모두 화기에 익숙한 고수들을 찾았습니다.”“지회장님, 일손을 더 구해올까요?”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오늘 이 연극은 한편으로는 방현진과 심재욱 두 사람 사이를 더 갈라놓기 위한 거고.”“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 추측을 증명해내기 위한 거야.”“그러니 내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어.”말을 마치고 하현은 핸드폰을 들고 번호를 하나 눌렀다. “무슨 일이십니까?”맞은편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남시현, 내가 너한테 슬기 어머니를 잘 지키라고 하지 않았어? 슬기 어머니가 어떻게 잡힌 거야?”맞은편의 목소리는 비할 데 없이 차가웠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보고 그녀의 목숨을 지키라고 했잖아요. 그녀의 목숨은 걱정할 게 없는데 내가 왜 손을 써야 돼요?”하현은 잠시 멍해지더니 잠시 후 실소를 터뜨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됐어.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할 게 있어.” 싸늘한 목소리는 계속해서 말했다. “하씨, 잊지 마세요. 내가 당신한테 진 빚은 이미 다 갚았어요.”“지금부터 나한테 일을 시키려면 돈을 더 내야 돼요.”“문제 없어.”하현은 더없이 시원시원했다. “남시현 아가씨가 한 번에 2백억을 제시해도 내가 10배로 해줄게. 난 네가 필요해……”……새벽 4시. 대구 전체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크루즈 선착장의 크루즈는 모두 기슭에 정박해 있었고 이따금씩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 외에 주위 사람들이나 귀신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크루즈 선착장 고지와 7층 높이의 폐기물 공업 빌딩에는 장준성이 이미 사람들을 데리고 곳곳에 매복해 있었다. 이곳은 공격이든 후퇴
하현의 명령과 함께 7층짜리 작은 건물 꼭대기에 있던 장준성은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 거의 자기도 모르게 그는 갑자기 얼굴빛이 변했고 한쪽 바닷가로 뛰어 들었다. 동시에 큰 소리로 말했다. “빨리 물러서!”“콰르릉______”그가 데리고 있던 용병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7층 건물은 순식간에 거의 동시에 폭발했다. 화염이 눈부시게 번쩍이더니 파편은 하늘을 가로지르고 거대한 기류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의심할 여지 없이 장준성 일행이 오기 전 이곳은 이미 누군가가 수작을 부려놓았던 것이다. 그는 많은 용병을 데리고 왔지만 지금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끝났다! 그가 준비한 모든 것은 하현 앞에서 식은 죽 먹기처럼 한 순간에 끝나 버렸다. 바다를 향해 돌진하던 장준성은 폭파됨과 동시에 휩쓸려 날아갔고, 온몸은 시커멓게 타버렸다. 한참 후에야 ‘풍덩’소리를 내며 바다 위로 떨어졌다. 순간이었을 뿐이었지만 장준성은 나머지 한 손도 부러졌다. 그는 목구멍이 달아오르더니 피가 마구 솟구쳤다. 하지만 장준성도 인물이라 이때 그는 쓰러져 죽을 것 같았지만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꾹 참아가며 힘겹게 바다에서 빠져 나와 해안가로 걸어나갔다. 이때 7층짜리 작은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크루즈에서 위아래 모두 검은 옷으로 가린 채 얼굴을 알아 볼 수 없는 여자가 걸어 나왔다.그녀는 손에 저격용 화기를 들고 마음대로 휘두르더니 한 방을 쏘았다.“펑______”현장에서 폭파되지 않고 땅에 떨어져 있던 10여명의 용병들은 머리가 터져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주변에 몇 명이 매복하고 있었는데 이때 얼굴빛이 잿빛으로 변하더니 순간 귀가 멀어버렸고, 반응 할 새 없이 현장에서 즉사해버렸다. “빌어먹을!”장준성은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가슴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심재욱에게 밟혀 뺨을 맞고 죽는 장면까지 보이는 듯 했다.“너 누구야!”“너 누
