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과 주시현의 심리 상태에 대해서는 하현도 이해가 갔다. 그래서 지금 그도 별장 안으로 들어갈 마음 없이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시현아, 저 대신 슬기를 불러내 주세요.”“일이 있어서 찾고 있는데 전화 연결이 안 되서요.”“아이고, 후지와라 아가씨를 죽이고 이제는 슬기 아가씨까지 공격하려고?”이소연은 괴상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그래 봐야 소용 없어!”“나는 절대 너 같이 재수 없는 놈을 우리 주씨 집 문에 반 발자국도 들여놓지 못하게 할 거야!”“네가 올 때마다 우리 집엔 별로 좋은 일이 없어!”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주머니, 이번에 아주머니 댁에서 피해를 입으신 건 제가 배상해 드릴게요……”“배상!?”“네가 어떻게 배상을 해!?”“너 그 1호 별장으로 우리에게 배상하려고?”이소연이 펄쩍펄쩍 뛰며 입을 열었다. 하현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1호 별장은 임 선생님이 주신 거라 드리기가 어렵지만 만약 아주머니가 살고 싶으시다면 제가 오래 묵으실 수 있도록 빌려 드릴게요.”“오랫동안 빌려 준다고? 이게 네가 말하는 소위 배상이라는 거야? 너 우리 주씨 집안을 무시하는 거야? 깔보는 거야?” 이소연은 싸늘한 표정으로 방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꺼져!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주시현도 착잡한 기색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저축한 돈을 다 털어서 산 집이었다. 하현 때문에 이 돈은 물에 빠진 셈이었다. 하현을 잠시 쳐다본 후 주시현을 결국 한숨을 내쉬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다시는 오지 마.”“또 한 가지, 슬기씨는 오늘 아침 일찍 청허 도관으로 급하게 갔어. 어머니가 슬기씨에게 연락을 한 거 같아. 그래서 급하게 떠났어.”“그쪽은 신호가 잘 안 잡히니 네가 연락이 안 될 만도 하네.”“청허 도관!?”하현은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곳은 교외에 있었고 충분한 인력의 경호가 없으면 슬기가 지금 직면해 있는 상황
30분 후 하현과 주시현은 청허 도관에 도착했다. 하현은 굳은 얼굴로 주시현의 차를 주차장에 아무렇게나 내버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뛰쳐나갔다. 주시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렇게 신사적이지 않은 남자는 처음 봤다. 하현은 그녀에게 스스로 차를 세우라고 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녀의 핑크색 롤스로이스는 대출로 산 것이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긁혀 마음이 아프지 않도록 잘 세워두어야 했다. 한편, 슬기는 벌써 청허 도장 본당에 와 있었다. 이곳엔 삼청의 진흙 조각상이 금박으로 싸여 보기에는 휘황찬란하게 보였다. 도교는 불교와 비할 수는 없지만 청허 도장 때문에 청허 도관은 대구에서 아주 유명해 많은 부자들이 왕래하는 곳이었다. 슬기는 예의를 갖춰 향을 한 다발 바친 후 무릎을 꿇고 제비를 흔들었다. 곧 제비가 떨어졌다. “세상 모든 일에는 다 주인이 있다. 너무 작은 것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말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라.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고 차분하게 하나씩 진행하라……”제비의 운세를 보고 슬기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점치는 곳으로 걸어갔다. 거기서 한 사람이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30대 중반 정도 되는 도사였는데 이때 그는 슬기를 향해 인사를 하고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슬기 여 시주님이세요?”슬기는 살짝 어리둥절해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이곳에 온 것은 슬기 엄마의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온 이후로 그녀는 어떻게 해도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참배객처럼 절을 하고 무슨 단서를 찾을 수 있는 지 보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 이 도사의 출현으로 그녀의 얼굴빛은 무거워졌다. 도사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여 시주님, 당황하실 필요 없어요. 그런데 누가 당신을 이곳에서 만나자고 한 건 가요?”슬기는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슬기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스카 아가씨라고 했죠? 아직 확실하게 설명이 되지 않은 것 같은데요?”“누가 당신을 오라고 한 거예요?”“방현진? 아니면 미야모토?”아스카는 웃었다. “당신의 문제는 너무 많아요. 그래도 당신이 나와 같은 여자인걸 봐서 내키진 않지만 한 가지만 얘기해 줄게요.”“슬기 아가씨는 미녀에요. 자신감을 가져야 해요. 남자들이 당신을 대할 때 모질게 대하지 않잖아요.” 슬기는 눈동자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여자가 당신한테 손을 대면 반드시 죽을 거예요.” “슬기 아가씨, 우리를 탓하지 마세요. 탓하고 싶으면 당신 팔자가 사나운 걸 탓하세요. 어쩌다 방 도련님 눈에 든 거예요!”말을 하면서 아스카는 오른손으로 장검의 칼자루를 잡았다. 한편, 마당에는 또 유카타를 입은 섬나라 여자 네 명이 나타났다. 모두 손에 섬나라 장검을 들고 슬기가 가는 모든 길을 막았다. 슬기는 미간을 찌푸리며 방금 길을 인도했던 도장를 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장님, 도교는 평화롭게 항상 도법과 자연을 중요시하잖아요.” “저는 왜 당신이 섬나라 사람들과 협력해서 저를 해치려고 하는 지 너무 궁금하네요.”그 도장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여 시주님, 도교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죠.”“도법도 좋지만 도법보다 돈이 더 실용적이잖아요. 그렇죠?”“일리가 있네요.” 슬기는 한숨을 내쉬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맞은 편에 있던 아스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슬기 아가씨, 전화를 걸고 싶으면 당당하게 핸드폰을 꺼내세요.”“하지만 이 부근의 신호는 우리가 다 차단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전화를 걸 수 없을 거예요.”슬기는 안색이 약간 변했다. 핸드폰을 꺼내서 보니 역시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슬기는 핸드폰을 다시 집어 넣고는 뒤로 물러 가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신호마저 차단한 걸 보니 너희들 오늘 나를 완전히 죽이려고
슬기는 두려워하는 대신 오히려 방긋 웃으며 말했다. “역시 너희 집 아가씨는 머리가 안 좋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남자에게는 가질 수 없는 것이야 말로 가장 좋은 것이라는 걸 설마 모른단 말이야?”“내가 오늘 여기서 죽으면 나는 방현진의 마음 속에 환한 달빛이 될 거야. 그럼 그때부터는 너희 미야모토 아가씨에게는 어떤 기회도 없을 거야.” 아스카는 괴상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섬나라 여자들은 남자들의 심리를 연구하는 걸 가장 좋아해. 네가 말한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내가 내버려 둘 거 같아?”“슬기 아가씨, 걱정 마. 내가 환한 달빛을 침대 앞의 환한 달빛으로 만들어 줄 테니……” 이슬기는 눈빛이 굳어졌고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너 뭐 하려고 그래!?”아스카가 왼손을 살짝 흔들자 손바닥에 작은 도자기 병이 나타났다. 그녀는 흥이 넘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건 정조를 지키는 여자들의 긴장을 풀게 만드는 물건이야.”“소문으로는 아무리 열녀라고 해도 복용을 하기만 하면 3분 안에 남자를 찾아야만 된다고 하더라. 게다가 갈수록 더 많이 찾게 된대.”“이따가 네가 삼키고 나면 미리 준비 해둔 젊고 힘센 망나니들을 들여 보내 줄게.”“그 녀석들은 분명 슬기 아가씨를 잘 섬겨 줄 거야.”“그리고 우리는 이 화면을 녹화해서 인터넷에 올릴 거야.” “네가 소위 경호원이라고 부르는 그 쓸모없는 변승욱이 눈치 채기 전에 이슬기 아가씨는 벌써 봄바람을 느꼈을 것 같은데?”“슬기 아가씨, 내가 준비한 거 어때?”“동영상은 인터넷에 올려 놓기만 하면 돼.”“환한 달빛이 계속 빛나게 될까?”말을 하면서 아스카는 손에 들고 있던 도자기 병을 유카타 차림의 여자에게 건네주었다. 여자는 빙긋 웃으며 이 약을 슬기의 입에 부으려고 했다. 슬기는 이번엔 정말 안색이 변했다. 이런 결말은 죽는 것 보다 더 처참하기 때문이다. “파렴치하네! 너희 섬나라 사람들은 다 너무 파렴치해!”“너희들은