“쾅!”쇠공이 땅에 떨어지자 수많은 쇠 구슬들이 날아갔고 구신애는 얼굴빛이 격하게 변했다. 그녀는 순간 바닥을 구르더니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장준성을 데리고 바위 뒤로 숨었다. 거대한 폭발음이 연이어 들리더니 바위 역시 부서져버렸다. 장준성은 그제서야 구신애가 자신을 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자신은 지금 벌써 총알에 맞아 죽었을 것이다. “죽여라! 그년을 죽여!”“하현을 죽여!”“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죽어!”이때 장준성은 약간 광기를 띠고 자기도 모르게 구신애의 어깨를 잡고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퍽!”“건방지게!”구신애는 손등으로 장준성의 뺨을 때리고는 싸늘한 얼굴로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구 부인, 저 여자를 죽이세요! 하현을 죽여요!”“그 여자만 죽이면, 하현만 죽이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드릴게요!”구신애는 냉담한 기색으로 장준성의 뺨을 또 한 대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어느 정도 쓸모가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넌 벌써 죽었을 거야!”“지금 꺼져. 뒤로 물러나. 저기서 누군가 너를 맞아 줄 거야.” “여기서 방해 하지 마!”구신애는 남시현 같은 고수를 상대할 때는 자신을 궁지에 몰아 넣을 수 있는 짐은 곁에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네. 가겠습니다. 지금 당장 물러가겠습니다!”장준성은 험악한 얼굴로 이를 갈았다. “구 부인,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바닥에 엎드려 힘겹게 다른 방향으로 기어갔다. “가려고?”담담한 얼굴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남시현은 손에 든 저격용 화기를 손에 쥐고는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펑펑펑_______”총알들이 날아갔다. 그러나 또 다른 방향에서 구신애가 무표정한 얼굴로 나타나 오른손으로 칼을 한번 휘두르더니 총알들을 모두 막아냈다. 이 모습을 본 남시현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고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인지 알아 보았다. 20년 전 세상
그러나 구신애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순간, 남시현은 갑자기 바닥을 구르더니 바다를 향해 몸을 던졌고 바다에 떨어지자마자 왼손의 버튼을 힘차게 눌렀다. “탈칵______”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구신애의 아름다운 얼굴빛이 살짝 변하더니 그녀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즉시 깨달았다. 어떤 군소리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이를 갈며 뒤로 물러섰다. “쾅______”방금 두 사람이 타고 있던 크루즈는 순식간에 폭발했다. 만약 구신애가 제때에 반응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쯤 벌써 폭발에 휩싸여 죽었을 것이다. 이때 사격 솜씨가 뛰어난 용문 자제들 십여 명이 마침내 총을 들고 돌진했다. 구신애는 이 장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고 곧이어 그녀도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30분 후, 현장은 적절하게 처리가 되었고 하현은 크루즈의 파편 조각 위에 서서 담담한 기색으로 손에 군번줄을 쥐고 있었다. “지회장님, 이건……”조남헌은 아첨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미국 퇴역 대병의 군번줄이야. 심가는 분명 많은 돈을 들여 수십 명의 용병들을 불러들였을 거야.”“지금 이 용병들을 잃었으니 심가는 상당히 타격을 입었을 거야.” 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방금 그 여자……”조남헌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방금 그 흰옷을 입은 여자의 솜씨는 결코 보통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신분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묻지 말아야 할 건 묻지 마. 현장이나 잘 처리해. 기억해. 너희들은 경찰을 도와서 해외 도피범을 체포한 것이니 때가 되면 반드시 그들에게 상을 달라고 해야 해.”……또 두 시간이 지나 마침내 날이 어슴푸레 밝아졌다. 대구의 오래된 골목에 10년 이상 된 조식 식당이 문을 열었다. ……하현은 길가에 기대 앉을 수 있는 자리를 골라 두유와 빵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잠시 후 여고생처럼 보이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여자가 기타를 메고 조식 식당에