“싹!”바로 이때 섬나라 장검을 든 섬나라 여자들은 안색이 변하더니 아스카의 명령도 필요 없이 자기들도 모르게 동시에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또 한 사람이 슬기를 향해 달려들어 그녀를 인질로 잡으려고 했다. “펑펑펑______”이 순간 하현이 손을 댈 필요도 없이 도포를 입은 한 사람이 군중들 사이에 나타났다. 곧이어 먼지를 휘날리며 세 개의 섬나라 장검을 쓸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세 섬나라 여자들은 날라가 벽에 부딪히더니 피를 뿜어내고는 힘없이 쓰러졌다. “어린 것들이 감히 우리 청허 도관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너 정말 우리가 풀만 먹는 줄 알아?”“쓰레기!”청허 도장이 갑자기 나타나서 손에 먼지를 털자 철사 같은 실이 날리더니 그 섬나라 여자들의 미간을 뚫었다. 이 사람들 말고 또 다른 한 사람도 그 피바다에 쓰러져 있었는데 그건 바로 방금 슬기를 이곳으로 데리고 들어온 도장이었다. 청허 도장도 비범한 실력을 가지진 사람이었다. 비록 하현의 일격을 받아낼 수는 없었지만 이 야비한 놈들을 처치하기에는 충분했다. 마침내 그는 한걸음에 달려 나와 슬기를 막아서며 경호하는 자세를 취했다. 하현은 웃으며 수표 한 장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날렸다. 그러자 그는 공수하며 절을 했다. 청허 도관의 계획을 이해하려면 청허 도장부터 손을 대는 것이 가장 쉽다. 청허 도장은 무력으로 위협하는 건 안될 수도 있지만 돈을 뿌리기만 하면 쉽게 기꺼이 협조할 것이다. 하현과 청허 도장이 비밀리에 거래하는 모습을 보고 아스카는 미친 듯이 펄쩍 뛰었다. 그녀는 이전부터 청허 도장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건드리지 않고 그의 부하 도사부터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청허 도장이 개입을 할 줄은 몰랐다. 골치 아프게 된 것이다. 아스카는 안색이 변하더니 청허 도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청허 도장이죠?”“우리 신당류 일에는 개입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순순히 말을 듣고 아무
이때 자신 앞에서 고양이처럼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치켜세우는 아스카를 보며 하현은 요동도 없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랑 붙겠다고? 넌 자격이 없어.”“범아, 네 실력을 보여줘.”변백범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눈동자에는 한 줄기의 전의가 스쳐 지나갔다. 어젯밤의 전투 이후에 그는 벌써 자신의 세력을 굳건하게 다졌다. 이때 그는 오른손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당도의 칼자루를 잡고 한 발을 내디디며 마치 화살처럼 몸을 튕겨 아스카가 있는 쪽을 향해 돌진했다. “보잘것없는 길바닥 사람이 우리 섬나라 검도 고수와 맞붙으려고 하는 거야?”“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아스카는 비웃었다. 그녀는 자신이 섬나라에서 온 신당류 고수들 중에 출중한 인물이라고 자부하며 자신의 실력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일대일로 싸우면 그녀는 모든 사람을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쓱!”아스카가 칼을 내리치자 허공에 한 줄기 빛이 번뜩이더니 변백범의 목구멍을 향해 떨어졌다. 섬나라 검도는 여태껏 미관은 중시하지 않았고 대신 빠르고 강하며 정확한 것을 중요시했다. 전세계 무술에서 꽤나 이름이 있었고, 아무리 강한 것도 부술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며, 빠른 속도에 대항할 만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이런 일격을 가한다면 변백범도 죽음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스칼의 칼은 빨랐지만 아쉽게도 변백범의 칼은 더 빨랐다. 아스카의 칼이 그의 목구멍으로 떨어짐과 동시에 변백범이 한쪽으로 피하는 바람에 아스카의 칼은 허공을 가르게 되었다. 그리고 난 후 그는 오른손을 살짝 휘두르며 ‘챙’소리를 냈다. 발도술! 아스카의 얼굴엔 한 줄기 믿을 수 없다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피할 겨를도 없이 목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풉______”그녀의 목구멍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단칼에 베었다! 소위 신당류의 고수가 이 정도라니! ……슬기와 하현이 삼청전 밖에 나타났을 때 뒷짐을 지고
이 모습을 보고 하현과 슬기는 모두 어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폭풍전야와 같은 긴박한 이 순간에…하필 누군가가 바퀴를 잠근 것이다.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느낌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하현은 차에 붙어 있던 종이를 집어 들고 몇 번 쳐다본 뒤 담담하게 말했다. “청허 도관 경비실에서 붙인 거네.”“경비원들일 뿐인데 함부로 차를 걸어 잠그고 딱지를 떼다니. 이거 경비원을 오래했더니 자기가 경찰서 형사인줄 아나 보네!”말을 하면서 하현은 청허 도장에게 알리려고 핸드폰을 들고서야 자신이 그의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바로 이때 멀리서 제복 차림의 30-40대로 보이는 두 경비원이 담배를 물고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다가왔다. 그들은 둘 다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슬기와 하현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들은 모두 혐오스러워하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 보았다. 그들은 분명 하현을 가난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하현을 쳐다보았을 때 그들의 눈빛은 반짝거렸다. 이런 요괴급 여자는 그들이 본 인터넷 스타나 연예인들 보다 백 배나 아름다웠다. 이 순간 앞에선 경비원이 담배 한 모금을 하현의 얼굴에 내뿜으며 곁눈질을 하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이 차 당신 거예요?”“네.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차 바퀴 좀 풀어주세요. 일이 있어서 가야 해요.”“그리고 벌금이 10만원이네요.”슬기는 일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없어 핸드백에서 지폐 10장을 꺼내 깔끔하게 건넸다.스포츠 머리 경비원이 ‘피식’웃으며 나오더니 슬기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아가씨, 이게 무슨 뜻이야? 우리가 무슨 거지인 줄 알아? 만 원짜리 몇 장으로 우리를 보내려고?”슬기는 또 한 묶음의 지폐를 만지작거리며 차갑게 말했다. “이만하면 충분해?”알록달록한 지폐가 바닥에 떨어지니 두 경비원의 눈빛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그들은 허리를 굽혀 돈을 주울 마음이 없었다. 스포츠 머리 경비원이 차갑게 말했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이고, 큰 소리 한번 잘 치네. 경비원 주제에 자기가 정말 천왕이라도 되는 줄 아나?”“말끝마다 해명 하라, 처리 하라 그러게?”“너희들이 법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해?”스포츠 머리 경비원이 무전기를 꺼내 한 마디 하자 사방팔방에서 십여 명의 경비원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하지만 하현을 쳐다보는 이 경비원들의 눈빛은 경멸과 조롱하는 빛이 짙었다. 달려온 경비원이 손가락을 뻗어 하현을 정면으로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인마, 이 주차장에선 어르신이 법이야!”“그래!”하현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고는 한 발짝 내딛더니 뺨을 내리쳤다. “퍽!”큰 소리와 함께 앞에선 경비원은 날아가 차에 부딪혔고 사이렌 소리가 크게 울렸다. 하현은 날아간 경비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휴지로 오른손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 앞에서 뻐기다니 너희들 정말 대단하네.”하현의 날카로운 눈빛과 담담한 말투에 스포츠 머리 경비원은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그는 줄곧 주차장에서 횡포를 부려왔으니 언제 누가 감히 자신의 머리를 밟은 적이 있겠는가?곧이어 그가 손을 흔들자 십여 명의 경비원들은 순간 하나같이 경찰봉과 전기 충격기를 꺼내 하현을 향해 발톱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하현은 물러서지 않고 한 걸음 내딛고는 오른손을 휘두르며 뺨을 날렸다. “퍽퍽퍽______”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고 십여 명의 경비원들은 얼굴을 감싼 채 바닥에 쓰러졌다. 어떤 사람은 뺨을 맞고 목에 경련이 일어 아예 일어나지 못했다. 이때 멀리서 마침 주시현과 변승욱이 다가왔다. 이 모습을 본 주시현은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하현이 주차장에서 사람을 때릴 정도로 이렇게 사나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곳은 청허 도관의 주차장이라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어느 신도들이 얌전하게 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은 깍듯하게 대할 것이다. 도련님과 규수집 따님들이라도 여기에 온 참배객들은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