남시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하 도련님, 절대 심재욱을 과소평가 하지 마세요.”“제가 파악한 소식에 따르면 심재욱은 대구의 여섯 세자들 중에서 조용한 편에 속하지만 실력은 만만치 않아요.” “게다가 최근에 소문이 하나 돌고 있는데, 대구에 있는 명문가의 한 도련님이 곁에 많은 명수들을 불러들였대요.” “제 추측으로는 그 사람이 바로 심재욱일 거예요.”“그래서 당신이 뭘 하든지 간에 조언 하나 할 게요.”“심재욱을 조심하세요.”“개도 급하면 담을 뛰어넘을 수 있는 법이에요. 심재욱이 만약 규정을 무시한다면 꼭 막을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어요.”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심재욱을 상대하는 것에는 관심 없어. 적어도 그가 스스로 죽으려 달려들지 않는 한 나는 그에게는 전혀 관심 없어.” “내가 해야 할 일은 심가의 일을 해결하는 거야.”“물론 그 혼란의 근본 원인이 심재욱에게 있다면 나는 대구 여섯 세자 중에 하나를 밟아 죽이는 것도 개의치 않을 거야.”남시현은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마지막 남은 만두를 먹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담담하게 말했다. “조심하세요. 당신이 죽는다면 난 당신을 위해 복수하지 않을 거예요.” 말을 마치고 남시현은 유유히 떠나더니 아침 안개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하현은 생각에 잠긴 듯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손가락으로 탁자를 몇 번 두드렸다. 이남 갑부 심가성의 생일 잔치가 바로 오늘 밤이었다. ……“퍽______”심가 임해 별장, 심재욱은 무덤덤한 기색으로 나타나서는 장준성의 뺨을 한 대 때리더니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구신애는 여전히 싸늘한 기색으로 이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재욱은 열 몇 대의 뺨을 날리고는 또 장준성의 갈비뼈를 걷어찼다. 그리고 나서야 그는 몸을 곧게 펴고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구 부인이 웃음거리가 됐네요. 부하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한두 번 두들겨 패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하늘 높
한참 후 심재욱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핸드폰 화면에 뜬 이름을 보며 그는 인상을 찡그렸지만 수신 버튼을 눌렀다. 맞은편에서 방현진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 세자, 방금 소식 들었어요. 당신 집의 어르신이 오늘 밤 생신 잔치를 하신다던데 일손이 부족하지 않은 지 모르겠네요?”방현진은 심재욱의 목적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심재욱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방 도령, 듣자 하니 크루즈 쪽에 작은 일이 하나 생겼다던데 어르신은 먼저 그 쪽 일을 처리하시죠.”“이쪽 일은 나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어요.”말을 마치고 심재욱은 ‘탁’하고 전화를 끊었고 눈동자에는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잠시 후 또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전화를 받자 마자 심재철의 냉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밤 어르신의 생신 잔치야. 내가 사람을 보내서 둘째 모녀를 오게 할 거야.” “네가 뭘 하려고 그러는 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밤 네가 함부로 굴었다간 내가 제일 먼저 너를 죽일 거야!”전화 맞은 편의 대구 관청 2인자 심재철은 이 두 마디 말만 남기고 깔끔하게 전화를 끊었다. 심재욱은 핸드폰을 움켜쥐더니 ‘털컥’소리가 났고 곧이어 그의 핸드폰은 산산조각이 났다. 심재욱의 얼굴에는 미소가 천천히 피어나더니 온화한 얼굴은 사라지고 제멋대로 날뛰는 얼굴로 바뀌었다…………향산 1호 별장, 초대장이 하현 앞에 도착했다. 하현이 초대장을 열자 ‘용문 대구 지회장’이라는 큰 글자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초대장의 내용은 간단했다. 용문 대구 지회장을 오늘 밤 심가성의 생일 잔치에 초대한다는 것이었다. 하현은 슬기가 돌아간 후에 남긴 흔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목적은 자신이 일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초대장을 집어 들고 잠시 쳐다본 후 하현은 초대장을 거두어 들이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6시가 못되어 하현은 차를 몰고 이미 화려하게 단장한 심가네로 갔다. 이
이놈들을 보고 하현은 한숨을 쉬며 그들과 접촉하기가 귀찮아 방향을 바꿔 발길을 돌리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주시현은 그와 마음이 통한 듯 했다. 바로 그 순간 눈가의 잔광이 그를 스치고 지나가더니 순간 살짝 멍해졌다. “하현!?”“네가 어떻게 심가 댁에 나타난 거야?”“말해봐! 너 여기서 오랫동안 우리 기다리고 있었지!?”“너 우리를 이용해서 따라 들어가려고 했던 거지?”지금 주시현은 정말 경계하는 기색이었다. 오늘 여기가 무슨 자리인가?만약 정말 하현 이 놈과 섞여 들어가게 된다면 완전 체면을 구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인터넷 스타들도 지금 모두 불쾌한 기색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모두 상류층 인물들인데 계속 하현 같은 촌놈이 덕을 보게 하는 건 정말 창피한 일이었다. 변승욱 조차도 마치 하현을 알고 있는 것이 창피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하현은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잠그고 담담하게 말했다. “주시현, 너 자아도취에 그만 빠져 있을 수 없어? 내가 여기 온 건 너희들이랑 아무 관계도 없어!”“무슨 우리랑 아무 관계가 없어?”주시현은 비웃었다. “너 변 도련님의 간판을 빌려서 생일 잔치에 가려고 하는 거잖아!”“왜? 슬기씨가 너한테 초대장 안 줬어?”“그랬겠지! 슬기씨도 심가의 변두리 사람일 뿐이니 어떻게 너한테 초대장을 줄 수가 있었겠어!”“네가 우리 덕으로 들어가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이 있어?”주시현은 연신 비웃었다. “하현, 섞여 들어가려고 하는 것도 네 잘못은 아니지. 네가 우리 덕을 보고 싶어하는 것도 이해해.”“하지만 문제는 사람은 자신의 주제를 알아야 한다는 거야. 지금 너는 여기서 허세를 부릴 게 아니라 우리에게, 변 도련님께 부탁을 해야 돼. 내 말 알아들어?”하현은 냉담한 기색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들 내가 한 말 이해를 못했구나?”“그럼 다시 한 번 말해줄 게. 내가 여기 온 건 너희들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아이
이때 강우금과 진홍민의 시선이 스테이크 칼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로 향했다.“어, 하 씨...”순간 두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멍해졌다.진홍헌도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는 자신이 가장 창피한 순간에 하현을 만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순간에 그와 맞닥뜨리다니!자리를 떠나려던 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이여웅의 팔을 잡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가리키며 작은 입을 가리켜 뭐라고 소곤소곤거렸다.이여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오만불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진홍헌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상대가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그는 속으로는 화가 들끓었지만 자신이 이여웅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 부딪힌다면 결국 자신은 묻힐 곳도 찾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다.“탁!”하현이 스테이크를 계속 썰려고 하던 순간 이여웅이 갑자기 앞에 있는 의자에 발을 올렸고 의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은 몸을 뒤로 빼면서 주저앉는 의자를 피했다.의자는 땅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술잔은 어지러이 널브러졌고 식사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개자식!”나박하가 벌떡 일어났지만 하현이 그를 제지했다.하현은 눈을 지그시 뜨고 이여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이참, 여웅 오빠, 이게 무슨 짓이지?”이여웅은 담배를 움켜쥐고 긴 연기를 내뿜으며 비아냥거리듯 이죽거렸다.“이봐, 당신이 우리 진홍민과 강우금을 화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 사람이지?”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대화를 튼 두 사람을 보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홍헌은 이 상황이 창피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은 담담하게 내뱉었다.“괜히 진홍헌을 잡는 척하지 마. 나랑은 전혀 상관없으니까.”“내 머리릴 짓밟고 싶었지만 나한테 나가떨어질 게 겁이 났어?”“우후!”이여웅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